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 - 모던 타임즈 - [할인행사]
찰리 채플린 감독, 찰리 채플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이번에 학교에 듣고 있는 경영학 수업 중에 '노사관계론'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중이다. 말 그래도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된 사회문제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특히 '노사관계론' 과목은 이번 학기에 들어서 수강신청한 과목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 비록 담당교수님이 점수평가하는데 있어서 인색하다는 평이 있지만 그래도 지금 발생하고 있는 노사관계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접하는 것만이라도 만족한다. 무엇보다도 이 수업이 좋은 점은 수업방식에 있다. 노사관계 문제에 있어서 약소의 힘을 가진 노동자보다는 오히려 경영가들에게 손을 들어주는 데 치우쳐져 있는 교과서 위주의 수업보다는 경영가와 노동자, 타협과 갈등으로 이어져 있는 두 관계에 비롯되는 문제를 균형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말 그대로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사회현상의 문제를 바라보고,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흐름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학습중점으로 두고 있다.

 

며칠 전에 산업사회의 문제점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그 유명한 고전영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시청하게 되었다. 이름만 들어봤던 명작을 이 수업을 통해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두 시간동안 그 영화 한 편, 풀버젼을 보게 되었다! 유명한 영화를 본 것도 좋았지만 수업 두 시간을 영화시청으로 때울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하루 종일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하는 공장 노동자 찰리.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장 사장의 감시를 당하며 나사를 조인다. 심지어 그에게는 담배를 피울 여유도 없다. 몰래 담배 한 개비를 피우기 위해서 입에 문 순간, 공장 곳곳에 설치된 거대한 화면에서 사장이 등장하여 담배 한 개비 피는 것마저도 게으름으로 생각하여 크게 호통을 친다. 그리고 얼른 다시 컨베이어벨트 작업장으로 갈 것을 명령한다. 이러한 작업환경에서 살게 되다보니 찰리의 직업정신은 어느새 비정상적인 직업병이 되었다. 찰리 본인 스스로 절제하지 못할 정도로 나사와 닮은 모든 것들을 보이는 족족 조이려 달려든다. 심지어 중년 여성의 앞섶에 있는 단추를 보고도 연장을 들고 달려들어 된통 혼나고, 톱니바퀴에 빨려들어 가서까지도 나사를 조이려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지서다. 그리고 그는 신경쇠약증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공장은 찰리가 컨베이어벨트 노동에 투입하는 순간부터 인간 취급을 하지 않았다. 공장에 해고되는 순간까지도 일만 죽어라 하는 공장 속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노동을 비인간화하는 원흉으로 지목된 생산 방식은 '자동차왕' 헨리 포드에 의해 설립된 1913년 T모델 자동차를 싼 값에 쏟아낼 수 있게 해준 바로 그 발명품이다. 일반적으로 '포드'라는 이름만 들으면 자동차를 만든 위대한 발명가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을 주도한 개척자로 알려지게 된 것은 자신이 창안한 생산 방식 덕분이다. 포드 자동차는 일관된 생산 방식, 즉 '포디즘'(Fordism)으로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준 대량생산체제의 창조주이다. 오랜 결핍의 시대를 살았던 세상사람들에게 포드주의에 의한 대량생산은 신이 내린 축복이었다.

 

그러나 포디즘의 등장은 '인간 없는 노동'을 만들었다. 엄격한 노동규율과 통제를 요구했다. 노동자의 동작을 23개의 동작으로 쪼개서 각각의 기본동작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계산해 직무관리를 하고 노동자의 동선을 직선화하기까지 했다. 이런 방식이 있었기에 공장주들은 노동자 개개인의 행동 하나하나 면밀히 감시할 수 있었다. 이런 감시의 눈 속에서 노동자들은 제대로 인간으로서의 삶을 보장받지 못했고 그저 공장 속의 '기계'가 되어야만했다.

 

 

어찌 보면 [모던 타임즈]라는 영화는 공장 실직자이며 떠돌이 찰리가 어떻게 해서 부조리한 산업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보여주고 있는 삶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래도 '모던 타임스'라고 한다면 우리의 주인공이 거대한 수레바퀴에 빨려들어가는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되다보니 이 영화를 대량생산에 눈이 먼 현대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문제적 영화로만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모던 타임즈]의 백미는 영화를 통해 고발하고자 하는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희화화하는 장면만 있는 건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 찰리가 인간의 삶을 병들게 만드는 산업사회 속에서 어떻게 행복과 자유를 찾아가기 위한 고군분투의 과정 역시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만한 핵심적인 줄거리이자 영화 전반을 이루고 있는 장면이다.

 

정신병원에 빠져나와 떠돌이가 된 찰리는 얼떨결에 사회주의와 관련된 시위 주동자로 몰려 감옥에 갇히고 만다. 하지만 그 곳은 찰리에게 뜻밖의 행운을 선사해주었다. 찰리는 탈옥수를 막는 공로로 한순간에 모범수가 되어 부족할 것 없는 감옥 생활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 공로 덕분에 찰리는 모범수로 석방되는 동시에 감옥소장의 추천서 한 장으로 인해 어디든지 안정된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보장을 받게 된다. 그러나 감옥 밖의 도시는 찰리에게는 불편함만 가져다 주었다. 찰리의 능력에 맞는 일자리도 없거니와 작업하는 데 조금만 실수해도 쓸모 없는 노동력으로 치부하는 현실은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찰리의 숨통을 죌 뿐이었다. 찰리는 각박한 현실보다 감옥소 생활이 더 낫다고 생각해 일부러 가게에 있는 사과를 훔치려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범죄자가 되어서 감옥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빵을 훔치다가 적발된 소녀를 만나게 되어 자신이 빵을 훔친 죄를 뒤집어 씌우게 된다.

 

그 이후로 찰리와 소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찰리는 백화점 경비로 취직을 하게 되지만 강도가 된 예전의 공장 동료와 함께 백화점에 진열된 술을 마시는 바람에 또다시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만다. 무일푼 떠돌이 신세가 된 찰리와 소녀는 화려한 집에서 부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는 언제 저런 집을 장만할 수 있을까?" 하고 한탄한다. 채플린과 소녀가 서로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실상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애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랑의 행복 그리고 안정된 직장과 집, 이 세 가지의 소원을 꿈꾸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하는 오늘날 젋은 세대들의 비애를 보는 듯하다. 수많은 실직자들이 늘어나기만 했던 그 당시 경제대공황 시절의 미국이나 신자유주의 경제로 인한 변변한 직장 하나 구하지 못한 채 비정규직 생활로 전전하는 88만원 세대의 모습이다. 이제는 돈이 없어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마는 '삼포세대'라는 또하나의 불명예스러운 명함을 받게 되었다. 집 장만은 꿈도 꿀 수 없다. 출산을 꺼릴 정도로 보육문제는 젊은 부부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모두가 이러한 불투명한 사회 속에서 불안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좌절의 시대'이다.

