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행성 탐사를 위해 우주선을 쏘아 올린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행성탐사는 주로 금성과 화성에 집중돼왔다. 1977년 8월 20일 보이저 2호가 발사되었고 9월 1호가 우주를 향했다. 이 무인 탐사선에는 외계인과 만날 것에 대비해 ‘지구의 속삭임’이라는 타임캡슐 레코드가 들어있다. 내년 8월이면 보이저 1, 2호에 타임캡슐 레코드를 실어 보낸 지 40년이 된다. 보이저를 우주로 보냈던 칼 세이건이 지구 사진을 보고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렀던 게 벌써 20여 년 전이다. 보이저 1호의 카메라가 작동이 중지되기 전,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을 찍었다. 보이저 1호는 더 이상 태양에너지에 의해 지배받지 않는 태양계의 먼 외딴 지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레코드에는 지구의 자연과 문명을 소개하는 115개의 이미지 그리고 파도, 천둥 및 동물의 울음 등 각종 자연의 소리를 담았고 55개국의 인사말도 녹음되어 있다. 바흐, 모차르트,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과 일본, 중국 등의 음악도 외계 생명체에게 들려줄 목적으로 담았다. 이 레코드는 망망한 우주를 떠다니다 혹시 만날지 모르는 외계 생명체에게 보내는 ‘병 속에 든 편지’다. 생명체가 사는, 최소한 살 수 있는 환경을 지닌 행성의 존재 여부는 인간이 우주에 관심을 가진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온 오랜 의문의 하나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로는 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과 달리 행성은 항성의 빛을 받지 않는 이상 어둠 속에 묻혀있기 때문이다. 설령 빛을 받고 있다고 해도 지구와의 거리가 수천 광년 이상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 아무리 좋은 성능의 천체망원경으로도 그 모습을 감지하기 어렵다.

 

 

좀 엉뚱하긴 하지만 《지구의 속삭임》은 하늘을 쳐다보며 사색하는 책이다.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 자체를 상상할 수 없었던 1970년대에 세이건은 인간이 우주 유일의 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생각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느끼는 그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바로 ‘그리움’, 그리고 ‘고독’이다. 세이건은 인류에게 우주가 무엇인지, 우주에서 인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했다. 특히 ‘인간은 과연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의문 중 하나다. 이 질문에 여러 가지 대답이 존재할 수 있다. 종교에서도 대답하고 있다. 세이건은 가장 과학적이면서 합리적으로 대답했다. 그는 시끄럽고, 분주하고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인간을 ‘별의 자녀’라고 말했다. 인류는 명백히 우주의 산물이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137억년 전 대폭발 이후 수소와 헬륨이 뭉쳐져 1000억 개 이상의 은하가 만들어졌고 그 은하 속에서 각각 1000억 개 이상의 별이 태어났다. 그 별 중 하나가 태양이고, 태양 주변에 생긴 행성 가운데 하나가 지구다.

 

우주는 무한하다. 무한이란 의미는 아주 미세한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끝없음. 즉 무한의 의미이다. 세이건은 우주에 우리를 외로움에 떨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존재가 있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무한한 우주, 검은 공간에 점점이 떠 있는 별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창백한 푸른 점’ 즉 지구이다. 우리는 그렇게 끝없이 넓은 우주의 한편에 놓인 창백한 점에 불과한 지구란 행성에 사는 존재일 뿐이다.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착륙한 버즈 올드린은 어느 인터뷰에서 달 착륙 순간 ‘장엄한 고독’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세이건의 두 번째 부인 린다 살츠먼 세이건은 지구인을 지구라는 섬에 좌초한 외로운 로빈슨 크루소로 비유했다.

 

 

우리는 지구라는 섬에 좌초한 로빈슨 크루소다. 창의적이고 꾀바르고 창조적이지만, 어쨌든 외톨이다. 혹시 별이 총총한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있을까 싶어서, 우리는 저멀리 수평선을 살핀다. 누군가와 접촉하고 싶은 바람에서, 막막한 공간 너머로 외쳐 본다. 두 손을 모아 입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여보세요, 거기 누가 없습니까?" 답이 없으면 어떡하지? 우리는 황야에 대고 외치는 것뿐일까? 우리가 우주에 내지른 외침이 우주 공간의 계곡에서 메아리칠 뿐 협곡 건너편의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는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의 인사말만 들릴 것이다. 다정하고 진심 어린 그 소리가, 유리병에 떨어지는 동전 소리처럼 공허하게 메아리칠 것이다. (린다 살츠먼 세이건, 《지구의 속삭임》 174쪽)

 

 

