기억할게요 맑은가람 테마 동화책 평화 이야기 2
루스 밴더 지 외 지음, 빌 판스워드 그림, 이현정 옮김 / 맑은가람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국 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하여 평화그림책들을 읽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유태인 학살을 다룬 <기억할게요>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그림책이라서 쉽게 생각하며 골랐다가 한 장 넘기고 나서 덮어버릴 지도 모른다. 일단 글밥이 꽤 되고, 내용도 쉽지 않다.

 

주인공은 유대인의 설날에 증조할머니가 항상 일곱 개의 초를 준비하고 불을 켜시며 기도문을 외우는 모습을 보며 내심 궁금하다. 왜 일곱 개의 초에 불을 켜시는지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해 주려 하지 않는다. 아이가 물으면  "이야기 하기 힘든 일이야" 슬픈 얼굴을 할 뿐이다.

 

어느 차가운 겨울 날, 온 가족은 아이를 차에 태우고 오랜 시간 어디를 향하여 간다. 할아버지는 이내 눈물을 글썽이며 그 곳에 일곱 개의 촛불을 켜는 이유가 있다고 말씀하신다. 가족이 간 곳은 바로 홀로코스트 현장이었다. 나치가 리투아니아 8만 명 가량을 학살한 곳이란다. 증조할머니의 가족들도 바로 그 때 이 곳에서 나치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혼자 살아 남은 증조할머니는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매번 일곱 개의 촛불을 켜는 것이란다. 자기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무참하게 총에 맞아 차디찬 구덩이에 묻혀 태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말한다. "기억할게요" 라고 말이다.

 

우리에게도 홀로코스트만큼 아픈 역사가 있다. 어린이들이 그 아픈 역사가 궁금하여 물어보면 "이 다음에 크면 알게 돼" 하고 얼버무릴 때가 많다. 하지만 이 그림책의 할아버지처럼 아픈 역사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린이들에게 알려줘야 하지 않나 싶다. 억울한 죽음들을 "기억" 하는 게 우리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위안부 할머니, 4.19의거,4.3사건,  6.25전쟁, 5.18민주화운동, 용산 참사 등등 우리 나라 어린이들에게도 기억해야 할 일들이 많다. 어린이들이 기억하기 위해서는 일단 어른들이 제대로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직접 말해 주기 부담스럽다면 이런 그림책을 소개하고 같이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3-06-17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 본 책인데 찾아봐야겠네요, 기억할게요!

수퍼남매맘 2013-06-17 13:32   좋아요 0 | URL
와! 순오기님이 모르는 책도 있다니.... 그림도 멋지고 내용도 훌륭해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평화그림책 5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황진희 옮김 / 사계절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월은 흔히들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하여 학교에는 커다랗게 현수막을 걸어놓곤 한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를 아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6월 6일 현충일이 이미 지났지만 우리에겐 끝나지 않은 아픔인 6.25 한국전쟁이 있다. 아이들에게 현충일은 단순히 쉬는 날로 기억될 수도 있고, 6.25일은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바쁜데. 아이들에게 역사적 사건을 설명할 책무가 어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그 날들이 공휴일로 또는 아무 날도 아닌 채로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은 처절하게 죽어간 수많은 넋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을 보고나서 첫 느낌은 섬뜩했다. <염소 시즈카>에서 보여주던 그림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게 아주 강렬하고 단순하게 표현한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은 전쟁의 참상을 더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로 나간 " 나 "는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누지만 적으로부터 날아온 포탄에 맞아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진다. 잠시 후 암전 같은 어둠이 지나간다.   " 나 "의 팔다리는 없어졌지만 어디든 갈 수 있는 넋이 되어 떠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넋이 되어버린 " 나 "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5교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줬다. 아이들은 병사가 죽은 것을 알고 흐느껴우는 엄마를 그린 장면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뽑았다. 다 읽어 주고 나서 이 병사가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라고 질문을 던졌다. 어떤 아이가 우스개 소리를 늘어놓긴 하였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시마 세이조가 그린 약간은 섬뜩한 그림 덕분에 전쟁의 참상을 느낀 듯하다. 그래서 " 전쟁을 하지 말라는 말이요" 라는 답을 내놓는다.  처음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터에 나갔지만 전쟁을 하다보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모르게 되고 결국은 수많은 넋이 하늘로 올라가게 만드는 게 바로 전쟁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때는  시시콜콜한 나의 설명보다 강렬한 그림책 한 권이 아이들의 뇌리 속에 오래 남아 평화로운 세상을 더 갈구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서는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모른 채 똑같은 사람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 포탄을 날리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핵무기로 전세계를 위협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나라가 평화롭다고 해서  이런 무시무시한 전쟁이 나에게 안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 우리 나라만 해도 그렇다. 엄밀히 말해 북한과 휴전 상태이고 긴장된 남북관계로 인하여 이번 상반기는 굉장히 분위기가 안 좋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같은 남북한 관련 영화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도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남북이 평화협정을 맺고 더 나아가 지구 전체가 평화가 유지된다면 얼마나 많은 자원과 재원,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이 보호될 수 있을까? 지구에 하나 남은 분단국가인 우리 나라는 언제나 전쟁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평화가 보장되어 현재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국방비를 다른 쪽 예산으로 돌린다면  지금 산재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사계절에서 나온 평화그림책 시리즈는 그림책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그림책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서도 한, 중, 일 세 나라의 작가들이 나라의 경계를 넘어서 "평화"라는 공동된 주제로 작업한 이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들은 평화로운 세상이 왜 필요한지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강아지똥>의 그림작가 정승각 님도 이 시리즈에 참여한다고 들었는데 언제 나오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라니 텃밭 사계절 그림책
김병하 글.그림 / 사계절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은 나 포함, 우리 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유행에 민감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언젠가부터 등산복을 멋지게 차려 입지 않고는 등산을 하기가 쑥스러울 만큼 등산복이 대유행이다.

