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 가면 불문율이 얌전하게 앉아 있다. 모임 참석자들은 불문율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불문율이 깨지면 모임이 난장판이 되기 때문이다모임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불문율을 빤히 쳐다본다참석자의 귀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들어오지 않는다참석자의 눈빛이 불문율로 완전히 쏠려 있다. 다른 참석자들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모임장은 불길한 눈빛을 멈추기 위해 참석자에게 당부한다.



독서 모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일이니 불문율을 지켜주세요. 

절대로 그것을 말하면 안 됩니다.”



불문율을 지키고 싶지 않은 참석자는 모임장의 당부를 어긴다. 기어이 불문율을 건드리고 만다. 가만히 있던 불문율이 꿈틀거린다. 참석자의 입에 언급하지 말아야 할 것이 튀어나온다. 참석자는 심하게 요동치는 불문율을 깨뜨린다불문율이 깨지자, 고분고분하게 대화가 흐르던 독서 모임은 순식간에 싸움터가 된다. 참석자들은 서로의 말과 생각을 움켜잡아 싸운다.



당신의 생각은 잘못되었어요

책 좀 읽었다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흥분한 참석자들은 상대방이 틀렸다면서 야멸차게 쏘아붙인다대화 불가능한 독서 모임이 어수선하게 마무리된다.


독서 모임에 심심찮게 참석하는 불문율은 세 가지다. 첫 번째 불문율은 책과 무관한 대화를 하지 않기. 두 번째 불문율은 정치에 대해 말하지 않기, 세 번째 불문율은 종교 전도하지 않기. 이 세 가지 불문율을 하나로 모으면 완전한 성문법이 탄생한다. 독서 모임에 정치와 종교 책은 선정하지 않기.


사실 첫 번째 불문율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책 속에서만 흐르는 대화는 유익하지만, 늘 재미있는 건 아니다. 책 밖으로 이탈한 대화도 재미있다그래도 너무 멀리 나가면 곤란하다. 모임 참석자들 모두가 즐길 수 없고, 만족하지 못한 대화가 오래 지속되면 모임장은 정중하게 제지해야 한다.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열다섯 번째 모임(5월) 선정 도서]

* 피에르 다르도 · 크리스티앙 라발 · 피에르 소베트르 · 오 게강 함께 씀, 정기헌 옮김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원더박스, 2024)





올해 들어서 나는 두 번째 불문율을 깨뜨렸다. 5월 중순에 한 서울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선정 도서는 정치와 결합한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내전, 대중 혐오, 법치였다. 나를 포함한 모임 참석자들은 과거에 신자유주의 비판서를 탐독했을 정도로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 모임 분위기에 반전을 주고 싶었다. 모임 전날에 참석자들은 발제를 공개한다. 나는 발제에 정치색을 드러냈다. 나는 자유주의자이고 온건 보수주의자라고. 자유주의자로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신자유주의자들이 자유를 독점하고, 왜곡하는 세태를 방치하면 자유의 정의가 변질된다고 주장했다그리고 개인의 자유만 찬양하는 자유 지상주의와 비슷한 신자유주의와 정반대로다원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자도 있다고 언급했다그래서 내가 언급한 자유주의 사상가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과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이었다.

















* 에드먼드 포셋, 신재성 옮김 자유주의: 어느 사상의 일생(글항아리, 202)

 

* 헬레나 로젠블랫, 김승진 옮김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글항아리, 202)

 

* 패트릭 J. 드난 , 이재형 옮김 왜 자유주의는 실패하는가(민들레, 2025)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기 전에 자유와 자유주의의 정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구분하기 위해 분류된 고전적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가 아닌 개인의 덕성과 공동체 결속을 위한 헌신을 강조한다. 계몽주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무르익기 시작한 18세기부터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권리를 억압하는 군주정과 종교를 비판했다.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둔 자유주의라는 개념은 20세기가 돼서야 확립되었다.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자유주의의 흐름을 정리한 책을 꼽자면 스스로 좌파 자유주의자로 소개한 정치 전문 기자가 쓴 자유주의개인과 타인이 연결된 관계가 모여서 형성된 공동체를 중시했던 자유주의의 과거를 보여주는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가 있다.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개인의 덕성을 함양하기 위한 자유 학예(liberal arts)를 배우려는 고전적 자유주의를 전근대 자유주의로 분류한다. 이 책의 저자는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근대적 자유주의로 발전할수록 자유주의가 퇴보(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203월 도서]

*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함께 씀, 박세연 옮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 2018)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5년 7월 도서]

*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함께 씀,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어크로스, 2018)





이번 달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선정 도서는 정치적인 책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 모임이 있었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약칭 ‘극단적 소수)<세속>의 정기 독자 김성현 님이 추천한 책이다. 김성현 님은 <고라니 울고>라는 독서 모임을 이끄는 모임장이다. <고라니 울고>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모임이다. 그분은 정치적인 책을 <고라니 울고> 회원들과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독서 모임이 회원들에게 부담감을 줄까 봐 결정을 계속 보류했다. 때마침 내가 올해 <세속> 선정 도서 후보에 비문학적인 책도 가능하다고 허용했고, 그리하여정치적인 책을 읽는 문학 모임이 만들어졌다.







정치 책을 읽는 독서 모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 참석했던 독서 모임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에 정치 책이 선정된 적이 있었다. 그 책이 바로 극단적 소수의 전작인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였다. 하지만모임은 취소되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던 때였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모임이 제한되었다.
















* 조지 오웰, 이한주 옮김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25)

 

* 남태현 극우의 노래: 한국의 극우, 그들은 누구인가(오월의봄, 2025)




정치적인 책을 읽는 문학 모임’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정치와 거리를 두는 문학을 경계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을 떠올린다면 문학 작품의 정치적인 독해가 가능하다오웰은 문학 작품 속에 스며든 작가의 정치색을 비평할 뿐만 아니라 파시즘과 반유대주의에 동조하는 작가들을 비판했다.







