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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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3점    ★★★    B

 

 

 

 

 

‘lab’‘laboratory(실험실)’의 준말이다. 과학자 호프 자런(Hope Jahren)은 어린 시절에 과학 교수인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의 실험실은 그녀가 자유롭게 기계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31) 장소였다.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대표작인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여성과 소설을 다룬 주제를 다룬 강연문을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돈과 방은 자유롭게 사색할 수 있고, 편안하게 글을 쓰기 위해 있어야 할 최소한의 기본 조건이다. 호프 자런의 첫 번째 책 lab girl(랩 걸)과학자가 되고 싶은 여성을 위한 자기만의 방과학 버전이다. 혼자 실험할 수 있는 나만의 실험실이 없으면 창의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 실험실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과학자의 집이다. 자런은 대학교 건물 안에 있는 T309호실을 개인 실험실(the Jahren Laboratory)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실험실에 있으면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놀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된다. 자런은 친한 동료 빌(Bill)과 함께 매일 밤마다 실험실을 꾸몄다. 그녀는 당시 상황을 어린 소녀들이 인형의 옷을 여러 번 갈아입히는 일(141)’처럼 느꼈다고 회상했다.

 

나만의 실험실을 마련하고, 이 공간을 계속 유지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자런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학원생이 과학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는다. 연구 기반을 갖추지 못한 과학도들은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없다. 획기적인 연구 결과는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다.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백 번 이상의 연구를 시도해야 하며(실패를 겪어야 하며) 절대로 중도에 포기해선 안 된다. 자런은 진정한 과학자가 되려면 자신만의 실험을 개발하고, 그렇게 해서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한다(99). 그러기 위해서 국가는 과학도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학자들이 실패해도 계속 이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랩 걸은 여성 독자,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 여성에게 중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중요한 까닭은 자런이 과학자로서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전문직 여성이 처한 일상적인 문제들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런은 과학자라는 명함을 가진 것만으로 여성이 자신만의 연구를 시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녀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과학자로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편안한 실험실의 필요성이다.

 

랩 걸은 크게 나무과학(식물학)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의인화하여 표현한다. 특히 저자가 어린 시절에 만난 은청가문비에 대한 글(2)은 문학 교과서에 실릴 만한 글이다. 저자는 평범하고 초라해 보이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은청가문비에 생명과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일반인이 보지 못한 나무의 삶을 들려준다.

 

어떤 독자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이 산만하다고 불평하면서 랩 걸과학책같지 않다고 했다. 앞서 필자가 말한 두 가지 주제의 글이 이리저리 번갈아 가면서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저자가 개인적인 일상을 주저리주저리 서술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독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랩 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자의 산만한 글쓰기를 이해해줘야 한다. 직히 말해서 《랩 걸은 잘 만든 책은 아니다(이유는 후술할 ‘Mini 미주알고주알’을 참조할 것). 하지만 저자는 마치 정해진 틀에 벗어나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랩 걸이 되어 글을 썼다. 과학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과학적인 내용만 잔뜩 있어야 하나. 랩 걸이전에도 국내외 과학자들은 에세이 형식으로 된 과학책을 썼다. 랩 걸은 과학 책이다.

 

 

 

 

 

 

 

 

Mini 미주알고주알

 

 

    

 

* 187

    

 

 

 

 

 

원문(<Lab Girl>, 131): goose-shit yellow

 

‘goose’거위를 뜻한다. 갈매기를 뜻하는 영단어는 ‘gull’이다. 그리고 노랑색은 비표준어. 노랑 또는 노란색이라고 써야 한다.

 

 

 

 

* 187~188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애리조나에 만든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라는 표현이 어색하다.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애리조나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일까. 원서(132쪽 참조)에는 ‘Biosphere project’라고 적혀 있는데, 정확한 명칭은 ‘Biosphere 2 project’. 저자는 프로젝트 명칭을 착각하여 잘못 썼다. 실제로 캐나다 퀘백 주 몬트리올에 ‘Biosphere’라는 생태 박물관이 있다. ‘생물권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바이오스피어는 지구 전체 생태계를 의미한다.

 

바이오스피어 2는 햇빛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거대한 돔이며 투명 유리로 만들어졌다. 이 구조물 안에 인간 거주지와 동식물을 위한 생태 구역이 조성되었다. 따라서 ‘Biosphere 2’ 인공 지구 생태계.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는 1991년에 애리조나에 완공되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컬럼비아 대학교가 바이오스피어 2를 관리했고, 지구 온난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구조물은 애리조나 대학교가 소유하고 있으며 연구시설 및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번역본에 있는 문장을 컬럼비아 대학교가 주관하고,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로 고쳐 쓸 수 있다.

    

 

 

 

 

* 193

 

  “너구리들이 또 아기 너구리들을 갖게 될 거야. 털이 더 필요해.”

