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이 안읽혀 책 읽는..이 아닌 책 안 읽는 나무가 되어
포스팅 하는 글들이 책 내용은 없고 그저 사적인 내용들이 많아져 잠깐 멈칫하게 되지만...어제 라로님의 댓글을 읽고, 정정해야 할 것 같아 또 주절거리게 된다.오늘까지만 수다 포스팅으로!!!
내일부터는 책 얘기만^^
제목: 라로님.저는 ‘김치는 이렇게 담는 거에요~‘라고 훈수 둘만한 상태는 아닙니다^^
어제 드디어 미루고 미뤘던 총각김치를 담아 봤다.
몇 주 전 자연드림에 장을 보러 갔었는데 알타리 무가 한 봉지 눈에 띄어 양이 좀 작다??싶었어도 일단 들고 왔었다.
제2의 성을 읽고 있던 참이어서 일단 베란다에 던져 놓고 이파리의 상태만 관찰했었는데, 소금에 절이지도 않아도 자연적인 풀죽음이 시작되어 갔다.아직 누렇게 뜨지 않아 언제 담지? 계속 미루기만....일단 책부터 읽고 나서 담자!! 싶었는데 이파리는 서서히 노랗게 가을물이 들어간다.
같이 운동하는 이웃집 언니한테 하루 하루 상태를 보고하니 어떡할려고 그러냐고,빨리 담으라고 성화였다.
그래! 나 이래선 안되겠지?
알타리가 10개도 안나올 것 같아...알타리 무를 더 사러 마트 갔더니 아직 나올 철이 아니란다.응??? 그래서 사다 놓은 무 굵기가 작았나?? 초롱 무 라고 적혀 있는 무 봉지들이 가득하던데 그것도 총각김치처럼 담는다고 해서 의심 가득 했지만,실은 살림을 잘 몰라서 반박할 수 없어 한 봉지 또 사들고 왔었다.
지난 주...우리집 남편보다 더 자주 만나는,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는 이웃집 언니는 김치 담았냐고 매일 물어보고...나는 매일같이 아직!!!!이라고 답하고 계속 무한반복.
왜???하고 묻는 언니에게 하루는 마늘이 부족해서,
하루는 생새우가 없어서,하루는 생강이 없어서....
결국 제2의 성이 큰 핑계가 아니었나 보다.
그냥 내가 하기 싫었던......
김치 담기....쉬운 일은 아니잖은가??
냉장고에 가둬 놓으면 이파리들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우와~~완전 노래져서 입틀막!!!! 냉장고 믿을 게 못돼?
결국 먼저 산 알타리 무 이파리와 초롱 무(이름은 예쁜데 이파리만 엄청 많고 무는 넘 작아...그래서 초롱인가?) 이파리들은 도저히 쓸 수 없어 다 잘라 버리고,이제 출고되기 시작한다던 알타리 무를 다시 주문해서(역시 철이 되니까 무가 토실하고 컸다!!!!) 본격적으로 어제 오후 5시부터 총각김치를 담았다.....원체 손이 느려 터지고 일머리도 없어 오로지 앞길만 보고 나아가는 사람인지라(네이버 쳐서 제일 위에 떠 있는 인플루언서가 딱 하라는 대로 따라함!!) 다 끝내고 보니 밤 12시가 다 되어 갔다.
해도 해도 늘지 않는 살림쟁이라 매년 김치를 담는다고 설쳐도 김치 담는 방법은 잘 모르겠다.
또한 칠칠치 못해 일 할때 깜빡하고 앞치마도 매번 사용하지 않으니(장식용!!) 옷이랑 소매랑 고춧가루 다 묻어 있고,아랫배는 젖어 있고,그래서 늘 아랫배는 차가워져 있고(여자는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여야 한다고 했건만!!) 고춧가루가 씽크대랑 벽에 다 튀어서 닦아 내고 뒷정리 했더니.....
아!! 그냥 김치 사다 먹는 게 답이지 않을까?
매번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올 가을은 정말 김장김치를 대량 주문하고 싶다!!!
