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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깜언 ㅣ 창비청소년문학 64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5년 2월
평점 :
<모두 깜언> 이라는 제목을 보고 얼굴이 까만 다문화 아이의 이야기인 줄 오해하였다.
물론 이야기 속에 다문화 아이가 나오긴 하지만 그게 주는 아니다.
<괭이부리말>를 쓴 김중미 작가가 쓴 <모두 깜언>의 깜언은
베트남 말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모두, 고맙습니다 "로 해석하면 되겠다.
<괭이부리말>을 읽었던 게 꽤 오래 전인데 좋은 작품으로 남아 있다.
이번 작품도 매우 가슴 시리고 감동적이고 생각 거리가 많아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괭이부리말>이 인천에 사는 초등학생의 힘들고 고달픈 그렇지만 따뜻한 이야기였다면
<모두 깜언>은 강화도에 사는 중3 아이들의 성장통을 오롯이 담아낸 또 하나의 걸작이다.
청소년 소설이라 훨씬 더 깊이가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강화도 살문리에 사는 중3 유정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유정이는 선천적으로 언청이로 태어난다.
언청이는 의학적 용어로 " 구순구개열" 이라고 한다.
아빠는 유정이가 태어나자마자 일찌감치 집을 나가 교통 사고로 돌아가셨고,
아빠의 온갖 구박에 시달리다 젖먹이 유정이를 놔두고 나간 엄마는 재혼했다고 한다.
유정이는 이렇게 남겨져
강화도에서 할머니, 작은 아빠, 베트남 사람인 작은 엄마, 작은 아빠 내외가 낳은 두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부모 대신 유정이를 길러준 까칠한 할머니,
조카를 자기 자식같이 보살펴 주며 오리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작은아빠,
베트남에서 시집 온 얼굴 만큼 마음도 따뜻한 작은 엄마,
학교에서 다문화라고 놀림 받지만 유정이 말에 금세 풀리는 개구쟁이 두 동생
그리고 자연과 동물들.
그 속에서 유정이는 하루하루 고민하고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유정이로 말할 것 같으면 평소 말수 적고 곰살 맞진 않지만 공부도 잘하고, 똑부러진다.
언청이 즉 구순구개열 때문에 힘든 수술도 하고, 외모 때문에 가끔 주눅 들고,
뜻하지 않게 긴장하면 발음이 새어 주위의 비웃음을 받기도 하지만
언제나 당당한 유정이가 참 멋져 보인다.
유정이와 함께하는 세 친구가 나오는데
유정이를 짝사랑하는 힘센 일꾼 광수
유정이가 좋아하는 엄친아 신부 아들 우주
유정이의 베스트 프렌드 지희가 그들이다.
강화도는 여러 번 간 적이 있어서 읽는 내내 정겨웠다.
유정이가 학교까지 가는 길,
유정, 광수, 우주가 앉아있던 느티나무
유정이가 다친 길양이를 끌어안고 달리던 길 등을
가만히 상상해 보며 천천히 읽었다.
작가는 유정이와 주변 인물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 시골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밀도 있게 보여주고 있다.
국제 결혼, 다문화 교육, 축산 농가 문제, 농가 일손 문제, 안전한 먹거리와 식량 문제, 아이들의 진로 문제 등등
시골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가 총망라되어 나온다.
그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작가의 말처럼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하기" 를 생각해 본다.
갈수록 도시와 시골의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식량 자급률 또한 현저히 낮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온 문제가 비단 농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각성할 필요가 있겠다.
함께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