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구원하지 않는다
라파엘의 경우
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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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젯 밤엔 <깊은 강>을 읽고 레비나스를 떠올렸는 데, 잠들 기 전에는 아리송했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좀 알겠다. 언제가 <소피의 선택>을 읽고 썼던 무력감과 구원서사에 관한 페이퍼(링크:https://blog.aladin.co.kr/jyang0202/12799417) 가 있는 데, 그 이야기와 일맥 상통한다. 2차 대전 혹은 전쟁 이후에 남자 작가, 철학가, 사상가들이 천착한 어떤 인간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파고 파고 또 파내려간 심오함이 도달하는 지점에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내면이든 세계의 무엇이든 ‘모성적인 어떤 느낌’을 설명에 섞는 데 —나의 고통은 그들의 고통과는 다르므로 윤리적 비아냥은 할 생각이 없다— 여기에 그것이 그들의 삶을 가능하게 한, 메일 바디가 경험(체험)한, 고통에 대한 어떤 안도가 있나보다… 하고 추측할 뿐이다. 그리고 난 그런 안도/구원을 구할 수가 없으니 이 지점에서 차라리 한나 아렌트(끝까지 안도하지 않기를 주문한)에 관심이 생겨버린다.

2.
이소베, 누마다, 기구치, 심지어 오쓰까지… 이 소설에서 엔도 슈사쿠가 그린 남성 인물들 모두에 나는 이입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독서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가 쓴 미쓰코에 대해 (그가 뭘 그리고 싶은지는 알 것 같았는 데)선 딱 절반 정도만 이해했고 이입했다(추후에 <깊은 강> 읽은 여자 독자들의 이입량이 궁금하다). 그리고 이소베의 아내에 대해선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이소베의 아내는 이소베의 판타지거나 엔도 슈사쿠의 판타지다. 그러므로 엔도 슈사쿠는 ‘남자’ 작가다.
쫌 더 성급한 일반화로 가볼까? 슈사쿠가 내세운 인물중 가장 깨달은 자에 가까운(?) 오쓰는 남자고, 그를 시험하며 온갖 위악을 떠는(그 역시 슈사쿠의 내면이겠지만) 인물 미쓰코는 여자다. 일본 전후 문학의 거장 엔도 슈사쿠여, 왜 그렇게 캐릭터를 할당했나요?


3.
인물들이 ‘인도’까지 가서 만난 뒤 인상 깊게 소회하는 소설에 등장하는 (하, 독을 견디며 젖이 쪼그라들어 말라붙은 상태로도 젖을 물리는ㅋㅋㅋㅋ)수난의 여신은, 그 모든 고통과 기아아와 죽음을 ‘견디는’ 메타포다. 나는 여기서 읅ㅋ했다. 으어어, 참으로 인류는 고통을 견디는 주체에 여신을 할당(?)하기를 즐기는 도다(자, 이 지점은 읽고 있는 <가부장제의 창조>를 마저 다 읽고 까는 것으로 하겠다.) 그러므로 차라리 천형 앞에 모두를 위해 대신 고통 받는 주체로 젊은 남자인 예수를 할당한 기독교가 양심(?)있게 느껴져버리는 나다(ㅋㅋ).

고통받은 동아시아 남자는 예수를 양파로 바꾸어 부르지만 나 역시 무엇으로 바꿔 불러도 상관 없다. 내게도 이 지독한 삶을 견딜 신이 필요하고, 양파가 필요하고, 기도가 필요하고, 어떤 나만의 내면이 필요하다. 고통의 경험 앞에서 그것의 의미를 희구하는 각자들 만이 발견해 낼 수 있는 태도, 방법, 반응이 있는 것 같다. <깊은 강>은 그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이를 구원이라고 부르지 않고 의미라고 잠정적으로 부르고 있는 데, 그 의미의 결론으로써의 어떤 삶/죽음이 있다고 하면 오쓰의 경우 혹은 엔도 슈사쿠의 경우는 품위있게 느껴진다.


4. 공쟝쟝의 경우.


천착, 나는 뭔가를 찾고 있다. 그게 뭘까.

공허함?
나는 공허하지 않다. 삶 자체가 허무하긴 하지만 미쓰코가 느끼는 무료함에 가까운 공허는 잘 모르는 감정이다.

빈 곳?
나는 비어있지 않다. 내가 허덕이는 것은 없음보다는 차라리 압도적인 있음에 훨씬 가깝다. 당연 나의 내면에도 어떤 진공처럼 빈 공간이 분명있다. 그런데 현재의 나는 그것이 비어져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비어져 있는 곳이 아니다. (그것이 채워지리라 기대하지 않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살지 않는다) 채우고 싶다거나 충족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들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걸 쓴다. 그럼 그걸 채우지 않아도 재밌게 살 수 있다.

의미?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까운데, 꽉꽉 들어차 있는 삶을 눈앞에 두고 의미에 몰두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의미로 의미가 없다. 덧붙여 자신의 의미부여가 너무도 심오한 나머지 다른 인간의 생산/재생산에 기대면서 안착(?)해버리거나 초극(!)해 버리는 브루주아적/남성적(동서양막론하고) 무의식…은… 그 맹점이 현재 인류에게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에… 와따시는 다른 독자들처럼 그저 심오한 인간애에 감격해서 별 다섯을 줄 수가 절대 없는 것이다.

2차 대전같은 거대한 것을 겪지 않은 나 역시도 (그러나 꼭 그런 거대한 걸 겪어야지 거대한 사유를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통 이후에 삶을 재건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천착하는 혹은 천착해야 할 주제일지도 모르겠다고. 어제 그런 생각을 했다. 각자의 재건 방식이 있겠지만 그것은 내게 신의 존재나 구원은 아니다. 굳건한 물적 토대(피부에 와닿는 것…)와 현실 인식(고통은 현실로 부터 달아나려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에 근거한 어떤 삶의 태도이고 실천인 데… 아,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으므로 표현이 쉽지가 않다. 그냥 막연히 아렌트… 푸코… 뇌과학… 읽으면…? 이러고 있다.

사실 몇 년 동안 일기를 쓰면서 난 그것이 ‘언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더란다(이 지점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생각난다). 그런데 지금은 언어는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비교적 싸다) 재료일 뿐, 내가 살고 싶은 현실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5.
운동을 가야하기 때문에 글을 성급히 마무리 짓자.
‘제2의 성(여성)’인 내 안에 있는 *신*은 ‘고통받는 주체’이기도 전에 먼저 ‘타자’로서 체험된다. 그것이 나의 분열이고, 허덕임의 기원이며, 어쩌면 글쓰기를 일으키는 역량—크리스테바는 이러한 글쓰기가 곧 사랑의 활동이라고 했다. 아, 크리스테바 읽고 싶어ㅠㅠ—이다.
고통이 고통인지도 몰랐던… 내가 분명히 있고, 온전한(온전할 수 있을까?) 자아감의 회복 이후에야 나의 *신*은 정말 ‘신’ 처럼 경험되는 것일지도🤔.

엔도 슈사쿠는 혹은 오쓰는 자신 안에 있는 신을 그렇게 경험하고 살아보려고 했을 테다.
나 역시 그렇게 살면 되지 않을까. 내 안에 있는 *신*을.

덧1, 이소베의 아내는 환생하고 싶지 않았다에 내 손톱을 걸지. 만약 환생한 세상이 2010년대의 한국이라면 페미물 꼭 먹으세요. 환생하고 싶지 않아지실 거에요.
덧2, 그러므로 여기까지가 일본 문학의 성취이자 한계인가? 그렇다면 몇 년 전 내가 일본 남자 소설가들의 작품을 다시는 안 읽고 싶다고 했던 이유는 분명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치자면 인류가 생산한 숱한 고전은 9할 이상이 남자들의 작품이므로…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상황인데. 즐겨지지 않음에 내 훌륭함이 있는 것이지.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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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24 12: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의 리뷰도 수긍이 가고 새파랑님의 리뷰도 수긍이 갔으니 이건 결국 직접 읽어봐야 알겠네요. 저는 어느쪽일까요? 제가 궁금해서 다음주 도서관 갈때 이 책 들고 오는걸로... ㅎㅎ

다락방 2022-06-24 13:17   좋아요 4 | URL
저는 바람돌이 님의 리뷰도 기다리겠습니다!! 저도 이 책 사놨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감상할지도 궁금하네요. 저는 일단 <침묵>이 너무 좋았습니다. 후훗.

공쟝쟝 2022-06-24 17:45   좋아요 2 | URL
헤헤! 사실 좋은 책인 데, 너무 좋다는 리뷰 일색이라 관종(?)돋아서 먼저 까고 시작한 게 좀 있습니다. 아무리 잘써도 남자 작가는 앞으로 별 다섯 안 주겠다는 것이 (푸코 제외 ㅋㅋㅋ 그는 게이....?) 저의 나름 결심이었...는 데.... 사실 뭐 그래도 정말 좋은 책은 별 다섯 주겠지만.... 아무튼 ............. 저도 참 헤르만 헤세 좋아하는 데, 헤르만 헤세 책 읽다보면 딱 정떨어지는 지점이 있거든요. ㅋㅋㅋ <깊은 강>도 정이 딱 떨어지는 지점이 딱 와버렸는 데.. 나중에 회복해주지 않을까? 하면서 꾹 참고 읽었는 데.... 음......... 서양남이 아닌 동양남의 결론이군. 하면서 끝났어요....