고 유혹받곤 하는데 냉동실에 가득 차 조명까지 다 가리고 있는 고춧가루들 때문에, 밤중엔 냉동실에 있는 물건들이 잘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 저 고춧가루들을 처치하려면 올 해도 김장은 담아야 할 것이다.
제2의 성 핑계를 대볼까?생각해 봤지만 보부아르님도 이런 잔꾀를 쓰면서 살림하라는 말씀은 아니시겠지?싶어 일단 12월 초에 절임배추(이 정도는 잔꾀를 써도 되겠지?^^)를 주문해 뒀다.
일 다니는 서울 친구 하나는 맨날 나한테 전화 해서 뭐하냐고 묻는다.그럼 난 있는 그대로 ˝응. 가만히 있는 중이야˝
라고 답하면,또 이 친군 나더러 팔자 좋다고 부럽다고...자기도 집에 가만히 있고 싶단다.가만히 있을 성격도 안되면서~~
친구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폭풍 수다를 늘어놓는 친구다.
몇 년 전엔 김장 얘기가 나왔는데 나도 은근 자랑하고 싶어 몇 포기 담았다고 말하니 양념 어떻게 만들었냐고 묻길래 샀다고 떳떳하게 말했다.친구는 너무 놀라며 나더러 너무 쉬운 길로 가는 거 아니냐고 의아해 한다.넌?? 물으니 직접 다 만든다고 당연한 거 아니냐는 식이었고,친구는 된장도 만들어 먹는대서 깜짝 놀란 적 있었다.회사 다니면서 언제????
그래서 자극 받아 작년에 처음부터 모두 내손으로 해보리라~싶어 고춧가루 매운 맛,안 매운 맛,어린이용 매운 맛?,고추씨등등 종류별로 주문했더니 양이 엄청났던 것이다.
(실은 양 개념이 바로 서질 않아서ㅜㅜ)
자극 받아 봄엔 홈쇼핑에서 메주를 주문해 하라는 대로 물 넣고 소금 넣고 메주 넣어 메주 띄우기도 해봤는데 게으른 탓에 된장 가르기 시기를 놓쳐, 이 된장이 올바른 된장이 된 건지 판단이 안서 혹시나 먹고 탈 날까봐 다 갖다 버렸다.
간장은 혹시나 만들어진 건가?싶어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긴 했는데 저것도 버려야 하나?먹어야 하나?판단이 서질 않는다.
엄마가 있었다면 딱 보고 먹어라! 또는 버려라!
행동 개시를 하게 해주셨을텐데....
늘 김치 담을 때마다,음식 할 때마다, 혼자서 판단이 안설 때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암튼,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글이 길어졌단 말인가?
아....김치!!!!
매번 김치 맛이 변동 있어 늘 새로운 맛을 품고 있는
나의 무서운 김치!!!
주말에 친정 아버지께 선보일 총각 김치.
이번엔 어떤 평을 내리실지?
늘 가감없이 정확하게 평 하신다.
‘김치 맛이 없다‘ 마상 입고...씁쓸하게 웃는 나!!!
뒷날 다시 전화 와선 김치 익으니까 먹을만 하다고 대놓고 맛 없다고 말해서 미안하다고 말씀 하시지만 아빠! 이미 시간 지났답니다.집에 가서 보면 분명 드시지 않고 놔두실꺼면서ㅜㅜ
‘니가 해준 김치가 제일 입맛에 맞네~‘ 날아갈 듯 입꼬리 승천!!
다음 번엔 어떤 김치로 담아 볼까? 라고 중얼거리면 남편은 제발 사다 먹자고 재료비가 아깝다고....ㅜㅜ
그래도 한 번 고생해서 담아 놓음 몇 달은 푸짐하게 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총각김치 익혀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려면 지난 번에 담아서 실패한 백김치랑 깍두기랑 간장이랑 몇 통을 갖다 버려야 할지?? 아...엘리베이터 몇 번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겠구나!!
(라로님! 제가 담은 김치는 성공할 확률이 50 대 50 입니다.
이래도 출장 부르실 마음이 있으신가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