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에 꽂기

 

 

 

 

 

 

어제 박스 케이스에 꽂힌 러브크래프트 전집 외전편 6권을 읽어보려고 꺼내는 순간, 하얀 책표지에 까만 얼룩이 묻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설 연휴 전날에 책을 받았을 때 얼룩이 없었습니다. 검은 얼룩의 정체는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책표지에서 나온 검은색 염색약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책을 과도하게 힘을 줘서 박스 케이스에 꽂는 과정에 마찰이 생겨 검은색 염색약이 하얀 책표지에 묻은 것 같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표지재질이 종이라서 험하게 책장에 꽂으면 구김 자국이 생기거나 찢어질 수 있습니다. 또 색깔이 하얀색이라서 오래 보관하면 때가 타기 쉽고요. 예전에 도서관에서 있는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선뜻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책이 너무나 더러웠으니까요. 그 이후로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스 케이스 안에 특별판을 포함해서 7권의 책이 다 꽂힐 수 있다 하더라도 6권과 특별판을 너무 오랫동안 꽂아두거나 자주 책을 꽂고 빼는 횟수가 많아지면 6권 앞표지에 검은색 염색약의 흔적이 남을 수 있습니다. 세실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검은색 표지의 책은 박스 케이스 밖에 따로 보관하는 것이 낫습니다. 특별판을 박스 케이스에 절대로 꽂으면 안 된다는 분명한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어차피 박스 케이스 안에 특별판이 들어갈 자리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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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전!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에 꽂기
    from factory 2015-02-21 14:38 
    지난주에 개암나무님의 서재 블로그에 올린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 관련 글을 보자마자, 저도 주문했습니다. 한 달 전에 황금가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 발간 소식을 접했기에 박스세트 인증 사진을 먼저 확인한 뒤에 주문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박스세트 사진이 있는 개암나무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암나무님이 올린 박스세트 사진을 보면 박스 특별판인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이 박스 케이스에 들어가지 못해 따로
 
 
붉은돼지 2015-02-2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스케이스 특별판을 사면 박스는 다 버려요..넣었다 뺏다 귀찮기도 하고..책꽂이에 박스케이스에 이중인것 같아서요...

cyrus 2015-02-21 23:48   좋아요 0 | URL
저도 붉은돼지님처럼 같은 생각이에요. 박스 케이스가 쓸모없는 장식품 같아요... ^^;;
 
아름다운 책 이야기 - 중세사본에서 윌리엄 모리스까지
이광주 지음 / 한길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옛날 사람들은 종종 책을 위험하다고 했다. 진시황제는 분서갱유 사건을 일으켰고, 중세 교회는 많은 책을 이단으로 몰아갔다. 책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갖고 싶은 책과 자신의 목숨을 바꾼 사람도 있다. 데모랭이라는 철학자는 가난했지만, 책을 사랑했다. 빵과 우유로 간신히 연명하는 생활을 했지만, 그가 사는 다락방 안에는 책이 가득 찼다. 어느 겨울날 마지막 푼돈으로 허기를 채우려던 그는 서점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그동안 그토록 손에 넣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책! 그는 주저 없이 책을 샀다. 그러나 이 책은 데모랭이 마지막으로 산 책이 되고 만다. 이 책을 손에 쥔 그는 이후 기력이 다해 다락방에서 생을 마쳤다.

 

이들에게 책은 ‘사랑’의 대상이다. ‘책을 사랑한다’는 건 책의 내용이나 책 읽는 행위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넘어 책이라는 사물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흔히들 ‘애서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은 책에 담긴 지혜보다 멋진 표지와 장정을 더 좋아한다. 책들을 모아 책꽂이에 쌓아두는 것만이 관심이다. 책을 보관할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소설가 장정일은 누가 방에서 담배를 피우고 가면 책 위에 쌓인 담뱃재들을 일일이 닦았다고 한다. 애서가 앞에서 라면 냄비 받침이나 베개 대용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간 무슨 사달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선인들은 책에 미친 사람을 서치(書癡)라고 불렀다. 더 나아가, 글을 읽고 책을 들추는 일을 지나치게 즐기는 이를 서음(書淫)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음란한 지경에 이르도록 책을 탐한다. 그러나 애서가들에게 그 음란은 아름답다.