 

  “팔을 둥치에 난 구멍으로 집어넣어봐. 너구리들이 씹을 수 있게. 노인의 팔은 씹는 데 아주 좋거든.”

 

 

[원문, <Lab Girl> 135]

“The raccoons are having baby raccoons again; I need more hair.”

 

“Stick your arm in the hollow, then, and the raccoons will chew it. An old man’s arm is good for chewing anyway.”

 

 

라쿤(raccoon, 학명: Procyon lotor)’너구리와 같은 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라쿤을 너구리로 번역하는 것은 오역이다. 라쿤은 너구리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다. 그래서 라쿤을 미국 너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이름 때문에 라쿤을 너구리와 같은 종으로 오해하기 쉽다. 너구리를 뜻하는 영단어는 ‘Raccoon dog’이다. 미국인들은 너구리를 라쿤을 닮은 개로 여긴다. 너구리의 학명은 ‘Nyctereutes procyonoides’.

 

 

 

 

 

* 272

 

    

 

 

원문, <Lab Girl> 190: “Shit, this thing will need gas witnin a couple of hours. I should have filled up while you were back there playing Goldilocks.”

 

<곰 세 마리>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를 말한다. 골디락스는 금발을 뜻하며 동화의 주인공인 금발 소녀의 이름이다. 골디락스는 숲속을 헤매다 세 마리의 곰이 살고 있는 오두막을 발견한다. 오두막 주인인 곰들은 외출한 상태였다. 골디락스는 빈 오두막에 들어갔고(무단 주거 침입), 부엌의 식탁에 있는 오트밀 죽 세 그릇을 발견한다. 첫 번째 죽은 너무 뜨거웠고, 두 번째 죽은 너무 차가웠고, 세 번째 죽은 먹기 좋게 온기가 적당했다. 골디락스는 세 번째 죽을 먹는다. 식사를 마친 골디락스는 세 개의 의자 중에 자신에게 딱 맞는 의자에 앉지만, 그 의자는 부서져버렸다. 소녀의 철없는 행동은 계속되는데, 이번에는 침실에 들어간다. 소녀는 침실에 있는 세 개의 침대 중에 너무 푹신하지도 않고, 너무 딱딱하지 않은 침대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 그 침대에 누워 잠든다.

 

금발이 놀이는 동화에 묘사된 소녀의 민폐 행동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역자는 골디락스를 금발이로 번역했는데, 동화를 잘 모르는 독자들은 금발이 놀이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역자는 금발이가 누군지 설명한 내용이 있는 주석을 달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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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2-0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자도 자기만의 실험실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역시 어떤 일이든 어려움이 없는 일은 없는 것 같네요. 자기만의 실험식이라 저건 진짜 돈이 많이 필요할 거 같은데... 어떤 연구든 제대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국가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하군요.

cyrus 2020-12-08 09:10   좋아요 0 | URL
호프 자런이 연구실을 마련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어려운 일인 건 사실이에요. 건물주가 아닌 이상 개인이 연구실을 가진다는 건 불가능해요. ^^;;

Angela 2020-12-0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랩걸읽었는데~새로운 해석이네요. cyrus님 오랜만에 반가워요

cyrus 2020-12-08 09:11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안젤라님. ^^

han22598 2020-12-08 0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 울프의 방과 자런의 방을 연결시킨 점이 새롭네요. 하지만 두개 방의 속성은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쓰기에서 필요한 방보다는 실험실에서 필요한 방의 특성을 더 잘 알 고 있기 때문에 제 생각이 편협할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두방의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그 방의 퀄러티와 그 방에서 나온 결과물의 질에 대한 상관 관계입니다. 글쓰기의 방의 퀄러티가 그 방 주인의 글의 수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방을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실상 여자들의 글쓰기는 가능해지고, 그 이후의 개인의 능력과 창조적인 일을 하라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된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실험실이라는 이야기 하는 랩방은 그 방의 퀄러티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방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실험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러한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실험자재, 도구들이 없거나 오래된 것들이라며, 실험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실험속도가 매우 느려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랩 퀄러티에 따라 창조적(?)인 실험들을 가능해지고 불가능해지는 것이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더 많은 여성과학자들에게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허락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느 영역이 안그러겠냐만은) 주류의 남성 과학자들처럼 퀄러티 있는 랩을 꾸려갈 수 있는 기회도 동등하게 주어져야하는 것 같아요.

cyrus 2020-12-08 09:24   좋아요 1 | URL
울프의 방과 호프 자런의 실험실을 연결한 이유는 단순해요(어떻게 보면 이 생각 또한 편협해보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둘 다 방입니다. 두 번째는 둘 다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랩 걸>에서 자런은 실험실을 ‘글을 쓰는 곳(36쪽)’이라고 했거든요. ‘실험실’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게 과학자들이 모여서 실험할 때 쓰이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과거보다 과학계에 진출한 여성이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 과학자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면 여성 과학자가 실험실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분위기는 무르익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여성 과학자들이 많이 드나드는 실험실이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겠죠? ^^;;