 

하지만 찰리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좌절의 눈물을 흘린다거나 사회에 대해서 큰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그는 예전 공장 직원으로 생활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삶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그의 행동들이 하나같이 도덕적으로 어긋난 사회적 일탈이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의 행복에 겨운 나머지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감동 그 자체다. 찰리와 소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손에 손을 잡고 밝게 웃으며 저 멀리 지평선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간다.  "살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무슨 소용이 있나요." 흐느껴 우는 소녀에게 채플린은 대답한다.

 

 "그렇지만 죽는다고는 말하지 마!  삶을 포기해선 안돼. 우린 잘 해낼 수 있어!”

 

그리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담긴 '스마일'을 권한다. "슬픔의 흔적은 모두 지워버리고 기쁜 얼굴을 하고 있으렴." 주제가 '스마일'이 화면에 가득 흐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비록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직장과 집을 얻지는 못했지만 찰리는 이미 행복을 발산하게 해주는 희망의 근원을 발견했다. 무일푼이지만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켜주었던 소녀 그리고 웃음이었다.

 

채플린은 '웃음없이 지내는 날은 무의미한 하루일 뿐이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명언의 의미대로라면 어쩌면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를 사회문제를 고발한 어두운 흑백영화로 연출하기가 나름 아쉬웠을 것이다. 원래 마지막 장면은 소녀는 수녀가 되어 찰리와 영영 헤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만약에 이렇게 됐다면 [모던 타임즈]는 그야말로 답답하고 희망 없는 시대의 초상화로 기록될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채플린은 지금의 유명한 장면을 채택했다. 어쩌면 영화의 엔딩 장면은 웃음이 사라진 당시 미국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려는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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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4-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참 인상 깊게 봤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산업사회에 대한 조롱이고 페이소스란 생각이 들어.
엔딩이 어떤지 기억에 없지만 이 영화가 희망을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
그렇지.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어야 해. 뭐 그런 자조는 아닐까? 암튼...

cyrus 2012-04-06 21:16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영화, 산업사회 속 노동자들의 실상을
중심으로 보라고 교수님이 보여주셨는데 저는 그냥 이 영화를
극장에서 영화 보듯이 봤어요 ㅋㅋㅋㅋ

꽃도둑 2012-04-0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여운 찰리... 사랑스러운 사람,,, 그리고 천재!

cyrus 2012-04-06 21:16   좋아요 0 | URL
채플린 영화들을 모아놓은 DVD를 구입하고 싶더라고요, 역시
명불허전이더군요. ^^
 

 

 

  학생들을 화나게 만드는 것들

 

 

요즘 카카오스토리에 푹 빠져 있다. 친척에서부터 친구들 그리고 온라인 활동으로 인연을 맺게 된 몇 몇분들 또 교수님까지, 사진을 공유하고 상대방의 스토리에 간단한 댓글 또는 문안인사를 남긴다.  

 

이렇다보니 항상 카카오스토리 어플을 열면 제일 먼저 내가 친구추가했던 사람들이 업데이트한 스토리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는 매일 카카오스토리에 글이나 사진을 남기는 사촌동생이 있다. 이번에 고등학생에 입학하게 된 여자아이인데 한참 열심히 공부해야 할 시기에 요즘 카카오스토리에 크게 재미 들린 모양이다.

 

어느 날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스토리 업데이트에 5~10분 간격마다 사촌동생의 스토리들이 쭉 올려져 있었다. 나는 장남삼아 카카오스토리 하는 것을 줄이고 공부에 매진하라는 댓글을 남기고 싶었지만 차마 거기에 댓글을 달 수가 없었다. 동생이 쓴 글들이 대부분 짤막하면서도 학교 생활에 대한 불평, 불만을 드러낸 것이었다.

 

 

 나도 입원해서 학교 안갔음 좋겠다 ㅇㅇ

 

 

 방과후 진짜 싫다 --

 

 

 방과후째고싶엉ㅠㅠㅠㅠ 집에가고싶엉

 

 

 아 학교개짜증나 -- 수학진짜때리고싶다

 

 

 학교에서 이따구로 가르치면 학교 갈 이유가 없지

 아 진심 짜증터진다 자꾸 욕나오네

 

 

 

글의 내용이 학교 가서 공부하는 게 싫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며칠동안 쭉 사촌동생이 남긴 스토리 글들을 관찰(?)해봤는데 동생이 스토리 글에 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와 말이 '불만', '짜증', '화난다', '싫다' 가 제일 많았다. 이런 단어와 말은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날 때 사용한다. 그동안 꾹 눌러져왔던 불만과 분노의 감정들을 무의식적으로 대화 속에서 표출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이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이런 의미상 좋지 않은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정확한 뜻도 모르는 채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비속어를 청소년들의 입에서 많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다보니 비속어는 단순히 또래에게 하는 장난스러운 말이 아닌, 자신보다 나이가 높은 웃어른에게 반항을 한다거나 분노를 표출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돌발적인 반항심과 분노로 인해 어른 앞에 해서는 안 될 비속어를 자신도 통제하지 못한 채 내뱉고 마는 것이다. 결국에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와 분노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한다면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불만 섞인 비속어가 입 밖에 자주 나온다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잘못된 언어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청소년들의 잘못된 심리상태는 비단 청소년들에게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점이 청소년들의 정신을 병들게 만들고 있다. 

 

좋은 명문대, 아니 안정된 삶을 위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수능시험 공부에 3년동안 매진해야 한다. 3년동안 노력한 공부의 결실은 1년 중 단 한 번의 시험에 의해서 당락이 결정된다. 자신이 원하는 고득점을 받게 된다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지만 반대로 목표했던 점수에 못 미친다면 3년 동안 쌓아놓은 공든 탑이 너무나 쉽게 와르르 무너지듯이 큰 절망감에 휩싸인다. 여기서 수능시험을 치뤄지고 난 후의 수험생들의 반응과 태도는 각양각색이다.

 

은 재수를 선택함으로써 비용이 더 들더라도 공부 과정을 반복한다. 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점수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려고 한다. 대학의 전공이 자신의 취미에 적합한 지 아닌지는 안중에 없다. 어떻게든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예전에 비해 고졸자의 취업 우대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더 좋은 직장을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이 필수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름 듣도 보지 못한 지방 변방에 위치한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은 원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자신의 수능점수만으로는 도저히 갈 만한 대학을 찾지 못했다. 차라리 그는 대학에 입학해서 몇 년 동안 더 공부하는 것보다는 먼저 직장을 구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았다. 고졸자를 채용해주는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이렇다보니 병은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정은 앞에서 언급한 세 사람에 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고통스러워하고 이러한 고통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결국 그는 실패한 인생의 허무함을 견뎌내지 못해 옥상 위에서 떨어져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 다음 날에 뉴스에는 수험생의 투신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갑, 을, 병, 정. 이 네 사람이 취한 삶의 태도와 방식으 서로 달랐지만 공통적으로는 경쟁과 성적을 강조하는 입시교육을 경험했으며 그러한 경험에 인한 결과는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행복하지가 않다. 초, 중, 고, 총 12년 동안 '공부'만 해서 정작 이들의 손에 쥔 것은 초라한 점수가 적힌 수능 성적표일 뿐이다. 그 길고 긴 노력의 과정이 평가받는 것이 너무나도 단순하면서도 허무하기만 하다.