 

탐나는 책을 손에 넣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던 엽기적인 애서가들이 집착한 책들은 어떤 책이었을까. 그 책들은 왜, 어떻게 쓰이고 만들어졌으며, 어떤 모습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책 자체를 예술품으로 즐기는 것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세상에 이광주 선생의 《아름다운 책 이야기》는 말라르메의 멋들어진 문장에 어울리는 한 권의 헌사와 같다. 애서가의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 이야기》에 이르기 위해 이루어졌다. 요즘 세상에야 흔하디흔한 것이 책이지만 중세유럽의 사본문화에서 비롯된 ‘아름다운 책’은 정말 진귀하고 값비싼 것이었다.

 

종이가 보편화하기 전엔 파피루스와 밀랍을 칠한 목판, 점토판, 양피지에 직접 글을 적어야 했다. 손으로 옮겨 적는 일을 하는 사람을 필경사라고 한 것은 밭을 가는 것처럼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농부가 농사를 짓기 전에 땅을 만들듯이, 기초를 다진다는 의미가 바로 교양의 뜻이다. 성서를 손으로 베껴 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성직자뿐인데 책의 등장을 예고하는 사본문화의 토양이 처음으로 다져진 곳이 교회였다. 책은 귀족이나 고위 성직자 등 극히 한정된 계층만 읽을 수 있고 소장할 수 있었다. 중세엔 성서 한 권을 얻는 대가로 넓은 포도밭을 내놓는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책은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니라 신분 과시용이요 교양계층 유산계층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귀중품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아름답게 장식했고 고풍스럽게 만들어졌다.

 

시간은 모든 사물에서 젊음의 신선함을 앗아가는 가차없는 파괴자이지만 때로 그중 일부를 고풍스러운 향수의 대상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현재성이나 효용성이 증발해버린 후에도 그 사물은 과거 한 시대 한 시절의 기념물로 남아 지나가 버린 그때 그 순간의 감미로움을 일깨우는 촉매로 작용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책이야말로 그러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나는 순례의 가장 친근한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책이 지닌 미학적 본질을 선호했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데 노력한 사람이 바로 윌리엄 모리스다. 말년에 시작된 것이라 뒤늦은 감은 있지만, 모리스가 책 제작 순례를 하게 한 동반자는 책이었다. 모리스는 죽기 전에 완벽하게 인쇄된 책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가 인쇄하고 싶은 책은 항상 자신 곁에 두면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장정, 서체, 문양 등이 긴밀한 조화를 이뤄 비로소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는 제본 과정을 모리스는 ‘또 하나의 건축’이라고 불렀다.

 

 

 

 

 

 

모리스는 1891년 출판공방 켐스콧 프레스를 설립하고 온 에너지를 쏟아 53종 66권의 책을 빚어냈다. 새로운 서체를 개발하고 머리글자 장식, 책 테두리 장식을 직접 디자인했다. 한정으로 출간된 책들은 부호나 이름난 장서가들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다.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와 함께 장서가들이 가장 가지고 싶은 책이 모리스가 만든 『초서 작품집』이다. 젊은 시절 모리스는 초서의 글을 탐독했고, 그곳에서 잃어버린 중세의 미를 발견했다. 모리스에게 초서의 글은 ‘아름다운 책을 위한 건축’을 위한 멋진 기자재였다. 중세 영국의 시인 제프리 초서의 작품을 모은 이 책을 위해 모리스는 초서체를 별도로 개발했다. 당대 최고의 화가이자 모리스의 친구인 번 존스의 아름다운 삽화도 들어 있다. 애초 300권을 찍기로 했으나 애서가들의 강력한 요구로 400권을 찍었다고 한다.

