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가나북스 무크지 창간호를 보다가 ‘플레이버와이어(Flavorwire)’라는 외국 웹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플레이버와이어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대중문화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책, 영화, 대중가요 등 다양한 문화를 주제로 다룬 기사들을 볼 수 있는데, 기사 내용이 리스트 형식이다. 예를 들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50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내용의 영화 30편’ 같은 방식으로 되어 있다. 플레이버와이어에 재미있는 내용의 기사가 많은데,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이 <Flavorwire 50 of the Scariest Short Stories of All Time>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플레이버와이어가 선정한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이다. 이 글은 2014년에 작성되었다. 사실 이 기사 내용을 알리고 싶어서 지난주에 단편 공포소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윌리엄 W.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이다. 이 작품은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에 포함되었다.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 중에 번역된 작품을 엄선하여 매주 한 편씩 소개하고 싶다. 이번 주에 소개할 두 번째 작품 역시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에 선정된 것이다.

 

 


No. 2 사키 – 열린 격자문 (The Open Window)

 

 

 

 

 

 

 

 

 

 

 

작품 전문 출처는 《스레드니 바쉬타》(43~48쪽, 페가나북스)

 

 


분량이 아주 짧은 작품이다. 이 작품 원문이 대한교과서 <고등 영어 I>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다. 페가나북스 대표가 사키 단편집 제작을 준비하다가 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작품은 흔히 ‘열린 유리창’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사키의 단편소설을 번역한 페가나북스 대표(다시 한 번 말하지만, 페가나북스는 1인 전자책 출판사다. 출판사 대표가 작품을 혼자 번역한다)는 ‘열린 격자문’으로 번역했다. 원문에는 ‘French window’로 적혀 있다. 실제로 프랑스식 창문은 여닫이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사소한 단어까지 세밀하게 번역한 페가나북스 대표의 노력이 돋보인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조카가 프램턴에게 격자문을 내다보는 이모와 관련된 으스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녁만 되면 이모는 3년 전에 행방불명된 남편과 두 아들이 돌아올 거라 믿는다. 조카는 열린 창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죽은 이들을 기다리는 이모의 모습을 볼 때마다 섬뜩한 기분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신경이 예민한 프램턴은 소녀가 들려주는 무서운 사연을 쉽게 믿어버린다. 이모는 프램턴에게 조금 있으면 가족들이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말한다. 프램턴은 조카가 얘기한 대로 곧 펼쳐질 무시무시한 상황에 불안해한다. 때마침 열린 창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행방불명되었다던 세 사람이 이모의 집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죽은 이들의 영혼이라고 생각한 프램턴은 무서움에 벌벌 떨면서 황급히 집 밖으로 나가 도망친다. 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도망가는 프램턴이 누구냐고 묻는다. 이모는 유령을 만난 것처럼 겁에 질려 도망가는 프램턴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러자 조카는 프램턴이 과거에 잊지 못할 충격적인 경험을 겪고 난 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작품 전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열린 격자문>의 결말은 허무하다. 조카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는 전부 ‘뻥’이다. 이 작품이 왜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로 선정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린 격자문>은 공포소설, 괴담, 무시무시한 음모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공포소설은 일상적으로 만나는 대상과 공간을 이용,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공포의식과 공격적 본능을 끌어낸다. <열린 격자문>의 조카는 일상생활 중 한 번쯤 공포를 느꼈음 직한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여 프램턴의 불안의식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이 무시무시한 악몽으로 둔갑시킨 데에 이 소설이 갖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괴담과 음모론이 발생하는 이유도 그렇다. 불안한 사회일수록 허구의 이야기들은 인간의 음습한 심리를 파고들기 쉽고, 괴담과 음모론이 마음 놓고 춤을 출 수 있다. 괴담들이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쉽게 파고든다. 근거 없이 눈덩이처럼 부풀려진 괴담의 위력에 지배당한 대중은 진위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잃는다. 프램턴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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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5-2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ㄱ 동네에 늪지대는 악어가 사나...그런 늪지대가 있는 음습한 곳은 땅값도 낮겠네요...ㅎㅎㅎ별상상 다 합니다.ㅎㅎㅎ