 

이런 불합리한 교육제도 속에서 자라난 학생들이 공부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부의 의미도 변질되었다. 단순히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살아가는 데 실용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어떻게든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한 성적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광주의 모 여고에서 학생이 야간자율학습을 빠진다는 이유만으로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자퇴서를 강요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피해 학생은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것보다는 조용한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를 원해서 담임교사에게 정해진 기간에 자율학습에 불참할 것이라는 자신의 의사를 전화상담을 통해서 피력했다. 그러나 학생에게 돌아오는 것은 요구에 수긍하기는커녕 되려 야간자율학습에 빠지려면 차라리 자퇴서를 쓰라고 답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광주학생인권조례에도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학습은 강제적으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몇 고등학교에서는 법규의 내용을 피해 강제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의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학기 초에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야간자율학습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의미로 말을 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꼭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능시험에서 좋은 점수 받을거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학생이 원하는 의사대로 독서실에 공부하는 것이 전혀 문제될 거리가 없었다. 오히려 인권조례의 사항대로라면 학생의 자율적인 학습권을 보장해줘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부를 학교 내, 그것도 정해진 시간을 채워야 하는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교내 규정의 프레임에 갇혀버린 교육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가 단일적으로 정해진 시간 규칙은 학생들의 학습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정해진 틀 안에서 공부를 하루 내내, 그것도 3년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이 해야될 판이니 학교 자체를  하나의 '감옥'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사교육 세 가지

 

 

 

 

 

 

 

 

 

 

 

 

 

 

 

 

 

그러나 학생들이 공부를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은 비단 학교 책임만은 아니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공부하는 데 투자를 하는 부모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말 그대로 내부의 적인 셈이다. '감옥' 같은 학교에서 하루의 절반을 공부하고 난 뒤에 학생들은 집이 아닌 입시학원으로 향한다. 얼마 안 되는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학생들은 외우고 문제를 푸는 방식만 되풀이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학원 유명 강사에서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교육평론가로 변신한 이범은 절대로 자녀들에게 해서는 안 될 사교육 세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학원 강사 활동으로 잔뼈가 굵은 입시전문가답게 그의 세 가지 경고는 이제 막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 둔 부모라면 귀 기울여도 좋다.

 

첫째, 초등학생 시기에는 선행 학습을 절대로 시키지 말 것. 물론 공부하는 데 있어서 선행학습의 효과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선행학습'의 문제점은 일관적으로 반복하는 데 그치는 과정이다. 학원에서 선행 학습으로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배우게 된다면 반복 효과로 인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지나친 선행 학습으로 인한 반복 학습은 오히려 학생의 학습 유도를 저하시키게 되는 역효과가 있다. 처음에 본 드라마는 재미가 있었지만 그 드라마를 여러 번 재방송으로 보게 된다면 그 때 봤던 재미와 흥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공부하는 내용도 너무 반복되면 공부하는 재미가 떨어진다. 그는 이것을 '수동적 학습' , '관광식 공부'라고 비유하고 있다.

 

둘째, 초등학생 때 선행 학습으로 공부 집중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종합학원에 다니지 말 것. 일반적으로 종합학원은 학생들의 공부 계획을 설정해주고 학생들은 학원의 계획에 맞춰서 수동적으로 학습을 하게 된다. 이러한 학습이 유지된다면 자기주도적 학습이 형성할 수 없다. 특히 중학생이 되면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해지게 되는데 이 시기까지 종합학원에 의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자신이 배우고 있는 학습 내용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된다. 자기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남이 정해준 공부가 더 익숙해진다.

 

셋째, 고등학생들은 문제집만 열심히 풀지 말 것. 특히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 문제집을 많이 푼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문제들을 풀다 보게 되면 항상 처음 접하는 문제들도 거뜬히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얻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자기주도학습 과정이 형성되지 못한 학생들은 오히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이해하기보다는 '문제 해결'에만 치중하게 된다. 특히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시험제도 때문에 학생들은 답만 찾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매일 한 손에 들고 다니면서 풀고 있는 문제집 뒤에는 정답과 해설집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서 스스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이해하면 좋은 공부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에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공부 방법이 익숙치 못한 학생들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문제집 뒤에 딸려 있는 정답에 먼저 본다. 그러고는 정답 해설집에 소개된 해결 과정을 머릿속에 암기한 채 학습한다. 이렇다보니 학생들이 매년 수능에 등장하게 되는 신유형의 문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범 씨를 이러한 학습 과정을 '정답 중독증'이라고 비유했는데 말 그대로 학생들은 공부할 때 너무 정답에 의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교육은 '보충'의 성격이 강하다.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만 '0교시 제도'와 '야간자율학습'이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잘하는 학생을 더 잘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교육 없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여겨진다. 사교육 더 시키기를 경쟁전략으로 선택하면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공부를 무조건 많이 시키게 된다. 이러한 부모들의 강요에 자녀들은 공부에 압박감에 느끼게 된다. 결국 사교육비 지불능력과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교육 본래의 순기능이 역기능으로 돌변한다. 계층 상승의 희망이 아니라 계층 고정이라는 좌절의 빌미로 작용한다.

학생에 대한 관심과 진실한 애정이 결여된 사교육은 대부분 공부 부담만 키울 뿐이다. 선생님은 학생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강한 공부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고 의욕을 보일 수 있는, 그렇게 정서적으로 격려하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면 자발적인 공부를 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학생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교육은 대부분 부모의 대리인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부모는 비싼 돈 들여서 하게 된 사교육인데 효과를 못 보면 본전심리까지 발동해 자녀들에게 더욱 공부에 대한 강요를 가하게 된다. 자신의 의견은 묵살한 채 사교육을 강요당한 자녀는 부모를 원망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불만과 원망을 끝내 표출하지 못한 채 방치한다면 폭력 또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대로 되지 않는 공부는 공해

 

 

 

 

 

 

 

 

 

 

 

 

 

 

 

 

가스펠 가수로 유명한 홍순관은 참다운 인간이 되기 위한 공부가 아닌, 그저 삶의 목표만을 위해서 공부밖에 모르고, 죽어라 공부만 해야 하는 사회제도는 그 사회 전체를 오염시키는 공해라고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공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습득 정도가 아니라 검소한 태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남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을 거야, 남을 업신여기는 행동은 삼갈 거란 말이지. 공부 잘해 출세하려고 선거에 몸을 던진 사람들 약력을 읽어보면 다들 일류대학에 나왔잖아. 그런데 막상 자리에 오르면 하는 짓들이 제 배 채우고, 남 괴롭히고, 나라 망신시키고, 나 몰라라 하는 과정을 밟지. 너무 진부하고 뻔해서 식상할 따름이야. 왜 그럴까? 왜 그런 사람들이 자꾸 나올까? 그래, 바로 공부라는 공해를 먹고 살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공부는 본디 숲처럼 다양하고 푸르고 맑고 신선한 것인데, 오염이 되어 그런 거야.

