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와집의 오래된 소원 - 여덟 살에 처음 만나는 6.25 전쟁 이야기
이규희 글, 김종민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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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6.25전쟁 관련 책을 읽어주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외에 이 그림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다.

얼른 주문을 넣었고, 책이 도착하자마자 펼쳐서 읽었다.

큰 기와집이 화자가 되어 그 집에 있었던 일들을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해준다.

때로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절제하먼서 말이다.

 

기와집은 6.25전쟁 당시 서울에 살았던 미루와 정아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들려준다.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지주였다는 이유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 할아버지는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만다.

영어를 가르쳤던 아버지는 인민군에게 발각되는 날이 바로 제삿날이 되기 때문에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숨어지내다가 탈출을 하였지만 그 후로 생사를 모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잃은 미루 가족은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을 간다.

혼자 남은 기와집은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전쟁이 끝난 후, 미루와 정아 가족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 아름답던 기와집은 예전 모습이 아니다.

전쟁이 지나간 자리는 단아하고 고왔던 기와집에도 여러 상처를 남겼지만

미루와 정아에게도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미루와 정아는 아직도 생사를 알지 못한 아버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전쟁이 끝났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미루와 정아가 겪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아직도 많고,

우리나라는 허리가 잘린 채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마지막 분단 국가이다.

하지만 점점 더 6.25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통일에 대한 염원도 희미해지는 듯하여 안타깝다.

 

엊그제 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 학생들이 등교를 하면서

읽은 편지의 한 문구가 마음을 울린다.

"진짜 죽을 때는 잊혀질 때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은 나날들이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6.25도 세월호도 잊지 않아야겠다.

그 일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해야겠다.

그 일로 지금까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떠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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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2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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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4 1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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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교시 집중 독서를 15분 한 다음, 아래 책을 읽어줬다.

글씨 없는 그림책이다.

그림만으로 아주  명료하게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 깨닫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왜?

왜? 전쟁이 일어나는 걸까?

평화가 좋은 줄 알면서도 왜 전쟁이 일어나는 걸까?

 

개구리 한 마리가 들판 커다란 바위에 앉아 향긋한 꽃향기를 맡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뒷표지를 돌려 보면 앞표지와는 다르게 폐허가 되어버린 들판이 나온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맞다. 이 평화롭던 들판에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왜 전쟁이 일어난 것일까?

한가로이 꽃향기를 맡고 있던 개구리 옆으로 들쥐 한 마리가 우산으로 땅을 뚫고 나온다.

들쥐는 개구리에게 다가오더니 꽃을 갈취한다.

들쥐는 개구리가 앉아 있던 바위를 차지하고, 심지어 개구리에게 벌을 준다.

갑작스럽게 침략을 당한 개구리는 엄마, 아빠를 불러와서 못된 들쥐를 혼내주고 들판에서 내쫓는다.

하지만 들쥐는 물러서지 않는다.

점덤 더 강한 무기들을 만들어 서로를 공격하는 개구리와 들쥐들.

 

꽃 한 송이 때문에 이 평화롭던 들판에 전쟁이 일어나고

아름답던 들판은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개구리와 들쥐 무리들은 부상당하거나 목숨을 잃는다.

 

글씨 없는 이 그림책을 읽어주자

서로 이 책을 골라가겠다고 교실에 말없는 전쟁이 일어난다.

 

집에서도

교실에서도

회사에서도

나라에서도

세계에서도

수많은 다툼과 전쟁들이 일어나곤 한다.

심지어 내 속에서는 소리 없는 전쟁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전 거창고등학교 전성은 교장은 학교 교육은 평화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더 공감이 되는 말이다.

어제만 해도 5학년 독서부 마지막 수업을 하는데

두 아이가 교실에 오자마자 주먹질, 발길질을 하며 싸운다.

바로 코 앞에 내가 있어도 멈추려 들지 않는다.

매번 올 때마다 빈정거림과 욕설이 오고가던 두 아이는 어제는 날이 더워서인지 오자마자 한바탕 싸워댄 것이다.

지난 번 동아리 시간에도 계속 빈정대고 서로에게 폭언을 해서

난상 토론을 시켜 봤다.

하지만  전혀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서로 인신공격만 했다.

둘을 보고 있노라면 평행선 같다.

그림책의 개구리와 들쥐 같다.

