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 한국 실업의 역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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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9급 공무원이 되고 싶다 

2주 전 금요일, 우연히 MBC에서 방송된 ' MBC 스페셜 - 나는 9급 공무원이 되고 싶다 ' 편을 보게 되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청년실업이 200만 명에 달하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9급 공무원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자들의 사연과 그들의 일상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내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루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단지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 두꺼운 공무원 시험 문제집 앞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서울 번화가에 위치하는 공무원 입시학원을 다니기 위해서 일부로 서울로 상경하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고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의지하고 있는 백수 공무원 시험 준비자도 있었다.      

일부 고시생들은 인터뷰 도중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2011년 1/4분기 청년 실업률은 8.8%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취업을 향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15만 명의 청년들이 9급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올해 4월 9일에 치뤄진 국가직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의 응시자 경쟁률이 평균 93.3대 1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취업난의 현실을 반영해주는 씁쓸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청년 실업률 문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공부를 하는 고시생들뿐만 아니라 지금도 취업을 위해서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스펙을 쌓거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지 못해 2~3년씩 대기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특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대들은 ' 88만원 세대 ' 라는 암울한 명함을 달게 되었다.  

이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강구해보지만 정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일자리 고용 문제는 사회적 논쟁에서 비켜나 있다. 실업과 취업은 대개 정부 정책과 기업의 고용계획 그리고 통계 언저리에서만 맴돌뿐 정작 청년실업률은 해가 갈수록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실업 문제가 우리나라 역사에 미친 영향  

이 책에서도 강 교수는 그동안 저술활동을 하면서 선보였던 통시적 저널리즘 방식을 통해서 ' 실업 ' 이라는 특정 주제어로 꿰어내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특히 그는 수많은 언론자료 및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겪어야했던 주요 정치적 상황과 사건들의 배후에는 실업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분석을 도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1952년에서 1960년까지 대학생 연평균 증가율은 14.5%였다. 이 같은 대학생의 양적 증가는 혁명을 발생하게 한 원인들 중 하나였다.  1960년에 10만명에 육박했던 대학생들의 30%가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면서 이들의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게 되면서 정부에 대한 분노가 4.19 혁명 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강 교수는 5.16 쿠데타가 일어난 것도 실업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예편 대상 1순위로 곧 군복을 벗게 될 처지였던 박정희는 4.19 직후의 혼란상을 지켜보며 쿠데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문제는 도시화와 대졸자 수의 증가에 따라 요동쳤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된 이후 농촌을 빠져나와 도시로 집중된 인구는 만성적인 실업문제를 야기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졸업정원제 실시로 대학생 수가 크게 증가하자 고용시장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이는 또다시 좋은 직장의 전제조건으로서 명문대 입학 경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점점 파괴적 양상으로 치달아온 전 세대에 걸친 고용불안은 이제 손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된 것이다.

  

  

  레포트의 내용대로 이루어진 사회병리현상    

책에서 인용된 자료 중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1997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낸 실업현상을 분석한 [실업자 1백만 명 시대의 과제]라는 이름의 레포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자료를 통해서 고실업 시대에 나타날 8가지 사회병리현상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오늘날 실업문제와 관련해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실업 급증으로 인해 사회불안감이 확산되어 사회범죄가 발생하며 계층간 위화감 증폭, 취업이 어려운 학생들의 졸업 기피, 경영정상화를 위한 과격한 노사대립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발간한 자료 내용대로 고실업 시대에 접어든 지금,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불안정한 경기로 인한 사회양극화가 심화될수록 ' 묻지마 범죄 ' 가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되었으며 취업 시즌이 다가올수록 졸업을 연기하는 것이 예비 졸업생들의 관례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실업의 역사는 돌고 돈다 

저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대한민국이 처한 실업 문제를 거시적으로 깊게 보기를 권한다.  실업 문제는 그 어떤 이념도 뛰어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운영과 작동방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존의 좌우 이념의 틀을 벗어나 승자독식 문화의 의식과 관행을 바꾸고 공존공생의 자세를 찾지 않으면 영원히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하지만 ' 원수와도 같이 살자 ' 는 식의 자세만 가지고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성급하게 마무리짓는듯한 저자의 결론이 통사적으로 우리나라 실업 문제를 접근한 내용에 비하면 아쉽게만 느껴진다.   강 교수의 결론은 그 이전에도 실업문제와 관련해서 경제학자나 정계 인사들이 내렸던 진부한 해결방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잘못된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과 맞물린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낸 허무주의적 관점일수도 있다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 비판하는 시늉만 ' 내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취업대란이 심각한 사회문제인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해결방안이 결론으로 제시되기를 바랐던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실업 현상과 관련된 대한민국의 역사적 이력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 역사는 돌고 돈다 ' 라고 하였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법이다. 책에서 소개된 대한민국 업대란의 역사를 통해서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실업현상이 야기할 새로운 문제라는 '도전' 에 '대응'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업 문제는 반짝 등장하는 일시적 유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과거에 지속되었던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고질적인 사회문제이다.  실업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과거의 문제를 반복, 답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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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사회적 문제가 너무 넘쳐나서
이젠 감당하지 못 할 수준이 되는 것 같지 않나요?
어디에서 어디까지 손을 대야, 평등과 자유를 함께 가질 수 있을까요?