광활한 우주에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는 건 고독한 상상이다. 보이저호의 우주 탐사는 인간이 고독한 상상에 해방될 수 있는 프로젝트다. 보이저호는 이 광막한 우주에서 얼마나 오래 날아가야 외계 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까. 아마 못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레코드판에 수록된 정보의 수명은 10억 년은 된다고 하니, 그 사이에 외계 생명체를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인류가 멸종되지 않는다면 우리 후손은 외계 생명체의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이저호의 우주 탐사가 성공이냐 실패냐 결과만으로 따지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타임캡슐 레코드는 우리 눈과 머리로 새기기 힘든 우주와 인류의 조화가 함축된 상징적인 결과물이다. 이 우주와 인류의 조화가 바로 세이건이 강조했던 ‘코스모스(Cosmos)’이다. 타임캡슐 레코드 속에 담긴 메시지들은 지구적 관점이 아닌 우주적인 관점으로 지구 내부의 풍경을 바라봐야 특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지구에 관한 정보들이 우리의 일상사일 뿐만 아니라 우주와 연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식》의 저자 루이스 다트넬은 과학이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의 나열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가 알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371쪽)라고 말했다. 다트넬의 말은 내가 지금까지 보이저호의 ‘골든 레코드’를 ‘타임캡슐 레코드’로 명명한 이유의 근거를 받쳐준다. 《지구의 속삭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의 지적 유산’의 나열이 아니라 ‘어떻게 인류가 지적 존재가 되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인류가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현대 기술 문명을 구축한 것은 불과 지난 수백 년간의 일이다. 이러한 인류의 시대는 우주적인 관점에서 그야말로 찰나적인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광대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인류는 마치 기적과 같이 같은 행성에서 같은 시대에 함께 시작점에 놓여 있다. 먼 미래에 인류 문명이 진보할 것인지 현재로썬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인류는 이 소중한 행성에서 제 살길 찾느라 때때로 파괴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게 되면 보이저호가 우주 한가운데에 소멸되는 것보다 인류가 먼저 사라지는 일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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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4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한대의 우주 속에서 인간은 뭘 그리 욕심이 우주만큼 넓어서 여기서 서로와 싸우고 지지고 뽁고 하는지 참 어이없는 탐욕들이 많아요..딱하루만이라도 무기 내려놓고 서로 손이나 한번 잡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6-10-15 16:44   좋아요 1 | URL
탐욕이 많은 사람들은 지구를 인류 공동의 땅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이들을 비판하고 맞서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AgalmA 2016-10-15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켑틱 3호 보면 우주로 보낸 메시지들은 혹 있을 위험을 대비해 외계인에게 탐지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했는데, 골든 레코드의 진실은 뭘까요. 지구인의 자기 만족?

cyrus 2016-10-15 16:49   좋아요 0 | URL
《지구의 속삭임》의 역자 김명남 씨의 후기에 따르면 《스페이스 미션》이라는 책에 골든 레코드 프로젝트의 최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밝혔어요. 사실 《지구의 속삭임》이 70년대에 나온 책이라서 외계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관한 최신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문헌이 되기에 많이 부족합니다. 스켑틱 3호도 참고해서 읽어봐야겠어요. ^^

페크pek0501 2016-10-1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 우주 이런 것 생각하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이상하게 생각되어요.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이상하고 말이죠.
달나라를 여행하는 시대가 와서 제가 갔다 온다면 저의 인생관, 가치관도 많이 바뀔 것 같습니다.

cyrus 2016-10-17 11:19   좋아요 0 | URL
우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져요. ^^
 
친일과 망각
김용진.박중석.심인보 지음 / 다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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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제 강점기 35년에 비하면 해방 후 지금까지의 71년이 훨씬 긴 세월이다. 36년의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그 후의 71년은 더욱 뼈아프다. 친일청산 문제는 아직도 풀지 못한 우리의 숙제였다.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을 근거로 반민특위가 구성돼 단죄활동이 이루어졌으나 2년 만에 흐지부지됐다. 친일파를 정권의 큰 축으로 삼았던 이승만 정권은 이 문제에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 친일 청산은커녕 친일파가 오히려 득세할 수 있었다. 그른 것이 옳은 것을 몰아냄으로써 가치 전도 현상을 초래해 우리 사회에서 민족과 국가보다는 오로지 개인의 영달을 위한 부정과 비리가 끊이지 않게 만들었다.

