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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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중간에 멈췄다. 갑자기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무서워서 도무지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다들 읽어 보시라. 이 책에 비하면 미쓰다 신조의 공포 소설은 애들 장난이다.

 

책을 읽다 불현 듯 그런 생각이 스쳤다.

도대체 나는 얼마나 많은 비문과 오문을 쓰고 있는 걸까

 

그 생각이 드니 공포감에 젖어 도무지 읽어낼 자신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입시 시험 이후로 문법을 공부해 본 적이 없다.

한 열흘쯤 지나서야 용기를 내서 다시 도전했다.

그래, 맞을 매라면 맞아야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의 장르를 뭐라 불러야 할까?

문법 소설은 어떨지?

 

저자는 문법과 이야기를 교차로 진행시킨다. 굉장히 현명한 작법이다.

만일 문법에 대한 설명만 나왔다면 읽기 괴로웠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나오는 이야기엔 나름 반전도 있다. 완전 속았다.

공개할까도 싶었는데 다른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 비공개하기로.

 

적의를 보이는 것들

 

접미사 ‘-’, 조사 ‘-그리고 의존명사 , 접미사 ’-을 습관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는데 되도록 쓰지말라고.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있다는 동사이기도 하고 형용사이기도 하다. 동사일 때는 동작을, 형용사일 때는 상태를 나타낸다. ‘눈으로 덮여 있는 마을이란 문장에서 굳이 있는을 쓸 필요 없다. ‘눈으로 덮인 마을이라고 하면 된다.

 

술어에 ‘ -있었다라고 쓸 필요도 없다고 한다.

 

길 끝으로 작은 숲이 이어지고 있었다.

길 끝으로 작은 숲이 이어졌다.

 

‘- 관계에 있다도 마찬가지.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

가까웠다. (또는) 가까운 사이였다.

 

‘ -에게 있어’, ‘하는 데 있어’, ‘-함에 있어’, ‘-있음에 틀림없다도 습관적으로 잘못 쓰인다고.

그에게 있어 가족은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그에게 가족은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는 표현

 

‘-에 대한’, ‘-들 중 한 사람, -들 중 하나, -들 중 어떤

 

그녀는 전형적인 독일 여자들 중 한사람이었다.

그녀는 전형적인 독일 여자였다.

 

‘- 같은 경우’ ‘-에 의한’, ‘-으로 인한

 

‘-에는의 차이, ‘-‘-으로를 혼동하는 경우, ‘-‘-도 구분해 써야한다.

 

사역 문장의 오류. 너무 많이 쓰이는 지시대명사들. 잘못 쓰이는 었던‘-는가’, 시작할 수 없는 걸 시작하는 오류. 등등

 

읽다보면 내 문장은 정말로 이상한 것처럼 보인다. 한 문장도 못 쓸 만큼 벌벌 떨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라 김훈체네하는 인상을 받았다. 아니나다를까.

저자는 김훈의 <칼의 노래> 교정을 봤다. 책을 읽으면서 왜 김훈의 문장이 낭독에 좋은지 가설 하나를 얻었다.

 

저자에 따르면 김훈은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같은 접속 부사를 거의 안 쓴다고 한다.

접속사 안 써야 하는 거얌?’ 또한 주격 조사 ,도 거의 쓰지 않는다. 김훈은 또한 대명사를 거의 쓰지 않는다. 또한 주어 하나에 서술어 하나다. 서술어가 둘 이상일 땐 주어를 반복해서 쓴다.

 

김훈의 문장이 낭독에 좋은 이유는 문법에 정확한 문장이기 때문은 아닐지.

 

내가 이 책을 두려워한 만큼 저자는 김훈체를 읽는 것은 감당하기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라고 말한다. 교정자가 두려워하는 작가라니! 김훈은 어찌하여.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필사를 했을텐데. 아무래도 사서 아무 때나 읽어야겠다.

저자가 쓴 또 다른 책인 <동사의 맛> 역시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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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a 2016-04-04 1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관심이 가네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시이소오 2016-04-04 11:47   좋아요 2 | URL
소름돋는 책이죠 ^^

singri 2016-04-04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읽어야 될 책 ㅡ
김훈 책도 쌓여있으니 ㅜㅠ

시이소오 2016-04-04 12:15   좋아요 2 | URL
즐독 되시길^^

corcovado 2016-04-04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저에게 딱 필요한책 같습니다.조만간 질러야겠네요.소개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시이소오 2016-04-04 13:32   좋아요 1 | URL
저도 조만간 지를려구여 ^^

큐브 2016-04-04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4-04 14:34   좋아요 1 | URL
즐독하세여 ^^

eL 2016-04-04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접속사 안써야 하는거얌?˝ 저는 이번에도 여기서 웃었네요^^ㅋ 읽어보고 싶은 흥미로운 책이 또 늘어만 갑니다ㅜ

시이소오 2016-04-04 14:40   좋아요 2 | URL
이엘님을 웃기려 쓴 문장인데 통했군요 ㅋ ^^

가을벚꽃 2016-04-04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려고 벼르고 있는 중이였는데... 이글에 나온 지적들이 전부 제 글 이야기 같네요 ㅠㅠ 꼭 읽어봐야 겠어요^^

시이소오 2016-04-04 14:49   좋아요 1 | URL
저도 무서움이 좀 가셔서 구입해서 재독해야겠어요 ^^

samadhi(眞我) 2016-04-04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평소에 주장하는 문법적 오류가 나열돼 있네요. 제가 교정볼 때 까탈스럽게 따져드는 오류(?) 입니다. 거의 일본식이죠. 우리말은 쉽게 쓰는데 일어는 빙빙 돌려 말하지요. 이해하기 쉽게 쓴 문장이 진짜 좋은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관공서에서 자주 쓰는 말인데
무슨무슨 관계로 행사를 취소한다는 둥. 그런 말만 들으면 속이 터집니다.
또 누구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그냥 누가 말씀하시겠습니다. 그러면 되는데.