cyrus 2016-05-29 18:19   좋아요 0 | URL
상상력의 힘이 무섭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한 사람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기까지 합니다. 90년에 ‘빨간 마스크’ 괴담이 유행했을 때 골목길에 혼자 못 가는 아이가 많았어요. ^^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 문학.신화.역사를 관통하는 조너선 실버타운의 실버과학에세이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노승영 옮김 / 서해문집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80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편안히 죽을 노후를 맞이해야 한다는 바람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100세를 누리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학자들은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풍족한 사회가 되면서 2020년 내 100세 진입을 예견하고 있다. 그런데 오래 사는 게 늘 축복만도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신 아폴론은 쿠마의 무녀 시빌레(Sibyl)를 좋아했다. 그러나 시빌레는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했다. 그녀의 환심을 사고자 아폴론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고 했다. 시빌레는 손에 모래 한 움큼을 쥐면서 모래알 수만큼 수명을 내려달라고 한다. 아폴론은 그가 말한 대로 천 년을 살게 했다. 그런데 시빌레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 깜빡 잊고 영원한 젊음을 같이 달라는 소원을 비는 것을 잊었다. 천 년의 수명은 구애를 뿌리친 그녀에게 아폴론이 한 앙갚음이었다. 세월이 흘러 늙고 쭈글쭈글해진 시빌레는 저주받은 삶에 한숨만 쉬었다고 한다. T.S 엘리엇은 시 《황무지》에 영원히 죽지 못하는 시빌레의 모습을 묘사했다. 아이들이 시빌레에게 “뭘 원하니?”라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죽고 싶어.”

 

늙는 것을 반길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구와 하루라도 더 젊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인간이 늙어간다는 것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노화란 변화가 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나이를 먹게 되면 신체적으로는 피로, 식욕저하, 피부의 위축, 근력감소 등의 변화가 먼저 온다. 인간의 노화현상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많다. 수명의 한계를 알고 있는 인간이 노화를 체험할 때는 언제나 고통이 따른다. 인간의 성장은 대략 20세에 완성되며 이후부터 모든 세포조직은 서서히 쇠퇴해 결국 소멸한다.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기껏해야 50번밖에 분열하지 못한다.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의 끝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가 일정길이 만큼 짧아져 얼마만큼 분열하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는다. 나이를 먹으면 이처럼 분열과정을 끝낸 세포들은 하나씩 사라진다. 그러나 인간의 세포 중에 끊임없이 분열하여 죽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도 있다. 암세포는 제한 없이 영원히 복제를 거듭한다. 암세포의 분열은 인간의 수명을 단축하는 위험한 요인이다.

 

과학은 ‘왜’보다는 ‘어떻게’의 물음에 더 뛰어난 재주를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왜 늙으며 죽을 수밖에 없는지 묻기보다는 그 늙음과 죽음이 어떤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나타나며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관심을 쏟는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조너선 실버타운 교수는 ‘왜 오래 사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이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는다. 그가 쓴 책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의 매력은 문학, 신화, 역사를 아우르는 저자의 해박한 상식과 과학 지식을 결합해내는 능력에 있다.

 