 

 - 홍순관『춤추는 평화』중에서, pp 103 -

 

 

 

그의 말처럼 우리나라 사회 교육제도, 아니 우리가 살아가면서 했던 것 또는 지금도 하고 있는 이 공부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공해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이미 공부로 인한 공해는 수험생들이 있는 교실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다. 단지 일류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출세를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고,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라면 급우의 학습노트를 훔친다거나 심지어 일부러 분실하게 할 정도로 교실은 영화 속 '배틀 로열'처럼 경쟁의 장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교실 속 분위기 속에서 자란 학생들은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게 되면 겸손, 협력의 마음을 가지지 못한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잘못된 공부가 만들어버린 공해는 우리의 삶을 비뚤어지게 만들거나 심하면 질식시키게 만든다.

 

제대로 되지 않는 공부로 인해서 생긴 사회의 공해를 말끔하게 걷어낼 수는 없지만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내게 되듯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 그리고 실천이 있다면 이전보다 좀 더 밝은 세상으로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비록 이것이 유토피아적 발상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지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고치려고 한다면 사회에 작은 변화가 찾아올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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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카카 2012-04-03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청소년들의 공부는 모두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수능 제도를 바꾸든 사교육을 없애든 대학만 들어가면 만사가 오케이 될 것이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네요... 잘 읽었어요!

cyrus 2012-04-04 19: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티티카카님 ^^

저도 수헙생 시절을 겪어봐서 잘 알기에 여전히 교육제도가 고질적인 문제점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했어요. 오히려 저희 세대보다 더 힘들게 공부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마녀고양이 2012-04-0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완전 공감.
한마디 붙일 것도 없이 완전 공감하고, 추천 100개 누르고 싶네요!

cyrus 2012-04-04 19:45   좋아요 0 | URL
마고님도 코알라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2012-04-03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4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4-04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대한민국 사교육은 공고육의 보충이 아니라 공고육과 공생관계에 있다고 봐야죠.학교교사들도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전제하에 가르치니까요.그리고 교사들도 아들 딸들을 다 학원이나 과외교습 시키고요...

cyrus 2012-04-04 19: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불합리한 입시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채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것도 학생, 학교교사, 학원교사. 이 세 집단들이 이미 교육제도의 환경에
종속되어서 암묵적으로 용인되어져 왔다고 생각해요.
 

 

 

 

 

 

 

 

 

 

 

어제, 참으로 날씨가 좋았다. 햇살이 따사로웠고 움츠렸던 꽃들이 활찍 피기 시작했다.

이런 좋은 날에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다. 근 3개월 만이다.

나나 그녀나 학교 생활하느라 바쁘다보니 서로 얼굴 보기가 뜸해졌고 

예전에 비해서 연락 횟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제 같은 봄의 기운이 충만한 날에 사랑스러운 그녀를 만나서 기분이 들떴다.

깨끗한 하얀 피부, 해맑고 상큼한 미소는 여전했다.

오랜만에 그녀의 얼굴을 보니 이상하게도 내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오래 전부터 나는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보 같이 그녀에게 나의 진심어린 사심을 제대로 전달해보지 못했다.

오늘도 역시 멀뚱히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

 

짝사랑의 괴로움 때문에 평소에 안 먹는 술도 연거푸 마셔댔다.

하지만 마음만 더 쓰라려 올 뿐, 이젠 술도 나의 상사병을 달래 줄 수 없을 정도였다.

바보 같이 술만 마시다보니 어느새 그녀를 가까이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자리를 떴다. 그리고 나에게 싱그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작별 인사를 했다.

 

또 몇 달 간은 그녀의 미소를 보지 못하겠지... 

밀려오는 아쉬움 속에서 나는 그녀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얼큰하게 취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요즘 따라 왜 이렇게 술 마시고 난 뒤에는 허전함이 밀려올까?

이럴 때 나의 외로운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혼자 쓸쓸히 애수에 젖어 있을 때,

폰에서 한 통의 카톡 메시지가 왔다.

 

'그녀'였다!

이런 시간에 그녀가 나에게 문자를 보낼 리가 없는데...

그녀가 보낸 이 한 통의 카톡 메시지가 또 한 번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오빠, 집에 잘 들어가셨나요?  오늘은 술을 많이 드신거 같은데, 무슨 일이 있으셨어용? ^^

 

 

 

 

평소 같았으면 아무 일 없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카톡 메시지를 보내기 싫었다.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고서라도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어.. 있잖아.. 요즘 힘든 일이 있어서 그래.. 누구 땜에 넘 미쳐버리겠다, 정말 ㅋㅋ 

 

 

 

그러자 그녀가 또 다시 답장을 보냈다.

 

 

 힘든 일이라니... ㅠㅠ  누가 오빠 힘들게해요?  감히 우리 오빠를 힘들게 하다니..

 

 

 

이성을 마비시킬만큼 술기운에 지배당한 나는

그동안 마음 속 깊이 꾹 눌려왔던 것들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 그래서 말인데... 진희야,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

 

 " 할 말이 머에요? ^^ " 

 

 

 

 

평소에 카톡을 단답형을 보낸 내가

지금까지 길게 내용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희야...

 

그토록 바라던 시간이 왔어.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서 너를 위해 사랑의 고백을 할려고 해.

세월이 흘러서 병들고 지칠 때
지금처럼 내 곁에서 서로 위로해 줄 수 있니?

 

함께 걸어가야할 수 많은 시간 앞에서
너를 향한 나의 약속은 언제나 변함없다는 것을 믿고 있니?

힘든 날이 있을거야. 항상 삶에는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

저 하늘이 부르는 그 날까지 사랑만 가득하다는 것을 나는 믿어.

 

만약 내가 널 좋아한다면
우리는 이제 오빠 동생 사이도 될 수 없겠지?  그래도
절대 난 널 포기할 수 없어. 네가 날
뻥 차버린다해도 난...
문턱이 닳도록 다시 뛰어가서
자신있게 사랑한다고 말할거야.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내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다 전해주고 싶었다. 그러기에는 이 카톡은 너무나도 좁았다.

 

술기운에 문자를 쓰다보니 오타가 많았다.

하지만 나의 진심어린 고백에 부끄러운 오타를 그녀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정말 버튼을 꾹꾹 눌러가면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완성했다.

 

쓰는데만 10분 정도 걸린 카톡 문자를 보내자

마음이 후련하면서도 막상 두려움과 후회감이 밀려왔다.

 

어느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문자로... 그것도 취중 상태에서 고백을 하겠는가?

술기운에 또 한 번 대형참사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녀의 거절은 곧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둘 사이 관계의 단절이다.

