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 : 공간, 시간, 운동 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
숀 캐럴 지음, 김영태 옮김, 이상재 북디자이너 / 바다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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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과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묘비명은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가 만든 것이다. 포프는 뉴턴을 과학의 교황(Pope)으로 칭송했다.



Nature and nature’s laws lay hid in night;

God said, “Let Newton be!” and all was light.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어둠에 싸여 있다.

하느님께서 뉴턴이 있으라!” 하시자 모든 것이 밝아졌다.



뉴턴은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스펙트럼을 만들었다. 빛은 여러 가지 색이 혼합된 가시광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뉴턴은 공간, 시간, 운동에 관한 법칙들을 정립했다뉴턴의 운동법칙(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은 물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행성운동까지 정확히 설명했다.


뉴턴이 남긴 말은 묘비명보다 제일 유명하다. 거인의 어깨라는 표현이 더 많이 알려진 뉴턴의 명언은 사실 중세 철학자가 제일 먼저 한 말이라고 한다.[주1]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lders of Giants.”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에게 어깨를 내어준 거인은 뉴턴이 태어나기 전에 활동한 과학자다. 누군가는 거인의 정체가 데카르트(Descartes)라고 주장한다뉴턴은 대학생 때 남긴 노트에 제일 친한 친구를 언급했다.



“Amicus Plato, amicus Aristoteles, magis amica veritas.”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은 내 친구지만, 최고의 친구는 진리다.”

 


대부분 사람은 뉴턴을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과 함께 위대한 과학자로 거론한다. 이 때문에 뉴턴의 성취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천재성이 발현된 결과로 알려졌다. 그래서 우리는 뉴턴의 운동법칙보다 땅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보자마자 중력의 실체를 발견한 뉴턴의 경험담을 더 기억한다. 뉴턴의 지인은 말년의 뉴턴이 사과와 관련된 일화를 들려줬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해당 주장 진위는 불분명하다.


뉴턴을 신이 내린 과학의 교황, 또는 천재로 바라보지 말자. 과학은 가설을 세운 다음에 검증을 거쳐서 진리의 탑을 세우는 학문이다. 이 진리의 탑에 맞지 않는 또 다른 가설이 진리로 확증되면 과학자들은 공든 탑을 무너뜨려야 한다. 과학이 발전하려면 검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따라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라도 절대로 교황으로 칭송하면 안 된다과학자의 권위가 강력해지면 검증을 거부한다. 이러면 다른 가설을 제시하는 분위기가 형성할 수 없다


뉴턴의 친한 친구인 진리,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르려고 했던 거인은 수학과 관련이 있다. 데카르트는 좌표를 도입한 수학자다. 뉴턴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미적분을 고안했다과학의 역사를 살펴볼 때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은 수리적인 도구를 많이 이용했다. 그들이 많이 즐겨 쓴 수리적 도구는 방정식이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숀 캐럴(Sean M. Carroll)의 물리학 강의 3부작 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The Biggest Ideas in the Universe)’ 1공간, 시간, 운동(Space, Time, and Motion)은 뉴턴역학과 아인슈타인의 (특수, 일반)상대론이론 등의 고전물리학 법칙들을 탄생하게 만든 방정식을 소개한다대부분 이론물리학 분야 책은 깔끔하게 정리된 법칙만 보여주는 결과를 알려준다. 하지만 공간, 시간, 운동은 법칙이 만들어지고 지금의 형태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자와 같은 과학 비전공 독자는 결과만 보는 일에 익숙하다. 그러므로 수학의 언어인 방정식이 동원되면서 가설이 이론으로 발전되는 검증 과정을 읽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걱정하지 마시라. 저자는 독자들에게 방정식을 풀어보라고 과제를 내주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으면 넘어가도 좋다. 그 대신에 방정식의 역할은 꼭 알아두자. 방정식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을 좀 더 간결한 형태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수리적 도구다.


특수상대성이론이 위대한 생각인 이유는 뉴턴역학의 중요 개념인 절대 시간절대 공간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언급되는 법칙이 질량(M)-에너지(E) 등가원리다. 이것을 수학의 언어로 표현하면 ‘E=MC2’.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 방정식은 원자력, 원자폭탄, 원자력 발전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수학에 완전히 눈길을 주지 않았으면 상대성이론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리만 기하학(Riemannian geometry)을 공부했다. 똑똑한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공부했다는 표현이 낯설게 보일 것이다. 놀랍게도 사실이다


