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이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다. MLB 사무국과 선수협회는 시즌을 단축해 7월에 개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 수는 총 162경기인데 많게는 100경기까지 축소될 수 있다. 경기 수가 얼마나 줄어드느냐에 따라 0점대 평균자책점(ERA: Earned Run Average), 4할 타율 등 꿈의 기록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1941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 0.406)를 끝으로 메이저리그 78시즌 동안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1876년에 시작된 메이저리그에서 4할을 기록한 타자는 총 20명이다. 국내 프로야구(KBO) 유일의 4할 타자는 백인천(0.412)이다. 이 기록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시즌에 나왔다. 백인천은 72경기에 나와 250타수(298타석) 103안타(홈런 19)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첫 시즌이 팀당 80경기라서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 스티븐 제이 굴드 풀 하우스(사이언스북스, 2002)

 

 

 

4할 타자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퇴보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자신의 저서 풀 하우스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를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그는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이 오히려 프로야구 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을 증명해주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4할 타자가 사라진 원인은 외부 요인 이론내부 요인 이론으로 나누어서 설명할 수 있다. 외부 요인은 타자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의미한다. 빡빡한 경기 일정과 경기장 이동 경로는 선수들의 체력 회복을 더디게 한다. 언론의 열띤 관심과 취재 열기는 타자의 집중력을 방해한다. 4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선수는 기자들과 대중의 관심이 오로지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

 

굴드가 풀 하우스에 언급하지 않은 외부 요인이 있다. 나는 심판의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 판정과 오심도 선수들의 기록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에 메이저리그 투수의 퍼펙트게임(선발 투수가 한 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고 끝낸 게임. 홈런을 포함한 안타, 볼넷, 사구, 수비 실책 등 어떤 경우에도 타자를 진루시키지 않아야 한다) 기록이 심판의 오심에 의해 무산된 적이 있다. 그것도 경기 종료를 눈앞에 둔 9회 초에. 경기 중에 (ball)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가 있다. 관중들도 납득하지 못하는 공 하나의 판정은 타자들의 기록 달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내부 요인은 투수의 투구 실력과 야수들의 수비 실력이다. 투수들은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게 되었으며 구속도 증가했다. 야수들의 수비력도 많이 향상되었다. 날렵한 야수들은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몸을 날려서 글러브로 잡아낸다.

 

 

 

 

 

 

 

 

 

 

 

 

 

 

 

 

 

 

* 정재승, 백인천 프로젝트 팀 외 백인천 프로젝트(사이언스북스, 2013)

 

 

 

정재승 교수는 굴드의 주장에 영감을 받아 역대 국내 프로야구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백인천 이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2012년에 시작한 일명 백인천 프로젝트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100여 명과 함께 시작된 집단 연구 활동이다.

 

 

 

 

 

 

 

 

 

 

 

 

 

 

 

 

 

 

 

* 벤 올린 이상한 수학책(북라이프, 2020)

 

    

 

타율은 수학 공부를 포기한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는 통계 지표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타율이 높을수록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이와 반대로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낮을수록 좋다). 대중은 통계 수치가 객관적인 정보라고 믿는다. 그래서 타율이 높은 타자일수록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야구팬들은 3할을 기록하지 못한 타자를 비난한다. 그러나 타율 하나만으로 타자의 실력을 설명할 수 없다. 요즘 야구 전문가들은 타자를 평가할 때 타율보다는 장타율과 출루율(OPS: On base Plus Slugging,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수치)을 중요하게 본다.

 

이상한 수학책17(‘마지막 4할 타자’)은 타율이 공식 야구 통계 지표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타율을 대체하는 통계 지표에 대한 내용이다. 야구 규정의 역사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숫자에 공포를 떠는 독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통계학자들은 타율을 오래된 유물 정도로 취급하지만, 타자들은 여전히 타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개인적인 목표는 타율 3할로 기록하면서 정규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타율은 구단의 연봉 고과 산정 기준이다. 타율 29푼의 선수와 타율 31푼의 선수가 받는 연봉 액수는 다르다. 물론 연봉을 많이 받으려면 타율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출루율을 높여야 하고, 도루 성공 횟수도 많아야 한다. 타자는 여러 가지 개인 기록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경기에 임한다. 이러한 선수들의 마음가짐 또한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로 볼 수 있다.