청아 2022-06-24 1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별 3개인데 수준높은 리뷰 인걸요?!! (저는 별3개의 경우 거의 안쓰는데ㅋㅋㅋㅋ일단 던져버림ㅋ)저도 어떤 작품들을 읽을때 걸리는 것들이 있는데(여성학 공부하며 더더욱) 공부하고 알면 알수록 앞으로도 더 그럴것 같아요! 너무 좋은 면! 엔도 슈사쿠는 계속 읽어보려고 하는데 <깊은 강>을 읽고 쟝쟝님의 리뷰를 다시 보렵니다.^^*

공쟝쟝 2022-06-24 17:47   좋아요 1 | URL
저는 별을 아예 안다는 책들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간을 버렸는데 굳이..... 달아야 하는가? 그러다가 아 이건 좀 까서 알려야겠다 하면 복수의 마음으로 별 둘 별 하나 ㅋㅋㅋㅋㅋㅋ 전 상반기 알라디너들의 원픽인 듯한 <침묵>까지만 읽고 패스하렵니다. 침묵은 마음이 소란할때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2-06-24 15:2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깊은 강>에서 레비나스 어리둥절..ㅋㅋㅋㅋㅋ
남성 작가들이 쓴 여성 캐릭터 한계점 많지요. 그럼에도 저는 작품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가 하다 보면, 결국 엔도 슈사쿠 작품은 그런 면은 그냥 넘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냥 넘길 수 없는 작가도 있습니다...대표적인 예 하루키)

공쟝쟝 2022-06-24 18:27   좋아요 3 | URL
제가 <깊은 강>이 아니라 <침묵>을 먼저 만났더라면, 혹은 여러분들의 극찬이 없는 채로 이 책을 만났더라면 (아... 그러면 안 읽었을 거 같아.. 극찬 안했으면 안읽었습니다 백퍼 ㅋㅋㅋㅋ) 또 모르겠습니다..? 근데 기대 높아서 읽기 시작했는 데 계속 ‘그런 면‘을 넘길 수 없는 지점을 참다가 중간에 살짝 오 좋은데? 이러다가.. 결국..... 딱 술맛 떨어져버린 부분이 나왔어요.
갑자기 레비나스 등장시킨 것은... 그가 홀로코스트 이후를 천착한 철학가이고 그의 철학에 대해 제가 잔뜩 기대하면서 읽다가 딱 술맛 떨어지는 부분이 나와서 화딱지났던 부분이 있었거든요 ㅋㅋㅋ 그 지점이 두 거장에게 정확히 공명해서!! 그렇습니다.
이이들의 철학과 문학에서 제가 간과할 수 없는 바로 그 지점에 현 세대의 몫이 있고(이들은 전후 세대로서의 몫을 다했습니다), 그들의 천착의 깊이가 얕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는 다른 프레임을 제시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해결책인 것처럼 붙잡고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져여...그렇다면 칭찬하기 전에 후진 부분 먼저 짚어줘야한다 생각합니다. 전 좀 급한게... 인류멸망은....이미 임박하지 않았나요?..
일단 제가 심오함과 깊에 비해 이이들이 인류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ㅋㅋㅋㅋ 그들의 이야기가 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1번이고, 근본은 이분들이 남자 몸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인게 큽니다.ㅋㅋㅋㅋㅋㅋ 암튼 거장님들아, 저를 설득하지 못한다면ㅋㅋㅋ 도태된거예여... 2022년에 맞는 걸 읽고 싶다, 나는.
물론 해결책은 하나가 아닐 것이고, 그것이 문학일지 철학일지 페미니즘일지 저는 잘 모르겠는 데요 ㅋㅋㅋ 일단 ‘천착‘할겁니다.

p.s. 전 이 책에서 하루키의 씨앗ㅋㅋㅋ을 느껴버린 것이죠... 한남이 아닌 일본남 감성이랄까...?

새파랑 2022-06-24 1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밝고 자기애(?)가 풍부한 공쟝쟝님에겐 어울리지 않은 소설이었나 봅니다~!! 저는 그 환생을 바라는 마음이 인상적이었는데 😅
공쟝쟝님이 찾는건

양꼬치에 칭따오? ㅋ

공쟝쟝 2022-06-24 18:25   좋아요 2 | URL
아니요. 저는 누구보다 고통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ㅋㅋ 그건 자기애가 풍부해서가 아니랍니다~ㅋㅋㅋ
이소베는 그렇게까지 사랑할 가치가 없는 남자입니다. 썩 사랑할 능력을 계발한 것 같아보이지 않는 그와 다시 사랑하기 위해 환생까지 불사하신다니요. 일단 저는 환생이 있다면 가능하면 안하고 싶고요 ㅋㅋㅋㅋ (이 한생으로도 충분히 버거웠다) 만약에 환생하고 싶으셨다면 다른 삶을 좀 살아보고 싶으셨던 거라고 생각할렵니다.
사실 뭐 별 셋은 너무 서운해 마세요. 정치적인 입장(?)이 큽니다 ㅋㅋㅋ 일본 전후 문학의 거장! 이신데, 너무 거장이라서.. 후대들이 ㅜㅜ 따라서 쓰나봅니다... 자꼬 여성에 고통을 할당하고 자기 고통의 구원을 여자한테서 찾아.... 그러니까 일본이 도태하지... 아 일본아..

공쟝쟝 2022-06-24 17: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오해마세요~ 저에게 별 셋은 훌륭한 책입니다 ㅋㅋㅋ
별 둘 부터 복수(? 시간 조금 아까워 내 시간내놔라!)입니다 ㅋㅋㅋㅋㅋ
별 다섯은 나 자신에게 특별한 책이 될 것 같아서 아끼다 보니 ㅋㅋㅋ 아무나 줄 수 없어서ㅋㅋㅋㅋㅋㅋ
대충~ 별 넷이 별 다섯 별셋이 별넷 이라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아놔~~ 이 책 좋은 책임 ㅋㅋㅋ

라파엘 2022-06-24 18:35   좋아요 3 | URL
저는 인내와 희생을 동반하는 사랑을 모성이나 인간애가 아닌 신성으로 접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의미 있게 다가왔는데, 충분히 쟝님처럼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의 삶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니까, 이렇게 책을 같이 읽고 대화하는 건 정말 흥미롭고 좋네요 ㅎㅎ

공쟝쟝 2022-06-24 18:46   좋아요 3 | URL
네! 정확하게 짚어주셨어요. 인내와 희생을 동반하는 사랑을 여성에게 주되게 할당하는 것이 인류의 오천년 문화인데, 그것을 짚기 위해서 여성을 은유로 메타포로 한번 더 가져다 써봤자 인류의 절반의 절반은 그걸 숭배/혐오 하는 데 쓸겁니다. 숭배 혐오 하는 자의 입장이 아니라 당해온 입장이고 그런 사회안에서 인내와 희생을 질문없이 수행해온 저로서는 오독이라는 혐의를 받더라도 ㅋㅋㅋ 왜 다른 언어와 서사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하여야 겠다 싶었습니다 ㅋㅋㅋ 사실 알라딘 전체 리뷰들을 좀 살펴보니까 (동양남 찬양 ㅋㅋ) 더 밸이 꼴렸던 게 큽니다 ㅋㅋㅋ

라파엘 2022-06-24 20:44   좋아요 3 | URL
글에서 간혹 과격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다보니 쟝님을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좀 더 생각해보면 쟝님을 이해할 수 있어요. 쟝님은 똑똑한 사람입니다!! 늘 공부하며 꾸준히 읽고 쓰는 멋진 공천착!!! 😃

공쟝쟝 2022-06-24 20:54   좋아요 3 | URL
네 이념적 과격성(?)은 저의 성향입니다. 모든 걸 걷어낸 추상화가 가지는 비약의 약점을 알면서도 그걸 상정해야 현실의 진부함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페미도 파이어스톤 이런 사람 좋아함ㅋㅋㅋ) 표현의 과격성은 전략입니다. 광고도 어그로 끄는데요, 모… 건강한 호기심을 가진 건강한 인격들은 제 과격한 언어 사용을 찌푸리고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다만 극강 이상주의자인 저는 현실주의자 친구들과 사귀는 것을 좋아하며, 저를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낭비할 시간적 에너지는 없습니다. 왜냐, 책읽고 글쓰고 북플하기 바쁘기 때문입니다. 앗, 그리고 쓰는 저는 이렇지만 말하는 저는 좀 다릅니다…ㅋㅋㅋ

공쟝쟝 2022-06-24 22:57   좋아요 3 | URL
라파엘님은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기분나쁘지 않았습니다. 인간 이하의 고통을 당하는 일본 군인에게 충분히 이입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또 어떻게 했습니까? 먼저 저는 일단 급한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타인의 고통과 인내와 희생을 활용하는 치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한테 충분히 당했습니다(제가 만든 고통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슈사쿠는 오쓰를 가져와 고통의 밑바닥이길 자처하며 신성으로 인내와 희생의 윤리를 설파합니다. 그것은 선택한 삶이고 그렇기에 어떤 품위를 간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기 삶을 선택할 권한이 없이 애시당초 고통받이처럼 사용되고 양육되는 인간이 아닌 여자들이 있습니다. (한때 인류는 노예같은 것을 거느렸다고 하더라고요) 여성의 인내와 희생은 천연자원이지요. 그녀들은 전쟁에 참여할 자격도 없지만, 인내와 희생을 거부할 재간도 없습니다. 환생까지 당해서(?) 누군가의 재생산을 돕고, 사랑해드려야 하고, 안도감을 제공해야합니다. 그걸 정말 그녀들이 원했을까요?
저는 이 소설이 (혹은 지금까지의 인류가) 그걸 묻지 않는 다고 봤습니다. 다른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아직 하나도 이야기 되지 않았습니다.