진화는 생명체가 생존하고 번식하기에 유리한 유전형질을 선택한다. 이처럼 생존이나 번식에 유리한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을 자연선택이라 부른다. 진화론 관점에서 보면 노화의 정복은 간단치 않다. 노화와 노인병은 인류라는 종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진화의 추동력인 자연선택은 결과적으로 번식에 성공한 개체의 유전자를 퍼뜨릴 뿐 우리의 수명과는 어떤 관계도 없다. 생존과 생식에 성공한 개체의 유전자는 퍼지고 그렇지 못한 유전자는 사라진다. 인간이 장수란 목표를 이뤄도 무병(無病)의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인간의 최고 수명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수명이 많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질병 없이 사는 기간을 표시하는 건강수명은 그리 증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학자는 100세 시대에 건강하게 살려면 체형과 얼굴 등이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람이 100세가 되면 노화와 노안 등으로 고통스럽게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려면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수억 원 이상을 들여 탄생한 노인은 어떤 모습일까? 노화를 개조(?)한 100세 노인은 아름다운 모습일까? 노화를 피한다고 한들 죽음의 신의 감시를 피하기 어렵다. 시빌레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은 중요한 교훈이 하나 있다. 인류의 생체시계 속에 창조의 시간과 파괴의 시간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명은 삶과 죽음으로 구성된다. 이 원리에는 수십억 년 동안이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온 우리 조상 생명의 삶과 죽음이 응축돼 있다. 노화와 죽음 자체를 거부하는 것 역시 생명의 원리마저 거부하는 태도다.

 

늙어 죽지 않고 영생하는 것은 과학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과학은 노화와 장수 쪽으로는 아직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세균은 사라지지 않고 영생할 수 있다. 세균은 자손을 낳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분열하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세포생물은 죽어 없어지는 방법을 선택했다. 노화는 적어도 다세포 생물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아무리 영원한 이별이 슬픈 일이라 해도 생명을 다하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이쯤 되면 생명의 노화와 죽음이야말로 진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별한 우주의 기운을 받는다면 오래 살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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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6-05-2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별한 우주의 기운을 받아 딱 135세까지 뇌도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살다 가면 좋겠어 ㅎㅎ

cyrus 2016-05-28 15:23   좋아요 1 | URL
누님, 135세까지 살 수만 있다면 무얼 하실 거예요? ㅎㅎㅎ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

수이 2016-05-28 16:18   좋아요 0 | URL
생각해봐야겠어요_ 김치찌개 먹으면서 곰곰.

stella.K 2016-05-2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다른 아쉬운 점은 별로 없는데,
더 이상 좋은 책과 드라마를 못 볼 걸 생각하니까 그게 좀 아쉽더라구.
웃기지?ㅋㅋ

cyrus 2016-05-29 13:26   좋아요 0 | URL
한창 몸이 건강한 시기에 재미있는 걸 마음껏 즐겨야 해요. 못 하고 늙으면 후회하지 싶어요. ^^

yureka01 2016-05-28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가난한 노년이라면 일종의 존재의 형벌이 되었어요....ㄷㄷㄷㄷ

cyrus 2016-05-29 13:28   좋아요 1 | URL
걱정입니다. 노부모를 공경해야 하는 자식, 부모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식들이 엄청 많다고 합니다. ㅠㅠ

나비종 2016-05-29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과 죽음에 관한 글을 읽을 때마다, 책을 덮고 나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죠.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니 과학적인 관점인가요?^^;
언젠가 주워들은 얘기인데, 사람은 하루를 주기로 삶과 죽음을 반복한다고 하더군요. 눈을 뜨는 아침에 살아나서 잠을 자는 밤에 죽는 거라구요. 많이 공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제 삶의 결론은요, 하.루.만 열심히 살자! 입니다.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자주 생각을 하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뭘까?` 하구요. 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우주의 기운을 모아 열심히 댓글을 다는 겁니다ㅎㅎ

cyrus 2016-05-29 13:37   좋아요 0 | URL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과학적인 질문일 수도 있고, 철학적인 질문도 됩니다.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질문의 관점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술과 육류 섭취를 줄이면서 살겠다고 하면 과학적인 질문에 가깝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여생을 보내겠다고 대답하면, 질문은 철학적 관점에 가까운 거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잠의 신과 죽음의 신이 쌍둥이 형제로 나옵니다. 댓글을 너무 진지하게 안 쓰셔도 됩니다. ^^;;

나비종 2016-05-29 13:50   좋아요 0 | URL
댓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본문과 댓구를 이루며 비슷한 무게감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라~^^;