    

 

 

 

 

 

 

 

 

 

 

 

 

 

 

* 테드 윌리엄스 타격의 과학(이상미디어, 2011)

 

 

 

홈런을 치지 못해도 출루율이 뛰어난 타자가 있다. 테드 윌리엄스는 타격의 과학이라는 책에서 자신만의 타격기술을 설명했다. 그는 눈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77개의 구간으로 나눈 다음에, 투수가 던지는 볼이 자신이 좋아하는 구간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테드 윌리엄스는 공을 오래 볼 줄 아는 선수였다. , 그는 선구안(batting eye)이 좋았다. 공을 장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선구안이 나쁜 타자가 있다. 이런 선수들은 출루율과 장타율이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박종윤(롯데 자이언츠, 은퇴)155타석 연속 무() 볼넷을 기록했다. 김동엽(삼성 라이온즈)은 장타력이 뛰어나지만, 선구안이 좋지 못해 삼진을 많이 당하는 편이다.

 

방망이를 투구에 잘 맞추는 능력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제일 중요한 것은 선구안이다. 대중은 ‘4이라는 수치를 단순히 공을 잘 치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안타와 홈런을 많이 쳐도 4할을 기록할 수 없을 것이다. ‘공을 잘 보는 능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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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6-03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테드 윌리엄스의 기록이 더 대단한 건,
시즌 마지막 더블 헤더를 앞두고 타율
이 딱 4할이었었는데, 경기에 빠지지
않고 나와서 6안타를 때려내면서 오히
려 타율을 더 올렸다는 점입니다.

기록의 관리보다는 정정당한 승부에
나선 22살 청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구요.

언급해 주신 디트로이트 갈라라가의
퍼펙트 게임을 망친 건, 바로 1루심의
오심이었죠.
그 시절엔 아마 비디오 챌린지가 없었
던 것 같은데...

어제 문득 빅 유닛의 최고령 퍼펙트
게임 마지막 이닝 동영상을 보았는데
마지막 타자 상대하면서 하이 패스트
볼로 99마일을 찍는 걸 보고는...

cyrus 2020-06-03 18:00   좋아요 1 | URL
이 글을 쓰기 전부터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레삭매냐님이 댓글을 다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야구 마니아가 아닌 이상 테드 윌리엄스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테드보다 베이브 루스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베이브 루스가 위인전 단골 인물이거든요.

테드 윌리엄스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는데 정말 인품이 훌륭한 사람인 것 같아요. 소아암 아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선행 활동을 했대요. 그리고 흑인 선수들을 ‘명예의 전당’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테드에요.

레삭매냐 2020-06-03 22:05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 브로가 놓은 덫에 보기
좋게 걸려 들었군요 파닥 파닥 ~~

테디는 2차세계대전 그리고 한국전
에도 참전한 베테랑이라고 하는군요.

어느 프로야구 선수가 전쟁터에
두 번이나 뛰어들었는지 그것 참.

감은빛 2020-06-1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를 한창 좋아했다가 고향을 떠나 살면서 야구를 안 본 세월이 또 한참이네요.
잘은 모르지만, 요즘은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WAR Wins Above Replacement)나
승리확률기여도(wpa) 등의 다양한 수치들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 걸 어떻게 계산하는 건지 잘 와닿지 않아서 다시 야구를 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네요.

cyrus 2020-07-01 13:00   좋아요 0 | URL
저도 수치 계산하는 방식은 몰라요. 타자들의 득점권 타율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도 이 수치에 관심이 많아요. 득점권에 들어선 타석에서 잘 쳐서 점수를 잘 내는 것도 좋은 타자의 조건이거든요.