 

흔히 수제 책이라면 요즘 한참 부각되고 있는 북아트를 연상하지만, 책을 예술 활동의 대상으로 삼는 북아트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소수 계층만 향유하는 예술로만 국한되어 있다. 몇 년 전에 가격이 비싼 예술장정 문집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름난 금속공예 작가가 은으로 세공한 케이스를 만들고 한정판으로 제작, 그 희소성을 돈으로 따지기 어려울 정도라 했다. ‘아름다운 책’은 무조건 값비싸고 화려해야만 할까. 혹자는 그저 눈으로 바라봐야만 하고 내용이 아닌 디자인에 치중한 ‘아름다운 책’의 가치에 회의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모리스는 책의 예술성에 관심이 많은 탓에 텍스트의 중요성을 소홀했다. 본문을 임의로 편집하거나 각주를 붙이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리스의 책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려는 시선이 많을수록 모리스가 추구한 책의 정신을 경시한다. 이미 시인, 예술가, 사회주의자로 이름을 드높인 노작가가 남은 열정을 모두 쏟아 부었을 만큼 책 만드는 일은 매력 넘치는 일이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간직하고 선물하는 수제 책에는 책 소유자에 대한 정성 어린 마음이 담겨 있다. “예술이 낳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름다운 건축이라고 답하리라. 그 다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하리라.” 아직도 책에 대한 일말의 숭배의 감정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모리스의 잠언으로도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만하다. 책은 단순히 지식의 전달을 위한 종이로 된 물건이 아니다. 책은 수집가를 유혹하는 ‘금단의 과실’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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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2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단의 과실_ 유혹이 지나치게 크오. 앗 라면 먹어야지 불겠다 ^^

cyrus 2015-02-21 11:13   좋아요 0 | URL
야밤에 라면을! 건강을 생각하십시오. 누님. ^^
 
러브크래트프 전집 박스세트의 단점

 

 

 

 

 

 

 

 

 

 

 

 

 

지난주에 개암나무님의 서재 블로그에 올린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 관련 글을 보자마자, 저도 주문했습니다. 한 달 전에 황금가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 발간 소식을 접했기에 박스세트 인증 사진을 먼저 확인한 뒤에 주문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박스세트 사진이 있는 개암나무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암나무님이 올린 박스세트 사진을 보면 박스 특별판인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이 박스 케이스에 들어가지 못해 따로 보관한 상태였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조금은 실망했어요. 사람의 심리라는 게 재미있는 점이 완벽한 상태를 보면 기분이 흡족해지고 마음이 안정됩니다. 이상하게 한 권만 따로 제외된 채 박스세트를 보면 찝찝한 느낌이 듭니다. 박스세트의 아름다움은 빽빽하게 책이 꽂힌 상태에서 나옵니다. 전집으로서의 위엄이 느껴지죠. 애서가들 입장에서는 그냥 책장에 모셔둔 박스세트로만 봐도 마음이 즐겁습니다. 그런데 단점이라면 박스 케이스가 종이 재질이라서 배송 과정 중에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박스세트 모서리가 찢어질 수 있습니다. 박스세트 전집을 구매해보신 분들을 잘 아실 겁니다. 심하게 찢어진 박스 케이스는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서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책을 꽂거나 뺄 때가 힘들 때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처럼요. 저도 러브크래프트 전집 4권과 5, 6권 그리고 특별판 모두 붉은색 박스 케이스에 꽂아봤습니다. 역시나 특별판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특별판이 들어갈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특별판을 억지로 밀어 넣으면 꽂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책등이 약간 삐져나온 것이 보일 겁니다. 구겨진 상태로 책을 오랫동안 보관하면 뒤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을 빼는 데도 힘듭니다. 7권의 책이 꽉 껴 있거든요. 위 사진처럼 박스 케이스를 아래로 향해도 책이 절대로 빠지지 않습니다. 사진 속 박스 상태에서 몇 번 흔들어줘야 간신히 책이 나옵니다. Shake it!

 

 

 

 

 

 

그런데... 책이 나오는 폼이 영 시원찮습니다. 대략 네다섯 번 흔들어서야 책이 ‘쏴르르’ 쏟아지듯이 나오더군요. 한 권을 빼기 위해서 흔들다가는 나머지 책들도 박스 케이스 밖으로 다 나옵니다... 

