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사랑이 필요할 때'라는 제목이 전혀 생뚱맞다고 생각되어 지지는 않지만, 어쨌든 원제는 [Touchy Feely] 이다. 영화의 중간중간 '기치료'를 받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touchy feely 는 아마도 그래서 나온것인듯. 영화는 다소 답답하고, 사실 이 영화는 보지 않고 그냥 패스해도 좋을 영화이다. 뭐 딱히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것이 없는 .. '엘렌 페이지'는 그런데 참, 묘하게 매력적인 배우인듯 하다. 이 영화에서 뭔가 머리도 빗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머리 빗기 싫어하는 나이니만큼 그래서 동질감을 느낀건지 모르겠지만, 참 이상하게 매력적이다. 여튼 극중 엘렌 페이지는 고모의 남자친구를 짝사랑하고 있는데, 어느 외롭고 답답한 날 고모의 남자친구집 벨을 누른다. 그리고 정확한 문장은 생각나지 않지만 '피부가 따끔거릴만큼 키스가 그립다'고 고모의 남자친구에게 말한다. 그러니 키스해달라고, 그러나 고모의 남자친구는 '나는 네 고모를 사랑하잖아' 라고 말하며 엘렌 페이지에게 키스해주지 않는다. 그러자 '안아주는 건 괜찮겠지?' 라고 엘렌 페이지가 말하고, 거기에는 고모의 남자친구가 그렇다며 엘렌 페이지를 안아준다. 


사랑이 필요할 때란 제목은, 저마다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고 또 외로움이나 우울증 같은 것들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걸 보여주기 때문에 번역된 제목으로 붙은 것 같은데, 실상 영화의 마지막에 가면, 저마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조금은 답답하지만. 



암튼 이 영화의 마지막, 다같이 밥을 먹기 위해 모여 앉은 장면이 무척 좋았는데, 나는 진짜 이런 장면이 너무 좋다. 그래서 영화 [사이드웨이]의 이런 스틸컷이 진짜 짜릿할 정도로 좋다. 보면서 뭔가 막 좋아서 만족감이 온 몸에 퍼진달까. 손끝 발끝으로 훈훈함이 좌르르르륵 퍼져서, 행복해지기까지 한다. 실상 밑에 두 사진 중에 하나는 집에 있는 내 노트북의 바탕화면이기도 하다.



















[사랑이 필요할 때]의 식사 장면도 스틸컷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으므로 패쓰. 여하튼 이렇게 술이 있는 식사 자리, 가까운 사람들 몇명과의 식사 장면은 크- 나의 로망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도 친구들이 모여 다같이 식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가 만약 이런 술자리 혹은 밥 먹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사람들은 개개인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던지간에, 내게는 무척 좋은 사람들일 거다. 편하고 깔깔대고 웃고 마음 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들. 게다가 위의 [사이드웨이] 사진이 더 좋은 이유는, 그 술이 와인이기 때문이다. 진짜 조낸 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칠봉아, 위의 두 영화는 로맨틱 코메디가 아니란다. 이 나는, 로맨틱 코메디만 보진 않아요. 알겠나!!!!!!!!!!!!!!!!)



암튼 토요일에 나도 이런 비슷한 자리가 있었다. 창원 친구네 집에 가서 대낮에는 와인에 토마토치즈 샐러드를 먹었고, 창원 남산공원을 좀 걸었고, 안민고개를 드라이브 하다가 다시 친구네 집으로 돌아와 소주와 맥주를 마셨다. 술자리가 파하기전, 모두가 잠들기 전 내가 개구리 얘기를 해서-이건 설명하자면 길어서 패쓰한다- 모두를 눈물 쏙 빠지게 웃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암튼 친근한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좋다. 술은 근데 진짜 좋은 것 같다. 나는 술 마시는 사람들이 좋다. 함께 술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이 좋다. 같이 막 마시고 같이 막 취하고, 안주도 맛있게 막 먹고 그러는 거 너무 좋아!!! 술 만세!! 그래서 나는, 술 마시는 연애를 하고 싶다. 연애에도 술이 짱이다! 우정에도 술이 짱이다!! 술 짱 좋음!!!!! 



밑에 사진은 창원 남산공원에서 찍은 것.






