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참으로 날씨가 좋았다. 햇살이 따사로웠고 움츠렸던 꽃들이 활찍 피기 시작했다.

이런 좋은 날에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다. 근 3개월 만이다.

나나 그녀나 학교 생활하느라 바쁘다보니 서로 얼굴 보기가 뜸해졌고 

예전에 비해서 연락 횟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제 같은 봄의 기운이 충만한 날에 사랑스러운 그녀를 만나서 기분이 들떴다.

깨끗한 하얀 피부, 해맑고 상큼한 미소는 여전했다.

오랜만에 그녀의 얼굴을 보니 이상하게도 내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오래 전부터 나는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보 같이 그녀에게 나의 진심어린 사심을 제대로 전달해보지 못했다.

오늘도 역시 멀뚱히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

 

짝사랑의 괴로움 때문에 평소에 안 먹는 술도 연거푸 마셔댔다.

하지만 마음만 더 쓰라려 올 뿐, 이젠 술도 나의 상사병을 달래 줄 수 없을 정도였다.

바보 같이 술만 마시다보니 어느새 그녀를 가까이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자리를 떴다. 그리고 나에게 싱그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작별 인사를 했다.

 

또 몇 달 간은 그녀의 미소를 보지 못하겠지... 

밀려오는 아쉬움 속에서 나는 그녀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얼큰하게 취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요즘 따라 왜 이렇게 술 마시고 난 뒤에는 허전함이 밀려올까?

이럴 때 나의 외로운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혼자 쓸쓸히 애수에 젖어 있을 때,

폰에서 한 통의 카톡 메시지가 왔다.

 

'그녀'였다!

이런 시간에 그녀가 나에게 문자를 보낼 리가 없는데...

그녀가 보낸 이 한 통의 카톡 메시지가 또 한 번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오빠, 집에 잘 들어가셨나요?  오늘은 술을 많이 드신거 같은데, 무슨 일이 있으셨어용? ^^

 

 

 

 

평소 같았으면 아무 일 없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카톡 메시지를 보내기 싫었다.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고서라도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어.. 있잖아.. 요즘 힘든 일이 있어서 그래.. 누구 땜에 넘 미쳐버리겠다, 정말 ㅋㅋ 

 

 

 

그러자 그녀가 또 다시 답장을 보냈다.

 

 

 힘든 일이라니... ㅠㅠ  누가 오빠 힘들게해요?  감히 우리 오빠를 힘들게 하다니..

 

 

 

이성을 마비시킬만큼 술기운에 지배당한 나는

그동안 마음 속 깊이 꾹 눌려왔던 것들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 그래서 말인데... 진희야,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

 

 " 할 말이 머에요? ^^ " 

 

 

 

 

평소에 카톡을 단답형을 보낸 내가

지금까지 길게 내용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희야...

 

그토록 바라던 시간이 왔어.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서 너를 위해 사랑의 고백을 할려고 해.

세월이 흘러서 병들고 지칠 때
지금처럼 내 곁에서 서로 위로해 줄 수 있니?

 

함께 걸어가야할 수 많은 시간 앞에서
너를 향한 나의 약속은 언제나 변함없다는 것을 믿고 있니?

힘든 날이 있을거야. 항상 삶에는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

저 하늘이 부르는 그 날까지 사랑만 가득하다는 것을 나는 믿어.

 

만약 내가 널 좋아한다면
우리는 이제 오빠 동생 사이도 될 수 없겠지?  그래도
절대 난 널 포기할 수 없어. 네가 날
뻥 차버린다해도 난...
문턱이 닳도록 다시 뛰어가서
자신있게 사랑한다고 말할거야.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내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다 전해주고 싶었다. 그러기에는 이 카톡은 너무나도 좁았다.

 

술기운에 문자를 쓰다보니 오타가 많았다.

하지만 나의 진심어린 고백에 부끄러운 오타를 그녀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정말 버튼을 꾹꾹 눌러가면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완성했다.

 

쓰는데만 10분 정도 걸린 카톡 문자를 보내자

마음이 후련하면서도 막상 두려움과 후회감이 밀려왔다.

 

어느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문자로... 그것도 취중 상태에서 고백을 하겠는가?

술기운에 또 한 번 대형참사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녀의 거절은 곧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둘 사이 관계의 단절이다.

 

 

메시지를 보낸지 10여 분이 지난 뒤에t서야 그녀의 답장이 왔다...

 

 

 

 

바라만 봤어요, 오빠를 지켜  
보는건 그만할래요...
속상한일도 정말 많
았지만 우리 사귀어요
지금 대답해주세요!!

 

 

 

.

.

.

.

.

.

 

 

 

 

 

 

 

 

드디어 24년 동안의 고독이 사라지게 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 찾아왔다.

하느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지금도 너무나도 기분이 좋다.

그녀와 항상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제는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서

블로그에 글 쓰는 시간도 줄일려고 한다.

이 글이 어쩌면 마지막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참에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소개하려고 한다.

