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때, 그 바탕이 사랑과 신뢰 이해를 기반으로 한거라 해도, 서로에 대해 얼마만큼을 양보할 수 있을까? 사랑과 이해와는 별개로, 취향이란 것 자체가 상대의 것과 딱 맞아 떨어질 수가 없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쪽이 살짝 뒤로 물러나주는 게 관계에선 필요하다.


나의 경우 누군가와 사랑을 기반으로 해서 함께 산다는 걸 결정할 때, 그 사람이 책을 안 읽는 건 괜찮지만 술과 고기를 멀리하는 사람이라면 좀 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회적인 문제에서 나와 늘 다른 의견을 가진다면, 그 역시도 곤란할 것 같다. 나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 집에 돌아오는데 함께 사는 사람은 밤에 출근하고 아침에 돌아온다면, 그것도 어느 순간엔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까?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그는 바깥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면, 그역시도 낭패일 거란 생각이 든다. 난 집에 있을게 당신은 나갔다와, 라고 말하는 거야 어려운 게 아니지만, 어쩌면 그는 나가서 늘 함께할 다른 상대를 찾을 수도 있을테니까.


우리 사이에 애가 생긴다면 또 그런 상황에 따른 충돌도 생길 것이다. 나는 일회용 기저귀를 채우자고 하는데 남자가 천기저귀를 하자고 하면 대뜸 나는, 그거 다 네가 빨아, 라고 해버릴지도 모르겠다. 조기 교육은 안돼, 냅둬, 라고 말하는데 상대는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는 거 싫다고 버럭 화를 내며 아이를 다섯살부터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고 한다면 우리는 그걸 대체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사실 이런 것들을 가정해보긴 했지만, 가장 민감하고 사소한 문제는 '손님을 초대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경우, 지금 내가 식구들과 사는 집에 누군가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 때문에 바뀌는 분위기, 그 분위기가 우리 식구들만 있을 때처럼 자연스럽지 않은 게 당연하니,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 온다 해도 좋을 리 없다. 이를테면, 우리집에서 내 방안에 다른 식구들이 들어오는 게 딱히 내키지 않는 것처럼, 우리 집에 다른 사람이 오는 것도 딱히 내키지 않는 것이다. 방해받는 다는 느낌이 내게는 강한데, 이런 성향 때문인지 나는 누군가의 '집'에 가는 것도 굉장히 꺼리게 된다. 가급적 '집'에는 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집은, 그 사람이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안락하게 보내는 곳이라는 생각이 내게는 강하기 때문이다. 외부인을 들이는 건, 내게는 낯설고 편하지 않은 일이다. 



이 책, '마일리 멜로이'의 《지금 두 가지 길을 다 갈 수만 있다면》은 (생긴 건 자기계발서처럼 생겼지만) 단편집이다.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각 단편 모두 격렬하지 않으나 갈등과 고민이 드러나는 짧은 소설들이다. 그 중 맨 마지막 단편이 인상적이었는데, 다른 단편들속 인물들의 갈등도 어떤건지 알겠다는 느낌이 왔지만, 마지막 단편, <오 타넨바움>에서는 특히 그랬다.



네 살 어린 딸과 함께 부부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쓸 나무를 구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가족은 스키를 타다 길을 잃은 커플을 마주치게 되고, 그 커플들이 차를 세워뒀다는 곳으로 그들을 데려다주기 위해 차에 태운다. 여기서부터 남편과 아내는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이 낯선 사람을 차에 태운 것이 아내로서는 못마땅하다. 그들에겐 아이도 있는데. 반면에 남편은 크리스마스인데 길잃은 사람들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다고 말한다. 아내는 차 안에서 내내 뾰로퉁하고 그런 채로 이 커플이 차를 세워뒀다는 곳으로 갔는데, 거기에 차는 없었다. 누군가 차를 훔쳐간것 같단 말에 이 가족은 이 커플을 경찰서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차 안에서 이들이 여기에 와 스키를 타게 된 사연-남자가 자신을 찾겠다며 스키장에 갔다가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난 것, 이 커플에게도 세살난 아이가 있다는 것 등등-을 듣게 되었고, 차 안에 타고 있던 부부의 아이는 '트리 장식을 같이 할래요?' 라고 순진하게 물어본다. 경찰서에 도착해 이 커플을 내려주는데, 하아, 남편은 이들에게 '일단 도난 신고를 해라, 나는 집에다 트리와 가족들을 두고 다시 너희들을 데리러 올게' 라고 하는게 아닌가!




"가서 신고하세요." 에버렛이 보니에게 말했다. "경찰이 뭘 해줄 수 있는지 알아봐요. 난 집에 가서 짐을 내리고 두 사람을 데리러 다시 올게요."

마치 영화에서처럼 동시에 두 가지 일이 벌어졌다. 하나는 클로즈업, 하나는 딥포커스. 보니(낯선 여자)는 눈물이 맺히며 환한 미소를 지었고, 팸(아내)은 앞으로 기울인 몸이 뻣뻣해지며 고개를 반쯤 돌렸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더욱 맹렬한 기세로 앤 메리를 챙겼다. (오 타넨바움, p.249)




하아- 난 여기서부터는 남자가 오버한거라고 생각했다. 스키를 타다 길을 잃은 낯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 편이 더 낫다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일은 경찰서에 그들을 데려다주면서 끝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편 '크리스마스'라는 핑계로 그들을 '더' 돕기를 원했고, 아내는 그러지 않기를 원했다. 사실 남자에게는 약간의 다른 생각이 파고 들었다고도 보여진다. 남편에게 감사하며 낯선 여자가 가슴을 밀착시켜 그를 끌어 안던 일, 같은 것들. 어쨌든 아내는 이 일로 화가났고, 집에 돌아와서는 남편에게 그들을 데리러 가지 말라고 말한다. 화를 내면서 말하고, 남편은 이에 알았다고 한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저녁이 되었는데, 이들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아이는 늘상 하던대로 트리를 장식하지만, 집 안에 떠있는 공기는 무겁기 그지없다. 



이 상황에서, 일단 표면적으로는 아내의 뜻대로 되었다. 아내는 그들-스키장에서 맞닥뜨린 낯선 커플-이 집에 오지 않기를 바랐으니. 그러나 남편은 그들을 초대했고 그들이 오기를 원했다. 이 상황, 남편과 아내가 같은 걸 원하지 않은 이 상황에서 둘 모두에게 좋은 길이라는 게 없다. 어느 한 쪽은 자신의 뜻을 굽혀야 하는데, 굽혔다고 해서 만사형통하는 게 아니다. 다른 한쪽은 '저쪽이 양보했지만 사실은 나와는 다른 걸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이상, 그 분위기는 더이상 맑고 투명할 수 없는 게 아닌가. 그 무거운 공기를 대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아-


이런 상황이 진짜 너무 싫다. 내 뜻대로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은 이 순간이. 아내도 그랬을 것이다. 결국 아내는 시간이 지나 경찰서에 전화를 걸고 그 커플이 있다면 바꿔달라 말한다. 결국 '우리 남편이 데리러 갈거에요' 라고 말하며 남편의 뜻을 받들어준다. 그렇다면, 그 커플을 데리러 간 남편은 행복했을까? 남편에게도 사실 '어쩌면 그들을 데리고 오는 게 좋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데리고 오겠다는 것은 자신의 뜻이었다. 어쨌든 남편은 그 커플을 경찰서에 데리러 갔고, 그렇게 그 커플을  차에 태운다. 소설은 그 커플중 여자만 차에 태우고 남자가 타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끝이 나는데, 남편이 이 커플을 데리고 집에 가면 모두가 평화로운 상황,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 될까? 남편의 마음 속에도 여전히 '아내는 이걸 원하지 않았다'는 잔재가 있을텐데? 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는 다시 말하지만, 남편이 그들을 '다시 데리러' 가는 것 까지는 오버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애초에 돕는 것까지는 의도가 좋았지만, 더 나아가려고 한 것 까지는 그가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게 그 일이 벌어졌다면, 나는 내 남편에게 데리러 가지 말라고 말했을 것이고, 나중에, 공기가 무거워져도 그 뜻을 꺽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경찰서까지 가서 그들을 데리러 오라고 하다니, 글쎄. 모르겠다. 이건 단순히 소설을 읽고 생각해본거니 실제 상황이 됐을때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렇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지나치게 선하거나 착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의 속마음이 정말로 돕고 싶은 마음인지 아니면 돕는 자신에 대한 만족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지나치게 선하거나 착한 사람과는 함께 살고 싶지 않다. 뭐, 남편의 경우, 크리스마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시작했지만, 결국 다른 뜻도 좀 들어가있기는 했다. 아내는 남편의 다른 생각 혹은 다른 뜻을 좀 눈치챘던 걸지도 모르고, 가족의 분위기가 안좋아지니 '내가 오해한걸지도 몰라' 라고 다독였을 수도 있겠다. 크- 역시 이러저러한 신경 쓰이는 일을 겪지 않으려면 진짜 혼자 사는 게 제일인 것 같다. 우리집 크리스마스 파티에 낮에 만난 낯선 커플을 초대한다라...뭐, 나 역시 그들의 인상이나 대화후 느낌으로 인해 기꺼이 호응할 수도 있었겠지만, 상황적으로는 아내에게 동조하는 바, 아, 역시 같이 산다는 건 진짜 쉽지 않은 일이구나, 했다. 