라파엘 2022-06-25 00:05   좋아요 3 | URL
소설에 대한 해석이나 감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쟝님의 문제의식에 동의합니다!! 인내와 희생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당사자들에게 숭고한 사랑이 아니라 단지 억압이고 폭력일 뿐이지요... 정말 필요한 이야기들을 쟝님이 해주어서 진심으로 좋습니다 ㅎㅎ

공쟝쟝 2022-06-25 00:19   좋아요 3 | URL
텍스트가 현실과 만나서 콘텍스트가 되는 지점, 거기서 논쟁이 되고 다른 생각을 소통하면서 자기를 수정하는 걸 푸코가 저자의 일이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맞나?ㅋㅋㅋ 암튼 그랫던거 같습니다) 텍스트 내적인 감상은 사실 저나 라님이나 많이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끝까지 열린 태도로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그레이스 2022-06-27 12:01   좋아요 2 | URL
저는 별 3개 있으면 일단 걸르는데...
각자 기준이 달라서, ㅎㅎ
참고하겠습니다.

공쟝쟝 2022-06-27 13:05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아 그렇군요… ㅜ_ㅡ 저는 분류쟁이라서…. 흑흑 이렇게 해놔야할 거 같아요. 별점 인플레를 극복하고 별 다섯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별 반개를 달라고 알라딘에게 요구한지 어언 몇년… 뭐 안바뀔 거 같으니 ㅋㅋㅋ )

독서괭 2022-06-27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점점 남성 작가들 작품이 거슬립니다 ㅠㅠ 하... 몇년전에 <설국> 읽고 막 깐 적 있는데, 얼마전 첨 읽어본 필립로스도 넘 별로였고.. 지금 읽는 자우메 카브레는 아직까진 좋아요!
나중에 엔도 슈샤쿠 읽게 되면 <침묵>부터 읽어보겠습니다.

공쟝쟝 2022-06-27 13:1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이제 그게 시작되면 여자 작가들이 쓴 로맨스도 못보는 경지에 이르른다? ㅋㅋㅋㅋㅋㅋ 조심하세요 ㅋㅋㅋㅋ
일전에 제게 페미니즘의 언어가 없었을 때는 전혀 문제의식이 없었어여. 저는 데미안을 11번 읽은 사람입니다. (지금은 헤세..ㅋㅋㅋㅋ) 지금 읽고 있는 가부장제의 창조에도 나오지만 언어와 역사에 대한 해석권이 남성들에게 있었으니 기록은 글씨는 그들의 것일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이 세상에 나온지도 얼마 안됐지만, 여성들이 급여를 받는 일을 하기 시작한지는 더 얼마 안됐고요, 거기에 글자를 가지고 글을 쓴 여자들은 너무 소수였다 생각합니다. 예전에 소수의 엘리트 여성들은 남자들의 글자들을 배우고 남자들이 평가하는 글을 썼겠지만요… 저는 아닙니다. 일단 전 엘리트 아니고 소수 아니거덩여… (앞으로 굳이 남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을까요? 신자유주의 덕에 여자들도 다 돈버는데 ㅋㅋㅋ)
저는 제 글을 남자들 보라고 쓰지 않고 여자들 보라고 씁니다. 인간 본연의 깊은 심연의 밑바닥과 전후 문학의 거장의 치밀한 사유를 여자라서 못배워서 이해 못해서 별을 깐게 아니고… 거기까지만이 ‘인간’으로 퉁쳐지던 20세기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 ㅋㅋㅋ 소중하게 별을 깎습니다.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응?)

단발머리 2022-07-02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 여기는 진짜 무슨 방이에요. 넘나 고급지다. 근데 글도 어려운데 댓글들도 어려워ㅠㅠㅠ 흐미 ㅠㅠㅠㅠ
전 <깊은 강> 읽고 오실게요. 이제 막 푸코의 <푸른 강> 건넜는데, 이번주 내내 비왔는데... 물로만 채워지네요. 물, 파랑색, 강....

공쟝쟝 2022-07-02 23:34   좋아요 0 | URL
제 사주에 물이 많으면 좋다네요 ㅋㅋㅋㅋ 역시 물이죠 ㅋㅋㅋ 물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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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문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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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일이 많이 바쁘지 않으면 낮잠을 자고 운동을 다녀와 책을 읽거나 읽은 책을 정리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독후감을 쓴다. 여름이 다가오니 낮이 길어졌다. 낮잠과 늦잠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침실에 암막 커튼을 설치하기로 했다. 뚝딱 뚝딱. 책장 정도는 한번에 조립하는 전동 드릴 실력으로 커튼 봉 설치 따위는 십분 컷이다. 베이지색 암막 커튼을 달았고, 여름 이불과 베갯잇을 씌웠다. 


창문에 임시 방편으로 붙여둔 <비포 선셋>(비포 시리즈 중에 가장 좋아한다) 포스터를 이젠 볼 수 없게 된 것은 좀 아쉽다. 이 못말리는 투머치토커 이상주의자 커플을, 특히 선셋에서의 줄리 델피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의 맞은 편에는 포스터 다섯배는 되는 대왕 세계지도를 열두개의 꼭꼬핀으로 붙여놨다. 생활 반경은 손바닥만 할 지언정 시야는 세계적이겠다는 야심이다. 거짓말이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지명이 나오면 찾아보기 위한 용도다. 빗자루질도 설거지도 못하는 괴동물 홉스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행성은 오로지 독서와 일을 위해서만 최적화 되어있다. 침대로 가는 길은 험난하고, 쌀과 과일은 채우지 않아도 커피원두를 떨구는 법은 없다.


친구의 권유대로 하루에 한 끼는 제대로 챙겨먹으려고 한다. 오필리아처럼 근사한 요리는 아니지만 내가 먹을 만큼의 양을 내가 먹기 좋을 만큼은 조리할 수 있는 능력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있다. 끼니는 대충 떼우는 것 아니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고 마시는 거다(!)가 나의 식생활에 대한 대체적인 태도였다. 그래서 기능적인(?) 연료를 공급하 듯 (다음의 일을 하기 위해) 전투적으로 먹고 마셨다. 그 식습관은 혼자 일하게 되면서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부분이었다. 특히 바쁠 때는 메뉴 고르는 게 너무 싫었다. 


여튼 요즘 나의 화두는 과식하지 않는 것과 과음하지 않는 것이다. (채식이 아닌 소식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데, 다이어트의 목적이 없지는 않지만 금욕적인 것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려면 천천히 먹어야 하고, 배가 부르는 느낌이 들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아야 한다. 마시는 것 역시 인식하면서 마셔야 하고 취하기 전에 술잔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것 역시 어떤 부분에서는 나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인 데 쉽지는 않다. 폭음과 폭식으로 다져진 이 몸뚱아리를 살살 달래며 더 많이 주목해야 한다. 


“(37) 떠나지 않겠어. 28일 후 나는 자유야.”


스스로 ‘잔류 인구’가 되기로한 70대의 여성 오필리아는 모두가 떠난 행성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무쓸모, 무가치의 시선을 기꺼이 부수고’ 라는 소개 문구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었지만, 뭐 그렇게 읽어도 상관 없지만, 정작 나는 이 소설을 비로소 혼자가 된 여성의 자아회복기로 읽었다. 


“(349) 오필리아는 빌롱의 어머니도, 할머니도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역할에는 이미 작별을 고했다. 착한 아이,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에도 그런 것들에 70여 년을 쏟아부었다. 몰두했다. 이제는 색칠하고 조각하고, 늙고 갈라진 목소리로 낯선 괴동물들과 더 낯선 그들의 음악에맞춰 노래하는 오필리아가 되고 싶었다. 괴동물들한테서 받은 역할로도 충분하고도 남았다.”


어떤 고립의 상태라는 오필리아의 상황과 나의 상황이 겹쳐서기도 했을 테지만 (나는 그녀에게 이입하는 것이 정말!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그 고립의 상황 속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이 아닌 스스로를 돌보기 위한 의식적 노력을 해왔기 때문일지도.?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모두가 떠난 행성에 혼자남겨진 오필리아가 싸워야 할 것은 자연재해나 기아, 외로움, 무력감, 공포, 두려움이 아니라, 


“(128) 날씨에 따라 들락거리는 집이 네다섯 군데 있지만 나머지는 일만들리는 존재였다. *그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혹시 나중에 필요할 수있으니 전부 다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래된 죄책감*이 문제였다.

오필리아는 모레부터는 상관없는 집들을 고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않기로 했다. 그의 집과 몇 안 되는 단골집만 들여다볼 생각이었다. 무더운 날 특별히 시원하거나, 추운 날 유독 따뜻하거나, 근처에서 일하다 샤워하러 가기 좋은 집들만, 나머지는 포기할 것이다.”


지독한 책임감이다. (ㅋㅋㅋㅋㅋ 선생님… 제발… 나머지는 포기하시죠?)


나 역시 독신자 생활 초기에는 쓸데없는 청소에의 욕구 때문에 (아니… 치우면 치워지는 집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했단 말인가? 어지르는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계속 더러워졌다…? 그렇다고 안 치운다고 또 누가 피해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청소란 그런 것이었다, 포기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데, 포기 아니면 과몰입 밖에 없는… 아아, 이것은 마치 내 인생…어쩌면 유튜브, 오늘의 집에 영향 받은 인테리어 소비욕망 때문에… 기질상의 쓸데없는 완벽주의 때문에…?) 좀 힘들었다. 청소만으로도 하루를 다 쓸 수 있더라고? ㅋㅋㅋ 아무튼 포기해야 한다. 나를 잘 돌보는 수준의… 생활 공간에 대한 예의 수준으로만. 제발.😬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고, 어떤 무능력은 인정하고, 포기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을 돌보는 일을 가장 먼저하고, 그렇게해서 얻어진 힘과 시간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그런 과정에서 만나게 된 존재들과 존재-대-존재의 소통을 이루는 노인의 모습이 보기/읽기 좋았다. 


