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먼 다이슨의 의도된 실수 - 과학과 인문학의 논쟁 그리고 미래
프리먼 다이슨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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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은 다재다능한 과학자이다. 스물네 살에 그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양자 전기 역학적으로 통합한 ‘슈뢰딩거-다이슨 방정식’을 발표했다. 물리학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다이슨은 우주까지 손을 뻗친다. 그는 인간이 거주하는 우주 문명을 상상했다. 다이슨은 ‘이름값’을 하는 과학자이다. 이름(Freeman)대로 다이슨은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력으로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이 ‘자유로운 사람’의 지적 영역을 살펴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일이 또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프리먼 다이슨이라면 더 무엇을 말하랴?

 

오늘날의 사회를 과거와 가장 크게 구별 짓는 요소는 정보화, 그리고 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이것들은 첨단으로 달려가는 우리의 물리적 조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키며 여러 분야에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인식의 틀을 요구한다. 《프리먼 다이슨의 의도된 실수》(메디치미디어, 2018)는 과학, 역사, 사회학 등 여러 가지 분야의 책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학문의 주류를 재고하고, 미래의 흐름을 보는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은 서평지에 발표된 서평들을 모은 것이다. 유전공학, 환경보호론, 독일 V2 로켓 개발자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 리처드 파인먼(Richard Feynman),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알려진 오펜하이머(Oppenheimer) 등을 주제 삼아 관련 서적들에 대한 풍성한 서평들을 담았다. 다이슨은 책을 평론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책을 쓴 저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책의 오류를 바로잡는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누적된 경험과 직관이라는 이름 아래에 진리를 사실로 믿으면서 살아간다. 어떤 의심이나 질문도 하지 않고 말이다. 《의도된 실수》는 인문학과 담을 쌓은 과학이 독보적 위치를 점한 상태에서 인류의 지혜를 제공하려는 상황을 비판한다. 인문학과 과학, 둘은 원래 하나였다. 다이슨은 과학, 역사, 철학이 별개의 분야가 나뉜 현실을 지적한다. 그의 지적은 과학과 인문학을 별개의 분야로 대하는 우리 사회에 그대로 통용된다. 전공자를 제외하고는 자연과학 전 분야에 대해 국내 지식인 사회는 대부분 무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는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문학을 알아서 뭐하느냐며 되레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우리는 전문가가 말하는 진실을 막연하게 믿는다. 다이슨은 그러한 착각과 오판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치밀하다고 믿는 전문가들도 빠질 수 있는 인식의 함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먼저 그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환경보호주의가 교조적 사고로 변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이 같은 상식을 뒤엎는 ‘회의적 환경주의자’들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들은 전 세계 주요 기관의 통계자료를 근거로 환경단체와 과학자들이 제기하는 환경위기가 과장돼 있으며, 경제발전에 따라 오히려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 위기론을 믿는 사람들은 회의적 환경주의자를 ‘위험한 견해를 가진 환경의 적’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다이슨은 이들이 ‘열정적인 환경운동가’라고 말한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들은 지구온난화 문제에만 편중된 대중의 인식이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현실적 위기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염려한다.

 

핵무기라는 가공할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하는 미사일방어체계의 존재 자체를 회의하는 다이슨의 주장이 눈길을 끈다. 그는 핵무기와 미사일방어체계가 ‘군사적 환상’이라고 말한다. ‘군사적 환상’이란 전쟁의 승리를 유도하는 군사 기술 및 무기를 찬양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군사적 환상에 빠진 군인들은 군사 기술이 초래하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인지하지 못한다. 군인뿐만 아니라 투철한 안보 정신을 가진 시민들도 군사적 환상에 빠지기 쉽다. 흔히 자신을 ‘애국 보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미사일방어체계가 북한의 핵무기에 맞설 수 있는 최선의 전략 무기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은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이다. 북한처럼 핵무기를 사랑하는 국가들은 방어 전략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드는 데 전념할 것이다.

 

다이슨은 과학과 인문학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그동안 ‘정설’이라고 믿어왔던 것들도 무너뜨린다. 그는 나치 독일에 협력한 전범으로 알려진 베르너 폰 브라운을 옹호하기도 하며 <충돌하는 우주>라는 제목의 책을 써서 창조론과 흡사한 지구 탄생설을 주장한 임마누엘 벨리코프스키(Immanuel Velikovsky)의 상상력을 높이 평가한다. 벨리코프스키는 각종 신화 속 내용을 근거로 우주와 지구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으나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와 같은 회의주의자들은 그의 주장을 ‘사이비 학문’이라고 비판했다.