시이소오 2016-04-04 14:53   좋아요 1 | URL
사마디님도 교정보시는군요. 사마디님도 문법 소설 한 권 쓰시는건 어떨지요? 일단 저는 구매합니다^^

samadhi(眞我) 2016-04-04 14:53   좋아요 1 | URL
저는 그냥 취미로 하는 겁니다. ㅎㅎ 따져드는 걸 좋아해서. 실력도 몹시 딸리구요.

시이소오 2016-04-04 14:56   좋아요 1 | URL
취미로 교정을 보시다뉘! 취미로 수학의 정석 푸는거랑 비슷한거잖아요? 교정을 사랑하신다는 증거! 문법소설,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

samadhi(眞我) 2016-04-04 14:58   좋아요 1 | URL
에헤헤 고마운 제안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는 아는 것도 없는데 되게 아는 척 하는 게 문제랍니다. 일단 입 좀 다물고(?) 실력부터 갖추려 합니다.

시이소오 2016-04-04 15:20   좋아요 1 | URL
겸손의 말씀. `아직은 때가 아니야`라는 사고방식도 일종의 도피일 수 있다네요.
고민해보세용 ^^

samadhi(眞我) 2016-04-04 16:03   좋아요 2 | URL
제 게으름을 집어주시네요.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alummii 2016-04-04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사의 맛 이 별로 였어서 이 책에 애써 관심을 안두다가 평이 좋길래 구매해봅니다^^

시이소오 2016-04-04 17:53   좋아요 1 | URL
아, 동사의 맛은 맛이 없나보네요. 참고하겠습니다 ^^

cyrus 2016-04-04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괜히 읽었습니다. 어제 쓴 글을 고쳤는데 또 고치기 싫어졌어요. 엉터리 문장이 그대로 남아있으니 누군가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

시이소오 2016-04-04 18:36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도 전담 교정자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

cyrus 2016-04-04 18:42   좋아요 1 | URL
그런데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은 점이 있는 반면에 단점은 계속 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요. 제가 몇 년 전에 신문 칼럼 공모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활동에 참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퇴고를 도와주는 입장이었는데 글이 조금이라도 엉성하면 다시 고치라고 종용했습니다. 저 때문에 연속으로 퇴짜를 맞다가 드디어 칼럼이 선정된 분을 만났는데 퇴짜를 당하니까 무척 괴로웠다고 하더군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시이소오 2016-04-04 18:59   좋아요 1 | URL
ㅋㅋ 저는 스트레스 받아도 지적 당하고 싶어요^^

깊이에의강요 2016-04-05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법에 약한데...
문법소설(?)이라???
궁금하네요^^

시이소오 2016-04-05 15:34   좋아요 1 | URL
문법에 강한 분들은 지루할 수 있고 문법에 약한 분들은 무서울 수 있어요 ^^;

parkcourage 2016-10-07 0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에 들기 전에 겁이 잔뜩^^*

시이소오 2016-10-07 08:12   좋아요 1 | URL
용기를 내세요. 팍꾸하쥬님 ^^

[그장소] 2017-02-27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식하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지싶어 저도 모른척 외면을 ...ㅎㅎㅎ

시이소오 2017-02-27 08:08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이야 문법에 맞는 글을 쓰시잖아요. 저야말로 아무 글도 못쓸것 같아 외면하기로 ㅎㅎ

[그장소] 2017-02-27 10:05   좋아요 0 | URL
부끄러워 어딘가 숨고 싶어져요. ㅠㅠ

시이소오 2017-02-27 20:39   좋아요 1 | URL
숨어야 할 사람은 접니다 ㅎㅎ

[그장소] 2017-02-27 22:54   좋아요 0 | URL
아 ㅡ 우리 숨바꼭질 하면 되겠네요!^^ㅋㅋㅋ

시이소오 2017-02-27 22:57   좋아요 1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그럼 제가 숨겠습니다. 술래하세요 ^^

[그장소] 2017-02-28 02:1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술래인데 ㅡ 안찾아~^^ㅋㅋㅋ 계속 숨어있는 시이소오 님 ... 다리 쥐나죵? 쥐약 놓고 갑니당~~

시이소오 2017-02-28 08:02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찾아줘야죠. 숨어있다 심심해죽는줄 알았음돠 ㅋ

[그장소] 2017-02-28 10:29   좋아요 0 | URL
아유 ~ 심심할까봐 소금 놓고 갔는뎅~ 못 보셨군요!^^ㅋㅋㅋ

시이소오 2017-02-28 12:46   좋아요 1 | URL
못봤습니다. 봤더라도 짜기만 했겠죠 ㅎㅎ

[그장소] 2017-03-01 20:10   좋아요 0 | URL
고 것들끼리 짜니까 ... 술래가 맨날 진다 아닙니까~^^?

