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리 설날은 - 설날 우리 날 그림책 3
임정진 글,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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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민족 대명절인 설이 다가왔네요. 내일부터 3일 설연휴가 시작되는지라 읽어주고 있던 책 <플랜더스의 개>는 잠시 접어두고, 설날과 관련된 그림책을 읽어줬습니다.

설빔을 곱게 차려 입은 오누이가 세배하는 모습이 진짜 귀엽죠? 여자 아이는 민이이고, 남동생은 민후랍니다.

지금쯤 고향으로 떠나는 가정도 많을 거예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곳곳에 빙판이 져서 고향 가는 길이 힘들겠지만 조심조심 내려가길 바랍니다.

이 장면은 맨 마지막에 다시 나오니 기억하세요.

할아버지댁에 도착하니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민이 가족을 반갑게 맞아 주시네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이제나 저제나 귀여운 강아지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민이와 민후남매는 할머니와 함께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왔어요. 도시에서는 마트만 다녀봤을 텐데 재래시장에 가 보면 마트와는 다른 색다른 맛이 있답니다.

먼저 가래떡을 뽑으러 방앗간에 왔어요. 기다란 가래떡이 나오는 걸 본 민후는 " 할머니, 기계가 하얀 똥을 싸요" 라며 마냥 신기해 한답니다. 왜 설날에는 길다란 가래떡을 동글동글 썰어 만든 떡국을 먹는 걸까요? 재복이 길게 들어오라고 길다란 가래떡을 만들었고, 거기다 엽전 모양을 본 따 동글동글하게 어슷 썰어 재화가 많이 들어오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았다고 해요. 설날에는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걸 알죠?

다음으로 간 곳은 정육점, 건어물 가게, 기타 등등에서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만들 재료를 부지런히 샀어요. 할머니는 차례상에 올릴 것이니 좋은 걸로 달라고 상인들께 주문을 하곤 하세요.

장만 보면 재미가 없죠. 간식도 사 먹어야죠. 추운 겨울에 생각나는 호떡, 뜨끈뜨끈한 호떡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재미도 재래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죠. 이번 겨울에는 호떡을 한 번도 사먹은 적이 없네요. 집에서 2번 만들어서 먹었을 뿐.

이제 장도 다 봤겠다 음식을 만들 일이 남았네요. 할머니와 어머니는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셨어요. 이럴 때 남자들은 TV 시청만 해서는 안 되겠죠? 온가족이 오손도손 즐겁게 차례를 준비하면 더 기쁜 명절이 될 것 같아요. 명절에 여자들만 파김치가 되도록 일만 하면 자칫 가정불화로 번질 수도 있으니 이번 설에는 남자분들도 함께 음식 장만하시길 바라요. 민이네 가정은 할아버지, 아버지도 옆에서 함께 일을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자! 이제 설날에 빠질 수 없는 만두 만들기. 만두가 나오니 예전에 읽어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가 생각나네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 빚는 모습이 정다워 보입니다. 모양도 가지가지네요.

음식 준비가 다 끝나고 이제 내일이면 설이에요. 그런데 섣달 그믐날 밤에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이야기 알고 있죠? 그런데 민후가 가오리연을 만들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네요. 이를 어쩐담?

저런저런 민후의 눈썹이 하얗게 변했네요. " 앙~ 앙" 할아버지처럼 하얀 눈썹이 되어버린 민후. 여러분도 민후처럼 되지 않으려면 아무리 잠이 와도 참아야 해요.

설날 아침, 설빔으로 갈아입은 민이와 민후의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한복을 입으니 마치 공주와 왕자 같아요.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리고, 조상들께 절을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세배를 하고, 어른들로부터 덕담을 들은 후 그토록 기다리던 세뱃돈을 받아요. 세뱃돈이 적다고 투덜대지 않도록 해요. 그리고 엄마들은 아이들 세뱃돈 뺏지 마세요.ㅎㅎㅎ. 떡국을 맛있게 먹고 한 살을 더 먹습니다. 민이와 민후는 떡국을 여러 그릇 먹고 빨리 학교에 가고 싶은가 봅니다. 반대로 할아버지는 반 그릇만 먹고 젊어지고 싶으시대요.
어린이들은 한 살을 더 먹은만큼 한층 의젓해진 모습으로 만나길 바라요.