비는 엄청 쏟아지고, 기분이 너무 쳐지네요. 요즘 시루스님은 어떠세요?
알바하고 책 읽고, 그러세요? 근황 이야기 요즘은 못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cyrus 2011-07-12 17: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점점 심각해지는 사회적 문제가 도저히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여기도 오늘 비가 안 올줄 알았는데,, 오네요.
내일 예비군 훈련 있는데 내일도 비 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그래야 하루 놀 수 있거든요,

학교 학과사무살에서 일하고 있어요, 땜방으로 하게된 것도 있고,,
방학이라서 힘들지 않아요, 예전에 휴학생 때 새벽 편의점 알바보다
편해서 좋아요 ^^

카스피 2011-07-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넘의 실업문제는 언제 해결될지...

cyrus 2011-07-12 17:3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정부가 제대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세대들에게 악영향이 이어질꺼 같아요. -_-
 
말괄량이 길들이기 - 전예원세계문학선 310 셰익스피어 전집 1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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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괄량이 아니 '악녀' 길들이기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연극이나 뮤지컬로 자주 공연되는 인기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의 하나이다.  원작 텍스트로 읽혀지기보다는 연극, 뮤지커를 통해서 오늘날까지 대중들에게 널리 소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아동용 도서로 내용이 축약되어 나오기도 하는데 완역본과 내용 구성과 분위기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전예원 판 <말괄량이 길들이기>(이하 <말괄량이>)를 읽기 전에 중, 고등학생 수준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말괄량이>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  축약본과 내용의 차이가 있다면 완역본 제1막에서는 크리스토퍼 슬라이라는 땜장이가 등장하는 도입부가 있다는 점, 그리고 작품 제목의 ' 말괄량이 ' 인 카트리나가 아동용과 청소년판 속 모습과는 다르게 무척 험악하고 거친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파두아(책에서는 ' 페두어 ')의 부호 밥티스타('벱티스터')의 큰 딸 카트리나('캐더리너)는 성격이 매우 거칠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땐 고함지르기, 여성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서슴지 않는다. 말이나 행동이 얌전하다 못해 '악녀' 라고 불릴 정도로 사나운 기질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동생인 비앙카의 두 팔을 포박한채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채찍질을 하기도 한다)

 

 당신의 그 얼굴엔 생채기를 낸 피로 화장시켜 멀건이 상판대기로 만들어 드리리다.  

 - 셰익스피어 <말괄량이 길들이기> 1막 1장 카트리나의 대사, 신정옥 역, 전예원, pp 39 - 

  

이런 사나운 기질 탓에 카트리나를 좋아하는 남자는 없다. 오히려 남자들 사이에서는 기피대상 1호다.

반면에 그녀의 여동생 비앙카("비앵커")는 성격이 거친 언니와는 정반대이다.  순전하고 착한 성격으로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려고 노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러나 두 딸의 아버지 밥티스타는 장녀 카트리나가 결혼하기 전까지 비앙카의 결혼을 성사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비앙카의 구혼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평소에 비앙카와 구혼하기를 바랐던 그레미오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카트리나의 결혼을 어떻게든 성사시키려는 계획을 꾸민다.   하지만 루첸티오라는 또 한 명의 젋은이가 비앙카에 첫 눈에 반하게 되면서 비앙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계략은 극이 전개될수록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밥티스타가 비앙카에게 가정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 비앙카의 구혼자들은 가정교사로 변장하여 비앙카에게 구애를 펼친다.  

그러는 와중에 카트리나에게 임자가 나타난다. 베로나의 신사 페트루치오는 카트리나에게 구혼해 결혼에 골인한다.  페트루치오는 카트리나에 대한 연정보다는 밥티스타의 재산을 탐나 말괄량이 카트리나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그녀보다 더 거친 언동과 가혹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그녀를 길들이기 시작한다.    

페트루치오가 카트리나를 길들이기 위한 방법은 밥도 주지 않고 잠도 재우지 않는 것이다.   결국에는 페트루치오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작전은 성공하게 되고 카트리나는 예전의 난폭한 성격을 버리게 되고 남편에게 순종적인 아내로 변하게 된다. 이로써 사랑을 둘러싼 젊은 남녀의 코믹한 소동을 그린 희극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독을 독으로 다스리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에는 비앙카를 차지하기 위한 남자 인물들 간의 대립도 홍미진진하지만 역시나  페트루치오와 카트리나 간의 대립이 흥미롭다. 