 

모임이 시작하자마자 <세속>의 정기 독자 조약돌 님이 먼저 우리나라 정치와 관련된 발제를 제시했다. 2, 30대 남성들은 왜 극우에 열광하는가? 나는 이 발제가 나올 거로 예상했고, 우리나라의 극우화 현상을 분석한 책 극우의 노래를 소개했다극우의 정치적 행보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되었다경기 침체가 길어질수록 살길이 막막한 청년들의 불만은 점점 높아졌다. 거대 양당 정치는 청년들이 만족할 만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여권 신장과 성평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주민이 증가하자 청년들은 자신들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분노한 청년들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 유튜버들을 지지한다. 보수정당은 청년들의 불만과 분노를 달래기는커녕 그들의 극우 성향을 감싸고, 정치적 의제로 삼았.












* [절판] 새 한글 성경: 신약과 시편(대한성서공회, 2021)




독서 모임 구성원에 비종교인이 많으면 종교 책이 필독서로 선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온갖 분야의 책들이 언급되는 모임 대화에 종교 책은 끼지도 못한다.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진 성경은 대우가 좋은 편이다. 비종교인 애서가들도 성경이 고전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비종교인 애서가가 성경을 자주 인용하는 일은 드물다왜냐하면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열여섯 번째 모임(7월) 선정 도서]

* 금정연 한밤의 읽기(스위밍꿀, 2024)




지난주 금요일은 세계 문학 모임 날이었고, 다음 날인 토요일은 <수레바퀴와 불꽃> 16번째 모임 날이었다. 모임 필독서는 금정연 서평가한밤의 읽기였다<수레바퀴와 불꽃>두 명의 애서가가 만나면서 시작된 독서 모임이다. 이중 한 분은 라캉(Jacques Lacan)과 알튀세르(Louis Althusser)에 관심이 많은 크리스천이다. 그분은 꾸준한 책 읽기를 욕망하게 한 최초의 책이 설교 비평집이라고 했다.

















* [절판] 정용섭 엮음 속 빈 설교 꽉 찬 설교(대한기독교서회, 2006)

 

* 정용섭 엮음 설교와 선동 사이에서(대한기독교서회, 2007)

 

* 정용섭 엮음 설교의 절망과 희망(대한기독교서회, 2008)




그분 바로 옆에 앉은 나는 설교 비평이 궁금해서 질문했다. 설교 비평은 목회자들의 설교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그분은 국내에 처음 설교 비평을 시도한 정용섭 목사가 쓴 책을 읽었다고 했다. 책 제목은 언급하지 않았고, 그 책이 절판되었다고 했다.







<수레바퀴와 불꽃> 모임을 마치고 대구로 돌아온 나는 설교 비평과 관련된 책을 찾아봤다. 운이 좋게도 알라딘 동성로 서점에 정용섭 목사가 엮은 설교 비평집 두 권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분이 말한 절판된 책은 정용섭 목사의 설교 비평집 시리즈의 1속 빈 설교 꽉 찬 설교.








기회가 되면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독서 모임을 만들어서 꾸리고 싶다. 문학 작품을 정치적 관점으로 읽는 모임이라든가 아니면 무신론자들을 위한 종교 책 읽기 모임이다실현 불가능한 모임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정치와 종교 분야의 책도 독서 모임에 언급할 가치가 있다



독서 모임에 환영받지 못한 책을 읽는 애서가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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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30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을 2개나 하시는군요. 심지어 서울까지 가는 모임이라니... 진짜 대단하세요. 이런 열정이면 범상치않은 독서모임도 꿈만은 아닐듯해요

cyrus 2025-08-05 08:14   좋아요 0 | URL
독서 모임 세 개에 참석하는 분들의 성격과 가치관이 저랑 거의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일단 독서 취향이 다르고, 독서 모임 구성원의 개성이 뚜렷해서 대화하면 흥미로워요. 제가 배울 점도 많고요. ^^

페넬로페 2025-07-30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의 세 가지 불문율!
정말 맞습니다.
전에 어떤 분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너무 착한 독서 모임도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요.
좀 비틀어 책을 볼 필요도 있다면서요.
그 경계가 모호해서 어떤 선을 지킬지 어려워요^^

cyrus 2025-08-05 08:30   좋아요 2 | URL
제가 생각하는 ‘너무 착한 독서 모임’은 모임 구성원들 간의 의견 차이가 너무 없어서 서로 비슷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끝나는 모임이에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이게 익숙해지면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고요, 그러면 상대방의 생각과 닮은 사람이 되고 말아요. 저는 독서 취향이 서로 다른 애서가들이 만나면 주고받는 대화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위기의 독서 모임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

blanca 2025-07-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의 불문율,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이건 그냥 모임에서 채택해도 될 것 같은데요.

cyrus 2025-08-05 08:39   좋아요 0 | URL
다른 독서 모임들이 공개한 가입 규칙에 보면 정치적 대화를 사절하고, 정치와 종교 책을 모임 선정 도서에 제외한다는 사항이 있더라고요. 반대로 저는 모임 시작하기 전에 정치와 종교에 관해서 눈치 보지 말고 얘기하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독단적으로 자신의 주장만 고집한다거나 상대방을 무례하게 대한다면 모임장 자격으로 대화를 제재한다고 말합니다. 제가 알고 지내는 독서 모임 참석자들은 상대방의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분들이라서 지금까지도 크고 작은 다툼 없이 잘 만나고 있습니다. ^^

카스피 2025-07-3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을 하지 않아서 저런 불문율이 있는지 전혀 몰랐넨요.그런데 저 3가지 불문율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시에도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cyrus 2025-08-05 08:45   좋아요 0 | URL
네, 정치적, 종교적 신념이 강하면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유형의 사람이 독서 모임에 온다면 저는 일단 대화해보고, 더 이상 대화가 어려우면 모임에 오지 말라고 충고할 것입니다. ^^

레삭매냐 2025-07-3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설교(비평)는 특정 대상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 무신론을
가지신 분이 들으시면 현실과
현격한 괴리를 느끼시지 않을
까 싶습니다.

cyrus 2025-08-05 08:46   좋아요 0 | URL
네, 종교 책을 읽다가 이해가 힘든 내용이 있으면 제가 알고 지내는 종교인들과 만나서 대화해보고 싶어요. ^^

감은빛 2025-07-3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긴 시간동안 여러 독서모임들을 다녀봤었는데,
책을 주제로 여러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건 언제나 너무 좋죠.
제 기억에 제가 참여한 어느 독서모임에서도 불문율은 없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책의 어떤 내용들이 일상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책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로 넘어갈 때 모임의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유일하게 하고 있는 독서모임인,
SF 읽기 모임에서는 제가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SF의 특성상 영화나 게임 같은 영역으로도 확장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뿐 아니라 현실 상황과의 비교, 비슷한 주제나 상황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 자주 연결시켜요.