 

거침없이 나오는 그의 독창적인 주장은 비판을 부르기도 한다. 다이슨의 절친한 동료 과학자인 스티브 와인버그(Steven Weinberg),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등이 다이슨의 서평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이슨의 서평을 읽은 일반 독자들도 그의 주장을 반박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다이슨은 이 책에서 자신에게 보낸 전문가와 일반 독자들의 반박 편지 전부를 공개했다. 다이슨은 자신의 주장도 검증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자신의 확신이 ‘실수’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도 인간이므로 어리석은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문제점이 많은 학설을 끝까지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를 추종하는 대중은 그들의 착각조차 ‘진리’로 인정한다. 다이슨은 전문가와 대중이 공통으로 저지르는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선 상반된 학설과 관점을 공평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는 과학이야말로 ‘건강한 과학’이다. 따라서 다이슨은 자신의 주장을 ‘의도된 실수’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틀린 생각’으로 판명된다면 인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고, 그러한 과정이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학문을 발전시키는 길이 될 거로 확신한다. 인생 막바지(현재 그의 나이는 94세이다)에 동료와 독자들의 비판을 한 몸으로 받으면서 대담한 주장을 내세우는 노학자의 의도적인 글쓰기가 존경스럽다. 그런 점에서 《의도된 실수》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조언을 주고 있다. 과학이든 철학이든 학문을 이해하는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

 

이 책에는 교양 과학에 관심 많은 독자에게 익숙한 인물과 책들이 나온다. 파인만의 일대기를 다룬 로렌스 크라우스《퀀텀맨》(승산, 2012)과 그래픽 노블 《파인만》(서해문집, 2011), 제임스 글릭《인포메이션》(동아시아, 2017) 등이 있다. 《의도된 실수》 말미에 다이슨이 서평에서 언급한 도서들을 정리한 목록(제목은 ‘프리먼 다이슨이 경의를 표한 책들’)이 있다. 이 도서목록이 독자 스스로 다이슨이 언급한 책들을 읽으려는 동기를 촉발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독서 동기 촉발의 측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프리먼 다이슨이 경의를 표한 책들’에서 국내 번역본 제목을 소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역자 후기’와 색인이 없다.

 

책 130쪽에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발표 연도를 ‘1817년’이라고 잘못 적혀 있는데, 정확한 발표 연도는 1818년이다. 이걸 다이슨의 실수로 봐야 하나, 아니면 책을 만든 출판사 편집자의 실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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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3-1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키피디아를 검색해 보니 <프랑켄슈타인>의 출판 연도
는 1818년 1월 1일이라고 되어 있네요.

하지만 다 쓴 건 1817년 4/5월이라고 하니 아마 약간의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

그나저나 19살 때, 이런 책을 썼다니 대단하네요 정말.

cyrus 2018-03-16 16:18   좋아요 0 | URL
소설이 최종적으로 다 마무리된 상태에서 정식으로 발표한 연도가 1818년일 것입니다. 메리 셸리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도 그렇고, 아버지인 윌리엄 고드윈도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
 
네이버후드 프로젝트 - 유전자와 문화의 이중 나선 사이에서
데이비드 슬론 윌슨 지음, 황연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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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무한한 자연의 진리를 알아내려는 과학자들의 지적 분야인가? 아니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학문인가? 우리는 과학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바꾸는 실용 학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해도 과학을 공부해야겠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대부분 사람, 특히 문과 출신들은 과학이 수학 다음으로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과학적인 사고 없이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과생으로 수능시험을 준비하기 전까지 고등학생 1학년의 나는 과학을 암기 과목처럼 공부했다. 이런 잘못된 학습법은 대학생이 될 때까지 내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늦바람이 들어 독서로 과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이런 학습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학의 묘미를 점점 이해할수록 과학을 재미없게 공부한 것을 후회했다. 과학은 정말로 우리의 생활과는 관계가 없고, 어렵기만 한 것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과거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의식과 함께 비로소 과학은 존재 의미가 있게 된다. 과학이 오직 인간에게만 고유한 학문이라면 우리는 과학을 수행 도구로 삼아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슬론 윌슨(David Sloan Wilson)《네이버후드 프로젝트》(사이언스북스, 2017)는 진화론이 인간의 삶의 질을 궁극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진화론의 유용성에 천착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5년간에 걸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미국 뉴욕주 도시 빙엄턴(Binghamton)의 변천 과정, 인구 구조, 빈부 격차 등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분석한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빙엄턴 네이버후드 프로젝트(BNP)’이라고 명명한다. 《네이버후드 프로젝트》는 도시에 대한 과학적 실험의 결과물이다. 600쪽이 넘는 이 책을 보는 독자는 누구나 이 한 권의 책을 낳기 위해서 저자와 BNP에 참여한 사람들이 흘린 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과학이 종교와 문학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어떤 의미에서 과학이 좋은 학문인지를 역설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종교와 같은 문화도 진화한다고 주장한 진화론자답게 ‘진화적 패러다임(Evolutionary Paradigm)이 인간 조건을 이해하기 위한 통찰을 제공’[1]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과학은 인간을 둘러싼 외부 세상을 이해(경청: listening)하며 현존하는 세상의 문제들을 개선하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하기(고찰: reflecting) 위한 학문이다.