 

어느 사회나 이익집단은 있다. 개인이나 기업의 집합인 이들 이익집단은 일단 형성되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익집단은 지배 권력을 향해 조직적으로 타협, 협상 등의 방법을 통해 이익에 매진한다. 이익집단이 지나치게 많으면 그만큼 그 사회는 폐쇄적일 가능성이 높고 발전의 기회는 줄어든다. 문제는 그 이익집단의 형성 과정에 청산하지 못한 우리들의 부끄러운 과거가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다. 광복 이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도 온갖 이익집단이 성쇠를 거듭했지만, 친일 인사들은 이후 새로운 이익집단들 속에서 이합집산을 반복했다.

 

376. 우리는 지금까지 이 숫자의 실체를 모르고 있었다. 무슨 숫자일까? 기업인으로 활동하는 친일파 후손들의 숫자다. 탐사보도 전문 언론 뉴스타파는 1,177명의 친일파 후손들을 찾아내서 굳건한 인맥으로 형성된 기득권 세력의 실체를 조사했다. 친일파는 사라졌어도 그들의 후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려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반면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에게 가난은 숙명이 됐다. 친일파 후손들은 광복 후에도 최적의 교육환경을 누리면서 잘살고 있지만,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해방 후에도 배우기는커녕 빈곤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사회 지도층의 일부가 여전히 친일의 전력에서 문제가 되는 사회이다 보니 민중의 기득권 사회에 대한 냉소적 경향이 남아 있다. 명예, 부, 권위 등에 대해 존경하기보다 뭔가 구린 것이 그 배후에 있지나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길이 남아 있는 사회에서 정상적인 사회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강력한 기득권의 주류로 자리 잡은 친일파 후손들의 힘은 참으로 막강하다. 그들을 따르는 추종자들의 힘도 무시 못 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아직도 색깔론, 민족 전체 책임론을 들먹이며 과거사 청산을 저지하려는 세력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일제와의 협력이 불가피했다거나 아니면 ‘당시에는 모든 사람이 다소간 친일했다’는 식의 억지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친일 세력 옹호론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친일파들은 대세에 영합해서 실리를 찾은 사람들이다. 대세를 따른 친일파들은 민족자치를 얻어낸다는 명목으로 일제에 협력해 수많은 아들, 딸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이게 바로 대세론자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대세론자들이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비열한 삶을 살아간다. 대세를 따르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세론의 영향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사회 전반에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강자들을 향한 줄서기이다. 친일파의 권력에 기생한 자들도 대세를 따르면서 강자에 빌붙어 살아왔다. 친일파 청산 작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 역시 대세론과 무관하지 않다. 대세를 좇는 이 나라의 많은 학자님이 친일파의 후손들을 친자식처럼 감싸주고, 공격을 가로막아주는 호위병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가질 것은 다 가진 그들에게 맞서 역사의 진실 하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현재의 과거사 청산은 어느 의미에선 어른과 아이의 싸움처럼 힘겨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는 일본의 태도를 볼 때마다 그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사죄를 요구할 당당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객관적이고 엄정한 친일청산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친일파의 후손들은 고백의 성사를 보이지 않았다. 이준식 친일재산조상위 상임위원은 친일파 후손들이 선대의 친일 행적을 인정한다면, 비난 대신에 격려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넬슨 만델라는 흑백 자유 총선에서 승리한 후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인종차별의 역사를 청산했다. 먼저 진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사면을 했다. 만델라는 “진실 규명만이 과거를 편히 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죄보다 진실이 중요하다. 단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실과 반성에 바탕을 둔 올바른 역사를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

 

친일 세력 옹호론자들로부터 변명을 듣는 것은 관용의 낭비다. 그들의 궤변은 가치의 혼란이며 정의의 포기다. 그들은 옛날 일을 왜 끄집어 내냐고 반박한다. 과거사 청산운동은 결코 과거에 얽매이는 퇴행적 사고에서 추진되는 작업이 아니다. 과거를 따지는 것은 과거의 노예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건강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정지 작업이다. 자랑스럽든 치욕적이든 역사의 진실 규명은 새로운 출발과 변화를 위한 선결조건이다. 이제 묻혀진 역사, 왜곡되고 감추어진 부끄러운 역사를 과감히 발굴하여 온전한 민족사로 복원해야만 한다.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어떤 사람의 미래를 알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 걸어 온 자취를 거슬러 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의 미래 역시 그 사회의 역사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지난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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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6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었죠..프랑스가 독일치하에서 비씨 정부에 가담한 자들을 철저히 응징한거랑 많이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cyrus 2016-10-14 14:15   좋아요 1 | URL
친일 청산 반대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의 사례를 인용하는 것조차 무시합니다.

transient-guest 2016-10-14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옹호론을 펼치는 부류는 크게 두 개로 보는데요, 하나는 조상이 직간접적으로 친일을 한 경우고, 또 하나는 남북대립의 이념전의 연장선상에서 이들과 loose하게 또는 아주 강고하게 함께 온 사람들 같습니다. 물론 둘 다 똥덩어리라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 합니다만, 후자의 부류가 좀더 고약한 것 같습니다.

cyrus 2016-10-14 14:19   좋아요 0 | URL
반민특위가 해체되기 전에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 청산 작업을 공산주의자의 계획으로 선전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색깔론을 내세우는 모습은 여전합니다.
 
