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실리 2km
신정원 감독, 임창정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작년 여름 [시실리 2km] 개봉했을 때, 동생이 자기가 본 최고의 코미디라며 꼬~옥 보라고 했다. 동생의 확실한 추천에 꼭 보려고 했었는데 출장 갔다 왔더니 영화가 끝나 버렸었다. (요즘 상영기간이 넘 짧다.슈퍼스타 감사용도 보려 했었는데, 극장에서 3주를 못 버틴 것 같다.)

결국 어제 보게된 [시실리 2km].
우하하하하. 만족, 만족!
확.실.하.게 웃겼다.
이 영화를 보고 어찌 임창정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참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신인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도 영화의 진부하지 않음에 기여한 것 같다.

씨네 21 신정원 감독 인터뷰를 읽어보니
임창정을 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임창정-73년생)
영화 찍으면서 참 재미있었겠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아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람 마다 웃는 장면이 다를 것 같다.
<달마야 놀자>나 <두사부일체> 처럼 "여기서 웃어!여기야!"하는 확실한 설정이 많지 않다. 좀 헐렁하기도 하고,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디따 웃긴다.
특히 58년 개띠로 나오는 해주, 그의 표정은...예술이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전반에서 확실하게 웃겨주다가 귀신(임은경)이 등장하면서 쳐진다.
또 하나는 마을 주민들이 너무 평면적이라는거....
아무리 다이아몬드가 좋고 돈이 좋아도 한명쯤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거나 최소한 망설일만도 한데, 자신들이 뺑소니 쳐 죽인 소녀가 귀신이 되어 나타났는데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독한 년"이라고 말한다. 조연들의 인물 설정에도 좀더 신경을 썼다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

이 영화의 미덕은 당근 "임창정의 매력"이다.
이 남자 진짜 사랑스럽다.
어눌하고 웃기고 귀엽고...
뭐 실제로 봐도 영화 속의 모습과 많이 다를 것 같지 않다.

날도 추운데 만나서 소주나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
심각한 얘기 하지 말고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예전에 한 로바다야끼에서 남희석과 그의 일행이 앉은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슬쩍슬쩍 남희석을 훔쳐 보니 웃기기는 커녕 하도 인상을 쓰고 있어서 놀랐던 적이 있다. 뭐 그날 기분 나쁜 일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임창정은 후까시 스타일은 아니겠지? 데이트 하고 싶은 연예인 이런거 조사하면 한표 찍어야쥐.ㅋㅋ


1위 임창정, 2위 싸이, 3위 김주혁.

난 왜 비나 원빈 같은 꽃미남한테 관심이 없을까? ㅋㅋ
날도 춤고, 한동안 몸사리던 소주가 땡긴다.
한동안 산사춘, 백세주를 찾으며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올 겨울에는 그냥 소주를 마셔야 겠다.

임창정의 <소주 한잔>이나 오랜만에 함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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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1-1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 좋지요. 근데, 다음날 견디기 힘들어요. ^^ (저도 삼십대 초반까진 잘 견뎠는데...) 임창정도 돋보이지만, 스토리가 상당히 탄탄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제목도 멋지고. 時失里 그것도 2km. 까페 이름하기에 그만인 제목인데...

로드무비 2005-01-1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제동 1위. 2위가 싸이예요.^^

엊그제 비디오가게에 갔더니 이 테이프 두 개 다 나갔더군요.

저도 보려고요.^^

kleinsusun 2005-01-1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름 멋있죠? 時失里라는 cafe랑 술집 여기저기 보여요.

근데 영화보다 먼저 이 이름을 쓴 cafe들도 있는거 같아요.

시간이 정지한 것 처럼 느껴지는 아주아주 조용한 곳에서 며칠만 있다오고 싶어요.

kleinsusun 2005-01-10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로드무비님도 싸이 좋아하세요?

제가 싸이 좋아한다고 하면 "거 참...취향 특이하네"이런 말 많이 들었는데...넘넘 반가워요. 시실리 2km가 인기라 비디오가 잘 없드라구요.예약하세요.찜찜!