나비종 2016-05-29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늙음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마더 테레사님과 같은 주름으로 늙어가는 것이구요. 그러려면 드넓고도 강력한 사랑의 내공이 필요하겠죠? 주름의 흐름도 날로 생기는 것이 아니니. . 쩝~^^;

cyrus 2016-05-29 13:41   좋아요 0 | URL
주름도 멋있게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드리 햅번, 올리비아 핫세처럼요. 얼굴에 주름이 있어도 고와 보입니다. ^^

나비종 2016-05-29 13:4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늙고 싶군요. 음, 그들은 주름이 있으나 없으나 원래 고왔던 이들이기도 하지만요, 나이들수록 내면의 아름다움이 삐져나오는 거라며 타고난 미모는 무시하고자 합니다ㅋㅋ

cyrus 2016-05-29 13:50   좋아요 0 | URL
젊은 시절 때 외모가 특별하지 않았지만, 늙으면서 저절로 아름다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5-2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년과 죽음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인간다운 것이라는 글을 무려 Vampire Hunter D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수 천년을 계속 살게 된 Vampire들의 문명이 결국은 쇠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끝없이 이어지는 삶에서 오는 만성적인 피로와 무의미함이었다는 이야기인데, 수 백년도 아닌 수 천년을 살게되면 하루나 일년이나 십년이나 같다는 거죠. 저는 Highlander처럼 오래 살면 그저 좀 더 많은 걸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끔 영생(?)이 부럽더라구요. 앞으로의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런지 늘 궁금합니다.ㅎ

cyrus 2016-05-29 13:49   좋아요 0 | URL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 시리즈 주인공은 인어 고기를 먹는 바람에 죽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이 다 죽고, 자신 혼자만 영생하는 운명이 저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인어> 시리즈 주인공은 수 천 년 살아가는 운명에 고독함을 느꼈습니다. 지구상 모든 사람들이 영생하면 인구 증가 폭발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겁니다. ㅎㅎㅎ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 생각을 잊은 인생에게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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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사자성어들이 등장한다. 학자와 정치인, 관료, 법조인, 기업인까지 경쟁적으로 어려운 사자성어들을 쏟아낸다. 교수들이 모여 올해의 사자성어를 정하기도 한다. 모두 그 어렵다는 주역과 논어, 맹자를 비롯해 도덕경, 손자병법까지 경쟁적으로 원문을 뒤져 새해를 예견하고 지나간 세월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본다면 한국인들은 모두 동양고전에 박식한 인문학 민족으로 비칠 정도다. 일부 고사성어의 경우 말하는 사람이 정확한 뜻을 알면서 한 것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구석도 있으니 문제다. 무엇보다 높으신 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힘든 일반인들로선 사회의 리더들이 꼭 이런 식으로 유식을 뽐내야 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어려운 성어의 겉멋보다 그 속에 담긴 뜻을 살리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서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성경과 셰익스피어라고 한다. 우리는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많이 인용한다. 인용문의 힘은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인용문은 지극히 감성적인 효과를 지닌다. 상당히 논리적인 말을 인용하더라도, 인용문이 가지는 후광효과에서 이미 우리의 감성이 자극된다. 특히 사자성어 인용문은 상대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은 물론 짧은 메시지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데 유용한 무기가 된다. 그 역량의 중심에는 독서와 인용 노트 작성, 상황을 고려해서 미리 인용문을 준비하는 계획이 있다. 평소 책을 읽다가 좋은 말이 있으면 그것을 기록한다.

 