똑똑한 음식책 - 귀 얇은 사람을 위한
조 슈워츠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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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 마키베리 분말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200g 한 통을 샀는데 2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다. 어머니는 예전부터 마키베리의 효능에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가 드라마 다음으로 많이 챙겨보는 것이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다. 요즘 건강 정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홈쇼핑 전문 방송에서도 마키베리와 관련 제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어머니를 위해서 마키 베리 분말을 샀지만, 여전히 불편한 구석이 있다. 나는 정말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 몸이 좋다고 말하는 것들을 의심하는 편이다. 어머니는 나와 정반대의 성격이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말을 신뢰한다. 건강 프로그램이 오죽 많아서 중요한 건강 상식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방송을 볼 때마다 노트에 필기할 정도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머니는 블루베리가 건강에 좋은 과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마키베리, 아사이베리의 효능이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베리류 열매가 하나씩 소개되더니 어머니의 생각도 달라졌다. 아사이베리에 관심을 보이다가 몇 달 지나고 나면 마키베리가 블루베리와 아사이베리보다 항산화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럴 때 나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얼마나 오래 사시려고 그래요?”라고 말한다.

 

건강 정보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특정 치료법이나 식품의 효과를 단정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정인의 사례를 일반화하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무분별하게 방송한다. 시청률에만 급급한 방송사 때문에 이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만 방송사에 놀아난 꼴이다. 방송에 언급된 건강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인터넷에 그대로 공유되는 것도 문제다. 건강식품업체들은 방송과 인터넷 홍보 덕분에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다.

 

건강이 염려되는 사람에게는 건강 정보가 불안감을 말끔히 씻어내는 단비와도 같다. 그런데 요즘은 엄청난 양의 건강 정보가 홍수로 변해 특별히 건강에 이상 없는 사람들의 마음에 범람한다. 조 슈워츠의 똑똑한 음식책은 건강 정보의 홍수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건강식품을 둘러싼 속설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면서도 속설에 대한 맹신을 경계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은 아사이베리가 기적의 열매라고 칭송한다. 마키베리가 주목받기 전까지만 해도 아사이베리는 항산화 물질을 가장 많이 함유한 열매 1순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아사이베리 관련 식품업체들은 항산화 물질 함유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아사이베리는 시중에 구하기 힘든 외국 열매이다. 굳이 적지 않은 돈을 내면서까지 사지 않아도 된다. 흔한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먹어도 항산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커피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이야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말이 커피의 양이다. 하루에 커피를 몇 잔 이상 마셔도 된다, 안 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건강을 챙기면서 커피 맛을 음미하고 싶은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른다. 커피의 유해성에 의심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참고해도 좋다. 하루에 커피 석 잔 또는 넉 잔 마셔도 좋다. 다만 설탕과 크림을 넣은 커피를 많이 마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는 하루에 커피를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전문가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건강 정보를 너무 믿어선 안 된다. 요즘은 의학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그 질병 예방에 좋은 음식들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질병 예방에는 좋은 음식이 또 다른 질병에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또 다른 질병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그 전달에서 신중함이 필요하다. 지금도 여전히 생선은 과일과 채소와 함께 천연 건강 음식재료로 거론되고 있다. 생선에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하다고 해서 많이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메가3지방산의 환상에 너무 믿지 말자. 생선, 특히 고등어를 많이 먹다가는 통풍이 유발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잘 먹어도 병이 생긴다. 우리는 건강에 이로운 음식만 잘 먹고, ‘많이먹으면 병에 안 걸릴 거로 생각한다. 엄청난 착각이다. 나도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하면서 음식을 먹는 바람에 올해에 통풍 진단을 받았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과식이다. 과식은 건강의 적이다. 지나친 욕심은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은 어떤 음식이 좋고, 어떤 음식이 나쁜지 아는 것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잘 먹고 잘사는 법이 아니라 적당히 먹고 똥 잘 싸는 법이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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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2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식은 정말로 과유불급이더군요..약간 모자란듯이 먹어야 하는데..아 .늘 과식하는 경향이 ,,,,로마 귀족들은 먹고 토하고 또 먹고 토하고 ..그랬다고 하던데..토하다가 식도 혈관 터져서 안죽었나 몰라요 ㄷㄷㄷㄷ

cyrus 2016-10-13 16:11   좋아요 1 | URL
대학생 때 매주 술을 마셨을 때 한 주에 한 번은 꼭 구토를 했습니다. 정말 괴로웠습니다. 구토 중에 토사물이 목에 걸려 질식해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ㅎㅎㅎ

