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일주일을 보냈다.

화요일 밤.
일이 좀 밀렸기에 10시쯤 퇴근하면서 택시를 탔다.

항상 회사 앞에는 빈 택시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그 날 따라 모범만 있고, 일반 택시가 없었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문을 여니 그 택시는 일명 "양아 택시".
속도계, 주유계 다 야광으로 되어 있고,
알록달록 귀여운 시트 커버에,
카 오디오 출력도 좋았고,
흔히 택시에서 들을 수 있는 트로트가 아닌
최신곡들이 신나게 흐르고 있었다.

나이트 같은 택시 내부를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택시를 탔다.
쿵짝 쿵짝....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노래도 흥얼거리고
친구들에게 문자도 보내며 기분 좋게 달렸다.

문제의 사고는....
택시를 내릴 때 발생했다.

거스름돈을 받고,
큰 손리로 "고맙습니다." 인사까지 하고 내려서
문을 "쾅" 닫았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믿을 수 없게도....
세상에 이런 일이.....
왼손 엄지 손가락이 차문에 끼어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차문을 열었다.
너무너무....두려웠다.
혹시 손가락이 잘라졌으면 어쩌지....

손톱 바로 밑 부분이 찢어져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자 넘 무서웠다.
엉엉 울었다.

다시 그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달렸다.
아저씨도 당황해서 빵빵 거리며 마구 달렸다.

그 시간이 10분쯤 되었을까? 5분?
그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생각나는게 엄마 밖에 없었다.
집에 울면서 전화했다.

"엄~마! 나 다쳤어...."

응급실에 도착.
택시 아저씨가 같이 들어가 주었다.

병원 입구에 "나일롱(?) 환자"로 보이는
건장한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일명 교통사고 전문병원으로 보이는 그 병원의 응급실은 한산했다.

디따 젊은 캐쥬얼 차림의 당직 의사가
"울지 마세요. 별로 찢어지지도 않았네요.별거 아니예요."
하면서 달래고는,
엑스레이도 찍지 않고 간단하게 몇바늘 꿰매고는
실밥 풀 때 오면 된다고 했다.

택시 아저씨가 물었다.
"그래도...엑스레이는 찍어봐야 하는거 아닌가요?"

당직 의사가 갸우뚱 하며 말했다.
"이 정도면...안 찍어도 될 것 같은데....함 찍어볼까?"

그리고 10분 후....
엑스레이 필름을 보자마자 의사가 말했다.

" 어라!!! 골절이네. 뼈가 부러졌어요.
내일 다시 오셔야겠어요.어쩌면 수술을 해야될지도 모르겠네요."

( ※ 결국....그 다음 날... 아는 선생님이 계시는 종합병원에 입원, 수술을 하고 목요일에 퇴원했다.)

택시 문을 "쿵" 닫는 그 짧은 순간,
응급실까지 달리는 5 분, 10분....
정말....소름끼치게 무서웠다.

그... 머리카락이 쭉쭉 설 것 같은 무서움과 통증이,
기부스를 한 불편함으로 변한 지금,
그러니까 여유가 생긴 지금....
이런 생각을 한다.

응급실로 달리던 그 10분 동안에
전화할 남친이 내게는 없구나....

사리돈인지 게보린 TV 광고처럼
"내 여자의 두통을..." 어쩌고 하며
바람을 날리며 달려오는 그런 남친이 내게는 없구나....

수술할 때,
수술실 밖에서 부모님이 한시간 넘게 안절부절 못하면서 기다리셨다.
손가락 하나 수술하는 작은 수술이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마음은 오죽하셨을까....

병원에서는 부모님을 "보호자분"이라는 말로 부르던데,
아직도 보호자가 부모님이라는 사실이
미안하기도 하고....
좀....쩍 팔리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랑이란....
언제라도 달려와 줄 수 있는....그런게 아닐까...
뭐 그렇게 거창하고 대단한게 아니라
그냥 일상의 소소함을 함께 나누고 도닥거리고 그런게 아닐까....

여태까지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랬던 건 아닐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달랑 3일 만나고
평생을 그 기억 속에 빠져 사는 그런 대단한(?) 사랑도 싫고,
칼릴 지브란 같은 위대한 시인한테 평생 연애편지가 온다 해도
가까이서 볼 수 없다면
대단하지는 않아도 게보린 광고처럼 오버하며 달려오는
평범한 남자가 좋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머리를 감겨줄 수 있는 남친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한 손으로 머리 감는다는거...
정말....불편하다.

한 달 후에야 기부스를 풀 수 있단다.
그 때 까지 금주를 해야 하니...
이 기회에 다이어트나 해야 겠다.