특히 말괄량이의 난폭한 성질을 억제시켜서 길들임으로써 점차적으로 사랑을 싹틔워가는 페트루치오의 계획은 이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내용이다.   그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녀의 못된 성격에 대하여 그것과 같은 수단으로 대응하고 있다.  

카트리나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페트루치오는  하인들 앞에서 난폭하게 행동을 한다. 자신의 비위을 맞추지 않는다고 욕지거리를 퍼붓고 심지어 폭행을 하기도 한다.  페트루치오의 난폭한 행동을 지켜보던 카트리나는 그의 화를 달래기 시작한다.  

하지만 페트루치오는 실제로 하인들에게 못 되게 굴 정도로 악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 아니다.  그는 카트리나처럼 똑같이 성질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까칠남(?)으로 연극한 것이다.  

주인 페트루치오의 행동을 지켜본 두 하인의 대사를 통해서 그가 카트리나를 길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도 카트리나와 똑같은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성격을 카트리나를 동일시하게 만든다.  

 

나다니엘 : 피터, 이전에도 그러셨나?  

  피이터 : 독을 독으로 다스리는 셈이지.   

  - 같은 책, 4막 1장 pp 106 -  

  

이런 페트루치오의 모습에 카트리나는 자신이 그동안 행했던 모습들이 선연히 떠오른 것일까?   자신도 모르게 치밀하게 짜여진 페트루치오의 연극에 빠져들게 된다.  

   

  

  남편은 왕,,?   

결국 카트리나는 페트루치오의 전략 덕분에 사나운 성격을 버리게 되었지만 남편에게 순종적인 여자로 180도 완전히 변하게 된다.    

 

남편은 우리들의 주인이요 생명이자 보호자며 머리요 군주이십니다. 우리들을 걱정해주며 우리들이 편안히 생활할 수 있도록 바다에서 육지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시잖아요.   

 (중략) 

그러면서도 우리들에게 무엇을 바라던가요?  사랑과 상냠함과 순종을 바랄 뿐이지요.  그토록 큰 빚에 비하면 우리의 지불은 너무나 미미한 거예요.  그러니 아내가 고집 부리고 짜증내고 퉁명스럽고 깔쭉대면서 남편의 착한 심정에 순종치 않는다면 어진 군왕에 반역하는 간악한 신화와 같을 지니 배은망덕한 배신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전 여자의 좁은 소견머리가 부끄럽기 그지없답니다.   평화를 위해서 무릎을 꿇어야 할 경우에 되려 전쟁을 선포한다든가, 봉사 사랑 순종을 바쳐야 할 경우에 우위와 지배를 요구하니 말입니다.  

 - 같은 책, 5막 2장 pp 145 -

  

우리의 말괄량이 카트리나, 변해도 너무 변해버리고 만다.   페니미즘 문학비평가들이 이 작품을 읽었더라면 무조건 남성차별적이라고 맹비난, 아니 맹렬한 비평을 퍼붓고도 남을 문장이다. 

조선 시대 때 부부 사이 간에 지켜야 했던 여필종부(女必從夫)로 상징되는 유교적 윤리관이 여전히 남아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희극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어도 카트리나의 기나긴 설교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대사 속에는 남성우월적이면서도 남성 앞에서의 여성의 존재를 비하시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조선 시대의 사대부들처럼 여필종부라는 도덕관념에 사로잡힌 16세기 엘리자베스 시대의 남성 귀족에게는 카트리나의 대사에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 통쾌감을 느꼈을 것이지만 오늘날 점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무조건 남편이 왕이라는 부부 간의 미덕은 구시대적 유물로 전락되었다.   

 

 

  진정한 승리자는 누구일까?

하지만 이 문장만을 가지고 셰익스피어가 남성우월주의자이며 여성차별자라고 단언하기에는 섣부르다.    오늘날에는 권위적인 남성이 강조되는 가치관의 중요성은 남녀평등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면서 퇴색되었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그 당시 16세기 영국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헌이다.   16세기 영국에서는 훗날 셰익스피어의 재능을 인정해준 엘리자베스 1세가 등장하여 여왕이 등장하가도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남성들처럼 동등하게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고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은 극히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 결말을 놓고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떻게보면 카트리나가 페트루치오에 굴복당하는 모습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페트루치오는 이제 카트리나와 정식으로 부부로 맺어지게 된 이상 책임감에 억눌린 처량한 남편으로 전락하게 된다.  카트리나가 한발짝 물러나 고개를 숙임으로써 오히려 그녀는 앞으로 가만히 앉아 페트루치오를 조종하는 여자로서 역으로 볼 수 있다.   

결말 이후에 대한 지극히 주인적인 상상이지만 카트리나가 일부러 순전한 성격으로 변한 척하는 연극을 한거 아닌가 생각도 해보게 된다.  결국에는 뛰는 페트루치오 위에 날아다니는 카트리나인 것이다.   부부가 된 이후부터 의도적으로 숨겨진 그녀의 말괄량이 성격이 나오게 된다면...   굳이 안 봐도 뻔한 비디오다.  