유클리드 기하학(Euclidean geometry)은 평면 위에 있는 점과 선으로 공리를 증명한다. 무조건 평면이어야 한다. 리만 기하학은 말 안장 또는 감자칩(프링글스)처럼 생긴 구부러진 곡면을 다룬다. 그래서 리만 기하학을 비 유클리드 기하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은 유클리드 기하학에 익숙했고, 당시 리만 기하학은 소수의 수학자들만 이해할 수 있었던 생소한 수리적 도구였다. 처음에 아인슈타인도 시공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혼란스러운 아인슈타인에 도움을 준 사람은 동료 물리학자가 아니라 수학자였다. 아인슈타인에게 수학을 가르친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와 마르셀 그로스만(Marcel Grossmann)아인슈타인의 머릿속에 흐릿하게 맴돌던 시공간 개념이 태어나도록 도운 산파였다. 곡면과 곡선도 수리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받아들인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물리적인 가 아니라 구부러진 시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공간시간운동에 소개된 모든 방정식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저자는 생각보다 미적분의 기본 개념들이 이해하기 쉽다(50~51)’고 했다계산하는 일에 능숙하지 못한 필자는 여전히 미적분이 어렵다수학을 깊이 공부해 본 독자라면 어느 정도 친근감이 있겠지만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접근하기 힘들 수 있다하지만 수학보다 제일 어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에서 다룬 공간, 시간, 운동이다공간시간운동은 일상적으로 친숙한 용어이지만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설명하기 어렵다따라서 수학은 우리 눈이 볼 수 없는 공간시간운동이 무엇인지 보여주게 만드는 실용성을 갖춘 렌즈다수학자들은 이 렌즈를 갈고 깎아서 방정식을 만들었다공간, 시간, 운동을 다 읽고 난 후에 거인의 어깨’를 요렇게 바꿔 쓰고 싶었다.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수학자의 어깨 위에 서서 그가 만든 방정식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주1] 12세기 프랑스의 스콜라 철학자 샤르트르의 베르나르(Bernard of Chartres)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dwarves perched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서 말하는 거인은 고대인, 난쟁이는 현대인을 뜻한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소설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합본 154쪽)에 윌리엄 수도사가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를 언급한.


 

 “그래요, 우리는 난쟁이들입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세요. 우리는 난쟁이는 난쟁이되, 거인의 무등을 탄 난쟁이랍니다. 우리는 작지만, 그래도 때로는 거인들보다 더 먼 곳을 내다보기도 한답니다.”


  



* 54

 




 하위헌스는 원운동이 가능하도록 돌에 주어야 할 구심력의 양을 계산하는 공식을 유도했습니다(또 그는 빛의 파동이론을 제안했고, 진자시계를 발명했으며, 토성의 위상[주2]인 타이탄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그가 자신의 전성기일 때 한 일들입니다).

 

[주2] 위성(衛星)’의 오자.





* 78

 




 아이작 뉴턴이 자신의 법칙들을 발표한 이후, 기본적인 물리계에 대한 수많은 법칙이 제안되었습니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에 관한 일련의 방정식을 제시했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의 곡률에 관한 방정식을 제안했습니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파동함수에 관한 방정식을 제안했고, 다른 많은 제안이 뒤를 따랐습니다. 이들 모두가 가진 공통점은 모두가 미분 방정식입니다. 즉 어떤 대상을 기술하든 상관없이 이들 방정식은 도함수(시간에 대한 도함수, 또 흔하게는 공간에 대한 도함수)포함하고 있다고[주3] 것입니다. 이 때문에 물리학 연구에서는 미적분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주3] 있다는의 오자.





* 245

 




 마침내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시공간 자체의 곡률을 표현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귀중한 깨달음이지만, 이것을 적절한 방정식들의 집합으로 나타내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물리학 이론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이런 방정식들은 기하학, 특히 리만 기하학(Riemanian geometry)[주4]에서 나올 것입니다.

 

[주4] 알파벳 ‘n’이 빠졌다. 독일의 수학자 리만의 알파벳 철자는 ‘Rieman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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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1-24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게 읽다가 방정식 얘기가 나오는 순간 흥미가 식어 버렸어요. 수학이라니! 저는 읽지 못할 책일것 같아요. 과거의 철학자들은 과학자이기도 했지만, 수학자이기도 했죠. 제가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는 과학자는 수학을 못 했던 다윈 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cyrus 2024-01-27 20:53   좋아요 0 | URL
솔직히 수학 분야의 책을 읽을 때 계산하는 방식을 설명한 내용을 과감히 건너뜁니다. 학창 시절에 답이 나올 때까지 수학 문제를 풀곤 했는데, 화장실 가는 것을 거를 정도로 계속 자리에 앉아서 수학 문제를 풀었어요. 하지만 수학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수능 수리 영역에서 고득점을 못 받았고요. 그래서 계산하는 일이 즐겁지 않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