시이소오 2017-03-01 20:29   좋아요 1 | URL
짜다,를 그렇게 쓰실줄이야. 제가 졌습니다요. ㅎㅎ

졔졔 2017-08-2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보려고 했는데 사서읽어야겠네요

시이소오 2017-08-21 16:09   좋아요 0 | URL
저도 이책은 구매를 추천합니다. ^^
 
한나 아렌트의 말 - 정치적인 것에 대한 마지막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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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를 잘 모른다. 50년대, 60년대 활동했고 1975년에 작고한 사상가가 오늘날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 인문학 계열의 책을 읽다보면 한 번 쯤은 마주치게 되는 한나 아렌트. 이 책은 그녀의 네 번의 인터뷰를 담았다. 숄렘의 비판, 토니 쥬트의 비판, 한국 정치철학자 정화열 교수의 비판 등, 아렌트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이 책의 독서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나는 아렌트 편이다.

 

오늘날의 아렌트를 만든 건 무엇 때문일까? 여기서도 읽는다.

 

칸트를 읽었거든요. 왜 칸트를 읽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는데, 내 입장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왠지 이런 것 같아요. 내겐 그건 철학을 공부하거나 물에 몸을 던지거나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였다고요. 그렇다고 내가 목숨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앞서 말했듯 나한테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그녀는 10대 때, 칸트, 야스퍼스, 키르케고르를 읽었고, 그리스 시를 읽었다.

 

아렌트에 따르면 히틀러가 권력을 쥔 1933년에 유대인들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친구들의 전향이었다. 아렌트는 하이데거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연인 사이였던 하이데거의 전향은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리라.

 

나치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10년이 지난 1943년이 되어서야 알려졌다. 아렌트는 말한다. “이건 절대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에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출간된 이후 아렌트는 특히나 숄렘을 비롯한 유대인으로부터 유대인을 비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나 아렌트는 오해라고 주장한다.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다. “ 나는 내 친구들만 사랑했고, 내가 잘 알고 또 믿는 유일한 종류의 사랑은 개인을 향한 사랑입니다. 게다가 이 유대인들의 사랑, 나 자신이 유대인이기에, 나한테는 상당히 의심쩍은 것으로 보이고는 합니다.”

 

아렌트가 오늘날에도 계속 회자되는 이유는 아렌트의 63년 작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주장한 악의 평범성 the banality of evil’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나는 악의 평범성을 완전히 오해했다.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다.

 

오해 중 하나는 이거예요. 사람들은 평범한 것은 아주 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은......내가 말하려던 바는 그게 아니었어요. 나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아이히만이 있고, 우리 각자는 아이히만과 같은 측면을 갖고 있다는 말을 하려던 게 절대 아니에요. 내가 하려던 말은 오히려 그 반대예요!

 

아이히만은 완벽하게 지적이었지만 이 측면에서는 멍청했어요. 너무도 터무니없이 멍청한 사람이었어요. 내가 평범성이라는 말로 뜻하려던 게 바로 그거예요. 그 사람들 행동에 심오한 의미는 하나도 없어요. 악마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고요! 남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상상하길 꺼리는 단순한 심리만 있을 뿐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악의 평범성은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파생된다. 아이히만은 공무원이었다.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이 부당함을 알았지만 명령에 순응했다. 그는 행동을 멈추고 사유 하지 않았다. 그는 익명성뒤에 숨어 남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상상하길 꺼리는마음만 있었을 뿐이다.

 

오늘날 익명성 뒤에 숨어 남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상상하길 꺼리는 마음으로 우리는 일베현상을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부당한 명령인줄 알면서도 명령에 순응하는 공무원들을 떠올릴 수 있다. 틈만 나면 간첩 조작질, 댓글 알바짓, 민간인 사찰 짓거리를 일삼는 국정원 공무원을 잡아다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히면 어떨까.

 

또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숙고해볼 수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정화열 교수는 3 세계는 실제reality가 아니라 하나의 이데올로기다라는 아렌트의 주장 때문에 그녀를 비판한다. 아마도 그는 제 3 세계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그녀가 말하고자 한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와 남미는 실제로서 존재해요. 이 지역들을 유럽 그리고 미국과 비교해보면 그곳은 저개발 지역이라 말할 수 있고, 당신은 그 점 때문에 그게 이 나라들 사이의 중요한 공통분모라고 주장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그들이 공유하지 않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간과하고, 그들이 공유하는 게 다른 세계와 대비할 때에만 존재하는 차이점일 뿐이라는 사실을 놓치죠. 저개발이라는 아이디어를 중요한 요소로 보는 그런 관점은 유럽인과 미국인이 가진 편견이에요.......언제 한번 중국인을 붙잡고서 당신은 아프리카에 사는 반투족과 정확히 동일한 세계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말해보세요. 장담컨대 당신은 평생 본 중에 가장 경악하는 반응을 보게 될 거에요.”