표맥(漂麥) 2016-10-12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입니다. 우리 집도 베리 순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cyrus 2016-10-13 16:12   좋아요 0 | URL
베리 순례 ㅎㅎㅎ 살면서 외국에 나는 열매 한 번쯤 먹어보는 일은 나쁘지 않죠. 어젯밤 종편 채널의 건강 프로그램 주제가 `마키베리`였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10-13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어머니도 건강프로그램 즐겨보십니다ㅎ 현대인의 질병 중에 무분별하게 많이 먹어서 생긴 질병이 많습니다. 비만, 당뇨, 통풍, 고혈압 등 너무 달고 짜게 혹은 술과 고기를 많이 먹어서 생긴 질병들이 많습니다.

cyrus 2016-10-13 16:14   좋아요 1 | URL
저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서 몸에 아무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통풍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생각이 달라졌어요. 건강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착한 과식`이라고 착각했던거죠. ^^;;

뽈쥐의 독서일기 2016-10-1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도 건강프로그램을 열심히 보십니다. 카메라로 사진도 막 찍어가면서...ㅎㅎ 근데 몇 달전에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건강 프로그램에서 별별 효능을 선전한 재료가 꼭 홈쇼핑에 나오는 걸 보고 이제 정이 완전 떨어지셨어요. 건강 프로에서 이름도 생소한 걸 보고 `저걸 어디서 구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무조건 홈쇼핑에서 팔고 있습니다. 확인 시켜드리면 신뢰도가 팍팍 떨어지실 듯해요ㅎㅎ
근데 저희 집도 아사히베리나 퀴노아같은 건 꾸준히 먹게 되네요. 미디어의 노예ㅠㅠ

cyrus 2016-10-13 16:1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퀴노아, 아마 씨앗, 비타민나무 열매 분말을 먹어서 좋긴 한데, 저는 그냥 시장에 살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만 먹어도 행복하고,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홈쇼핑 광고만 믿고 제품을 많이 사게 되면, 다 못 먹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6-10-14 0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오래 사시려고˝ ;ㅋ;....요즘은 뭔 베리가 이리 많은지... 좀 생소한 과일류 찾아다가 대충 효능 제시하고 파는 건 아닌지; 요즘은 식약청 이런데도 못믿을 사회분위기잖아요..
통풍이라니.... 건강 잘 챙기소서.

cyrus 2016-10-14 14:25   좋아요 1 | URL
요즘은 새로운 정보가 뜸한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건강 프로그램에 이미 소개된 정보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실정입니다.

몸 아픈 이후로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로 소식하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16-10-2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계속되네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함이 좋습니다.

cyrus 2016-10-25 18:38   좋아요 0 | URL
너무 건강에 신경 쓰이면 자신의 몸 상태를 과장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게 바로 뮌히하우젠 증후군이라는 병입니다. ^^;;

fledgling 2016-10-2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얘기지만, 머리 mri도 찍고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고민을 이번에도 하고 느낀 점은 아직 젊기도 하지만, 자기 몸의 주인인만큼 죽음을 자기가 통제하고 싶다는 욕망이랄까요. 아직은 or 일찍 죽기는 싫어서 몸을 더 챙기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죽고 싶을때는 몸생각 안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니...

cyrus 2016-10-25 18:40   좋아요 1 | URL
저는 병에 걸려 아프기 싫어서 건강 문제에 귀 기울입니다. 아프지 않고 침대 위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면, 성공적인 죽음으로 생각해요. ^^;;
 

 

 

 

 

 

 

 

 

 

 

 

 

 

 

 

 

 

 

 

 

현재 트럼프의 곁에는 아군이 없다. 음담패설 녹음 파일 공개 이후로 지지율 추락과 함께 당의 내분이란 악재를 만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이 녹음 파일에는 트럼프가 유부녀를 유혹한 경험담이 담겼고, 특히 여성의 신체 부위를 저속한 표현으로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대목도 들어 있다. 녹음 파일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를 보면서 딱 그 사람의 이름이 생각났다. 묘하게 그 사람은 트럼프와 닮은 인생을 살아왔다. 두 사람 다 한때 자신들이 종사한 분야에 최고의 정점에까지 올랐으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테리 진 볼리아는 고교시절 레슬링에 빠진 뒤 본격적으로 레슬링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WWWF(WWE의 전신)의 프로모터 빈센트 제임스 맥마흔의 눈에 띄어 본격적인 프로레슬러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볼레아는 훗날 헐크 호건이란 예명으로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