카트리나가 이전과 다른 제대로 된 말괄량이로 돌아온다면 과연 페르루치오는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전략을 내세울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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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 로맨스 소설이 말이죠
(둘 다 요즘 쓰여진거지만) 현대물하고 중세물하고 여성의 역할이나 성격이 확연히 달라요.
중세물은 보통 드센 여자가 남자에게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끝나구요
현대물은 약한 여자가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끝난답니다.

잼나요, 관점이란게. ^^
글구 로맨스 물을 보면, 여자의 소망도 나타나죠.
자유롭고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힘들 때는 든든한 보호막을 원하는. 남자도 그럴까요?


cyrus 2011-07-11 19:04   좋아요 0 | URL
힘들 때 든든한 동반자가 필요하는 남자도 있을거에요,
제가 그런 편이거든요,, ^^;;
그렇다고 든든하다고해서 엄마처럼 매달리는 마마보이는 오바라고 생각해요.

꽃도둑 2011-07-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량광이 길들이기 아주 오래전에 영화로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크크 카트리나에게 동종요법이 먹혀들었군요.,..
ㅎㅎㅎ 근데 관계가 너무 복잡해요..
반면에 그녀의 여동생 비앙카("비앵커")는 성격이 거친 누나와는 정반대이다.(맨인용문 밑)
누나? 에잉~~ 읽다가 한참 웃었습니다. ,,^^

cyrus 2011-07-11 19:06   좋아요 0 | URL
저 같은 경우에도 셰익스피어의 희극과 비극을 처음 읽게 되면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이해 못해요. 읽다가 중간에 책 앞장에 있는
인물 소개도를 꼭 보곤해요, 그러다가 두번, 세번 읽게 되면
어느 정도 인물의 이해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정확하게 지적해주셨네요. 가끔 여성 인물에 대한 소개를 적을 때
그런 실수를 하곤해요. 바로 고칠께요 ㅎㅎ
 

 

 

  

 

펭귄클래식 2기 독서모임 모집 공지사항을 올려봅니다.    

지원 순서 방법은 간단합니다. 

  

 

1) ' 펭귄클래식코리아 공식 카페 ' 에 들어가 회원으로 가입합니다. 

   (' 펭귄클래식코리아 공식 카페 ' 를 클릭하면 바로 카페로 이동합니다) 

  

2) [공지사항]을 클릭하여 독서모임 모집 공지사항 내용을 확인합니다.   

3) 모집 내용을 확인하고  

    카페 위에 첨부된 ' 독서모임 지원서 ' 를 클릭하여 메일로 작성된 지원서를 보냅니다. 

 

  

제가 지원 방법을 쉽게 써보려고 했는데,,   

여기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댓글(비밀 댓글도 가능)이나 쪽지로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독서모임 2기 활동 방법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Q 1) 2기 독서모임 활동 기간은 얼마 정도 하는건가요?  

 

2기 활동은 8월부터 시작할 예정이고 10월까지 총 3개월동안 이루어집니다.  

정확한 활동날짜는 7월 27일 이후 독서모임에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개별적으로  

알려드릴겁니다.  

 

 

Q 2) 독서모임을 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하는건가요?     

 

2기 독서모임은 펭귄팀과 클래식팀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펭귄팀2주 1회 오프라임 독서모임(한 달에 2번)에 참석해야 하며 독서모임 이후에는 모임 후기와 리뷰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지방에 사신다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은 참석에 제한이 있으신 분들은 클래식팀에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클래식팀은 독서모임 선정도서를 읽고 리뷰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자신의 사정을 고려하여 둘 중 한 팀을 지원하시면 됩니다.  

  

 

Q 3) 독서모임 선정도서는 어떻게 정하는건가요?   

독서모임 도서는 출판사에서 정하고 독서모임 참여자들에게 지원해줍니다.  그래서 모임 전날부터 책을 따로 구입 안 하셔도 됩니다.

  

 

 

Q 4) 펭귄팀 또는 클래식팀으로 활동하면 모임 후기와 리뷰를 써야한다는데,,   

       부담스러워요..  ^^;;

   

리뷰 작성 때문에 지원하기가 망설이신 분들이 있을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리뷰 작성하는데 특별한 양식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쓰시면 됩니다.  

굳이 저처럼 길게 쓸 필요도 없습니다. ^^;; 

 

하지만 리뷰를 작성할 때 펭귄클래식코리아 공식 카페만 게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블로그, 본인이 가입되어 있는 인터넷 서점 블로그에도 작성하시고  

링크 출처를 달아주셔야합니다.

  

 

   

Q 5) 모임 장소와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펭귄팀 지원자만 참고)   

 

1기 때는 홍대 주변 북카페나 정독도서관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장소는 회원분들의 추천을 통해서 새로운 모임장소를 물색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거의 오후 2~3시부터 모임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Q 6) 오프라인 모임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펭귄맘 지원자만 참고)   

 

1기 때는 독서모임 발제를 준비하여 모임을 진행하는 진행자와  

모임 때 나온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서기를 회원분들 한 명씩 돌아가서 맡아  

진행했습니다.