유명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이 등산복 광고에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등산복만큼은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유행처럼 번지는 것 중의 하나가 텃밭 가꾸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조그만 텃밭이 마련되어 있는데

연말에 텃밭을 가꿀 가정은 신청을 한다.

나도 신청해 볼까 생각했으나 잘 가꿀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

신청한 가정들은 공개 추첨을 하여 일 년 동안 단지 앞 텃밭을 가꾸게 된다.

북한산 둘레길을 가다 보면 텃밭이 보이는데 이름표를 보면 가족에서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이름까지 보인다.

텃밭의 유행은

아마 내 가족이 먹을 채소거리는 내가 직접 농약을 뿌리지 않고 정성스레 가꾸자는 마음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주 오래 전에는 이런 푸성귀들을 자급자족하는 게 당연하였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수퍼나 시장에서 사먹다가 이제 다시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서 텃밭 가꾸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댁도

웬만한 푸성귀들은 옥상에 마련한 텃밭에서 자급자족을 하신다.

 

이 책의 주인공 화가 김씨 아저씨도 시골에 작업실을 구하여 내려온 김에 작은 텃밭에다

이런 저런 모종들을 잔뜩 심어 놓고, 물 주고 잡초 뽑으며 정성껏 기른다.

그런데 아뿔사!

다음 날 텃밭에 와 보니 누군가가 텃밭에 있던 먹거리들을 죄다 먹어치운 것이다.

도대체 누굴까!

이 때부터 그 누군가와 김 화가 아저씨의 전쟁이 시작된다.

허수아비를 세워 놓아도 다음 날 와보면 다 먹어치워 놓고,

울타리를 만들어 놔도 울타리를 건너 다 먹어치워 놓고,

급기야 아저씨는 텃밭에서 뜬눈으로 불침번을 새고 자신이 가꾼 채소를 죄다 먹어치우는 누군가의 정체를 알게 된다.

바로 고라니

고라니가 그 누군가였다.

 

텃밭의 채소를 먹어치우는 녀석이 고라니란 걸 알게 된 아저씨는 그 다음 어떤 작전을 펼쳤을까?

덫을 놨을까?

아님 더 높은 울타리를 쳤을까?

김 화가 아저씨가 선택한 방법에서 " 함께 살기"의 넉넉함을 배운다.

 

첫머리에 우리 나라 사람들이 너무 유행에 민감하단 이야기를 했다.

펜션이 한참 유행하더니 요즘엔 캠핑장이 또 유행이다.

10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얼마 전 귀국한 동서 내외가

서울에 와서 처음 든 느낌이

모든 사람들의 스타일이 다 똑같아서 놀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 뉴욕도 그렇지 않아?" 물었더니

" 뉴욕은 이 정도는 아니예요. 그런데 서울은 정말 가방, 헤어 스타일, 옷이 모두 똑같아서 진짜 놀랐어요" 한다.

나라 밖에서 오랫동안 살다 온 사람들은 한 번에 느껴지는가 보다.

 

모든 유행이 다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김 화가 아저씨의 텃밭 가꾸기나 동물과 " 함께 살기 " 등은 온 국민에게 유행해도 좋을 듯 하다.