이 책의 다른 단편, <아이들>에는 이런 구절이 실려있다.



대학에 다닐 때 메그가 시를 써서 집에 가져온 적이 있었고, 그 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두 가지 모두가 내가 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두 가지 모두를 원하는 자신의 강력한 힘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어떤 바보가 오직 한 가지 길만을 원하겠는가? (아이들, p.231)



우리는 두 가지 길을 다 갈 수가 없고, 그러므로 당신과 내가 뜻이 다를 경우 당신 뜻과 내 뜻 모두를 관철시킬 수가 없다. 어느 한 쪽은 반드시 양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고, 그 양보라는 게 실상 하는 쪽이 기쁘게 한다 해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많이 기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양보를 했어, 혹은 저사람이 양보를 했어, 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면, 어느 순간 신경줄이 팽팽하게 당겨지지 않을까. 그러므로 내가 만족하는 길이 당신이 만족하는 길이 되는게 최상일텐데, 우리가 누군가와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어렵다.



그리고, 오, 이 침착한 단편들 속에서, 어떡해요, 그레이가 떠올랐어요. 오, 그레이. 우리 그레이를 대체 어쩌면 좋아!



"얘야." 릴리애너 할머니가 말했다. "부담 주기는 싫다만, 여기에 내가 묶을 방이 있을까?" (릴리애너, p.150)




 아-------그러니까 죽은 줄 알았던 릴리애너 할머니가 손자를 찾아왔고, 본인이 잠시동안 여기에 묵어도 되냐고 말하는건데, 그게 이 책에서는 오타가 난거다. '묶다' 로....그런데 묶을 방, 이라고 하니까...그레이의 변태 룸이 생각나잖아...힝. 묶을 방..할머니, 뭘 묶어요, 뭘 묶으실 겁니까, 뭘 묶으시려고 그러는거에요!! 묶지 마요. 폭력은 나쁜 겁니다. 묶으면 안돼요. 때려서도 안돼요. 폭력은 나빠요. 흑흑.




기관지염이라고 나를 진단한 병원은 아무래도 나랑 맞지 않는 건지, 약을 먹어도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고 증상이 심해지기만 했다. 나는 원래 알러지성 비염을 가지고 있고, 계절의 흐름으로 보니 이게 딱 그거겠더라. 평소랑 증상이 달라 내가 이게 뭐지, 했던 건데, 안되겠다 싶어 어제는 늘상 나를 진찰해주던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병원은 그런데 우리 집근처에 있어서 내가 업무시간을 쪼개 다녀오기가 어려웠다. 마침 퇴근후 남동생의 차를 타고 가다가 이 얘기를 하니 남동생이 혹시 야간진료 할지도 모르니 전화를 해보라는 거다. 그래서 전화를 하니 오후 18:30까지 접수를 받는다는 게 아닌가. 내가 전화를 한 시간은 18:18 이었다. 12분 후에 내가 그 병원에 도착할 수 있을까? 라고 물으니 남동생은 '아니' 라고 했다. 신호들에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는 무리라고. 하는수없이 나는 집에 계신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 지금 뭐 하고 있는거 있어? 라고 물으니 아니라며 왜그러냐 하셨고, 나는 병원가서 내 대신 접수 좀 해줘, 라고 부탁드렸다. 그리고 엄마는 그렇게 하셨고, 그렇게 나는 여섯시 반이 조금 넘어 병원에 도착해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늘상 나를 보던 닥터는 이번에도 내게 찾아온 비염과 그 증상에 대해 얘기하며 '괴롭고 고통스러운 증상이죠' 라며 약은 이런 걸 줄게요, 라고 말했다. 내가 밤에 잠을 못 잔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는데 그 전에 이미 '낮에는 괜찮다가 밤에 자기 전에 목구멍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죠?' 라는 게 아닌가. 흑흑. 갑자기 너무 안도해서 네, 라고 뭔가 응석받이가 된 기분으로 대꾸했다. 막 죄다 다다다닥 털어놓고 싶었달까. 마스크 하고 다녀요, 잘 때도 해도 돼요, 가습기 틀어놓고요. 그렇게 약을 지어왔고, 그 약을 먹고 잔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많이 나아있었다.



언젠가 여동생은 자신이 다니는 산부인과 닥터가 자신의 소울메이트인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얼마만큼 힘든지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닥터가 다 알고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거기에서 상당한 위로를 받았다고 했는데, 이건 동생 주변의 누구도 해주지 못했던 거라 아마도 동생은 그 닥터에게 소울메이트같다는 극찬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어제의 나는, 아, 나도 이 닥터가 내 소울메이트 인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그래도 요즘 영혼이 통하고 어쩌고 하는 생각을 하던 참에, 내가 어떻게, 왜 괴로운지 말하지 않아도 뭐가, 왜 괴로운지 이미 알고 얘기해주니까, 사실 이 닥터는 환자 말 잘 안듣고 무뚝뚝하고, 정확하지 않은 걸 싫어하는-언제부터 그랬어요? 란 말에 주말부터요, 라는 대답을 싫어한다. 며칠 됐다는 건지 말해봐요, 라고 해서 나흘이요, 라고 대답해줘야 만족한다- 딱히 친절이라고 할 것까진 없는 닥터인데, 내가 왜, 어떻게 괴로운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니, 이 사람이 주는 약이 틀릴 리 없다는 생각이 막 드는 게 아닌가! 



또한 엄마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엄마가 그 시간 집에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고. 내가 엄마랑 살고, 엄마가 그 시간에 집에 있었고, 그래서 병원에 가 대신 접수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병원에 갔고, 제대로된 약을 받아먹을 수 있었던 거라고. 물론 내가 혼자 살았다면, 엄마가 그 시간에 집에 없었다면, 그땐 또 나름의 어떤 방법들이 있었겠지만, 마침 그 시간에 엄마가 거기 있었기 때문에 내가 나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어제는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지어 엄마와 함께 돌아가는 길,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엄마, 병원 접수해줘서 고마워, 라고. 




좀전에는 화이트데이라고 회사 남자 직원이 준 초콜렛을 먹었다. 처음 먹어 보는 벨기에 초콜렛이었는데 와- 완전 맛있어. 하나만 먹으려다가 두 개를 먹었고, 그렇게 정신없이 세 개를 먹으려고 할때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절제해, 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래서 아직 두 개가 남아 있다. 근데 와- 진짜 겁나 맛있어. 세상에는 있어서 좋은 게 몇 개 있는데, 술이 그렇고 초콜렛이 그렇다. 누가 이런 걸 만들었는지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랄까. 신이 나를 사랑해 술을, 초콜렛을 만들었대요~



그리고 당신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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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5-03-18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뭔가 했네요. 그레이.ㅋㅋㅋㅋ 기역 하나에 분위기 반전.
웃픈 오타로 전하고 싶은 제 안부는 이렇습니다. `목 아픈 거 빨리 낳기를요.` ㅎㅎ

다락방 2015-03-18 16:06   좋아요 0 | URL
릴리애너 할머니를 그레이라고 했다고, 그레이가 화나서 저를 명의회손으로 고소하는 건 아닌지 몰라요. ㅎㅎㅎㅎ
쾌유를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흣 :)

단발머리 2015-03-19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편 이야기를 따라 가다가 `아내`에게 완전 감정이입되서 `남편`을 계속 미워한 1인입니다.
나쁘죠, 이러면~~ 안 되죠~~

오늘의 웃긴 문장은 ˝(생긴 건 자기계발서처럼 생겼지만) 단편집이다.˝이구요,
오늘의 감동 문장은 ˝그리고 당신도 그렇다.˝예요.