내 인생 처음으로 결실을 맺게 된,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랑에 축복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살면서 드디어 '사랑'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Love

is

El do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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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4-0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cyrus 2012-04-02 22:59   좋아요 0 | URL
ㅎㅎ 나인님이 제일 먼저 속으셨군요 ^^;;

stella.K 2012-04-0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정말! 너 나뻐!
오늘이 만우절인 걸 이 페이퍼 보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잖아.ㅜㅜㅜㅜ
너의 인생에도 봄은 오나 보다 정말 축하해 주고 싶었는데.
속은 것 생각하면 10년 동안 애인 없어라고 저주해 주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 수는 없고. 에잇! 이를 어쩐다...
아무튼 좋다. 네 마음 알 것 같아. 꼭 올 봄엔, 늦어도 올 가을엔...
아니 올해가 다가기 전에 크리스마스 때부터라도 함께 보낼 애인이 있기를
진짜 진짜 바랄게.
하지만 이 페이지에 추천은 없다. 추천하면 마법에 걸려 진짜 10년 동안 애인 없을까봐.ㅋㅋ
근데 제대로 웃겼다. 축하해!ㅋㅋ

cyrus 2012-04-02 23:00   좋아요 0 | URL
그런데 누님 말대로 이 글 쓰는 이후부터 10년동안 없으면 어떡하죠?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

맥거핀 2012-04-0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 친구 저도 아는 처잔데..알바 하면서 근근이 대학 졸업하고, 선배언니 집에서 얹혀 살면서 병원인가, 보건소인가에서 인턴하다가 얼마전에 겨우 회사들어갔다고 하던데..이제 연애할 여유가 좀 생긴 모양이네요. 좋은 사랑 하시고 조심하셔요. (요즘에 의사 하나가 찝쩍거린다고 하더라구요..ㅋ)

cyrus 2012-04-02 23: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사실 그거 때문에 고백하기 전에 마음이 좀 걸렸어요 ㅋㅋ

차트랑 2012-04-02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무지하게 고민하면서 털어 놓은 Love is....이건만...
반응들이 꼭 만우절 행사라는 듯...합니다요??
특히 스텔라님...

맥거빈님의 반응은??
cyrus님의 여인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이거참...머리가 빙빙 돈다
으아~~~~ㅠ.ㅠ

아 그리고 ..위 글은 추천 10개짜리~!!!

아무래도 여친 얼굴이 마음에 걸려 다시 왔습니다 ㅠ.ㅠ
여친 얼굴을 온라인게 이렇게 공개하는것이 아녀~~~!!

stella.K 2012-04-02 12:20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 차트님 저는 진짠 줄 알았어요.
아시면서 모른 척 하시는 것 아니어요? 그렇담 차트님 고수다!ㅋㅋ

cyrus 2012-04-02 23:0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랑공님이 일부러 모르는 척 아시는지
알 수 없는데요 ^^

참고로 이쁜 처자 사진은 백진희라고 최근에 종방되었던
하이킥3에 나온 연기자에요 ^^

차트랑 2012-04-03 00:11   좋아요 0 | URL
저는 TV방송을 제시간에 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연유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녹화를 해서 따로 봅니다.
하이킥은 녹화 목록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감동의 물결이 이는 퍼이퍼인데...
만우절 이벤트라니...좀 서운하다는...ㅠ.ㅠ

고수는 원래 방송을 안보는거 맞죠? ㅋ

blanca 2012-04-0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는 왜이리 쉬운가 했더니 역시 ㅋㅋ 이런 반전이 있었군요.

cyrus 2012-04-02 23:03   좋아요 0 | URL
너무 구라의 티가 났었나요? ^^

잘잘라 2012-04-02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흣, 올해는 만우절을 너무 밋밋하게 보냈다 했더니만 님 덕분에 뒷북 한 번 치고 갑니다. 뒷북도 북은 북입니다^^ 근데 이상하게 만우절을 가장한 진실의 냄새가 진하게 난다 이겁니다?!

cyrus 2012-04-02 23:06   좋아요 0 | URL
뉴스에서 보니깐 일부러 고백을 가장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이성이 있대요.
하지만 제가 정말 만우절을 노려서 진심으로 고백하고 싶어했는지
포핀스님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

2012-04-02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2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4-0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희가 바로 그 진희였군요.ㅋㅋ
태그를 안 봤으면 소가너머갈뻔했자나~~~그래도 Love is... 오랜만에 즐겁네요.
곧 멋진 사랑하시길~~~~~^^

cyrus 2012-04-02 23: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순오기님 ^^

아이리시스 2012-04-0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시루스님이 지금껏 나한테 숨긴 줄 알고 배신감 들고 막 그랬는데ㅋㅋㅋ

cyrus 2012-04-04 19:51   좋아요 0 | URL
ㅎㅎ 절대로 저는 숨기는 짓 안해요 ㅋㅋㅋㅋㅋㅋ

마녀고양이 2012-04-0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다행입니다.
이렇게 유치한 고백을 하시면 안 됩니다..... 캬캬캬!

복수야 복수, 속은데 대한! 그래도 사이러스님이 빨리 사랑에 폭 빠지기를 기원합니다.

cyrus 2012-04-04 19:52   좋아요 0 | URL
음.. 고백을 이렇게 하며 안 되는군요 ^^;;
만우절 글 덕분에 고백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배우게 되었네요 ^^;;

노이에자이트 2012-04-0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지인은 소희 백진희 박보영을 구별할 수 없다고 합니다.

cyrus 2012-04-04 19:53   좋아요 0 | URL
이 세람.. 은근히 닮았죠. 그래서 저는 이 세 명을 다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