인간의 뇌는 정보에 따라 반응한다. 지식은 대개 독서를 통해 입력된다. 오근독서(五勤讀書)라는 것이 있다. 중국 역사학자 리핑신이 오근독서를 즐겼다.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초록해 베껴 쓰며, 부지런히 외우고, 부지런히 분류해서, 부지런히 편집해 정리한다. 리핑신은 좋은 문장을 따로 기록한 것들을 취보합(聚寶盒)이라는 이름의 그릇에 보관했다. 그는 그릇에 담은 메모들을 소중한 보물로 여겼다. 연구하다가 필요한 자료를 찾을 때 취보합을 이용했다. 우리도 보물을 모을 수 있다. 이른바 인용 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에게 처할 주요 상황별로 카테고리를 만들어두고, 그에 어울리는 인용문들을 평소에 하나씩 기록해서 모으면 나중에는 엄청나게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인용 노트를 작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렇지만 베껴 쓰면서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아질 수 있다. 처음에는 필기로 인용문을 정리했지만, 지금은 한글 워드로 입력한다. 주로 다섯 줄 이상의 인용문을 모아 둔다. 컴퓨터 자판 입력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인데도 1시간 걸린다. 인용문 중에 불필요한 문장을 추려내면서 재편집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런데 가끔 이 일이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딴생각이 많아지면 책 읽는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럴 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인용문을 정리하면 되는데, 이 일마저도 집중하지 못한다.

 

독서를 게을리하는 일은 변덕스러운 장마와 가뭄을 만나 농사짓는 시기를 잃는 것과 같다. 책을 읽는 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읽은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활용해야 한다. 옛사람은 농사일하다가 공부에 관한 생각이 퍼뜩 떠오르면 나뭇잎을 따서 그 생각들을 얼른 적었다. 그리고 그 나뭇잎을 항아리에 보관했다. 이덕무와 박지원도 이런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 한 권을 읽는 도중에 메모나 밑줄 긋기를 하지 말라고 권한다. 책 읽다가 메모하면 책의 내용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인용문의 존재감을 잊어버린다. 인용문을 찾기 위해서 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 다 읽은 지 얼마 안 된 책을 다시 펼치는 건 시간 낭비다. 그래서 책 속에 중요한 문장을 발견하면 메모하는 대신에 쪽수만 기록한다. 나중에 인용문을 찾고 싶으면 쪽수를 보고 책을 펼치면 된다.

 

중국의 서석린(1873~1907)은 삼심양합(三心兩合)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삼심이란 책을 읽을 때 지녀야 할 세 가지 마음가짐으로 전심(專心), 세심(細心), 항심(恒心)을 말한다. 전심은 잡념을 버리고 오직 책에만 몰입하여 읽는 것이다. 세심은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정독하는 것이다. 항심은 꾸준하게 책을 읽는 마음이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는 것처럼 책도 그렇게 꾸준히 읽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삼심에 다른 두 가지를 결합시켜야 하는 것이 양합(兩合)이다.

 

선현들이 독서에 대해 남긴 글을 보면 한결같이 강조한 내용이 있다. 정독의 한 방편으로 권장되는 다독의 효과, 의심과 질문을 통해 확장되는 생산적 독서 훈련 등이 그것이다. 독서를 제대로 하려면 다독, 낭독 훈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여기서 말하는 다독은 많은 책을 폭넓게 읽는 것이 아니라,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는 다독이다. 책 많이 읽고 깊은 감화를 얻으면 저절로 똑똑해지게 될까? 아니다. 습관적 독서는 좋지만 기계적 독서는 좋지 않다. 무조건 책을 먹어치우게강요하는 것은 책을 싫어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독서의 즐거움이 먼저다. 독서처럼 돈 들지 않는 오락도 없고, 독서처럼 오래가는 기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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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27 16:48   좋아요 2 | URL
북플이 다른 회원의 독서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서 의식적으로 독서량을 비교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 그 점이 신경 쓰였습니다. 그런데 조바심 내면 책에 집중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서평 업로드할 때만 북플에 접속합니다. 자주 들어오면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많아지고, 다른 회원의 활동에 눈이 가게 됩니다.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한 독서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

페크pek0501 2016-05-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내는 저자의 신간이네요.
저도 인용 노트를 몇 권 가지고 있어요. 볼펜으로 쓰다가 팔이 아파서
이젠 컴퓨터로 작성해야 되나, 그러고 있어요.
그런데 베껴쓰기는 종이 노트에 볼펜으로 해야 맛이 나는 것 같아요.