 

진화론의 대가로서의 면모만이 이 책을 채우고 있지 않다. 진화를 ‘진보’와 동일시하는 인식을 비판하는 부분에서, 그리고 과학과 종교를 조화시켜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류의 진화 과정을 설명한 테아르 드 샤르댕(Teilhard de Chardin)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저자의 색다른 진화론적 관점을 확인하게 된다. ‘신 무신론자’로 분류되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 샘 해리스(Sam Harris),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를 비판하는 대목도 눈여겨 볼만 하다. 재미있게도 윌슨 역시 무신론자이다. 그러나 그는 종교를 인류에게 해로운 것으로 규정하는 신 무신론자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 종교를 없앤다고 해서 인간의 비합리적인 믿음 및 행동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유전자와 문화의 이중 나선 사이에서’라는 부제가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저자는 이 부제를 통해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가 얽힌 복잡한 상호 작용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즉, 인류는 유전적 진화에 덧붙여 문화적 진화를 진행해왔으며, 두 진화는 상호작용으로 연결되었다.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류가 어떻게, 왜 출현하고 살아남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실마리가 된다. 이 실마리를 놓치면 인류, 우리의 미래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상할 수 없게 된다. 진화는 양면의 동전이다. 인류는 이 땅에 처음 등장하자마자 가장 오래된 ‘운명의 동전’, 즉 ‘진화’라는 이름의 동전을 던졌다. 매번 결정적 고비를 맞이할 때면 삶과 직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전을 던졌다. 다행히 인류는 몇 차례 ‘행운’이라는 결과를 얻어내 순탄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기세등등한 인류가 동전의 영향력을 잊어버린다면 인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대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잃어버리게 된다. 윌슨은 인류가 ‘진화 과정의 현명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다. 따라서 과학은 실생활과 분리될 수 없으며, 진화론은 역동적인 우리의 유전자, 문화를 이해하게 해주는 유용한 이론이다.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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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0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의 상호작용을 보니 저자가 비판한 「이기적 유전자」의 밈(meme)이 떠오르네요.

cyrus 2018-03-06 15:20   좋아요 1 | URL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테아르 드 샤르댕을 옹호하는 저자의 주장이 흥미로웠습니다. <네이버후드 프로젝트>를 읽기 전에 역시 저자가 쓴 <종교는 진화한다>를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 - 70만 년의 진화를 거슬러 올라가는 위험한 추적기
마를린 주크 지음, 김홍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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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초기 조상은 곡물, 유제품, 정제유나 설탕 등 농작물을 섭취하지 않았다. 250만 년 인류 역사에서 농업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만 년도 채 되지 않는다. 원시 인류는 수렵과 채집 등을 겸하며 생선과 고기, 채소와 과일 등을 섭취했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구석기 다이어트가 관심을 모았었다. 구석기 다이어트란 구석기 시대 원시 인류의 식생활을 응용한 다이어트 방법이다. 과일 및 채소류 중심의 식단을 섭취하는 대신 곡류, 우유, 설탕 등 가공식품 등의 식단을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류가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곡류 중심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급격히 늘어났다. 구석기 원시 인류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현대인들이 탄수화물을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만과 당뇨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살 빼려면 자연, 아니 구석기 시대로 돌아가라? 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위즈덤하우스, 2017)의 저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마를린 주크(Marlene Zuk)는 구석기 식단으로는 절대로 건강해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녀는 구석기 다이어트의 열풍을 통해 드러난 진화에 대한 착각을 지적한다. 이 책에서 그녀는 진화에 대한 대중의 착각구석기 환상이라고 표현한다. ‘구석기 환상에 빠진 대중과 전문가들은 현재보다 과거가 더 살기 좋다는 착각을 한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게 되고, 결국 현재의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선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느껴져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것일까? 주크는 너무나도 뻔한 근거를 내세워 구석기 환상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녀는 식생활, 성생활, 양육, 질병 등 인간의 생활방식 및 생활환경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이르게 되었는지 진화론적 관점으로 밝혀내고자 한다. 그리고 이 분석들을 근거로 그녀는 인류의 진화에 대한 순전한 믿음이 환상임을 증명한다.