 

 

 

 

 

 

 

 

이쯤 되면 박스 케이스를 포기할 법한데 저는 7권의 책을 박스 케이스에 편안하게 꽂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몇 분간 고민했습니다. (원래 새 책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목차나 내용을 잠깐 훑어보는 것인데, 박스 케이스 하나 때문에 책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박스 케이스를 세로로 세워 놓고 책 한 권씩 옆으로 눕혀 꽂아... 아니 끼웠습니다. 책의 중력을 이용해 특별판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하지만 이 방법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7권의 책이 완벽하게 박스 케이스 안에만 들어가길 원한다면 힘만 주면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만...

 

 

 

 

 

게다가 과하게 힘을 주면서 책을 꽂다가는 새 책의 상태가 온전치 못할 수 있습니다. 책을 받은 지 10분도 안 됐고,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벌써 책 앞쪽 부분이 약간 구겨졌습니다. 10분 동안 박스 세트를 요리조리 만져본 결과, 7권의 책 모두 박스 케이스에 꽂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자체 결론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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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러브크래트프 전집 박스세트의 단점
    from factory 2015-02-21 14:39 
    어제 박스 케이스에 꽂힌 러브크래프트 전집 외전편 6권을 읽어보려고 꺼내는 순간, 하얀 책표지에 까만 얼룩이 묻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설 연휴 전날에 책을 받았을 때 얼룩이 없었습니다. 검은 얼룩의 정체는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책표지에서 나온 검은색 염색약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책을 과도하게 힘을 줘서 박스 케이스에 꽂는 과정에 마찰이 생겨 검은색 염색약이 하얀 책표지에 묻은 것 같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표지재질이 종이라서 험하게 책장
 
 
stella.K 2015-02-1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박스 케이스를 왜 그렇게 좁게 만드는지 몰라.
몇년 전 M모 출판사에서 세계문학전집 10권 짜리를 상품으로 받았는데
10권 중 한 권 뽑아 들려면 진짜 힘들어. 차라리 케이스가 없으면 좋겠다 싶더군.

그런데 이책 재밌나? 나같은 사람은 좀 부담스럽긴 한데
관심은 가. 일곱 글자로 설명해 봐.ㅋㅋ

cyrus 2015-02-18 06:40   좋아요 0 | URL
일곱 글자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적어요.. ㅎㅎㅎ 오컬트 문학의 고전이라서 재미있어요. 그렇다고 모든 작품이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요.. ^^;;

해피북 2015-02-1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두 전집으로 구입한 몇몇 책은 넣고 빼는게 신경쓰이더라구요 혹 넣다가 구겨지거나 찢어지지 않을까하구요 ㅎ 약간에 여유가 있다면 좋을텐데 좀 아쉬우셨겠어요^~^

cyrus 2015-02-18 06:43   좋아요 0 | URL
전권 수납이 가능하다는 출판사의 광고를 믿었어요. 지금 한 권을 박스 밖에 나뒀어요. ^^;;

개암나무 2015-02-17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ㅠ 저도 나중에 아무래도 눈에 거슬려서 억지로 꽂아서 다시 책 빼다가
책표지가 찢어질 뻔했어요...
지금은 그냥 1권 튀어나온 상태로 걸쳐 꽂았어요ㅋㅋ ...;_;

cyrus 2015-02-18 06:46   좋아요 0 | URL
그냥 박스 케이스를 처분할 생각이에요. 자꾸 특별판이 안 꽂힌 게 눈에 거슬려요. ^^;;

나와같다면 2015-02-1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책을 받자마자 목차나 내용도 훑어보지도 못하고... 박스 가지고 낑낑거리는 cyrus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납니다 ㅋㅋ

cyrus 2015-02-18 06:47   좋아요 0 | URL
어제 오전 일찍 책을 받았어요. 설 연휴 전날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택배가 빨리 왔어요. 포장 뜯을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ㅎㅎㅎ

세실 2015-02-18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재밌네요. cyrus님은 열 받으셨겠지만~~
전 그냥 합리화하면서 까만 책은 제외했을텐데요^^ 단순하거든요!