 

 

메시지를 보낸지 10여 분이 지난 뒤에t서야 그녀의 답장이 왔다...

 

 

 

 

바라만 봤어요, 오빠를 지켜  
보는건 그만할래요...
속상한일도 정말 많
았지만 우리 사귀어요
지금 대답해주세요!!

 

 

 

.

.

.

.

.

.

 

 

 

 

 

 

 

 

드디어 24년 동안의 고독이 사라지게 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 찾아왔다.

하느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지금도 너무나도 기분이 좋다.

그녀와 항상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제는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서

블로그에 글 쓰는 시간도 줄일려고 한다.

이 글이 어쩌면 마지막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참에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소개하려고 한다.

내 인생 처음으로 결실을 맺게 된,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랑에 축복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살면서 드디어 '사랑'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Love

is

El do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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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4-0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cyrus 2012-04-02 22:59   좋아요 0 | URL
ㅎㅎ 나인님이 제일 먼저 속으셨군요 ^^;;

stella.K 2012-04-0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정말! 너 나뻐!
오늘이 만우절인 걸 이 페이퍼 보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잖아.ㅜㅜㅜㅜ
너의 인생에도 봄은 오나 보다 정말 축하해 주고 싶었는데.
속은 것 생각하면 10년 동안 애인 없어라고 저주해 주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 수는 없고. 에잇! 이를 어쩐다...
아무튼 좋다. 네 마음 알 것 같아. 꼭 올 봄엔, 늦어도 올 가을엔...
아니 올해가 다가기 전에 크리스마스 때부터라도 함께 보낼 애인이 있기를
진짜 진짜 바랄게.
하지만 이 페이지에 추천은 없다. 추천하면 마법에 걸려 진짜 10년 동안 애인 없을까봐.ㅋㅋ
근데 제대로 웃겼다. 축하해!ㅋㅋ

cyrus 2012-04-02 23:00   좋아요 0 | URL
그런데 누님 말대로 이 글 쓰는 이후부터 10년동안 없으면 어떡하죠?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

맥거핀 2012-04-0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 친구 저도 아는 처잔데..알바 하면서 근근이 대학 졸업하고, 선배언니 집에서 얹혀 살면서 병원인가, 보건소인가에서 인턴하다가 얼마전에 겨우 회사들어갔다고 하던데..이제 연애할 여유가 좀 생긴 모양이네요. 좋은 사랑 하시고 조심하셔요. (요즘에 의사 하나가 찝쩍거린다고 하더라구요..ㅋ)

cyrus 2012-04-02 23: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사실 그거 때문에 고백하기 전에 마음이 좀 걸렸어요 ㅋㅋ

차트랑 2012-04-02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무지하게 고민하면서 털어 놓은 Love is....이건만...
반응들이 꼭 만우절 행사라는 듯...합니다요??
특히 스텔라님...

맥거빈님의 반응은??
cyrus님의 여인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이거참...머리가 빙빙 돈다
으아~~~~ㅠ.ㅠ

아 그리고 ..위 글은 추천 10개짜리~!!!

아무래도 여친 얼굴이 마음에 걸려 다시 왔습니다 ㅠ.ㅠ
여친 얼굴을 온라인게 이렇게 공개하는것이 아녀~~~!!

stella.K 2012-04-02 12:20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 차트님 저는 진짠 줄 알았어요.
아시면서 모른 척 하시는 것 아니어요? 그렇담 차트님 고수다!ㅋㅋ

cyrus 2012-04-02 23:0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랑공님이 일부러 모르는 척 아시는지
알 수 없는데요 ^^

참고로 이쁜 처자 사진은 백진희라고 최근에 종방되었던
하이킥3에 나온 연기자에요 ^^

차트랑 2012-04-03 00:11   좋아요 0 | URL
저는 TV방송을 제시간에 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연유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녹화를 해서 따로 봅니다.
하이킥은 녹화 목록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감동의 물결이 이는 퍼이퍼인데...
만우절 이벤트라니...좀 서운하다는...ㅠ.ㅠ

고수는 원래 방송을 안보는거 맞죠? ㅋ

blanca 2012-04-0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는 왜이리 쉬운가 했더니 역시 ㅋㅋ 이런 반전이 있었군요.

cyrus 2012-04-02 23:03   좋아요 0 | URL
너무 구라의 티가 났었나요? ^^

잘잘라 2012-04-02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흣, 올해는 만우절을 너무 밋밋하게 보냈다 했더니만 님 덕분에 뒷북 한 번 치고 갑니다. 뒷북도 북은 북입니다^^ 근데 이상하게 만우절을 가장한 진실의 냄새가 진하게 난다 이겁니다?!

cyrus 2012-04-02 23:06   좋아요 0 | URL
뉴스에서 보니깐 일부러 고백을 가장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이성이 있대요.
하지만 제가 정말 만우절을 노려서 진심으로 고백하고 싶어했는지
포핀스님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

2012-04-02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2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4-0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희가 바로 그 진희였군요.ㅋㅋ
태그를 안 봤으면 소가너머갈뻔했자나~~~그래도 Love is... 오랜만에 즐겁네요.
곧 멋진 사랑하시길~~~~~^^

cyrus 2012-04-02 23: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순오기님 ^^

아이리시스 2012-04-0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시루스님이 지금껏 나한테 숨긴 줄 알고 배신감 들고 막 그랬는데ㅋㅋㅋ

cyrus 2012-04-04 19:51   좋아요 0 | URL
ㅎㅎ 절대로 저는 숨기는 짓 안해요 ㅋㅋㅋㅋㅋㅋ

마녀고양이 2012-04-0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다행입니다.
이렇게 유치한 고백을 하시면 안 됩니다..... 캬캬캬!

복수야 복수, 속은데 대한! 그래도 사이러스님이 빨리 사랑에 폭 빠지기를 기원합니다.

cyrus 2012-04-04 19:52   좋아요 0 | URL
음.. 고백을 이렇게 하며 안 되는군요 ^^;;
만우절 글 덕분에 고백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배우게 되었네요 ^^;;

노이에자이트 2012-04-0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지인은 소희 백진희 박보영을 구별할 수 없다고 합니다.

cyrus 2012-04-04 19:53   좋아요 0 | URL
이 세람.. 은근히 닮았죠. 그래서 저는 이 세 명을 다 좋아합니다. ^^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 우리 시대 부모들을 위한 교양 강좌
심상정 엮음 / 양철북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에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들' 까지

 

 

 

 

 

 

한때 우리나라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장안에 화제였던 적이 있었다.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는 어떤 행동에서 차이가 나는가?' 하는 점이 독자들, 특히 자녀를 두고 있으며 가족들을 부양하고 이끌어나가고 있는 가장들로 하여금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1997년 발간된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은 부의 축적을 성실한 노동의 대가라기보다 적극적인 투자의 과실로 부각시키며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즉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있다" 라는 식의 가르침은 이제는 가난한 아빠의 낡은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로 성실한 근로에 대한 절대적인 찬사를 '우둔한 행위' 또는 자식에게 경제적 빈곤을 세습시키는 '미련한 행동'으로 절하한 면도 있었지만투자를 위한 부의 축적이 현명한 자산관리라는 의식의 전환에 촉매 역할을 했다.