필사가 유행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주로 산문을 베껴 쓰곤 했는데 시를 베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cyrus 2016-05-27 16:51   좋아요 0 | URL
컴퓨터 자판기를 많이 두드리면 손목이 피곤해집니다. 인용문 기록하는 일을 누가 대신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생길 겁니다. ^^

돌궐 2016-05-2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용초록을 책마다 파일로 만들어서 작성해요. 저자명-책명으로 파일을 만들죠. 물론 소설책 같은 건 쓰지 않을 때가 많지요. 명문장이 나오면 그제서야 옮기긴 하지만요.ㅎㅎ 노트북이 없을 땐 직접 노트에 필사도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문장이 새롭게 다가올 때도 있고 다시 읽게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초록 작성에 힘쓰다 보면 책을 더 깊이 분석하고 분류하게 되고, 그러면 책을 여러 번 읽는 효과가 있어요.

cyrus 2016-05-28 11:48   좋아요 0 | URL
정말 꼼꼼하게 인용문을 기록하는 분들이 많군요. 대단하면서도 부럽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란색연필로 밑줄을 그은 후 시간 날 때마다 밑줄 친 문장을 반복해서 읽습니다.

cyrus 2016-05-28 11:48   좋아요 0 | URL
아주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

transient-guest 2016-05-2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밑줄을 긋는데요, 지나가면 다 잊어버려서 책을 읽으면서 해야합니다. 다만 이렇게 하고, 다시 그 책을 한 두번 정도 더 읽으면 좋을텐데,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있네요.ㅎ 정민교수는 내공이 상당한 분 같습니다만, 왜 그분이나 장정일작가 같은 분들이 박유하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를 옹호하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아마도 연구하는 학자로서 성역없이 어려운 주제와 내용도 파고들어야한다는 점을 이유로 드는 것 같은데, 박유하의 책은 단순히 감정적인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요. 암튼 일전에 읽은 정민교수의 책은 묵직한 울림이 있더라구요.

cyrus 2016-05-29 13:54   좋아요 0 | URL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이 잘 없어요. 저도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

yureka01 2016-05-29 14: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밑줄도 물론..낙서도 많이 하며 읽는 편이라서.책한권 다 읽고 나면 진짜 책이 중급으로 품질하락....ㄷㄷㄷㄷㄷ

cyrus 2016-05-29 18:29   좋아요 0 | URL
저는 낙서가 조금 있는 책을 절대로 팔지 않습니다. 낙서 몇 개 남아있는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

yureka01 2016-05-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못팔죠..^^
 

 

 

 

 

 

 

 

 

 

 

 

 

 

 

 

 

 

 

송나라 진록이 엮은 선유문(선한 일을 권유하는 문장, 善誘文)’은 총 24칙의 경구로 이루어졌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이 딱 하나 있다. “입에 맞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병이 된다(爽口味多須作疾).” 이 말은 사자성어로 줄이면 상구작질(爽口作疾)’이 된다.

 

5월 초에 통풍 진단을 받은 이후로 식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일단 술을 마실 수 없게 됐다. 평소에 맥주, 막걸리를 많이 마셨다. 그런데 맥주에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purine) 물질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퓨린 함량 수치가 어느 정도냐면 맥주 100g 2995.7이나 나왔다. 소주, 막걸리, 와인 등의 술과 비교해서 퓨린 농도를 측정해보면 맥주가 가장 많고, 소주와 와인은 퓨린이 검출되지 않거나 아주 적은 편이었다. 소주에 퓨린 성분이 적다고 해서 너무 많이 마시면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당연히 지나친 음주는 건강의 적신호를 생기게 만드는 원인이다. 날씨가 더워지는 무렵에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는 일이 낙이었는데, 이제 그런 호사를 마음껏 누리기 힘들어졌다. 매주 한 번씩 맥주를 마시는 것도 안심할 수 없다. 몸속에 있는 퓨린은 요산으로 변하는데, 문제는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긴 젖산이 요산 물질을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아버린다. 이 상황을 모르고, 매일 또는 매주 습관적으로 맥주를 마셨다고 하자. 그러면 요산 결절이 관절 부위에 생성되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게 한다.