cyrus 2015-02-19 08:17   좋아요 0 | URL
네, 까만 책을 뺀 상태로 그냥 놔뒀어요. ㅎㅎㅎ

수이 2015-02-1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래서 박스를 싫어하는거야~~~~ ㅋㅋㅋ

cyrus 2015-02-19 08:18   좋아요 0 | URL
앞으로 박스세트를 살 때 실물을 꼭 확인해야겠어요. ^^

transient-guest 2015-02-19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도스도전기 박스가 딱 저렇습니다. 조금 넉넉하게 만들어주었으면 하네요.

cyrus 2015-02-19 08:19   좋아요 0 | URL
박스세트의 피해가 생각보다 많군요. 박스세트의 단점을 출판사 관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전통과자 - 나는 한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꿈꾼다
김규흔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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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외국산 과자 판매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과자점 내부에는 잘 정리된 다양한 수입 과자들이 진열장을 가득 채워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생산된 과자와 젤리, 사탕은 한국 과자보다 가격이 싸고 종류가 다양하다. 수입 과자는 더 이상 해외여행 길에 친구와 가족들에게 주려고 사오는 선물이 아니라 흔한 간식거리가 되었다. 수입 과자 전문점이 늘어난 데에는 국산 과자가 ‘질소 과자’라는 안 좋은 인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산 과자는 그 값에 비해 용량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 깐깐한 소비자는 수입 과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런 탓에 수입 과자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입 과자의 인기와 더불어 안전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일부 판매점은 국내 허가가 안 된 제품들을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한글표시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유통기한을 알 수 없고 사고에 대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수입 과자 중에는 한글이 표시되지 않은 채 버젓이 팔리고 있으며, 유통기한은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아이들이 식중독이나 알레르기 등 위험요인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질소를 사면 과자가 서비스로 받는 요즘 국내산 과자와 맛은 좋으나 왠지 먹기가 찝찝한 수입 과자. 만약에 당신은 어떤 과자를 선택할 것인가. 꼭 하나만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식욕이 앞서는 당신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좋은 과자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한 과자’에 대한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놀랍게도 조상님들은 삼국시대부터 ‘안전한 과자’가 먹으면서 살았다. 그 과자가 바로 전통 한과다. 전통 한과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 요즘은 명절이나 제사 때 상에 오르는 정도로만 인식되었을 뿐이지 서양과자가 나오기 전만 해도 한과는 제사·혼례 등 집안 대소사의 상차림에 필수 품목으로 오르던 음식이자, 남녀노소 즐겨 먹었던 귀한 간식거리였다.

 

 

 

 

 

 

한과는 명절이면 비싸지는 다른 선물에 비해 가격변동도 적고 값도 적당한 데다 품격 또한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또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식품이라 먹는 이도 기분이 좋다. 주재료는 찹쌀, 쌀, 밀가루, 콩가루 등의 곡물과 꿀, 잣, 깨, 호두, 밤, 대추 등이 주를 이뤄 다른 과자에 비해 영양 면에서 우수하다. 장점이 많은 한과가 서양과자에 밀리게 된 요인 중 하나는 다른 음식에 비해 가장 손이 많이 간다는 점이다. 한과를 만드는 과정은 자식들을 위한 어머니의 정성이 아니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예컨대, 찹쌀을 삭혀서 치고 말리는 과정, 말린 찹쌀을 기름에서 불어내는 과정 그리고 엿기름이나 떡으로 버무리는 과정 등을 거친다.

 

그런데 단점을 장점으로 잘 바꾼다면 한과도 서양과자 앞에 절대로 꿀리지 않는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만큼 한과는 재료와 만드는 법에 따라 그 종류가 상당히 많다. 기본적인 한과의 종류만 해도 유밀과·정과·숙실과·다식·과편·엿강정 등이 있다. 지나치게 달고 화려한 데커레이션이 있는 서양과자에 익숙한 아이들은 무언가 2% 부족하게 느껴지는 한과의 담백한 맛에 실망한다. 그렇지만 한과의 진정한 맛은 정갈하면서도 지나치게 과하지 않은 고소함과 달콤함의 조화이다. 한과를 서늘한 곳이나 냉동 보관해서 오래 두고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김규흔 대표가 만든 한과작품 '일월오봉도' (284쪽)