야클 2005-01-1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한텐 관심이 없겠군요.꽃미남이니.... 엥? 후다다닥 =) =) =) =)

kleinsusun 2005-01-1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야클님 외모는 진주귀고리 야옹이 같은 귀여운 스타일 아니예요? ㅋㅋ
 

이야기 하나.

얼마 전, 찜질방 탈의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네살 쯤 되었을까? 아니면 다섯살?
볼이 통통한 귀여운 여자애가 울고 있었다.

" 나 이 옷 입기 싫어. 나 이 옷 싫어.앙~ "

그 여자애는 커다란 찜질방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찜질방에는 어린이용 옷 싸이즈가 하나 밖에 없었다.
덩치 작은 여자애가 그 옷을 입으니까 반바지는 흘러 내릴 것 같았고, 길이는 8부 바지였다. 티셔츠는 하도 커서 풍선을 두개 넣어도 될 것 같았다. 당연히 그 옷을 입기 싫을 수 밖에...

놀라운건 그 할머니의 반응이었다.

"버르장머리 없이 왜이래? 조용히 안해?
싸가지가 없어,싸가지가. 애 옷은 이거 밖에 없다는데 이 옷을 입어야지. 그럼 어른 옷 입을래? 벗어줄까 입을래? 싸가지가 없어,싸가지가."


듣는 내가 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여자애는 놀라고 또 무서워서 울음을 뚝 그쳤다.
난 그 여자애를 안고 도망가고 싶었다.그 상황에서 그 할머니로 부터 탈출시켜 주고 싶었다.

그 할머니는 그 폭언이 폭력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도저히 어린 손녀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닌데도,
그 어린 손녀는 혼날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 할머니는 악을 쓰며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폭력에 노출된 어린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애들의 정서는 얼마나 망가질까?
하루에도 몇번씩 공포에 떨겠지?

몽둥이로 때리고 상처 입히고
굶기고 가두고 하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그 어린 것이 매일 매일 할머니에게 그런 폭언들을 들어야 하는걸까? 어렸을 때 부터 그런 폭언을 듣고서 자기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기자신을 사랑 받을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비하하면 어쩌지?그래서 사랑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랑 덜컥 사랑에 빠져 버리면 어쩌지?

온갖 생각이 머리를 빙빙 도는 동안 그 할머니가 애 손목을 끌고 나가 버렸다. 아마 칠보석방 같은데서 뜨겁다고 울어도 똑같이 소리를 지를꺼다.


이야기 둘.

지난 주 소래포구의 한 횟집에서 있었던 일.

옆옆옆 테이블에 두 가족이 들어왔다.
누나 가족과 남동생 가족(정황으로 봐서 그렇게 추측된다).
신년회겸 두 가족이 모인 것 같았다.

기분 좋게 술 한잔 하며 회를 먹고 있는데,
그 테이블에서 큰 소리가 났다.
돌아 보니 한 뚱뚱한 아저씨가 자기 마누라를 잡아 먹을 듯이 야려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여자가 말이야.신년초 부터 재수없게.여자가 그러니까 될 일도 안 되는거지. 그런 말을 뭐하려고 해? 어쩌구 저쩌구..."

그 테이블에 어른들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딸에, 누나의 딸들로 보이는 고등학생~대학생 2명이 있었다. 애들까지 있는데서 "공개망신"을 주고 있었다. 아주 당당하게.

남편의 폭력 앞에서 한마디 대항도 못하고 당하고 있던 아줌마는
눈물이 났던지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테이블 잠시 침묵.
곧 초등학생 딸이 크리넥스를 들고 쪼르륵 엄마를 따라 갔다.

뚱뚱한 남자의 누나로 추정되는 뚱뚱한 아줌마가 동생을 탓하며 뭐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뚱뚱한 남자는
"여자가 년초부터 재수없게 하니까 그렇지" 하면서 상추쌈까지 싸서 회를 우직우직 씹어 먹었다.

그 테이블에는 불편한 침묵이 계속 되었고,
말 안하고 가만히 있는게 불편해서 그런지
회가 맛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할일이 먹는거 밖에 없어서 그런지
누나 가족들과 뚱뚱이 아저씨는 경쟁하듯이 부지런하게 회를 먹었다.