국내 과학계 현실을 책과 언론으로만 접했기 때문에 과학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세히 모릅니다. 막연하게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한 사람들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han님이 말씀하신 ‘실험실을 꾸려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

2020-12-11 0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피보나치의 토끼
애덤 하트데이비스 지음, 임송이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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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점    ★★    C

 

 

 

 

과학 혁명(scientific revolution)은 이과 계열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용어이지만, 그들은 수학 혁명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수학 혁명은 국어사전에 등록된 단어가 아니며 학계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는 용어도 아니다. 피보나치의 토끼(Fibonacci’s Rabbits)의 부제는 수학 혁명을 일으킨 50가지 발견이다. 이 책은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획기적인 수학자들의 업적을 알려 준다. 책을 읽다 보면 수학 교과서를 공부하면서 만난 공식과 기호들이 나온다. 이 녀석들이(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공식과 기호를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수학을 싫어하지 않는다) 독자의 눈앞에 들이대면서 문제를 어서 풀라고 요구하지 않으니 걱정 마시라. 수학 문제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으므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독자라도 이 책을 문제없이 읽을 수 있다. 책의 저자는 시대별로 (수포자를 괴롭힌) 수학 공식과 기호들이 탄생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그는 과거의 수학적 발견이 없었다면, 그 다음에 나온 수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어째서 책 제목을 피보나치의 토끼라고 정했을까? 피타고라스(Pythagoras), 유클리드(Euclid), 뉴턴(Newton), 오일러(Euler), 가우스(Gauss)와 같은 쟁쟁한 수학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책 제목의 일부가 된 피보나치는 누구일까? 피보나치는 1202년에 산술에 관한 책을 썼다. 이 책의 인지도는 수학책 하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하학 원론수학의 정석보다 매우 낮다. 하지만 산술에 관한 책덕분에 우리는 매우 쉽고 간편한 숫자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피보나치는 이 책을 통해 인도에서 전해져 온 아랍의 숫자 체계를 유럽에 소개했다. 그가 아랍의 숫자 체계를 배우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헷갈리기 쉬운 로마식 숫자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산술에 관한 책에서 가장 유명한 내용이 피보나치의 토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문제. ‘피보나치의 토끼문제는 다음과 같다. 한 농장에서 갓 태어난 한 쌍의 새끼 토끼가 사육되기 시작했다고 하자. 한 쌍의 토끼는 생후 1개월 뒤 번식하며 한 달 후에 다시 한 쌍의 토끼가 태어난다. 그렇다면 태어난 토끼가 죽지 않고 계속 산다면 일 년 동안 태어난 토끼는 몇 쌍이 될까. 피보나치는 한 쌍의 토끼가 계속 새끼를 낳을 경우 몇 마리로 불어나는지 알아보다가 수열을 발견했다. 수열은 피보나치 이후에 등장한 수학자들을 흥분시킨 수학적 패턴이었다. 수열을 연구하는 데 푹 빠진 수학자들은 자연과 우주가 수열로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피보나치의 토끼수학사를 50개의 파일(file)로 압축한 책이다. 소제목을 먼저 확인한 뒤에 관심 있는 파일 몇 개 골라서 읽어도 된다. 과거의 수학적 발견을 먼저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수학 개념과 공식이 있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과거의 수학적 발견에 대한 내용이 몇 쪽에 있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책에 이런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이 너무 많다. 글자 크기가 작은 게 흠이다. 글자 크기가 작으면 오자나 오류를 찾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 글자가 작아도 다 보인다.

 

다음에 나올 내용은 저자 또는 역자가 고쳐야 할 문장과 신중하게 읽을 필요가 있는 문장들이다. 내용이 많아서 관심 없는 독자는 안 봐도 된다. 그 대신 이 책은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고, 문과 계열에 속한 독자들에게 추천할 수 없다는 점만 알아두시라.

 

    

 

 

* 12

  드물게 뼈 화석에서 초기 형태의 수학적 증거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뼈에는 초기 인류가 남긴 V 모양 새겨져 있다.

 

 

‘이’ 하나가 빠졌다.

     

    

 

* 29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제논(Zenon)은 유명한 몇 가지 역설에서 무한이라는 개념을 다루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역설은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다.

 

 

제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총 다섯 명이다. 역설을 고안한 제논은 현재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지역인 엘레아(Elea) 출신이라서 엘레아의 제논(Zeno of Elea)이라고 부른다. 꼼꼼한 저자나 역자는 어느 출신의 제논이라고 쓴다.