 

이 책이 출판되고 난 이후부터 덩달아 부자 되는 '재테크 공부하기' 열풍이 불었다. 이때, 대중들이 바라본 경제학은 재테크 기술을 알려주고, 그래서 부자가 되게 하는 학문 정도로 치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 시간은 세계에서 거의 꼴찌 수준인데, 부자 되기 위한 재테크 공부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심지어 모 신용카드 광고회사의 카피처럼 '부자 되세요' 가 덕담처럼 유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부자 되기를 공부한 수백만 명이 모두 부자가 되었을까? 그리고 재테크 열풍에 힘입어 탄생된 '부자아빠'들은 자신들의 부의 축적 방식을 자식들에게 제대로 물려주었을까?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예찬론을 포함한 재테크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서적에서 말하는 일명 '돈 버는 원리'는 간단히 말하자면 '부동산과 주식 투자' 두 가지로 집약된다. 그런데 개인의 부동산 소득과 주식 소득 자체는 일을 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부자 되기 위한 재테크 관련 책들은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은 '로또복권' 당첨자만큼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가운데 대부분은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생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서 생활하고자 하는 건전한 사회의식보다는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벌어 부자 되기를 바라는 사회의식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다.

 

 

 

 

출처: 조선일보 (2011년 11월 14일자)

 

 

 

그리고 '부자아빠' 밑에서 자라난 자식들도 '부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되어 또 다른 '부자아빠', '부자엄마'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지금의 현실은 정반대다. 장년층은 자산도 많고 현금 흐름은 좋아졌는 반면에 청년층들은 취업, 결혼 그리고 내 집 마련도 어려운 형편에 처해졌다.  세대 간 부의 간극이 더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아빠, 부자 아들'에서 이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들'로 바뀌고 있다. 직장에만 들어가도 신분 상승이 보장되던 5060세대의 장년층과 달리 지금 젊은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산 축적 기회가 제한된다. 이러한 세대 간의 부의 양극화는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형성하게 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고착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대 아직도 부의 욕망을 꿈꾸는가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이며, 자녀도 부족함이 없이 자라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좋은 교육을 시키고, 저축이나 용돈관리 등 경제관념을 심어 주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식들에게 어떤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부모는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부자가 된 다음의 일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자신은 비록 가난하게 살았을지라도 자녀들에게만큼은 가난의 대물림을 이어받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다. 그래서 부족하지 않을만큼 자녀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우는 대학교에 입학해야한다. 수많은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교육비에 투자한다. 부모님의 지원에 떠밀려 자녀들은 외국어에 능통하기 위해서는 원어민 강사들이 가르치는 외국어 학원을, 'SKY'에 들어가기 위해서 강남에 위치한 입시 학원을 다니게 된다. 수험생들은 취미 생활을 보낼 수 있는 여가와 잠 잘 시간 없이 하루의 절반을 학교 교실, 학원 그리고 독서실에서 보낸다. 이들과 항상 함께 하는 유일한 것은 수능 문제집뿐이다.

 

친구?  교실, 학원, 독서실에는 자신처럼 공부만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옆에 있는 친구는 경쟁자다. 그 친구들보다 높은 성적을 받아야만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공부한 내용들이나 수능시험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들 간의 정보 공유는 자신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손해라고 생각한다. 이렇다보니 동일한 공간 속에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어떻게든 남들보다 앞서려는 욕심에 서로 눈치만 볼 뿐이다.

 

아이들 간의 경쟁심은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욕망에 제대로 맞물려서 형성된 것이다. 특히 IMF 외환위기의 여파를 피부로 느꼈으며 그 후에 등장하게 되는 개방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를 목격한 지금의 장년층은 전보다 더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싶어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 한다고 해서 쉽게 돈을 벌 수 없다. 개인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남들보다 더 앞서가야 했다. 이른바 우리나라 사회에 경쟁 체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교육에도 신자유주의 원리가 도입되면서 경쟁교육이 점차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경쟁 체제에 물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의 모습은 오히려 부자가 되기능커녕 먹고 살기도 힘들 정도로 악화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음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신자유주의가 부추긴 부의 욕망은 그것을 바라는 서민들의 삶과 마음을 더욱 더 옥죈다.

 

 

 

 

 '연대, 소통 불능',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우리 사회

 

 

 

 

 

출처: 한국경제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도록 독립된 밀폐공간에 갇힌 두 죄수 A와 B에게 각자 똑같은 제안을 한다. 만약 둘 다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면 비교적 가벼운 형벌이 내려질 것이며 한 사람은 순순히 자백했는데 다른 사람이 부인한다면, 자백한 사람은 정직에 대한 보상으로 석방이 되며 대신에 부인한 사람은 무거운 형벌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둘 다 부인한다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똑같은 형벌을 내릴 것이라는 내용이다.

 

만약, 이 두 죄수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심문을 받는다면 서로 눈짓을 주고 받아 둘 다 범행을 부인함으로써 가장 가벼운 형벌만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두 사람 사이에 의사전달이 전혀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최상의 시나리오가 되는게 쉽지 않다. 만약 상대편 죄수가 자백하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동지의식을 발휘해 같이 버티겠지만, 문제는 그가 어떻게 할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자신은 그를 믿고 버텼는데 그가 자백을 해 버렸다면 자신은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되는 억울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이며, 이 상황은 마치 두 죄수가 하나의 잔인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경쟁을 강조하는 입시 교육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체가

소통과 연대를 하지 못한 채 치열하게 경쟁만을 고집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두 죄수가 최악의 상황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두 사람 다 함께 가벼운 형벌에 처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기 위한 일말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폐쇄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좀 더 유리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을 작동하게 된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 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경쟁 체제로 이루어진 입시 사교육의 현장을 죄수의 딜레마로 비유하고 있다.

 

 

 

한번 볼까요. 여러분이 지금 여기에 다 빠져 있어요. 사교육을 살펴봅시다. 모두 사교육을 하지 않는 게 제일 유리해요. 상대방이 사교육을 하지 않는 경우, 여러분은 어떻게 할까요? 다 사교육을 하지 않는데 내 아이만 사교육을 하면 성적이 올라갈까요, 안 올라갈까요? 그러면 사교육을 해요, 안 해요?  자, 걸려들었죠? (웃음) 여러분은 죄수의 딜레마에 걸려든 거예요. 모두 사교육을 해요. 그럼 내 아이만 사교육을 안 시키면 내 아이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죠? 그러니까 사교육을 해요. 그래서 모두 사교육을 시키는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이제 죄수의 딜레마예요. 굉장히 강력해서 빠져나가기 힘들어요.   (pp 61)

 

 

 

경쟁만 강조하는 사교육은  '남들 다 하니까'라는 이유와 뒤처지지 않게 키우고 싶다는 학부모의 소박한 욕심이 자녀의 집중력 저하 현상을 조장하고, 학부모로서의 관계가 끊어지면 부모와의 연결고리까지 상실해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상대방이 하고 있는 것을 똑같이 하지 못하게 된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 인식한다. 특히나 경쟁 체제 내에서는 남들이 하고 있는 것을 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으며 뒤쳐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쟁 체제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더 월등해져야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으로부터의 견제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끝에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낼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이나 비용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피 튀기는 경쟁 체제의 사회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지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인다. 결국에는 실속 없는 경쟁만 이어지게 된다.

