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문시장에 있는 헌책방 ‘해바라기 서점’이 이전했습니다. 코스모스북 서점 건물과 KB국민은행 건물 사이에 있는 골목길에 들어가면 해바라기 서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작년 1월 초에 찍은 겁니다. 예전에 있던 곳은 너무나도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성인 두 사람이 서서 책을 구경하는 게 힘들 정도였습니다. 직접 새로 옮긴 서점을 찾아가 봤습니다. 새터가 예전의 터보다 넓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풀지 못한 책이 아주 많았거든요. 건물이 개방형이라서 오래된 책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해바라기 서점 바로 옆에 치킨집이 있어서 치킨 냄새가 솔솔 풍겼습니다.

 

제가 일부러 해바라기 서점 내부의 자세한 모습을 사진에 담지 않았습니다. 저의 어설프게 찍은 사진보다 동영상 한 편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10월 1일 TBC(대구 지상파 민영방송) ‘리얼인터뷰 통(通)’이라는 프로그램에 헌책방이 소개되었어요. 이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아침 8시 40분에 방영됩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챙겨보지 않아요. 그런데 정말 운 좋게 10월 1일 방송을 보게 됐습니다. 그 날 아버지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리얼인터뷰 통’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평소와 다름없이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어요. 거실d 울려 퍼지는 TV 소리가 제 방 안까지 흘려 들어왔습니다. 무심결에 TV 소리를 들었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거실에 가보니 월계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장님이 TV 화면에 나오더라고요. 월계서점 주인장님이 책방 안에 보관된 책들을 MC에게 소개하는 장면을 보게 된 거죠. 그래서 저도 아버지 옆에 앉아서 TV를 시청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들으라고 제가 말 한마디 꺼냈습니다.

 

"저 헌책방 제가 자주 가는 곳이에요.”

 

아버지는 젊은 시절 변변치 못한 직업을 전전했을 때 책 판매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책을 어떻게 판매했는지 아버지에게 자세히 여쭤보지 못했습니다만,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 들은 바로는 길바닥에 책들을 진열해서 판매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아버지는 책을 만져보면서 일했던 젊은 시절이 생각나서인지 헌책방이 나오는 방송을 유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창고에 가면 오래된 책 몇 권이 있습니다. 그 책들은 아버지가 책을 팔다 남은 걸 가져온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집에 보관된 헌책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돼서야 그 책들의 실체와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 책들을 알라딘 서재에 공개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헌책들을 꺼내려면 창고 안에 쌓인 물건들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허락을 구하지 못한 이상 공개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TBC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리얼인터뷰 통’의 예전 방영분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다시 봤는데요,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은 곳에서 동영상을 보면 화면이 깨친 상태로 나옵니다. 아무튼 헌책방 내부가 궁금하다면 ‘리얼인터뷰 통’ 10월 1일 방영분을 보시길 바랍니다. 해바라기서점과 월계서점 주인장님과 책장 내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tbc.co.kr/tbc_tv/real/tv_real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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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1 2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애정가의 기질을 아버님의 책에서 부터 내재되었군요...통 한번 보겠습니다^^..

cyrus 2016-10-11 21:41   좋아요 3 | URL
아버지가 저처럼 책을 특별하게 좋아하게 생각하는 성격이 아닌데다가 책을 읽는 것도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저절로 습관이 몸에 뱄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10-12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묘하게 책과 서점에 얽힌 여러 가지 기억이 돋는 느낌의 글입니다.ㅎ 저렇게 작은 서점이 곳곳에 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cyrus 2016-10-12 17:30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정말 몰랐습니다. 작은 동네서점이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을 때 자주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헌책방이 그저 오래되고 낡은 책만 가득하고, 연세 많은 분들만 찾는 곳이라 생각해서 처음에는 헌책방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한 적도 있었습니다. 소중한 것들이 거의 사라지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