저는 평생 종교를 가져 본 적이 없는 무신론자인데,
한때 종교에 관련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어요.
왜 사람들이 종교라는 발명품을 만들고, 거기에 빠져들었는지 궁금했거든요.
저는 지금도 정말로 신을 믿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못 믿겠어요. ㅎㅎㅎㅎ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책 읽기 모임
한번 해보고 싶네요.

cyrus 2025-08-05 08:59   좋아요 0 | URL
저도 대화가 점점 확장되는 독서 모임을 좋아해요. 이런 대화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대화가 산만하고, 삼천포로 빠진다고 느끼겠죠. 당연히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독서 모임 후기를 써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해요. 모임 날 어지럽게 흩어진 대화들을 글로 정리해 보면 그날 사람들이 유익한 생각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래서 저는 대화했던 내용을 안 잊어버리려고 독서 모임 후기를 써요.

독서 모임 후기는 일종의 대화록이에요. 상대방의 대화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면 결국 모임 후기 글쓴이의 주관적인 시점이 스며든다는 한계가 있지만, 모임 후기를 쓰다가 상대방이 했던 말이 떠올리지 않으면 안 써요. 꼭 써야 할 말이라면 글쓴이의 생각이 첨가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해요. 그날 했던 말이 기억 안 나서 내가 이렇게 썼으니, 혹시 마음에 들지 않거나 틀렸다면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꼬마요정 2025-07-3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불문율은 독서모임 뿐만 아니라 어떤 모임에도 해당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구성원 모두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조심 또 조심해야 할 듯 합니다. 종교, 정치이념은 전쟁도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것이니까요.

cyrus 2025-08-05 09:0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자는 의미로 독서 모임에 정치와 종교를 얘기해도 된다고 말했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어요.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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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문학과 정치는 의외로 친분이 두텁다. 문학은 특정 정당 정치와 정치인에 힘을 실어주는 지지자다. 종이 안에서 문자로 정치를 언급해 온 문학은 종이 밖으로 나오면 정치적인 목소리가 된다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부당하게 억압을 받으면 문학은 격렬하게 저항한다이럴 때 펜은 폭군이 쥔 칼보다 강한 무기로 변한다정치를 위해 펜을 꺾는 문학은 정치인이다. 정치에 지나치게 몰입한 문학은 독재자를 위한 나팔수.







조지 오웰(George Orwell)문학과 정치의 친밀한 관계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작가다. 종이 안에서 작가로 살아온 그는 정치적인 견해를 솔직하게 밝혔다. 하지만 오웰이 생각하는 정치는 종이 안에서만 갇혀 있지 않았다. 종이 밖으로 나온 오웰은 펜을 든 작가가 아니었다. 전체주의와 비민주적인 정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총을 든 저항군이었다.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프랑코(Francisco Franco)의 파시스트 정권에 대항했다. 파시스트를 비판하는 유럽의 지식인들이 스페인에 모여 반()파시스트 저항군을 결성했다. 하지만 그들의 결속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파시스트 저항군 안에서도 파시즘이 꿈틀대고 있었다. 반파시스트 저항군에게 합류한 공산주의자들은 스탈린(Joseph Stalin)을 지지했다. 그들은 스탈린의 독재 정치를 외면했고, 이를 비판하는 사회주의자와 트로츠키(Leon Trotsky) 지지자들을 탄압했다. 사회주의자인 오웰은 저항군 안에서 일어난 갈등과 내전을 르포르타주 카탈로니아 찬가(Homage to Catalonia)에서 상세히 밝혔다. 스페인 내전은 오웰의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사건이다.


오웰은 문학과 정치가 어울려 지내는 것을 인정했지만, 정치에 아부를 떠는 문학을 비판했다. 정치가 문학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면 표현의 자유를 없애는 거대한 검열관이 된다오웰은 나는 왜 독립노동당에 가입했나라는 글에서 정치에 거리를 두려는 충동을 느낀 작가는 평화롭게 책을 쓰는 데 전념한다고 했다정치에 굴복한 문학을 경멸하는 작가는 문학과 정치를 철저히 분리하려고 애쓴다오웰은 펜에 좀 더 힘을 주면서 나는 왜 쓰는가에서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강조한다. 이 글에서 그는 예술(문학)과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라고 말한다. 오웰은 정치에 무관심한 문학도 경계한다. 흐리멍덩한 문학은 표현의 자유를 조용히 죽이는 정치를 찬양한다. 자신들의 펜을 옥죄는 상황임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알면서도 침묵하는 태도가 더 심각하다. 문학이 정치를 외면할수록 전체주의와 독재에 찔러야 할 펜 끝이 무뎌진다. 오웰의 정치적인 글쓰기는 불의를 감지하는 순간 시작된다.


오웰은 파시즘을 지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한 작가들을 언급하면서 비판한다지금도 독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작가들만 언급하자면 미국의 시인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타임머신투명 인간을 쓴 작가로 유명한 H. G. 웰스(Herbert George Wells), 탐정 브라운 신부(Father Brown)’ 시리즈를 쓴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G. K. 체스터턴(G. K. Chesterton) 등이 있다문학과 정치를 분리하려는 독자들은 정치색이 짙은 문학을 피한다. 이들은 파시즘과 제국주의를 찬양하거나 간접적으로 지지한 작가의 글을 거부한다. 글을 잘 쓴다고 해도 자신과 정치적 견해와 정반대인 작가는 반갑지 않다. 그러나 오웰은 비뚤어진 정치에 고개를 푹 숙인 작가들을 비판하면서도 그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는 인정한다.