 

육류도 많이 먹지 못한다. 고기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고기에도 퓨린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간, 곱창은 고퓨린 식품이다. 치킨과 맥주는 통풍 환자가 먹어서는 안 될 최악의 궁합 음식이다. 외식으로 치킨을 자주 먹는 사람은 유의해야한다.

 

, 지금까지 내 입에 맞는 음식 중에 많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을 정리해본다.

 

맥주, 곱창, 치킨, 그 밖의 육류.

 

 

 

    

 

통풍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분은 딱 여기까지만 보고, 육식과 술을 피하면 통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퓨린이 많은 생선도 있다. 참치 살코기, 꽁치, 고등어, 정어리, 멸치는 고퓨린 식품이다. 흔히 참치와 고등어에 오메가-3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리 건강에 좋고 맛 좋은 식품이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을 악화시킨다. 예전에 맥주를 마시면 안주로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통풍 진단 이후로 멸치 고추장 볶음 같은 반찬도 많이 먹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통풍 환자가 조심해야 할 음식 목록에 참치, 꽁치, 고등어, 멸치도 포함해야 된다.

 

 

 

    

 

건강을 위해서 육류 섭취를 줄이는 대신 채소 섭취를 늘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통풍 환자가 많이 먹으면 안 되는 채소도 있다. 시금치, 버섯이다.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으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다. 시금치가 철분 함유량이 많아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졌으나 사실과 다르다. 독일의 어느 화학자가 실수로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을 실수로 10배나 많이 적은 바람에 철분이 많은 채소로 잘못 알려졌다. 삼겹살의 단짝인 표고버섯, 느타리버섯은 고퓨린 채소다. 버섯을 말려서 오래 보관해서 먹기도 하는데, 말린 버섯도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을 유지하고 싶으면 가장 먼저 상구작질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특히 평소에 잘 먹던 음식을 끊는 일은 제일 어렵다. 다만 고퓨린 음식이나 식품을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먹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생기게 되고, 정신 건강에 안 좋다. ‘적당히먹으면 된다. 그런데 적당히먹으려는 절제가 어디 쉬운 일인가. 고퓨린 음식을 먹되 요산이 배출될 수 있도록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그리고 체내 독소를 배출하게 만드는 음식도 먹으면 좋다. 몸속에 있는 요산이 배출되어야 통풍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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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6-05-2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도길거리음식도먹지말면뭘먹죠

cyrus 2016-05-26 16:25   좋아요 1 | URL
아예 먹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는 거죠. ^^;;

서니데이 2016-05-2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엔 음식도 신경써서 먹고 물도 많이 마셔야겠네요. 식이조절도 쉽지는 않을것 같아요.
cyrus님 좋은하루되세요.^^

cyrus 2016-05-26 16:36   좋아요 1 | URL
환자 입장에서 식습관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해보니까 제약이 많습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이 음식에 퓨린이 많은건지 적은지 알아봐야 하고요. ㅎㅎㅎ

인사말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16-05-26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26 16:37   좋아요 0 | URL
아이고 ㅠㅠ 저도 통곡해봅니다. 너무 가혹합니다. 한창 젊은 나이에 통풍이라뇨!! ㅎㅎㅎ

yamoo 2016-05-27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이런 이런!
통풍은 요산 수치를 낮추는 게 관건이랍니다. 역시 잘 아실거라 생각해요. 몸의 요산을 제거하는 음식을 주로 먹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치맥과 고기, 정말 통풍에는 최대의 적이라지요!
식습관 개선은 정말 중요합니다. 통풍이란 녀석을 계기로 식습관을 야채 위주로 개선해 보심이 이떨런지요. 건강 유의하세요. 건강해야 열독합니다~^^

cyrus 2016-05-27 16:54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물로 식초를 희석해서 마시고 있습니다. 적당량의 식초는 몸속 노폐물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채소, 계란 위주의 반찬을 먹고 있습니다. ^^
 