 

 

한 때 국민과자급 사랑을 받았던 한과는 이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날로 커지면서, 전통 한과의 발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전통 한과 명인이자 신궁전통한과 김규흔 대표는 전통 한과를 대중화시키는데 누구보다 더 앞장서고 있다. 전통 한과가 외국에서 온 초콜릿의 파상공세를 받자 그는 발상을 전환, 초콜릿을 입힌 ‘초코유과’를 개발했다. 과거의 한과 업체는 영세한 수공업적 생산방식을 택했거나 효율적인 경영·마케팅 능력이 부족해서 한과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었다. 김 대표는 고객들의 변화하는 욕구를 읽었다. 아무리 전통 한과가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홍보해도 젊은 고객층은 찾지 않는다. 김 대표는 그들이 먼저 한과를 찾도록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최근 세계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현재 목표는 한과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리는 것이다.

 

우리가 전통 한과를 많이 찾는다면 여러 가지 이점이 생긴다. 일단 한과가 건강식품으로서 뛰어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했다. 부드러운 다식부터 아작아작 씹히는 강정에 이르기까지 한과가 주는 다양한 씹는 질감은 성장기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의 건강한 턱 근육 형성에 도움을 준다. 많이 씹을수록 턱 근육의 자극으로 인해 대뇌피질에 전달돼 두뇌를 활성화한다. 유과는 찹쌀을 천연 발효시켜 만들어 김치나 된장같이 소화를 돕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위나 장의 기능을 돕는다.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당하다.

 

몸에 좋고 우수한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한다면 한과 제조업이 활발해진다. 100% 농산물에 의존하는 한과의 특성상, 관련 농산물 계약재배 농가의 소득 안정성이 확보되는 효과가 있다. 한과 생산에 더없이 좋은 기반이 많아져야 제2, 제3의 김규흔이 나올 수 있고, 수많은 한과 제조법이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전해진다. 전통 한과 만들기가 무척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만으로 한과 제조를 무시하거나 세계 시장 진출의 꿈을 허무맹랑한 사업으로 보면 안 된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양과자 마카롱은 만드는 재료와 방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면서도 숙련된 수작업이 필요할 정도로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마카롱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김 대표가 마카롱의 성공 사례를 교훈 삼아서 열심히 준비한다면 한과도 전통 먹을거리의 맥을 잇는 동시에 외국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한과는 옛 추억의 음식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의 자리매김을 꿈꾸고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몰래 감춰 두었다가 어디선가 하나씩 꺼내주던 한과의 달보드레한 맛. 생각만 해도 담백하고 고소한 한과의 맛이 혀 전체를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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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2-1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저정도면 과자가 아니라 예술인데요..한과가 자극적이지 않아 입맛망가진 우리들이 덜 찾는가 봅니다./ 뻥튀기는 한과가 아니겠죠? ㅋ

cyrus 2015-02-16 16:18   좋아요 0 | URL
한과의 색깔이 고와서 좋아요.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아 단아한 느낌이 들어요. 맛도 괜찮고요. 뻥튀기는 건강에 좋은 쌀과자죠. 저도 예전에 뻥튀기도 전통 과자가 아닐까 생각한 적 있는데 아쉽지만 한과 종류에 포함하지 않더라고요. ^^

yamoo 2015-02-1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소는 과자가 아닙니다...ㅋㅋㅋㅋㅋ

한과가 저절로 생각납니다...먹고 싶네요..ㅎ 근데, 비싸서 선물 받기만을 고대한다는~ 쿨럭^^;;

cyrus 2015-02-16 16: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시중에 파는 것도 아니고, 흔하지 않으면서 건강에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한과는 가격이 비싸죠. 그래서 약과, 엿강정만 찾게 됩니다. ^^
 
시간 추적자들
하랄트 바인리히 지음, 김태희 옮김 / 황소자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화창한 오후의 어느 날, 시냇물이 흐르는 언덕 위에 앨리스가 언니와 앉아 있다. 그림이라고는 한 장도 없는 지루한 책을 읽고 있던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앨리스는 내심 언니와 같이 놀고 싶다. 그렇지만 책 속에 빠진 언니는 앨리스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앨리스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너른 들판을 쳐다본다. 그때 난데없이 토끼 한 마리가 마치 사람처럼 조끼와 바지를 입은 채 두 발로 지나간다. 앨리스는 토끼를 보고 깜짝 놀란다. 토끼는 조끼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더니 놀라서 혼잣말을 한다. “큰일 났다, 큰일 났어! 이렇게 늦었으니…….” 토끼는 부리나케 어디론가 뛰어간다. 호기심에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간다.