  

정확한 모임진행 방식은 2기 모집 발표 이후에 개별적으로 공지가 내릴 것입니다.  

만약에 2기도 1기처럼 진행 방식을 유지한다고해서 부담스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수유+너머 연구원처럼 작품을 하나하나씩 독해하고 분석하는 모임 방식이 아니구요,,, ^^;;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부분, 인상깊은 점 등 주로 책에 대한  

감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그래서 모임 전에 책은 꼭 읽어오시면 됩니다.  

 

   

 

Q 7) 모임하는 날에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서 불참해야 됩니다,,,  

       (펭귄반 지원자만 참고) 

 

모임날이 있는 주에 카페 [공지사항]란에 모임장소와 모임참여 여부를 묻는 공지문이 게시될 것입니다.  

공지사항을 읽어보시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이 불가피하신다면  

댓글로 불참 의사와 사유를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단,  오프라인 모임에 불참하더라도 그 날 모임 선정도서 리뷰는 꼭 작성해야합니다.  

 

 

Q 8) 만약에 오프라인 모임에 불참한다거나 리뷰를 작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1기 때는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모임 당일날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참해버리고 심지어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계속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분은 자연스럽게 모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리고 리뷰 작성을 미룬다고 해서 특히 펭귄팀 같은 경우 오프라인 모임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은 없습니다.    

하지만 2기 독서모임 활동이 끝나는 기간까지는 모든 독서모임 선정도서 리뷰를 

꼭 작성해야 합니다.      

리뷰 작성은 독서모임 활동하는 참여자들(펭귄팀 & 클래식팀)에게 

주어지는 임무이면서도 꼭 해야하는 의무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덧붙이자면,,, 

온라인 활동만 하는 클래식반은 리뷰 작성을 꼭 하셔야됩니다.  

클래식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활동이라고 해서 리뷰 작성을 소홀히 할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각자 바쁜 일 때문에 책 한 권 읽는 것도 어렵고  

심지어 리뷰 한 편 쓰는 것도 시간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책 한 권 공짜로 받은 심보로 의도적으로 리뷰 작성을 피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클래식팀에서 그런 참여자가 있을 경우에는 활동하는데 제제를 가할 것입니다.  

 

  

 

 

나름 1기 모임 활동 경험을 토대로 독서모임에 대해서 질문식으로 정리해봤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 있고 지원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최대한 아는대로 정리해봤는데 

오히려 독서모임 지원하는데 여전히 망설임과 거리감을 느끼셨다면,,    

제 불찰입니다.  ^^;;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2기 독서모임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은 독서모임 참여자가 결정나는대로   

개별적으로 카페 스텝이 공지하거나 공식 카페에 관련 공지문이 올려질 것입니다.  

그러니 독서모임 활동에 대한 내용은 ' 아,,, 모임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구나,, ' 하고 

참고하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또 추후에 2기 모임 관련에 대한 새로운 내용의 공지문이 올리게 되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평소에 고전 읽기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던 분들의 많은 지원 바랍니다. ^^  

그리고 이외에 궁금한 사항 있으면 댓글 또는 비밀댓글 그리고 쪽지로 보내주세요, 

최대한 아는대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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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의 자연사
조나단 실버타운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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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씨앗을 매우 사랑한다. 씨앗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조나단 실버타운 <씨앗의 자연사> pp 7에서 인용) -

 

   

  씨앗 한 개의 기적  

5년 전, 이스라엘의 과학자들은 무려 2000여 년이 된 종려나무 씨앗의 싹을 띄우는데 성공하였다. 이 놀라운 연구 결과는 고대 씨앗으로 싹을 틔운 사례들을 통틀어 역사상 오래된 씨앗의 발아로 기록되었다.  

성서에 나오는 인물 중 최고령인 `므두셀라` 의 이름을 딴 이 씨앗은 기원 후 73년 로마군의 공격을 받은 유대인 96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유명한 마사다 성채의 지하에서 발견되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종려나무 씨앗은 기원전 35년에서 서기 65년의 것으로 추정되었다.  

간혹 해외토픽감으로 고대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데 성공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몇 년 전에는 어느 책에서는 1200년 된 연꽃 씨앗을 소량의 물이 담긴 샬레에 보관해두었더니 싹을 틔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연꽃의 씨앗은 다른 식물의 씨앗보다 수명이 길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심심찮게 수천년 묵은 오래된 연꽃 씨앗의 발아 소식이 학계에서 보고된다. 