작가의 정치적 견해에 동의하는 반응과 작가의 문학을 즐기는 행위가 일치한다고 믿는 독자라면 정치 대 문학: 걸리버 여행기에 대하여(약칭 정치 대 문학’)를 읽어야 한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작가로 유명한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는 당대 영국 정치를 비판하는 팸플릿도 썼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알려진 걸리버 여행기는 사실 18세기 영국 사회와 정치를 풍자한 소설이다. 오웰은 스위프트의 정치적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여덟 살부터 처음 읽은 이후로 여섯 번 이상 읽었다는 걸리버 여행기를 극찬한다. 오웰은 문학을 감상할 수 있는 자유를 강조한다. 글에서 드러난 작가의 정치색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분노하게 되면 그 작가의 문학적 매력과 글의 장점을 즐기지 못한다(정치 대 문학, 358).


작가와 리바이어던(Writers and Leviathan)정치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에게 전하는 충고와 같은 글이다. 리바이어던은 성경에 나오는 괴물이다. 오웰은 문학을 침범하는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이 괴물로 비유한다오웰은 작가의 정치적 활동을 독려하면서도 정당을 위해서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정당이 공유하는 이데올로기를 찬양하는 글쓰기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죽이는 일이다문학을 비굴하게 만드는 정치는 위험하다그러나 문학과 정치를 못 만나게 막을 수 없다


문학과 정치가 잘 협력하면 훌륭한 예술 작품이 나온다. 오웰은 자신의 대표작 동물농장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융합해 보려고 시도한 소설이라고 했다(나는 왜 쓰는가, 325). 오웰은 문학과 정치를 결합한 새로운 소설을 쓰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 작품은 실패작이 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개인의 삶을 억압하고 파괴하는 전체주의의 위력을 암울하게 보여준 1984는 성공했다.













오웰의 에세이 선집 나는 왜 쓰는가15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다구판[주1]에 수록된 에세이는 총 29. 이번 개정 증보판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된 에세이 2이 추가되었다사진 도판의 배치가 달라졌다. 구판에 실린 도판들은 갓난아기부터 말년까지 오웰의 모습이 남아 있는 사진들과 글이 써진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역사 자료와 같은 사진들이다구판의 사진 도판은 글 중간에 삽입되어 있었다. 개정 증보판에서는 사진 도판이 책 마지막에 나온다. 그런데 구판에 있었던 사진 도판 몇 개가 빠졌다.






[1] 나는 왜 쓰는가구판 

서평 <나는 왜 조지 오웰을 읽는가>

2010111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4234956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 134




 

 그의 책 역사 개괄[주2]에서 가장 큰 악한은 군인 모험가인 나폴레옹이다.

 


[주2] 인용한 문장은 웰스, 히틀러 그리고 세계 국가에 나온다. 역사 개괄 H. G. 웰스가 쓴 책이다. 원제는 <Outline of History>. 1920년에 출간된 세 권짜리 책이다. 지구의 기원부터 제1차 세계 대전까지의 세계사를 연대순으로 정리한 책이다. 1922년에 웰스는 방대한 <Outline of History>를 한 권으로 요약한 <A Short History of the World>를 썼다. 이 책의 국역본은 총 세 권이다. 


* 《웰스의 세계 문화사(지명관 옮김, 가람기획, 2003, 절판)


* 《H. G. 웰스의 세계사 산책: 세계 대문호와 함께 인류 문명의 위대한 역사를 걷다(김희주 · 전경훈 함께 옮김, 옥당, 2023)


* 《인류의 세계사: 생명의 탄생부터 세계 대전까지, 인류가 걸어온 모든 역사(육혜원 옮김, 이화북스, 2024).





* 205






정신분열증 환자 조현병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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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7-26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오래 전에 사 놓고 안 읽고 있네. 그 사이 새판이 나왔구나.
그곳 대프리카는 어떠니? 여긴 넘넘 덥다. 그러다보니 의욕부진이다. 서프리카될 것 같다. 이미 된 거 같고. 휴~

cyrus 2025-07-30 06:47   좋아요 1 | URL
서울 더위는 대구랑 비슷하던데요. 차이점이라면 대구 더위는 습함이 느껴진다면, 서울 더위는 햇볕이 뜨겁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미술, 마음, 뇌 - 미술과 뇌과학에 관한 에세이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프시케의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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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당신은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당신도 그림의 창작자다먼저 마음에 드는 그림에 다가가자. 완성된 그림은 창작자인 당신을 위한 캔버스다.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라이제 당신의 마음이 움직일 때이다



그림에 당신의 느낌을 색칠하라

그림을 보면서 마음대로 느낀 것도 좋다

칠해라, 당신이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림을 그리기 전에 그림 속에 서성이고 있는 화가에 기죽지 말자화가와 눈을 마주쳐도 아는 척 하지 말자어떤 그림은 온통 화가의 생각으로 도배되어 있다. 당신이 화가를 좋아하더라도 그림에 칠해진 화가의 생각을 말끔히 지우시라. 화가에게 맞춰진 팬심은 당신의 창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화가가 그림의 주인이라면 당신은 그림의 주인공이다



창작자는 그림을 소유할 수 없지만

그림을 무궁자재(無窮自在) 그릴 수 있다

창작자가 새로 그린 그림은 무궁화(無窮畵).



무궁화는 화사하다. 창작자의 그림은 특별하다. 그 속에 화가가 처음에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지 못했던 새뜻한 아름다움이 피어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그려도 된다얼마든지 새로 그릴 수 있다. 당신의 느낌을 칠해라당신이 마음 내키는 대로. 그러면 무궁화는 매일매일 새로운 매력을 드러낸다.


미국의 뇌과학자 에릭 캔델(Eric Kandel)은 미술에 조예가 깊다. 그의 관심사이자 연구 주제는 우리가 미술을 경험하는 방식이다미술을 경험하는 것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활동을 뜻한다그러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면서 즐거웠던 경험이 없으면 작품 감상을 어려워한다미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은 자신은 절대로 예술과 친해질 수 없다고 단정한다. 2016년에 나온 그의 책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이한음 옮김, 프시케의숲, 2019)난해한 현대 추상 미술이 의외로 우리 뇌와 친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주1]


캔델은 추상 미술이 우리 뇌를 멈추게 할 정도로 어렵지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뇌는 난해한 예술 작품을 만나면 평소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인다. 뇌는 어려운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러면서 어려운 예술 작품을 만나면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치는 우리를 다독인다.