Angela 2020-06-1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판의 오심으로 승패만이 아니라 선수 승률에도 영향을 미치는것 같아요. 4할을 거의 불가능인것 같아요. 프로야구 보는 것도 소확쟁 중 하나예요^^

cyrus 2020-07-01 13:03   좋아요 0 | URL
리그 경기 수를 줄인다면 4할 타자 나올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야구 전문가들과 야구 마니아들은 경기 수가 축소된 리그에서 나온 4할 타자를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이게 신기록을 세운 선수를 평생 부담스럽게 하는 꼬리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젤라님은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 궁금하네요. ^^
 
거울 속의 물리학
로렌스 크라우스 지음, 곽영직 옮김 / 승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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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의 실소를 자아내는 사람을 우리는 ‘4차원 인간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우리는 3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 차원(dimension)은 공간의 성질을 나타내는 수를 뜻하는 용어이다. 공간의 차원은 그 공간 속에 있는 점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0차원은 오직 하나의 점만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0차원 속의 점은 이동할 수 없다. 1차원은 선의 형태로 되어 있다. 점은 이 한 개의 선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n차원‘n’ 은 공간 속에 있는 점이 이동할 수 있는 방향의 개수다. 2차원은 면의 형태로 되어 있는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2차원은 x축과 y축으로만 구성된 좌표이다. 2차원 속의 점은 x축과 y축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3차원에 z축이 있다. 따라서 3차원은 선(1차원), (2차원)이 포함된 입체 형태이다. 그래서 3차원을 ‘3D’라고 불린다. 우리는 가로(x), 세로(y), 높이(z)를 이용해 3D 형체를 표현하거나 만들 수 있다.

 

선과 면, 공간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는 오래전부터 과학자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과학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수학이나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인슈타인(Einstein)3차원에 시간을 추가한 4차원 공간을 상상했다. 시간과 공간이 합쳐져 있어서 시공또는 시공간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영원히 고정된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의 정의를 뒤흔드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했다.

 

4차원 속에 있는 우주의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다. 2016년에 중력파의 존재가 밝혀졌다. 물리학자들은 이 네 가지 힘을 단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명 궁극의 이론을 찾고 싶어 한다. ‘궁극의 이론연구는 아인슈타인도 해결하지 못한 물리학계의 최대 난제다. ‘궁극의 이론이 가능하게 하려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고차원 우주를 생각해야 한다. 물리학자들은 4차원 너머의 세계를 잉여 차원또는 여분 차원이라고 말한다. 고차원 우주의 실체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1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 사람들의 주장이 맞으면 우리를 둘러싼 공간은 3차원이라는 믿음이 깨지게 된다. 정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차원이 어딘가에 또 있을까.

 

거울 속의 물리학은 숨어 있는 또 다른 차원을 밝혀내려는 과학자들의 여정을 보여준다. 이 책에 고차원 우주 연구와 관련된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M이론, 브레인[Brane, 뇌를 뜻하는 ‘Brain’이 아니다. ‘Brane’은 막()을 뜻하는 ‘Membrane’의 조어이다] 이론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다만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어려울 수 있다. 책의 두 번째 추천사를 쓴 정광훈 박사는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에게 거울 속의 물리학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읽다가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우면 책을 덮으면 된다. 그러나 주눅들 필요 없다. 독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쉬운 내용만 골라 읽을 수 있다. 거울 속의 물리학체리 피킹(Cherry picking: 상품 가치가 있는 체리만 골라 따는 것처럼 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를 뜻하는 관용어)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7(‘평평한 세상에서 피카소로’)12(‘다른 차원에서 온 외계인’)은 과학 비전공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7장과 12장의 주제는 작가와 예술가들이 생각해낸 다양한 고차원 세계이다. 작가와 예술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고차원 세계는 흥미진진하다. 7장과 12장에 차원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여기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국내에 알려진 작품은 에드윈 애벗(Edwin Abbott)플랫랜드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타임머신, 그리고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Heinlein)의 단편소설 그리고 그는 구부러진 집을 지었다(And He Built a Crooked House) [] 등이 있다. 거울 속의 물리학을 읽다가 책을 덮은 독자에게 방금 소개한 세 편의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거울 속의 물리학의 저자 로렌스 크라우스(Lawrence Krauss)는 또 다른 세상을 찾으려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이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상상력의 중요성을 예찬한다. 하지만 그는 지나친 상상을 경계한다. 초끈 이론과 M이론, 브레인 이론은 실험으로 검증이 불가능하다. 사실 세 가지 이론 모두 이론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도 많다. 저자는 초끈 이론의 한계를 강조하면서 초끈 이론의 매력(복잡한 우주를 단순하게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푹 빠진 과학자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초끈 이론을 비판한다고 해서 저자를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수적인 학자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는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고차원 우주론을 설명한다. 저자는 고차원 우주론 연구가 신비주의 또는 종교의 영역으로 변질되는 것을 염려한다. 그는 고차원 우주론을 불신하는 입장을 드러내지만, 고차원 우주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노력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에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은 과학이 모든 현상의 수수께끼를 완전히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이 등장함으로써 그의 예언은 틀렸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 숙제의 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론으로 나올 수 있어도 과학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심과 탐구 정신을 이어나갈 것이다.