 

다윈(Darwin)이 진화론을 내세운 이후부터 진화론자들은 적자생존을 바탕으로 한 미래 예측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류사회는 수렵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다시 산업사회로 진화했다고 생각했다. 진화론을 통해 사회변화를 통찰한 사회학자들은 사회가 한 단계씩 발전해나간다는 믿음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진화의 틀에서 사회 발전을 설명하려는 열망과 맞물리면서 진화론은 서구식 진보주의적 세계관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진보주의적 세계관은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단선적인 흐름으로 보게 했고, 인류의 진화를 진보의 역사로 해석했다.

 

주크는 진보발전과 연관 짓는 진화에 대한 인식을 거부하면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돌아본다. 그녀는 현대인을 최종 진화형으로 보지 않는다. 사실 그녀의 진화론은 낯설지 않다. 그것은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가 생전에 줄기차게 주장했던 진화론과 비슷하다. 그래서 주크는 자신의 논지를 전달하기 위해 굴드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한다. 인류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구석기 원시 인류와 유전자 정보와 현대인의 유전자 정보는 서로 같을 순 없다. 인간은 단지 특정한 목적, 즉 과거보다 더 잘 살기 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진화하는 것이 아니다. 눈 깜짝할 새 일어나는 인류의 진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다.

 

현대 인류는 과거 원시 인류들이 꿈도 못 꾸던 온갖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구석기 시대의 원시 인류보다 과연 더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진화는 갑작스러운 시련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들이 꾸준히 발전해 왔으며, 미래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주문을 걸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로 인류는 지금까지 진화의 환상을 맛보면서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진화의 환상에 취한 우리는 자신들이 과거 사람들보다 행복하게 살아왔다는 착각에 빠졌다. 과거 사람을 고대 유물수준으로 취급하는 우리는 세상 유일한 승리자인 것처럼 살고 있다. 자신들도 진화 중또는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인간은 발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변화한 것이다. 단테(Dante)신곡에 나오는 지옥문에 적힌 경고문을 인용하여 이렇게 고쳐 쓸 수 있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들어온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살아있는 한 계속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됐다.

 

 

 

 

Trivia

 

* 52: 호모 에르카스터’(X) 호모 에르가스터(Homo ergaster)

* 103: 드라마 <소프라노> (X) 소프라노스(Sopr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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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찰스 다윈(Charles Darwin)종의 기원을 출판하면서 지구의 생명체는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진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화론은 다윈이 처음으로 정립한 학설이 아니다. 다윈 이전에 여러 형태의 진화론이 등장했다.

    

 

 

 

 

 

 

 

 

 

 

 

 

 

 

* 찰스 다윈 종의 기원(한길사, 2014)

 

 

 

 

 

 

 

 

 

 

 

 

 

 

 

 

* 찰스 다윈 종의 기원(동서문화사, 2016)

* 찰스 다윈 종의 기원(동서문화사, 2013)

* 찰스 다윈 종의 기원(동서문화사, 2009)

 

 

 

 

 

 

 

 

 

 

 

 

 

 

 

 

* 양자오 종의 기원을 읽다(유유, 2013)

* 재닛 브라운 종의 기원 이펙트(세종서적, 2012)

 

 

 

 

 

 

 

 

 

 

 

 

 

 

 

 

* 장 바티스트 드 라마르크 동물 철학 (천줄 읽기)(지만지, 2009)

 

    

 