즐거웠던 설을 할아버지댁에서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민이 남매는 할머니가 바리바리 싸 주신 맛난 음식들과 할아버지,할머니의 사랑을 배불리 먹습니다.

행복한 설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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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좀 어때! 푸른숲 새싹 도서관 6
고토 류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고향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우리 아들을 위해 나온 책이라는 생각이 제목을 보면서부터 들었다. 울보인 울 아들 때문에 고민이 좀 많았다. 이 아이가 학교 들어가서 울보라고 놀림을 당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남자 아이인데 남자 답지 못하다고 핀잔을 들으면 어쩌나 부모로서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가 속한 반 아이들은 아들의 울음 폭발에도 아들을 놀리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고, 담임 선생님께서는 그런 걸 다 포용해 주시는 정말 넉넉한 분이셔서 1학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걱정이 없어지진 않았다. 이대로 계속 울보로 자라면 어쩌나 싶고,1학년은 착한 아이들 덕분에 잘 지냈지만 학년 올라가서 이 책에 나온 고지마 같은 짖궂은 아이를 만나서 놀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 책은 그래서 나에게도 반가운 책이었다.

 

  주인공 신은 아들처럼 울보이다. 별거 아닌 일에도 울음이 폭발해서 그칠 줄을 모른다. 우리 아들도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닌 일인데도 불구하고 찔끔거리거나 간혹 울면서 폭풍 방언을 해대는 통에 가족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신지가 오늘 대폭발한 이유는 바로 둘도 없는 단짝 친구 구로사와의 장난 때문이었다. 구로사와는 머털 도사 같은 헤어 스타일에 행동은 만화에 나오는 짱구와 비슷한 소문난 말썽꾸러기이다. 그 구로사와가 교실을 청소한 걸레로 신지의 얼굴도 청소해 주겠다면서 신지의 얼굴을 문지르는 바람에 신지의 눈물샘이 폭발한 것이다. 이 정도의 장난을 당하면 안 우는 애가 거의 없을 듯하다. 구로사와의 창의적인 장난은 이 시리즈 전편에 걸쳐 나온다. 교실에 보면 이런 구로사와 같은 꾸러기들이 꼭 한 명은 있게 마련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꾸러기들 때문에 교실이 활기찬 면도 있다. 모범생만 모여 있다면 얼마나 싱거울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본다.

 

   한 번 폭발한 눈물샘은 쉽게 그치질 않고, 친구들이 위로를 해 줘도, 선생님이 타일러도, 계속하여 나왔다.  그나마 울 아들은 얼른 상대방이 진심을 다해 사과를 하면 금세 그친다는 점이 다행이다. 아들이 눈물이 많아진 것은 순전히 누나와의 관계성 때문에서 비롯되었다. 둘째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유일한 방법이 울음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하여튼, 단단히 구로사와에게 토라진 신은 다시는 구로사와와는 놀지 않기로 결심을 하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말한다.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도깨비로 변하여 신이보다 더 화를 내는데 신이는 이제 구로사와와 절교을 해야 하는 걸까? 구로사와와  절교하면 아무래도 심심할 듯한데....

 

   신이 그렇게 수업을 방해할 정도로 울어대는데도 야단치기는 커녕 오히려 위로해 주고, 울도록 내버려 두는 선생님의 아량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아동 심리 상당가들도 잘 우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울지 마, 울면 못 써. 울면 애들이 놀린다"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일단 내 아이나 교실의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그걸 참아내기기 힘들긴 하다. 우는 아이는 분명 이유가 있어서 울음으로 자신의 기분상태를 표현하는 것일 텐데 일단 울음 소리를 들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특히 수업 시간에 방해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엄마와 담임으로서 우는 아이들을 참아 내는 것은 대단한 인내가 필요하다. 저학년을 하다보면 신이 같은 아이들이 교실에 꼭 한 두 명 있기 마련인데 신이의 담임 선생님을 보니 예전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신이나 우리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나도 이제는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우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련다. 아들은 이 책을 읽더니 자기보다 더한 울보가 있다는 데서 많은 위안을 받은 것 같다. 울 아들도 신이도 점점 우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를 해 본다. 울 아들도 아홉 살이 되더니 우는 횟수가 많이 줄어서 요즘 칭찬을 많이 해 준다.  울고 싶으면 울 자유도 아이들에게는 있으니 운다고 해서 너무 윽박지르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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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붓 사계절 그림책
권사우 글.그림, 홍쉰타오 원작 / 사계절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받자마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났다.