    

 

 

 

 

본 책 31쪽에 코크 눈송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나 역주가 없다. ‘코크 눈송이라고 해서 하얀 코카인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광고에서 북극곰이 즐겨 마시는 코카콜라도 코크 눈송이와 관련이 없다. ‘코크 눈송이의 코크는 코카인의 속어(coke)와 코카콜라의 별칭(Coke)이 아닌 사람 이름이다. 코크의 정체는 스웨덴의 수학자 헬게 폰 코흐(Helge von Koch)이다. 많이 알려진 명칭은 코흐 눈송이또는 코흐 곡선이다. 코흐 눈송이는 고전적인 프랙털(fractal, 자기유사성) 모형이다. 프랙털에 대한 설명은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정재승, 동아시아, 2020, 개정증보 2)를 참조.

 

    

 

* 41

  아르키메데스가 남긴 엄청난 일화 중 하나는, 자신이 개발한 독창적인 도르래 장치를 이용해서 한 손으로 작은 손잡이를 밀어 4000톤이나 나가는 배 시라쿠사(Syrakusa)를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시라쿠사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도시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태어난 곳이다. 아르키메데스가 활동했던 당시 시라쿠사는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였다. 커다란 배를 움직였다는 도르래에 관한 일화는 오랜 세월동안 전승하는 과정 중에 윤색될 가능성이 있다. 아르키메데스 도르래의 실제 모습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진 아르키메데스 도르래의 용도는 추측에 가깝다. 도르래는 시라쿠사를 노린 로마 군함들을 침몰시키는 데 사용한 무기(거대한 갈고리)의 부속품이었을 수도 있다(참조: 유식의 즐거움 8: 유쾌한 과학사, 아셔 셧클리프, 휘닉스드림, 2006). 저자의 설명을 보면서 생긴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시라쿠사라는 이름의 배가 실제로 존재했을까? 원서를 확인해보지 않았으나 시라쿠사는 배 이름이 아니라 시라쿠사 군인들이 전시에 사용한 배 아니면 무역선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 59

  피보나치 수열은 예술과 건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피보나치 수열에 등장하는 숫자가 황금 비율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아무 숫자나 뽑아서 그 앞 숫자로 나누면, ‘황금 비율1.168과 비슷하다. [중략]

  황금 비율은 심미적인 만족감을 준다고 여겨졌고,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까지 널리 사용했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부터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까지 많은 예술가들이 이용했다.

 

 

황금비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는 고대인의 비술또는 심미적인 만족감을 주는 비율로 알려졌으나, 이러한 통설을 반박한 견해들이 있다. 앵무조개 껍데기는 황금비가 적용된 자연물로 유명한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EBS 다큐프라임> ‘황금 비율의 비밀편 참조)

    

 

 

* 63

  존 네이피어(John Napier)1550년 스코틀랜드의 머치스톤 성에서 태어났다. 현재 그곳은 에딘버그 네이피어 대학교 머치스톤 캠퍼스의 일부다.

 

 

에딘버그의 정확한 표기는 에든버러(Edinburgh).

 

    

 

* 80

네덜란드의 과학자 크리스티안 호이헨스     

    

 

과거에 사용된 표기명은 호이겐스호이헨스. 현재 외래어표기법에 맞춰 하위헌스(Huygens)라고 써야 한다.

    

 

 

* 89

  베르누이의 원리, 혹은 베르누이의 방정식은 1730년경 스위스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가 발견했으며, 현재까지 유체의 흐름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통찰력을 보인 방정식 중 하나다. [중략]

  처음 이 원리를 발견했을 때 베르누이는 갓 30세가 되었고,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황제 예카테리나 1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다니엘 베르누이는 1700년에 태어났다. 그가 서른 살이 된 해는 1730년인데, 이 시기에 예카테리나 1(Ekaterina I)는 살아 있지 않았다. 예카테리나 1세는 1727년에 사망했다. 물론 예카테리나 1세의 짧은 재위 기간(1725~1727)에 베르누이는 그녀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베르누이는 1725년부터 차르(tsar)의 지원을 받으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 과학 아카데미 수학 교수로 일했다. 이 과학 아카데미는 예카테리나 1세의 남편이자 전임 차르였던 표트르 대제(Peter I)가 세웠다. 1730년에 왕위에 오른 차르는 두 명이다. 예카테리나 1세의 뒤를 이은 표트르 2(Peter II, 1727~1730. 1)안나 이바노브나(Anna Ivanovna, 1730. 1~1740).

 

    

 

* 91

1737 유체역학(Hydrodynamics)

 

 

다니엘 베르누이가 쓴 책인데, 정확한 출판 연도는 1738이다.