혹, 다락방님 북풀에 댓글알람 해놓지는 않으셨죠? 약 먹고 자고 있는데, 혹 내 글이 ˝띨롱˝하고 다락방님을 깨울까 걱정이예요. 알려주세요. 그리고, 얼른 나으시기를요~~~

다락방 2015-03-19 08:20   좋아요 0 | URL
저는 문자메세지를 제외한 모든 어플에 대해서 알림 설정을 꺼두었어요. 단발머리님이 댓글을 이백개 남기셔도 저에게는 메세지가 하나도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마시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댓글을 마음껏!!!!!!!!!!!남기셔도 됩니다. 설령 알림메세지 오는 문자메세지라도 아무때나 아무데서나 보내셔도 상관 없어요. 잘 때 문자메세지 온다고 화내지 않아요, 저는. 자느라 답장을 안할 수는 있지만요. 하핫.
 

"술을 마셔야겠어. 한 잔 사 줄까?"

토레스가 파일을 덮었다. 그의 피는 대서양 혹한 만큼이나 차가웠다.

롬지가 이상한 놈 다 보겠다는 눈총을 보냈다.

"약속 있다고 했잖아, 멍청아."

"나중에 만나."

토레스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러자 리사 롬지 형사가 슬픈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궁금해? 거의 평생을 알고 지낸 사람이야. 오랫동안 친구였고. 몇 년 동안 떨어져 지내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연락을 취했지. 그 사람도 결혼에 실패해서 돌아왔어. 2주쯤 전인가? 커피 한 잔 하는데 나를 바라보더라고. 정말로 나를 보고 있었어."

"나도 당신을 봐."

롬지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보는 건, 당신과 비슷한 일부일뿐이야. 에반드로, 내 최고의 매력이 아니라. 미안. 하지만 그 사람? 그 사람은 달라. 나를 볼 때면 늘 최고의 나를 찾아내거든."

그녀가 입술을 쪽쪽 빨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뭐겠어? 바로 사랑이야."

토레스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두 사람의 파국. 두 사람 관계가 어땠든 간에, 그마저 더이상은 불가능하다. (p.218-219)



















롬지는 토레스와 같은 형사이다. 토레스는 아내와 자식이 있지만, 간혹 롬지와 섹스를 한다. 그리고 알고 있다. 롬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 사실에는 감사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내나 자식이 아니라 롬지를 책임질 생각은 없다. 유부남이지만 롬지와 자고, 그런 사실에 속상해하는 롬지에게 '부부관계가 좋지는 않다'는 말을 하면서, 유부남과 자는 싱글에게 위로랍시고 건넨달까. 그런데 롬지는 왜, 하필이면, 그렇게도 좋아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데도, 그를 좋아할까. 씨발.



"어서 내 침대에서 꺼지시지그래?"

토레스는 한숨을 쉬며 시트에서 빠져나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바지를 입고 셔츠와 양말을 찾았다. 거울을 보니 롬지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애를 쓰긴 하지만 롬지는 결국 그를 좋아했다.

하느님, 이 사소한 기적들, 감사합니다. (p.101)



토레스를 좋아하는 롬지를 만나러 간날, 토레스는 롬지가 옷을 차려입은 걸 보게되고 그녀가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가 남자를 만나러 갈 거라는 사실에 그녀에게 술을 사겠다고 제안하는 것. 하아- 그러니까,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고, 그 사실에 감사하지만, 그녀에게는 최선을 다하지 않다가, 그녀가 이제 저기 멀리로 가버릴 것 같으니 이제 와 잡으려는 꼴이랄까. 그러나 그는 자신이 속한 가정, 자신이 이룬 가정을 가지고 있는 이상, 다른 한 손으로 롬지를 꼭 쥘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되는 법이므로, 그에게 파국은 예정되어 있었다. 롬지가 토레스를 떠나는 것은 다행인데, 그것이 토레스가 단순히 유부남이어서가 아니라, 토레스가 보는 게 롬지가 아닌 롬지에게서 보여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롬지가 말한 것처럼, '나를 봐'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은 일이니까. 그렇지만, 그래, 그런 생각도 든다. 그는 나를 보고 내가 그 사실을 안다, 그 사실이 기쁘다, 그러나 나도 그를 보는가?



내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중에 내가 사랑하게 될 사람은 몇이나 될까.

또 내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중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중에서 또 내가 사랑하면서 동시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적과도 같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사실 연애라는 것도 어느 한 쪽이 먼저 좋아해서 시작하게 되는 게 아닌가. 둘이 동시에 같은 강도로, 농도로, 밀도로 좋아할 수 있을까? 내가 이만큼 촘촘하게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나를 얼만큼 촘촘하게 좋아하니?



나는 롬지에게 토레스를 버리고 평생을 알아온, 롬지를 봐주고 있는 그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롬지를 위한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올 거라고는 자신할 수가 없다. 이건 롬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른건데 만약 그녀가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행복해지는 사람이라면, 삶의 궁극적 가치를 사랑받는 거라 생각했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그녀는 새로 시작된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아주 많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딘가 약간 공허한채로 자꾸 주변을 둘러보다 저 멀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끔은, 자기를 봐주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보고 있었던 토레스를 떠올릴 지도 모르고. 아무쪼록 나는 롬지가, 이제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자신을 봐주는 남자와 함께. 




외로운 소설이다. 사실 나보다 먼저 남동생이 읽고 건네주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나 역시도 다 읽고나서 남동생에게 '야, 더 드롭 읽었는데 뭔말인지 나도 잘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몰입이 좀 어렵고 산만하다. 묵직하고 우울한 기운이 감도는 외로운 소설인데, 이 산만함은 어디에서 오는건지. 암튼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두가 외롭더라. 



외로워 외로워 낙엽처럼 외로워~ 서러워 서러워~ 바람처럼 서러워~

라는 노래가 있던가?





나는 이메일계정을 처음 만든후부터 계속 그 메일계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요즘엔 아주 스팸이 폭발한다. 스팸이든 휴지통이든 나는 수시로 메일함을 정리하는데, 어제 스팸함에 갔다가 문득 아 지겹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나리씨, 강주희씨, 이제 그만 좀 보내요.




그런데 궁금한 게, 이런 스팸메일 보고 회신이 오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들은 공급할 수 있는건가? 이런 스팸메일이 진짜 그들에게는 효과가 있는걸까? 하루에 한명씩 파트너를 소개해준다는 메일을 보고, 오 그럼 소개해줘, 하고 찾아가는 사람이...정말 있는 걸까? 그런가?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현재 이렇다.



괌 바다에서의 우리 엄마를 찍은 사진인데, 내가 찍어 놓고 이건 완전 예술작품이라며 신나가지고 배경화면을 며칠전에 바꿨는데, 하하하하,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의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연히 지하철 안에서 책 옆에 핸드폰을 놓았는데, 오, 그림이 비슷한거다!! 내가 찍은 괌바다의 울엄마 사진도 언젠가 책 표지로 써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밤 먹고 있지롱.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자연의 햇밤 그대로.



밥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는 바텐더 일을 좋아했으며, 당연하게도 예전의 거친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브는 달랐다. 마브는 지금도 황금마차가 황금 도로를 타고 달려와 이 시궁창에서 자신을 꺼내 주기를 기다렸다. 평소엔 그저 행복한 척할 뿐이다. 어쟀거나 밥이 보기에 마브를 괴롭히는 문제는 그 자신도 다르지 않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더러운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그런 일들은 어느 정도 야망을 이루지 못하면 끔직한 비극이 된다. 성공한 사람은 과거를 감출 수 있지만, 낙오자는 바로 그 과거 속에 익사하지 않기 위해 여생을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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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3-1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흠...도대체 어떤 사이트들을 다니고 있는건가요?
저는 저런 스팸메일이 한통도 없는데요 다락방 님!!!

