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취재 현장! - 기자 일과 사람 18
신옥희 지음, 차재옥 그림 / 사계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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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의 <일과 사람>시리즈, 이번에는 기자 편이 나왔다. 한 때 나도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고3때 <인간 시장>이라는 미니 시리즈를 열중해서 보던 때였다. 장총찬 이라는 기자가 진짜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멋있어 보이는 기자 내지 제대로 된 언론인을 묻는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주@@ 기자와 손@@ 아나운서, 해직된 이@@기자 정도.

우리 나라 최초의 한글 신문인 "독립 신문"을 발간하면서 신문의 역할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한다.
" 온 백성들의 뜻을 대신 알리고, 정부가 하는 일을 백성들에게 전하고, 백성의 형편을 정부에게 알릴 것이며, 나쁜 벼슬아치들을 고발하겠다."
그 힘든 일제 강점기에 나왔던 독립 신문도 이런 정신을 가지고 신문을 발간하였다고 하는데 오늘은 어떤가! 이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는 신문사와 신문 기자들이 얼마나 될까 의심스럽다. 나쁜 선입관일 수도 있지만 난 그 사람이 어떤 신문을 즐겨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치 성향 내지는 가치관을 대충 파악한다. 그만큼 신문은 한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신문을 만드는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느냐를 보여주고, 어떤 과정을 거쳐 신문이 제작되는지 등을 보여주는 인문 교양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 이 책을 보는 어린이들과 뭇사람들이 기자 정신이 어떤 것인지 다시 돌아보고, 어떤 눈으로 좋은 신문과 나쁜 신문을 구별해 내야 하는지도 깨닫게 해 준다. 신문을 만드는 것은 신문관계자이지만 옥석을 가려내는 것은 바로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말처럼 "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창문과 같다" 고 한다. 빨간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빨갛게 보이고, 파란 창문으로 보면 세상이 파랗게 보인다. 어떤 창문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독자이다. 지금처럼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거대한 자본과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할 때는 더욱 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 그림책은 사계절 신문 기자인 이기찬 기자의 24시간을 밀착 취재하여 기자가 하는 일에 대해 오목조목 보여주고 있다. 이기찬 기자의 하루는 새내기 김초롱 기자의 간밤 보고부터 시작된다.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 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렇게 말주머니를 넣어서 만화처럼 표현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줬다.

신문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신문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명칭들과 그 안내가 나와 있다. 몇 해 전부터 신문 가져오라고 준비물에 써 주면 애들이 신문 안 본다고 난처해한다. 이젠 신문을 가져오란 말을 아예 안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도 일간지 대신 주간지를 보는데 인터넷 발달 이후 일간지 소비가 확실히 줄었다.그림책으로나마 신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겠다.

이 장면에서 그림 작가의 섬세함을 발견하였다. 왼쪽편에 있는 편집장들의 모습을 보라. 커트 머리를 한 여자 분이 안경을 위로 올린 채 기사를 읽는 장면이다. 40을 전후하여 노안이 오면 책을 읽을 때 이런 자세를 취하는데 그런 것까지 잡아 내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책에는 이 장면 말고 여러 군데에서 섬세함을 발견할 수 있으니 그림까지 꼼꼼하게 보길 바란다.

이기찬 기자는 사회부 기자인데 사회의 사건과 사고를 취재하는 기자이다. 그밖에 정치부 기자, 편집부 기자, 문화부 기자 등등. 각각의 기자들이 하는 일을 세세히 알려준다.

이기찬 기자가 오늘 취재할 내용은 바로 " 핵은 이제 그만" 이다. 핵 발전소를 반대하는 행사를 하는데 그걸 취재해서 행사 기사와 핵 에너지에 대한 기사를 보고할 거란다.

<기사 쓸 때 이것만은 꼭 지켜 줘!>
1. 보고 들은 사실을 써야 해.
2.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모두 드러나게 써야 해.
3. 정해진 양만큼 써야 해.
4. 꼭 마감 시간 안에 써야 해.
5. 짧고, 쉽고, 정확하게 써야 해.

기자라면 이 원칙들을 늘 기억하고, 실천해야 되겠지.

핵 반대 행사를 취재하다 급한 연락을 받은 이기찬 기자는 곧장 동물원으로 간다. 거기서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은 동물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더운 곳에서 사는 동물과 추운 곳에서 사는 동물들이 똑같은 우리에 있는 것을 보고 다음에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에 대해 기사를 써보겠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은 이기찬 기자가 하는 일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 문제와 동물 문제를 이렇게 다루고 있다. 독자는 이기찬 기자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레 핵과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자가 쓴 기사는 신문사에 보내져 여러 가지 과정을 거져 신문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의 기사, 한 부의 신문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땀방울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자! 이기찬 기자와 새내기 김초롱 기자가 쓴 기사가 신문에 어떻게 나왔나 확인해 보자.

똑같은 핵반대 행사 기사이지만 기자가 어떤 시각을 가지고 그 행사를 바라보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지에 따라 기사는 정말 많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계절 신문에는 이렇게 기사가 실렸지만 다른 신문사에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실려 있기도 하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그래서 독자의 몫이다. 핵도 그렇다. 한 쪽에서는 핵이 안전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핵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팽팽하게 대립한다. 가능하다면 여러 기사를 보고,비교하고,스스로 공부하여 제대로 된 진실을 아는 게 필요하겠다. 기존 언론을 믿지 못한 나머지 스스로 기자가 된 시민들도 종종 보게 된다.

일간지 기사 말고 지금은 다양해진 기사들을 접하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진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세상에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무리들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 왔다." 나라를 제 마음대로 하려는 정치인이나 사람들을 속여서 돈을 벌려고 하는 기업인, 그리고 제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들은 늘 있거든, 이 사람들은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을 막고 협박을 하기도 해. 기자들은 맞서 싸우다가 신문사에서 쫓겨나거나 몸을 다치거나 때로는 감옥에 갇히기도 했어" 언론 조작, 언론 플레이, 물 타기 등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그들의 입맛에 맞게 기사를 내보내곤 하였다. 그런 무리에 굴복하는 기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용감히 저항하는 기자들도 있다.

왜 기자들은 이렇게 위험을 각오하면서 진실을 알리려 하는 걸까?
" 우리 나라 헌법에 '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 고 쓰여 있어. 누구나 생각하고, 말하고 판단할 자유, 진실을 알고, 그것을 알릴 자유가 있다는 뜻이야, 그 자유를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기자야. 그런 기자를 지키는 사람이 독자인 우리들이지."

이것이 우리가 좋은 기자,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할 당위성이라고 생각한다. 애석하게도 첫머리에 제대로 된 기자가 몇 명 떠오르지 않는다고 썼다. 난 이 그림책을 현직 기자들,기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기자가 꿈인 어린이들,그리고 현명한 독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림 작가의 후기도 꼭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 취재를 거듭할수록 나는 좋은 기자들이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거짓이나 속임수보다 참말과 참뜻이 통하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거야, 목소리가 크고 힘이 센 사람뿐 아니라, 가진 것 없고 힘이 약한 사람들 이야기도 널리 전할 수 있겠지. "

2014년에는 기자 정신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기자들이 쓴 제대로 된 기사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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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0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남매맘 님도 좋은 기자넋으로
아름다운 글을 올해에 즐겁게 흩뿌려 주셔요~

수퍼남매맘 2014-01-08 17:25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 님도 이 책 리뷰 올리셨던데...
저는 기자는 아니지만 제가 속한 곳의 이야기들, 제가 읽은 책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할게요.
함께살기 님도 계속해서 아름다운 이야기들 많이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