 

아렌트가 3세계를 실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라 주장한 이유는 그것이 마치 오리엔탈리즘과 마찬가지로 미국인, 유럽인의 편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3 세계슬럼과도 비슷한 단어라고 할까. 아무도 자신이 사는 곳을 슬럼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가진자들이 보기에 슬럼일뿐.

 

한나 아렌트는 말했다.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예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아남았을까? 부정적인 사람들? 당연히 거의 죽었다. 시크릿 추종자들 마냥 긍정적인 사람들은? 예상과 달리 거의 죽었다. 그들은 자신이 긍정하는 세계가 자신의 눈앞에 당장 펼쳐지지 않자 인내할 수 없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긍정하는 사람들만 살아남았다.


무턱대고 현실을 긍정하는 삶의 자세, 부정적인 삶의 자세만큼이나 위험하다. 현재가 완전하다고? 지금이 당연하다고? 사유해야만 한다.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세계와 적대적이어야 한다. 적대적이라고 해서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다. 아이를 야단치는 게 아이가 커서 거지, 비렁뱅이, 한량, 범죄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인가?

 

바우만을 따라서 다시 한번 반복해볼까?

 

숨 쉬는 한, 나는 희망한다. Dum spiro spero”

 

 

밑줄 친 문장들

 

 

p61. fiat veritas, et pereat mundus (세계가 멸망한다 해도 진리가 말해지도록 하라)

 

p66. 개인적 경험없이 가능한 사유과정이 존재한다고는 믿지 않아요. 모든 사유는 뒤늦은 사유예요. , 어떤 문제나 사건을 사후에 숙고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p70. “인간성은 혼자 힘으로는 절대 획득되지 않으며, 누군가 자신의 작업을 대중에게 바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인간성은 자신의 삶과 존재 자체를 공공 영역으로 향하는 모험에 바친 사람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p76. 내가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남들에게 동조하는 것 많은 사람이 함께 행동하는 데 끼고 싶어 하는 것- 이 권력을 낳는다는 거예요.

 

그가 권력에서 특별한 쾌감을 얻었느냐고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전형적인 공무원이에요. 그런데 공무원은 공무원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일 때 정말이지 대단히 위험한 신사예요.

 

p81. 악은 항상 유혹의 형태를 띠고 나타나는 반면 선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절대 하려고 들지 않는 일이라고들 생각하죠.....나는 이건 터무니없는 헛소리라고 생각해요. 브레히트는 선한 일을 하려는 유혹은 우리가 늘 이겨내야 하는 무엇이라는 점을 항상 보여주고 있어요.

 

p86. 내가 말하는 바는 칸트가 말했듯이, “다른 모든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무능력........이런 종류의 멍청함.....이 사람들은 당신에게 절대로 관심을 갖지 않으니까요. 그게 독일적인 거예요.

 

p95. 망설임은 있었죠. 그들은 망설임을 가진 공무원들이었어요. 하지만 그들의 망설임은 인간이라면 그저 한 사람의 공무원으로 존재하기를 멈춰야 하는 한계가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명확히 보여줄 정도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어요. 그들이 자기 자리를 떠나 맙소사, 추악한 일들은 다른 누군가 하게끔 합시다!”하고 말했다면, 그랬다면 그들은 어느새 다시금 인간이 됐을 거예요. 공무원으로 존재하는 대신에 말이에요. 그렇지 않았을까요?

 

p98. 소크라테스가 내놓은 또 다른 명제가 있어요. 내가 보기에 다음 명제가 우리에게 그 이유를 제공하죠. “자기 자신과 불일치하는 것보다는 세계 전체와 불일치하는 편이 낫다. 나는 통일체니까.”

 

p99. 아이히만은 나는 내 책상에 앉아 나한테 주어진 일을 했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의 공적인 영혼은 항상 그가 한 일과 일치했지만 사적인 영혼은 항상 그걸 반대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렌트 : 맞아요. 이게 이른바 살인자들 사이에서 나타난다는 내면적 이민이에요. - 이것은 내면적 이민이나 내적인 저항이라는 개념 전체가 소멸했다는 뜻이죠. 내 말은, 그런 건 없다는 거예요. 세상에는 외면적 저항만 있을 뿐이에요. 인간의 내면에는 기껏해야 심리 유보만 이써요. 맞죠? 그것들은 허깨비들이 하는 거짓말이에요. ...관료제는 대량학살을 행정적으로 자행했고, 그런 상황은 여느 관료제가 그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익명성의 느낌을 창출해냈어요. 개별적인 인간은 사라졌어요.

 

관료제가 본질적으로 익명성을 갖는다는 사실 말고도, 무자비한 행위는 무엇이건 책임이 증발되는 것을 허용해요. “멈춰서 생각해보라. Stop and think”라는 용어 관용구가 있어요. 어느 누구도 하던 일을 멈추지 않는 한 생각에 잠길 수 없어요......