" 와! 그림 진짜 예쁘다!" 하고 말이다.

그림을 보기만 해도 힐링이 저절로 된다고 할까?

네다섯 살 쯤으로 보이는 앙증맞은 아이가 붓을 들고 수국의 가느다란 가지 위에 새를 그리고 있는 그림은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방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제목이 <신기한 붓>이니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붓이 신기한 붓일 것이고, 그렇담 이 신기한 붓으로 인하여 어떤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일 텐데 그림도 궁금하고, 이야기도 궁금해져 얼른 책장을 넘겨 봤다.

 

앙 깨물어 주고 싶을 만한 귀여운 아이의 이름은 마량이다.

마량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잘 그린다.

하지만 집이 가난하여 붓도 종이도 구할 수가 없어 흙 위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화공이 멋진 붓으로 원님을 쓱싹쓱싹 그리는 것을 보고,

'나에게도 저런 붓이 있다면...' 부러워 쳐다보고 있는데 그런 마량을 원님은 매몰차게 내쫒는다.

그 원님 인정머리도 없지. 구경하는 게 뭐가 그리 잘못이라고 내쫒기까지 하나 싶다.

 

쫓겨난 마량은 바위 틈에 숨어 훌쩍훌쩍 울다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하얀 수염을 한 할아버지가 나타나 마량에게 말한다.

" 얘야, 내가 붓을 줄 테니 좋은 그림을 그리거라" 하시며 마량에게 붓을 주시고 홀연히 사라지신다.

 

 

 

그토록 소원하던 붓을 가지게 된 마량은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즉시 바위에 수탉을 그려본다.

 

그랬더니 수탉이 살아서 움직이는 게다. 아! 이럴 수가.

  

할아버지가 주신 붓은 정말 신기한 붓이었다.

붓을 품에 품고 마을로 내려가던 마량은 배가 고파 울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자 신기한 붓을 이용하여 밥을 그려 준다.

 

 

 

그랬더니 짜잔!

 

 

 

아이들이 실컷 먹고도 남을 맛있는 밥이 되는 것이다.

(난 이 장면이 가장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

그토록 바라던 붓을 얻었는데 그게 바로 그리기만 하면 실제가 되는 신기한 붓이라니

이건 분명 하늘에서 마량에게 내려 준 축복의 선물이 아닐까!

하지만 마량이 신기한 붓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원님은 마량을 강제로 데려와 그림을 그려 보라고 명한다.

 

 

마량은 원님을 닮은 두꺼비를 그렸다.

그랬더니 두꺼비가 원님 면상에 폴짝 뛰어 올라 마량은 그만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하지만 마량에게는 신기한 붓이 있지 않던가? 

그리하여 문을 만들어 탈출을 시도하지만 욕심쟁이 원님에게 붙잡혀 붓도 빼앗기고 만다.

 

 

 

할아버지가 마량에게 붓을 주면서 좋은 그림을 그리라고 하셨지만

욕심쟁이 원님은 마량으로부터 갈취한 붓으로 자신의 탐욕을 채워 줄 금덩이부터 그린다. 그 결과는 어찌 되었을까?

 

 

 

푸하하하!!! 금 덩어리가 아니라 똥 덩어리가 되었다.

이걸로 승복할 원님이 절대 아니겠지? 악역은 철저하게 악역을 해야 제맛이 나는 법.

이번에는 돈나무에 재도전하신다. 하지만 결과는 또 다시 처참하다.