 

괜찮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뭐 어때서

작품에 대해서 몰라도 돼


네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을 떠올려 봐

그림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좋아.

 


이처럼 과거의 경험과 감정들을 모아서 정보를 해석하는 뇌의 반응을 뇌과학에서는 하향 처리(top-down processing)’라고 한다.


작년에 출간된 미술, 마음, 미술을 바라보고 즐길 줄 아는 뇌를 주제로 한 일곱 편의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캔델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태어난 곳은 예술의 도시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빈(Wien)이다. 빈에는 나이가 젊고, 다양한 국적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19세기 중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빈은 근대(modernism) 문화의 중심지였다. 오늘날 예술사가들은 1900(Wine 1900)’라고 부른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에곤 실레(Egon Schiele)는 빈 1900을 대표하는 예술가다이들은 전통을 과감히 거부하면서 새로운 예술을 선보였다보수적인 예술을 선호하는 대중과 비평가는 자유분방한 신진 예술가들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지식인들과 동료 예술가들이 많았다.


저자가 주목하는 빈 1900의 매력은 예술과 학문을 구분 짓는 경계가 희미한 사회적 분위기이다. 빈의 예술가와 과학자들은 서로 어울리면서 생각을 자유롭게 주고 받았다1900에 활동한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Alois Riegl)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주도했다. 그가 선호한 과학은 인간의 복잡미묘한 정신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이었다. 빈에서 활동한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자신이 정립한 정신분석학을 과학으로 여겼다. 리글은 개인의 무의식적 감정을 중시한 프로이트에게 공감했다. 그는 예술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상자의 참여가 부족하거나 외면받으면 미술이 불완전한 상태로 발전된다고 주장했다. 예술은 예술가들의 머리와 손에서만 태어나지 않는다. 예술은 감상자를 만나야 한다. 감상자의 참여가 예술 작품을 완성한다. 미술과 심리학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춘 리글의 연구 주제는 그의 두 제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에른스트 크리스(Ernst Kris)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Gombrich)가 이어받는다


미술, 마음, 는 미술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을 자극하고, 영감을 준다. 우리는 무조건 화가에 대한 정보와 전시 해설가(docent)가 알려주는 지식에 끼워 맞추면서 감상할 필요가 없다. 계속 관련 연구를 해야 하겠지만뇌과학은 예술 작품을 만난 감상자의 뇌가 예술가의 뇌에서 일어나는 창작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감상자의 참여는 예술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는 창작 행위이다. 감상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은 예술 작품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물감과 붓이다. 



그림에 당신을 색칠하라.

칠해라, 창작자가 된 감상자의 마음 내키는 대로.

마음대로 그림을 다시 그려 보자. 

미술관에 무궁화(無窮畵)를 피우자.






[주1]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서평 

<어려운 추상 미술,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2019510일에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0848491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 32




 

 클림트는 서양 미술의 에로티시즘에 새로운 차원을 도입했다. 그는 감상자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실제 여성을 묘사했다. 전통적인 나체 그림은 세 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었다. 첫째, 그림 속 여성은 신화적 존재다. 비너스, 마이아(마하), 올랭피아[주2]



[주2] 신화적 존재는 현실의 인간이 아닌 상상의 인물, 즉 말 그대로이다. 비너스(Venus)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라서 신화적 존재다. 그러나 마하(maja)와 올랭피아(Olympia)는 신화적 존재라 할 수 없다. 그녀들은 현실 속 여성이므로 근대적인 나체 그림으로 분류한다.






 

마하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의 누드 그림 옷을 벗은 마하』(1798~1805년경)를 가리킨다마하는 18세기 스페인에 새로운 유행을 받아들이고, 옷을 세련되게 입는 젊은 여성을 뜻하는데, 젊은 남성은 마호(Majo)’라고 한다이 그림 속 여성의 정체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많지만, 마하는 현실의 여성이다. 여신이 아닌 실제 여성의 몸을 그린 그림이라는 이유로 고야는 종교재판에 회부되었을 정도로 곤혹을 치렀다(참고 문헌: 프란시스코 데 고야, 이은희 · 최지영 함께 옮김, 고야, 영혼의 거울, 다빈치, 2011년, 27쪽)







     

고야의 마하 못지않게 유명한 누드 그림이 에두아르도 마네(Édouard Manet)올랭피아』(1863년). 그림 속 올랭피아는 매춘부. 올랭피아는 신화적 존재가 아니다. 이 그림이 공개되자 비평가와 언론인은 성스러운 여신이 아닌 매춘부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비난했다. 벌거벗은 여성의 정체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모델로 알려진 빅토린 뫼랑(Victorine Meurent)이다. 그녀도 화가였으며 그녀의 작품은 살롱에 여러 번 전시되기도 했다(참고 문헌: 제임스 H. 루빈, 하지은 옮김《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 권으로 보는 인상주의 그림, 마로니에북스, 2017년, 222~223쪽)







* 137





 


올림피아 올랭피아



마네의 그림 제목을 영어식으로 표기하면 올림피아. 그러나 올랭피아가 더 유명하고, 이 책의 32쪽에 올랭피아로 적혀 있기 때문에 그대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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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5-07-15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릭칸델은 세포나 신경에 관한 연구를 하는 의학자로만 생각했는데 미술과 같은 예술도 관심이 많은 분이었나봅니다. 오스트리아 출생은 잘 몰랐는데, 뇌과학이 예술을 이해하는 관점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중에 한번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cyrus님,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5-07-25 06:31   좋아요 1 | URL
미술 감상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 책을 권하고 싶어요. ^^
 
경이로운 생존자들 - 다섯 번의 대멸종을 벗어난 포유류 진화의 여섯 가지 비밀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김성훈 옮김, 박진영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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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전 세계 고생물학자들이 모여서 영화 <쥐라기 공원>(Jurassic Park)을 다시 만든다고 상상해 보자이야기가 확 달라질 것이다. 1993년 원작 영화에 나오는 생물들이 몸집이 큰 공룡이라면, 고생물학자들이 만든 영화는 공룡과 포유류들이 동시에 등장한다공룡과 포유류가 같이 나오는 영화는 원작을 파괴한 것이 아니요, 과학적 오류도 아니다. 공룡은 해가 뜬 시간에 어슬렁거렸다. 포유류는 하루의 절반을 땅속에 지내다가 밤이 되면 마음껏 돌아다녔다공룡과 함께 살았던 포유류는 현재 포유류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다. 포유류의 조상은 대체로 몸집이 작았다.