이 지구상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씨앗들 중에는 어떤 것은 커다란 나무가 되기도 하고 한 떨기 꽃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불량 씨앗은 쭉정이가 되어 더 이상 크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씨앗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 존재,  그래서 시작과 같은 희망찬 단어와 잘 어울린다.  오랫동안 땅 속 깊숙이 잠을 자던 씨앗 한 개가 드디어 땅을 비집고 새파란 새싹 이파리가 나오기 시작한 모습은 생명 탄생의 기적을 연출하기도 한다.   
 

  

  씨앗, 처절한 생존의 역사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남긴 명구처럼 먼지처럼 가볍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씨앗 속에는 식물들의 복잡하고 정교한, 그리고 경이로운 생명의 잠재력이 숨겨져 있다. 

<씨앗의 자연사>의 저자인 조나단 실버타운은 작은 씨앗 속에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힘을 소개하고 있다.  평소에 볼 수 있는 콩에서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로 보잉 747 점보제트기 여섯 대를 합친 것만큼이나 거대한 자이언트 세쿼이아까지 험난한 생태계 속에서 생명의 꽃을 피우려는 씨앗들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섹스와 꽃가루받이, 씨앗 퍼트리기 그리고 하나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 스스로 진화를 하는 등 자연선택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씨앗의 생존전략들은 동물들의 번식 과정 못지 않게 처절하기만 하다.  

연꽃과 이스라엘에서 싹을 틔운 종려나무 씨앗처럼 오랜 세월을 견뎌낸 씨앗은 자신의 대사활동을 스스로 중단시킬수 있으며 오랫동안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며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과는 반대로 단명의 운명을 가지는 식물의 씨앗도 있다.  포플러와 버드나무 씨앗은 전파되는 순간 수시간 이내에 심을 흙을 찾지 못하면 썩어버린다.   

이처럼 씨앗이 새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씨앗이 새싹을 틔울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계절에 따라 변하게 되는 기후, 즉 습도, 온도 그리고 흙 속에 포함되어 있는 영양분 구성 성분에 따라서 자신이 성장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들어맞을 때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식물이 유성생식을 선택한 이유

유성생식은 주로 암수라고 하는 두 가지 성별을 이용해서 다음 세대에 자손을 남기는 방법을 말하며 반대로 무성생식은 암수 개체 필요없이 한 개체가 단독으로 새로운 자손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일부 식물들 중에는 무성생식을 택하는 종(種)도 있지만 동물과 같이 섹스로 생식하여 씨앗과 열매를 생산하기도 한다.   

18세기 중반에 ‘식물의 성’ 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는 했지만 배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난자와 정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은 이어졌다.  배아를 생산하는 역할의 정도에 따라서 난자의 역할을 비중 있게 보고 있는 난자론자와 반대로 정자의 역할을 난자보다 중요하게 보는 정자론자들로 대립되었다.   

완두콩 교배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낸 그레고리 멘델은 수년 동안 조팝나물 교배실험을 통해 식물의 생식을 통한 연구를 시도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멘델은 조팝나물이 무수정식물임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계에서 유성생식이 보편적인 이유는 학자들의 호기심을 늘 자극했다. 지금도 학자들 사이에서 식물의 번식과 유성생식 간의 관계에 대해서 다양한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유성생식이 선호되는 유력한 이유는 유익한 유전자들이 서로 합쳐져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이점이 후대에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매 세대마다 뒤섞임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유전적 다양성이 커지면 한 가지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는 무성생식 번식에 비해 수많은 유전자를 동시에 가져서,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이 수월하게 된다.  무성생식은 똑같은 유전자가 후대에 전해지기에 유성생식에 비해 환경 적응에 불리하며 질병에도 취약하다.  

   

 

  씨앗에 숨겨진 자연 형성의 과정  

   


 

르네 마그리트 <천리안> 1936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부모가 가지고 있는 형질이 후대로 전해져 내려올 때 자연선택을 통해서 주위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형질이 선택되어 살아남아 내려옴으로써 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좋은 형질의 후손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생물은 같은 종이나 다른 종의 개체와 경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야말로 생존경쟁인 것이다.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은 작은 씨앗 내부에서도 일어난다. 중복수정을 통해서 씨앗 한 개 속에 두 개의 배아가 생긴다.  그러나 3, 4억개의 정자들 중에서 단 한 마리가 난자와 결합하여 수정되듯이 씨앗 속 두 개의 배아 중 하나만 수정될 수 있다.  수정 선택에서 탈락된 배아는 수정에 성공한 배아를 위해서 내배유가 되어 배아가 발육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씨앗의 내부에는 곧 세상 속에 등장할 자연의 세계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여러가지 진화 과정들도 포함되어 있다.  복잡하면서도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씨앗의 종족보존 과정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맛 좋은 열매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씨앗이 만들어낸 초목들은 인간의 호흡 활동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중국 고대의 사상가 노자는 ' 씨앗 속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이, 그가 바로 천재일 것이다 ' 라고 말하였다.   