다윈의 할아버지 이래즈머스 다윈(Erasmus Darwin)<주노미아>(Zoonomia)라는 책에서 진화의 개념을 언급했다. 프랑스의 생물학자 라마르크(Lamarck)는 기린의 목이 길게 진화된 과정을 사례로 용불용설을 주장했다. 용불용설은 사용하는 신체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신체기관은 퇴화한다는 학설이다. 라마르크는 하나의 생물이 어떤 행위를 통해 얻은 획득형질이 유전된다고 생각했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으로 물건을 집거나 글을 쓰기 시작하면 오른손잡이로 살아간다. 이것이 생물이 후천적인 행위를 통해서 얻게 된 성질, 획득형질이다. 라마르크의 획득형질의 유전학설에 따르면 오른손잡이 부모에게서 자란 자식도 오른손잡이가 된다는 것이다.

    

 

    

 

 

 

 

 

 

 

 

 

 

 

 

* 팀 스펙터 쌍둥인데 왜 다르지?(니케북스, 2017)

* 네사 캐리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해나무, 2015)

* 리처드 C. 프랜시스 쉽게 쓴 후성유전학(시공사, 2013)

 

    

 

사실 다윈은 라마르크의 학설을 부분 인정했으나 라마르크의 학설은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가려져서 거의 폐기처분 되다시피 했다. 라마르크는 병고와 가난이 겹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여생을 마쳤다. 그의 딸은 아버지의 업적이 후대에 재평가될 거로 확신했고, 그 마음을 아버지의 묘비명에 담아 새겼다고 한다. 최근에 후성유전학이 주목받으면서 잊힌 라마르크의 학설도 주목받고 있다. 후성유전학은 환경이나 행동으로 인해 변화된 유전자 정보가 후손에게 유전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좀 더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후성유전학은 환경적 요인을 받지 않는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을 반박하는 학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삶에서 유전자 결정론의 뿌리는 깊고 넓다. 학술지나 언론에 비만 유전자’, ‘공부 유전자같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최근에 유전자가 지능 발달, 학업 부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1] 정말로 공부 유전자의 실체가 확증된다면 인간 본성을 유전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게 될 것이다.

    

 

 

 

 

 

 

 

 

 

 

 

 

 

 

 

 

 

 

 

 

 

 

 

 

 

* 염운옥 생명에도 계급이 있는가?(책세상, 2009)

* 앙드레 피쇼 우생학 : 유전학의 숨겨진 역사(아침이슬, 2009)

* 김호연 우생학 : 유전자 정치의 역사(아침이슬, 2009)

* 박진빈 백색국가 건설사(앨피, 2006)

 

 

 

 

 

 

 

 

 

 

 

 

 

 

 

 

* 조너선 마크스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이음, 2017)

* 박경태 인종주의(책세상, 2009)

    

 

 

 

 

 

 

 

 

 

 

 

 

 

 

*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사이언스북스, 2009)

*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사회평론, 2003)

* 매트 리들리 본성과 양육(김영사, 2004)

 

    

 

그런데 과거에 유전자 결정론을 적극 지지하는 학문을 이용해 인간의 성향과 기질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시도가 있었다. 그 학문이 바로 생명과학의 흑역사로 기억되는 우생학이다. 다윈의 사촌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우생학을 만들어 유전자 결정론을 옹호했다. 그는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 상태가 불량한 나쁜 유전자를 없애고(네거티브 우생학), 우수한 좋은 유전자가 후손에게 전달(포지티브 우생학)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영국, 미국, 독일 등에서 정신 이상자, 범죄자, 장애인 등을 사회로부터 제거하는 동시에 몸과 정신이 건강한 일등 국민을 양산하는 우생학적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우생학은 다윈의 진화론을 오용 또는 악용한 학문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 결정론과 인종주의를 반대하는 과학자들은 우생학의 등장으로 초래한 반인륜적인 사건의 모든 책임을 다윈의 진화론을 잘못 이해한 정치인 또는 사회학자에게 전가한다. 그런 논리라면 우생학은 과학이 아니라 과학의 탈을 쓴 사이비 학문이 된다. 그러나 과학자들도 위험한 학문을 방조한 것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19~20세기 유럽에 도입된 우생학 정책들을 분석한 앙드레 피쇼(Andre Pichot)와 김호연우생학인종주의의 관계 또는 우생학사회진화론의 관계 등으로 이루어진 과학과 정치의 불온한 혼합[2]에 주목하여 우생학이 생명과학 분야의 지적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되면 우생학을 단순히 비과학적 측면으로만 비판해선 안 된다. 우생학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에 유전학은 지금과 같이 체계적인 학문이 아니었다. 그 당시에 멘델(Mendel)의 유전법칙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아웃 오브 안중으로 인식되었다. 어정쩡한 유전학이 조금씩 성장하는 맹아기에 과학자들은 우생학을 학문으로서의 위치를 올려놓았다.