어쨌든 이 책을 읽다 보면, 혼자서는 1도 외롭지 않은 그녀가 되려 뭇 인간 종족들의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 때문에 빡쳐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나는 좀 부끄러워졌다… 오필리아처럼 우아하게 말할 걸… 너무 열심히 설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부분이 소설의 핵심 같았다. 


“(354)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아요.”


소통. 소통은 뭘까. 원할 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고,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도 결국 환상이었던가 싶은. 원하지 않고 포기하는 게 쉬운. 그런데 포기한 순간 또 잘 되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이계의 종족에게 (이를 테면 홉스.라던가 홉스.라던가.홉스.) 차라리 가능한 것도 같은. 


그렇다면 우리의 소통을 막는 것은 결국 어떤 덧입혀진 생각, 그래야할 것 만 같은 시선, 그 자신의 투사인 것 아닐까. 

“(352)오필리아는 한 번쯤은 사람들이 자신을 제대로 봐주기를 바랐었다, 자신들의 생각을 덧입혀서 보는것이 아니라.”

제대로 보는 것은. 무엇일까. 어쨌든 최근의 나는 고독의 상태가 주는 충만함에 파묻혀 이상한 (어쩌면 필수적? 과정인?) 자의식이 생긴 것 같다. 음… 이런 표현이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소통에 대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 


뭐랄까. 말이 잘 안통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위한 소통을 할 땐 너무 외로워져 버리고, 소통이 되는 것 같은 소통을 할 때 그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혼자 너무 흥분하고 몰입해 버린다. 이 온도 차이가 조절이 잘 안돼서. 중요한 건 두 경우 모두 너무 몸이 피곤해져버려… 막 눈에 실핏줄이 터지고, 하루 종일 취침해야 회복되고 그렇다… 음… 뭔가 방도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게 인류 접촉의 빈도 때문인 건가. 아니면 오랜 솔로 금욕 생활로 인한 체질 개선…? 


여하튼 이제 더는 볼 수 없게 된ㅋㅋ 영화 포스터 <비포 선셋>처럼. 나에겐 충분히 걷고 충분히 이야기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왜냐면… 어차피 <비포 선라이즈>는 물건너 같고 <비포 선셋>이 지금의 내 나이인데… 맙소사 이렇게 내 행성에 갇혀 지내다간 금방 <비포 미드나잇> 될 거 같아서… 흑흑. 쓰고 나니까 인정하기 싫다. 내 인생에 <비포> 시리즈는 없다. 링클레이터 나쁜 사람. 아이쒸… 더덕단 언니들은 어쩌다 또 비포이야기 해가지고… 내 인생의 충만함을 초라함으로 만드는가…


비포를 홀딱 깨버리는 투지의 영화가 필요하다. 

영화 추천 받습니다… 뭐? <나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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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09 05: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과식하지 않기. 저도 배워갑니다. 뼈에 새겨야겠어요 😤😤

잠자냥 2022-06-09 10:14   좋아요 3 | URL
그런 의미에서 오늘 메뉴는 뼈해장국....

공쟝쟝 2022-06-09 10:42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께는 권할 수 없습니다. 일터의 개미 노동자에겐 오로지 연료형 고봉밥과 잔을 꽉채운 맥주만이 위안입니다 ㅋㅋ 아니면 규칙적인 유산소 혹은 섹스라도 하여야 하는 데… 도파민 말라죽어요 ㅋㅋㅋㅋ 우울해집니다. 내면이 일그러지지 않도록 두 메뉴 드시고 근력운동 하세요 ㅋㅋㅋ

잠자냥 2022-06-09 14:13   좋아요 2 | URL
이 사람 오늘 뼈해장국 먹었네, 먹었어. 참 실천력도 대단한 사람이야~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6-09 0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식이야말로 최고의 건강법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1인입니다. 소탈한 밥상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ㅋㅋㅋㅋㅋ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소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영화 즐겨 보는 사람이 아니기는 한데, 인생 영화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연식 탄로남)의 <The way we were>. 한국에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이슈를 위해 목소리를 높일 줄 아는 용감한 여성이 아름다운 남성을 얻어가는, 잃어가는 이야기.

공쟝쟝 2022-06-09 13:36   좋아요 2 | URL
어머머머 나 이거 방구석 일열에서 소개하는 거 봤어요!! 볼래요 볼래요 그런데 역시 여자가 정치에 목소리 내고 권력에 각성하면 아름다운 남성 (로버트 레드포드 라니 ㅠㅠㅠㅠㅠㅠㅠ)을 취할 수가 없는 거군요. 이래서 페미니즘이 필요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여자에게도 트로피 남친을 허하라 ㅋㅋㅋ 나도 두개 다 갖고 싶다 ㅋㅋㅋ 욕심이냐? 그럼 안되겟네 레드포드 버려 ㅋㅋㅋ 너따위 ㅋㅋㅋ

얄라알라 2022-06-09 09: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저는 엘리자베스 [잔류인구]를 읽었던 날 저녁부터 밤을 기억해요. 소파 한 자리에서 계속 읽었죠. 이건 정말이지~~~ 멋진 할머니 주인공의 멋짐이 뿜뿜한 소설이었고, 노화과정을 받아들이며 지혜로 감싸안는 그 태도와 생존력, 멋진 작품이었어요.

공쟝쟝님의 라이프스타일을 엮어 쓴 이 리뷰로 [잔류인구]를 다시 만나니, 아침부터 묘한 욕구가 솟습니다!


친구분 좋은 분이시네요. 하루 한끼는 진짜 풍성하게 영양분으로 채우셔야죠^^ 행복한 아침 시작하세요. 공쟝쟝님

공쟝쟝 2022-06-09 10:51   좋아요 3 | URL
얄라님이야 말로 오필리아와 가까운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 실천가 아니시던가요? ㅎㅎㅎㅎ 저는 뭐 현생의 욕망이 아직은 드글드글 하단 걸 책을 읽으면서 제가 알았어요 ㅋㅋㅋㅋ 오필리아의 성욕없음…. 은 사실인가…?(응?) 주인공이 중간중간에 바지런 떨다가 피곤해 하실 때 마다 ㅋㅋㅋ 공감되고 ㅋㅋㅋ 좋은 아침을 시작했씁니다 ㅋㅋㅋ 아 점심 뭐먹죠? ㅎㅎㅎ

얄라알라 2022-06-09 11:49   좋아요 2 | URL
하하하.....오필리어님, 루틴이 1인 소화 루틴이 아니었죠? 엄밀히 말하자면 ㅋㅋ˝바지런 떨다가 피곤해 하실 때마다 공감˝ ㅋㅋㅋ 뭔지 알겠습니다 ㅋㅋ

제가 지향하는 스타일과 욕망 내려놓음은 그래요. 근데, 공쟝쟝님은 온라인 활자를 통해서도 그걸 느끼신 건가요?^^ 책임감을 가지고 제 말을 지키는 삶을 살도록 애써야겠네요


점심은? 커피?^^

공쟝쟝 2022-06-09 13:13   좋아요 1 | URL
약간의 진지댓글을 좀 달자면, 오필리아는 잔류하기로 선택한 거잖아요. 다른 인간종족들은 한 행성을 황폐하게 만들고 또 다른 행성을 망치러 떠나고. (아... 그들이 그 버릇을 고쳐야 할텐데. 온 우주를 다 썩힐 셈인가.) 아직 인류의 과학기술은 불가피하게 잔류를 예고하는 가운데...

결국은 이 행성에서 토종 종족(?)과 잘 살아가려면, 자신을 스스로 돌볼 줄알아야 한다고 (어느 정도의 자급 자족 능력), 그리고 가능할리 없는? 기대없는? 소통을 하여야 한다고, 무엇보다 ‘포기‘해야 한다고. (어쩌면 늙어감, 삶이 유한하다는) 인간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자신을 아껴써야 한다고. 그렇게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거 아닌가. (에코 페미니즘?ㅋㅋㅋ 얽 그러고 보면 오필리아도 반육식주의자는 아니던데.. ㅋㅋ 미식가고 대식간데..)