 

 

      

 

[] 국내 번역명은 그리고 그는 비뚤어진 집을 지었다이며, 하인라인 판타지(시공사)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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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않은 시간은 금방 잊힌다. 평범한 일상이어도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 그날의 순간을 기록해야 한다. 5월 달력을 떼어내면서 올해 상반기의 마지막 달인 6월이 성큼 다가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예전에는 한 달 끝날 때마다 달력을 한 장씩 떼어내는 일을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달력을 떼어내면 지나간 시간을 후딱 내다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을 그냥 버리기가 너무 아까워 이제야 주섬주섬 줍기 시작한다. 분해되어 산산이 흩어져버린 시간의 파편들을 완전한 형체로 복원하기 위해 기록을 시도해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엔트로피(Entropy)의 힘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 제러미 리프킨 엔트로피(세종연구원, 2015)

 

 

 

우리가 겪는 모든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엔트로피는 우리말로 번역하기 힘든 용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엔트로피의 의미는 무질서’ 또는 ‘비가역성이다. 물에 잉크를 떨어트리면 잉크 분자는 물 전체에 골고루 퍼진다. 물에 들어가기 전의 잉크를 질서가 있는 상태라고 하면, 물에 퍼지는 잉크 분자들은 무질서한 상태이다. 자연은 무질서한 상태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비평가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엔트로피 개념을 가져왔다. 대부분 사람은 기술이 발달하면 풍요로운 사회로 발전하여 인류의 삶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프킨은 1980년에 엔트로피라는 책을 발표하면서 미래에 대한 낙관론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세상은 점점 더 무질서한 상태, 즉 혼돈 상태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리프킨은 물질만능주의 사의 여러 가지 문제점(인구 급증,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들을 엔트로피가 너무 증가해서 생긴 결과물로 보고 있다. 그는 자연과 자원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낮은 엔트로피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 리처드 뮬러 나우: 시간의 물리학(바다출판사, 2019)

 

 

 

시간 역시 엔트로피의 영향력 안에 있다. 시간은 계속 흐르기만 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예전 과학자들은 엔트로피(의 증가) 때문에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우(Now): 시간의 물리학의 저자이자 물리학자인 리처드 뮬러(Richard Müller)는 시간의 특징을 엔트로피 이론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시간이 무조건 앞으로만 향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대안적인 근거로 양자물리학과 빅뱅(big bang)을 거론한다.

 

지금의 세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며 때론 무질서한 상태에 임박한 듯한 느낌까지 든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리프킨의 엔트로피가 출간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때쯤이면 식자들은 이 책을 언급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든가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리프킨의 엔트로피를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김상욱 교수는 리프킨이 엔트로피 개념을 잘못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엔트로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과학자들의 설명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 출처: <[김상욱 교수의 과학 에세이] 모든 길은 빅뱅으로 통한다>, 동아일보, 201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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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0-06-01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엔트로피 읽지 마세요~ 라고 말하려던 참인데..ㅎㅎ 일리야(기억이 안나네요 풀네임이^^; 어쩌고 하는 러시아사람이 쓴 엔트로피가 훨 도움이 될 듯

cyrus 2020-06-01 21:13   좋아요 0 | URL
테레사님이 언급한 저자 이름이 ‘일리야 프리고진’이겠죠? 그 사람이 쓴 책도 읽어볼게요. ^^

테레사 2020-06-0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 노벨화학상 받은 그 프리고진
 
이상한 수학책 -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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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나오는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은 재미없다. 하루 18시간씩 문제를 풀었다는 수학자 폴 에어디시(Paul Erdos) 같은 비범한 인물이 아닌 이상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 재미없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한다. 이런 사람들은 수학 수업 시간에 문제 하나를 제대로 풀지 못해서 창피를 당했거나 한 번 놓친 진도를 따라잡지 못해 좌절한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은 수학에 소질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학창 시절에 배웠던 수학 교육방식이 잘못되었다.