 

102. “실제로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과......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는 책임 범위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오히려 책임의 정도는 자신의 두 손으로 치명적인 살해 도구를 사용한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증가한다. ”

 

p103. 흐로티위스를 인용해야겠군요. 그는 가해자가 처벌받아야 하는 이유가 피해를 당하거나 상처를 입은 사람의 명예 및 품위와 관련된다고 말했어요. 이건 피해자가 감내한 고통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무엇인가 올바로 세우는 것하고도 전혀 관계가 없고요. 이건 정말로 명예와 품위의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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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04-0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 많이 기울이신 포스팅, 감사하며 읽었습니다. 참 담백한 책인 것 맞네요

시이소오 2016-04-03 17:28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하죠 ^^

아무 2016-04-0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해제를 정화열 교수가 써서 이 분도 아렌트 계열의 정치철학자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인터뷰집이라 우선순위에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글을 보고 나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시이소오 2016-04-03 17:29   좋아요 1 | URL
아무님, 아렌트 전작하시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하면 시이소오 님과 사이러스 님이죠.. ㅎㅎ

시이소오 2016-04-03 17:30   좋아요 0 | URL
ㅋㅋㅋ 감사합니다 ^^

cyrus 2016-04-03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라면 곰발님과 붉은돼지님, L.SHIN님이죠.. ㅎㅎㅎ

시이소오 2016-04-03 17:30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작가의 책 - 작가 55인의 은밀한 독서 편력
패멀라 폴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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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명의 작가 중 16명의 작가의 책을 읽었다. 최근 활동하는 영미 픽션, 논픽션 작가들일텐데 반 정도는 금시초문이다. 나로선 가장 관심이 가는 작가는 존 어빙, 맬컴 글래드웰, 주노 디아스였다.

 

영미 작가들이라고 하지만 패멀라 폴은 세심하게 이민자출신의 작가들을 포용한다. 예를 들자면 아시아 쪽으로는 아프카니스탄 출신의 할레드 호세이니, 인도 출신 줌파 라히리, 중화권의 에이미 탄, 한국 출신인 이창래 등.

 

남미, 아시아, 유대계의 이민자 2세 출신 작가들이 적지않음에도 영미 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학은 영미문학이었다.


작가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작가는 세익스피어와 마크 트웨인이었다. 맬컴 글래드웰은 누굴 만나고 싶어했을까? 셰익스피어 아내였다. 센스쟁이.

 

작가들이 과대평가 받았다고 생각하는 책, 영에의 1위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였다. 조이스의 <율리시즈> 번역본이 나왔을 때 얼마나 기뻐 날뛰었던가. 책을 구입한지 어언 25. 아직도 ()권을 못 읽었다. 올해는 나도 율리시즈에 도전해볼까.

 

여러 작가들이 과대평가된 작가로 의외로 헤밍웨이를 뽑았다. 존 어빙과 도나타트, 두 작가 모두 과대평가된 작가로 헤밍웨이를 지목했다. 어찌나 웃기던지. 혼자서 킥킥댔다. 재밌는 점은 이 두 작가가 내가 보기엔 디킨스의 자식들이라는 거다. 디킨스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헤밍웨이를 괄시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읽은 최고의 책에 나는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뽑는다.

나한테 누군가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어떤 작가가 과대평가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헤밍웨이요

 

헤밍웨이와 더불어 그의 절친 스콧 피츠제럴드도.

 

디킨스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헤밍웨이를 못참아 하는 이유가 뭘까?

 

가장 인상 깊었던 대답은 리처드 도킨스다. 도킨스는 즐겨 읽는 책으로 <성경>을 뽑았다. 특히나 전도서와 아가서라고. 그를 증오하는 종교인들이 들으면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겠다. ‘종교말살론자가 성경을 즐겨 읽다니. 이달부터 나는 성경을 필사할까 고민중이다.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 작가 및 책 :

 

마크 트웨인. 나보코프. 불가코프, 미들마치, 닥터 로, 로베르토 볼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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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4-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율리시즈 읽다가.... 아, 도저히 못 견뎌서 포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나저나 헤밍과 피츠제랄도는 서로 앙숙이 아니었나요.. 아닌가.??! 아닌가 봅니다. 제가 착각을 ^^

시이소오 2016-04-02 14:59   좋아요 0 | URL
앙숙이전에 절친아니었나요?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봐야겠네요. 집에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란 책이 있거든요

시이소오 2016-04-02 15:25   좋아요 0 | URL
맞네요. 주변에서 두 사람을 동성애로 볼 정도로 초창기엔 친했어요. 나중엔 스콧이 워낙 말썽을 부려 헤밍웨이가 질렸던것 같아요. 후반기에 헤밍웨이는 줄곧 `스콧을 죽일까봐 겁이난다`고 했다군요. ㅋㅋ

포스트잇 2016-04-0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숙관계였던것같아요. 피츠팬에게 헤밍은 자기 스타를 헐뜯고 모욕하는 인성 못된 사람이었던것으로 받아들여졌던것 같습니다.
전 이책도 다 읽지 못했네요ㅜ

시이소오 2016-04-02 14:29   좋아요 0 | URL
ㅋㅋ 이 책은 틈나는대로 읽으시면 다 읽으실거에요.
율리시즈와는 다르겠죠. ^^

cyrus 2016-04-0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 절대로 읽지 마십시오. 특이한 줄거리 전개와 장면 묘사만 빼면 읽고 난 후에 남는 게 없습니다.