 

 

 

실제로 다윈은 사촌이 만든 우생학에 대놓고 지지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과학으로서의 우생학이라는 관점에서 우생학을 본다면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우생학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불행하게도 자연선택설은 다윈이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왜곡, 변질되었다. 따라서 우생학의 어두운 역사를 살펴보려면 다윈의 자연선택설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생학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미국과 독일에서 가장 발전한다. 미국과 독일의 중산계급은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 유지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우생학 운동을 지지했다. 중산계급은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급속도로 조직화하여 계급 상승을 시도하는 하층 노동자계급의 등장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우생학에 매료된 중산계급은 하층 노동자계급을 생물학적 열등 계급’, ‘적자생존에 도태되어야 할 계급으로 인식했고, 국가 발전에 저해하는 사회문제의 모든 책임을 하층계급에 전가했다. 미국은 앵글로색슨족의 위대함을, 독일은 게르만족의 우수함을 강조하기 위해 악명 높은 우생학적 법률과 정책을 내세웠다. 미국과 독일의 우생학자들은 유전적으로 열등 인자를 가졌다고 판단된 여성들에게 강제로 불임 수술을 시키는 정책을 제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생학 정책을 지지한 세력 중 하나가 페미니스트들이다. 미국 산아제한 운동을 주도한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는 우생학을 지지한 페미니스트이다. 그녀는 건강한 여성의 몸으로 더 많은 아이를 낳으려면 산아제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히틀러(Hitler)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우생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설립되었는데 이곳에 등록한 학생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그 이유는 우생학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개인의 육체적 · 정신적 기질을 정확하게 볼 줄 안다고 생각했고, 생식 문제는 오로지 여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생학의 역사를 정리한 앙드레 피쇼와 김호연(이 책에 몇 개의 오탈자가 보인다), 염운옥의 책은 우생학을 단편적으로 비판해서 접근하는 담론(과학이 아닌 정치학으로서의 우생학으로 비판하는 담론)의 한계를 지적한다. 염운옥의 책은 우파와 좌파를 사로잡은 영국의 우생학 정책을 중점으로 다루었고, 박진빈의 백색국가 건설사(앨피, 2006)는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내세운 미국의 혁신주의 속에 자리 잡은 우생학과 인종주의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결국 우생학은 과학자와 정치인들의 무지와 방관, 그리고 진보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 결합하여 탄생한 최악의 학문이다.

 

 

[1] [“공부해도 성적 안 오르는 이유절반은 유전자 탓”] 서울신문, 2018124

[2] 김호연 우생학 : 유전자 정치의 역사(아침이슬, 2009)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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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2-04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생학에서 ‘학’자를 빼고 싶어요. 학문을 가장한 오만과 편견 덩어리 같다고나 할까요.

cyrus 2018-02-04 17:35   좋아요 1 | URL
권위 있는 과학자들이 인간을 차별하는 편견을 그럴듯한 학문으로 포장했어요. 과학 발전의 역사를 공부할 때 우생학의 탄생 배경을 알아야해요. 가끔 정신 못 차리는 과학자들이 사이비 과학, 유사과학을 잘 만들어내거든요.

짜라투스트라 2018-02-0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우생학 또한 단일관점으로만 바라보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네요^^

cyrus 2018-02-05 14:03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처음에 우생학을 ‘정치학‘의 관점으로 해석해서 ‘과학으로서의 우생학‘을 평가하지 못했어요. ^^
 

 

 

우주론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가 어디까지 이어지며 어떤 구조인지, 또 어떻게 생성됐는지 생각하는 분야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우주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주의 기원은 천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이 이들을 사색과 탐구에 이끈 화두였기 때문이다.