 

당신은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싫어해도 수학을 좋아할 수 있다. 아니면 수학에 가까이하기가 힘들어도 재미없다는 수학에 대한 인식이 사라질 수 있다.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이상한 수학책을 읽고 나면 수긍이 간다. 이상한 수학책을 읽는 것과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이 책은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으며 심지어 인간적인 학문인지를 너무도 잘 보여준다.

 

이상한 수학책의 저자는 수학 교사다. 그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다가 수학이 인기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수학은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공식과 기호로 가득한 학문이 아니라 아름답고 논리적인 예술이다. 그런데 대부분 수학 교사는 문제를 만들려고 이 예술을 가져와 잘게 썬다. 그런 다음 학생들은 조각난 수학을 원래 모습으로 맞추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수학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고 머리를 싸매다 보면 골머리를 앓는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수학 공부를 포기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치르는 수학 시험은 말 그대로 수학능력시험이다(여기서 말하는 수학數學이지 修學이 아니다). 문제의 정답을 정해진 시간 안에 찾는 수학 능력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이력서의 일부가 된다. 저자는 학생들과 함께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관해서 토론했다. 토론에 참여한 어떤 학생은 대학과 고용주에게 우리가 똑똑하고 일도 열심히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학을 공부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문필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경제학을 우울한 학문(dismal science)이라고 불렀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수학도 우울한 학문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상한 수학책은 수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우울해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이상한 그림으로 보는 수학(Math with Bad Drawing)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는 직접 그림을 그려가면서 수학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수업 시간에 수학 선생님들이 칠판에 써가면서 가르쳐주던 공식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 특히 수학 문제를 풀기 싫어하고 수학 공식을 보면 어지러워하는 당신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수학은 우울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적인 학문이다. 학생들에게 수학 문제를 빨리 풀라고 압박하거나 수학 공식을 암기하도록 만드는 교육 방식은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인간적인 학문인 수학은 문제를 잘 푸는 똑똑한 학생을 치켜세우고, 학생들에게 경쟁을 유도하는 시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학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학생은 문제의 정답을 찾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인간적인 수학은 문제를 천천히 풀어보려는 학생들에게 배려심이 깊다. 이 학생들은 수학 공식을 전혀 몰라서 문제를 천천히 푸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한 문제에서 막히면 다른 문제로 넘어가지 못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불리한 학생도 아니다. 이들은 단순한 문제도 문제 풀이의 지름길이나 다름없는 공식에 의존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대부분 사람은 문제를 느리게 푸는 학생들을 보면 답답하게 느껴지고 이상하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는 믿음이 이상한 것이다. 그러한 믿음이 수학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게 만든 장벽이다.

 

똑똑하고 논리적인 사람은 어떤 현상에 대한 제 생각을 확률과 통계를 동원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저자는 확률론을 온갖 역설이 부비트랩처럼 깔려 있는 현대 수학의 미묘한 가지라고 말한다. 제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도 확률론의 역설을 피하지 못하면 헛똑똑이가 된다. 통계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데 유용한 학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통계를 지나치게 믿는 것을 경계한다. 통계가 보여주는 단순화의 장점은 오히려 대중을 속이는 거짓말이 될 수 있다. 통계학은 불완전한 목격자다. 진실을 말하지만, 결코 진실을 전부 말하지는 않는다.”(294) 알고 보면 통계학도 인간처럼 허점이 있는 학문이다. 이런 젬병이 있는 수학이라면 한 번쯤은 배워볼 만하다. 수학이라는 학문도 가끔은 바보가 된다. 고작 수학 문제를 못 푼다는 이유로 자책하면서 바보 취급해야 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수학과 절대로 친해지기 힘들어도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면 이 책의 17장만이라도 꼭 읽어보시라. 17장에 야구선수의 능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타율과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의 탄생 과정과 전설의 4할 타자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이 세상에 수학이 없었다면 야구라는 스포츠 종목도 없었을 것이다. 수학을 미워하지 말자. 우리가 미워해야 할 것은 수학이 아니라 수학 교사와 학생들 모두 우울하게 만드는 이상한 교육방식이다.