크기가 작은 포유류는 거대한 공룡에 비하면 평범하게 보인다. 그러나 작다고 무시할 수 없다. 포유류는 극단적으로 변하는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해서 살아남은 생물이다. 만약에 포유류마저 공룡과 함께 멸종했다면 인간은 지구에 나타나지 못했다. 인간은 스스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로 부르면서 다른 동물종보다 슬기로운 존재(sapiens)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포유류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경이로운 생존자들을 쓴 저자 스티브 브루사테(Steve Brusatte)는 공룡을 좋아해서 연구한 고생물학자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공룡에 대한 애정을 잠시 접었고, 포유류에 집착하게 됐다. 공룡 박사는  왜 포유류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포유류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다. 수백만 년을 지구에서 살아온 인간의 역사는 포유류 역사의 끄트머리에 해당한다. 인간은 포유류와 다를 바가 없다. 인간과 포유류는 젖샘을 가지고 있다. 젖샘은 젖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고생물 하면 우리는 항상 공룡을 먼저 생각한다공룡을 좋아하는 우리는 공룡 프레임에 갇혀 있다지금까지 발굴된 고대 포유류 화석의 수가 공룡 화석보다 적은 편이라서 포유류 진화와 관련된 연구가 더디게 진행되었다공룡이 멸종된 이후에 포유류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 없지만, 고생물의 역사를 시대 구분(periodization)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오랫동안 이어져 온 포유류의 진화 과정이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고대 포유류는 공룡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 포유류 시대는 공룡 시대가 끝난 이후에 시작되지 않았다포유류의 조상은 32,500만 년 전에 등장했다. 이 시기는 고생대 석탄기에 속한다.


경이로운 생존자들인간을 위한 책이 아니며, ‘공룡을 위한 책도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공룡은 거대한 조연이다. 과거의 지구온난화는 고생물들에는 대재앙이었다. 우리는 고생물들을 위태롭게 만든 사건을 대멸종(extinction event)이라고 한다포유류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모두 경험했다. 페름기 대멸종(3차 대멸종)은 역대 대멸종 중 가장 피해가 심했다.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생긴 백악기 대멸종(K-Pg 멸종: 백악기-팔레오세 멸종, 5차 대멸종)’은 공룡 시대를 끝낸 대멸종이다.


포유류는 대멸종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에서 어떻게 끈질기게 살아남았을까포유류는 공룡보다 몸집이 작았다. 땅 밑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은 육상생물들을 괴롭힌 이상 기후를 피하는 데 유리했다. 그리고 포유류는 치아를 발달하면서 진화했는데, 치아 덕분에 풀과 곤충 등을 먹을 수 있었다. 잡식성은 생물이 튼튼하게 성장하는 데 이롭다. 반면 몸집이 큰 공룡은 예상하지 못한 기후 변화에 취약했다. 게다가 그들은 한 가지 음식만 먹었다. 육식 아니면 초식성이었다백악기 대멸종을 견딘 포유류는 지하 생활을 청산하고, 점점 몸집을 키우면서 진화했다.


저자는 백악기 대멸종으로 사라진 공룡을 희생자, 살아남은 포유류를 생존자로 비유하면서 포유류의 생존 비결을 치켜세운다. 비록 새를 제외한 모든 공룡은 사라졌지만(우리가 흔하게 보는 새는 살아있는 공룡이다), 기후 재앙에 적응하지 못해서 호락호락 당하기만 하는 아둔한 희생자는 아니었다. 공룡들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다. 2006년에 미국에서 공룡이 지구온난화를 피하려고 만든 땅굴이 발견되었다. 땅굴 안에 있는 공룡 화석을 분석한 결과, 이 땅굴 주인은 백악기에 살았고, 큰 이구아나만한 크기의 초식공룡이었다.[주1]


경이로운 생존자들여러 갈래로 뻗은 진화의 경로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잊어버린 고리(forgotten link)’[주2] 주목한다. ‘잊어버린 고리우리가 알아야 할 포유류의 역사.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자신의 기원을 고민하는 유일한 종인간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설명한다.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6,000종 이상의 포유류 중 하나이다. 자신의 기원을 알고 싶어하는 우리가 고대 포유류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모르면 안 된다. 포유류의 역사를 모르거나 잊어버린다면 슬기롭지 않다





[주1] <“공룡, 지구온난화 피해 땅굴 팠다”> 서울신문, 2009717일 입력.


[2] 진화와 관련된 용어인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를 패러디해서 만든 단어다. ‘잃어버린 고리는 진화 경로의 중간 단계(과도기)이며 화석이 많이 발견되지 않은 시점을 뜻하기도 한다.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 47




 

 나는 해파리를 특히 좋아했다. 메이존크리크의 베테랑 화석 사냥꾼들은 경멸하듯 이것을 블롭(blob, 얼룩-옮긴이)’[주3]이라 불렀다.

 


[3] blob얼룩’과 방울’, ‘덩어리를 뜻하는 단어다. blob흐물흐물하거나 물컹물컹한 물질을 가리킬 때 쓰이기도 한다







blob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영화가 <블롭(The blob)>이다. 1958년에 나온 SF 공포 영화,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이 주연으로 나온다. 영화에 묘사된 블롭우주에서 온 괴물이다. 끈적끈적한 점액질로 이루어진 우주 괴물은 인간을 잡아먹는다.

 

공포 영화에서 끔찍한 형태로 나오는 우주 괴물 블롭, 화석 사냥꾼들이 흐물흐물하게 생긴 해파리를 경멸하듯이 대하는 반응을 겹쳐서 생각한다면 책에 나온 blob을 ‘(불쾌한)덩어리로 번역해도 된다.





* 60






 파충류가 아님에도 처음에는 파충류처럼 보였던 생명체들이 포유류 줄기 혈통을 따르는 동안 작은 체구에 털이 나 있고 뇌가 큰 온혈[4] 포유류로 모습을 바꾸어갔다.