아, 다시 엘렌 페이지 앞머리로 돌아가서, 나랑 하룻밤을 같이 보낸 친구는, 내가 내 머리(카락)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도그럴것이 내가 머리가 긴데 빗지는 않고 그냥 대충 올려버리기 때문에... 하하하하하. 나는 진짜 머리 빗는거 너무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머리 감는거보다 빗는 게 더 싫다. 그냥 대충 올려버리기 때문에 누가 봐도 머리에 신경 안쓴다는 게 너무 티가 난달까. 근데 뭐, 나 이런거 티나도 완전 괜찮다. 나는 이게 내 매력인 것 같아.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냅두는 거..엘렌 페이지도 그러잖아? 뭐 어쨌든. 근데 요즘에 머리 감을 때 머리가 길어서 좀 짜증이 나는거다. 머리가 짧을 때는 머리 감기 얼마나 편했던가. 그래서 며칠 전에는 욕실에서 가위를 들고 내가 내 머리를 자르려고 했다. 그냥 뎅강, 가위질을 해서 묶일 수 있는 단발로 잘라버리자, 하고. 굳이 미장원 갈 것도 없는게 어차피 묶어서 올리거나 할테니 고르고 가지런히 자를 필요가 무언가 싶은 거다.  어차피 묶을 거니 내가 잘라도 아무 상관 없지 않나? 그래서 가위를 들고 길이를 가늠하여 자르려다가, 잠깐 찾아온 이성 덕에 손을 내려 놓았다. 이러지말자...미장원 가자...이러다가 또다시 아니 왜 미장원에 돈주나 싶은거다. 그냥 내가 자르자. 그리고 묶자... 뭐, 그랬다는 거다. 으응? 그러고보니 내가 알라딘에서 지은 첫 시가 머리 빗기 싫다는 거였던것 같은데? 

찾아보니 정말 그랬다.  요기 ☞ http://blog.aladin.co.kr/fallen77/1123411





지난 2주간 친구가 보내준 꽃배달을 받다가 받지 않게 되니 화병이 놀더라. 나는 또 쓸모 없는 걸 싫어해서, 저 화병이 노는 게 좀 안쓰러운 거다. 그래서 여태 살면서 한 번도 하지 않던 걸 했다. 바로, 내 돈 주고 내 책상에 놓을 꽃을 산 것!!  와우!!  지난주 내내, 흐음, 내가 사서 꽂아 놓아야지, 라고 생각만 했다가, 오늘 점심을 함께 먹던 동료에게 '여기 꽃가게가 어디있지? 근처에 있던가?' 라고 묻고는, 동료랑 가 꽃을 샀다. 작은 화병에 꽂을 거 몇 송이만 사려고요, 하고. 그래서, 샀다!!


이렇게 사가지고 와서,





이렇게 꽂았다!!



히히히히히. 어릴적에는 누가 꽃을 주는 게 싫었다. 금방 시들어버릴 걸, 왜 이런걸 주나 차라리 먹을 걸 사주지, 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그런데 역시 나이는 먹고 보는 건가, 이제는 내 돈 주고 꽃을 사고 있다, 내가!!!!! 뭔가 내 책상에 놓을 꽃을 내가 사는데 기분이 좋더라. 아- 나는 어쩐지 앞으로 계속 이 화병에 꽃을 꽂아주고 싶어질 것 같아!! >.<





창원으로 가는 KTX  안에서는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머리가 복잡해 책을 펼쳐 들었지만 읽히지는 않았던 상황, 무심히 책 뒷면을 펼쳤는데, 오, 이런 게 책 뒷날개에 붙어있더라!



아, 이 예쁜 건 뭐야? 책갈피야? 아 깜찍해! >.< 떼어서 꺼내보니 이랬다.



히히. 예쁘다. 이걸로 책갈피 해야지. 그래서 나는 이 책에 책갈피로 꽂아두었던 걸 빼냈다. 안녕... 이 시크릿 책갈피 전에 쓰던 책갈피는 이것이었다.





아직 이 책을 아주 조금밖에 읽지 못했는데, 등장 인물 중 '테스'의 이야기가 씁쓸했다. 테스의 남편 '윌'과 테스의 사촌동생이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 지독한 이야기에 테스는 놀랍고 슬픈 가슴을 진정시키러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엄마에게로 간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테스의 뇌는 아직 그 소식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어젯밤에 침대에서 자면서 계속 윌이 있는 곳으로 굴러갔다가, 윌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비었다는 걸 깨닫고 놀라서 벌떡 일어났던 것과 마찬가지 증상이다. 테스와 윌은 둘이 함께 잘 잤다.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고 몇 달도 되지 않아 윌은 "당신이 없으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 당신은 꼭 있어야만 잘 수 있는 베개 같아. 가는 곳마다 가져가야겠어" 라고 했다. (p.120)



가는 곳마다 가져가야겠다고 했던 사람이, 꼭 있어야만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던 사람이, 왜 이제는 '미안해' 를 말할까. 왜 미안해, 네가 아닌 사람과 사랑에 빠져버렸어, 라고 말할까. 왜 그렇게 될까. 나 아니면 너 잠도 제대로 못잔다며...근데 왜 이젠 내 옆에서 자지 않아? 아- 삶이란 살수록 묘하고 살수록 어려운 것인가, 정녕. 왜 시간은 사랑을 변질시킨걸까. 왜 너 아니면 안돼, 가 너는 안돼 로 바뀌는걸까. 





주말 동안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어제는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울룩불룩 훌라후프를 돌렸다. 울룩불룩한 부분이 배를 건드릴때마다 아팠는데, 이럴줄 알았지만, 오늘 일어나니 곳곳에 멍이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참..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퍼 ㅠㅠ



악몽을 꾸고 일어난 아침, 악몽을 꾸든 말든 월요일은 다가왔고, 그렇게 출근을 하는데, 또각또각 걷던 골목길에 핀 꽃들이라니! 아니, 이 예쁜 꽃은 뭐야? 출근길에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다.