이번 사고로 느낀 점.
매사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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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10-0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날뻔 하셨네요.
거 참, 내가 그런거니 어따대고 화낼때도 없고 , 그러셨겠습니다.
예기치않게, 그렇게 문득, 지금 없는 '그'의 부재를 느껴야한다니, 에구에구

로드무비 2005-10-0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놀라셨겠어요.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누군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부재를 아쉬워하는 님에게서
전 되려 여유를 느낍니다.

kleinsusun 2005-10-0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저 진짜....하이드님 생각 많이 했어요.
예전에 님 페이퍼에서 남친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
"머리 감겨주기" 쓰셨쟎아요.
지금 저한테 진짜...간절하다니깐요.
머리 한손으로 감기...정말 힘들어요.ㅋㅋ

kleinsusun 2005-10-0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진짜 뜻밖의 사고로 부재를 느끼네요.
부모님께 죄송하더라구요.사고뭉치 딸이 아직도 부모님을 보호자로 불러내고 있으니...ㅋㅋ
아...여유가 느껴져서 다행입니당.
언젠가...만나겠죠.뭐...ㅎㅎ

야클 2005-10-09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한 손가락으로 이 긴 페이퍼를... 전 강아지 목욕 잘 시킵니다. 사람 머리는 안 감겨봤구요. 아마 잘 감길거예요. 그냥 그렇다구요. ^^ 냐하하~~~ =3=3=3

kleinsusun 2005-10-0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좀 있다....머리 감으러 미장원 갈꺼예요.썰~렁.ㅋㅋ

하이드 2005-10-0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왕이면 젊고 손힘좋은 남자 어시스턴트가 걸리시기를. 뭐..뭐래는거냐. 후다닥

icaru 2005-10-0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지가 머리 감겨 드릴 수도 없고...
정말 파란만장한 일주일을 보내셨군요~
지금은 괜찮으신 거죠? 손가락 깁스를 하셔서 당분간은 불편하시겠구만유 이궁..

플레져 2005-10-09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코, 님. 택시의 요란한 내부 설명 때문에 택시 기사와 관련된 무엇인줄 알았는데...그거랑은 전혀 상관 없는 실수였군요. 큰일날뻔 하셨어요. 자동차 문이 의외로 강력하더라구요. 저는 우리집 차에 손가락 찧어서...ㅠㅠ 뭐 별 일은 없었지만, 얼마나 아픈지는 알아요. 근데, 그 아저씨 의외로 참 자상하고 고맙네요. 수선님 기브스에 여러사람들이 낙서하진 않나요? ㅎㅎ 뼈가 잘 붙기를.

BRINY 2005-10-09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자상하신 택시운전사 아저씨 만나셔서 다행이었어요. 부상도 금방 나으시겠죠? 하여간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할라치면 왜 다 큰 어른한테 보호자 동의서를 요구하는 지 모르겠어요.

끼사스 2005-10-09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엄청나게 아프셨겠네요. 앞으론 택시문 너무 세게 닫지 마세요. ^^: 쾌유를 빕니다.

겨울 2005-10-09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아프고 무섭고 외로운 황당무계한 사고를.... 수선님, 빨리 나으세요.

날개 2005-10-0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저런~! ㅡ.ㅜ 부러지기까지 했다니 얼마나 힘있게 닫았는지 알겠습니다..
한달동안 고생 하시겠네요.. (울 아들이 예전에 손가락 뿌러져서 깁스하고 있었잖아요..ㅡ.ㅡ;; 어찌나 불편하던지...) 그래도 왼손이라 다행이란 생각을...^^
뼈가 빨리 붙었으면 좋겠네요.. !

mannerist 2005-10-09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다쳐서 아픈 것 보다 맘 상한게 더 크시겠어요. 맘이든 몸이든 어여 붙길 빌어요. 그나저나. 정말 어떤 분이 수선누나 머리 감겨주실려나? ㅋㅋㅋ...

참고로 그 게보린 광고에 나오는 음악... 모차르트 레퀴엠의 Dies Irae라는 부분인데요. Days of wrath, 한국어로 하면 진노의 날 정도 될라나. 하늘과 대지가 불타고... 이런 가사덥디다. 개념없는 광고라고 키득대던 기억이 나네요. 여튼간에 어여 나으시라구요. 몸도 마음도. =)

kleinsusun 2005-10-0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너무해....ㅋㅋ
글쿠...제가 다니는 미장원엔 젊은 남자 어시스턴트가 없어용.^^

icaru님, 네...지금은 괜찮아요.다만...불편할 뿐...^^
엄지 손가락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지 몰랐네요.