누구도 필요없는 아무도 필요하지 않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그 자신이 다해서 줄 수 있는 그 행성에서 그는.
열심+바지런한 자신의 태도와 느낄 필요 없는(?)죄책감과 싸우잖아요.
그러니까 책임감은............ 조금 내려놓으셔도 ... 아닌가? 싸워야 하나? ^^
어쨌든 전 얄라님의 편안한 상태를 응원합니다. 다들 각자가 편해지기 위해 포기를 좀 해야죠~ (포기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 ㅠㅠ) 아... 제 경우는 아직 젊어서인가, 제 한계를 실험해보고 싶은 욕망이 아직은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 욕망을 실현해야 편할 때가 있다... 특히 지적욕망 ..흥흥.. 점심은 된장국에 밥말아 먹었습니다 ㅋㅋ 이제 일합니다 뿅~

잠자냥 2022-06-09 1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빗자루질도 설거지도 못하는 괴동물이 내 행성에는 세 마리나... 그 괴동물들 막 똥싀키도 탐..... ㅠㅠ
이 작품을 비로소 혼자 된 여성의 자아회복기라고 정의하신 것 공감합니다.
근데 이 작품 좀 지루하지 않던가요?;; 첨엔 괜찮았는데 중반 이후 저는 많이 지루해지더라고요. 혼자 사는 독거 노인 일상 들여다 보면 참 지루하겠다 싶어지더라고요;
쟝님이 왜 별 셋 줬는지 알 거 같은 ㅋㅋㅋㅋ (그래서 <어둠의 속도>에 선뜻 손이 안 가고 있음;;)

공쟝쟝 2022-06-09 10:56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제 인생도 멀리서 보면 참 지루하려나? 제게는 마약같은 스마트폰이 있군요 ㅋㅋㅋ
자냥님 말씀대로 중반 이후에 지루했고, 약간의 모성찬양(?) 느낌에 뚱해지기도 했는 데 … 오필리아처럼 살았다면 당연히 그게 맞겠다 싶어서 ㅎㅎㅎ
의미부여 하기에 따라선 풍부한 소설이지만 의미를 부여할수록 착해져서 재미없는 걸 보면 제가 좀 확실히 소설이든 뭐든 극단적인게 좋나 봅니다 ㅋㅋㅋㅋ 나의 별셋…* (좋지만 내 취향은 아님…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6-09 1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음....읽어 보고 싶네요.
별 셋도 이리 좋다면, 별 다섯의 기준은 또 뭘까? 생각해 봅니다.
어제 물감님의 별 하나의 기준과 공쟝님의 별 하나의 기준과 그리고 나의 별 하나의 기준!!!
별 하나, 별 둘, 별 셋.....
그리고 소식하기!! 참 좋은 결심이에요.^^
전 식사 때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밥 먹고 나면 맨날 졸아 졸아....책을 읽지 못하는....ㅜㅜ
근데 잠냥님의 댓글에서 뒷부분 지루하다고 하시니 나 또 읽다가 졸겠군!!!! 예상되네요ㅜㅜ

공쟝쟝 2022-06-09 11:00   좋아요 5 | URL
네 저도 많이 졸았어요 ㅠㅠㅋㅋㅋㅋㅋㅋ 아니 자냥님이 지루 하다고 하니까 안심되네요 ㅋㅋㅋ 내가 소설을 못 읽는 게 아니었어 ㅋㅋㅋ 여튼 읽은 게 아까워서 다 읽었어용ㅋㅋㅋㅋㅋ
별 다섯은 ㅋㅋㅋㅋ 정말 개인적 미학이라ㅋㅋㅋㅋㅋㅋ 푸코랑 정희진 말고는 ㅋㅋㅋ (훗ㅋㅋㅋ)

그레이스 2022-06-09 2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생각 속에 들어가보지 않은 이상 소통을 확신할 수 없으나 어떤 기류가 느껴지는 때가 있죠^^
차라리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다행입니다. 분노하는 어리석은 자신을 발견하는 것 보다는...^^
비포 미드나잇이 가장 현실적일까요?

공쟝쟝 2022-06-10 13:20   좋아요 2 | URL
오랜만이에요 그레이스님 🤗
소통… 이라기 보단 공감..의 영역인걸까요? (물론 둘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제게는 분노하는 어리석은 자신도 있고 외로워서 망상에 빠지는 저도 있답니다! 그리고 그런 저를 발견하는 시간을 내려고 노력하는 게 저를 돌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구요~
비포시리즈 다시 보고 싶네요.. 하아 근데 그거 보면 외로워질거 같아…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세계문학의 숲 40
카슨 매컬러스 지음, 서숙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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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신앙이나 종교가 없지만 가끔 기도가 하고 싶을 때는 있다. 두손을 모으고 감사합니다 혹은 제발(!)이라고 시작하는, 주문같은? 그러니까 내밀하고 간절한 무언가를 눈을 감고 소리내서 입밖으로 중얼거려보고 싶을 때가 있다. 뭘까, 이 마음은 어떤 원초적인 소통의 요구인가?

기도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 (어릴때 할머니 따라서, 동네 친구들에게 떠밀려 드문드문 주일학교를 가곤 했는 데, 부모님이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이방인 같았고, 무엇보다 엄마아빠가 믿지 않는 사람이라서 천국에 가지 못한다면 거기는 천국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자 발을 딱 끊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 (어쩐지 기도가 하고 싶어진 것은 성인이 되고 난 이후였다) 나는 그것(눈을 감고 손을 모으는 것)을 몇 번 시도해보았지만, 무척 어색해하면서 혼자 피식 웃고 서둘러 끝냈던 것 같다.

조금 늦은 것 같지만 이제라도 기도하는 방법을 좀 배워볼까도 싶은 데, 신앙을 갖고 싶은 건 아니고… 기도 포즈가 좀 우아한 것 같아서… 생각 난김에 연습을 좀 해봐야겠다. 각잡고 으쌰, (안되겠다 자꾸 콧구멍이 벌렁거려진다) 비신앙인이 기도하면서 자의식 안느끼는 방법 아시는 분?

기도가 사라진 자리.
신앙인이라면 내 안의 신과 접속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우아하게 손을 모으고 경건한 표정이 지어질 그 순간, 에 나는… 아무래도 입을 비틀고 눈을 부라리며 쉬발- 혹은 쓰벌-을 뇌까리고 있는 것 같다. (응?)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행복할 때나 감사할 때나 심지어 소원을 빌 때에도 오! 주여! 처럼 외쳐보는 그 단어! 아, 쓰벌… (혹은 아 쓰벌?! 아 쉬발~) 그런데 이 욕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니고 어쨌든.

그래도.

신앙이 없는/ 믿음이 없는/ (사랑도 꿈도 이젠 욕정… 마저도… 없는…아 욕망은 있다, 내 집 마련의 욕망ㅋㅋㅋㅋㅋ) 인간도 어떨 때는 그런 마음이 든다는 거다. 기도 비슷한 걸 하고 싶어지는 마음. 왜냐면 나도 사람이니까요. 사람은 원래 그런거예요. (😹)

그르게… 매컬러스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읽는데, 왜 나는 자꾸 기도가 하고 싶었을까나. 싱어의 방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네 명의 손님 모두가 그에게 기도 비슷한 것을 하고 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답없이 오로지 따뜻한 응시만을 돌려주는 체온을 가진 존재, 알수없는 표정의 벙어리 주인공 앞에서 실컷 떠들던 그들은 조금은 온순해지고 또 조금은 후련해진 듯한 얼굴로 싱어의 방에서 나와 다음의 삶을 살아간다.

너는 나를 이해하고 있지? 라며 쉼없이 재잘재잘 대는 비호감 인물들의 장광설 같은 고독과 1도 공감해주고 싶지 않은 외로움. 그런데 그게 또 어딘가는 다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은 이야기들이라 마치 내가 싱어가 되기라도 한 듯이 평온하게 들어(읽어)주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코플랜드 박사는 아들 이름을 카를 마르크스로 짓는 게 실화란 말이냐…-_-ㅋㅋㅋ 개뿜었음)

소설이 묘사한 싱어의 모습을 떠올리면 나 역시 그런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쉼없이 재잘거려도 다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은 관대한 마음이 든다. 이것은 오묘한 이입이다. 싱어에게 떠들고 싶다가도, 어느새 싱어가 되버리는 이입. 그런데, 아- 저에겐 그리워 미칠것 같은 안토나풀라스가 없네요. 응(?) 응. 그렇구나. 싱어의 비결은 안토나풀라스였구나(깨달음!)! 아놔….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나 방금 안토나풀라스 의식적으로 삭제한 거 같은 데 ㅋㅋㅋ) 그러고 보니 이 소설도 퀴어한 느낌이 좀 있다.

기도. 무언가가 확 끼쳐오는 어떤 순간에 후다닥 재빨리 할 수 있는 의식과 같은 것. 그것이 있는 삶은 조금 더 살만한 모습일 것 같다. 아니면 신앙 비슷하게 내 마음 안에 언제라고 떠올릴 수 있는 혹은 떠올려도 좋을- 굳건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설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왜지, 왜 굳건하고 단단한 마음안에 떠올릴 무언가로 삼을 것이 무엇이냐 했을 때, 외로운 나의 마음은 마치 사냥꾼처럼 내 돈 벌어/ 내가 산/ (이게 중요하다) 책탑이 쌓여있고 홉스가 있는 소박한 내 아파트 따위를 그리고 있는 것이냐… 별 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 숲을 지나… 언제나...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나.의. 아파트…. 에이씌, 나, 자본주의 생존욕망 밖에 없는 좀비 같은 존재인 건가… 그래.. 뭐 어쩌겠어… 인정하자. 나 좀비다. 좀비도 때론 기도가 하고 싶다. 대상은 미래의 내가 살 아파트.. 🙄… 비나이다 비나이다.

어쨌든 아까까지 저는 싱어의 얼굴을 떠올리며 무척 평온했는 데, 왜 이거 쓰는 현재시각 밤 열두시 1분. 옆집에서 두 청년이 생목을 뽑아가며 노래를 부르는 거죠? (-_-? 왜죠? 옆집 머스마들아, 그만해..) 세상의 모든 부르짖는(?) 발라드를 없애버리고 싶은 파괴본능이 피어 오르는… 나 자신의 절제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무척이나 기도가 필요한 밤이다..

기도. 기도를 좀 배워야겠다.


