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으로 시작했던 독서부는 중간에 한 명이 전학을 가서 6명으로 종강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시간에는 그동안 했던 활동 "책 읽고 보물 찾기"가 아니라
4학년 때 읽은 책 중에 베스트를 소개해 보라는 미션을 주었다.
요즘 4학년 아이들은 어떤 책들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서이다.
독서부에는 독서력이 좋은 아이도, 아직도 그림책이 좋은 아이도 끼어 있어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베스트를 소개하고 나서 수퍼남매 간식 주려고 사 놓은 유기농 과자를 하나씩 나눠 줬더니 엄청 좋아했다.
1학년이나 4학년이나 먹을 것에는 약한 순진한 아이들이다.
" 독서부, 내년에도 선생님이 독서부 한다면 신청할 거예요?" 물어보자 전원
" 네 " 한다. 눈치는 빨라가지고...잘못 말했다간 간식을 못 받으니.
" 그래, 고맙네. 안 온다고 안 해서...."
분명 책이 싫지만 가위바위보에 져서 온 아이도 있을 텐데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니 절반의 성공이다.
우리 반 아이들과는 달리
책이 낯선 아이들, 약간 3.5춘기인 4학년 아이들과 매번 2시간 블럭 타임으로 독서를 하는 게
나도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래저래 아이들 꼬드기고, 참아가면서 마무리를 잘한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운영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독서부 아이들이 뽑은 책을 소개해 보자.
이 책은 독서부에서 가장 힘들게 했던 아이가 뽑은 책이다.
매번 책보다는 놀이를 하려고 하고, 집중력이 짧아 30분 독서하는 걸 무지 힘들어하던 아이인데
시인 선생님이 추천해 준 책이라면서이 책을 소개해 줬다.
독서부에는 2명의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골라준 책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고 소개를 한다. 위기철 작가의 책이고, 워낙 유명한데 난 몇 장 읽고 끝까지는 못 읽었다. 좀 슬펐던 기억이 난다.
매번 <양파의 왕따 일기>만 읽겠다고 고집 부리던 아이가. 드디어 이번에 도서실에 신간이 들어와서 왕따 일기 2를 읽게 되었단다. 그리고 오늘 독서 시간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엄청 집중하여 이 책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칭찬을 많이 해 줬다. 아이들은 책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아직 자기와 궁합이 맞는 책을 만나지 못해 책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독서운동가들의 말을 증명해 주었다. 이 어린이가 이렇게 집중하여 읽을 정도라니 나도 얼른 읽어봐야지.
" 선생님 우실 지도 몰라요. " 한다.
" 그래? 나 잘 우는데....."
항상 힘들게 하던 아이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
작가가 장래 희망이라는 독서력이 아주 좋은 여자 어린이가 골라 준 책이다. 종이 책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감동적이라는 100자 평을 해 주었다. 매 시간 나도 모르는 책들을 도서실에서 빌려와서 차분히 읽고, 보물도 정말 잘 찾던 진정한 독서가이다.
왼손잡이인데도 나보다도 공기 실력이 뛰어나다.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는 그런 성실한 타입의 전형 어린이었다.
독서부들에게 쉬는 시간 동안 교실에 있는 놀잇감 가지고 좀 놀게 하는데 그 때 공기를 발견한 아이들이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어서 같이 했다. 초반에는 감이 안 와 엄청 헤매다가 나중에는 연속으로 5년씩을 잡아서 공동 1등을 했는데 그만 하나 잡기에서 다 까먹어서 꼴찌를 했다. 4학년 아이들이 제법 공기를 잘한다. 학년에서 공기 놀이가 유행인가 보다.바람직한 일이지.
독서부 남자 어린이 중에서 가장 독서력이 높은 아이가 추천해 준 책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그 유명한 책, 아직 나도 못 읽고 있는데. 장난꾸러기인데도 자기한테 맞는 책을 읽을 때면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던 아이이다.남자 아이들이 책에 빠지면 여자 아이들보다 더 깊고, 다양하게 읽는 것 같다. 이 어린이가 내년에 어떤 책들을 읽을지 무지 궁금하다. 공기도 엄청 잘한다. 이 아이는 빠지면 아주 파고들 타입이다.
독서부 아이들과 할리갈리도 했는데 어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설명한 게 완전 잘못이었다. 내일 다시 룰을 가르쳐주어야겠다. 할리갈리도 이 아이가 세세하게 설명을 해줘서 알게 되었다.
또 한 명의 자칭 독서가인 어린이가 추천해 준 책이다. 이미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여 엄청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장난꾸러기여서 나의 인내심을 매번 테스트하던 아이이다. 동화책 보라고 해도 지 맘대로 교실에 있는 그림책을 보고, 보물 찾아서 쓰라고 해도 안 쓰고 책만 보고....써 놓은 글씨만 지렁이 100마리가 꿈틀대서 뭐라고 쓴 지도 못 알아보겠고. 그 아이가 골라 준 책이다. 이 책은 내 책이라서 예전에 나도 읽었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은 좋은 책이다.우리 1학년 꼬맹이들 중에도 이 책을 읽은 아이가 있다.
아이들이 골라 준 책들을 보면 수준도 다양하고, 장르도 다양하다. 절반 정도는 벌써 부모님과 선생님이 채근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책을 골라 읽는 독서가가 되어 있는 상태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직 저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학년 이상을 담임하게 되면 벌써 독서력에서 많은 간극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개별지도하느냐가 관건이 될 성 싶다. 책을 좋아하고 나서는 계속 저학년 담임만 해서 중학년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있었는데 이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조금 감이 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먹을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ㅎㅎㅎ
특히 중학년은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자연스레 넘어가고, 좀 수준이 있는 책들도 어려워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부모와 교사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알아서 잘하는 아이들 같으면 별문제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준에 맞는 책들, 취향에 맞는 책들을 꾸준히 소개해 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자연스레 업그레이드가 되니깐 말이다.
하여튼 6명에 불과한데도 1학년 스트레이트 4시간 수업보다 더 힘들었던 독서부였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