 

 

 

* 94

  1772년 라그랑주는 L4L5라는 점을 더 발견했고, 이 점은 태양과 지구를 잇는 축과 각도를 이루어 삼각형을 형성하고 있다. 이 두 점은 아주 안정적이어서 그리스 소행성과 트로이안 소행성을 포함한 우주의 먼지나 소행성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

 

    

그리스 소행성’, ‘트로이 소행성이라는 명칭이 무엇인지 설명한 내용이 없다(과학 비전공 독자들을 위해 세심하게 알려주지 않는 저자와 역자의 무성의한 번역은 이 책의 장점을 깎아내리고 있다). 세부 설명이 없으면 독자들은 그리스트로이를 소행성의 이름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리스트로이소행성군()의 이름이다. 서로 비슷한 궤도를 도는 소행성들이 모여 있는 것을 소행성군(asteroid group)이라고 한다. 이름의 유래는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그리스와 트로이(Troy). 라그랑주 점(태양과 지구 또는 지구와 달 같은 두 천체의 중력이 더 작은 천체에 작용하는 원심력과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한 지점, 총 다섯 개의 라그랑주 점이 발견되었다. 본 책 93쪽 참조) L4L5에 있는 소행성군을 목성 트로이(소행성)이라 한다. L4에 있는 소행성들은 목성 트로이군 그리스 측(camp)’, L5에 있는 소행성들은 목성 트로이군 트로이 측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 측에 있는 소행성들의 이름은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 그리스 군인들의 이름이다. 당연히 트로이 측의 소행성들은 트로이 군인들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예외가 있는데, 트로이 총사령관의 이름을 딴 소행성 ‘624 헥토르L4 그리스 측 소행성군에 있다. 이에 맞춰 L5 트로이 측 소행성군에 소행성 ‘617 파트로클로스가 있다. 파트로클로스(Patroklos)아킬레우스(Achilleus)의 절친한 친구이며, 헥토르(Hektor)의 창에 찔려 전사한다.

 

 

  

 

* 104쪽 일러스트

 

 

 

 

 

프랑스의 수학자 마리 소피 제르맹(Marie-Sophie Germain)에 대한 내용 옆에 있는 일러스트다. 이 일러스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중심의 학문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제르맹의 삶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러스트에 나온 남자 두 명은 수학자가 아니다. 일러스트 왼쪽 두 번째 인물은 미국의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맨 오른쪽에 있는 인물도 미국 대통령인데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이다. 나머지 세 명은 누군지 모르겠다. 다섯 명의 남자들 사이에 살짝 보이는 여성(붉은색 화살표로 가리켜져 있다)은 제르맹이 아니라 러시아의 수학자 소피야 코발렙스카야(Sofia Vasilyevna Kovalevskaya).

 

인터넷 검색창에 시어도어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소피야 코발렙스카야를 입력하면 이 세 사람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나온다. 많은 사진들 중에 이 책의 일러스트로 사용된 것이 있다.

 

    

 

* 118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마우리츠라고 써야 한다. ‘모리츠로 표기되는 이름 또는 성의 철자는 ‘Moritz’.

 

    

 

 

* 130

아일랜드 수학자 조지 불(George Boole)

 

 

조지 불은 영국 잉글랜드 링컨셔 주 링컨에서 태어났다. 그의 국적은 영국이지만, 수학자로서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아일랜드에 있는 퀸스 칼리지(Queen’s College)의 수학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 135쪽 일러스트

 

 

    

 

독일의 수학자 에미 뇌터(Emmy Noether) 뒤에 있는 남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앞에 내가 언급한 104쪽 일러스트를 다시 살펴보시라. 좌우로 반전이 된 사진을 사용했다. 왜 자꾸 수학자가 아닌 사람을 일러스트로 사용하는 것일까?

 

    

 

* 162, 163

MC 에셔

 

 