벙어리의 눈은 고양이 눈처럼 차고 부드러웠고 온몸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술꾼은 흥분해 있었다.
"당신은 여기서 내 말을 알아듣는 유일한 사람이야." 블런트는 말했다. "이틀 동안 나는 마음으로당신에게 말하고 있었어. 내 말뜻을 당신이 이해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 - P35

싱어는 바로 그 친구에게 가슴속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다. 싱어만이 현명한 안토나풀로스를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먼저 싱어의 마음속에서 친구는 점점 자라는 듯했고, 밤이면 어둠 속에서 진지하고 오묘한 표정의 친구 얼굴이 나타났다. 친구에 대한 기억들은 싱어의 마음 속에서 변했다. 싱어는 잘못된 것, 어리석은 것들은 기억하지 못했다. 현명하고 좋은 것만 기억했다.
싱어는 큰 의자에 앉아 있는 안토나풀로스를 보았다. 그는 고요히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의 미친 얼굴은 불가사의 했다. 큰 입은 미소 짓고 있었다. 두 눈은 심오했다. 그는 말하는 사람을 응시했다. 그리고 지혜로운 그는 이해했다. - P253

그들은 대단히 바빠. 얼마나 바쁜지 너는 상상도 못할 거야. 하루 종일 밤새도록 일에 매달린다는 소리가 아니야. 그들은 늘 마음 속에 너무 많은 관심이 있어서 쉴 수 없는 거야. 그들은 내 방에 와서 말을 해. 난 그들이 어떻게 지치지도, 쉬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 P264

하지만 이런 건 아무것도 아냐. 너를 보고 싶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곧 다시 갈게. 내 휴가는 여섯 달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그 전에 갈 수 있을 거야. 그래야만 해. 너 없이 혼자 있을 수가 없어. 너는 나를 이해하니까.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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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2-03-07 0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대상이 신이기 때문에 기도라고 이름 붙였을 뿐이지, 기도도 결국에는 서로 간의 솔직한 대화가 아닐까 싶어요 ㅎㅎ 쟝님의 몸과 마음이 늘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

공쟝쟝 2022-03-07 01:15   좋아요 2 | URL
저도 라파엘님이 건강하시길 제 미래의 아파트에게 기도합니다 🙏 (다정함에 장난 뿌리기…ㅋㅋㅋ)

라파엘 2022-03-07 01:18   좋아요 2 | URL
장난꾸러기 쟝님을 위해서 기도하고 잘게요!! 평안한 밤 보내세요 😊

공쟝쟝 2022-03-07 01:21   좋아요 2 | URL
ㅠㅠ 천사다 ㅋㅋㅋ 맞아 라파엘도 천사지? 대천사님 잘자요🥺

단발머리 2022-03-07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님을 위해 기도할 때 아파트도 넣어서 기도할게요. 전 솔직하게, 소탈하게, 격의 없이 하는 기도를 좋아합니다. 저 자신이 거룩한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렇기도 하고, 다윗의 기도가 다수 수록된 <시편>을 보면 다윗도 그렇게 기도하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주여!‘도 상당한 좋은 기도에요. 내용을 마음에 다 담아서, 주여~~~~ 이렇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굿나잇!!!

공쟝쟝 2022-03-07 08:28   좋아요 2 | URL
아, 역시! 기도하는 단발머리님을 생각해봤어요! 흐흐 제인에어 느낌의 우아하고 ㅋㅋㅋ 그의 기도 내용은 주여.. 우리 쟝쟝이 번창하여 무엇이든 되어 제게 용돈 봉투를 ….😭😭😭
할머니는 주여 가음사합니다! 라고 항상 기도를 시작했어요. 어릴때 저는 그게 이상했는 데, 살면서 조금은 알것 같거든요. 감사합니다로 시작해서 소망으로 끝나는 어떤 …

Falstaff 2022-03-07 0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쓸쓸하고, 고독한 미국 남부의 정경이 눈에 선뜻하군요!

공쟝쟝 2022-03-07 08:30   좋아요 3 | URL
너무 괴상하고 쓸쓸하고 외로워서 벌벌떨리는 동화같은 인물들이 카슨매컬러스의 전매특허 인가봐요. 저는 이 묘한 분위기가 좋아요. 골드문트님 리뷰 찾아봐야겠어요. 역시 북플에선 안보입니다!

새파랑 2022-03-07 0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도하는 공쟝쟝님의 모습이 궁금하군요 ㅋ 물질적인 기도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 합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아파트 꼭 가지시길 제가 잠깐 기도하겠습니다 ㅋ (전 무교임 ^^)

공쟝쟝 2022-03-07 08:45   좋아요 2 | URL
일단 손바닥 편 버전은 잘 안되고요 손깍지 버전도 안되고 손 크로스 버전으로 자세 딱 잡고, 캄사..합니다… 까지 했는데 누구한테? ㅋㅋㅋㅋㅋ 저 존경하는 인물 정조 인데 정조한테 할까요? 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막 돌에 하자니 너무 기복 신앙 같고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
물질적인 기도 말고 친구들의 안녕을 위해서 할겁니다 ㅋㅋㅋ 😬

mini74 2022-03-07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도가 누구의 전유물도 거창할것도 없죠. 쟝쟝님 이번에 아파트교 하나 만드시는 거 어때요 ㅎㅎㅎ

공쟝쟝 2022-03-08 02:25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맙소사, ... 아파트 교라니.. 너무 세속적이예요! 제가 막상 기도가 떠올라야할 순간에 떠올리는 건 쉬발이니까 쉬발교... (... 어 그거 아니야..) 제가 어떤 영적 종교의 교주가 되기에는 카리스마가 많이 부족하기도 하구요, 기도도 못하는 미미한 자의식으로 교단을 창설할 수는 없습니다. 교주같은 건 될 수 없습니다.

그레이스 2022-03-07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보시면 후다닥 재빨리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쟝쟝 2022-03-08 02:27   좋아요 1 | URL
아, 그래요? 역시... 답은 살 던대로 사는 건가? 기도가 아니라, 넛지? 이런 느낌으로 뭔가 체크할 게 필요한걸까? ㅋㅋㅋ
 
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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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실체는 조금 지독한 ‘투사’인게 아닐까. 나도 안다. 굉장히 유아론적인 생각인 거. 하지만 이별의 징후를 인식할 때는 어김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그에게서 보았구나. 그때 나에겐 그것이 필요했구나. 내가 나에게 줄 수 없는 것을 그들에게 기대했으니, 언제나 빈번히 사랑은 실패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은 내가 알고 있는 것 만큼을 본,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짜깁기해서 본 그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맹렬했으니 그것들이 사랑이 아니었다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니까 내가 본 것은 내가 보고 싶어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 나만은 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그건 사랑에 가까운 무엇이었다. 그러나 그건 그냥 내가 본 것일 뿐, 정말은 그가 아니라는 생각. 생각이 거기에 가닿으면 그에게 미안해진다.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노력을 하는 순간에도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먼저보고 싶어했었다. 너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지 않았을까. 마치 나 처럼. 그런데 나의 투사를 걷어내고 나면 우리의 사랑은 애초에 가능했을까.

지금 막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너에게서 무엇을 보고 있는가. 다시 말해, 나는 너를 통해서 나의 어떤 부분을 보고 있는가? 우리의 외모와 나이와 성별과 각자가 가진 기구함은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보지 못하는 그것을 내가 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 미스 어밀리어가 꼽추에게서 본 것. 라이먼이 마빈에게서 본것. 어쩌면 나는 너에게서 내게 없는 부분을 본다. 네가 더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부분, 그것은 내게 없는 것이기에 그토록 강렬한가.

나의 유아론적 추론대로 사랑의 시작이 강렬한 투사의 감정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이 사랑으로 이름 붙여지기 위해서는 겪음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존재를 곁에 두고, 무언가를 함께하며, 주고 받는다. 때로는 침식되고 부식되고 결국 보고 싶지 않던 것들이 드러나며 나 자신도 몰랐던 내 안의 것들이 헤집어진다. 사랑이 기이한 것은, 기꺼이 헤집혀지기를 취약해지기를 망가지기를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 질문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다른 질문.

그런데 그건 나고. 너는?

나는 네가 나를 통해 본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겠지. 알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사랑이라는 진실은 사실 없고 그냥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사랑이라고 착각한 어떤 인간과 다른 인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나 자신을 위해 방어선을 최대로 친 그저 그런 사후적 해석에 불과할 뿐. 그 경험들을 가치없는 것이라 말하면서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사랑이 그의 존재로 인해 촉발된 내 안에서 불러일으켜진 어떤 지독한 투사의 감정에 불과할 뿐일 지라도 분명히 그것은 나의 어떤 부분을 변화 시켰다.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안다. 다시 겪을래? 물으면 아니오. 원래 없을래? 그건 더 아니오. 나는 더 나빠졌을지도 모르지만, 켜켜이 문을 잠그고 아무도 들이지 않겠어 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어쨌든 나는 변했으니까. 나는 너로 인해 아팠지만, 네가 남기고 간 모든 흔적이 상처인건 아니니까.

관계가 시작되고 주고 받음 속에서 만들어질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상처와 오해는 흔해 빠진 진부한 현상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내 상처가 가진 고유한 형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너로 인해서. 네가 아니면 영원히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르는 내 안의 어떤 변화로 인해서.