꺅 >.< 

방금 알라딘에서 문자왔다. 중고 판 내역 정산됐다고. 책 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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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5-04-1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뭔가 지난 주말로 시간을 돌리고 싶구만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아..;;


다락방 2015-04-13 17:05   좋아요 0 | URL
다음엔 와인 싸들고 피크닉!! 꼭!! ㅎ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04-1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후 대머리 마일즈(맞나?)아저씨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요 ^^

다락방 2015-04-14 08:25   좋아요 0 | URL
마일스는 그 뒤로 계속 글을 썼을까요? 결국은 출판하게 되었을까요? 저도 궁금해요. 마야를 다시 만났는지도.

nomadology 2015-04-1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구리.. 제가 오늘 본 개구리 유머가 있었는데요. 거기선 그 유머하신 분이 방에서 쫓겨나고 뭐 그런 분위기였는데.
좋은 술자리는 아주 좋죠. 직장인이 된뒤론 권력관계의존형? 술자리 밖에는 가지기가 어려워서 아쉽습니다.

다락방 2015-04-14 08:26   좋아요 0 | URL
제 개구리 유머는 모두를 눈물 쏙 빠지게 웃게 했습니다. ㅎㅎㅎㅎㅎ
네, 좋은 술자리는 아주 좋죠. 어제도 친구랑 통화중에 제가 말했어요. 아우, 술 너무 좋고 남자랑 술마시는 것도 너무 좋아! 라고요. 전 정말 술이 좋습니다. 술을 함께 마실 좋은 사람들도 좋고요.

singri 2015-04-1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이드웨이 ~술술술~^^

다락방 2015-04-14 08:27   좋아요 0 | URL
사이드웨이 정말 좋죠!! 와인을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에요. 히힛

보슬비 2015-04-1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드웨이 볼때마다 와인한병은 기본으로 깔게되는 마성의 영화죠^^

다락방 2015-04-14 08:27   좋아요 0 | URL
언젠가 나도 한번은 저렇게 포도농장을 찾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돼요. 전 이 영화 사랑합니다, 보슬비님. 특히 마일스가 1961년산 슈발 블랑 마시는 장면이요!! >.<

순오기 2015-04-14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꽃이네요~~어릴 때 촌에 살면서 보고 자란 풀꽃나무는 언제 어디서 만나도 알아볼 수 있어요!^^

다락방 2015-04-14 08:28   좋아요 0 | URL
아, 저게 복숭아꽃이군요!! 주택단지에 있는 나무인데 저 나무가 딱 한 그루에요. 다른 거랑 달라서 도대체 저게 뭘까, 해마다 궁금했더랬습니다. 고맙습니다, 순오기님! 그렇지만 제가 나중에 다른 곳에서 저 나무를 보게 된다면 과연 복숭아나무라고 알아볼 수 있을까요? (시무룩)
 

정말 죽을 수도 있구나. 누군가 너무 그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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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4-11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3학년 여름방학 때 이 책을 읽었는데, 뭐, 말 안해도 아시겠지만, 많이 많이 힘들었구요. ㅋㅎㅎㅎ
정말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다락방님이 내용을 올려주시면, 아, 맞아, 그 애가 나쁜 애였구나, 하면서 혼자 감탄하고 있었더랬죠.

근데 오늘 올려주신 내용은 정말 제가 7번은 써먹은 부분이예요.
˝맞아, 상사병 걸리면 진짜 죽을 수도 있대, [혼불]이란 책에 보면 ....˝하면서 말이죠.
시험공부 쪼~~금 했는데, 시험에 아는 문제 나와서 완전 반가운 마음에... ㅎㅎㅎ
즐건 주말 되세요. 저도 즐겁게 보낼께요 : )

다락방 2015-04-13 15:2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고3을 말씀하시는 거죠, 단발머리님?
저는 강모 때문에 너무 빡쳐가지고 페미니즘 책을 읽은 거였어요. 페미니즘 책을 다 읽고 다시 강모로 돌아와서는, 아 강모 이새끼한테 페미니즘 책을 두번 읽게 하고 싶다, 하고 생각했어요. 그게 책으로 생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말예요. 강모 싫다!!!!!!!!!!!!!!!!

일전에 소설 [황진이] 읽으면서도 그런 부분 나왔었어요. 한 선비가 황진이에 대한 상사병으로 죽는 거요. 그때도 오, 그런가, 그럴수도 있는가, 했었는데 이 책 읽다보니 그럴 수도 있나봐요, 진짜...

단발머리 2015-04-14 09:35   좋아요 0 | URL
제가 공부에 완전 몰입한 건 아니지만서도, 고 3때 대하소설을 읽을 베짱은 없었지요.
대학교 3학년 때 읽었어요.
놀라운 점은, 기억이... 참 전혀 안 난다는 거예요.