‘MC’는 래퍼 앞에 붙는 명사(: MC 스나이퍼, MC 메타). 네덜란드의 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이름 약칭은 ‘M. C. 에셔로 쓴다. 점 두 개를 찍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쓴 두 권의 책, 파블로프의 개슈뢰딩거의 고양이친구라고 소개했다(책 앞날개 참조). 두 권의 책도 피보나치의 토끼와 같은 출판사가 펴냈다. 이 두 친구들의 상태가 좋은지 확인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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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 자유롭고 유쾌한 삶을 위한 17가지 과학적 태도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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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 우리는 모두 한때 과학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열광하고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공룡이다. 어린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공룡에 푹 빠진 어린 시절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처음으로 과학 공부를 재미있게 하던 시기였다. 발음하기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워서 부모에게 알려주고 싶은 소박한 배움의 동기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어른이 되면 공룡에 대한 호기심만 사라지는 건 아니다. 과학을 공부하는 즐거움도 사라져버린다. 공룡 박사가 되는 꿈을 가졌던 아이는 학교에서 치른 과학 시험의 초라한 성적표에 실망하고, 그때부터 과학 공부를 포기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연현상과 사물을 관찰하는 경험과 과학실험을 하지 못한 채 시험 문제의 정답이 돼버린 과학 이론들을 달달 외운다. 좋은 습관을 갖는 것보다 나쁜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다. 공부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한 번 몸에 잘못 밴 습관으로 인해 공부에 대한 흥미와 성취도가 떨어진다. 과학을 기피하게 만드는 잘못된 공부 습관은 과학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만든다. 암기 위주로 과학 공부를 해왔거나 주입식 과학 수업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학문이라는 편견을 가진다. 이들은 호기심이 많았고, 과학을 좋아했던 시절을 생각하지 못한다.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은 그저 과학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의 뒤표지에 보면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과학자를 끄집어내는 안내서라는 소개 문구가 있다.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과학자는 과학적 태도를 의미한다. 이 책에 나오는 과학적 태도는 총 17가지다. 실패, 비판적 사고, 질문, 관찰, 모험심, 현실적인 목표, 측정, 개방성, 수정, 겸손, 공감, 검증, 책임, 공생, 다양성, 행동, 협력. 과학적 태도는 과학을 공부해서 습득되는 마음가짐이 아니다. 과학을 공부하기 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마음가짐이다.

 

과학자는 실패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다. 너무 쉽게 결과가 나오는 연구 분야를 선호하는 과학자는 그 분야와 관련된 지식에 의심하거나 질문할 기회가 줄어든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 연구 분야에 평생 연구해온 사람이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의문을 품는다. 조금이라도 지식에 어긋난 실험 결과가 나오면 가설이 자신만의 답이 될 때까지 철저히 검증한다. ‘자신만의 답이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새로운 지식이 된다. 과학자들의 꾸준한 호기심과 의심은 새로운 과학 지식을 탄생하는 씨앗이다. 그것이 새로운 지식의 나무가 되어 무럭무럭 자라면 과거에 녹음이 우거지던 지식의 나무는 시든다. 저자는 과학을 정답 없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은 시험 문제의 정답이 된 과학을 공부한다. 사실 그러한 교육 방식은 제대로 된 공부의 정의에 어울리지 않는다. 진짜 공부는 일시적인 답이 된 지식에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아주 기본적인 과학적 태도인 호기심, 질문, 비판적 사고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저자는 과학 지식을 습득하는 일보다 제일 중요한 것이 우리의 삶을 자유롭게 해주는 과학적 태도라고 강조한다.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을 읽으면 과학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풀 수 있다. 과학을 모르고 살면 행복하지 않다. 과학을 외면하는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힘들게 한다. 과학적 사실에 맞지 않는 허위 정보를 믿고 산 사람이 행복한 적이 있던가. 그 사람의 잘못된 믿음은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적 태도를 가지면서 자랐다. 과학자가 되지 않더라도 과학과 친숙해질 기회는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교육 환경이 달라지고, 과학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진다. 모든 과학 교사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일부 교사들은 우리에게 과학적 태도가 과학 지식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런 교사에게 과학을 배우는 아이들의 호기심은 죽는다. 과학적 태도를 죽이지 않으려면 토머스(Thomas)처럼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호기심 많은 토머스를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로 단정한다. 모든 것에 대해 호기심이 넘치고 질문이 많은 토머스는 별난 아이가 아니다. 우리는 토머스처럼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행복했던 그 시절의 모습을 잊어버렸다. 우리나라의 토머스들이 과학적 태도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았으면 그들 중에 누군가는 에디슨(Edison)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Trivia

 

* 7악장은 수족관입니다. 생상은 수족관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물고기는 소리도 내지 못하는데요. 하모니카가 등장해서 환상적인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산호초 속을 쏜살같이 달리는 물고기가 그려지지요. 다시 8악장부터는 노새, 뻐꾸기, 큰 새를 연주합니다. (공감, 155~156)

    

 

생상(Saint-Saëns)의 관현악곡 동물의 사육제에 대해서 소개한 내용 일부이다. 동물의 사육제는 인간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표현한 총 14곡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 7악장(7번째 곡)의 제목은 수족관이다. 이 곡을 연주할 때 사용하는 악기는 (입으로 부는) 하모니카가 아니라 글라스 하모니카(glass harmonica).