하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원님은 이번에는 자신이 아니라 마량을 시켜 그림을 그리도록 명한다.

불쌍한 마량은 자신이 그리고 싶지도 않은 황금산 그림을 원님이 시키는 대로 그리기 시작한다.

 

 

 

신기한 붓의 주인인 마량이 그리는 황금산은 진짜 황금산이 될까?

 

할아버지가 마량에게 신기한 붓을 준 건 다시 말해 마량에게 일종의 엄청난 능력이 주어진 거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 이런 엄청난 능력 내지는 절대 권력이 주어진다면

인간이 선할 수 있을까 아님 악의 축이 될 수 밖에 없을까 하는 명제는 이미 여러 작품들에서 다뤄지곤 하였다.

대표적으로 절대 반지를 다룬 <반지의 제왕>이라든지 아님 초능력을 가진 수퍼 히어로를 다룬 영화들을 들 수 있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퍼히어로 영화는 <스파이더맨>이다.

이 영화는 다른 수퍼 히어로 영화들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른 수퍼 히어로들은 아무런 갈등 없이 초능력을 선을 위해서 사용하는 반면에

스파이더맨의 피터는 초능력을 가진 것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 곳곳에 초능력을 가진 자로서의 번민과 갈등이 세세하게 표현되어서 그 점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찌질이였고 왕따이며 가정 형편도 어려운 피터도 그 엄청난 초능력을 이용하여 자신만을 위한 황금산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면 피터가 초능력을 가졌지만 그 때문에 자신이 아끼는 뭔가를 내어줘야 하는 현실의 비정함도 느끼게 된다.

그런 면들 때문에 다른 수퍼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영화보다 초능력을 가진 인간이 겪어 내는 갈등이 잘 표현된 <스파이더맨>이 훨씬 좋다.

 

이런 작품들이 결국 독자나 관람자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만약 나에게 신과 버금 가는 무한한 능력이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그걸 선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 라고 생각한다.

그 질문에 누구도 100% 자신 있게 " 네 " 라고 대답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나이고,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신기한 붓 같은 초능력, 무한 능력,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되면

결국 원님이나 그린고블린처럼 탐욕스런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절대 권력을 가지는 게 축복이기보다는 파멸로 이끄는 지름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림책에서는 마량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였기에

신기한 붓으로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초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피터처럼 치열한 갈등 후에 선을 선택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가치 있고,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을 보고 나서 아이들에게

" 여러분에게도 이런 신기한 붓이 있다면 무엇을 그릴 거예요?" 라고 물어보면 천편일률적으로

" 엄청난 돈이요." 라고 대답하는 일은 부디 없었으면 한다.

어린이의 대답은 어른들의 대답과는 달리 순수하고 다소 이상적이고 창의적인 말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아직 마량처럼 더렵혀지지 않고, 순전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량처럼 따뜻한 희망을 그리는 우리 어린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시작하더라도 가다 보면 자꾸 나쁜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렇기에 출발선만이라도 더 이상적인 곳에서 출발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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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1-2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엄마콩 2013-02-1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크리스마스 휴전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지음, 서애경 옮김, 게리 켈리 그림 / 사계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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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패트릭 루이스는 <그 집 이야기>를 통해 처음 만났고
또한 그 책이 전해 준 진한 감동으로 내 기억 속에 깊이 새겨져 버린 작가다.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그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크리스마스 휴전>이 바로 그 책이다.

이번엔 또 어떤 감동을 줄까 잔뜩 기대하며 첫 장을 넘겼다.

그림책의 시간적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다.
서부 전선을 사이에 두고 독일군과 영국군이 힘들고 지리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와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도 생각난다. 그건 독일인의 시점으로 바라 본 것으로 원하지도 않는 전쟁에 끌려나와서 헛되이 목숨을 잃는 독일 청년 병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다. 지금도 유명한 반전소설로, 레마르크는 이 소설로 인해 독일나치에 의해 자신의 소설이 모조리 불태워지는 등 핍박을 받아 망명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크리스마스 휴전>은 영국인의 시점에서 이야기 한다.
젊은 영국 청년 오웬은 신병 모집 포스터를 보고 군에 입대하게 된다.