강모는 다락방님 피해 도망다녀야 할 텐데요. 강모야, 뛰어라~~

다락방 2015-04-14 10:4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는 `읽었다`는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 책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러니 내용 기억 안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ㅎㅎ
대학 3학년이었군요. 3학년이라고 하면 무조건 고3 자동연상되는 이 슬픈 현실. 흑흑 ㅠㅠ

강모 너무 싫어요. 빨래하는 페미니즘 읽히고 싶어요. 여성학 강의좀 십년쯤 듣게 하고 싶어요. 나쁜 쉐키..

2015-04-12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3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5-04-1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혼불 독서 페이퍼가 좋아요. 그런데 다락방님은 여러 책을 동시에 읽으세요?
아니면 한 권, 한 권 차례대로 읽으시는지 이런 것들로 페이퍼를 써도 좋겠네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다락방 2015-04-13 15:30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저는 여러 책을 동시에 읽지 못해요. 한 권, 한 권 차례로 읽어요.
혼불이나 토지 같은 여러권으로 된 책은, 몇 권 읽다 멈춰 다른 책 한 권 읽고 다시 돌아가 읽곤 해요. ㅎㅎ
저는 멀티 플레이가 안되서 전화하면서 검색을 한다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거나 하는게 전혀 안되거든요. 책도 여러권 동시에 못읽어요. ㅋㅋㅋㅋㅋ 머릿속에서 받아들이질 못해요. 하나에만 집중해야 해요. 히히.

윤낙 2015-04-1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어, 다른 분이 먼저 물어보셧을지도 모르지만.. 무슨 펜? 색연필? 로 그으신 건가요?ㅎㅎ
예전에 책에 노란 형광펜으로 밑줄 친 걸 봤는데, 이건 영 안 되겠더라구요 ㅠㅠ

다락방 2015-04-14 13:45   좋아요 0 | URL
아, 준야님. 이건 알라딘 [북플]에서 작성한 글이고요, 북플에서는 사진 찍어 형광펜 칠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요. 사진 찍은 후 `형광펜` 선택하면 이렇게 그어져요. 제가 손으로 직접 그은게 아니라 북플이 한겁니다. ㅎㅎ

혹시 북플을 모르고 계실까봐, 북플은 여기. ☞ http://blog.aladin.co.kr/aladinservice/7364892

LAYLA 2015-04-1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하소설은 무서워서 쳐다보지도 않는데 락방님 페이퍼를 보고 관심이 생기네요. 읽어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5-04-14 13:45   좋아요 0 | URL
라일라님, 이게 대화도 많고 책도 얇아서 훌렁훌렁 잘 넘어갑니다.
다만, 강모에게 빡치는 것만 조심하면 돼요. 되게 빡치거든요. 쌍욕 나와요. 심지가 약한 사람은 민폐쟁이로 둔갑하게 되버리는 것 같아요. -_-
 

나는 참 자본주의의 노예이며 광고의 말을 잘 듣는 쉬운 인간인것 같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내려 8번 출구로 나오면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거기에 아주 크게 스톤헨지 목걸이 광고로 신민아가 클로즈업 되어 있다. 목걸이 착용컷인데, 와, 진짜 볼때마다 사고 싶어지는 거다.

너무 예뻐.




내가 본 건 이 사진은 아니고 눈 뜬 사진인데 ㅋㅋㅋ 여튼 이 사진 볼때마다 정신을 잃고 반해가지고, 나도 저 목걸이 사야겠다! 하고 불끈불끈 해지는거다. 그러다 광고 옆을 지나치고 나면, 내 쇄골도, 내 얼굴도 신민아가 아니지..착용컷이 저렇게 나올 수가 없을거야...하고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포기가 현명한 것 같다.


그렇지만..오늘은 출근하고 나서도 내내 생각나. 참을 수가 없다! 너는 도대체 얼마냐! 나는 스톤헨지란 브랜드를 들어본 적도 없지만, 인터넷에 넣어 검색을 해본다. 나처럼 신민아의 이 사진에 뻑간 사람이 많은지 대번에 스톤헨지 신민아 목걸이라고 뜨더라. 그렇게 상품명도 알게되었고, 스톤헨지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다. 345,000 원 이란다.





아아....345,000원이란 금액이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 나에게는, 신용카드란 것이 있으니 할부로 긁으면야 저걸 사는 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저것이 일반인에게도 예쁠 것이냐가 관건. 신민아라 예쁜거냐, 누구에게나 예쁜거냐. 그래서 블로그를 검색해 일반인 착용컷을 봤는데, 한 명은 예쁘고 한 명은...아니더라. 흐음. 그렇다면 나는 그 중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이냐. 아니, 저 목걸이, 사이즈부터가 안맞으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으로 지를까말까, 동료에게 얘기했더니, 백화점가서 착용을 해보고 사라는 거다. 그게 현명한듯 하지만, 아, 부끄럽잖아. 가서 뭐라 그래?



신민아 목걸이 한 번 해볼게요.