마그리트 속 화가처럼 알을 알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닌 알에서 깨어나게 될 생명, 즉 새의 탄생에 대한 가능성을 인지할 줄 아는 천리안을 가지고 있듯이 노자는 씨앗이 품고 있는 자연의 세계가 실현될 가능성을 눈여겨 볼 수 있는 사람을 천재라고 칭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씨앗 하나가 이루게 될 자연을 탄생하게끔 만드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진화의 과정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연의 신비는 풀려지지 않은 이상 자연이 형성되는 과정은 아직 인간에는 여전히 무궁무진하고 예측불가능한 미지의 세계이다.   

씨앗 속에 숨겨진 미지의 세계를 100% 이해하지 못한 인간은 노자가 말한 '천재' 의 수준은 아닌거 같다.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연의 모든 것들이 조그마한 씨앗 한 개에서 비롯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심지어 씨앗의 존재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데 식물의 혜택을 받고 있는 은혜로움마저 모른다.   

인간이 거대한 지구에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씨앗 속의 세계를 볼 줄 아는 '천재' 정도는 되지는 못하더라도 씨앗이 작다고해서 이들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면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은혜로움을 모르는 무지한 '바보' 는 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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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6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구절을 보고, 아 이뻐~ 하고 기분이 사르륵 풀어지려는 찰나,
치열함에 대한 이야기를 홀긋 보고 다시 주저앉습니다. ^^

씨앗은 희망이죠, 실제적으로는 살아남기 위해 끈질긴 진화와 적응을 해왔다 하더라도
희망이라는, 시작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그대로 있는거죠. 그때는 참 이쁜데 말입니다,,,

cyrus 2011-07-07 10:02   좋아요 0 | URL
제가 언급한 부분 이외에도 씨앗이 생존하는 전략과 방식이 다양해요.
그만큼 하나의 세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련과 고통이 수반되는거 같아요.
 
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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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쓰레기가 되는 삶들>이라는 책에서 현대적 생활에서의 쓰레기는 모든 생산의 어둡고 수치스러운 비밀이며 특히 산업계의 우두머리들은 쓰레기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생산 활동을 자극하고 격려하고 유발하는 전략은 새로운 쓰레기의 생산을 자극하기 때문에 쓰레기 은폐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바우만이 말하는 '쓰레기' 는 인간이 사용하고 버려지는 썩지 않고 분해되지 않은 채 산처럼 쌓여만가는 유형적인 형체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와 문명이 발전할수록 그 경쟁 과정에서 도태된 잉여의 인간들, ‘쓰레기가 된 인간들’ 이 점점 늘어가고 있음을 역설했다.    

'쓰레기가 된 인간들' 은 사회집단으로부터 공인받거나 머물도록 허락받지 못했거나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바라지 않는 인간집단을 지칭한다. 그들은 현대화의 질서구축과 경제적 진보에서 탈락해 온전한 의미의 현대적 생활방식을 영위하지 못하면서 사회로부터 도태되어 갈 뿐이다.  

     

엄마가 처음에 딱부리를 달래노라고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라고 했지만, 이 곳은 분명 사람들이 쓰다 남아서 또는 싫증이 나서 아니면 못쓰게 된 물건들을 버리는 쓰레기장이었고, 이 곳에 사는 사람들도 도시에서 내몰리고 버려진 인간이다.  

 - 황석영 <낯익은 세상> pp 44 -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을 읽으면서 쓰레기에 대한 바우만의 정의가 오버랩되어서 불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평생 산동네에서 살다가 꽃섬에 정착하게 된 딱부리와 평생 꽃섬에서 자란 땜통은 도시문명에서 오랫동안 고립된 채 살아왔다   이들에게 교회라는 공간은 그저 라면을 얻게 됨으로써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며 제 값으로 물건을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직원으로부터 절도범으로 의심을 받아야할 정도로 도시화를 상징하는 백화점은 꽃섬 소년들에게는 낯익으면서도 여전히 낯선 공간일 뿐이다.  그들은 어디를 가도 그리 좋은 환영을 받지 못한다.  버스를 타기만 하도 그들의 몸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탑승거부를 당하기도 한다. 

쓰레기매립지에서 쓰레기를 수집하면서 궁핍한 생활을 연명하는 꽃섬 동네 사람들은 현대인들이 기피하고 은폐하려는 쓰레기더미를 담당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문명화의 생산라인에서 제외됨으로써 위태로운 폐기물 취급을 받는 사회적 낙오자들이기 때문이다.   

꽃섬 동네 사람들은 쓰레기로 집을 짓고, 쓰레기로 밥을 하며, 쓰레기 판 돈으로 술을 마시면서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이들의 모습은 쓰레기를 줍는 묘사가 많다.   

쓰레기를 수집하는 것이 꽃섬 동네들에게는 유일한 '노동' 이며 경제적인 수입을 얻는다. 그러나 정작 소설 속에서 이들이 소비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근대는 노동이 사회구성의 원리였지만 오늘날의 사회가 구성원에게 내세우는 규범은 소비다. 현대 사회에선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 노릇을 해내는 사람이 정상인 대접을 받는다. 