시이소오 2016-04-02 14:58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요즘 조이스의 단편들을 읽는중인데 꽤 재밌어서 도전해볼까 생각중입니다. 테리 이글턴은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율리시즈를 언급하기도 해서요. ㅋ 고민되네요. ㅎㅎ

cyrus 2016-04-02 15:01   좋아요 0 | URL
《더블린 사람들》은 읽을 만합니다. 아무래도 단편들로 이루어진 거라서 읽기가 한결 편하죠. ㅎㅎㅎ
형식의 독창성으로 보면 《율리시스》가 최고의 소설이라는 점 인정합니다. 앞으로 《율리시스》에 맞먹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나오기 힘들 거예요. ^^

시이소오 2016-04-02 15:06   좋아요 0 | URL
한편 이언 매큐언은 <더블린사람들>에 수록된 죽은 사람들의 문장을 율리시즈의 그 어떤 문장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일단은 <더블린사람들>다 읽고 고민해봐야겠어요 ^^

cyrus 2016-04-02 15:10   좋아요 0 | URL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스》 순으로 읽어보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율리시스》 속에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묘사가 다시 나옵니다.

참고로 《피네건의 경야》는 신계의 책입니다. 책값도 어마어마하고, 분량도 엄청 납니다. ㅎㅎㅎ

시이소오 2016-04-02 15:21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님도 어마어마 읽으셨군요. 앞으로도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말씀하신 순서로 읽어봐야겠습니다. 율리시즈에 데인 이후로 조이스는 겁이나서 피하고 있었거든요. ^*^

singri 2016-04-0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언반스 책 읽는데 존어빙이 나와서 담에 읽어봐야겠다 그랬더니 여기서 보네요~

시이소오 2016-04-02 17:21   좋아요 0 | URL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 느무느무 사랑합니다 ㅋ^^

samadhi(眞我) 2016-04-0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어빙, 「사이더하우스」도 좋습니다.

시이소오 2016-04-03 01:29   좋아요 0 | URL
사이더하우스도 읽어봐약겠네요. 감사합니다^^
 
벤허 - 그리스도 이야기
루 월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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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도 원작이 있었다니! 대한극장 앞에 줄을 서서 영화 <벤허>를 봤던 게 거의 20여 년 전의 일이다.

 

요즘 왜 기독교 관련된 책들을 읽게 되는 걸까?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한다.) 불가지론을 시험하는 걸까? 제목이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 A tale of the christ. 그런데 그리스도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로 치자면 단역급이다. 벤허가 몸통이라면 그리스도는 꼬리다. tale아니라 tail.

 

영화도 3시간을 넘더니 소설도 거의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다. 성령을 입어서일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은 총 8부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 1부는 다이그레이션이다. 본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다. 없어도 무방하다. 예수를 찾아오는 동방박사들의 이야기. 이야기는 2부부터 시작한다.

 

메살라와 유다는 소꼽친구다. (가롯 유다가 아닌 벤허 유다) 하지만 메살라는 로마인이고 유다는 유대인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속국이었다. 일제치하에 비유하자면 메살라가 일본인이라면 유다는 한국인인셈. 5년 동안 로마에서 유학 후 돌아온 메살라는 에로스는 죽고, 마르스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며 유대 민족을 무시하고 로마를 찬양한다. 유다는 메살라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날 로마 총독 그라투스가 이스라엘로 온다. 유다가 행진을 구경할 때 하필 그의 집 기와가 떨어진다. 떨어진 기왓장은 마치 던진 것처럼 총독을 정통으로 맞힌다. 로마군들이 유다의 집으로 밀어닥친다. 로마군 중의 한명인 친구 메살라는 유다가 범인이라 지목한다. 유다의 어머니와 동생은 잡혀간다. 유다는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형벌을 받는다. 나사렛을 지나다 한 젊은이로부터 유다는 물을 얻어 마신다. (물론 이 젊은이는 목수의 아들 예수였다.)

 

유다의 갤리선 사령관의 이름은 아리우스였다. 해전 중 유다는 사령관 아리우스의 목숨을 구한다. 아리우스는 유다를 양아들로 삼는다.

 

유다는 안디옥에서 아버지의 노예였던 시모니데스를 만나 어머니와 동생의 행방을 물어보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다. 길거리에서 네 마리 말을 몰고 가는 전차가 낙타위의 가마와 충돌하려 하자, 유다는 전차를 잡아 사고를 막는다. 네 마리 말을 모는 이는 다름 아닌 유다의 원수 메살라. 벤허는 메살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전차 경주를 계획한다.

 

일데림 족장으로부터 명마를 인계받은 벤허는 전차 경주를 대비해 말들을 훈련시킨다. 족장의 집에서 벤허는 사고가 날 뻔했던 가마 주인과 그의 딸 이라스를 만난다. 가마 주인의 이름은 발타사르. 그는 세 명의 동박 박사 중 한 사람이었다. 벤허는 이라스에게 사랑을 느낀다.

 

시모니데스는 벤허에게 자신이 벤허의 노예라고 말한다. 대상인이었던 그는 전 재산과 자신의 딸 에스더를 벤허에게 바치려 한다. 에스더는 벤허를 사모한다.

 

시모니데스의 거금을 바탕으로 시모니데스, 일데림, 벤허는 이스라엘의 독립운동을 조직한다. 전차경주에서 벤허는 메살라의 전차를 교묘히 부신다. 메살라는 경주에서 간신히 목숨만을 건진다.