라고 하나?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부끄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챙피하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사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런데 ... 안예쁜 일반인이면 어떡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신민아가 아니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남동생이 나한테 쇄골 좀 그리고 다니라고 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럼 저거 안어울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버스정류장 광고판에서 저 광고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피할 수도 없는 것이, 5번 출구로 나와도 저 광고가 있더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사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사라고 그러는 거야, 이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할부는 6개월...?? 10개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매장 있던데...



신민아라 예쁜가?

신만아만 예쁜가?

하아-



일을 못하겠다 진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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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mi 2015-04-0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망하자는 건가요? 저까지 악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시네요ㅜㅜ 스톤헨지 검색 중ㅋㅋ

다락방 2015-04-08 15:56   좋아요 1 | URL
친구가 글쎄 저더러 반지까지 세트로 사래요!! >.< ㅋㅋㅋㅋㅋ

앤의다락방 2015-04-08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넘 귀여우셔요!!! 그나저나 정말 이쁘게 나왔네요! 목걸이가 저렇게 잘어울리다니. 저도 사고 싶을 정도예요@.@

다락방 2015-04-08 16:16   좋아요 0 | URL
제가 저런 미모를 가지지 않은 건 목걸이 수집가가 되지 말라는 하늘의 뜻일까요? 목걸이 수집할까봐 저는 신민아가 아닌걸까요? 신민아 목걸이 착용컷 너무 예쁘죠 ㅠㅠ

앤의다락방 2015-04-0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이뻐요ㅠ 쇄골 목라인~ 아...전 왜 짧은 목으로 태어난건지...털썩!

다락방 2015-04-08 16:25   좋아요 0 | URL
저도 왜 짧고 굵은 목으로 태어나 쇄골 같은 건 갖고 있지도 않은건지.. ㅠㅠ

Mephistopheles 2015-04-0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목에 걸어 안이쁘다 싶으면 두번 돌려 팔찌로....도 좋은 방법이지요...

다락방 2015-04-08 16: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애가 과격해서 팔찌로 사용할경우 금세 끊어질 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장소] 2015-04-0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지갑 얇아지는 것이 궁금해서 저도 반지까지 사라고 악마처럼 속삭이고 갑니다...사악하죠?^^

다락방 2015-04-08 16:35   좋아요 1 | URL
제 지갑은 두꺼웠던 적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장소] 2015-04-08 16:37   좋아요 0 | URL
그래도..사실거죠? 두꺼운게관건이 아닌..살거냐..사서 인증샷 보여줘...이것이 관건이라는!!!^^

아무개 2015-04-08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쇄골이여!

다락방 2015-04-09 10:10   좋아요 0 | URL
나는 없더라고요. ㅎㅎ

무스탕 2015-04-0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쇄골은 누구나 갖고 있는데 신민아는 왜 저렇게 이쁜걸로 장착한거죠? ㅠㅠ

다락방 2015-04-09 10:11   좋아요 0 | URL
누구나 갖고 있는거 맞아요, 무스탕님? ㅠㅠ

에이바 2015-04-08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목걸이 사시는 분위기ㅠㅠㅠㅠ 신민아 너무 이쁘네요. 분위기 진짜... 귀걸이 반지 목걸이 다 어울리고 세상 혼자 살아요...

다락방 2015-04-09 10:11   좋아요 0 | URL
어제 거울 보고 사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돈도 없지만 무엇보다 쇄골이 없어서요... ㅠㅠ

[그장소] 2015-04-09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쇄골하면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떠올라요.
오목하게 들어가는 부분이 예쁜 캐서린과
알마시가 서로 나란하게 누워 나른한 표정으로 열정을 감추고 알마시가 묻죠..이 부분을 뭐라 하느냐고..캐서린은 쇄골절흔 ㅡ이라 알려주고..알마시는 곧 아..쇄골절흔..이곳을 자신의 영지˝쯤..(?)이라고 칭하겠다고..선언하죠.

다락방 2015-04-09 10:12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은 책으로 읽으신건가요? 전 사두고 안읽었네요. 저는 아주 오래전에 영화로 봤는데, 그 장면에서 둘은 서서 대화를 나눴던 걸로 기억해요. 여자가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말이지요. 그 후에 쇄골 열풍이 불었던 것 같은데 ㅎㅎㅎㅎㅎ 네, 쇄골은 그때 그 영화에서 아주 인상깊게 다뤘죠.

보물선 2015-04-0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추!ㅋㅋㅋ

다락방 2015-04-09 10:12   좋아요 0 | URL
노 쇄골!! ㅎㅎㅎ

세실 2015-04-0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완전 제 스타일이예요~~~
저도 사고 싶네요.
다락방님도 충분히 예쁠듯요^^

다락방 2015-04-09 10:13   좋아요 0 | URL
아뇨, 쇄골이 없어요. 쇄골이 보이질 않아...하아- 목걸이`만` 예쁠 것 같아요..(시무룩)

blanca 2015-04-08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다락방님 느무 귀여워용. 근데 저는 귀걸이가 눈에 들어오네요. ^*

다락방 2015-04-09 10:13   좋아요 0 | URL
저는 목걸이 대신 반지를 노려볼까봐요.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손가락이 뚱뚱해서... ㅠㅠ

transient-guest 2015-04-09 0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요, 여기서 나오네요. 저는 목걸이는 눈에 안 들어왔구요, 신민아의 맨살 어깨만 봤네요 -.-
근데 345000이면 책이 서른 권인데요...