그림작가 게리 켈리에 따르면,여기 보이는 이 포스터는 그 당시 영국에서 모병을 하기 위해 실제 붙였던 포스터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오웬처럼 많은 영국의 젊은이들이 이 포스터를 보고 전쟁터로 갔을 것이다. 아마 그 때에는 자신 앞에 얼마나 참혹하고 비통한 전장이 펼쳐질 지 상상도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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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웬은 서부전선으로 배치를 받는다.
그리고 가장 치열했던 그 전선에서 전쟁이 끔찍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벌레처러 몸을 말고 있어야 할만큼 작은데다 질척거리기만 하는 진흙 참호와 무인지대에서 풍겨오는 썩은 시체 냄새 그리고 언제 총알이 내 심장을 관통할지 모르는 그 두려움 속에서 오웬은 그래도 크리스마스 전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겠 지 하는 한 가닥의 희망으로 어두운 현실을 버텨낸다.

그러나...



이 그림책의 가장 뛰어난 점은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당시의 전쟁 상황을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가장 마지막의 그림은 두 다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는 좁은 참호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 오웬의 모습이다. 그런데 참호에서 죽는 병사들은 저 자세 그대로 죽는다. 죽어서까지 두 다리를 마음껏 펼 수 없다는 현실에서 얼마나 전쟁이 비참한 것인지 정말 새록새록 느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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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점점 가까워져 갈수록, 그 희망은 사그라져 가기만 할 뿐이다.
결국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지만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었고 결국 오웬은 고향이 아니라 참호 속에서 크리스마스 밤을 보내게 된다.
그 마음이 얼마나 심란했을지는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의 귓가에 조용한 밤을 비집고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귀 기울여 보니 고향에서 크리스마스만 되면 늘 듣곤하는 <고요한 밤>이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만 되면 모처럼 맞이하는 풍성한 식탁을 가운데 두고 온 가족이 부르곤 했던 그 노래...

그 노래가 전선의 저 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독일군의 목소리로....

몸은 비록 고향에 가지 못하나 그 노래로 인해 마음만은 고향에 갈 수 있었던 오웬은 독일군의 노래가 끝나자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번엔 <저 들 밖에 한밤중에>라는 노래를...



왼쪽의 그림이 <고요한 밤 >을 부르고 있는 독일군의 모습이고 오른쪽의 그림이 <저 들 밖에 한밤중에>를 부르고 있는 오웬의 모습이다. 벌린 입 밖으로 나오는 입김까지 묘사되어 참으로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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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 지 모르는 전장에서
이번에는 서로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오고갔다.

날아든 총알은 서로를 적으로 만들 뿐이었지만 들려온 노래는 서로의 마음에
'모두 다 같이 전쟁을 끝내고 고향에 가고 싶어할 뿐인 사람'이란 생각을 심어주었다.

이윽고 독일 진영에서 깃발 하나가 올라와 펄럭인다.
"총을 쏘지 말라"는 그 깃발과 함께 독일군이 뚜벅뚜벅 영국군 진영으로 걸어온다.
무방비로 걸어오는 그들에게 영국군 역시도 발포를 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의 마음엔 이 순간만큼은 적이라는 개념이 모두 사라져 있기 때문이다.

독일군과 영국군이 아닌, 모두 같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으로 만나 그들은 악수를 하고 얼싸 안거나 우정의 표시로 군복의 단추를 교환한다.
그 시간 지구 위에서 가장 어둡고 참혹했던 곳에서 가장 진정한 크리스마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휴전은 짧게 끝났다.
바로 다음 날부터 전쟁은 다시 재개되었던 것이다.

오웬은 무인지대 너머에 있는 독일 진영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제 그의 눈에 보이는 독일 진영은 더 이상 쏘아 죽여야 할 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눈 앞에 펼쳐지는 건 다만 그토록 그리워하는 고향의 모습 뿐....



오웬의 눈 앞에 펼쳐지는 상상된 고향의 모습


게리 켈리는 그 그림의 구도를 이렇게 신병 모집 포스터를 볼 때의 그림과 똑같이 함으로써 오웬의 마음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해 준다.