2.날씨가 꾸물꾸물...
<마의 산>은 크읍........ㅠ..ㅠ
부디 완독하시고 리뷰남겨주시길.




다락방 2015-03-17 14:48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저는 그야말로 시야가 좁아서는, 알라딘 외에는 가는 데도 없습니다. 인터넷쇼핑도 한 군데에서만 해요. 아마도 이메일 계정을 십오년이상 써오기 때문이 아닐까..싶은데요. 하아-

마의 산은, 아무개님은 어느 출판사로 가지고 계세요? 열린책들로 당연히 사려고 했더니 세 권이나 되더라고요. 상중하...그래서 패쓰.

아무개 2015-03-17 15:00   좋아요 0 | URL
저는 을유세계문한전집으로 상하권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책장 안넘어가는 소설은 정말 아이고.....


다락방 2015-03-17 15:19   좋아요 0 | URL
얼마나 안넘어가기에 다들 그러시는지 궁금하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메일계정이 세 개인데 그 중에 첫번째로 만든거는 다락방님과 비슷한 제목의 메일이 오네요~ 아주 비슷해요^^
제 핸폰 배경화면을 1분내로 올리면요, 다락방님이 10초안에 `엥?!?`하게 된다는데 500원 겁니다 ㅋㅎ

다락방 2015-03-17 16: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대체 뭘지. 북플에 올리실겁니까? ㅋㅋㅋㅋㅋ 제가 지켜보도록 하지요.

2015-03-17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8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03-19 00:44   좋아요 0 | URL
정말 감사해요~~~~~~~~~~~~~~~~~~~~~~`

다락방님, 진짜 예리하세요, 어떻게 내 설명만 듣고 이런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시나요.
북풀 의사선생님으로 임명합니다.

완전 감사요^^

LAYLA 2015-03-1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팸메일은 응답률이 낮더라도 어차피 발송비가 공짜니까 아주 가성비가 높은 방식의 마케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스팸신고를 해주면 좀 낫더라구요!!!

다락방 2015-03-18 14:06   좋아요 0 | URL
아, 발송비가 공짜군요. 거기에 따른 비용이 들질 않네요. 인건비만 들겠어요. 흐음.
저도 스팸신고를 바로바로 해주는 편입니다만, 이 계정을 너무 오래 써서 그런지 진짜 스팸 메일 많이 들어오네요. 어느 순간부터 스팸이 미칠듯이 들어와요. 하아-
 
















이 책은 무슨 책에다가 스프레이로 수면제를 뿌려놓은 건지, 펼치기만 하면 잠이 쏟아져서 읽는데 한참이 걸렸다. 내용이 지루하다거나 졸리다거나 한 게 아니라, 내용 파악 하기도 전에 잠이 쏟아져가지고..아아, 뭐냐 대체. 이런 책이 예전에도 있었는데 뭐였더라. 여튼 이거슨 타이밍의 문제? 지하철 안에서도, 내 방에서도, 점심시간의 사무실에서도... 그래서 다 읽은 지금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고, 그저 표지만 물끄러미 쳐다보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발도 예쁠까? 이런 쓰잘데 없는 생각이나 하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제프 다이어야 워낙에 유명하니 나는 그의 책을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 책,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는 제프 다이어라는 작가를 알기엔 좀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소설로 그를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어쩐지 한유주 번역은...고르고 싶지 않은데..... 뭐 어쨌든.


졸면서 읽었지만 작가의 유머감각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유머감각 있는 사람이 좋더라. 친구든 애인이든 작가든.




당시 나는 프랭크 오하라의 시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다>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거기에 대항에서 대항해서 '나는 이것도 하지 않고, 저것도 하지 않았다' 라는 시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당연히 이 일도 하지 않았다. (p.29)



아, 위의 문장을 읽고 한없이 게으르고 싶다는 누군가가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다. ㅋㅋㅋㅋ 게으름이 삶의 목표인 사람.



그리고 이런 구절을 봤다.



나는 대화가 이런저런 주석이나 읽은 책 이야기로 흘러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건 내 희망이지만, 같은 걸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를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 하는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보통 나는 스스로 키만 크고 마른 한물간 아저씨라고 느끼는데, 그날의 점심 자리에서 '초강력 선블록' 티셔츠를 입고 영화와 시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은 그을린 피부에 날씬하고, 점심때 먹은 콩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지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p.119) 



일전에 알렉 볼드윈이 나온 영화 [내 남자는 바람둥이:suburban girl] 에서, 유명 작가가 출판 편집일을 하는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집에 데려가서는 밀란 쿠데라와 찍은 사진이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있었다. 거기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그걸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여자가 '밀란 쿤데라'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었다. 밀란 쿤데라가 누구인지 알고, 그 작가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었으므로 그는 그녀에게 자랑스레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만약 여자가 밀란 쿤데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면 남자의 말은 허공에서 흩어졌을 것이다. 여자는 아마도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쳐다봤겠지. 내가 자랑스레 생각하는 걸 자랑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아마 살면서 우리는 이런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다른 여러 사람들을 거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상대를 정말 좋아한다면, 그 상대가 밀란 쿤데라를 몰라도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또한 내 가치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제프 다이어가 저 문장에서 어떤 기분이었을지 백프로 이해하지만, 내가 상대를 좋아해서 잘 보이고 싶었다면, 아마 의욕을 가지고 밀란 쿤데라에 대해 말했을 것이다. 밀란 쿤데라 알아요? 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재미있는 글을 쓰는지, 내가 얼마나 그 작가를 대단하게 생각하는지, 그래서 내가 그 작가와 사진을 찍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나는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하려 했을 것이다. 만약 이때 상대도 나를 좋아한다면, 내 말을 눈을 빛내며 들을 것이고, 그래서 밀란 쿤데라라는 이름을 기억하려 할 것이며, 나와 헤어지는 길에 서점에 가 밀란 쿤데라의 책을 한 권 살 것이다. 그리고는 집에 가서 한 번 읽어보려 하겠지. 내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를 보고 싶어지는 것처럼, 생뚱맞지만 해보게 된다는 거다.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진짜 행운이다. 그러나, 제프 다이어가 말하는 것처럼, '같은 걸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를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 하는 것'은 제프 다이어도 이미 알다시피, 그저 희망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같은 걸 좋아한다는 게 서로를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나는 나와 같은 걸 좋아하지만 그 상대가 좋지 않았던 적이 아주 많고, 나와 다른 걸 좋아하지만 그 상대를 아주아주아주아주 좋아했던 적도 더러 있다. 그리고 나는 서로 좋아하는 당신과 내가, 우리가, 서로가 서로 같은 걸 좋아하는 것이 반드시 이상적이라거나 낭만적이라고도 생각하진 않는다. 이건 뭐 딱히 제프 다이어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자고 하는 말은 아니고, 최근에 그런 생각을 내가 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좋아하면, 상대가 좋아하는 걸 내가 알고 싶어진다는 생각. 특별히 제프 다이어에게 유감이 있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서로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유창하게 얘기할 때 내 가치가 높아지는 듯한 느낌에 대해서는, 진짜 잘 알고 있다.




제프 다이어는 젖은 바지를 갈아 입기 위해 아주 애를 쓰다가, 이래저래 엉뚱하게만 입어대다가, 아주아주 힘들게 입기에 성공했으나 '뒤집어' 입은 것을 발견하다. 그러나 다시 제대로 입기에는 그가 너무 지쳤다. 더이상 아무것도 시도하고 싶지 않아,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기를 바라며 그냥 그대로 입고 화장실에서 나가 까페의 사람들에게로 간다. 



갑자기 암스테르담 데이브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바지 뒤집어 입은 거 알고 계세요?"

"아니, 제대로 입은 건데."

"뒤집어 입었거든." 데이지드가 말했다.