만약 두 아이가 내 반 아이들이라면 난 이 아이들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서로 친구는 되지 못하더라도

인신 공격, 폭언, 폭력 등이 오가지 않도록 지도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두 아이 말을 들어보니

그냥 싫단다. 이유가 없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나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님을 암만 말해도 소용이 없다.

책 읽는 아이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도 서로 남탓만 한다.

저학년에서는 친구 관계가 이렇게 틀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고학년은 장난이 아니다.

노골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데 정말 무섭다.

교실에 자신을 무지 괴롭히고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손치면

정말 학교 오기 싫을 듯하다.

아이들도 이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 속에서 살고 있다.

성적, 교우 관계, 외모, 경쟁, 폭력 기타 등등 무엇이 도화선이 되어 전쟁을 촉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이해, 즉 사랑을 천명으로 알고 그게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독서부 두 아이를 보면서 우린 그런 면에서 실패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두 아이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는 것뿐이었다.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아이들조차도

배려, 이해는 그냥 글자일 뿐이지 내 삶에 일부가 아닌 것이다.

 

그림책으로 돌아가서 가정을 해 본다.

개구리가 들쥐에게 꽃을 양보하였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들쥐가 공손한 태도로 개구리에게 꽃을 달라고 사정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전쟁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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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4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4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38
이동진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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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나 팝송을 즐겨 부르고 좋아하던 내가

동요도 이렇게 근사할 수 있구나! 깨닫게 해 준 동요가 있다.

"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바로 <노을>이라는 동요다.

이 동요를 처음 듣던 순간,

'와! 진짜 낭만적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작은 언니와 함께 이 노래 가사를 연습장에 받아 적어 외어 부르곤 하였다.

이 동요가 1984년에 나왔다고 하니 그 땐 난 이미 동요를 즐겨 부를 나이는 아니었는데(언니는 이미 고등학생이었다)

얼마나 이 동요가 마음에 와 닿았으면 언니와 함께 날마다 불렀을까!

그림책이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동요 또한 세대를 아울러서 함께 부르고 즐겨 들을 수 있는 노래임을 이 동요가 입증해 주는 게 아닐까!

근래에는  노을과 같은 국민 동요가 드물어서- 아니 어쩌면 내가 관심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서도-

입가에서 중얼거려지는 동요가 없다는 게 좀 씁쓸하다.

아이들의 입에서도 동요보다는 가요가 더 많이 흘러나온다는 현실도 안타깝고 말이다.

이번에 이 동요를 모티프로 해서 그림책이 나왔다고 해서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노래를 처음 듣던 그 감흥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그림책은 노래의 느낌과 어울리게 수채화로 표현되어 있다.

노래 가사를 쓴 이동진 작가가 노래의 배경이 되었음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아버지 저녁 드시러 오세요"라는 말을 전하러 떠난 세 남매가

아름다운 노을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노래의 배경이 된 평택의 노을이 그렇게 아름다웠다니.....

작가와 세 아이가 마주한

" 하늘에 숯불을 쏟아부은 듯 빠알간 노을"을 나도 한번 보고 싶다.

이런 멋진 자연 경관을 보게 되면 저절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림책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장면은 장독대와 감나무, 여러 가지 들꽃이 그려진 바로 이 장면이다.

지금은 한창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지만(오후에 큰 우박이 내리긴 하였지만서도 오전 내내 더웠다.)

울긋불긋 곱게 옷을 갈아입은 나뭇잎이며 수줍은 들국화의 모습을 보니 벌써 가을이 그립다.

이 장면이 내 눈을 오래 사로잡았다.

나이가 들수록 가을이 좋아지는데

가을의 한 자락을 아름답게 표현해 준 이 장면이 참 좋다.

아마 가을 한복판에서 이 장면을 마주하였더라면 더 감흥이 깊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이 그림책을 보면서 특히 눈을 사로잡은 것 중의 하나가 남보라색을 많이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아이를 업은 포대기 색깔

거북이 등 같은 산의 색깔

커다란 느티나무의 등줄기 색깔까지 모두 남보라색을 사용한 것이 특이했다.

나무 줄기하면 당연히 밤색 또는 갈색이 연상되는데 남보라색을 사용하니 어쩐지 신비롭다고 할까! 

무더워지는 여름 길목에서 가을을 만나는 기분도 나름 좋았다.