또한 오웬이 군인이 되어 처음 총을 차고 있는 모습과 크리스마스 휴전이 끝나고 독일 진영을 바라보는 오웬의 모습 역시 똑같은 구도를 취함으로써 <크리스마스 휴전>으로 인해 얼마나 오웬이 달라져버렸는지 느끼게 한다. 일단 오웬은 더 이상 총을 잡지 않는다.
그리고 독일군을 보다 가깝게 볼 수 있는 망원경을 잡는다. 하지만 그 눈에서 우리는 이제 그 망원경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예감한다. 총을 든 오웬의 눈은 비정해 보이지만 망원경을 든 오웬의 눈은 그리움이 짙게 배인 눈이다. 같이 크리스마스 휴전을 나누었던 독일군을 향한 인간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망원경에 비친 독일군의 모습은 더 이상 적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웬 손의 저 망원경을 보다 가까이서 그들의 얼굴을, 모습을 느끼고 싶다는, 적이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서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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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정하고 참혹했던 전장에 있었지만 오웬의 마음은 이제 지옥을 보고 있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늘 돌아가고 싶었던 고향을 보았다. 오로지 적을 죽이기 위한 전쟁 기계에 불과했던 오웬은 이제 적이라 할망정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여 우정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이건 치열한 전쟁에서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결국 존 패트릭 루이스와 게리 켈리는 어떻게 이 기적이 가능하게 되었나를 보여주기 위해 이 그림책을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때의 서부전선만큼이나 나와 너를 나누고 서로 간의 적대가 커지고 있는 지금에 있어 우리가 정말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답은 간단하다. 그건 크리스마스 휴전 당시의 영국군과 독일군이 그러했듯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또 그가 어떤 나라 출신인지 따위는 과감히 던져 버리고 오로지 나와 같은 고향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가족을 그리워하며 같은 노래로 지난 날을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만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 평화는 <크리스마스 휴전>이 보여주듯이 꿈이 아니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기적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그냥 지어낸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있었던 실화라는 것이 더욱 확실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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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알을 찾아 - 방글라데시 땅별그림책 8
비쁘러다스 버루아 글, 하솀 칸 그림, 로이 알록 꾸마르 옮김 / 보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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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하다. 말의 알이라니? 말이 새끼를 낳지 알을 낳는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던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 책은 여러 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알려 주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 중의 하나이고, <말의 알을 찾아>는 방글라데시편이다.

 

말의 알이 있다고 생각하는 약간은 바보 같은 탄티라는 남자 어른의 성장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탄티에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뭐든지 다해 주고 싶은 아들이 한 명 있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말을 갖고 싶다고 떼를 쓰며 아버지가 아끼던 물건까지 던지는 등 망나니 짓을 하는 것을 보고도, 야단을 치기는커녕 말은 비싸서 못 사주지만 대신에 말의 알이라도 사주겠다면서 집을 나서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서 잠깐, 탄티의 행동을 되짚어 보자. 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그렇게 억지 떼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야단을 치기는 커녕 오히려 비싼 말 대신 말의 알을 찾아오겠다고 집을 나선다. 말의 알이 있다고 생각하는거나 아들의 떼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으로 봐서 2% 부족하거나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잘하는 것같아 보이지 않는다.  부모라는 역할이 무조건 자식의 말을 다 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하여튼 그렇게 시작된 아버지의 여행은 뜻밖에 여러 가지 재난을 만나게 되고, 그 재난을 통하여 아버지는 서서히 달라진다. 더 이상 어리석지도 않고, 아들의 떼를 야단칠 줄도 아는 현명한 아버지가 된다. 말의 알을 찾아 떠난 여행은 결국 아버지를 아버지답게 만든 성장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은 아버지의 여행 이야기가 마치 우리 나라의 <호랑이와 곶감>이야기와 흡사하다는 점이었다.  여러 나라에 비슷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조건 자식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는 것이 아님을 탄티는 분명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 덕분에 탄티의 아들 또한 바르게 자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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