 

 

 

 

 

1987년 레슬매니아 3에서 열렸던 앙드레 더 자이언트와 치른 경기는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며 이날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현재 레슬매니아 32가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호건은 강력한 악역 선수들을 연신 격파하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는 선량한 영웅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의 존재 덕에 WWE는 소수 마니아 스포츠에서 주류 스포츠의 한가운데로 올라설 수 있었다. 호건은 한때 링을 떠나 할리우드를 기웃거리며 각종 TV쇼에 모습을 드러냈다. 호건은 지천명을 넘긴 2000년대에 들어서도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운동 실력을 보여주었다. 전성기가 완전히 지났어도 그의 등장음악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면 관중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호건의 전성기인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트럼프는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사업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무리한 투자로 인해 회사 두 개를 날려 먹기도 했지만, 부동산 사업에 수완을 발휘하여 엄청난 재산을 축적하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는 NBC TV<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라는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여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어프렌티스>로 유명세를 얻은 트럼프는 2007WWE에 깜짝 출연한다. 과거에 할리우드 영화배우(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세계적인 운동선수(마이크 타이슨)WWE에 등장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트럼프는 억만장자답게 링 위에 돈을 뿌리면서 등장했고, WWE의 운영자 빈스 맨마흔(빈센트 제임스 맥마흔의 아들)과 신경전을 펼쳤다. 두 사람은 레슬매니아 23에서 각자 자신을 대신한 레슬링 선수를 내세워 경기한 뒤 이긴 쪽이 진 쪽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내기를 걸었다. 부동산 재벌과 프로레슬링 재벌의 대립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 당시에도 트럼프는 머리숱이 많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특이한 머리 모양으로 가발이란 의혹을 받았다. 그만큼 실제 머리카락이 잘리는 상황이 벌어질지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많았다. 맥마흔은 엔터테인먼트 대표답게 이 경기를 억만장자들의 전쟁으로 지칭하며 흥미를 유발했다. 하지만 WWE를 오랫동안 지켜본 팬들은 이미 내기의 결과를 예상하였다. WWE는 보통 스포츠와 달리 각본이 정해져 있다. WWE 팬들은 당연히 트럼프의 낙승을 예상했다. 역시나 충격적인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고, 트럼프가 승리하여 맥마흔은 삭발 굴욕을 당한다.

 

호건도 맥마흔과 레슬링 경기를 펼친 적이 있다. 2003년 호건은 더 락(The Rock)과의 경기에서 맥마흔의 방해로 패배했다. 두 사람의 대립 양상은 레슬매니아 19에서 이어졌다. 스트리트 파이트 룰(Street Fight Match, 무기 사용이 허용된 무규칙 경기)이 적용된 경기는 호건이 승리했다. 호건과 트럼프는 WWE에서의 활약상을 인정받아 ‘WWE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그러나 현재 WWE 내의 호건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졌다. 2012년 한 가십 전문 미디어 매체가 호건이 등장한 문제의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동영상은 호건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 호건은 2006년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나누면서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영상 속에서 호건은 자신의 딸이 흑인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었다. 법원에 증거물로 제시됐던 영상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며 파장이 일어났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선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그의 추잡한 스캔들은 엄청난 파장이 일으켰다. WWE는 호건에게 영구 퇴출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WWE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는 호건은 모든 기록이 삭제됐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캐릭터 헐크 호건을 이용한 수입 일체를 받을 수 없게 됐다. 한순간의 말실수로 헐크 호건은 인종차별주의자테리 진 볼리아가 되어버렸다.

 

 

 

 

 

 

현재 호건에 향한 동정론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지만, 호건은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어렸을 적에 인종차별이 심한 지역에서 자라다 보니 잘못된 언행이 습관처럼 몸에 배었다고 해명했지만, 그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한 주민들의 분노만 불러일으켰다. 조용히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할 호건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개 발언을 해서 또 한 번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인종차별주의자들끼리 무언가 통하는 것이 있나 보다. 현재 호건의 곁에는 열성 팬이 없다. 심지어 그를 존경했던 동료 선수들마저 등을 돌렸다.

