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엔 남편과 함께 이문세 콘서트를 다녀 왔었다.
가수들 실내 공연 콘서트는 이번이 세 번째였다.
6 년 전 친구가 선물 겸 공연 티켓을 보내줘 임창정 콘서트를 본 것이 처음이었고, 동네 언니 세 명과 이선희 가수 공연을 본 것이 두 번째였는데 그것도 벌써 5 년 전이었다.
그리고, 그저께 본 이문세 공연이 세 번째다.
생애 처음 콘서트를 관람한 임창정 가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수였던지라, 실은 내키지 않았지만 친구가 고마움의 표시로 보내 준 티켓이어, 거절키 어려워 고맙다 인사하고, 냉큼 부산 KBS 방송국 홀로 달려가 구경하였다. 크게 호감형은 아녔는데도 실제로 열창하는 모습을 보니 감동이긴 했다. 2 층 구석진 자리라 얼굴은 안보였지만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본 임창정은 진짜 가수가 맞았다. 3 시간여를 게스트 가수 없이 혼자서 노래를 다 부르며 소화해 내는 모습은 가수는 가수구나! 인정하며 호감으로 바뀌게 된 케이스였다.
임창정의 입담을 기대하고 갔었는데 그닥 웃기지도 않고, 진지하기만 해서 좀 실망하기도 했었다.
이선희 가수 콘서트는, 아이들 유치원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네 언니들 세 분과 동행을 하였다. 이 언니들과는 한 15 년 정도 된 듯하다. 가족끼리 만나 한 번씩 식사도 하던 사이였던지라 식사값이 꽤 나오는 듯하여 어느 날부터 한 달에 3 만 원씩 곗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적금 만기되는 날은 서로 푸지게 먹어 보자!! 마구 먹는 날이었는데, 아이들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되려 가족들끼리의 만남이 자꾸 연기되어 어느 날부터는 여자들끼리 만나서 한 번은 해운대 비싼 뷔페도 가서 배부르게 먹어 보기도 하고, 경주에 1박 2일 여행도 다녀오기도 하고, 5 년 전 그 해는 이선희 콘서트를 하는데 보고 싶다고 얘기한 언니가 있어..그래!! 우리도 보자!! 우리에겐 만기 적금이 있잖아?? 외치며..부담없이 티켓팅하며 부산 코엑스에 가서 공연을 보았던 것이다.
그 날도 역시나 저기 저기 저쪽 어딘가의 구석진 자리!!!
의자도 야외에서나 앉을 법한 플라스틱 의자!! 아...ㅜㅜ
어쨌든 그날도 대형 스크린이 있어 시력 나쁜 나는 이선희 맞네!! 가수가 맞아!! 물개박수 쳐주었고, 나와는 다르게 언니들 세 분은 흥도 넘쳐!!! 어?? 눈치 봐가면서 언니들 흥 맞춰 줘가면서 호응하며 박수 치고 왔더니 지쳤던 기억이 있다.
이선희 가수가 임창정 가수보다 훨씬 더 웃겨 신기했었다.
집에서 연습 많이 하고 왔다는데 이선희 가수는 내가 어린 시절에 본 그 모습 그대로인 듯해 더 신기했었다.
콘서트를 다녀와 완전 기진맥진 했었던 이유는 공연이 끝나고 막차 버스를 탄다고 생전 달리기 연습을 해본 적 없었던 우리는 미친 듯 달렸던 게 화근이었던 것이다. 부산 지리가 익숙치 않아 유일하게 운전 베테랑인 언니 한 명도 부산에선 운전 못하겠다고 선언하니, 운전대라곤 잡아 보지 못한 나로서도 뭐 딱히 할말 없었고, 모두들 버스 타면 되지!! 버스를 타고 해운대로 달려 갔었다. 하지만 처음 타본 버스였었고, 집으로 오는 역방향의 버스 정류소를 미처 확인하지 않고 마냥 신나서 코엑스로 달려가 공연이 끝나고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는 계산도 못했었던 것이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아줌마 넷은 급하게 뛰었는데, 헐레벌떡 뛰어간 그 장소는 거기가 아니라니, 허둥지둥.. 평소 운동 좀 하는 언니가 먼저 달려가 정류소 알아 보겠다고 앞서 달려 나가고 평소 운동 안하는 나머지 넷은 이어달리기 하는 것처럼 순서대로 헐떡이며 뒤따라 또 달렸었다. 정말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데 그때 느낀 건, ‘운동 해야겠구나!! 저 언니 멋있네?‘
였었다. 나 뒤에 저만치 따라오는 한 살 많은 언니를 보면서 ‘그래도 내가 저 언니보다 낫네??‘ 이기도 했었다.