화장실에서 마음을 가라앉힌 아줌마가 딸의 손을 잡고 컴백.
모성본능을 발휘하여 얼마 남지 않은 회를 어린 딸에게 먹이고 있었다.

여기까지 봤을 때, 우리 테이블은 매운탕에 후식까지 다 먹었기에 나왔다.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그 아저씨는 아내에게 사과를 할까?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면 그 사람 많은데서 그 난리도 안쳤겠지...
씁쓸했다.

남의 일인데...하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들인데도 그냥 지나쳐 지지가 않는다. 그냥 스쳐가지 않고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조각난 상처가 날아서 나한테 꽂히는 것 같다.

예전에- 신입사원 때 였던 것 같다 -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 넌 참 측은지심이 발달했구나.그럼 살기 힘든데..."

그렇다. 살기 힘들 때가 많다.
하루에도 몇번씩 울컥할 때가 많다.

하지만...이게 내 타고난 성품이다.
우리 아빠도 그렇고 우리 엄마도 그렇다.
착하고 예민하고 여리고...

"드라이"해지려고 억지로 노력하던 때가 있었다.
사우나 하고 나와서 젖은 머리를 말리듯이 윙~소리를 내며 그냥 사정없이 감정을 말려 버리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그게 더 힘들었다. 성격을 바꾸는게 더 힘든 일인가 보다.

나를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싶다.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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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1-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스쳐가는 이미지는 결코 님에게 스쳐가지 않는다는 걸 애독자인 저는 잘 압니다 ^^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 문제 아니겠어요...

자신의 가족에게 습관처럼 가하는 폭력, 정말 보기 싫습니다.

언젠가 백화점 식당에 남자아이 둘과 장모님(으로 추정되는), 아내와 함께 들어온 남자는 큰아이에게 밥을 못먹게 하더군요. 손찌검을 하려고 손을 번쩍번쩍 들고, 아이가 우니까 천 원을 던지며 (흠~ 자세히도 봤죠? ^^;;) 니가 먹고 싶은 거 사먹으라고 하고, 반면에... 작은 아이에게는 금세 표정을 바꾸어 뭐 먹겠냐고 말하는데... 정말 혐오스러웠어요. 수선님의 바람이 모아져 철드는 사람이 생겼으면...간절히 바랍니다.

암리타 2005-01-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때론 타인에게 행복도 줄 수 있지만, 상처로 줄 수 있는 만큼 조심히 써야겠죠 우리가 너무나 편히 남에게 했던 말들을 곱씹어 생각하고, 판단하여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kleinsusun 2005-01-1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화점에서 만난 그 가족의 아버지는 설마 "장남"을 강하게 키우려고 일부러 그러는건 아니겠죠? 엄마 친구 아들중에 하도 그 아버지가 "장남 스트레스"를 주고, 어렸을 때 부터 경기 일으킬 정도로 무섭고 불안하게 해서, 현재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부모들이 그렇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을 때, 그 아이의 정서와 인성이 얼마나 망가지는지를 알아야 할텐데...정말 아쉬워요. 플레져님의 커멘트는 사진속의 해바라기 처럼 저에게 듬뿍듬뿍 에너지를 준답니다.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5-01-10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런 글을 쓴 저도 아픈 말로 주위 사람들을 아프게 한 적 많아요.부끄부끄.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들은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암리타님, 감사합니다.

icaru 2005-01-1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측은지심이 발달하면 살기가 힘들다는 님의 지인 말씀이... 제게 남는군요~

아마 님의 선배 님도 측은지심 때문에 힘겨웠던 유경험자이실듯...

kleinsusun 2005-01-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그 선배도 측은지심이 발달했죠.어찌나 사랑에도 잘 빠지는지...

그 선배도 이 드라이한 세상에 살기 힘든 남자죠.ㅋㅋ

로드무비 2005-01-1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측은지심으로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게 좋은 거 아니겠슴까? ㅎㅎ

kleinsusun 2005-01-1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근데 그 선배는 사랑에 빠지고 넘 힘들어해서 옆에서 보는 사람이 "측은지심"을 느끼게 만들어요.

