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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 토끼의 친구 만드는 기계 ㅣ 푸른숲 새싹 도서관 30
에디트 슈라이버 비케 글, 카롤라 홀란트 그림, 김영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요즘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하여 완전 끌린다.
요즘 내가 좀 외롭다.
가족이 옆에 있어도 외롭다.
고양이 온이가 옆에서 가르랑대도 쓸쓸하다.
이 마음의 근원지가 무얼까? 들여다본다.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드" 때문이다.
거기서 초등학교 선후배가 오손도손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며
나도 예전에 저랬는데
저런 친구가 있었는데
왜 지금은 혼자지?
이런 질문이 머리 속에 맴돌고난 후부터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
직장에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사람 하나 없고,
동네 친구는 원래 예전부터 안 만드니 없고.
초중고대학 동기들은 각자 사느라 바빠 연락 안 한지 몇 년 째고...
교회 친구들도 이마저마 연락이 끊겼고.
(초중고는 이미 인연 끊긴 지 오래다. 고향이 지방인데다 오래 전 아예 서울로 이사온 후부터는 연락두절이다.
대학 친구는 몇 년 전부터 안 모인다. 대학 때는 매일 어울려 다녔는데)
가족만 있으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나이 들수록 친구가 필요하단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내가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옆지기 왈
" 당신 요즘 한가하고 마음이 편해서 그래" 한다.
그 말도 맞는 듯하다.
애들 한참 키울 때는 외로울 새가 없었는데...
만나자 하면 귀찮기만 하고 말이다.
애들이 어느 정도 크니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도 같다.
"가끔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에서 저자는 이렇게 절대 고독에 처해 봐야 한다고 하며
웬만한 인간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라고 조언하던데
난 오히려 깔끔하게 정리했더니 지금은 외롭다고 투덜대고 있다.
뭐가 맞는 것인지...
내가 정리했던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분명 생각이 통하지 않아 앉아 있는 시간이 곤욕스러울 게 뻔하면서도
왜 지금 그리워하고 있는지....
참 모순이다 싶다.
옆지기는 나보고 " 시민단체 같은 데 들어가라" 고 조언한다.
어느 정도 가치관이 맞는 사람과 만나야 이야기도 통하고 그러지 않겠냐고...
단순한 신변잡기 수다를 떠는 것은 나도 사양이다.
그런 면에서 독서모임이 딱 좋은데.
주변에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
이것도 핑계겠지만서도.
전에는 이런 갈증이 없었다.
지난 학교에서는 전교조 선생님들과 마음이 맞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학교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신변잡기 이야기로
충전을 했었고
또래 샘들과도 허심탄회 이야기 나누며 잘 지냈었다.
이번 학교에서도 2년 전까지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이런 외로움을 못 느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이런저런 의사소통 하며 갈증을 해소하였는데
작년부터는 독서모임도 흐지부지
동학년도 이심전심 통하는 사람이 없고
마음 둘 곳이 없다.
빨리 다른 학교로 옮기고 싶다.
리뷰 써야 하는데 구구절절 신세한탄부터 했네!
여기 나처럼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낀 토끼 한 마리가 있다.
그 동안 발명에 매진하느라 친구의 필요성을 못 느낀 발명왕 토끼는
어느 날 문득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며 그걸 함께 공감해 줄 친구가 필요하단 걸 깨닫게 된다.
발명왕답게 "친구 만드는 기계"를 만들 목표를 정한다.
기계를 통해 친구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그런 발명왕의 눈에 한 장면이 들어온다.
당근을 어렵게 뽑았는데 흙이 너무 많이 묻어 있어 고민하는 토끼이다.
발명왕은 그 토끼에게 싹싹 당근 세척기를 만들어 준다.
그 다음은 부활절 계란을 만드느라 여기저기 물감칠을 한 토끼가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도 친구 만드는 기계를 만드는 것을 뒤로 미루고
부활절 계란 칠하기 기계를 만들어 준다.
이런저런 도움이 필요한 토끼에게 적당한 기계를 만들어주다 보니
정작 친구 만드는 기계를 만들지 못했다.
어느새 발명왕의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말이다.
친구 없이 생일을 맞이해야 하나?
설마 그럴 리가....
이렇게 선행을 했는데?
그렇다.
쓸쓸히 생일을 맞이할 것 같았던 발명왕 토끼 집 앞에는
발명왕 토끼의 도움은 받은 토끼들이
생일 선물을 안고 와 있다.
굳이 친구 발명 기계는 만들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림책은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나도 "디어 마이 프렌드"의 희자와 정하 이모처럼 평생을 함께할 친구가 생기려나!
그래도 평생 친구 옆지기가 있어 좀 위로가 된다. ㅋㅋㅋ
일단 용기 내어 고등학교 때 가장 단짝이었던 친구한테
카톡을 하였더니
" 무슨 급한 일이야?" 라는 약간 서운한 대답이 돌아왔다.
수학 공부방을 하는 그 친구는 그 때가 한참 기말고사 기간이라 만날 수 없단다.
하여 방학 때 만나자고 하였다.
매번 방학 때 만나자 하곤 못 만났는데 (같은 서울인데 말이다.)
이번 여름방학 때는 꼭 만날 것이다.
음! 그리고 지난 학교에서 친하게 지낸 후배도- 언니언니 따르던 후배인데 내가 너무 무심했다.-
이번에는 꼭 만나기로 하자.
부모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다.
옆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떠나고나면 그리워한다.
"책" 이라는 소중한 친구를 얻은 대신 사람 친구는 잃어버렸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사람 친구도 소중히 여기도록 하자.
오늘의 교훈, " 있을 때 잘하자"
그림책 리뷰를 이렇게 길게 하다니...
내가 추구하는 친구 관계의 이상형은 " 책만 보는 바보" 에 나오는 그런 관계인데...
가능할까? 가능하겠지. 가능하도록 노력해야지. 지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