 


[4] 이 책의 번역자는 온혈동물 냉혈동물이라는 낡은 용어를 자주 쓴다. 외부 기온과 상관없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동물을 과거에는 온혈동물이라고 했으나 현재는 항온동물또는 정온동물이라고 쓴다. 이와 반대로 체온을 유지할 수 없어서 외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동물은 변온동물또는 외온동물이라고 한다. 과거에 사용된 용어는 온혈동물과 반대인 냉혈동물이었다정온동물과 변온동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책의 107~108에 나온다.






* 286




 

 초음파 방향정위(echolocation)[5] 이용해 곤충을 잡아먹던 날개 달린 동물은 당연히 박쥐다.

 

[5] 반향정위(反響定位)’의 오자.






* 509~510

 

 키가 크고 우아하며, 다리와 척추, 목과 머리가 나란히 정렬되고 아치가 있는 두 발로 균형을 잡고 서는 이 새로운 인간적 특성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인간의 선조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유명한 화석 중 하나가 그 대표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루시(Lucy). 이 골격은 1974년에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되어 비틀스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이름을 따왔다. 루시의 공동 발견자 도널드 요한슨(Donald Johanson)은 팀 화이트(Tim White)와 그 골격에 대한 초기 과학적 기술을 작성한 후에 책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루시를 대중화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6]

 

 

[6] 1981년에 도널드 요한슨은 메이틀랜드 에디(Maitland Edey)와 함께 <Lucy: The Beginnings of Humankind>라는 책을 썼다. 루시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이 책은 이듬해에 미국 국립 도서상 과학 부문(U.S. National Book Award in Science)을수상했다. 1996년에 번역본 최초의 인간, 루시(이충호 옮김, 푸른숲, 절판)이 출간되었다










2011년에 출판사가 바뀐 루시, 최초의 인류(이충호 옮김, 진주현 해제, 김영사, 절판, 저자명은 도널드 조핸슨)가 재출간되었다. 역자는 구판과 같다. 그런데 개정판에 공저자 메이틀랜드 에디의 이름이 빠졌다







루시 공동 발견자 중 한 사람인 이브 코팡(Yves Coppens)이 쓴 책 루시는 최초의 인간인가: 무릎 화석이 우리에게 말하는 진실(한울림, 2002, 절판)에 출간된 적이 있다.





* 참고 문헌, 610





 

레베카 랙 사익스의 네안데르탈인(생각의힘, 2022) [주7]

 


[7] 정확한 제목은 네안데르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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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와 장 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 2
숀 캐럴 지음, 김영태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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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양자물리학은 백지(白紙)와 같은 과학이다. 물리학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양자역학을 설명한다. 그들은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계산해서 측정한다. 측정해서 나온 결과는 이며 실재(reality)’이다. 하지만 양자계에 속한 입자는 측정할 수 없다. 양자계의 입자는 위치와 운동량이라는 물질 고유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위치와 운동량 중 하나만 측정해도 양자계의 입자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불완전한 측정, 즉 예측만 가능하다. 측정 결과가 분명하지 않아서 물리학자들은 양자계의 입자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양자물리학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을 말끔히 지워버린다고전물리학으로 설명 가능한 실재라는 상식은 양자계에 들어서면 편견이 된다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 실재라고 믿는 사람들은 양자물리학에 쉬이 접근하지 못한다.


양자물리학은 수많은 과학자를 알쏭달쏭하게 만든다. 그래도 양자물리학은 여전히 살아 있다. 올해로 양자물리학의 나이는 100살이다. 양자물리학은 하이젠베르크(Heisenberg), 막스 보른(Max Born), 파스쿠알 요르단(Pascual Jordan)이 함께 만든 행렬역학에서 시작되었다. 행렬은 수와 함수를 사각형 형태로 배열한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Schrödinger)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질 수 있다루이 드브로이(Louis de Broglie)의 견해에 영감을 얻어 파동역학을 제시했다. 파동역학의 핵심은 파동함수. 파동함수는 파동처럼 움직이는 입자의 상태를 방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은 처음에 서로 다른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두 개의 역학이 수학적으로 동등한 방식이라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이들을 통틀어 양자역학으로 부르게 되었다.


수학은 양자물리학이 태어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산파다. 수학이 없었으면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은 완성되지 못했다. 과학자들의 머릿속을 백지상태로 만들어버리는 양자물리학이 지금까지도 주목받는 이유는 수학이 양자물리학의 빈틈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숀 캐럴(Sean M. Carroll)이 진행한 온라인 강연 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The Biggest Ideas in the Universe)’물리학과 수학이 잇닿은 이론들을 소개한다작년에 나온 강연 1공간, 시간, 운동은 고전물리학에 해당하는 뉴턴역학(Newtonian mechanics, 뉴턴의 운동법칙: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 반작용의 법칙)과 아인슈타인(Einstein)의 상대론 이론을 다룬다.[1] 2양자와 장(Quanta and Field)의 주제는 양자물리학과 양자장 이론이다전작과 마찬가지로 저자는 물리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수학적 개념들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물리학자들은 연구하다가 생각이 꽉 막힐 때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수학이 내민 손을 잡았다. 수학을 깊이 공부해 본 적이 없는 물리학자들은 수학에 선뜻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강연 1부에 소개된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물질을 끌어당기는 힘이 아닌 시공간의 곡률로 설명하기 위해 리만(Riemann)의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참고했다. 하지만 수학과 친분이 깊지 않은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불만이 있었고, 리만 기하학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친구이자 수학자인 마르셀 그로스만(Marcel Grossmann)에게 리만 기하학을 배웠다양자역학 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하이젠베르크는 행렬이라는 수학적 개념을 몰랐다. 그의 선배 동료인 막스 보른이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에 행렬을 도입했다.


물리학 역사에서 언급된 수학은 중요하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조연 또는 어려워서 대충 보기만 하는 단역으로 취급받는다. 숀 캐럴의 물리학 강연은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1부와 마찬가지로 저자는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기에 앞서 물리학 이론이 만들어지는 데 사용된 수학 개념과 수식들을 소개한다. 1부에 나온 수학 개념이 2부에 다시 나온다. 1부를 건너뛰고 2부를 먼저 읽거나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라면 숀 캐럴의 강연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내용이 어려운 책은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 양자와 장은 완독을 포기하게 만드는 어려운 책이다. 완독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의 끝부분인 11장과 12장은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물론 두 장의 내용도 쉽지 않다). 11장에 저자는 독자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한다.