야클 2005-01-1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으면 그냥 무심히 지나쳤을 일상에서도 수선님은 어찌 이런 면을 찾아내시는지요?

항상 이런 따뜻한 마음과 측은지심은 자신에게 되돌아온답니다. 현세가 아니면 후세라도... ^^ 그리고 그 뚱뚱한 아저씨... 늙어서 서러움 당할걸요? 젊어서 아내에게 못해준거 이자까지붙여서.. ^^

kleinsusun 2005-01-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어서 서러움 당하는 할아버지들 있쟎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그것도 "폭력의 되물림"인 것 같아요.

자신에게 잔혹하게 했던 남편이 더 이상 아무 힘도 없어지고 다 늙은 영감이 되어 버리면 그 때는 할머니가 구박하고 무시하고 귀찮아하는...그럼 둘 다 불행할텐데...전반부 후반부 나눠서 그러지 말고, 서로 좀 제발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어요. 오늘 출근길에 많이 추우셨죠? 전 집에서 뒹굴뒹굴 하고 있답니당.ㅋㅋ
 

집에 오는 길에 라디오로 MBC 10시 뉴스를 들었다.
운전하는 친구랑 떠드느라 건성으로 듣고 있었는데,
불법지방흡입수술 보도에서 난 신음을 뱉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럴 땐 오디오가 비디오 보다 더 끔찍하다.
환자의 외마디 비명 소리.
TV로 보는 것 보다 더 잔혹한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이런 보도 내용이었다.
지방흡입기를 판 업자가 환자를 수술한다.
의사들은 업자 옆에 둘러서서 기계 사용법을 배운다.
시술을 지켜보던 의사 중 한명이 실습을 한다. 환자가 비명을 지른다.의사 중에는 청바지 차림으로 서있는 사람도 있다.

기가 찬다.
새로 산 지방흡입기 사용법 익히려고 환자를 마루타로 쓰다니...그것도 비싼 돈 받고...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얼마 전, 한 피부관리실에서 얼굴 마사지를 받았다.
작년에 친구 따라 갔다가 같이 다니자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 10회 쿠폰을 덜컥 사버렸다. 1년 동안 10번을 못가고 있다가 12월 말에 동생이랑 같이 가서 드디어 쿠폰을 다썼다.

몇달만에 간 피부관리실.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이 많았다.
피부 관리실 원장은 얼굴이 네모난 여자랑 상담을 하고 있었다.

네모 : 얼굴이 좀 작아졌으면 좋겠어요.
원장 : 경락을 받으면서 보톡스를 같이 맞으세요.
네모 : 그러면 얼굴이 작아지나요?
원장 : 그럼요. 100% 작아지죠.
경락 10회에 보톡스. 확실하게 작아져요.
네모 : 비용은....
원장 : 경락 10회에 70만원, 2회 추가 서비스 해드리구요.
보톡스는 80만원. 병원에서 쓰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제품이예요.

난 너무도 놀랐다.
보톡스라면 주사를 놓는건데 그걸 병원도 아니고 피부관리실에서?
피부관리실이나 미장원에서 눈썹이랑 입술 문신하는건 알았지만
주사까지 놓는다는건 정말 충격적이었다.

난 사람들의 "용감함"에 놀랐다.
불법시술을 하는 피부관리실의 용감함에도,
잘못되면 어쩌려고 하나뿐인 얼굴을 병원도 아닌 곳에 맡기는 여자들의 용감함에도...

상담을 마친 얼굴 각진 여자가 돌아가고 난 후,
난 원장에게 슬쩍 물었다.

수선 : 저...보톡스요. 그거 의사만 놓을 수 있는거 아니예요?
원장 : 뭐...그렇지. 안 그래도 "pay doctor"를 하나 뽑을려구.
수선 : 에? pay doctor요?
원장 : 음...피부과가 있는 "토탈 에스테틱 하우스"를 만들 계획이야.
수선 : 대단하네요.근데 pay doctor 월급은 얼마나 한데요?
원장 : 한 500만 주면 된데.