플레져님, 의사 샘이 왜 다쳤냐고 물어 봐서 대답했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의외로 차문에 손을 찧어서 오는 분들이 많네요."
호홋....그 말에 많은 위안을 받았답니다.
어이 없는 실수에 화가 났었거든요. 정말....매사에 조심, 또 조심입니다요.

kleinsusun 2005-10-0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병실에서 간호사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대학생인지 알았는데...나이가 많.으.시.네.요." 헉....
침대에 이름, 나이, 병명, 주소 까지 다 써있는거 있죠.
정말...병원이란 최소한의 privacy도 없는 곳이더군요.

이번에...부모님께 정말 죄송했어요. 사고뭉치 딸 땜에 항상 출동이십니다.ㅋㅋ

kleinsusun 2005-10-0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성님...감사합니당.네...앞으론 문을 좀 살살 닫아야 겠어요.^^

우울한 몽상님, 맞아요!!! 정말 아프고 무섭고 "외로운" 사고였어요.
아픈거 보다 외.로.움!!! 빨리 나아야죠. 아자!

아...날개님, 경험이 있으시군요.
정말....불편하네요. 또...술도...마시고 시퍼요.ㅎㅎ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당.

kleinsusun 2005-10-0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야...흑흑....정말 내 머리를 감겨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정말....나도 궁금하당.
글쿠...게보린 음악말이야....미친듯이 달리는 남자만 본다고 음악이 있는지도 몰랐는데....ㅎㅎ....그런 음악이었단 말이야? 황당....또 매너의 박식함에 박수를....(근데 기브스 땜에 박수 못친당.) ㅋㅋ

moonnight 2005-10-10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ㅠㅠ 요즘 많이 바쁘신가보다. 생각했더니만.. 이런 날벼락이 있으셨군요. 우리 수선님 얼마나아프셨을까요. 수술까지 하셨다니.. 그래도 그 양아^^; 택시아저씨가 고맙게 느껴지네요. 응급실앞에 내려주고 홀랑 가버렸음 우리 수선님 혼자서 너무 안스러웠을텐데.. 몸이 아프니 마음이 더 약해지고 쓸쓸해지나봐요. 우리 수선님 저라도 시원하게 머리 감겨드리고 싶은데.. ㅠㅠ 기운내시고 잘 낫게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바람돌이 2005-10-1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진짜 많이 아프셨겠다. 일단 마음이 안정돼야 손가락도 빨리 나을테니 사골 푹 고아서 드시고요. 뼈 붙는데 좋대요.
여기 저기 찜해두었던 남정네들 빨리 작업들어가자고요. ^^

마냐 2005-10-1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놀라셨을까...토닥토닥....손가락 하나도 엄청 소중하다는걸...새삼새삼 고맙게 느끼셨겠슴다.......모쪼록 몸도 맘도 쾌차하시길.

실은.....얼마전, 조수석에 앉아 차문을 쾅 닫는데....뒷자리에 타던 아이의 손가락이 끼었죠. 아이 아빠가 타는걸 봐주고 있었기 때문에...암생각 없이 닫았는데, 아이가 앞문쪽에 손을 대고 있었나봐요.ㅠ.ㅜ 하늘이 도우셨는지, 약간 붓기만 하고, 손가락 잘 움직이구...별탈 없었는데...이 엄마 마음은 정말 정말 하늘무너지는 심정이었슴다.....자나깨나 손조심. ㅠ.ㅜ

클리오 2005-10-1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큰일날뻔 하셨군요. 그래도 그만하느라고 다행입니다. 그런데.... 금자씨처럼 손을 묶고 계시나요?? ^^ 아프지 않고 빠릴 나으시길 빌께요..

kleinsusun 2005-10-1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그죠? "양아" 택시 아저씨 정말 고맙죠?
전화도 왔었어요,걱정된다고....
오늘 병원 다녀왔어요.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뼈가 붙어야 하니까 기부스는 짤 없이 한달이래요.흑흑

바람돌이님,감사합니당.
음...점심시간엔 설렁탕과 도가니탕을 먹어야겠군요.ㅋㅋ

마냐님,정말 정말 다행이예요.
다쳤다면 마냐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까...
또 애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정말 다행이예요.
최고의 효도는 건강과 웃음인것 같아요.^^

클리오님, 음....금자씨에서 손을 묶는군요.수갑?
헉...금자씨를...안봤어요. ㅋㅋ
빨리 나을께요.감사합니다.^^

세벌식자판 2005-10-1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깊스하셨는데... 자꾸만 키보드 칠 일들(?)을 만들면 안되는데....
그래도... 글을 남깁니다.
깨끗히 완쾌하시길 빌겠습니다

kleinsusun 2005-10-1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고맙습니당.
흉터 없이 싸~악 나았으면 좋겠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