 

 

 

 

 

 

 

 

 

 

 

 

 

 

 

 

* [절판] 장샤오위안 《별과 우주의 문화사》 (바다출판사, 2008)

 

 

 

 

천문학은 점성술이라는 기나긴 동굴을 헤매다 정식 학문이 되었다. 점성술사들은 별들의 형태를 보고 방향이나 시간을 어림잡았으며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고대인들은 별을 통해 사람의 운명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전쟁이나 재난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대의 천문학이 이렇게 비과학적인 모습만 보인 것은 아니었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기후 변화와 강의 범람 시기를 정확히 알아낸 것을 봐도 천문학은 이미 학문으로써 틀을 잡고 있었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06)

* [절판] 존 스트로마이어, 피터 웨스트브룩 《피타고라스를 말하다》

(퉁크, 2005)

* [품절] 이광연 《피타고라스가 보여주는 조화로운 세계》 (프로네시스, 2006)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우주를 수학적 조화들로 가득 찬 거대한 악기로 보았다. 단순한 현 길이의 차이가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수학적인 질서를 가진 천체가 움직일 때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생각했다. 피타고라스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천체에서 나는 소리에 익숙해져 있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수학적인 구조를 통해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코스모스(Cosmos)라고 불렀다. 코스모스는 우주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 남영 《태양을 멈춘 사람들》 (궁리, 2016)

* 제임스 R. 뵐켈 《행성운동과 케플러》 (바다출판사, 2006)

* 오언 깅그리치, 제임스 맥라클란 《지동설과 코페르니쿠스》 (바다출판사, 2006)

 

 

 

 

피타고라스의 우주론은 플라톤(Plato)을 거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와 코페르니쿠스(Copernicus)에게 영향을 주었다. 케플러가 생각한 우주에는 기하학적 질서가 나타나 있다. 이 ‘기하학적 질서’는 신이 우주를 만들면서 부여한 규칙성이다. 케플러는 천체가 동심원이라는 완벽한 기하학적 도형의 형태로 되어 있다고 믿었다. 코페르니쿠스도 우주가 수학적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그는 천문학자라기보다는 수학자에 가까웠다. 대부분 사람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과학혁명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으나 최근에는 그의 우주론에 스며든 보수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주목받고 있다. 코페르니쿠스를 ‘과학혁명의 이단아’로 보는 입장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그의 우주론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과 ‘조화 우주론’을 부분적으로 포용한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즉 지동설은 기독교의 핵심교리와 연관된 천동설과 피타고라스 우주론이 적당히 합친 산물이다. 코페르니쿠스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연구를 진행했다. 천동설은 기독교 교회의 거역할 수 없는 도그마였고 신앙의 절대 조항이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지동설을 언급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가 나왔으니 로마 교황청의 종교 재판을 피할 수 있었다.

 

 

 

 

 

 

 

 

 

 

 

 

 

 

 

 

 

 

* 시부사와 다쓰히코 《흑마술 수첩》 (어문학사, 2017)

 

 

 

 

 

 

 

 

 

* [절판, No Image] 콜린 윌슨 《우주의 역사》 (범우사, 1986)

 

 

 

잘 알려지지 않는 내용이긴 한데,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도 독창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우주론을 세상에 공개한 적이 있다. 시부사와 다쓰히코(澁澤龍彥)《흑마술 수첩》(어문학사, 2017)에 ‘포의 우주론’을 아주 잠깐 언급했는데,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다.

 

 

포(E. A. Poe)를 본받아, 미스터리 작가는 반드시 자신의 우주론을 써야 하는 그러한 제도가 마련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흑마술 수첩》 47쪽)

 

 

우주론의 역사를 다룬 교양서나 과학 교과서는 ‘포의 우주론’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포의 우주론’을 비중 있게 언급한 책이 콜린 윌슨(Colin Wilson)《우주의 역사》(범우사, 1986)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절판되었다.

 

1847년 포는 <유레카(Eureka)>라는 책을 집필하는 일에 몰두했고, 출판사에게 이 책의 초판을 5,0000부로 인쇄해달라고 요청했다. 포는 이 책이 성공할 거로 믿었다. 그러나 <유레카> 초판은 불과 500부만 인쇄되었고, 이 책을 읽은 비평가들은 차디찬 반응을 보였다.