 

30여 년을 단숨에 거슬러 올라가

그 때 언니와 함께 매일 부르던 이 노래를 다시 한번 불러보니

어느덧 수퍼남매가 따라 부른다.

30여 년이 지났지만 누구나 들으면 따라부르고 싶어지는 그런 노래임에 틀림 없다.

 

이 노래를 시작으로 창작 동요제가 큰 인기를 끌면서

훌륭한 동요들이 많이 나왔고  몇년 동안 창작 동요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도 일부러 창작 동요제 수상곡 테이프를 구매하여

일일이 따라 부르곤 하였는데 지금은 창작동요제를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른다.

아마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노을이라는 동요만큼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는 그런 동요가 나오지 않는 탓도 있다 싶다.

이 그림책을 기점으로 하여 다시 동요 전성 시대가 도래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 아름다운 동요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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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바다를 훔쳐 갔지? 푸른숲 새싹 도서관 14
안드레아 라이트메이어 글.그림, 박성원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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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면 가득 찬 빨간 머리 아이가 정말 인상적이다.

<빨간머리 앤>을 연상시킨다.

염색이 아닌 진짜 빨간 머리는 본 적이 없어서 가까이서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빨간 머리를 설정한 것은 아마 "호기심"때문이 아닐까 싶다.

빨간 머리 앤이야말로 호기심 대장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다음 넓게 펼쳐진 해변가가 눈을 사로잡는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들어가는 것은 싫어하는데 보는 것은 참말로 좋다.

아이들은 바다만 있으면 하루 종일 놀 수 있을 만큼 바다는 자연 놀이터이다.

모든 자연이 그렇듯이 말이다.

 

해변에 나온 아이는 어리둥절하다.

어제 분명 바다에서 신 나게 놀았는데

오늘 해변에 와 보니 바다가 사라진 것이다.

누가 바다를 훔쳐 간 걸까?

아! 아이들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갯벌에서 처음 놀아본 아이는 이런 질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다.

어른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도

아이 입장에서는 이렇게 질문이 생길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이들은 의외로 이런 것에 대답을 잘 못하곤 한다.

너무 정답만을 배워 온 탓이 크다.

가령 왜 바닷물이 짜지? 왜 그럴까? 라고 질문을 던지면

굉장히 당황스러워 하면서 시원스레 답을 하지 못 한다.

안다고 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닐 때가 참 많다.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이 아이처럼

처음부터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자기가 직접 답을 찾아나서서

해답을 얻는 경우에는 평생 지식이 될 수 있을 테지만

쉽게 얻은 해답은 금방 기억에서 잊혀진다.

 

아이는 빨간 머리(?)답게 고집스럽게 바다를 훔쳐간 그 장본인을 찾으러 저 멀리까지 가 본다.

걸어가면서 만나는 생물들마다 누가 바다를 훔쳐 간 건지 물어보지만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 한다.

그런데

등대를 지키는 할아버지가 그 대답을 알려준다.

과연 누가 바다를 훔쳐갔을까!

 

그림책은 공부는"내적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주고 있다.

우리 나라 아이들에게 과연 지적 호기심이 남아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아주 어릴 때부터 너무 과잉된 선행학습 때문에 지적 호기심이 고갈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길 수는 없다.

이 아이처럼 처음 대하는 것일 때 호기심이 발동한다.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났을 때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 아이들은

스스로 호기심이 생기기도 전에 외부에서 지식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와서

마치 자신이 아는 것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정작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 답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깨달은 지식이 아니라 외부에서 얻은 단편적인 지식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아이들이 외국 아이들에 비해 창의성과 토론 능력이 약하나 것도

이에 기반한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에게 내적 지적 호기심을 돌려주자.

그럴려면 아이들을 자연에서 마음껏 놀게 해야 한다.

이 빨간 머리 아이처럼 말이다.

놀면서 아이는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될 것이며

스스로 그 답을 찾으러 모험을 떠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깨달은 지식이야말로 산 지식이 아닐까 싶다.

이제 우리 아이들-나도 물론이고-은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

단순히 학생 때만 공부를 해서는 미래 사회에서 살 수 없다.

그렇기에 내적 지적 호기심이야말로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내 안에서 솟아나게 하는 것.

그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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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이야기, 들어볼래? - 책 만드는 사람 일과 사람 17
곰곰 글, 전진경 그림 / 사계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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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은 세계 책, 저작권의 날이다.

