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트프 전집 박스세트의 단점
지난주에 개암나무님의 서재 블로그에 올린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 관련 글을 보자마자, 저도 주문했습니다. 한 달 전에 황금가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 발간 소식을 접했기에 박스세트 인증 사진을 먼저 확인한 뒤에 주문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박스세트 사진이 있는 개암나무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암나무님이 올린 박스세트 사진을 보면 박스 특별판인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이 박스 케이스에 들어가지 못해 따로 보관한 상태였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조금은 실망했어요. 사람의 심리라는 게 재미있는 점이 완벽한 상태를 보면 기분이 흡족해지고 마음이 안정됩니다. 이상하게 한 권만 따로 제외된 채 박스세트를 보면 찝찝한 느낌이 듭니다. 박스세트의 아름다움은 빽빽하게 책이 꽂힌 상태에서 나옵니다. 전집으로서의 위엄이 느껴지죠. 애서가들 입장에서는 그냥 책장에 모셔둔 박스세트로만 봐도 마음이 즐겁습니다. 그런데 단점이라면 박스 케이스가 종이 재질이라서 배송 과정 중에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박스세트 모서리가 찢어질 수 있습니다. 박스세트 전집을 구매해보신 분들을 잘 아실 겁니다. 심하게 찢어진 박스 케이스는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서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책을 꽂거나 뺄 때가 힘들 때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박스세트처럼요. 저도 러브크래프트 전집 4권과 5, 6권 그리고 특별판 모두 붉은색 박스 케이스에 꽂아봤습니다. 역시나 특별판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특별판이 들어갈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특별판을 억지로 밀어 넣으면 꽂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책등이 약간 삐져나온 것이 보일 겁니다. 구겨진 상태로 책을 오랫동안 보관하면 뒤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을 빼는 데도 힘듭니다. 7권의 책이 꽉 껴 있거든요. 위 사진처럼 박스 케이스를 아래로 향해도 책이 절대로 빠지지 않습니다. 사진 속 박스 상태에서 몇 번 흔들어줘야 간신히 책이 나옵니다. Shake it!
그런데... 책이 나오는 폼이 영 시원찮습니다. 대략 네다섯 번 흔들어서야 책이 ‘쏴르르’ 쏟아지듯이 나오더군요. 한 권을 빼기 위해서 흔들다가는 나머지 책들도 박스 케이스 밖으로 다 나옵니다...
이쯤 되면 박스 케이스를 포기할 법한데 저는 7권의 책을 박스 케이스에 편안하게 꽂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몇 분간 고민했습니다. (원래 새 책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목차나 내용을 잠깐 훑어보는 것인데, 박스 케이스 하나 때문에 책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박스 케이스를 세로로 세워 놓고 책 한 권씩 옆으로 눕혀 꽂아... 아니 끼웠습니다. 책의 중력을 이용해 특별판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하지만 이 방법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7권의 책이 완벽하게 박스 케이스 안에만 들어가길 원한다면 힘만 주면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만...
게다가 과하게 힘을 주면서 책을 꽂다가는 새 책의 상태가 온전치 못할 수 있습니다. 책을 받은 지 10분도 안 됐고,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벌써 책 앞쪽 부분이 약간 구겨졌습니다. 10분 동안 박스 세트를 요리조리 만져본 결과, 7권의 책 모두 박스 케이스에 꽂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자체 결론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