"둘 다 잘못 본 거야." 내가 말했다. 카페에서 차분하게 앉아 있은 덕분에 화장실에서 겪었던 어려움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고, 그 어떤 논쟁에서 아무리 맹렬한 공격을 당해도 거뜬하게 내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 눈에는, 그러니까, 외부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말이야, 뒤집어 입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게 정상이야. 나 스스로 안팎이 뒤집혀버렸으니까." (p.145)



이런 부분도 있다.



빨간색(풍선껌 분홍색) 비키니를 입은 미인이 함께 핫유안까지 헤엄을 쳐서 가자고 말한 것이다. 케이트는 나에게도 함께 갈 건지 물었다. 수영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구미가 당기긴 했지만, 해파리에 쏘이거나 익사를 하거나 아니면 해파리에 쏘여 익사를 할까 두려웠다. (p.116)



아, 나는 정말이지 이 아저씨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 유머감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가 폐허들을 돌아다니며 사색한 것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키득키득 웃게 하다가, 이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 선글라스만큼 애지중지 했던 물건도 없었는데, 이곳 영국 어딘가에서 그걸 잃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된 걸까? 알 수가 없었다. 어쩌다 잃어버렸는지를 알면 그게 도대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내 선글라스가 없어졌다.

여기에 하나의 교훈이 있다. 아니면 교훈이 아니라 그냥 사실인지도 모른다. 물건들은 없어진다. 그냥 사라진다.

무언가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온 마음을 다 바쳐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믿을 수 없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걸 잃어버린다. 아끼는 물건일수록 언젠가는 잃어버리게 될 거라는 예감도 그만큼 더 확실하게 다가오고, 잃어버렸을 때 찾아오는 상실감도 크다. 그리고, 정말로 잃어버린다. 당시 나의 상황이 그랬다. 그건 세상이었고(눈부시고, 또렷하지 않고, 눈에 거슬리고, 흐릿한)나는 그 안에서 유령처럼 떠다닐 것이다. 어떤 사진도 내가 그 선글라스를 쓰고 보았던 세상을 보여줄 수는 없다. 그건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이었다. 그날 이후 다른 렌즈가 들어간 선글라스를 써보았지만 잃어버린 렌즈만의 독특한 깊이와 선명함은 느낄 수 없었다. (p.254)




이 문장을, 정말이지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는 선글라스에 대해 말했지만, 선글라스 대신 다른 어떤걸 넣어도 좋으리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온 마음을 다 바쳐 노력해도, 잃어버린다. 그런 순간은 오고야 만다. 잃어버릴 거라는 예감은,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슬프게도 들어맞는다. '필립 로스'의 울분에서, 그 남자는 자꾸만 자신이 전쟁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모든 물건들은, 잃어버리면 다시 살 수 있다. 돈만 있다면 다른 물건으로, 심지어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물건으로 대체해도, 대체된 물건은 기존에 내가 가졌던 그 물건이 아니다. 내가 그 물건에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물건은 다른 어떤 물건과 기능의 대체는 될지언정, 정말 그 물건이 될 수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내가 이 사람을 잃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해도, 새로운 사람이 그전 사람의 대체는 될 수 없다. 이 사람은 이사람이고, 저 사람은 저 사람이다. 우리는 하나의 상실을 상실 그대로 겪어내야 하고, 하나의 받아들임을 또 그 자체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애착이 강한 물건, 지독하게 사랑했던 사람. 이 모두 대체가 불가능하다. 그가 나의 세상이었다면, 그 세상은 다른 누구도 내게 다시 보여줄 수 없다. 그야말로, '되돌릴 수 없는 상실' 임에 다름 아니다. 언젠가 누군가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라는 말에 '허구헌날 집구석에서 슬픈 예감만 하고 앉아있어 그렇지' 라고 말을 하던데, 어쩌면 .. 정말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상실에 대한 예감은 가급적 피해가는 걸로...






주말에는 여동생네 식구가 왔다. 제부는 내게 전등 끄는 리모콘을 준비했는데 깜빡 잊고 안가져왔다고 말했다. 읭? 2주전이었나, 내가 여동생 집에 갔을 때, 자기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 불 끄는거 진짜 싫다, 책 읽다 그냥 리모콘이나 이런걸로 꺼지고 잠들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내 방 전등을 리모콘 식으로 바꿔주기 위해 주문해서 물건이 왔다는 거다. 와-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말만 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은 안그래도 제부 덕에 되게 편하다고 자주 말한다. 아가 모유 수유할 때 한밤 중에 줘야 할때, 침대가 있는 벽에 작은 전등이 달렸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니 제부가 침대 쪽 벽에 작은 전등을 설치해줬고, 열어둔 방문이 바람 때문에 닫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문 받침대라고 해야 하나, 뭐 여튼 그거를 방문마다 다 설치해주기도 한거다. 마치 현관문 고정할 때처럼. 자기 아내 편하게 지내게 신경쓰는 거야 뭐 그런가보다 했는데, 처형 말까지 신경쓸 줄은 몰랐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전 엄마가 여동생네 갔을 때 그건 뭐하러 샀냐고 물으니, 처형이 자기전에 불끄러 일어나기 싫다고 해서요, 라고 답하더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멋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그거 싫다고 진짜 수십명한테 말했는데 제부가 이런걸 해줄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네. 누구한테 뭐 해달라고 말한 게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 화이트데이라고 이런거 받았다???




아니, 소세지도 좋고 밤도 좋지만..뭐랄까...저 비타민을 챙겨주는 마음 같은 게, 훅- 와가지고..엄청 좋았다. 비타민을 그래서 낼름 흡입했다. 소세지는 혼자 다 먹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나는 마음이 선한 사람이니까 직원들에게도 하나씩 나눠줬다. 아깝지만, 베풀면서 살아야지. 응? 





지난 금요일에는 북플로 친구를 맺은 **님께서, 처음으로 비밀댓글을 남겨주셨다. 나에 대한 좋은 말들이 가득한 댓글이었는데, 그중에서 '다락방님과 돼지국밥에 낮술을 하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 라고 하신 말씀이 무척 인상 깊었다. 아니, 나랑 돼지국밥에 낮술 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거라고. 버킷 리스트라면 가급적 많이 이루는 것이 좋을 터. 게다가 어렵지도 않은 일. 오늘 보니 날이 점점 더 따뜻해지던데, **님, 날이 확 풀려 꽃이 피면, 낮술 한 잔 합시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인걸요. 돼지국밥에 낮술, 하자요. 콜!!




토요일엔 좀 늦게 일어나 엄마 옆으로 가 누웠다. 엄마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엄마에게 이제 일 그만하라고 말했다.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노는거 한심하잖아, 라고 말씀하셔서 엄마 뭐가 한심해, 아침마다 나 밥해주고 아빠 도시락 싸주는 데, 그게 어디야. 난 엄마처럼 못해, 라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엄마는 한숨을 쉬시며, 낮에 아무것도 안하잖아, 일해서 돈 벌어 노년을 대비해야지 돈 없어서 쩔쩔매다 죽으면 어떡해, 하시는데, 어휴. 


엄마, 나 있잖아. 내가 돈 벌잖아. 엄마 혼자 쓸쓸하게 굶어죽지 않게 내가 돌볼게.

니가 버는 돈에는 한계가 있잖아.

소주 두 병 마실 거 한 병만 마시면 되지.

그래 그럼 식구들 다 내쫓고 너랑 나랑 둘이 살자.

아니 왜 내 쫓아, 내 식구들인데. 다 같이 가. 내가 다 돌볼게.

니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벌진 못하잖아.

소주 한 병 마실 거 반 병만 마시지, 뭐.



그러자 엄마는 깔깔 웃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이궁. 나는 독립할 의지가 있고, 독립을 언젠가는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엄마 아빠 들여다보면서 지낼 거다. 엄마 아빠에게 자식이 있다는 거, 잊지 않게 할것이다. 열심히 돈 벌어야지.