 

 

 

 

Trivia

 

저자는 빌 제임스(Bill James)가 타율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야구 통계에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주장한다(307). 그가 세이버매트릭스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인물인 건 맞다. 그러나 빌 제임스가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빌 제임스는 세이버매트릭스를 처음으로 고안한 사람이 아니다.

 

최초로 세이버매트릭스를 만든 사람은 월간 야구 전문 잡지 <베이스볼 매거진(Baseball Magazine)>의 편집장이었던 F. C. 레인(Ferdinand Cole Lane)이다. 레인은 1915<베이스볼 매거진>타율 시스템을 왜 바꾸어야 하는가(Why the System of Batting Averages Should Be Changed?)라는 제목의 기사를 써서 세이버매트릭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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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이란 무엇인가 -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과학의 핵심
피터 앳킨스 지음, 전병옥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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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크게 분류하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나눈다. 화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학창 시절에 외웠던 주기율표의 수많은 원소 기호와 화학식 등이다. 대부분 사람은 실생활과 관련 없는 가장 어려운 분야로 화학을 지목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화학은 훨씬 많은 부분이 우리 곁에 존재하고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제품 중에 화학과 무관한 제품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화학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은 질병과 공해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인식이다. 우리 주변의 화학물질은 벌써 수만 종에 이르고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이제 화학물질은 누구도 피할 수 없을 만큼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화학물질들의 광범위한 사용과 인체 노출은 케모포비아(chemophobia)라는 화학물질 공포증을 탄생시켰다. 케모포비아는 인공 화학물질들에 대한 선입견 혹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막연한 불안감으로부터 오는 공포증을 말한다.

 

화학의 세계는 어렵고 위험하기만 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화학이란 무엇인가일반인들이 화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무게를 뺀 책이다. 이 책을 쓴 피터 앳킨스(Peter Atkins)는 지금도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는 화학 교과서를 쓴 화학자이다. 앳킨스의 화학 교과서는 우리나라에도 출간되었다. 과학이 어려운 이유는 교과서를 통해 이론으로만 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 이론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화학이란 무엇인가는 낯선 용어와 복잡한 화학식 대신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화학의 핵심 개념을 알려준다. 저자가 언급한 화학의 핵심 개념은 원자와 분자, 에너지와 엔트로피(entropy), 네 가지 화학 반응 등이다. 이 책 속에 담긴 중고등학교 화학에서 기본적으로 다루는 내용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화학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하는 학생,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과 어른들의 교양서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화학의 핵심 개념을 친숙한 소재들로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저자는 화학자가 하는 일을 커플 매니저로 비유한다.

 

 

 화학의 핵심 주제는 하나의 물질이 (형태와 속성이) 다른 물질로 변화하는 과정인데, 원자는 그 자체로는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물질이 변한다는 것은 기초 재료인 원자들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결합되어 있던 원자들이 그 짝을 바꾼다는 것이다. 화학자는 이런 원자들의 만남과 이별을 연구하는 일종의 커플 매니저이다. (21)

 

 

원자는 모든 물질의 원료이다. 원자와 원자들이 결합하면 분자라는 물질 형태가 생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화학이란 무엇인가는 화학 교과서를 축약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화학의 세계가 일상 속에 숨겨진 마술처럼 흥미로운 것임을 알리기 위해 두 팔을 걷고 책을 쓴 것이다. 그는 화학이 없었다면, 인류는 석기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과장된 말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물건하나라도 없이 살게 되면 불편함을 느낀다. ‘어떤 물건에 여러분이 생각한 것들을 넣어 보라. 스마트폰, , 플라스틱. 이 세 가지가 없다고 상상해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화학의 발전이 없었다면 이 물건들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화학의 장점을 무조건 옹호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화학이 인류를 살상하는 무기가 되고, 화학물질이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준 사례를 언급하면서 화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저자는 화학 기술 발전을 위해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규제도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친환경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화학은 우리 곁에 늘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도 화학은 일상생활과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화학자들도 변해야 한다. 화학자들은 화학물질의 부작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쉬운 말로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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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2-0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과 화학까지 넘나 드는 다채로운
독서라니 역시나 대단하시네요.

cyrus 2020-02-07 13:02   좋아요 1 | URL
이번 달에 들어서면서 다시 독서와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