   


 원자는 왜 말랑말랑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원자 집단을 모아서 단단한 물체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요? (323)



물질이 단단한 이유는 페르미온(fermion)이라는 입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페로미온 안에 아주 더 작은 입자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쿼크(quark). 12장의 주제는 양자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원자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이라서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두 개의 입자가 언급된다.


미국의 물리학자 파인먼(Feynman)은 복잡한 양자장 계산을 좀 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파인먼 도형(Feynman diagram)을 고안하고, 양자전기역학(QED: Quantum Electro Dynamics)을 완성했다. 그런 과학자가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확신했다. 양자물리학은 과학자들도 모르는 과학 분야로 악명이 높다. 알면 알수록 물음표가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 양자물리학을 연구해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이 많아도, 양자물리학 100주년을 맞이해서 양자물리학에 관한 책들이 계속 나와도, 일상과 전혀 관련 없는 학문이라는 씁쓸한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이 양자물리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대부분 사람은 물음표가 가득한 눈빛으로 넌지시 말한다.

 


양자물리학이 재미있어요? 


살면서 쓸데없는 과학을 왜 공부하세요


양자물리학을 공부하면 이득이 있나요


양자물리학이 이해가 안 된다면서 계속 공부를 하는 건 

시간 낭비하는 일 아니에요?

(모르겠으면 포기하세요)



양자물리학을 몰라도 된다. 하지만 몰라도 되는 학문이라고 해서 공부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입자들과, 입자들끼리 상호작용을 하는 힘이 있어서 우리가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양자물리학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의 기본 성분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학문이다.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1] 공간시간운동》 서평 

수학자의 어깨 위에 서서

(2024122일 등록)

https://blog.aladin.co.kr/haesung/15241954


 



 

* 175

 

 물리학은 항상 무한대(infinity)와 편치 않은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한편으로 무한대는 종종 매우 유용한 방식으로 곳곳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뉴턴과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가 미적분을 개발했을 때, 그들이 직면한 과제에는 무한대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것이 있었습니다. 무한대는 무한히 큰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01 사이에는 무한개의 실수가 존재합니다.[주2] 실제로 시공간에서 힐베르트 공간에 이르기까지 매끄럽고 연속적인 모든 수학적 구조에는 무한개의 원소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기초 물리학에 관한 현재 최고의 아이디어들은 모두 이러한 구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알지 못하지만, 우리의 실제 우주는 공간이나 시간, 또는 두 가지 모두 무한히 멀리 뻗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2] 실수는 자연수보다 많다. 독일의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Georg Cantor)는 이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대각선 논법을 사용했다. 칸토어는 난해한 무한개념을 수학적으로 규명하려고 시도한 수학자. 하지만 검증이 불가능한 무한을 받아들이기 힘든 수학자들은 칸토어를 비난했다. 학문적으로, 정신적으로 외톨이가 된 칸토어는 심한 우울증에 걸렸다. 말년을 정신병원에서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참고문헌: 아미르 D. 악젤, 신현용 · 승영조 함께 옮김 무한의 신비: 수학, 철학, 종교의 만남, 승산, 2002)





* 181





 무한대의 퍼즐은 도모나가, 슈윙거, 파인먼, 다이슨 및 그들의 동료가 해결했으며, 처음 세 사람은 그 공로로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이들이 발명한 절차를 재규격화라고 부릅니다. 재규격화는 무한대를 없애 산란 계산의 최종 해를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한 양으로 표현하는 특별한 방법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 절차를 완전히 만족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중략) 파인먼 자신도 이를 멍청한 과정’, ‘속임수라고 부르며 수학적으로 정당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심했습니다. [* 원주]

 


[* 원주] 파인먼의 인용문은 R. P. Feynman, QED: The Strange Theory of Light and Matter(Penguin), 128에 나와 있습니다. [주3]

 

   

[주3] 저자가 참고한 파인먼의 책은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박병철 옮김, 승산, 2001)로 번역되었다. 본인의 과학적 업적 중 하나인 재규격화를 의심한 파인먼의 견해는 190쪽에 나온다.






 일종의 도박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재규격화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멋진 용어를 갖다 붙인다 해도 그러한 도박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중략) 나는 재규격화가 수학적으로 합법적인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중에서, 190)





* 209




   

 우리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의 영화 <10의 거듭제곱>(키스 뵈케 원작)[주4] 1제곱미터시카고 호숫가에서 소풍을 즐기는 한 커플의 시야에서 시작하여 10초마다 10배씩 축소시켜 관객이 우주를 경험하도록 초대합니다. 우리는 점차 축소되는 도시, 지구, 태양계, 가까운 별, 은하수 은하, 그리고 은하단과 더 큰 우주 구조를 보게 됩니다. 그런 다음 이번에는 확대하여 피부 세포, 세포 소기관, 부자, 원자 및 소립자들을 보면서 더 미소 스케일을 향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주4] 1977년에 나온 <10의 거듭제곱>(Powers of 10)930초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다. 짧은 영화라서 지금도 유튜브로 볼 수 있다. 원작은 네덜란드의 교육자 키스 뵈케(Kees Boeke)의 저서 <우주의 조망: 40번의 도약으로 본 우주>(Cosmic View: The Universe in 40 Jumps, 1957년 작)이다.







1982년 미국에 출간된 책을 번역한 것이 10의 제곱수: 마흔두 번의 도약으로 보는 우주 만물의 상대적 크기(사이언스북스, 2012). 책의 공동 저자명에 오른 필립 모리슨(Philip Morrison)은 미국의 물리학자로 영화 해설(narrator)과 자문을 맡았다. 이 책의 공저자인 필리스 모리슨(Philis Morrison)은 필립의 아내이다. 그녀는 과학 칼럼 및 어린이용 과학 서평을 주로 썼다.





(TMI: 필립 모리슨은 파인먼의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추천사를 썼다)

 




* 219






 

조지 즈와이그 조지 츠바이크(George Zweig)






* 역자 후기, 385






캐롤 숀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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