기관지염이라고 오늘 병원 가서 약지어왔는데, 기침을 쿨럭쿨럭 하고 있는데, 근데 기분은 열나 좋다. 뭔가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절정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 절정의 순간을 아주 오래, 느끼면서 살고 싶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좀전에 내가 준 크림치즈맥스봉 먹은 직원이 완전 맛있다고 그러던데, 아놔, 괜히 줬나 ㅋㅋㅋㅋㅋㅋㅋㅋ괜히 나눠줬나 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나 혼자 두고 쳐묵쳐묵 할 걸 그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베푸는 걸 너무 좋아해서 진짜 큰일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선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날개 없는 천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무거워가지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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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16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비슷한 물건인데도, 이상하게 그 자리를 채워주지 못할 때가 있어요. 대체불가능인 그런 것들이 없지는 않더라구요.
2. 리모컨으로 끄는 전등, 집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다락방님, 기분 좋은 월요일 보내세요.

다락방 2015-03-17 14:50   좋아요 0 | URL
오래전에 남자친구가 유럽 출장을 다녀오면서 손거울을 사다준 적이 있거든요. 사실 손거울을 잘 보지 않는데 늘상 소중하게 가지고 다녔어요. 그런데 남친하고 헤어지고나서 한참 후에 그 거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오, 그런데 대체 어디에서 잃어버린건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 거에요.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고요. 그 거울의 부재를 알아챘을 때는 대체 잃어버리고나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건지도 모르겠고요.

`어쩌다 잃어버렸는지를 알면 그게 도대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을 텐데`의 제프 다이어 말을 저도 그때 엄청 실감했답니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 나중에, 그남자도 그 거울도 다 잊은 후에 방 한구석에서 발견했어요. 하하하핫

2015-03-16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5-03-1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기쟁이 효녀 다락방님 ^^
예전에 미드에서 마이클 코넬리랑 데니스 르헤인 나온 장면 얘기하면서 막 흥분했는데, 듣는 이는 그래서 뭐-_- 하는 심드렁한 표정이라 뻘쭘했던 기억 나네요. ^^; 맞아요.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건 가끔 참 벅찬 일인 것 같아요.

기관지염 얼른 나으시길 바래요. ^^

다락방 2015-03-17 14:52   좋아요 0 | URL
제가 딱히 효녀도 아니고 인기쟁이도 아니고요. 그냥...하핫;;

크- 그때 듣는 이가 진짜? 마이클 코넬리랑 데니스 르헤인이 나왔다고??? 하고 같이 흥분해줬다면 문나잇님 기분이 완전 하늘을 날았을텐데요. 흐음. 역시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건 참 다행스럽고 벅찬 일인 것 같아요.

기관지염은 하루 자면 나을줄 알았더니 더 심해져서 지금 고통스러워요, 문나잇님. ㅠㅠ 목 아퍼요. 흑흑 ㅠㅠ

럭키언니 2015-03-1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림치즈맥스봉을 먹어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5-03-17 14:52   좋아요 0 | URL
제가 먹어봤는데 말이지요, 크림치즈 맥스봉 보다는 치즈 맥스봉이 역시 훨씬 더 맛있네요. 흐음. 그렇습니다.

에르고숨 2015-03-1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네요!...했더니, 수면제.ㅋㅋ 제프 다이어의 소설은 없지 싶은데요? 아직 번역되지 않은 걸로 소설이 있으려나요; 저는 이이가 D.H.로런스에 대해 쓴 책이 무척 기다려져요. 그때 또 같이 읽읍시다. 스스로 인생의 절정기 같다 느끼시니 무척 부러우면서도 보기 좋습니다. (뜬금 없-)건배!!

다락방 2015-03-17 14:53   좋아요 0 | URL
제프 다이어가 소설을 네 권 썼다고 책날개에 나와있거든요. 그것들이...차차 번역되지..않을까요? 그런데 한유주가 번역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그 누구지, 데이비드 실즈가 언급했었죠. 제프 다이어와 로렌스!! 네네, 같이 읽읍시다, 에르고숨님. 헤헷

그리고 건배!
그런데 저 기관지염 좀 나으면요 ㅠㅠ 아파 ㅠㅠㅠ

hellas 2015-03-16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등리모컨 바꿔야겠네요. 전 제부가 없으니 직접:)

다락방 2015-03-17 14:54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 전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바꿀 생각 하지 않는 게으른 1人 이었어요. 제부 만세! 그리고 직접 바꾸실 hellas 님도 만세!! 헤헷 :)

icaru 2015-03-1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돼지국밥에 낮술 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봤더니... 몇이 떠오르네요...
우아...일단 남편은 리스트에 없어요 >.<

꼼짝도~ 이 책.. 캬...

보통 씨도, 데이비드 실즈 씨도 자기 책에 하두 제프 다이어 제프 다이어 해서,,, 언제 꼭 한번 읽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5-03-17 14:55   좋아요 0 | URL
그치요? 제프 다이어는 제프 다이어의 글보다 누군가 제프 다이어를 언급한 걸 더 많이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디, 도대체 어떤 글을 쓰나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진다니깐요. 헤헷.

아니, 그런데 왜 돼지국밥 리스트에 남편은 없나요, 아이카루님? ㅎㅎㅎㅎ

니나 2015-03-2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요가책인줄 알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03-21 10:47   좋아요 0 | URL
나도 처음엔 그런줄 알고 안샀었어요 ㅋㅋㅋㅋㅋ

blanca 2016-07-0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음으로써 제프 다이어의 이 책은 읽지 않겠어요.^^ 졸립다니.. 저는 완전 잠들듯...

다락방 2016-07-11 08:22   좋아요 0 | URL
아 아쉽네요. 제가 이 책을 바로 팔지 않았다면 블랑카님 보내드렸을 것을! 사실 블랑카님은 저보다 이 책을 더 좋아하실 것 같거든요. 블랑카님은 책을 꼼꼼하고 진중하게 읽으셔서 이 책에서도 저보다 더 많은 걸 느끼고 가져가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포기하지 마세요! ㅎㅎ
 


짱좋다.

여기에서 칠봉이도, 현빈을 닮은 친구도, 노가리모임 친구들도 다 만났고, 늘 내가 고마워해야 할 다정한 친구들도 여기에서 다 만났다. 

좀전에 ㄹ님과 비댓으로  수다를 떨면서, 아 진짜 너무 좋다, 하고 생각했다.

여긴 진짜 짱이다. 

내 인생에 칠봉이가, 현빈 같은 친구가, 노가리모임 친구들이, 또한 다른 많은 다정한 벗들이 없다고 생각하면 울적해지는 것이다. 



신이 나를 사랑해 그를 알라딘을  만드셨대요. ♪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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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2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긋느긋 2015-03-1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를 매일매일 돌보고, 이웃들을 한분한분 세심히 챙기고, 책도 잔뜩 사는 다락방님께
알라딘은 명예패를 수여하라! 수여하라! 1년치 책을 제공하라! 제공하라!ㅎㅎ
알라딘은 정말이지 다락방님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어요 ㅎㅎ

다락방 2015-03-12 16:15   좋아요 1 | URL
명예패는 아니고 나중에 혹여라도 제가 결혼이란 걸 하게된다면 알라딘 이름으로 화환이나 왔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 덕에 버니님도 알게 됐죠. 앞으로 조금 더 버니님하고 친해질 계획입니다만? 훗 :)

무해한모리군 2015-03-12 16:32   좋아요 0 | URL
수여하라 수여하라!!!! 락방님 제가 환갑되시면 꽃화환을 꼭 ^^;;

다락방 2015-03-12 16:36   좋아요 0 | URL
크- 슬프게도 환갑이 그리 멀지 않네요. 제 생각엔 제 결혼보다는 제 환갑이 더 빠르게 제게 올 것 같네요. 아, 저 사주 봤을 때 예순살에 결혼한다던데...결혼축하겸 환갑축하로다가 부탁드려요, 휘모리님.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2 16:43   좋아요 0 | URL
수여하라 수여하라!!!! 락방님 환갑되시면 저는 꽃바구니^^;;

다락방 2015-03-12 16:46   좋아요 0 | URL
꽃부자 되겠네요,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원 있는 집을 하나 마련해 살아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원래는 실버타운 갈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2 16:49   좋아요 0 | URL
정원 있는 집 마련되면 바로 연락주세요. 저도 하이드님께 미리 연락도 드려야하고 ㅋㅎㅎ
정원 있는 집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책 읽으면 완전 짱이겠는데요.
아니다, 치킨에 맥주, 아니다, 소주에 족발?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3-12 16:50   좋아요 0 | URL
다 됩니다, 단발머리님. 아무때나 말만 하세요. 소주에 족발도 치킨에 맥주도 스콘에 커피도 다 됩니다. 아예 여러명 불러서는 호텔 조식 뷔페처럼 꾸밀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믈렛 잘하는 남자랑 같이 살아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2 18:11   좋아요 0 | URL
스콘에 커피.... 아.......................
다락방님, 사랑해요~~~~~~~~~

꼬마요정 2015-03-1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믈렛 잘 하는 남자에 한 표~~^^

다락방 2015-03-12 19:30   좋아요 0 | URL
오믈렛을 제가 못하기 때문에 남자는 무조건 오믈렛!!