아무개 2015-04-09 08:20   좋아요 0 | URL
근데 왜 저도
신민아의 쇄골에...
ㅡᆢㅡ;;;;;;;;

다락방 2015-04-09 10:14   좋아요 0 | URL
신민아의 맨살 어깨는 저도 눈에 확 들어와요. 저 맨살 어깨와 쇄골 때문에 목걸이가 빛나는 거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쇄골이 없으므로 저 목걸이를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거고요. 아흑흑 ㅠㅠ 서러움의 눈물이 ㅠㅠ

책이 서른 권...
그렇지만 책 서른 권 안 사도 집에 안 읽은 책의 서른 권의 세 배쯤 되니까...그 돈으로 목걸이 사도 되지 않을까요?
네, 물론 안삽니다. 돈이 없어서라는 이유는 두번째고 첫번째는 쇄골이 없어서...

nomadology 2015-04-1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기다려 봅니다. (목걸이쪽인지, 쇄골쪽인지 모르겠지만)

다락방 2015-04-13 11:35   좋아요 0 | URL
흑흑.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당분간 리뷰가 올라올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게 쇄골이 생긴다면..쇄골이 드러나게 된다면...그땐 반드시 이 목걸이를 겟!! 하여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nomadology 2015-04-13 13:27   좋아요 0 | URL
제가 잘은 모르지만 미리 사두셔야 단종되지 않을... (아 서두르시겠다는 의지? 응원합니다.)

다락방 2015-04-13 13:43   좋아요 0 | URL
음..그러니까 단종되기 전에 쇄골을 만들어야 되는...거네요? 흐으음...... 서두르겠다는 의지...는 있으되 의지만 있으면 될까요? ㅠㅠ

nomadology 2015-04-1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 게바라의 명언이 떠오르네요

다락방 2015-04-13 15:27   좋아요 0 | URL
어떤 명언이요? 네????????????

2015-04-13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3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사IN 제395호 2015.04.11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표지부터 아팠는데 커버스토리 몇 장 읽지도 않고 줄줄 울다 덮었다. 또 울겠지만 다시 펼쳐 계속 읽을 것이다.
4월이다.

우리 같이 읽읍시다, 이번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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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04-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잃은 어미가 머리까지 깎아야하는 세상이라니... 다락방님 김영하가 책에서 이런 말을 해요.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의 부모만큼 살 자신이 없는 세대래요.. 우리도 딱하고 아이들도 딱하네요.

다락방 2015-04-07 14:57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그들의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들어줘야 할 사람이 그동안 들어주지 않았으니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계속 열심히 들어주어야 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건가요, 휘모리님?

유부만두 2015-04-0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 나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사야겠어요. 손수건도 준비해야겠죠? ㅠ ㅠ

다락방 2015-04-07 19:35   좋아요 0 | URL
네 ㅜㅜ 너무 울어서 코를 엄청 풀어가지고 코가 아파요 ㅜㅜ
 
















이 책에서 언급되는 '케이트 초핀'의 [각성]은 국내에서는 '케이트 쇼팽'의 [각성] 이나 '케이트 쇼팽'의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다. 작가의 이름이 Kate Chopin 이니 케이트 초핀으로 번역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각성의 원제목이 The Awakening 이니 지극히 문학적인 의역이긴 하지만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으로 제목을 조금 바꿔 번역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뜻은 통하니까. 그런데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라면 얘기다 다르다. 아직 2/3 정도밖에 읽지 못했으니 끝까지 다 읽어봐야 더 확실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이쯤만 읽어도 충분할 것 같다. 대체 이 책의 제목이 왜 '빨래하는 페미니즘'이 됐을까? 이 책의 원제목은 [Reading Women: How the Great Books of Feminism Changed My Life] 인데 말이다. 이게 그러니까 번역하면, 책읽는 여자들: 어떻게 페미니즘에 대한 위대한 책이 내 삶을 변화시켰는가..쯤이 되는건가?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일상과 자신이 들은 강의, 그 강의의 소재가 된 고전들을 예로 들어가며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풀어 놓는다.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얘기하는 인문학 서적이지만, 딱딱하지도 않고 쉽게 읽힌다. 심지어 재미있다. 독립된 자아를 가지고 있는 개개인으로서의 한 '여자사람'이 엄마와 아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일상적으로 아주 잘 말해주고 있다. 쉽게 말해 일과 가정 양쪽을 다 잘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끝없는 논쟁에 대한 이야기랄까. 남편의 의식이 여느 남자들보다 더 깨어있고 실제로 양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해도 중심 축이 되는 것, '모유를 먹이는' 중요한 기본 부터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중요한 것들에 대한 기본 축을 '엄마'가 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양육에 평등할 수가 없다는 걸 이 책의 작가 '스테파니 스탈'이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똑똑한 스테파니 스탈, 자신이 쓸 돈을 자신이 벌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스테퍼니 스탈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남편과 사이가 안좋아지기도 한다. 