 

 

 

 

 

 

 

 

 

 

 

 

 

 

 

 

 

 

1616423.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침대 위에서 영원히 눈을 감았다. 그들이 눈 감은지 400년이나 지난 지금도 독자와 출판사들은 두 거장의 영혼을 소환한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1611. 프랑스 전선의 부몽 하멜(Beaumont-Hamel)에서 영국인 병사가 독일군 저격수의 총탄을 맞고 전사했다. 병사가 숨을 거두기 직전 마지막에 뱉은 말은 전쟁의 참상을 여실히 보여준 유언이다. “그 담배를 넣어!(Put that bloody cigarette out!)” 이때 병사의 나이는 45. 사실 그는 40을 넘긴 나이 때문에 징집 대상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애국심이 투철했던 중년 영국인은 자원입대하여 젊은 병사들과 함께 전선에 뛰어들었다.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랑스의 티에발 추모지(Thiepval Memorial)에 중년 병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헥터 휴 먼로(Hector Hugh Munro). 추모지를 찾는 사람들은 전사자 명단에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헥터 휴 먼로의 필명은 사키(Saki)’. ‘사키12세기 페르시아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 루바이야트에서 따온 것이다. 원문은 The Eternal Saki’. 술을 따르는 소년 시종을 뜻한다. (민음사에서 나온 루바이야트에서는 ‘Saki’술잔을 돌리는 하인으로 옮겼다)

 

 

    

 

사키는 1870년 미얀마에서 태어났다. 사키의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어린 사키는 영국에 있는 할머니와 고모들의 손에서 자랐다. 사키는 엄격한 청교도 가풍에 적응하지 못했다. 특히 자신을 엄격하게 가르치는 고모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를 행복하게 해준 것은 동물이었다. 외로운 사키는 동물에 특별한 애정을 느꼈다. 사키의 작품에는 암울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사키는 단편소설을 많이 썼다. 그의 단편소설은 대체로 비정한 인물이 등장하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사키는 착한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는 전개를 거부한다. 특히 어린이를 향한 사키의 시선은 어린이=순수한 동심이라는 공식을 무너뜨린다. 소설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어른의 명령에 타협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을 싫어하는 어른을 위험에 빠뜨리는 장난까지 일삼는다. 그래서 사키의 소설은 독특하다. 한 번 읽고 나면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 사키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동물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동물들은 인간을 관찰한다.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은 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사키는 동물의 눈과 입을 통해 인간의 모순을 풍자하고 비꼰다.

 

 

 

 

 

 

 

 

 

 

 

 

 

 

 

 

 

사키의 대표작은 <열려진 창>(The Open Window), <토버모리>(Tobermory), <스레드니 바쉬타르>(Sredni Vashtar) 등이 있다. 특히 <열려진 창>은 공포소설 모음집에 많이 나온 작품이다. 사키의 작품이 있는 번역본 목록은 따로 작성했다.

 

 

 

 

 

 

 

 

 

 

 

 

 

 

 

 

사키는 문학사조에 넣기가 어려운 작가다. 그렇지만 통렬한 풍자로 가득한 단편소설을 남긴 미국 작가 앰브로즈 비어스(Ambrose Gwinnett Bierce, 1842~?)와 함께 묶을 수도 있다. 사키와 비어스는 공통적으로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적이 있으며 역사에 길이 남을 전쟁에 참전했다. 비어스는 남북전쟁에 참전한 적이 있었다. 그는 혁명의 바람이 불어 닥친 멕시코에 가서 혁명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는데, 1913년에 행방이 묘연해져 버렸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를 추앙하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사키를 기억해주는 출판사가 한 곳이 있다.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장르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1인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북스(Pegana eBooks). 그런데 이 전자책 출판사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흠이다. 작년에 사키 단편선집을 무려 3권이나 만들었으며 12월에는 야심차게 전자책 무크지 창간호를 만들었다. 사키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단편선집에 수록된 소설 세 편도 실려 있다. 무료로 구매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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