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되었다.
엄청난 폭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살랑살랑 가을 바람이 책이 저절로 그립게 만드는 요즘이다.
부디 이 가을이 오래 가기를...
9월 첫날, 후배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하였다.
아끼고 마음도 잘 통하는 후배들이다.
본교에 부임하던 첫해에 교사독서모임을 했더랬다.
그때 함께 열심히 했던 후배 셋과 함께
독서모임을 만들어보자 제안했더니 모두 좋다고 하여 이번 달부터 모이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한 권의 책을 보기로 하였다.
돌아가면서 책을 한 권씩 선정하여
함께 읽고 나누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에는 우리 모임에서 나이순으로 셋째인(내가 제일 선배다. ㅎㅎㅎ)
그리고 지금은 휴직 중인 후배가 고른 책으로 하였다.
책 제목은 기시미 이치로의 " 행복해질 용기" 이다.
왜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부터 잠깐 들었다.
후배는 지금까지 살면서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거절을 잘 못했고,
거절을 못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이 책의 전작인 " 미움받을 용기"의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단다.
지금은 휴직 중인데 행복해지고 싶어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고 한다.
선정 이유를 들은 후, 한 명 씩 돌아가면서 밑줄 그은 부분을 차례차례 읽었다.
모든 사람이 밑줄 그은 부분도 있었고,
그 사람한테만 감동으로 다가온 부분도 있었다.
나와 휴직 중인 후배는 아들러의 입장에 많이 공감하는 편이었고,
나머지 두 명은 공감이 안 되었다는 비판을 내놨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책을 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 취향도 다르고, 아들러가 말한 라이프 스타일, 가치관,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난 개인적으로 아들러의 이론에서
-"미움받을 용기"에서도 나왔지만-
개인의 행동이 개인의 무의식 또는 트라우마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건 기존의 프로이드의 이론과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 이런 모습,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라이프 스타일(성격),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런 행동을 하고 싶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화가 나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화를 내고 싶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먹이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건 아들러의 이론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가 완전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들러의 이론에 다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강의 자유 의지로 말미암아 더 좋은 나, 더 행복한 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더 이상 과거의 나, 트라우마, 무의식에 핑계 대지 않고
지금 여기를 중요시하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 말에 공감한다.
가정환경 때문이야, 트라우마 때문이야, 내 성격이 원래 그래...
이런 식으로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
행복과는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렇담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
더 이상 과거에
닥쳐 오지 않은 미래에 마음을 빼앗기지 마라 고 아들러와 기시미 이치로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