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길에 라디오로 MBC 10시 뉴스를 들었다.운전하는 친구랑 떠드느라 건성으로 듣고 있었는데, 불법지방흡입수술 보도에서 난 신음을 뱉을 수 밖에 없었다.이럴 땐 오디오가 비디오 보다 더 끔찍하다. 환자의 외마디 비명 소리.TV로 보는 것 보다 더 잔혹한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이런 보도 내용이었다. 지방흡입기를 판 업자가 환자를 수술한다.의사들은 업자 옆에 둘러서서 기계 사용법을 배운다.시술을 지켜보던 의사 중 한명이 실습을 한다. 환자가 비명을 지른다.의사 중에는 청바지 차림으로 서있는 사람도 있다. 기가 찬다. 새로 산 지방흡입기 사용법 익히려고 환자를 마루타로 쓰다니...그것도 비싼 돈 받고...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얼마 전, 한 피부관리실에서 얼굴 마사지를 받았다. 작년에 친구 따라 갔다가 같이 다니자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 10회 쿠폰을 덜컥 사버렸다. 1년 동안 10번을 못가고 있다가 12월 말에 동생이랑 같이 가서 드디어 쿠폰을 다썼다. 몇달만에 간 피부관리실.언제나 그렇듯이 사람이 많았다. 피부 관리실 원장은 얼굴이 네모난 여자랑 상담을 하고 있었다. 네모 : 얼굴이 좀 작아졌으면 좋겠어요.원장 : 경락을 받으면서 보톡스를 같이 맞으세요. 네모 : 그러면 얼굴이 작아지나요? 원장 : 그럼요. 100% 작아지죠. 경락 10회에 보톡스. 확실하게 작아져요.네모 : 비용은.... 원장 : 경락 10회에 70만원, 2회 추가 서비스 해드리구요. 보톡스는 80만원. 병원에서 쓰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제품이예요. 난 너무도 놀랐다. 보톡스라면 주사를 놓는건데 그걸 병원도 아니고 피부관리실에서? 피부관리실이나 미장원에서 눈썹이랑 입술 문신하는건 알았지만주사까지 놓는다는건 정말 충격적이었다. 난 사람들의 "용감함"에 놀랐다. 불법시술을 하는 피부관리실의 용감함에도,잘못되면 어쩌려고 하나뿐인 얼굴을 병원도 아닌 곳에 맡기는 여자들의 용감함에도...상담을 마친 얼굴 각진 여자가 돌아가고 난 후,난 원장에게 슬쩍 물었다. 수선 : 저...보톡스요. 그거 의사만 놓을 수 있는거 아니예요?원장 : 뭐...그렇지. 안 그래도 "pay doctor"를 하나 뽑을려구.수선 : 에? pay doctor요? 원장 : 음...피부과가 있는 "토탈 에스테틱 하우스"를 만들 계획이야.수선 : 대단하네요.근데 pay doctor 월급은 얼마나 한데요?원장 : 한 500만 주면 된데. 아....이 얼마나 신선한 "발상의 전환"인가. 여태까지 차앤박 같은 큰 피부과에 부설로 에스테틱이 있었다.이제 대형 에스테틱에 부설로 피부과가 생긴다.피부과에서 일할 월급쟁이 의사는 에스테틱 원장한테 월급을 받는다. 가끔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질책을 받기도 하겠지. " OOO선생은 생각이 있는거예요? 없는거예요? " 열 받은 닥터는 친구들과 술을 마실까? 술을 마시며 이렇게 말하진 않을까? "나 의사 맞아?"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응급실에서 고군분투하는,새우잠을 자다 호출에 달려가는,있는 힘을 다하여 생명을 살려내는 그런 의사들, 아름다운 의사들이 훨씬 더 많다.요즘 강남에 있는 빌딩들을 보면건물 하나당 피부과랑 성형외과가 노래방이나 pc방 보다 많은 것 같다.여기에 피부관리실은 또 얼마나 많은가....이런 상황에서 경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아무리 그래도....환자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의사 "선생님"이란 말이 무색해 지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