아....이 얼마나 신선한 "발상의 전환"인가.
여태까지 차앤박 같은 큰 피부과에 부설로 에스테틱이 있었다.
이제 대형 에스테틱에 부설로 피부과가 생긴다.
피부과에서 일할 월급쟁이 의사는 에스테틱 원장한테 월급을 받는다. 가끔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질책을 받기도 하겠지.
" OOO선생은 생각이 있는거예요? 없는거예요? "
열 받은 닥터는 친구들과 술을 마실까?
술을 마시며 이렇게 말하진 않을까?

"나 의사 맞아?"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응급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새우잠을 자다 호출에 달려가는,
있는 힘을 다하여 생명을 살려내는 그런 의사들,
아름다운 의사들이 훨씬 더 많다.

요즘 강남에 있는 빌딩들을 보면
건물 하나당 피부과랑 성형외과가 노래방이나 pc방 보다 많은 것 같다.여기에 피부관리실은 또 얼마나 많은가....이런 상황에서 경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환자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

의사 "선생님"이란 말이 무색해 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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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1-10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자본이 의사를 고용하게 될 겁니다 지금은 미용에 관련된 비보험 분야만 그렇지만 앞으로는 대부분의 의료 분야에서 자본의 종속화가 일어날 거예요 결국 의료 분야에서도 경쟁의 논리가 도입되어 치료 성과보다는 수익 여부로 의사를 판단하겠죠 그 불쌍한 페이닥이 몇 년 후 대부분의 돈없는 의사 모습일 겁니다 어떻게 하면 환자를 낫게 할까 대신, 어떻게 하면 환자가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겠죠 의사들도 문제지만, 사회 구조가 의사들을 그런 쪽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참 착잡합니다

kleinsusun 2005-01-1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누구나 돈만 있으면 의사를 고용할 수 있죠.재정적자 상태인 종합병원들도 많으니까 하나 인수할 수도 있겠고...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대기업 입사시험을 떨어지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세상이예요. 의대 합격했다고 소잡아서 잔치하는 시대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아직은 의대 커트라인이 젤로 높긴 하지만요.

야클 2005-01-1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이담에 아무리 통통해지셔도 지방흡입수술 하지 마세용. 이마에 나이테가 생기셔도 주사맞지 마시고. ^^

kleinsusun 2005-01-1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마에 나이테가 생겨도 주름제거 이런거 안할꺼예요.

대신 아주아주 사랑스런 할머니가 될꺼예용.ㅋㅋ
 
에고이스트 트레이닝 - 양장본
요제프 키르쉬너 지음, 유혜자 옮김 / 해냄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나다.
나는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아니다.
나의 소망과 욕구와 가치 기준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맞아야 한다.
내 인생의 중심은 나고,
무엇이 중요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나 스스로 결정한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것을 강요하게 되고,
결국 나는 독자적인 인생을 살 수 없다.

- <이기주의자를 위한 성경> 중에서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화끈하지 않은가?

이 책을 읽은건 작년 10월말? 11월 초?
잠이 안와서 뒤척뒤척 하다가 이 책이 생각났다.
왜일까...

이 책에서는 이기주의를 이렇게 정의한다.
다른 어떤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더 믿는 것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
말할 때 습관이 " ~ 하더라구" 다.
자기 의견은 없고 항상 이렇게 말한다.
" 누가 이렇게 말하더라구."
" 그런 의견도 있더라구."
" 그렇다고 하더라구."
" 맛있다고 하더라구."
" 그 영화 참 재미있다고 하더라구."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얻는다고 항상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
생활의 중심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일정이다.
정보 또한 주위 사람들의 말에 의존한다.
네이버 지식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을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러다 보니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대부분이다.

중요한건....
상처를 잘 받는다는 거다.
자신은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최고의 가치로 하는데,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홍반장 처럼 5분 대기조로 쏜살같이 나타나는데,
주위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항상 자기가 먼저다.
상처를 받고 분노가 쌓인다.