 

 

 

 

 

글라스 하모니카는 물이 들어 있는 통에 크기가 다른 둥근 유리컵들이 가로로 놓인 형태로 되어 있다. 페달을 밟으면 통이 회전하는데, 젖은 손으로 유리컵을 문질러 소리를 낸다. 이 악기를 발명한 사람은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다. 하모니카는 관악기, 글라스 하모니카는 체명악기에 속한다.동물의 사육제8악장 제목을 귀가 긴 인물또는 귀가 긴 노새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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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7-0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분이 썼던 글인지 기억이 가물한데 콘트라베이스 악기 이름, 대중들이 잘못알고 있다고 지적한 글 최근 읽었어요. 글라스 하모니카도 전혀 다른 생김새네요. 덕분에 처음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0-07-16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 없는 문제가 우리의 사고력을 발달시키죠. 계속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예를 들면 답이 정해져 있는 단답형 문제는 바로 답만 말하면 되니까 기껏해야
암기력 발달 정도죠.
어느 대학원에서는 오픈북 시험을 친다고 합니다. 책을 보고 답을 쓰라는 시험인데 그만큼 암기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라는 것 같아요.

transient-guest 2020-08-1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과 수학을 그렇게 차례로 포기한 경험이 있다 보니 말씀하신 잘못된 배움의 습관이 마음에 닿는 것 같습니다.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과학교육, 이치를 가르쳐서 하나씩 깨우침의 즐거움을 주는 수학교육은 암기와 성적위주의 교육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일찍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한국이 대학-석-박사과정으로 가면서 성과가 떨어지는 건 결국 기초가 탄탄하지 못하고 깊은 배움이 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학은 나이가 들면서 교양으로 갖추려고 책을 읽고 노력하지만 수학은 여전히 대학교 1학년 이후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08-20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1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aralove99 2020-09-1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블로그는 안하시나용?!?!

2020-11-24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9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1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끈이론: 아인슈타인의 꿈을 찾아서 살림지식총서 126
박재모.현승준 지음 / 살림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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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가 사는 세상에 네 가지 힘이 존재한다.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질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여기서 퀴즈. 네 가지 힘 중에 가장 약한 힘을 무엇일까. 하나 찍어보시라. 대부분 사람은 약한 핵력을 고를 것이다. ‘약한(weak)이라는 단어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답은 중력이다. 중력이 약하다 보니 중력을 전하는 파동인 중력파(gravitational wave)의 효과도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5년에 중력파의 실체가 알려지기 전까지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검출하지 못해 고전했다.

 

전자기력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합친 힘이다. 서로 다른 힘으로 생각됐던 전기력과 자기력을 전자기력으로 통합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맥스웰(Maxwell)이다. 강한 핵력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인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를 만드는 힘이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quark)라는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다. 강한 핵력은 쿼크를 결합한다. 약한 핵력은 강한 핵력의 역할과 반대로 작용하는데 원자핵을 붕괴시킨다.

 

맥스웰은 전기의 힘과 자석의 힘을 전자기력으로 통일하는 데 성공했다. 1967년에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일한 이론이 발표되었고, 1974년에 강한 핵력까지 통일한 이론이 나왔다. 문제는 중력이다. 중력까지 통일한 궁극의 이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소립자는 만물, 그리고 네 가지 힘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소립자를 (point) 형태의 입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초 끈 이론(super-string theory)에 따르면 만물과 네 가지 힘의 기본 요소는 소립자가 아니라 아주 작은 끈이다. 초 끈의 종류는 두 가지다. 고리 형태의 닫힌 끈과 두 개의 끝점이 있는 열린 끈이다. 초 끈 이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소립자의 형태를 초 끈이 진동하면서 생기는 파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초 끈 이론이 궁극의 이론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초 끈 이론이 성립하려면 우주를 ‘10차원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궁극의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차원을 추가했다. 초 끈 이론의 최신 버전이라 할 수 있는 ‘M 이론은 우주를 ‘11차원 공간으로 본다. 하지만 초 끈 이론과 M 이론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실험으로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의 126번째 책 초 끈 이론: 아인슈타인의 꿈을 찾아서는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그리고 초 끈 이론과 M 이론에 대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하지만 초 끈 이론의 분량이 적다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이 책을 참고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11~12쪽에 중력자(graviton)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중력자는 중력을 매개하는 소립자다. 그런데 이 책을 쓴 두 명의 저자는 중력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인 것처럼 설명했다. 중력자는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다. 중력자를 설명할 땐 반드시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론상의 물질이라는 식으로 부연 설명을 해줘야 한다. 중력파와 중력자를 혼동하지 말 것!

 

중쇄를 찍을 때 외국어 표기를 고쳤으면 한다. 밍코브스키(17)민코프스키(Minkowski), 슈뢰딩어(23)슈뢰딩거(Schrödinger), 보즈 입자(35)보손 입자(boson particle)로 써야 한다. 독일어로 발음하면 슈뢰딩어에 가깝지만, 국립국어원의 외국어 표기법에는 슈뢰딩거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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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몸이 안 좋을 땐 교장의 허락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 후,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곤 했다. 이때부터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 사색하는 버릇을 가지게 된다. 20대의 데카르트는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자원입대를 한다. 어느 날 그는 막사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바둑판 형태의 무늬가 그려진 천장 위에 달라붙은 파리를 발견한다. 데카르트는 천장에서 움직이는 파리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좌표평면을 생각한다.