실비아가 24개월 되었을 때 근처 유아원 반일반에 보내기 시작했다. 오전 시간이 자유로워지면서 집 밖으로 나가는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고립과 불안정성에 지친 나는 동지애에 굶주려 있었다. 집안에 틀어박혀 혼잣말하며 지내는 날이 계속되다 보니 동료와 하찮은 일로 옥신각신하는 사내 정치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통장 잔고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껏 열심히 기사를 써왔건만 받은 고료는 건강 보험료를 내고 나면 그다지 남는 게 없었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 줄곧 스스로 벌어서 생활을 꾸려 왔다. 대학생일 때도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그런데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이후 찔끔찔끔 버는 돈은 가정 경제에 그다지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꾸준한 수입이 없다는 게 괴로웠다. 지금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내 몸 하나 부양하는 것도 힘에 부칠 날이 올지 몰랐다. 비록 남편일지라도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사는 것은 내게 끔직한 공포이자 수치였다. (p.245)





책은 재미있어서 책장이 잘도 넘어간다. 게다가 고전에서도 작가의 일상 속에서도 생각할 부분이 많아, 나는 이 책을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에게,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죄다 읽히고 싶어졌다. 내가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진짜 아는 사람들에게 죄다 한 권씩 보내보리고 싶다니까. 


회사에서 직원들이 생일을 맞으면 작년부터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한 권씩 선물해주고 있다. 앞으로 그래야겠다고 생각하고 작년부터 실천하고 있는데, 친한 직원들이야 따로 선물을 챙기곤 했었지만, 친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그저 생일 축하한다는 말만 전했던 거다. 고작 만원 넘는 돈으로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책을 선물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것. 책을 거의 안읽는 직원들에게는 흥미롭고 빠져들만한 소설을 선물하면 책에 대한 재미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지난주 금요일에 생일을 맞은 K 대리는 그간 나로부터 빌려서 많은 소설책을 읽었던 터다. 그 직원은 평소에 나랑 친해 해마다 생일 선물을 챙겨주었는데, 이번에는 챙겨주면서 책 한 권을 더 준비했고, 그렇게 준비한 책은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 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다음에 생일을 맞이할 직원들에게는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다. 실상 대부분의 책이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기는 하지만, 뭐, 그렇다는 거다. 더불어 작가가 글을 참 잘쓴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과 고전, 강의에서부터 자신이 하고자 말을 섞어서 한 권의 책으로 펼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이는 거다. 그래서 이런 글쓰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기 위해서 내 일상과 책들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것. 그러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피력할 수 있다면, 완성된 글쓰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이런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한 공부하는 그녀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도 들었다. 아이를 낳고 살면서 자신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여성이 되어 있었던 것에 대해 자각하고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해서 실천에 옮기는 것. 강의를 열심히 듣고 또 강의에서 정해주는 책을 열심히 읽고 생각해 보는 것.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더 나아가 공부를 하는 것들이 무척 좋아보인 거다. 나는 공부를 못했고 또 공부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인지,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진 사람, 실제로 공부를 하는 사람을 보면 막 존경스럽고 대단한 느낌이 든다. 또한 마음으로 겁나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거다. 해보라고, 열심히 해보라고, 하고 싶은 공부 막 해보라고 하고 싶어지는 거다.



나로 말하자면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얼마나 쉬운 위치에 있는가, 하고 새삼 생각했다. 누군가 열심히 공부하고 글로 써놓은 것을, 그저 책 한 권의 값을 치르고 앉아서 읽기만 하면 되니.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런 능력까지는 안되고. 그저 여기에서 책을 읽고 책으로 대신 공부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책이 있다, 좋더라, 하고 말해주는 일은 할 수 있으니 나는 그걸 하는 걸로.




그리고 다른 얘기인데, 저자가 뉴욕을 떠나 시골에 가서 살게 되기 전에 911 테러사건을 겪게 되는 걸 보면서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누군가랑 함께 산다는 건, 저자의 표현대로 '이인삼각'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할텐데, 서로가 서로의 다른 점들에 대해 인정하고 조율하면서 자기들만의 룰을 만들고, 그러면서 같은 경험을 하고 또 그렇게 두 사람만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걸 의미할테다. 일전에 여동생과 제부가 출산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고 함께 공유하며 얘기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하나의 사건을 같이 공유하게 된다는 건 그 자체로 특별할 것이다. 뭔지 모를 묵직함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휴 그랜트'와 '사라 제시카 파커'가 나오는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 에서 이 부부는 사이가 안좋았는데, 여차저차 시골에서 며칠 같이 묵으면서, 그들이 함께 있었던 장소, 떠들썩한 도시의 소음을 함께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장면이 있다. 내가 지금 이시간 눈 앞의 어떤 한 사건을 누군가와 함께 보고 있다는 것. 우리는 거기에 대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얘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 라고 시작하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 그때 거기에서 말이야'로 시작할 수 있는 얘기. 함께 산다는 건, '우리가 그때' 라고 시작할 수 있는 문장들이 더 많아진다는 걸 의미하겠지.