인류가 만든 가장 소중하고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바로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이 없었다면 인류의 지혜를 우리가 어떻게 공유할 수 있었을까!

 

책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떨까!

이런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편집자인 혜지 씨의 동선을 따라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보여준다.

먼저 편집자란 책에 대한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사람을 말한다.

어린이들은 작가와 헷갈릴 수 있는데 작가는 글과 그림을 맡는 사람이고,

편집자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지휘하는 사람이다. 글과 그림을 검토하고 오자를 수정하기도 한다.

편집자도 직업병이 있는데

길거리를 가다가 틀린 글씨를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그건 나도 그렇다.

 

출판사에서 무슨 책을 만들 것인지 기획이 나오면

그 기획서를 만들어 마땅한 작가를 섭외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작가마다 색깔이 달라서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는데

이번에는 사계절 출판사의 <일과 사람 >시리즈에서 "한의사"를 기획 중이므로

거기에 어울리는 작가를 물색한다.

작가가 기획서를 오케이하면 함께 취재를 한다.

한의사가 하는 일을 요모조모 살펴본다.

몸 안에 우주가 있다는 한의학은 한자도 많고, 어렵다고 투덜대는 혜지 씨지만

책을 위해서라면 직접 환자가 되어보기도 한다.

취재만으로도 부족하기에 도서관에 가서 해당 자료를 샅샅이 살펴 본다.

 

그림작가의 그림이 들어온 날,

그림을 꼼꼼히 검토하고 수정할 부분을 알려준다.

그림 작가의 그림을 그대로 책으로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이걸 모두 컴퓨터 파일로 다시 작업을 하는데

원화의 색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여러 번의 작업을 거친다.

 

글과 그림이 알맞게 들어가게 배치를 하고

책 같이 한 번 묶어보는 작업을 한다.

그렇게 해야 오류가 보인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검토, 수정에 들어가고나서

디자이너에게 옮겨간다.

 

책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제목을 선정하고, 인쇄소에 맡긴다.

아이들과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인쇄소 견학을 간 적이 있다.

인쇄소는 여러 가지 장비들이 많아서 구경하기가 힘든데 마침 기회가 닿아서 볼 수 있었다.

물론 혜지 씨같은 편집자들은 마르도 닳도록 드나드는 곳이겠지만서도.

노랑, 빨강, 파랑, 초록의 원색이 가득한 인쇄소에서 책이 찍혀져 나오는 게 신기하였다.

수만가지 색이 있을 줄 알았는데...

프린터 잉크 처럼 기본 색만 있어서 거기서 조절을 해서 여러 가지 색이 나오는 거였다.

책 안쪽을 보면 "초판, 1쇄 " 이런 말들이 적혀 있다.

책을 한 번 찍어내면 보통 2000부를 찍어내는데 그걸 1쇄라고 한단다.

초판 1쇄만 수집하는 분도 있다고 들었다.

몇 년 전 <길벗어린이>출판사에서 <강아지똥> 초판 1쇄를 찾았던 적이 있다.

길벗어린이에서 나온 어린이책 모두를 사은품으로 주는 행사여서 나도 열심히 찾아봤지만 찾질 못했다.

그만큼 많이 팔려나간 책의 초판 1쇄는 가치가 높다는 것이지.

그렇게 여러 번을 찍다보면 아무래도 판이 닳아서 판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즉 1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들은 판이 여러 번 바뀔 수밖에 없다.

초판으로 끝나는 책들도 부지기수라고 들었다. 요즘 출판 시장이 어려우니깐.

 

우리가 인쇄소에 갔을 때는 그림책을 찍어내고 있었는데

그림책은 보통 4쪽을 한꺼번에 찍기 때문에 그림책 쪽수를 가만히 살펴보면

4의 배수로 끝난다.

보통이 32쪽, 36쪽, 40쪽 이렇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 인쇄소 견학 갔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쇄소에 넘어간 책이 나오면 그때부턴 영업부가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서점에 홍보도 해야 하고 독자들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광고를 해야 한다.

독자는 온오프 라인 서점에서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수많은 과정을 거쳐 나온 책, 소중히 봐야겠다.

출판시장이 조금이라도 경기가 나아지도록 책 구매도 꾸준히 하고 말이다.

부록에는 알찬 정보들이 가득 들어있다.

글자가 만들어진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책의 역사까지.

 

4월 23일 세계 책, 저작권의 날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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