 

두 사람의 현 상황을 비교하면서 느낀 점이 딱 하나 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엄청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명백한 진리를 강조하고 싶지 않다. 그것보다는 도의에 어긋한 공인의 행동을 눈감아주지 않고, 직설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부러웠다. 수십 년간 링 위에서 땀을 흘렸던 WWE 선수들과 보수적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온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에게도 올바른 비판 의식이 있었다. 물론, 공화당 입장에서는 당 전체 이미지 실추를 막으려고 부랴부랴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미온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우리나라 정당 정치인들의 모습과 많이 비교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미국 정치인들보다 운이 좋다. 국민의 분노를 유발한 실언을 뱉은 정치인은 슬그머니 자숙의 시간을 보낸 뒤에 다시 국회에 등장한다. 그와 같은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들은 그의 복귀 소식에 쌍수 들고 환영한다. 악의 근원은 확실하게 잘라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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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2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신이과 성찰이 부족하면 말 한마디에 훅 가죠그런데 돈이 많으면 돈질로 무마시켜 버리거든요.

cyrus 2016-10-12 21:40   좋아요 1 | URL
변명도 잘 늘어 놓습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을 순순히 인정만 하면 되는데 남들도 다 하는 잘못인 것처럼 표현해서 비판을 피하려고 합니다.

아무 2016-10-1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건-트럼프 평행이론인가요?? ^^ 그나저나 트럼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최악의 상황에도 그가 역전 드라마를 쓰게 될까 염려스럽습니다..

cyrus 2016-10-12 21:42   좋아요 0 | URL
뉴스에서는 이미 트럼프는 끝났다고 하던데 아직은 호흡기가 완전히 떼었다고 보기 힘들어요. 트럼프 고집이 보통 아니라서 끝까지 갈 것 같습니다. ^^;;

다락방 2016-10-13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wwf 엄청 보던 시절에 호건은 진짜 인기 엄청 많았죠. 등장 음악만 들려도 관중들이 난리난리..확실히 이미지는 만들어지기 마련인가봐요. 그는 선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다른 얘긴데, 저는 숀 마이클스를 좋아했습니다!! ㅎㅎㅎㅎㅎ

cyrus 2016-10-13 16:24   좋아요 0 | URL
레슬링을 아는 알라디너를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ㅎㅎㅎ

실제 프로레슬러의 성격이 링 위에 오를 때 모습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악역 연기를 잘 수행하고, 험상궂게 생긴 선수가 실제로 만나면 성격이 순하기도 합니다.

하트 브레이크 키드. 숀도 정말 대단한 선수였어요. 헐크 호건이 남성, 특히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면, 숀은 여성들의 인기를 가장 많이 얻은 레슬러였죠. ^^

다락방 2016-10-13 17:02   좋아요 1 | URL
제가 잠깐 바티스타를 좋아하기도 했었는데 몇 번 경기를 보고나니까 경기가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 바티스타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어요. 배꼽 주변에 태양 문신한 거 정말 좋았는데!
그리고 존 시나 좋아요 ㅋㅋㅋ 채닝 테이텀 이란 배우 처음 봤을 때, 오, 존 시나인가.. 했어요. 둘이 너무 닮아가지고 ㅋㅋㅋㅋ 존 시나가 아마 저랑 동갑일걸요.
아, 그리고 헐크 호건 인기 있던 시절에 저는 숀 마이클스랑 워리어 좋아했었어요. 워리어 얼굴에 페인트칠 벗긴 거 너무 보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

전 숀 마이클스의 몸과 랜디 오턴의 몸이 좋더라고요. 아주 요란하지 않은 느낌이라서요. 존 시나는 팔이 너무 과한데, 랜디 오턴은 키도 크고 과하지 않게 느껴져서 ㅎㅎ 근데 경기를 보면 딱히 매력은 없고...

숀의 스윗친 뮤직 진짜 너무 좋아요. 그거 볼 때마다 짜릿했어요.

제가 WWE 볼라고 방송하는 월요일엔 약속도 안잡고 집에 일찍 갔었는데, 요즘엔 흥미 떨어져서 거의 안봐요. ㅎㅎ


아, 제가 딱 완전 좋아하는 바디는 레슬링 선수는 아니지만 `바다 하리`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바다 하리 너무 좋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6-10-13 19:50   좋아요 0 | URL
바티스타 같은 근육형 레슬러는 파워는 좋은데 경기 운영이 루즈하고, 힘을 너무 많이 써서 경기하는 동료 선수들을 부상 입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섬머슬램에서 랜디 오튼을 때려눕힌 브록 레스너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경기 결과가 정해진 각본이지만, 복귀한 오튼이 무기력하게 패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존 시나는 평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데뷔 시절의 몸과 비교하면 근육이 많이 붙었어요.