 

로마의 총독이 그라투스에서 본디오 빌라도로 바뀐다. 총독의 지시에 따라 안토니아 성채에서 지하 감옥을 조사하던 중 비밀에 싸인 감옥에서 두 여성 나 환자가 발견된다. 벤허의 어머니와 여동생인 티르자. 벤허의 어머니는 퇴색한 옛 집 앞에서 잠들어있는 벤허를 만나지만 나병이라는 이유로 아들에게 아는 체 하지 못하고 딸과 함께 나병촌으로 들어간다.

 

메시아의 소문을 듣고 벤허는 발타사르와 함께 세례 요한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벤허는 나사렛 목수의 아들을 만난다. 나사렛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들어오던 중 두 문둥병자의 병을 고쳐준다. 벤허는 병으로부터 치유된 엄마와 동생과 재회하고 예수의 기적 앞에서 그가 구세주임을 믿는다. 한편 그가 사랑하던 이라스는 예수가 왕이 아니라 거지라며 예수를 비웃을 뿐 아니라 그를 믿는 벤허와 유대인들을 비웃는다.

 

벤허는 예수를 구할 수 있었지만 예수는 벤허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예수는 다 이루었다라는 말을 끝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다.

 

이 두꺼운 책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이는 예수라기보다는 역자다. 만약 게으르고 나태한 역자가 번역했더라면 끝까지 읽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랬소, 저랬소가 남발했을테니. 심지어 한국 작가 중 손 모 작가처럼 대화문마저 번역체 문장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다.

토 나올 것 같아 못 읽는다.


내가 읽은 외국 소설 번역 중 가장 매끄럽다.

어디선가 산들산들한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산뜻한 번역이다.

역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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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6-04-0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비딕>읽으면서 김석희 역자 책들은 다 보고 싶더군요~! 김진준씨 이후로 마음에 드는 역자 공감합니다!

시이소오 2016-04-01 12:54   좋아요 0 | URL
김석희 역은 마음놓고 읽겠어요 ^^

서니데이 2016-04-01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석희 역이네요.^^
시이소오님 ,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시이소오 2016-04-01 18:1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불금되소서^^
 

이 달엔 무조건 마흔여섯 권을 읽어야 했습니다. 30일 저녁, 마흔 여섯권을 읽었으리라 예상하고 카운팅을 했더니 마흔 세 권. 이럴수가. 여러 책을 번갈아 읽고, 중간에 읽다 만 책들이 있다 보니 예상과 달리 세 권이 모자랐어요.

 

아침 6시까지, 읽고 있던 <캐럴><축복받은 집>을 완독했습니다. 마흔 다섯 권.

이제 한 권만 읽으면...... 일단은 잤어요.

 

자고 일어나, 책 세 권을 가방에 집어넣고 미팅 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나갔습니다.

그런데, 지인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미팅 날이 내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런 젠장. 날짜로 말해주지. 요일로 말해 줘가지고는, 헷갈리게.’

3.31일과 41일을 어느 누가 헷갈려하겠습니까?

 

목요일과 금요일을 헷갈린 자기 잘못인줄 알면서도 엉뚱한 소릴 지껄여가며 집으로 돌아가려다 아무래도 억울했습니다. 교통비가 얼만데요?!

억울해서 서점엘 갔습니다.

 

책들을 둘러보다 굿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 여기서 한 권을 마저 읽자.’

 

교보문고에 새로 설치된 큰 책상 앞에 앉아, 돈 주고 사긴 아까운 책들을 골라 읽었습니다.

몇 권 읽었냐구요. 다섯 권 읽었습니다. 두둥 ^^



<나이 서른에, 3,000권을 읽어봤더니> 같은 책들은 30분이면 읽을 수 있습니다.

, 건질 게 하나도 없는 책도 있다니!’

 

김 모 작가는 3년에 만권 읽었다고 우깁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머릿속에 아무것도 담을 게 없는이런 책들만 읽었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만권은 무슨, 2만권도 읽겠어요.

 

이 달에 꼭 마흔여섯 권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마흔 여섯 권을 읽으면 24개월, 2년 동안 총 700권 독서가 되거든요.

 

‘2699’권이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습니다.

이게 무슨 백화점 세일 가격표가 아니잖아요?

 

미팅 날짜를 오해한 건 신의 계시였을까요?

그래, 옛다, 700?’

 

 

이 달 읽은 50권 중에 사서 읽은 책은 쉼보르스카의 <충분하다>가 유일하네요.

 

책을 사서 읽으란 주장들이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작가를 위해서도 출판사를 위해서도

사서 읽어야죠. 잡지 <뿌리깊은 나무> 대표 고 한창기 사장님은 생전에 이렇게 말하셨다죠.

 

남자가 뜻을 품었으면 돈을 낙엽처럼 태워라!”

 

, 어찌나 멋있던지. 돈을 낙엽 태우듯 책을 사 읽었습니다. 돈은 낙엽보다 빨리 없어지더군요. 저 역시 계속 사서 읽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저 700권의 책들을 전부 사서 읽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혼이죠. 가뜩이나 돈도 못 버는데. 우리 사장님, 임금 삼개월 째 체불 중인데 오늘 계좌로 또 3.3프로 뗀 50만원 보내셨네요. 이게 몇 번짼지.