 

토끼의 모습은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는 시간 속에 사는 인간의 삶을 상징한다. 시간은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을 하고 있다. 우리 생각에 침투해 우리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꾼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대작 「최후의 만찬」이 완성된 것은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흔히 우리는 돈이나 보이는 것을 관리하는 것에는 익숙하다. 하지만 시간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상적이라고 생각하고 무감각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만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무자비할 정도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집어삼킨다. 그러면 시간이 점점 줄어들수록 우리는 촉박해지는 상황에 직면한다.   

 

Knappe Zeit. ‘제한 시간’이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씩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남는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빠듯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하랄트 바인리히는 세계 지성사에 등장했던 사상가와 작가 들이 ‘빠듯한 시간’을 어떻게 인식했고, 사용했는지 소개한다. 그가 쓴 책 《Knappe Zeit》는 우리나라에선 ‘시간 추적자들’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으로 나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가, 예술가들은 얼마 남지 않은 ‘빠듯한 시간’을 크로노스에게 절대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쫓아가는 추적자가 된다. 그러면 앨리스가 바쁘게 지나가는 토끼를 쫓아가는 것처럼 독자는 똑똑한 시간 추적자들을 따라가면 된다.

 

‘빠듯한 시간’을 맨 처음 사수하기 시작한 사람은 히포크라테스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직계후손답게 히포크라테스는 시간을 집어삼키는 크로노스의 횡포를 간파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로 잘못 알려진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진 명언인 ‘너 자신을 알라’와 함께 가장 오래된 격언으로 일컫는 불멸의 문장을 남겼다. 흔히 ‘인생은 짧고, 기예는 길다’에서 ‘기예’를 예술 개념과 동등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예술의 위대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격언이 ‘의술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의아하다. 여기서 말하는 기예는 예술이 아닌 의술에 가깝다. 좀 더 포괄적으로 본다면 살아가면서 전수되어 배워야하는 앎의 내용도 될 수 있다. 이 말 뒤에 “기회는 덧없고, 경험은 미혹하며, 판단은 지난하다”란 말이 이어진 것만 해도 그렇다. 히포크라테스는 예술의 위대함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빠듯한 시간’을 올바르게 행동할 것을 스스로 각성하는 동시에 ‘빠듯한 시간’을 무심코 간과하는 우리에게 충고한다.

 

 

 

 

 

프란체스코 살비아티  「운명의 세 여신」 1505년

 

 

 

그림 오른쪽에 실패를 들고 있는 여신이 운명의 실을 뽑는 장녀 클로토, 실을 들고 있는 가운데 여신은 운명의 실을 감거나 헝클이는 차녀 라케시스, 왼쪽에 가위를 들고 운명의 실을 자르는 막내 아트로포스다.

 

 

 

히포크라테스의 충고는 수천 년 동안 전해지게 되었고, 후대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고 사용됐다. 독일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는 희극 《발렌슈타인》에서 시간을 ‘수천 개의 모래알’처럼 흘러내린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자신의 손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의 모래알들이 얼마 남아있는지 잘 알았고, 흘러내리는 시간의 모래알보다 좀 더 빠르게 예술의 불꽃을 피우고 싶었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춘 예술가라도 하나의 실로 된 자신의 운명을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는 여신 아트로포스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슈베르트, 모차르트, 라파엘로 같은 조숙한 천재들은 예술의 불꽃을 크게 피우지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으니까.