저는 랜디 오튼의 RKO를 좋아해요. 요즘 랜디 오튼은 경미한 뇌진탕 후유증이 있는데도 선수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과격한 운동을 하면 뇌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없어요. 오튼도 WWE에서 10년 넘게 활동했으니 예전의 기량을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오늘 다락방님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네요. ^^

레삭매냐 2016-10-1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헐크 호건이 저렇게 해서 나락으로 떨어졌군요.

잠시 미네소타 주지사를 역임한 제시 벤츄라와
헐크 호건을 착각했었네요 ㅋ

그나저나 아주 링 밖에서는 아주 추잡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네요 호건 아저씨.

cyrus 2016-10-18 11:46   좋아요 0 | URL
제시 벤추라를 알 정도면 레삭매냐님도 레슬매니아입니다. ㅎㅎㅎ
오래전부터 호건은 사생활 때문에 안 좋은 말들이 많았어요. ^^;;
 

 

 

 

 

 

 

대구 남문시장에 있는 헌책방 ‘해바라기 서점’이 이전했습니다. 코스모스북 서점 건물과 KB국민은행 건물 사이에 있는 골목길에 들어가면 해바라기 서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작년 1월 초에 찍은 겁니다. 예전에 있던 곳은 너무나도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성인 두 사람이 서서 책을 구경하는 게 힘들 정도였습니다. 직접 새로 옮긴 서점을 찾아가 봤습니다. 새터가 예전의 터보다 넓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풀지 못한 책이 아주 많았거든요. 건물이 개방형이라서 오래된 책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해바라기 서점 바로 옆에 치킨집이 있어서 치킨 냄새가 솔솔 풍겼습니다.

 

제가 일부러 해바라기 서점 내부의 자세한 모습을 사진에 담지 않았습니다. 저의 어설프게 찍은 사진보다 동영상 한 편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10월 1일 TBC(대구 지상파 민영방송) ‘리얼인터뷰 통(通)’이라는 프로그램에 헌책방이 소개되었어요. 이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아침 8시 40분에 방영됩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챙겨보지 않아요. 그런데 정말 운 좋게 10월 1일 방송을 보게 됐습니다. 그 날 아버지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리얼인터뷰 통’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평소와 다름없이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어요. 거실d 울려 퍼지는 TV 소리가 제 방 안까지 흘려 들어왔습니다. 무심결에 TV 소리를 들었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거실에 가보니 월계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장님이 TV 화면에 나오더라고요. 월계서점 주인장님이 책방 안에 보관된 책들을 MC에게 소개하는 장면을 보게 된 거죠. 그래서 저도 아버지 옆에 앉아서 TV를 시청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들으라고 제가 말 한마디 꺼냈습니다.

 

"저 헌책방 제가 자주 가는 곳이에요.”

 

아버지는 젊은 시절 변변치 못한 직업을 전전했을 때 책 판매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책을 어떻게 판매했는지 아버지에게 자세히 여쭤보지 못했습니다만,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 들은 바로는 길바닥에 책들을 진열해서 판매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아버지는 책을 만져보면서 일했던 젊은 시절이 생각나서인지 헌책방이 나오는 방송을 유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창고에 가면 오래된 책 몇 권이 있습니다. 그 책들은 아버지가 책을 팔다 남은 걸 가져온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집에 보관된 헌책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돼서야 그 책들의 실체와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 책들을 알라딘 서재에 공개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헌책들을 꺼내려면 창고 안에 쌓인 물건들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허락을 구하지 못한 이상 공개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TBC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리얼인터뷰 통’의 예전 방영분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다시 봤는데요,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은 곳에서 동영상을 보면 화면이 깨친 상태로 나옵니다. 아무튼 헌책방 내부가 궁금하다면 ‘리얼인터뷰 통’ 10월 1일 방영분을 보시길 바랍니다. 해바라기서점과 월계서점 주인장님과 책장 내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tbc.co.kr/tbc_tv/real/tv_real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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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1 2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애정가의 기질을 아버님의 책에서 부터 내재되었군요...통 한번 보겠습니다^^..

cyrus 2016-10-11 21:41   좋아요 3 | URL
아버지가 저처럼 책을 특별하게 좋아하게 생각하는 성격이 아닌데다가 책을 읽는 것도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저절로 습관이 몸에 뱄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10-12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묘하게 책과 서점에 얽힌 여러 가지 기억이 돋는 느낌의 글입니다.ㅎ 저렇게 작은 서점이 곳곳에 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cyrus 2016-10-12 17:30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정말 몰랐습니다. 작은 동네서점이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을 때 자주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헌책방이 그저 오래되고 낡은 책만 가득하고, 연세 많은 분들만 찾는 곳이라 생각해서 처음에는 헌책방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한 적도 있었습니다. 소중한 것들이 거의 사라지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