방송을 통해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비행기 충돌이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테러리즘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콕 들어와 박혔다. 그 단어는 쉽사리 떨쳐지지 않았다. 품 안에 평화롭게 안겨 있는 실비아를 내려다보았다. 숨 쉴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과 둥글게 말려 있는 손이 보였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장면들로부터 실비아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실비아를 꼭 안아 주었다.

그 사건 이후에야 테러리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남편과 나는 침대 한가운데 안전하게 눕혀 놓은 실비아 양쪽에 웅크린 채 눈앞에서 펼쳐지는 참사의 물결을 지켜보았다. 나는 다시 일어나 앉아 양팔로 내 몸을 감싸 안고는 얼어붙어 있었다. 심장은 벌새의 날갯짓만큼이나 빠르게, 심장이 더는 나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폭주하는 심장의 고동이 진정되기를 바라면서 실비아의 놀랍도록 앙증맞은 발가락을 하나부터 열까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반복해서 셌다. (p.80-81)




저자인 스페터니와 남편 존은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뉴욕을 떠나는 것을 앞당긴다. 그렇게 거주지를 옮긴 그들 부부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닫고, 그러나 헤어지지 않은 채 그들은 다시 몇해를 시골에서 보낸 뒤 뉴욕으로 함께 돌아온다. 이들 부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설사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고 해도 저 시간들에 대해 가끔 돌이켜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공포스럽고 아픈 순간 눈물 흘렸던 것부터 시작해서, 갓 태어난 아이를 가운데 놓고 양쪽에 누워 있었던 시간, 순간 들을. 그것만큼은 앞으로 누굴 만나 어떤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결코 지울 수 없는 둘만의 역사가 되어있지 않을까. 사랑한다는 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좋을, 둘만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이 재미있어서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조용한 까페로 찾아가 책을 읽고 싶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의 저자 '스테퍼니 스탈'처럼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걸 끔찍하게 생각하는만큼, 내가 내 먹을 밥을 구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에 궁둥이 딱 붙이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 책을 마저 읽는 것은 다음으로 미뤄야겠지... 안타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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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5-04-0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재미있다고 하시니 원래 안 읽으려다가 보관함으로.

다락방 2015-04-06 12:08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어요, 치니님. 책 속 인물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재미있네요. 그런데 이 책 제목은 부끄러워요. 들고 다니기 좀 거시기함 ㅠㅠ 제목은 좀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ㅠㅠ

유부만두 2015-04-0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그죠?

책 제목과 표지는 좀 아니지만요. ^^

다락방 2015-04-06 12:09   좋아요 0 | URL
네 좋아요. 전 뭣보다 제목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놔..Orz
어제 친구가 책 뭐 읽냐고 물어봐서 `빨래하는 페미니즘`이라고 대답하는데 좀 짜증났어요. 제목 구려요 ㅠㅠ

moonnight 2015-04-0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괴상해서-_- 관심을 안 뒀었는데 다락방님이 좋다 하시니 보관함으로 얼른 담습니다. 제목이 더욱 안타까워지네요. ㅠ_ㅠ;

다락방 2015-04-06 15:35   좋아요 0 | URL
읽을수록 빨래하는 페미니즘이란 제목이 마음에 안든다고 강하게 생각하게 돼요. 저도 그래서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읽어보니까 재미있어요!!! >.<

비로그인 2015-04-0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쓸 돈을 내가 벌고 싶은 욕망때문에 옆방의 셜록홈즈를 미워하는 거였.....
제가 다락방님 회사 직원이라면 저에겐 어떤 책을 추천해주실까요^^

다락방 2015-04-06 15:35   좋아요 0 | URL
만약 아른님이 저희 회사 직원이라면 아른님께는 이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을 추천해드렸을 것 같아요. 흐흣 :)

hellas 2015-04-0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출간때부터 저 ˝제목˝이 불편했어요. 원제와 다르다는 것 그것 말고도 육아와 살림을 전제한다는 느낌이라서일까요. 책은 매우 궁금했지만 그래서 안읽게된 책이죠. 제목에 대한 의견은 다락방님만 아니라 저 포함 많은 이들이 공감할만합니다. 아주 별로:(. 그건 그거고 다락방님 리뷰보니 저도 읽고싶어졌네요:)

다락방 2015-04-07 09:47   좋아요 0 | URL
페미니스트인 저자가 육아를 시작하고 나서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닌데, 하는 혼란을 느끼거든요. 물론 육아전에 동거를 시작하면서 남편과 빨래를 가지고 갈등이 팡- 터지게 되고요. 으윽, 이 부분 읽는데 너무 짜증나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남편을 내쫓고 싶어지더라고요. 하하하하하. 실제 내가 주장하는 바, 생각하는 바가 내 생활과 맞물렸을 때 얼마나 같이 가기가 어려운지 이 책을 읽다보면 여실히 드러나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hellas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