 

조금은 단순한 발상이지만 사회 구성원들 간의 소통으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 체제가 중단시킬 수 있다. 정태인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나라 아이들, 아니 우리나라 사회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은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는 법을 모른다. 오히려 서로 돕고 살아가는 건 자신에게 손해만 가중되는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서로 이해해주고 양쪽 다 최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협력적인 방안을 모색한다면 우리나라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소통하고 연대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신에게 손해만 들어오는 체제를 고집하게 된다.

 

 

 

 

 돈 많은 부자보다는 소통과 연대를 할 줄 아는 개념있는 사회인으로 만들자

 

 

정재인 교수뿐만 아니라 '시골의사' 박경철,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리다 지금은 교육평론가로 전향하여 우리나라 입시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는 이범 등은 경쟁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한 목소리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소통과 연대, 그 기본적인 상식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적이면서도 아주 중요한 상식을 대중들이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소통과 연대 불능의 사회가 유지된다면 결국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만 부를 독식하게 되고 탐욕의 집착은 내 옆의 이웃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며 그러한 상처는 언젠가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어 있다.

 

배가 난파당합니다. 어떤 사람은 구명조끼도 없이 그냥 떨어지고 어떤 사람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요. IMF 때는 구명조끼를 입지 못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해서 전원이 살아남았는데 지금은 달라요?  나만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면 괜찮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나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왜냐면 보이지 않는 강철로 묶어 있어서 공멸합니다. 지금과 같은 대기업 중심의 혹은 약탈적 경제체제는 자기파괴적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경철, pp 42)

 

 

 

이 책은 '개념'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한 새로운 삶의 안목을 제시해주고 있다. 자녀들에게 돈 많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자신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상대방들과 함께 행복해지게 만드는 '개념' 있는 사회인으로 만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소통 불능의 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 이러한 문제가 고질병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는 훗날 사회를 이끌어나가게 되는 자녀들을 잘 가르쳐주는 방법 밖에 없다.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는 쉬울테니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자' 라고 요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것이야말로 자녀들의 인성을 위한 도덕교육이기도 하다.

 

정말 생각이 트인 부모라면 우리나라 사회를 대표하는 지성인들의 조언에 감탄하게 되며 바로 자녀들을 위한 교육으로 실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성인들이 제안하고 있는 이 기본적인 내용들을 그대로 실천하는 부모가 없으리라고 보지 않는다. 인간의 사고는 한 번 오랫동안 유지될수록 그것을 단번에 개선하고 변화를 적응하기가 어려워하는 특성이 있다.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층을 단순히 자녀를 둔 부모로만 국한시키기에는 책에서 말하고 있는 중요한 교훈들의 메리트를 감안한다면 너무나도 아깝다. 이제 막 사회를 이끌어나가고 부모가 되어 자녀를 두게 될 우리 젊은 세대들도 읽어도 무하다고 본다. 좋은 학교에 다니기 위한 선행학습은 좋지 않지만 부모가 되기 전에 미리 '개념 부모'가 될 수 있는 삶의 공부는 미리 해두면 좋다. '개념 부모'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서 미리 가슴으로 느낄 줄 알아고 실천할 줄 알아야 개념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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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3-3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두 번째 읽었어요. 이 책 참 좋아요.
읽다 보면, 특히 교육에 관한 부분은 정말 깊은 공감을 끌어내요.
몸에 와 닿는 실제적인 부분들이니까요 저한테는......과연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야 할는지 항상 고민되긴 하지만, 부모들도 제대로 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데 동감해요.
이 책은 제가 읽어보고 구입한 몇 안되는 책 중 하나랍니다.ㅎㅎ

cyrus 2012-04-01 13: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 같은 젊은 세대들은 취업 때문에 결혼을 미룬다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많은더 그렇다고 해서 교육 문제를 너무 무관심하는 것도
안 좋다고 봐요. 사람 인생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도서관에 대출해서 읽었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구입하고 싶네요 ^^

잘잘라 2012-03-3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념 부모’되실 소질이 아주 아주 많~으신 cyrus님! 오늘 날씨 정말 끝내줍니다. 알라딘 서재에 계시지 말고 어디 데이트라도 나가주세요. 제발!

cyrus 2012-04-01 13:49   좋아요 0 | URL
어제 날씨가 너무 좋더군요, 그래서 외출은 하긴 했는데 과연 데이트는
언제 할지는 모르겠네요 ^^;;

2013-03-21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과학자 37인이 생각하는 마음, 생명 그리고 우주
에두아르도 푼셋 & 린 마굴리스 엮음, 김선희 옮김, 최재천 감수 / 이루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의 '과학' 콤플렉스  

 

 

SERI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핵심인재가 2020년까지 약 9만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향후 국가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의 석. 박사급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부족한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과학기술 핵심인재 10만 양병설'이 제기되었다. 우리나라의 9대 미래 유망산업 분야가 발전되기 위해서 연간 1만명 규모의 과학기술 핵심인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기초, 원천, 융합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초 분야의 신속한 학위 취득이 가능한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2012년 2월 22일)

 