미스 에밀리어의 사랑은 상처를 감당할 만큼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지만, (아름답지 않더라도) 고립을 자처하던 그녀가 느닷없이 사랑이라는 결단을 내린 까닭은 그가 라이먼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었던 어떤 무엇(일반적인 매력은 결코 아니다) 때문이었을 거다. 그것이 무엇인지 마을 사람들 모두는 알 수 없고, 독자 역시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빗대어. 내게서 일어났던,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아도 그나마 일어났다면 그(들)여서 다행인. 그러니까, 나는 별로 꺼내보고 싶지 않았던 그걸 그냥 간신히 사랑이라고 불러보고 싶어졌다. 나에게도 그런게 있었지. 있었다고 해두고 싶어졌다.

당신은 나에게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본다.
나는 당신에게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각자의 안에 있는 것을 기꺼이 꺼내보일 수 있을 만큼의 용기. 그것이 성립되고 나면 상처의 유무와 강약은 중요하지 않아진다.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이제 어른이고 그래서 해피엔딩에 집착하지 않는다.

글의 시작에서 말한 사랑에 대한 주절주절 정의를 바꾸고 싶다. 지금의 나에게 사랑의 정의는 조금은 지독한 투사로 부터 시작되어 곁을 내어주는 용기인 것 같다.

에밀리어는 스스로를 유폐시킨 그 집에서 언제쯤 나올 수 있었을까.


우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 걸쳐 조용히 쌓여온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사랑을 주는 사람들은 모두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 고독한 것임을 영혼 깊숙이 느낀다. 이 새롭고 이상한 외로움을 알게 된 그는 그래서 괴로워한다.
이런 이유로 사랑을 주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딱 한 가지가 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사랑을 자기 내면에만 머무르게 해야 한다. 자기 속에 완전히 새로운 세상, 강렬하면서 이상야릇하고, 그러면서도 완벽한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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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2-16 0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쥬? 전 제목은 촌스럽지만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훨씬 재미나게 읽었습지요.
ㅎㅎㅎ 그렇다고 추천은 아니고요, 어느날 마음이 땡기면 읽어보십사, 하고.... 걍 소개 정도 합니다.

공쟝쟝 2022-02-16 09:09   좋아요 3 | URL
넵! 소설이라기 보다 동화 같았어요! 술마시고 썼더니 아침에 보니 척척해서 못봐주겠네 ㅋㅋㅋㅋㅋㅋㅋ 골드문트님 리뷰가 있어서 읽으려햇는데 ㅠㅠ 비공개로 돌리신듯 ㅠㅡㅜ 아쉬워라….!

Falstaff 2022-02-16 09:17   좋아요 3 | URL
ㅋㅋㅋ 술 마시고 쓰면 (제 경우엔) 거의 매번 후회하던데요. 쟝쟝님은 전혀 그런 티가 나지 않아요.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제가 쓴 후진 독후감은 잘 보이기는 한데, 안 보셔도 충분합니다!!!!

공쟝쟝 2022-02-16 09:26   좋아요 1 | URL
술먹고 쓰고 있을때!는 기분 좋아욬ㅋㅋ 이러다 도스토옙스끼 되겟엌ㅋㅋㅋㅋ 암튼 대문호될까봐 음주 독후감은 자제 해야되겠아요 ㅋㅋㅋ 다시 찾아봐야징 ㅋㅋㅋ

독서괭 2022-02-16 1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가 나에게 줄 수 없는 것을 그들에게 기대했으니, 언제나 빈번히 사랑은 실패했을 것이다.˝ 너무나 공감됩니다. 쟝쟝님 앞으로도 술마시고 많이 쓰셔도 되겠는데요?? 절대 비공개로 돌리지 마세요. 글 너무 좋아요.

공쟝쟝 2022-02-16 13:34   좋아요 3 | URL
...... 와 미쳤네... 누가 썼어요? 그 문장? ㅋㅋㅋㅋ ..... 술취한 내가 썼다고요? 아무래도 나는 도스토옙.....
제가 여러번 해본 유경험자 인데요, 해장하면서 북플하면 그렇게 재밌다요.? ㅋㅋㅋ (해장중)

단발머리 2022-02-16 15: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딴 거 하지말고 글만 씁시다, 쟝쟝님! 글 쓰고 유튜브 촬영하고 편집하고! 아, 책 읽을 시간이 없네요.
우리 그렇게 합시다, 그렇게 하자고요!!!

공쟝쟝 2022-02-16 19:23   좋아요 2 | URL
당분간 유튜브 휴식 ㅋㅋㅋ - 나도요. 나도 글만 읽고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했어요. 우리의 삶은 유한하지만 길고 기니까. 평생 아껴가며 할꺼예요! ㅋ

갱지 2022-02-17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 구절을 읽는데, 음... 뭐지 뭐더라- 끙, 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생각났어요. -기억력 감퇴-
사랑에 대한 담론 좋아요:-)

공쟝쟝 2022-02-17 21:30   좋아요 3 | URL
아 갱지님이 좋아하시니까 종종 끄적끄적 하여 보겠습니다. 그런데 사랑 고런 달달한 것을 제가 믿지를 않아서리 ㅋㅋㅋㅋㅋ 술먹지 아니하고서는 안쓸 거 같긴 한데... 나도 사랑, 로맨스... 그런 거 알던 시절이 있었다...?

mini74 2022-03-08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단선 축하드려요. ㅎㅎ 무슨 책 사실지 궁금해요 *^^*

공쟝쟝 2022-03-09 02:02   좋아요 1 | URL
미니님두 축하드려요! 책은 푸코 살겁니다! >_<// .... 난 푸코에 꽂혔다...

새파랑 2022-03-08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축하드려요~!! 아파트 사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 유투브도 빨리 올려주세요~!!

공쟝쟝 2022-03-09 02:03   좋아요 2 | URL
이렇게 또 한푼두푼 모아 아파트의 꿈에 다가갑니다. 미래의 아파트에게...
유튜브. 그거 뭐죠? 먹는 건가? .......... (죄송.. 바빠여 바쁘다 바쁘다고.. 책도 못읽어여 요즘 ㅜㅜ)

그레이스 2022-03-08 1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공쟝쟝님~~

공쟝쟝 2022-03-09 02:03   좋아요 2 | URL
그레이쑤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3-08 1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공쟝쟝 2022-03-09 02:03   좋아요 3 | URL
한결 같은 서니데이님 축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독서괭 2022-03-09 0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앞으로 술마시면 반드시 글 한편씩 쓰기로 해요.ㅎㅎ 안 마셨을 때도 잘 쓰지만 마셨을 때 쓴 글은 또 결이 달라 좋다는!! 당선작 축하드려요^^

공쟝쟝 2022-03-09 02:04   좋아요 3 | URL
안마시고 쓰는 글은 의식의 흐름인데, 왜 술마시고 쓰는 글은 더 단정하냐고. 나 참.. 나도 나를 모르겠네... ㅋㅋㅋ

thkang1001 2022-03-09 1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공쟝쟝 2022-03-09 14:09   좋아요 1 | URL
그 진심 받을게요.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thkang1001 2022-03-09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감사합니다!

러블리땡 2022-03-1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결혼식 가는 길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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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조각 같은 목소리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무르고 달콤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향기같은 것.

귀가 아니라 몸 안으로 퍼진다는 음악의 촉각을 떠올려본다. 시간을 유리병에 담을 수 있다면, 으로 시작하는 짐크로스의 음악을 들었을 때(그것은 엑스맨의 퀵실버 테마 쏭이다), 기타 선율이 몽글몽글하여 시간을 유리병 바깥에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처럼(애석하게도) 느낀 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알맞은 순간에 내게 도달한 어떤 음악들은 언제나 공감각적이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이 아니었더라면, 음악을 만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아🤭, 이런게 소설이 주는 간접 경험이라는 건가. 간접 경험이라. 지금까지 난 그걸 그냥 국어 시간에 글로 배운(ㅋㅋ) 소설의 기능 같은 거라고 여겼던 것 같다. 감정 이입은 할 수 있어도 간접 경험🤔? 종종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을 따라 ‘간접 모험’을 떠나기는 해도, 이 정도(!)의 수준에서 간접적으로 ‘경험(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본 소설은 정말인지 오늘이 처음이었다. 


마지막 결혼식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데, 식장에서 나오는 음악이 온몸에 퍼지는 것 같더라니까. 정작 그 음악이 뭔지도 모르면서...말이다. 뭐냐, 이게 정말로 레알루다가 잘 쓴 소설이 줄 수 있는 뭐 그런 쾌감인가? (버뜨, 막상 소설의 서사는 잘 따라가지 못함)


해가 떠 있을 때 더 멀리 퍼진다는 커피 냄새를, 전차에서도 건물의 오층에서도 열려있는 창문만 있다면 함께 맡아볼 수 있는 갓 구운 빵의 냄새를. 읽었다. 그러니까. 나는 읽었는 데. 


“(33)눈이 먼 상태는 영화와 비슷하다. 눈이 코 위에 양쪽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이끄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읽었을 뿐인데, 정작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플레이되는 미각, 청각, 촉각, 후각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것은 시각. 신기하다. 문자로 이루어진 그것들을 모두 느꼈지만 왜 ‘본 것’만 같았던 것일까. 재밌는 것은 이것들을 ‘보여’주는 소설 속 ‘나’는 파랑색과 흰색이 섞인 근사한 넥타이를 한 맹인이었다는 거고. 더 재밌는 것은 이 소설을 쓴 ‘존 버거’를 나는 그의 책 <다른 방식으로 보기>라는 미술 비평으로 만났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논픽션도 인상적이었는 데, 와. 픽션으로 다른 방식을 ‘보여줘’버리다니. 존 버거 천재네.