진짜로 유행해야 할 것들이 유행했으면 좋겠다.

책 읽기, 배려하기, 자연과 함께 살기, 내 집 앞 쓸기, 투표하기, 기부하기 등등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 이불 - 성장 이야기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8
최나나 글, 대성 그림 / 꿈터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들은 항상 손에 뭔가 길쭉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려고 한다.

유치원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못 가지고 가게 하면 입이 앞으로 쭈욱 나와서 뾰로통해지곤 한다.

밤에 잠을 잘 때도 하얀 베개가 있어야 잠을 잔다.

그 베걔는 다른 식구는 물론이고 가장 사랑하는 나에게도 전혀 안 빌려 준다.

가끔 아들에게

" 이제 아기가 아니니 놔두고 다니자"고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그 물건들이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평안해지니

억지로 떼어 놓으려고 하지 말라고 선배들이 조언을 해 주셨다.

 

우리 아들이 두 물건에 집작하는 이유가

아기일 때 엄마와 떨어져 지낸 경험이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추측한다.

딸과는 달리

아들은 영아기 때 시댁에서 1년 반 정도 자랐었다.

그게 특정 물건을 집착하는 걸로 발현되는 게 아닐까 싶다.

전에는 내 팔꿈치를 꼭 만지작거려야 잠이 들곤 했었는데 그 습관은 졸업을 했다.

울 아들의 이런 행동을 보면서

법륜 스님의 말씀에 또 공감하게 된다.

아이가 어릴 때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특히 3세 이전까지는 엄마가 무조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말씀 말이다.

아들이 막대기, 베개에 집착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내가 좀 편하자고

어릴 때 시댁에서 자라게 해서인 것 같아 아들에게는 늘 마음 한 구석 미안함이 있다.

 

딸은 휴직까지는 못 했어도 친정이 가까워서 밤에는 내가 끼고 잤는데

아들은 일 년 반 동안 엄마와 떨어져 지낸 것이 무의식 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엄마와 떨어져 지낸 기억이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내가 맡았던 아이 중에서도

엄마가 직장을 나갔던 그 시기- 봄꽃 필 때-가 되면

해다마 심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여

아이며, 엄마, 담임이 애를 먹곤 했었다.

중학년이 되어서야 나아졌다고 들었다.

갓난 아기 적 일이 그렇게 무의식에 남아

엄마가 자신을 떼놓고 직장에 나갔던 그 시기만 되면

분리불안 증세를 나타내는 걸 보고

그 아이를 맡았던 담임들은 새삼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놀랐던 적이 있다.

 

 

이 책은 아기 때부터 줄곧 사용하던  나비 이불에 집착하는 예림이가 우여곡절 끝에 마음이 훌쩍 자라는 것을 그리고 있다.

조카 중의 한 명도 예림이처럼 아기 때 쓰던 목욕 수건을 늘 갖고 다닌 아이가 있다.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초6때까지 외할머니 집에 다니러 올 때면 가방 속에 그 너덜너덜한 수건을 챙겨와서

외할머니와 내가

나중에 시집 갈 때도 가져 가라고 우스개말을 했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그 목욕 수건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던 것처럼

울 아들도, 예림이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손에서 그 소중한 물건들을 떠나 보낼 거라고 믿는다.

굳이 부모가 닦달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말이다.

 

아들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줬는데

아들도 자신과 같은 예림이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은 듯하다.

자신은 두 가지 물건이 있는데

요즘은 막대기를 잘 안 갖고 다닌다고 나에게 말해 줬다.

막대기를 갖고 다니지 말라고 협박하기보다

막대기를 안 갖고 나올 때 왕창 칭찬을 해 주곤 한다.

" 와! 우리 아들 멋지다" 라고 말이다.

예림이가 너덜너덜한 나비 이불을 졸업하고

크고 포근한 새 나비 이불을 덮고 아름다운 꿈을 꾸듯이

다른 아이들도 언젠가는 훌쩍 마음이 크게 자라 그 물건들로부터 졸업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의 심리 상태를 잘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게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5월 18일 보림 창작 그림책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5월 17일은 석가탄신일이고, <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님의 추모일이기도 하다.
내일, 5월 18일은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이다.
2년 전에 <아빠의 봄날>이란 그림책이 나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5.18에 대해 알려줄 수 있어서 말이다.
가슴 아픈 역사 중의 하나인 이 날을 아이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그렇고,
그냥 넘어가기도 참 찝찝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이 내가 할 역할을 대신 해 주는 것 같아 나름 무거운 짐을 조금 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 보림에서 5.18을 다룬 그림책 하나가 또 나왔다.