이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장 의미있는 일인 현재의 상태에서는
주위 사람들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갈 수 밖에 없다.
에너지의 원천이 주위 사람들이어서는 안된다.
자기 생활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라는 거다.
뭐 뻔한 말 같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내 자신이 뭘 원하는지,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를 알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만 보면 요즘 흔한 처세술 책인 것 같지만,
싸잡아 평가절하하기엔 아까운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극단적으로 긴장되는 상황에서 긴장을 풀기위해 그 시간(명상하는 시간)을 이용한다.심사숙고하지 말고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조바심을 내면 현명한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한다.
"조바심,두려움 혹은 다른 사람의 성화에 떠밀려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말자.다른 사람으로부터 성화를 받거나 위협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낫다."
(p178)

섣부른 결정을 내리느니 포기하는게 낫다.
이 말 앞에서 참...부끄러웠다.

날마다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다른 사람이 한 약속에 의존하면서 언젠가는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리라는 희망을 품던 일을 그만두고,오늘 여기 이자리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p95)

이 책의 빨간 표지에는 회색띠가 둘려져 있다.
그 회색띠에는 이 책에 어울리는 화끈한 카피가 있다.

남 생각하다 인생이 꼬인 사람들에게!

남 생각하다 인생 꼬인다고 펴 줄 사람 아무도 없다.
뻔한 말이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눈을 감고 명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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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1-0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시형이나 김정일 같은 정신과전문의들이 쓴 책들에서도 많이 강조하는 내용이네요. 그래야지 하면서도 모질지 못한 여린 성격 가진 사람들에겐 쉬운 일이 아닌가봅니다.

그나저나 글 쓴 시간이 새벽 3시 38분??? 이러다 진짜 월요일에 몸살납니다. 일요일 등산은 누가 가고? ^^*

kleinsusun 2005-01-1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등산 토요일에 다녀 왔어요. 다리가...아파요.

야클님은 내일, 아니 오늘이구나, 출근하시죠? 전 휴가랍니다.랄랄라....부럽죠?

드팀전 2005-01-1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겠지요.하지만 중심은 자신이 되어야한다고 믿습니다.그러려면 사실 가치관의 변화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보입니다.승리주의적 가치,물신숭배로는 자신을 중심에 두기 어렵지 않을까요.이미 자신이 시스템 안에서 따라가기 바쁜 거니까요.사실 시스템에 대한 가치부정이 있지 않으면 뭘 해도 결국 따라가기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최근에 불었던 느린 삶이란 것이 그러한 종류의 가치도전인 거 같은데..

외연에 보이는 "나는 나." 라는 식은 오히려 시스템 안에서 동조 또는 모방을 의미할 뿐이라고 보입니다.개성이다..나는 나다...하면서도 드라마에서 더그부츠가 유행하니까 거리돌아다니면 눈에 보이는데 다 더그부츠입디다.그건 개성도 나는 나도 아니라고 생각해요."나는 나"의 시뮬라시옹정도 겠네요.결국 나는 나...라는 것은 나의 가치가 시스템에 대해 비개연성을 갖는다는 것 아닐까요.(부정이 아니라 비개연성..)

kleinsusun 2005-01-1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시스템에 대한 가치부정 없이는 결국 빙빙 도는거죠.

드팀전님의 글을 읽으니 <매트릭스>가 생각나요.

내가 사는 세상이 <매트릭스>인지도 모르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달려가는 삶...

moonnight 2005-02-1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섣부른 결정을 내리느니 포기하는 게 낫다. 제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말입니다. -_-; 요즘 상황에 너무 잘 맞는 표현인 거 같아서 순간 허걱 놀랐답니다. ㅠㅠ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이 순간을 놓치게 될까봐,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봐 안달하는 제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중심을 잃으면 안 되는데.. 내 인생을 결정할 사람은 나 뿐인데.. 마음이 어지러운 월요일입니다. ㅠㅠ 매우 뒷북스러운 댓글이네요. 힘찬 한 주 여세요. 늘 감사합니다. ^^
 

새해의 첫번째 일주일을 보냈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늘상 부지런을 떤다.
담배를 끊는다고 호들갑을 떨고,
헬스클럽은 새로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도 터져나갈 것 같고,
외국어 공부를 한다고 출근길에 이어폰을 낀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

그런데 난....
이상하게 피곤하고 무기력했다.
오히려 평소 때 보다 더 처져있었다.