암튼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붙잡고 넷은 무사히 탑승해서 한 겨울 늦은 시간에 집에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빨갛게 상기 된 얼굴을 서로 쳐다 보면서 갑자기 웃음이 터지는데...아!! 그때 느낀 건 드라마를 보면 서로 달리다가 멈춰 헐떡이며 서로 쳐다 보는데 주인공은 서로 꼭 웃더란 말이지!! 나는 그들이 도대체 왜 오글거리게 웃는 건지 이해가 안가던데, 우리가 웃고 있었다. 오글거리게 말이지!!
서로 뛰던 모습 생각하니 너무 웃겼었다.
지금도 그때 시절 상기하면 이선희 가수 멋졌지?가 아니라 발에 땀 나게 뛰면서 서로 속으로 생각한 걸 얘기하면서 빵 터지곤 한다. 꼴찌로 뛰던 그 언니는 버스 놓치면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갈까?라고 생각 했었다고...
암튼 얘기 끝에 마무리는 이래서 좋은 동네 살아야 해!! 였었던 것 같다. 촌사람들 대도시에서 집을 못찾아 올 뻔 했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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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누구 얘기 하고 있었던 건가??? 누굴 얘기 하려 했었던 건가??
이문세!!!
이미 페이퍼를 절반 이상 썼구나? 어쩐다??
사실 내가 가장 원했었던 가수의 콘서트는 바로 이문세였었다.
이문세 콘서트 가보는 게 나의 소원이다! 라고 남편에게 한 번씩 얘길하면 ‘나도!‘ 라며 화답했다.
이문세 가수가 나이 들어 노래 못부르는 시기가 오면 내가 듣고 싶어도 못 듣는다는 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얘길 하면 남편은 ‘맞제?‘ 화답한다. 늘 화답만 하던 남편이 웬일로 한 달 전, 창원에서 이문세 콘서트를 하는 것 같다고 티켓팅 성공했다며 전화가 왔길래, 반가워 했더니 2층 자리라 무대가 잘 안보일꺼라고 했다. ‘어유~~2층이라도 어디고? 스크린을 통해 보면 된다.괜찮타~‘ 이번엔 내가 화답해 줬다.
한참 기다리며 이문세 노래 듣기 복습하며 베스트 노래들이 아닌 내가 모르는 노래 많이 부르면 어쩐다? 걱정도 했었다. 왜냐하면 임창정 콘서트때 내가 모르는 노래를 너무 많이 불러 적잖케 당황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문세 공연에선 전부 다 내가 아는 노래만 나왔었고, 입담도 너무 재밌어서 나 혼자 엄청 웃었고, 공연팀의 연주도 훌륭했었는지 2 층에 앉았어도 심장이 울리는 듯 하여 몰입감도 좋았으며, 조명도 황홀하게 조명쑈를 감상하는 기분이었었다.
헌데 다 좋았었는데 대형 스크린이 없었다. 이문세 얼굴이 안보였던 것이다. 눈,코,입이 전혀 안보이는데...ㅜㅜ
몸의 형체만 보이는데 생각보다 나이 든 모습이 아닌 젊은 체형처럼 보여 저 사람이 이문세 맞을까? 성대모사 잘하는 사람을 무대에 올라가게 한 건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데 남편한테 물으니 나보다 시력이 좋은 남편은 이문세 맞단다. 와~~ 저 거리가 보인단 말인가?? 정말 부러웠었다.
그래도 가수는 가수!! 명불허전 이문세!!
발라드 곡들을 듣는데 문득 학창시절 이문세 노래 즐겨듣던 감성 깊던 그 시절도 떠올라 괜스레 울컥 했었다.
특히 내 앞줄에 중년 여성 네 분이 나란히 앉아 막 흥겨워하며 공연 관람하시는 모습 보니 몇 년 전 이선희 가수 공연 때가 생각 나, 언니들하고 같이 올껄? 싶었었다. 남편과 함께 공연을 본다는 건 클래식 공연 관람하러 온 듯한 형국이었다. 그래도 우리 부부가 함께 좋아하는 가수니까,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싶었었는데...
공연 중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공연 중 이문세씨가 무대에서 선보이지 못한 18 개의 곡이 있었다고 관객 중 추첨을 통해 18 개의 곡 중 지정을 해주면 들려 주겠다며 제목을 스크린에 띄웠다.(공연할 때 얼굴 좀 올려 주지!!)
그 중 ‘이별 이야기‘가 눈에 들어 왔었다. 고등때 유행했었던 곡이었고, 나는 그 시절 그 노래만큼 좋은 곡이 있을까?싶어 엄청 자주 들었었던 곡이었다.‘옛사랑‘이랑 ‘이별 이야기‘ 두 곡은 딱 그 시기에 테잎 늘어지도록 들었었다.
지금은 ‘휘파람‘ , ‘그녀의 웃음소리뿐‘, ‘소녀‘, ‘광화문 연가‘를 더 자주 듣고는 있지만...