“(11) 렘베티카에 맞춰 춤을 출 때면 음악이 만들어내는 원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음악의 리듬은 울타리가 있는 동그란 우리가 된다. 거기서 당신은 한때 그 노래를 살았던 남자 혹은 여자를 앞에 두고 춤을 춘다. 춤을 통해 당신은 음악이 뿜어내는 그들의 슬픔에 경의를 표한다. ”


보이지 않는 화자를 내세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도록 썼다. 음악이 들렸고, 아니 보였고, 냄새를 맡았고, 아니 보았고…, 그리고 나는 이 길지 않은 소설을 읽으면서 아주 아주 새삼스럽게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봤더란다.

“(18) 소설 읽기의 진정한 희열은 *세계를 외부가 아니라, 안에서, 그 세계에 속한 등장인물의 눈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다른 그 어떤 문학 형식도 제공하지 못하는 속도로, 전체 풍경과 찰나의 순간을, 일반적인 생각과 특별한 사건 사이를 오갑니다.” - 오르한 파묵 <소설과 소설가>” 


2022년 소설왕(두둥-)을 목표로 하는 내게 <결혼식 가는 길>을 통해 만난 소설 읽기의 경험은 퍽 특별했다. 이만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뭐,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다음에 읽을 책은 필립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이고, 그 다음으로 카슨 매컬러스 <결혼식 멤버>를 빼뒀다. 어쩌다보니 1월에는 결혼들과 함께할 예정인데 절대 결혼하고 싶어서 그런건 아님🙄 


참. 나의 라스콜니코프는 방금 막 도끼로 할머니를 내려친 참이다. 녀석 이번에는 좀 죄도 뉘우치고 그래야할텐데… 내 라스콜니코프는 언제나 살인만 하고 봉인된단 말이지…ㅋㅋㅋㅋ 내일은 밖에 안나가고 방바닥에 딱 붙어서 <죄와 벌>부터 조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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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14 07: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설왕 공쟝쟝님도 추천하는 이 책 완전 재미있을거 같아요~!! 천재 존 버거라니 ㅋ 작가 이름이 별로(?)여서 관심이 없었는데 ㅎㅎ
주말은 <죄와 벌>과 함께 정신분석학 세계에 빠지시겠군요^^

공쟝쟝 2022-01-14 08:10   좋아요 3 | URL
소설왕 새파랑님께 ㅋㅋㅋ 소설왕이라니 송구송구하외다 ㅋㅋㅋ 새파랑 왕이시여 제발 제가 딴 데로 안새고 도끼옹 전집 산 보람을 느끼게 해주소서!

새파랑 2022-01-14 08:24   좋아요 2 | URL
감히 저같은 놈이 어찌 소설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도끼옹 전집 보람 확신합니다~!! 집에서 못나가실듯 ㅋ

공쟝쟝 2022-01-14 08:29   좋아요 2 | URL
왕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작년 결산 페이퍼에서 끝없이 스크롤이 밀려나던 그 충격을 잊을 수 없읍니다...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일하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단해 ㅋㅋㅋㅋㅋㅋㅋㅋ 짝짝짝ㅋㅋㅋㅋㅋ

물감 2022-01-14 0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음청 재밌다는 거죠?
아.. 갑자기 버거킹 땡기는데 왜죠?
쟝쟝님 정답을 알려줭ㅋㅋ

공쟝쟝 2022-01-14 08:13   좋아요 3 | URL
세상엔 많은 버거들이있고 버거의 왕은 역시 버거킹 아니겠숩니까? ㅋㅋㅋㅋ
전 아름답게 읽었어요! 재밌는 책은 아님 ㅋㅋㅋㅋ 다락방님은 딱 보면 척이던데 물감님 취향에 맞으실진 전혀 모르겠어욬ㅋㅋㅋ 감도 안오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1-14 08: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뻐서 빌렸다가 ㅋㅋㅋㅋ 시작도 못하고 반납했던 책인데요. 돌아봐야겠어요. 소설 읽는 쟝쟝님이라니!! 소설까지!! 욕심쟁이~~~

공쟝쟝 2022-01-14 08:16   좋아요 2 | URL
알라딘의 골드문트님의 추천작이고 얇고 이뻐서 저도 빌렸답니다! 소설이 직선적으로 쭉 씌어있지는 않아요. 호흡 놓쳤으면 완독 못했을 듯? 근데 문장들이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댓글 적으면서 쭉 순서대로 쓰였으면 어땠을까? 했는데 완전 별 내용없는 소설 이 됐겠네요. 뭔가 교차편집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음 ㅋㅋ

다락방 2022-01-14 08: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후훗. 저는 이거 좋다는 소문에 오만년전에 중고로 구매해놨지요. 구판을... 안읽고 꽂아두고만 있었는데 개정판 나와서 갈등..(하지마!)

너무 좋다. 쟝님 진짜 소설 잘 읽는 사람이라니까. 존 버거 다른 책을 좋게 읽긴 했지만 내가 이 책을 읽는다면 쟝님처럼 훌륭하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 세상에 읽을 책 너무 많아서 싫고 좋다.
아니 라스꼴리니코프 도.. 다시 읽고 싶네요. 이것도 책이 있지롱내가. 열린책들과 문동으로... 내가 없는 건 뭐냐.........

공쟝쟝 2022-01-14 09:16   좋아요 1 | URL
시대의 명저 독서공감에서 저토록 소설예찬을 하신 분께 훌륭한 소설 독자라는 이야기를 듣다니…. 영광이다…💕 은혜받았사오니 오늘은 진짜 부지런히 죄와벌 하겠사와요😆

책읽는나무 2022-01-14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가 봐도 공쟝님은 소설 매니아감!!!
감성이 소설과 에세이 감성!!^^
리뷰 몇 편 읽었을 때 공쟝님 쵸코 브라우니 같은 사람!!!!!
(아...갑자기 먹고 싶네??^^)
근데 뇌과학도 읽고...다재다능 재주꾼이셔요^^
나는 문,이과 다 왔다,갔다가 가능한 사람을 존경하고 있어요!!!!ㅋㅋㅋ

공쟝쟝 2022-01-14 11:24   좋아요 2 | URL
초코 브라우니 라니 고런 달달한 것이 저랑 어울린단 말인가요? 그럼 카카오 99.8% 브라우니로다가 ㅋㅋㅋ 👊👊👊 저는 이제 구구단도 헤깔리는 문과생입니다…. 나눗셈을 어떻게 하는지 잃어버렸어…

mini74 2022-01-14 1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분 초상들 이라고 예술이론 책으로 첨 알게됐어요. 소설도 쓰셨군요. ~~ 공감각적 소설이라니 ~ 저도 찜 해봅니다 ~

공쟝쟝 2022-01-15 01:01   좋아요 3 | URL
ㅋㅋㅋ 저도 다른 책들 더 좋은 거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버거 찜!해뒀어요.

그레이스 2022-01-14 1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존 버거 소설 특이한데 잘 쓴다는 생각입니다. 몇페이지 안읽었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구요

공쟝쟝 2022-01-15 01:02   좋아요 3 | URL
몇 페이지만에 그레이스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버린. 존 버거버거버거버거버거!_! 아직까지는 올해의 발견! 이네요?!ㅋㅋㅋ

mini74 2022-02-10 1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만큼 댓글도 재미있는 쟝쟝님 글 ㅎㅎ 축하드립니다 *^^*

그레이스 2022-02-10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thkang1001 2022-02-10 18: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축하드립니다!

가필드 2022-02-10 18: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일고싶어지게 쓰셔요 ^^ 공쟝쟝님 추카드립니다 💐

이하라 2022-02-10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02-10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독서괭 2022-02-10 2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엇 쟝쟝님 저 이 글 못 봤었네요. 존 버거 이 책 좋다고 많이 들어는 봤는데.. 여러 감각으로 느끼게 쓴 소설이라니 궁금해지네요. 근데 결혼시리즈는 다 읽어가시나요? ㅋㅋ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지난 여수세자매 유튜브에서 가져간다고 하셨는데 다 보셨나요? 그때 엄마가 이거 보면 ˝차라리 결혼하지 마라˝ 할 것 같아 가져왔다 하셔서 빵 터졌었는데요 ㅋㅋ
암튼 당선 축하드립니다^^

공쟝쟝 2022-02-13 15: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 그 책 (안읽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집에서 아무리 펼치고 있어도 제가 뭐 읽는지 궁금해하지 않으시더라고요? ㅋㅋㅋㅋ 대신 엄마가 자꾸 시집가 공격해서 목욕탕가서 동네 아줌마들 혼내고 왔어요!! 아줌마, 아줌마가 자꾸 저 시집가라고 그러세요? ㅋㅋㅋㅋ 당선~ 축하 감사드립니다!

scott 2022-02-10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쟝님은 분명 멜론 조각 같은 목소리로 홈즈를 부르 실것 같습니다

장쟝님 여수 밤바다 공기 잔뜩!
이달의 당선 축! ՞•・•՞🐾

공쟝쟝 2022-02-13 15:19   좋아요 1 | URL
홉스야.... 크크 아이거 🐾 냥이 발바닥 어뜨케하는 건지 궁금해요. (일단 복붙해본다) ㅋㅋㅋ 여수에서 돌아왔습니다. 스콧님 잘 지내셨쥬?

러블리땡 2022-02-11 00: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공쟝쟝님 닉 보자마자 여수 생각났는데 ㅎㅎㅎ 위에 scott님이 쓰셨네요 ㅎㅎ

공쟝쟝 2022-02-13 15:20   좋아요 0 | URL
어쩌다보니 여수 대표가 되었습니다. ㅋㅋㅋ 헤헷 럽땡님 귀여운 프사로 바뀌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