그림이나 내용이 <아빠의 봄날>보다 어린이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반갑기 그지 없다.

앞으로도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루는 그림책들이 많이 나와주길 간절히 바란다.

 

5월 18일이 어떤 날인지 그냥 지나치지 말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부터가 역사 인식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겉표지를 넘기면 엄청 많은 총이 보인다.

안표지에 이렇게 많은 총이 그려진 것은 처음이다.

총을 보니 조금 섬뜩하다.

장난감 총도 보이고, 진짜 총도 보인다.

 

이 이야기는 작가 친구의 경험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벌써 33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아직도 그 때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 즉

자신의 가족들이, 이웃들이, 시민들이 무참히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의 한은 현재 진행형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와 함께 이 책을 읽은 초2 아들이 묻는다.

" 왜 군인이 시민을 죽여?" 라고 말이다.

책 속의 "나"도 똑같은 질문을 아빠에게 던진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초등학생들은 다 우리 아들이나 주인공처럼 물어볼 것이다

" 왜 같은 편끼리 싸워?" 라고 말이다.

" 그러게나 말이다. 적군도 아닌 무고한 시민들을 왜 같은 나라의 군인들이 총으로 쏴서 죽였을까?"

 

 

이 그림책은 5월 18일로 시작해서 5월 28일 일기로 끝난다.

1980년, 초등학교 1학년인 "나 "가 10일간 써내려간 일기이다.

주인공 "나"의 일기를 엿보도록 하자.

 

오늘은 5월 18일,

장난감 총을 갖고 싶어 하던 나에게 고등학생 누나는 나무 젓가락으로 멋진 장난감 총을 만들어 준다.

(아까 봤던 안표지의 수많은 총들 중에 누나가 만들어 준 총이 보인다. 잘 찾아 보시길.....)

 

학교 밖으로 탱크가 지나간다.

친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열중한다. 장난치는 꼬마가 바로 나다.

전쟁이 일어난 것일까? 선생님만이 창밖을 내다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누나가 만들어 준 장난감 총으로 아이들과 함께 총 놀이를 하고 있는데

진짜 총을 가진 군인들이 우리 마을에 왔다.

진짜 총을 보자 진짜 총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군인과 진짜 총을 봐서 마냥 신기해 하고 즐거워 하는 아이들과는 달리

신부님, 수녀님, 누나의 표정은 수심이 가득해 보인다.

군인들이 왜 마을까지 온 것일까?

진짜 전쟁이 난 걸까?

 

아빠와 엄마는 모든 창문을 두꺼운 이불로 가리기 시작하였다.

무슨 재밌는 놀이를 하려고 하는 거지?

그게 아니라

총알이 박힐지도 모르니 이불을 덮어놓는 거란다.

왜 총알이 박혀?

옆집 할머니는 인민군이 나타나 총을 마구 쏘고 있다고 하셨으나

아빠는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고 한다.

그 날 밤

누나와 난 엄마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꼭 껴안고 잤다.

 

다음 날 아침, 누나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는 누나를 찾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누나는 어디에 갔을까?

누나의 정갈한 교복을 보자 누나가 더 보고 싶다.

어젯밤 누나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가야 한다는 그 말이 생각난다.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

 

누나처럼 뭔가 할 일이 있어 집을 나간 무리들은

이렇게 차디찬 주검이 되어 가족에게 돌아왔다.

혹시 저 속에 누나도 있는 걸까?

 

1980년 오월, 광주에 나타난 무장한 군인들,

그리고 갑자기 주검이 되어버린 학생들과 시민들,수많은 실종자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 그림책을 본 어린이들은 당연히 궁금해서 어른에게 물어볼 것이다.

그 날의 진실을 알려 줄 의무가 어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이 진실을 말해 주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간밤에 끌어 안고 잤던 누나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행방이 묘연해진 "나"의 이야기를 통해

아직도 그 날의 슬픔은 계속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죽은 자들의 한과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줄 수 있는 길은

누나가 하고자 했던 일이 무엇이었으며

수많은 시민들이 왜 그렇게 죽어갔는지

바로 알고

그들이 만들고자 하였던 "민주사회"를 우리 힘으로 온전하게 일궈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3-05-20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 18일 체험부스에서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이 책을 읽었어요.
재능나눔 체험부스 이야기는 페이퍼로 쓸 거에요.^^

수퍼남매맘 2013-05-20 15:2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많이 읽혀서 제대로 알아야 할 우리의 역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