암튼 그런가 보다!!!! 1 층 관객이 당첨되어 이문세씨와 인터뷰 할 때만 해도 그저 그랬었고, ‘빗속에서‘를 신청했을 때, 아...탄식만 했었다. 그리고 한 사람 더 뽑는다고 했을 때 설마 2 층이겠어?싶었는데...옆에 기타리스트가 ‘2층!!‘ 호명 하는데 갑자기 심장이 방망이질을 쳤다. 내가 걸릴까봐 갑자기 불안해진거다. 설마 D열이겠어?.....˝D열!!!˝
오 마이 갓!!!! 나면 어떡하지??? 미치겠구나!!
설마 56,57번이겠어? 하는데 또 ˝오십...˝
악!!!! 난가 보네??? 뭐라고 말해야 하지??
이문세씨 안녕 하세요? 아니... 이문세 오빠??
아....집에 가고 싶다ㅜㅜ 어뜨케????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다행히 우리 옆자리의 부부가 당첨!!
소심한 성격 심장 터질뻔 하여, 겨우 한숨 돌리며...여유 있는 척 인터뷰 하는 걸 들어 줄 수 있었다.
1층 부부는 남편이 티켓팅 해놓고 서프라이즈로 전날 밤, 우리 내일 바람 쐬러 안갈래?하며 마산에서 왔다고 했고,
2층 부부는 부인이 티켓팅 해놓고 남편에게 우리 내일 시외로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며 부산에서 왔다고 했으며, 그 부인이 ‘이별 이야기‘를 신청했다. 오~~^^
그러면서 이문세 씨는 용기 내어 인터뷰에 응해 주어 감사하다며 티켓값을 현찰로 넣은 봉투를 각각 전달해주는 것이 아닌가??
아....... 나는 그 빨간 봉투를 전달해 주는 걸, 바로 옆에서 본 순간,
저건 내 것이어야 했었는데!! 뒤늦은 후회감이 드는 거였다.
4 월경 거제도에서 이문세 콘서트가 또 있다는 거다. 남편 근무지니까 요즘은 버스 타고 나 혼자서 거제도 잘 찾아갈 수 있는데...4 월엔 이문세 얼굴 정확하게 보면서 노래 듣고 싶은데....ㅜㅜ
집으로 돌아오면서 줄곧 내가 당첨됐었어야 했다고 계속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운전하는 남편한테 가상 인터뷰를 읊기도...
나는 이렇게 말했을 텐데...라며!!!
이문세: 축하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오셨나요?
나: 감사합니다. 양산에서 남편과 둘이서 왔어요.
이문세: 누가 티켓팅 했나요?
나: 남편이 했네요. 본인이 이문세 콘서트 가고 싶대서 덕분에 꼽사리 껴서 왔네요. 고마운 일이네요.
이문세: 오늘 제 콘서트 처음이신가요? 어떠세요?
나: 네..너무 와보고 싶었어요. 남편 덕분에 올 수 있었네요. 제가 이문세 씨 너무 나이 많아서 공연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전에 빨리 와서 봐야 한다고 닥달했었거든요. 근데 와서 보니 춤도 추시고, 날아 댕기시니까 아직 10 년은 끄떡없겠네요.대단하십니다.
이문세: 무슨 그런 말씀을? 제가 나이 들수록 더 젊어지고, 더 미남이 되어가는 그런 형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나: 지금 이문세 씨 얼굴이 안보여서 진짜 이문세 씨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젊어 보이네요.
이문세: 걱정하시지 마시라니까요. 노래는 어떤 걸로?
나: ‘이별 이야기‘요.
이문세: 지금 남편 분이랑 이별 하고 싶으신 건 아니시죠?
나: 아니에요. 중,고등 시절 항상 공부 짜투리 시간이 되면 선생님이 노래 잘 부르는 아이 있으면 불러 봐라! 하시면, 친구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바로 이문세 씨 노래였어요. 그때 친구가 떨리던 음성으로 부르던 노래가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그래서 듣고 싶네요. 그 시절 친구들끼리 선물하던 CD나 LP판도 대부분 이문세 씨 음반이었던 것 같네요.(맞겠지?)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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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직접 들었던 원곡 가수가 직접 부르던 원곡!!!
너무 감동이었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건만...
하루 이틀이 지난 이 시간은 왜 갑자기 기운 빠지고,
울적한가?? 날이 흐려서인가??
콘서트장만 다녀오면 왜 마음이 헛헛해지는 걸까??
나만 그런가??
암튼,
그렇게 주말은 계속 이문세만 생각했던 주말이었다.
이제 이문세 가수에게서 빠져 나오고 싶다.
여행을 다녀온다던가, 드라마에 빠져 있다 그 드라마가 끝이 난다던가, 영화가 인상 깊었다던가...
무언가에 푹 빠져 시간을 보내고 난 후, 그 이후의 시간들이 조금 힘들어지는 것 같다. 이상하다?
그래서 그 무언가에 깊이 빠지지 않으려 하는데, 동네 언니는 날더러 블랙홀이라고 놀리던데...정말 알 수 없는 블랙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