 

실러는 시간을 손에 오랫동안 쥘 수 없는 조그만 모래알갱이처럼 여겼지만,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시간은 살아가는 내내 손에 꼭 쥐고 있어야 ‘돈’이다. 원래 시간의 중요성을 돈의 가치와 동등하게 결부시킨 사람은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였지만, 시간을 돈처럼 관리하는 방법은 프랭클린이 처음으로 제안했다. 프랭클린은 일분일초를 소중하게 생각해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는 근면 성실함과 언제나 유익한 일에 힘을 쏟은 결과 초등학교에서 1년간 글을 배운 것이 전부인 그가 피뢰침을 발명하고, 미국 독립 성취에 결정적인 이바지를 한다. 이것 말고도 프랭클린이 이룬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프랭클린은 ‘빠듯한 시간’을 가장 잘 쓰고, 자신의 계획대로 잘 쫓아간 위대한 시간 추적자였다.

 

반면 ‘빠듯한 시간’이 주는 정신적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자꾸 흘러가만 가는 시간을 잡으려고 무진장 애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간의 움직임에 쉽게 종속당한다. ‘빠듯한 시간’을 자각하는 수준을 넘어 ‘시간의 노예’가 된다. 앨리스 이야기에 나오는 토끼처럼 시계를 쳐다보면서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계속 시간을 집어삼키는 크로노스에, 생명의 실 한 가닥에 언제 들이댈지 모르는 아트로포스의 가위질이 두렵다. 독일의 철학자 블루멘베르크의 명제처럼 세계는 시간을 앗아간다. 히틀러는 ‘빠듯한 시간’ 안에 게르만 대제국을 만들고 싶었고, 다스리고 싶었다. 오스트리아인의 야욕은 극단적 강박관념을 사로잡혔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유럽 전체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었다.

 

만약에 당신이 《시간 추적자들》을 읽으면서 ‘빠듯한 시간’을 쫓아가는 위대한 인물들을 호기심 가득한 앨리스처럼 따라간다면 시간의 신의 손아귀와 운명의 여신이 들이대는 가위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를 잊지 마시라. 제한 시간이다. 우리는 제한 시간이 정해진 인생의 시한폭탄 하나쯤 가지고 있다. 째깍째깍하면서 시간이 점점 줄어들면 인생의 시한폭탄은 터진다. 재수 없으면 너무 이른 시간에 폭탄이 터지기도 한다. 이 폭탄이 터지면 당신은 가위를 든 아트로포스를 만나고 지옥 또는 천당으로 향한다. 모차르트처럼 일찍 생명의 실이 끊어지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크바르트는 ‘빠듯한 시간’ 안에서 전력 질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직시하고, ‘느림’의 삶을 권고한다. 천천히 할수록,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나오는 새로운 것들은 한순간에 과거의 상징으로 변하며, 새로운 것에 도취할수록 시간의 운동이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 잠깐 숨을 고르면 ‘빠듯한 시간’에 대한 초조한 마음이 줄어들고, 협소한 시간의 범위 안에 달성하고 싶은 삶의 목적을 세울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빠듯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결정된다. 잘 사용하면 프랭클린처럼 부지런한 시간 추적자가 되고, 반대로 시간에 쫓겨 자멸에 이르는 히틀러가 된다. 시간을 소홀히 여기지 마라. 시간의 중요성을 발견한 세네카의 잠언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그대가 이용할 줄만 안다면 인생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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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2-14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게 사는데 시간관리 하는것 같지는 않네요 ^^;; 예전에 프랭클린다이어리를 사용했는데 맨날 똑같은 일정이 반복되다 보니 쓰다가 때려쳤어요 ㅋㅋ

cyrus 2015-02-15 12:11   좋아요 0 | URL
저도 시간관리를 하지 않은 성격이에요. ^^;;

라파엘 2015-02-1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책이네요 ~ 나중에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cyrus 2015-02-15 12:16   좋아요 1 | URL
시간을 주제로 다룬 문학, 철학을 소개한 책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작가들이 나옵니다. ^^

수이 2015-02-1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길게 살고 싶어. 즐겁게 유쾌하게. 아 근데 내 속은 너무 좁은가봐_

cyrus 2015-02-15 12:17   좋아요 0 | URL
즐겁게 잘 사시는 것 같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