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지는 독일이다.
전날, 일정 중 가장 좋은 숙소에서 머물게 되어 더 있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떠나야했다.
이날도 역시 아침 일찍 채비를 하여 숙소를 나왔다.
고성이 있는 하이델베르크를 둘러보고,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일정이 빡빡하였다.
하이델베르크.
베르크는 독일말로 "언덕" 이라는 뜻이란다. 해석하면 높은 언덕쯤 되겠다.
하이델베르크는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안 봐서 배경 지식이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영화를 꼭 챙겨봐야겠다.
하이텔베르크는 학문의 도시답게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스카프나 점퍼 차림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로 봐서 날씨가 쌀쌀한 듯하였다.
독일도 오스트리아와 마찬가지로 낮은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아기자기하였다.
어디서나 카메라를 들여대도 화보처럼 사진이 찍혔다.
좀 걸어가니 네콰르 강과 다리가 보였다.
석회물질이 많아서 강물 빛깔이 희멀겋다.
석회물질이 많아서 물값이 비싸다고 한다.
다른 곳은 1유로에 물을 살 수 있었는데 독일은 3. 5유로로 최고로 비쌌다. 스위스보다 비쌌다. 맥주값이 오히려 저렴하다고.
다리는 칸트가 지나다녔다는 아주 유명한 다리라고 한다. 이름이 칼 테오도어 다리란다.
칸트가 매일 일정한 시각에 산책하여 칸트를 보고 마을 사람들이 시각을 알았다는 유명한 일화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 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독일에서 칸트 같은 철학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는 해가 좋아서 바깥에 나가 즐기는데
독일은 날이 항상 우중충하니 집안에서 책 보거나 사색을 할 수밖에.
우리가 간 날은 정말 보기 드물게 쾌청하여 하이델베르크의 멋진 모습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진짜 날씨운이 좋은 팀이었다.
강과 다리, 빨간 지붕의 주택들이 어울려 정말 아름다웠다.
강 건너편 대주택들은 예로부터 부자들의 별장이라고 한다.
칼 테오도어 다리 앞에 원숭이 동상이 있는데 원숭이가 들고 있는 원반을 만지면 소원이 이f뤄진단다.
조각 안에 쏙 들어가 사진도 찍고 소원도 빌었다.
옆에 쥐 두 마리 조각이 있는 걸로 보면 고양이 같아 보이는데 원숭이라니.
다리 밑에서 올려다보니 높은 곳에 고성이 있었다.
거기까지 올라가서 둘러보는 것은 선택관광이다.
인솔자가 선택 관광 여부를 물어봤다.
26명 모두 선택관광을 찬성하여 다같이 후룬쿨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아래에서 보던 고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건물도, 정원도, 내려다뵈는 풍경도 참말로 멋졌다.
광장 같은 곳에 들어서면 커다란 세 덩어리의 건물이 보이는데 만들어진 시기가 각각 다르다고 하였다.
이 곳에서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이 가장 많이 연주된다고 한다.
고성에 울려퍼지는 음악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프랑스와의 전투로 인해 부서진 고성을 그대로 놔둔 것도 있다. 그것 또한 역사의 한 현장이니까 의미 있다 싶다.
이탈리아에서 대리석 건물만 잔뜩 보다가 빨간 벽돌로 지은 성을 보니 색달랐다.
왕비를 진짜 사랑하여 왕비 생일날을 맞이하여 하루만에 완성하였다는 문도 있었다.
그 문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통과하면 영원히 사랑하게 된다고 한다.
그 문을 통과하니 중세를 대표하는 기사 조각이 보였다.
이탈리아에서 보던 칠등신, 팔등신 조각상은 아니었다. 한 5등신 정도?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까 서 있던 칼 테오도어 다리며, 네콰르 강, 주택들이 숲과 어우러져 장관이었다.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서 고성을 올려다보고만 갔었더라면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했겠지 싶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어마어마한 포도주 저장 창고가 있는 곳이다.
정말 커서 카메라 앵글에 담기질 않았다.
저장 창고를 지키는 난장이가 있었다고 한다.
내려올 때는 후룬쿨라를 안 타고 다른 길로 해서 걸어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독일이 낳은 명품 쌍둥이칼을 파는 면세점에 갔다.
인덕션을 사고 싶었지만 참았다.
한국과 비교하면 거의 가격이 절반이라서 살 걸 그랬나 후회했다.
마침 우리 집 주방용 가위가 고장나서 의료용 가위처럼 소리 없이 닭뼈까지 잘린다는 쌍둥이 가위를 사왔다.
가격이 좀 나가긴 해도 평생 사용한다고 하니 믿고 샀다.
결혼할 때 산 쌍둥이칼도 지금까지 한번도 안 갈고 잘 사용하고 있어서 제품의 질은 믿을만하다.
코털깎이도 참 괜찮아 보였다. 남편 하나 사줄까 하다 관뒀다.
면세점 쇼핑까지 마치고나니 진짜 끝이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인천공항과 비교하면 정말 썰렁했다.
구경할 것도 살 것도 없었다.
딸 반 아이들 줄 초콜릿만 샀다.
짐 엑스레이 검사할 때 삐삐 울려서 재검사를 받았다.
배낭에 화장품 파우치를 넣은 것 때문이었다.
검사원이 배낭을 다 열어 액체 화장품을 몽땅 담아서 다시 엑스레이를 통과시켰다.
나의 불찰이었다.
그래도 뺏기지 않고 돌려받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지난 번 중국 갈 때는 100ml 선크림이 들어있어서 뺏겼었는데...
한국에 타고 갈 비행기는 이번에는 대한항공이었다.
에어 프랑스보다 좌석 공간이 넓고 서비스도 더 좋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더 기쁜 것은 비행 시간이 2시간 정도 적게 걸린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활주로 이용이 밀려서 1시간 정도 늦게 이륙을 했다.
에어 프랑스는 남승무원들이 많았은데
대한항공은 여전히 여승무원들이 많았다.
서비스는 역시 좋았다.
엔터테인먼트가 안 되어 몇 번이나 사과방송을 하고,
착륙하자 사과의 의미로 항공 상품권을 줬다.
집에 도착하여 아들과 남편에게 각 여행지에서 산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걸 보니 행복했다.
며칠 시차 때문에 적응을 못 해 고생하였다.
며칠 동안 유럽에서 찍은 사진만 들여다 보는 후유증도 앓았다.
10일 동안 남이 해 준 밥 편안하게 먹다가
온갖 밀린 집안 일들 하자니 힘들었다.
영화 <폼페이>를 보며 폼페이를 추억해봤고,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며 파리를 떠올려봤다.
아직 못 본 <냉정과 열정 사이><황태자의 첫사랑>도 꼭 볼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소중한 추억을 글로 남겨 놓으려고 했건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어찌 되었건 마지막 여행지까지 기록했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쉽게도 그동안 기억에서 사라진 것들도 있다.
마지막 숙소에다 매직기를 놔두고 와서 우여곡절 끝에
지금 한창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는 중이다.
무사히 도착해야 할 텐데....
딸에게 서유럽 여행 동영상 제작을 과제로 내줬건만
감감무소식이다.
언제나 여행이 그렇듯이
삶의 고비마다
좋은 위로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