 

 

 

 

“우주의 기원을 해명했다는 포의 주장은 ‘증거가 조금도 없는 뻔뻔스러운 독단’이다.” (《우주의 역사》 9쪽)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비평가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응수했다. 그는 <유레카>에 대한 악평을 쓴 비평가들에게 항의 편지를 보냈다. 포의 우주론은 프랑스의 천문학자 라플라스(Laplace)의 우주론과 독일의 자연 과학자 알렉산더 훔볼트(Alexander Humboldt)의 우주론의 내용과 일부 비슷한데(장르적 유사성?), 비평가들은 포가 라플라스의 우주론을 도용했다고 비난했다. 콜린 윌슨은 포의 우주론에 구체적인 근거가 빈약한 점을 지적했고, 포가 과장된 표현으로 우주의 기원을 설명했다고 평가했다.

 

 

 

 

 

 

 

 

 

 

 

 

 

 

 

 

 

* 마샤 바투시액 《블랙홀의 사생활》 (지상의책, 2017)

* 이석영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사이언스북스, 2017)

* 사이먼 싱 《빅뱅 : 우주의 기원》 (영림카디널, 2015)

 

 

 

하지만 포는 <유레카>에 ‘시대를 상당히 앞서 간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는 초기의 우주가 공처럼 생긴 물체처럼 생겼으며 그것이 ‘폭발’해서 별과 행성이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포는 언젠가 우주는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놀랍게도 포는 ‘빅뱅(Big Bang)’ 우주론블랙홀(Black Hole)과 유사한 개념을 생각했다.

 

 

 

 

 

 

 

 

 

 

 

 

 

 

 

 

* 스티븐 호킹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까치, 1998)

* 크리스토프 갈파르 《우주, 시간, 그 너머》 (RHK, 2017)

 

 

 

아주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모든 물체가 가진 정보는 절대 사라지지 않으며 과거의 원인으로 미래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블랙홀이 소멸할 때 그것이 빨아들였던 모든 정보도 함께 소멸한다고 주장해 기존의 물리학 원리를 뒤집었다. 호킹은 블랙홀이 만들어지면 에너지를 방출하기 시작하며 이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통해 질량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정보는 다시 방출되지 않으며 블랙홀이 사라지게 되면 이런 정보도 함께 사라진다. ‘호킹 복사’를 입증하기 위해선 많은 후속 연구와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호킹의 대담한 주장은 우주의 실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 포는 과대망상이 시달리는 상태 속에서 직관만으로 우주의 기원을 설명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의 통찰은 기억해둘 만하다.

 

 

 

 

 

 

 

 

 

 

 

 

 

 

 

*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 (범우사, 1997)

 

 

 

콜린 윌슨은 점성술, 신비주의 사상 등 현대 과학이 거부하는 생각들이 근대 천문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주장한다. 과학의 역사를 새롭게 접근하는 관점은 장샤오위안(江曉原)《별과 우주의 문화사》 (바다출판사, 2008)와 유사하다. 그런데 장샤오위안의 책도 절판됐다…‥. 콜린 윌슨은 출세작 《아웃사이더》 출간 이후로 오컬트(Occult), 불가사의 같은 분야에 심취하여 이와 관련된 책들을 펴냈다.

 

 

 

 

 

 

 

 

 

 

 

 

 

 

 

 

 

* [품절] 로버트 토드 캐롤 《회의주의자 사전》 (잎파랑, 2007)

 

 

 

《우주의 역사》는 콜린 윌슨이 '암흑의 지식'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던 시기인 1980년에 발표된 책인데 이 책에서도 오컬트에 박식한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그가 이 책에서 언급한 오컬트 정보 중에는 도저히 ‘과학’과 ‘사실’이라고 볼 수 없는 허황한 내용들도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1986년에 이 책이 ‘청소년 권장도서’였다는 점이다. 《우주의 역사》 1장에 ‘달의 기운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효과’‘수맥 찾기’로 잘 알려진 ‘다우징(Dowsing)’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사이비 과학’에 가까운 이 터무니없는 내용을 철저히 검증하고, 조목조목 비판하는 입장을 알고 싶으면 《회의주의자 사전》(잎파랑, 2007)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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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8-02-0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가 우주론책을 써서 출판했다는 사실은 무척 새롭고 흥미롭네요!

cyrus 2018-02-02 17:41   좋아요 0 | URL
포는 자신의 우주론을 담은 책이 ‘스완 송(최후의 걸작)’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썼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나온 지 일 년 후에 세상을 떠났어요.

2018-02-02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02 17:43   좋아요 0 | URL
‘점성술-천문학’, ‘연금술-화학’, ‘약초-의학’의 연관성을 기준으로 과학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흥미롭습니다. 실험을 통한 이성과 과감한 상상의 조화 덕분에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