어제 아침에 난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휴가를 냈다.
1월 10일 월요일.
여름휴가를 빼고 별도의 휴가를 낸건 처음 있는 일이다.


요즘엔 휴가도 근태시스템에 입력하고 전자결재를 받아야 한다.
가끔 헛갈린다. 이게 디지털 세상인지 귀찮은 세상인지...

근태시스템에 들어가면 일단 휴가 날짜를 지정해야 한다.
1월 10일 월요일 클릭.

그 다음 휴가 종류를 지정해야 한다.
참...일년에 휴가 며칠 되지도 않으면서 휴가 종류는 디따 많다.
"연차" 클릭.

사실 보건휴가(생리휴가)를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연차를 선택했다. 사업부 전체에서 여자는 나 하나 밖에 없다. 한번 써본 적도 없는 보건휴가 한번 냈다가 " 여자들은...." 이런 말 듣고 싶지 않다.

그 다음 휴가 사유를 입력해야 한다.
난 잠시 망설였다. 뭐라고 쓰지?
"가사"라고 쓸까?
근데 "가사"라고 쓰면 팀장이 뭔 일이냐고 또 꼬치꼬치 묻는다.

참...자기 연차 자기가 쓴다는데
뭔 일이냐고 묻는 팀장도 그렇지만
이런 질문에 자세히 대답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하다.

얼마전 울팀 대리 하나가 연차를 냈었는데
팀장이 뭔 일이냐고 물으니까
옆에서 듣는 사람이 짜증이 날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래서....난 "몸살"이라고 썼다.
채울 칸을 다 채우고 "상신" 클릭.

한 10분 쯤 지났을까?
팀장이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난 일하면서 생각했다.
'아침 부터 뭐가 저렇게 웃길까? 쩝'

팀장은 자지러지게 웃다가
여전히 껄껄거리며 누군가를 불렀다.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난 "네" 대답하고 팀장 자리로 갔다.
팀장은 여전히 킥킥거리며 말했다.

"넌 몸살도 예약하냐?"

난 순간 당황했다.
잠시 침묵....

팀장 : 넌 몸살도 예약하냐?
주말에 푹 쉬면 되지 월요일에 몸살이야? 우하하.
수선 : 그게....몸살이 좀 심해서요.
팀장 : 아프긴 정말 아프냐? 얼굴은 멀쩡한데...
수선 : 참고 있는거예요.
팀장 : 마음이 아픈거 아니야? 으허허.
수선 : (강경하게) 아니라니까요.


이렇게 해서 결재가 완료되었다.
참.... 휴가 하루 내는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생각해 보니 나도 참 미련하다.
그냥 가사라고 쓰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면 외할머니 팔순 이런 모범답안을 말하면 되는데...

어쨌든 3일을 쉬게 되었다.
내일 아빠가 등산을 가신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내일은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한다.
영하 10도라나...
등산 갔다가 정말로 몸살 나는거 아닐까?
그래서 황금같은 휴가에 정말 몸살로 누워 있는거 아닐까?

몸살예약.우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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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1-0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3일 연휴라... 부럽네요. 전 이제 회사 나가야되는데. -_-; 수선님의 남은 생애중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란거 아시죠? 등산이든 책이든(몸살은 말고 ^^) 3일 멋지게 보내시길. 화이티잉~~~ ^^V

chaire 2005-01-0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재밌고 눈물나는 글인 걸요...^^ 몸살을 예약하면 뭐 어때서요.. 그쵸? 디지털이 더 복잡할 때가 정말, 간혹 있어요... 암튼 맘/몸 편한 휴가 되시길...

icaru 2005-01-08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몸살은 사양하시고요~ 지금 금쪽같은 나날을 유유자작자작...하시겠네용^^

릴케 현상 2005-01-0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깐깐한 회사군요. 울회사는 난닝구라 아무때나 나와서 일하고 아무때나 쉬는데^^

kleinsusun 2005-01-09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쪽같은 3일의 휴가 중 하루를 보냈어요.그래도 널널하게 보낼 일요일 밤을 생각하면 잔잔한 행복이 밀려오네용.ㅋㅋ 모두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