보물선 2015-03-1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기능에 sns가 겹쳐졌군요!
좋아요!!! (저랑도...^^)

다락방 2015-03-13 14:21   좋아요 0 | URL
보물선님과는 북플 친구! ㅎㅎ

그렇게혜윰 2015-03-12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몰라도 현빈 같은 친구라..... 저도 조만간 조인성같은 친구를 만나고야 말겠다는^^;;;

다락방 2015-03-13 14:21   좋아요 0 | URL
그렇게혜윰님, 화이팅입니다. 조인성 같은 친구가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을 겁니다. 훗

비로그인 2015-03-12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과 족발 꼭 먹을거예요!불끈!

다락방 2015-03-13 14:22   좋아요 0 | URL
저는 족발과 소주를 사랑합니다, 아른님. 새우젓과 마늘도요. 우후후

[그장소] 2015-03-13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뭔가 공약을 내거는 분위기인데..뭘하면 좋을지 감을 잡지 못하겠는 1인.하하하 언젠가..저도 이유경 마니아가 되서 사인을 받으러 ..줄서는 날이
있기를 환갑전에요~^^♥

다락방 2015-03-13 14:22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니까, 아, 저기, 제가 사인을 해주면서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날이....글쎄요, 올까요? 환갑 전에? 아무쪼록 그 날이 오기를 저도 바라겠습니다. 으흐흐

[그장소] 2015-03-13 20:19   좋아요 0 | URL
언제가..오지 안겠습니까..??
세계평화나..남북통일 보단 빠를것 깉아서..걸었어요^^♥ 그러니..부담은 갖지마세요..램프요정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있겠어요~!!^^♥ㅎㅎㅎ

세실 2015-03-1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 현빈같은 친구분 저도 소개해줌 안될까요? 아.....부럽다.........................^^

다락방 2015-03-13 14:23   좋아요 0 | URL
그 분이 대한민국에 계신 분이 아니셔서 말입니다요, 세실님. 멀리 계셔요. 아주 머어어어어어얼리요. 비행기 타고 열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그 분을 만날 수 있답니다. ㅋㅋㅋㅋㅋ

세실님도 멋진 친구들 많이 만드셨잖아요, 알라딘에서. 제가 다 아는걸요. 또한 일상도 멋지게 꾸려가시고 말입니다.
:)

페크pek0501 2015-03-13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계셔서 알라딘이 더 좋다고 느끼는 1인입니다. ^^

다락방 2015-03-13 14:39   좋아요 0 | URL
방금 페크님 서재 다녀왔는데, 페크님, 이렇게 또 덕을 쌓으시네요. 헤헷 :)

보슬비 2015-03-1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알라딘에 킨포크 테이블을 마련해주세요.
저는 와인 들고 갈께요. ^^

다락방 2015-03-16 11:04   좋아요 0 | URL
우앙- 언젠가 진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각자 음식 하나씩 들고 와서 파티 하는거요. 진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얼마나 좋을까요? 좋은 음악 틀어두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히히히히히

블랙겟타 2015-04-2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글때문에 알라딘 서재에 한번씩 들르네요. ㅎㅎ 늘 잘읽고 있습니답!

다락방 2015-04-28 10:18   좋아요 1 | URL
아니, 블렉겟타님. 이렇게 아름다운 댓글을 써주시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영화 《나의 ps 파트너》에서 지성은 김아중과 통화중에 자신의 전(前)여친 얘기를 하게 된다. '우리는 아주 특별한 관계였다, 영혼이 통하는 사이었다' 라면서. 헤어진 마당이니 과거형이 되는데, 어쨌든 과거엔 연인이었으니 그가 그들의 관계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니, 당연하다. 그때 김아중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관계를 그렇게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 나도 안다. 우리는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혼이 통한다' 라는 말에서 감이 잘 안온다. 


영혼이 통한다고?


영혼이 통하는 게..뭘까? 도대체 뭐가 영혼이 통한다는 걸까? 나는 곰곰 되짚어 봤다. 나의 지난 연애와 연인들을. 그들중 어떤 이들에겐 편안함을 느꼈고 또 어떤 이들에겐 몹시 설레이는 기분을 느꼈고, 누구는 아주 많이 좋아했고 등등의 감정들이 떠오르지만, 나는 단 한번도 



나는 그와 영혼이 통하는 사이야.



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더라. 영혼이 통한다고? 영혼이 통한다는 게 대체 뭘 의미하는지조차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게 영혼이 통한다는 걸까. 내가 가만 있어도 내 영혼이 슝- 하고 날아가 당신의 영혼 속으로 슝- 들어가서는 하나로 살포시 포개어지는, 뭐 그런건가? 아니면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처럼, 나의 영혼의 그의 몸을 슝- 하고 통과하는, 뭐 그런건가? 아무리 상상하고 또 상상해봐도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 거다. 혹시 '소울메이트'를 말하는건가? 소울메이트를 다른 말로 영혼이 통한다고 하는건가? 말이 통할 수는 있는데, 말이 통하는 걸 영혼이 통한다고 하나? 말이 통하는 건, 생각이 통하는 거잖아? 생각이..영혼인 건 아니잖아? 영혼이 어떻게 통하냐. 누가 나한테 설명 좀 해주라.



설사 소울메이트를 영혼이 통하는 거라고 한들, 나는 그러고보니 '너는 나의 소울메이트야' 라는 말을 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어제는 그래서 이 영혼이 통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소울 메이트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글쎄, 소울메이트가 만약 소울이 나랑 비슷하게 닮아있는 걸 뜻하는 거라면, 사실 내 소울메이트는 지난 연인들이나 앞으로의 연인들이라기 보다는 '에피톤 프로젝트'나 '심규선'쪽이 아닐까 싶다. 영혼이 나랑 조낸 닮은 것 같다. 지난번 심규선 콘서트 갔는데 미발표곡이라며 짝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불러주더라. 근데 나는 그때 별수없이 '아 저여자는 나같아' 라는 생각을 한거다. 나는 한 번도 내 연인에게 '그는 또다른 나야'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어떻게 그게 되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러나 차세정과 심규선이 들으면 놀라겠지. 나는 너를 모르는데 왜 너랑 영혼이 닮았다는 거냐? 하고. 콧방귀를 뀌겠지. 뭐, 그러든지 말든지. 암튼 '영혼이 통한다'는게 대체 뭔지. 이티랑 드류 배리모어가 그랬듯이 손가락을 마주댔을 때 지리리릭 하는건가...