 

 

 

 

 

 

 

 

 

 

 

 

 

 

 

 

 

* 김승태 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좌표 이야기(자음과모음, 2008)

    

 

 

좌표평면은 x축과 y으로 이루어져 있다. 좌표평면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점의 위치를 수치로 도출해 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가로축(x)의 숫자와 세로축(y)의 숫자만 있으면 점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으며 점이 어디에 있는지 측정할 수도 있다.

 

 

 

 

 

 

 

 

 

 

 

 

 

 

 

 

 

* [절판] 차원이란 무엇인가?(아이뉴턴, 2009)

* 차원의 모든 것(아이뉴턴, 2019)

 

    

 

좌표의 개념을 이해하면 차원의 정의도 이해할 수 있다. 좌표를 고안한 데카르트가 차원을 정의한다면 한 점의 위치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의 개수라고 말할 것이다. 앞서 좌표평면에 있는 점의 위치는 가로축의 숫자와 세로축의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언급했다. 가로축의 숫자, 세로축의 숫자는 한 점을 위치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이므로 2개이다. 따라서 좌표평면은 2차원이다. 그렇다면 좌표평면이 아닌 곳에 있는 점은 몇 차원일까? 0차원이다. 왜냐하면 이 점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는 수치가 없기 때문이다. 직선은 1차원이다. 임의의 두 점 사이를 연결하면 직선이 된다. 두 점 사이의 거리만 알면 직선 위에 있는 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3차원이다. 기준점으로부터 가로’, ‘세로’, ‘높이방향을 나타내는 세 가지 수치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말로 풀어쓴 차원의 정의는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림을 이용해 차원의 정의를 설명하는 방식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그러므로 도판과 일러스트가 가득한 일본의 과학 잡지 <뉴턴(Newton)>을 추천한다. 매달 나오는 잡지를 구독하지 않아도 <뉴턴>을 접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뉴턴 하이라이트(Newton Highlight)>는 잡지 정기 구독자가 아닌 독자들을 위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이다.

 

필자가 데카르트의 좌표 개념을 이용해 차원의 정의를 설명한 내용은 2009년에 나온 차원이란 무엇인가?와 작년에 나온 차원의 모든 것을 참고하여 요약한 것이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인쇄본은 현재 절판되었다. 그런데 전자책(e-Book)은 판매 중이며 지금도 구매할 수 있다. <뉴턴 하이라이트> 편집자들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차원의 모든 것차원이란 무엇인가의 개정판이다. 그래서 두 권의 책 초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처음에 차원의 정의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려진 일러스트도 똑같다. <뉴턴 하이라이트> 편집 방식은 복사하기, 붙여 넣기(Ctrl+C, Ctrl+V)수준에 가깝다.

 

일러스트가 많다고 해서 <뉴턴 하이라이트>를 과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초보 독자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해선 된다. 어떤 과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4차원 공간(3차원 공간과 시간을 합친 개념)을 넘어선 고차원 공간이 우주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론이 바로 브레인 이론(brane theory)과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다. 이 두 개의 이론은 과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론으로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증을 중요하게 여기는 과학자들은 브레인 이론과 초끈 이론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차원의 모든 것에 브레인 이론과 초끈 이론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난해한 내용을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압축한 편집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론물리학에 생소한 독자들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뉴턴 하이라이트>를 수집하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절판된 차원이란 무엇인가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 차원이란 무엇인가2009년에 나온 책이라서 당연히 2010년대에 발견된 과학적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2009년은 중력파와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지금 시점으로 보면 차원이란 무엇인가는 오래된 책으로 느껴지지만(이 책이 나온 지 십 년이 지났으니 그렇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이 책에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특별한 내용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Lisa Randall)의 인터뷰 내용이다. 그녀는 네 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중의 하나인 중력이 약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휘어진 여분 차원 모델을 주장했다. 리사 랜들의 휘어진 여분 차원 모델차원의 모든 것에도 언급된다. 그러나 리사 랜들의 인터뷰 내용은 차원의 모든 것에 수록되지 않았다.

 

 

<뉴턴 하이라이트>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책이라서 그런지 직소 퍼즐(jigsow puzzle)’이 지그소 퍼즐로 표기된 점이 눈길이 간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차원의 모든 것을 보면서 발견한 사실인데, 초끈 이론에서 말하는 초끈 길이의 수치가 다르다. 그런데 초끈 이론을 설명한 책이나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살펴보면 초끈 길이가 제각각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끈은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에(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아주 미세해서 현재의 측정 기술로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초끈 길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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