꽃섬 동네 사람들은 ‘잉여’ 즉 남아도는 쓰레기 그 자체이다.   

사람도 물건도 버려진 꽃섬에는 못 쓰는 물건들과 밑바닥을 전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이곳의 일상에도 웃음이 있고 사람 간의 정이 있다. 딱부리네 모자가 이사 오던 날 아수라 아저씨는 없는 돈을 털어 라면을 사오고 주민들은 햄을 꺼내 먹을 수 있는 잡탕찌개를 끓여 모자를 대접한다. 그들은 이 맛난 저녁과 함께 술을 곁들이며 노래도 부른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노동력으로서의 역할이 주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 행위를 통해 얻게된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소비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꽃섬 동네 사람들은 실업이 낳은 빈곤층이 아닌 비 경제적소비자로서의 빈곤층이 된 셈이다.  결국 소비하지 못하는 빈곤층인 꽃섬 동네 사람들은 평생 쓰레기더미와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쓰레기장에 버려진 물건과 먼지와 연기와 썩는 냄새와 독극물에 이르기까지, 이런 엄청난 것들을 지금 살고 있는 세상 사람 모두가 지어냈다는 것을. 하지만 또한 언제나 그랬듯이 들판의 타버린 잿더미를 뚫고 온갖 풀꽃들이 솟아나 바람에 한들거리고, 그을린 나뭇가지 위의 여린 새잎도 짙푸른 억새의 새싹도 다시 돋아나게 될 것이다. 

 - 같은 책, pp 228 -

 

자유경쟁과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는 누군가에게는 축복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 없이 쓰라린 시련을 겪고 있다. 소설 결말 속에 등장하는 딱부리의 깨달음은 쓰레기로 가득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고귀한 인간이 되기 위한 희망의 새싹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그러나 문명은 새로움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으로 끊임없이 여분의, 불필요한, 쓸모없는 것을 잘라내 버렸고, 그 덕분에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상이 탄생했다. 어두운 현실은 밑으로 계속 가라앉고 있으며,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아름다움은 어두운 욕망을 감춘 채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과연 자본이 강조되는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의 되물림을 딱부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쓰레기더미에 사는 잉여가 아닌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생산과 소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인간들의 욕망이 가득한 낯익은 세상에서 살아서 그런 것일까? 

딱부리의 깨달음이 부질없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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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6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요.
그래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딱 부러지게 더이상 언급을 못 하겠어요.
항상 올라가는 자와 내려가는 자가 있는거죠. 저희가 혁명을 해서 세상을 뒤바꾸더라도
누군가 올라가고 누군가 끌어내려지는거죠. 완전한 평등은 없을 뿐더러
그런 사회라면, 인간은 2% 부족하다는 이유로 말라죽을지 몰라요.......

제가 며칠간 <문재인의 운명>을 읽고 생각이 많아서 이래요, 횡설수설... ㅡㅡ;;

cyrus 2011-07-07 10:07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뭐라고 딱 생각의 정의를 못 하겠더라구요.
소설 속 딱부리처럼 사회에소 소외된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면 참 좋은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게 안타깝기만 하네요. -_-;;


꽃도둑 2011-07-0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동하는 삶으로 읽은 거 같은데...출판사에서 제목을 바꿨나요?...
아님 제가 착각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한참 자유, 평등에 관한 책들을 몰아 읽었을 때 읽은 거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쓰레기가 되어가는 삶 속으로 점점 많이들 빨려들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잉여인간, 쓸모없는 인간은 이제 능력부재를 일컫는 말이 아니라 사회의 한 현상이 되어버렸죠.,,이제 곧 낯익은 세상이 될테죠? 널부러져 신음하는 잉여 인간들이 득실거리는 사회,
그 일에 앞장서고 있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다른 방향으로 틀지 않는 이상은
점점 심화될거에요...우울한 일입니다..
우리의 대통령은 무엇보다 선두에 서 계시고요,, 가스통 던지고 싶습니다..^^

cyrus 2011-07-07 16:17   좋아요 0 | URL
아,, 그 책은 아직 안 읽었어요. 꽃도둑님이 말씀하신 그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평소에 대통령을 좋지 않게 봤지만,,
가스통,,^^;; 참으셔요, 꽃도둑님 ㅎㅎ

비로그인 2011-07-1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신 글 읽으니, 한참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바깥에 억지로 쫒겨나게 된 사람들 기사 보던 생각이 납니다. 과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가끔 생각해보면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 동양권에는 꽤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또 과연 읽게 될까 의문이지만. 아무리 힘든 현실이어도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저한테는 더 좋게 다가오더라고요. 왠지 그런 느낌의 책일 것 같다는 짐작만 해 봅니다. 물론 현실을 꾸며, 허황된 진실을 말하거나 계몽주의로 빠지는 건 더 독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