J 생각이 났다. 구체적인 문장을 찍지 않고 그냥 툭, 말을 건네도 답을 해주는 J. 책을 읽다 인용문을 보내면 또다른 인용문으로 답을 해주는 J. 일상을 사사로이 보고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터치하지 않는 J. 우리의 영혼은 닮아있지는 않아도, 이정도면 영혼의 친구 같은거 아닐까. 그러면 이런게 소울메이트..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나는 정신적 지주 혹은 구원이라 여겨지는 친구도 있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다다다다 풀어놓으며 수다 떨 친구도 있다. 영혼이 통하는 사이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내 영혼은 아주 건강한데, 뭐 언젠가는 누구랑 좀 통해보려나? 글쎄다. 영혼이 통하는 게 그리 간절하지도 않고 그게 꼭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난 그냥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면, 아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걸로도 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혼이 통하는 게...뭐징?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아니 뭐 딱히 그렇게 다른 날들보다 더 이상할 건 없는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퍼뜩 '올리브 키터리지!'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제기랄. 아침에 이런 거 생각나면 굉장히 고통스러워지는데, 출근준비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책을 펼쳐보면 안된다는 말이다. 아, 그런데 참을 수가 없어. 어떤 문장을 찾고 싶다. 영어로 찾고 싶다. 그런데 영어로 된 책을 읽을 수가 없으므로 일단 한국어로 찾아서는 어디쯤에 있는지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나는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내가 나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내가 나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놨다는 거.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여 놓았다는 거. 크- 멋져. 미래를 위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것좀 봐. 나는 포스트잇 붙여진 부분들만 찾아보아도 내가 원하는 문장을 찾을 수 있는 거다. 내가 원했던 문장, 찾아낸 문장은 이것이었다.

라고 쓰려보니 제기랄 ㅋㅋㅋㅋㅋㅋ회사에 이 책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난 인용문을..어째? 하아- 힘들어. 내가 나를 또 힘들게 하는구나.

그러고보면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것도 나 자신이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나 자신인듯??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헛웃음만 나오는구나. 당일배송 시켜서 인용문 적을까? 하아- 페이퍼도 타이밍인데. 그 타이밍을 놓치면 쓰기 싫어지는데. 히융. 자, 그렇지만 나는 원서를 가지고 왔다.


















번역본에서 내가 원하는 문장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두고,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들고는 '이 단편이었고, 끝부분이었지, 뒤에 페이지는 한 장 정도 남아있었어' 하고는 찾기 시작했고, 빙고, 찾았다. 번역은 내 몫이 아니다.




On Sunday morning, the sky had a low overcast, and the lights in Daisy's living room glowed from beneath the little lamp shades. "Daisy, I'm just going to say this. I don't want you to answer, or in any way feel responsible. This is not because of anything you've done. Except be you." He waited, looked around the room, looked into her blue eyes, and said, "I've fallen in love with you."

He felt so certain of what was coming, her kindness, her tender refusal, that he was amazed when he felt her soft arms around him, saw the tears in her eyes, felt her mouth on his. -<Starving, p.102>




번역본으로 이부분을 읽다가 이 앞부분이 궁금해졌고, 그러다 좀 더 앞이 궁금해졌고, 그러자 이 뒷부분도 궁금해졌다. 그러다보니 이미 집앞에서 나갈 시간을 지나쳐 있었고, 헐레벌떡 나가보니 내가 타야 할 버스는 막 출발해버렸고, 그 다음 버스를 기다리자니 8분을 밖에서 서성여야 했고...그러면 조급한 마음으로 출근해야 할 것 같아, 아아, 원래 타던 지하철을 타고 싶다, 나는 잽싸게 택시를 타버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지하철역까지 가서는 다다다닥 뛰어 계단을 내려가, 이제 막 도착하는, 내가 늘상 타던 그 시간의 지하철을 탔고, 거기에서 이 원서를 꺼내들고는 이 부분을 찾기 시작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 아침에 뭔가 찾아보고 싶어지지마, 부탁이야, 나년아.



양재역에 내려 걸으면서는 그렇지만 이런 거 참 좋다, 생각했다. 어떤 문장이 생각나는 거, 어떤 글귀가 생각나는 거, 그리고 손 닿는 곳에서 그걸 꺼내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거. 아주 나이가 더 들어서라도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늘 내 곁에 두고,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들에는 늘 그랬듯이 밑줄을 긋고, 그렇게 지내다가 문득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면 꺼내서는 다시 한번 읽고. 이렇게 사는 거, 참 좋다. 이렇게 계속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딜 가더라도, 거주지를 옮기게 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꼭 싸짊어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지 안은 책을 두고 갈 수는 있을지언정, 읽었고 내가 좋았다고 느껴 줄을 그었던 책들에 대해서라면, 싸짊어지고 가자고. 이고지고 가자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 멋진 것 같다. 일흔이 되어서도, 여든이 되어서도 내 손때 묻은 책을 꺼내어 들춰볼 수 있다는 게.




그렇다면 내 영혼은 내가 좋아하는 책들과 통하는가?

아니, 책은 그저 내 영혼의 좋은 친구일 뿐이다. 손 닿는 곳에 늘 있는 베스트 프렌드. 절친.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나한테 뭐가 좋을지 잘 알기 때문에 내게 좋은 친구를 사귀는 법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랬기에 책장에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넣어둘 수 있는 게 아닐까.



영혼이 통하는 건, 지성이나 하라고 해야겠다. 난 괜찮다. 노 땡큐.





덧붙임: 저 영어부분에 해당하는 번역을, 버니님이 찾아서 댓글로 달아주셨다. 버니님은 좀 멋진 분이신 것 같다. 옮겨본다.



<일요일 아침,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데이지의 거실 안 작은 스탠드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데이지, 그냥 이 말을 하고 싶어. 나는 당신이 대답하거나, 어떤 식으로도 책임감을 느끼길 바라지 않아. 당신이 뭘 어떻게 해서 그런 게 아냐. 당신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을 뿐이지˝ 그는 잠시 기다렸다가 데이지의 푸른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
하먼은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친절하고 부드럽게 거절하리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데이지의 부드러운 팔이 자신을 끌어안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이고, 그녀의 입술이 제 입술에 포개졌을 때 몹시 놀랐다.
- 굶주림, 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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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느긋 2015-03-12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요일 아침,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데이지의 거실 안 작은 스탠드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데이지, 그냥 이 말을 하고 싶어. 나는 당신이 대답하거나, 어떤 식으로도 책임감을 느끼길 바라지 않아. 당신이 뭘 어떻게 해서 그런 게 아냐. 당신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을 뿐이지˝ 그는 잠시 기다렸다가 데이지의 푸른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
하먼은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친절하고 부드럽게 거절하리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데이지의 부드러운 팔이 자신을 끌어안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이고, 그녀의 입술이 제 입술에 포개졌을 때 몹시 놀랐다.
- 굶주림, 185p>

영어울렁증이 있는 저같은 분을 위해 냉큼 옮겨왔어요 ㅎㅎㅎ
그 바쁜 출근길에 책이 떠올랐다고 그걸 읽다 결국 택시까지 이용해버리는 다락방님, 멋져요!

다락방 2015-03-12 16:13   좋아요 2 | URL
꺅 >.<
책이 없어 이 번역본을 옮기지 못해 답답했는데 고마워요, 버니님. 버니님 좀 짱인듯요! 헤헤헤헤헤. 저는 버니님의 댓글을 스윽- 긁어다가 페이퍼에 옮기겠숑- 땡큐!! 우히히히히

[그장소] 2015-03-13 0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어쩌면 좋아..~^^
왜..갑자기 눈물이 핑 돌지...

이런 번역본을 옮겨주는 버니님도 멋지고
그녀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윗 글에 다시 옮겨 쓰는 수고를 하는 다락방님도 멋지고..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도 내겐 마냥 신기하고...ㅎㅎㅎ
글은 인내심이란 생각..
사람을 기다리고 책을 진득하니 읽는 만큼 쓰는 것도 그만큼 진득하니 쓰면 좋겠는데..

부럽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고


다락방 2015-03-13 14:21   좋아요 2 | URL
아니, 그장소님. 아름답다..하셨습니까? 하하하. 고맙습니다.

이런 번역본을 옮겨주시는 버니님이 멋진건 당연하지만, 버니님이 `그녀`는 아닙니다, 그장소님. 아마도 `그`일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버니님이 옮겨주셔서 저야말로 고맙게 넙죽 받았지요. 헤헷 :)
그러니 아름답다는 말이 네, 적합한듯도 해요. 고맙습니다, 그장소님. 헤헷.

[그장소] 2015-03-13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홧~^^난감 한데요~고치지말아야징~ㅎㅎㅎ
그냥..버니님을..그녀로 만들어 버려야 겠어요!! 움하하핫!!
조 윗 글을 보면..도저히 남자사람 글 같지 않았다는..
뭐..감상에 빠질 글이긴..했지만..

2016-06-15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