과학기술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연간 1만명의 석. 박사급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제안으로서의 취지는 좋으나 과학에 대한 기피하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이상 목표 연도까지 10만 명을 육성한다는 것이 조금은 힘들어 보인다.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게 되면 이에 대한 세계적인 공로로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 의학상을 수여한 세계적인 과학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업적을 낸 과학자가 등장하게 되면 어김없이 언론에서는 '노벨상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노벨상 수상자 발표 기간이 다가오는 시점에 맞춰 해외 유명 과학자들로부터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 수준의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과학기술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학술기관이나 잡지에 당당히 한국 출신의 과학자의 연구 결과 또는 논문이 발표되는 사례가 있었으며 한 번은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자주 인용되고 있는 논문으로 한국 출신의 과학자가 쓴 학술논문이 선정될 정도로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노벨상에 인연이 없는 것일까?  여기서 반대로 생각해보자. 아무리 우수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이라고 해서 꼭 노벨상을 수상해야만 하는 것일까? 어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노벨상'은 뛰어난 업적을 남겨야지만 받을 수 있는 명예로운 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무조건 어느 분야에 있어서 '최고'가 되어야하며 '과정'보다는 '목표', '결과'에 집착하는 특유의 한국식 사고는 노벨상의 가치를 일반인도 범접할 수 없는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라면 꼭 받아야 할 명예로운 훈장쯤으로 여기며 그것이 과학자들이라면 한번씩 꿈꾸게 되는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매년 말에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상 수상자 명단 발표에 촉각에 곤두서게 되고 한국인의 이름이 수상자 명단에 없으면 모든 국민 모두 아쉬워하는 나라가 또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아직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단순히 과학기술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다. 최소한 '기초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낮은 인식 그리고 이공계 기피 현상만 증가하고 있으며 점점 과학자들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 등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7인의 과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과학자'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하얀 가운을 입은 채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떠올릴 것이다. 과학자가 장래희망으로 꼽은 어린이들을 제외하면 과학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부정적인 면이 많이 차지한다. 연구 성과에 집착하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실험 조작도 하고 마는 비양심적인 학자 그리고 인류의 진보를 위한 것이 아닌 순전히 자신만의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과학을 연구하는 괴짜로 보기도 한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 사회를 뒤흔들었던 황우석 박사 사건는 우리나라 첫 노벨상을 기대했던 대중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본의 아니게 황우석 박사, 단 한 사람에게만 실망했던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과학 연구에 이바지하고 있는 다른 과학자들마저도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소설, 영화에 나오는 과학자들은 지적이라기보다는 엉뚱한 연구에만 골몰하면서 은둔하는 괴짜 또는 인류의 평화를 방해하는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많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왜곡된 과학자에 대한 인식은 비단 대중들만 잘못한 것이다.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할 줄 몰랐던 과학자들의 태도는 오히려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직업소명뿐만 아니라 과학이라는 학문을 기피하는 성향을 부추기고 말았다. 제임스 왓슨은 자신의 자서전『이중나선』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과학자들의 본 모습들이 공개했고 에르빈 슈뢰딩거, 칼 세이건,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은 뛰어난 글쓰기로 대중들을 위해서 과학의 세계를 소개하는 기여를 했다.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대중들에게 쉽게 소개하도록 노력한 과학자들이다. 그리고 대중들과 소통할 줄 알았으며 그들이 왜 과학을 어려워하게 여기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에는 그동안 대중들이 접할 수 없었던 과학의 흥미로운 단면들로만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대중적 과학 프로그램 연출자 겸 사회자인 에두아르도 푼셋이 인터뷰어로 나서 세계적인 과학자 37명의 생생한 육성을 담아냈다. 리처드 도킨스, 스테판 제이 굴드, 제인 구달, 올리버 색스 등 37명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얻은 심오한 통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주의 본질, 생명의 진화, 인간의 마음 등 다양한 분야를 통틀어 현대 과학의 신비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책 제목만 본다면 독자들은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은 일반인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논리적이며 합리성으로 무장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37명의 과학자들을 보게 된다면 '과학자의 사고방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일단 여기서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과학에 무지한 대중들을 기만하는 지적 허영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대중들이 알고 싶어하는 부분에 대해서 친절하면서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물론 수준 높은 인터뷰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푼셋의 진행도 한 몫 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단순히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연구영역의 범위 안에 갇혀버린 과학적 사고를 지향하지 않는다. 폐쇄적인 과학적 사고를 벗어나 과학의 발전을 인류의 삶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과학의 발전이야말로 곧 '진보'라는 인식을 반박하고 있다.

 

지능심리를 연구하고 있는 니콜라스 매킨토시는 스티븐 제이 굴드와 유사하게 진화를 진보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한 사고방식이야말로 인간을 세상의 중심으로만 보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 평생 침팬지 연구와 영장류 보호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제인 구달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관점은 오늘날에는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여기서도 탈 인간중심적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결국 우리를 동물계에서 분리시키는 경계선은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개성과 사고, (가장 중요하게는) 감정을 지닌 유일한 존재가 아니에요.

 

 (제인 구달, pp 75)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이자 개미 연구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을 지구를 파괴하는 운석으로 비유하고 있다. 이것은 자연파괴를 남발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고 있다.

 

 

 

 

지금 인간의 활동은 (종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우리는 '여섯 번째 멸종'의 첫 단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많은 글에 다루는 '병목현상'이란 이런 것입니다. 병목은 과다한 인구입니다. 인간이 자연환경을 너무 많이 파괴하므로 다른 종은 더 이상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없습니다. 또한 전 세계 사람들이 소비하는 음식과 자원의 양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 현상은 1인당 소비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인구와 개인적 소비의 증가가 합해지면 이른바 세계의 '자연자본'을 고갈시킵니다.  

 

 (에드워드 윌슨, pp 87)

 

 

 

 

 

 인간, 거대한 푸른 지구에 존재하는 그저 작은 동물

 

 

"하늘은 캄캄하고, 지구는 푸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한없이 아름답다."

 

1961년 4월 12일 소련 공군 중위 유리 가가린은 인류 최초로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보며 그 아름다움에 찬탄했다. 가가린의 말은 인간이 보지 못했던 거대한 땅덩어리와 바다로 이루어진 지구라는 존재에 대한 경의에 찬 감탄사가 아니다. 인간은 이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 안에 살고 있는,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작은 동물이라는 것을 깨닫게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은 지구상 생명의 한 종에 불과하기에 겸허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가이아 이론을 제시한 제임스 러브록의 말은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닌 그저 우주의 일부분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유일하게 아는 사실은(아주 중요한 점인데)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우주의 일부라는 것이 큰 행운이라는 것입니다.

 

 (제임스 러브록, pp 340)

 

 

 

과학자들은 '과학'만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오만과 지적 허영심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겸손할 줄 알며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기여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과학자들은 전문가의 오만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로 내려와야 한다. 과거처럼 전문가라는 권위를 이용해 일방적인 설교를 해서는 안 된다. 대중들도 인터넷에서 얻은 조각 지식으로 근거 없는 편견을 형성하지 말고 선입견 없이 진실에 다가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기초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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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3-3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며 과학적 소양의 필요성을 인지하게되었습니다.
읽는 동안 매트릭스의 스미스가 한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인간은 암과 같은 존재야'
제게는 뜨끔한 말이었죠.

cyrus 2012-03-30 19:08   좋아요 0 | URL
차라리 이 책을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과학자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한 사람의 인터뷰 분량이 좀 적은게
아쉽지만요. ^^

맥거핀 2012-03-30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에 얘기하신 뛰어난 과학적 연구들을 해오면서도, 그것을 늘 대중들에게 쉽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과학자들 존경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재승 교수님도요.) 일단 그런 분들 책을 보면 너무 재미있어요.

cyrus 2012-03-31 00:16   좋아요 0 | URL
저도요, 이런 분들의 노고가 있어서 과학에 무지한 제가 여러모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학창시절에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게 후회할 때가 있어요. 그 때는 성적지향에다가 교과서 위주라서
어렵고 딱딱해보였지만 막상 과학은 실험을 직접 해보고 관찰한다면
무척 재미있는 학문인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