사장님, 새 모이주시나요?? 사장님 나빠요.

(알라딘 중고 서점가서 간서치 이덕무 마냥 맹자 팔아서 쌀 사려고 했어요. 맹자 하나 갖고 어림없겠죠? 공자님도 끼워 팔구, 장자님도 소유욕이 없으시니 덩달아 팔구..... )

 

또 이야기가 곁가지로 샜네요. 돈을 낙엽처럼 태워 책을 사 읽으시되 저처럼 만권이 목표이신 분들은 주변 도서관도 활용해 보시라구요. (도서관 대출 권수 840권이네요. 사서님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년동안 목표율 0.7프로 달성했습니다. ^^

 

이달의 책 후보는 김용규의 <데칼로그>, 매튜 퀵의 <러브 메이 페일>,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입니다. 객관적으론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을 뽑아야겠죠? <저지대>를 읽고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웃님들 칭찬 릴레이가 펼쳐지길래 궁금해서 읽었습니다. ‘경이적인 데뷔작이란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줌파 라히리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위주로 왜 대다수 한국 단편 소설들이 신춘문예용소설인지 비교, 분석하는 글을 쓰고 싶어지네요.)

 

그럼에도 이달의 책으로 매튜 퀵의 <러브 메이 페일>을 뽑고 싶어요.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절로 입 밖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매튜 퀵, 이 미친 새끼!”

그 순간 저는 울고 있었죠.


매튜 퀵 소설을 읽을 땐 연신 낄낄대다 마지막장을 덮을 땐 언제나 눈물이 납니다.

다른 분들도 그러신지? 궁금하네요. ^^

 

이달엔 어디 니가 얼마나 읽나 보자할 정도로 도서관에서 끊임없이 책 찾아가라고 연락이 오더군요. 신청도서, 예약도서 읽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다음 달엔 도로 고전에 도전해야겠습니다. ^^

 

4월이네요. 책 읽기엔 잔인한 달이죠.

독서보다는 봄을 즐기시는 게 어떨지요?

행복한 봄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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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4-01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뜨허 어마어마한 독서량이네요. 저는 오래 살기 싫었는데 죽기 전에 만 권 읽어보게 오래 살자 그랬는데 그것(만 권 읽기)도 쉽지 않을 듯해서 사는 동안 좋은 책만 골라 읽자로 바꿨어요.

시이소오 2016-04-01 12:56   좋아요 1 | URL
만 권읽을 만큼
만수무강하셔야죠 ^^

samadhi(眞我) 2016-04-01 12:57   좋아요 1 | URL
헉 만수무강 =_=

시이소오 2016-04-01 13:01   좋아요 1 | URL
운을 맞추려다 보니, 그럼 백세까지만 백수무강 하소서^^

samadhi(眞我) 2016-04-01 13:04   좋아요 1 | URL
그냥 책 놔두고 갈랍니다 ㅎㅎ

시이소오 2016-04-01 13:0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장소] 2016-04-01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마무지 엄청나게 읽으시네요..^^
열심히 쫓아 오시라고 저는 게으름을 부렸는데...하루 한권 도 요즘은 벅차요..날씨탓을 짓궂게 해봅니다.
저도 교차하면서 읽기 하는데...하루 5권이 한계 ..인것같아요.
읽고 쓰고 읽고 쓰면 ㅡ중간에 김빠져서 쉬엄쉬엄 읽게됩니다.
그래도 그렇게 읽어야 기억이 잘나요..물론 저도 어마무시한 속도로 잊습니다만 ....ㅎㅎㅎ응원 놓고 가요!^^

시이소오 2016-04-01 19:01   좋아요 1 | URL
어마무지 빨리 잊어버려요 ^^; 응원 감사합니다^^
그장소님 경보 잊지마세요. 하루 다섯권은 넘하잖어요 ㅎㅎ
저 다리 찢어집니당 ^^

[그장소] 2016-04-01 19:12   좋아요 1 | URL
허어 ㅡ잘 읽힐때 입니다...지금은 한권도 벅차당께요~!!^^;;
우동한 그릇 ㅡ이것도 한 십분 걸리는데 10분 울먹거린다는게 함정 ㅡ~^^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1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꽃들에게 희망을 추천합니다... 이거 10분이면 돌파할 수 있습니다..

시이소오 2016-04-01 18:59   좋아요 2 | URL
이런 책 많이 추천해주세요. 저도 3년동안 만권 읽게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쪽팔리지만 저도 책 정해 놓고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으면 10분이면 돌파할 수있는 책 일부러 읽고 그랬슴돠.. 흑흑흑....

시이소오 2016-04-01 19:16   좋아요 0 | URL
누가 욕하겠어요? `억울하면 당신도 읽으세요` 하면 되죵 ㅋ ^^

고양이라디오 2016-04-02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부럽습니다^^ 앞으로도 열독하시고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책을 빨리 읽으시나요? 서점에서 5권이라니ㅎㄷㄷ 대충 속독으로 훑어보기도 하시는 건가요?

시이소오 2016-04-02 08:40   좋아요 0 | URL
저 책들 경우 빨리 읽었어요. 속독 못해요. 격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