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셔야겠어. 한 잔 사 줄까?"

토레스가 파일을 덮었다. 그의 피는 대서양 혹한 만큼이나 차가웠다.

롬지가 이상한 놈 다 보겠다는 눈총을 보냈다.

"약속 있다고 했잖아, 멍청아."

"나중에 만나."

토레스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러자 리사 롬지 형사가 슬픈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궁금해? 거의 평생을 알고 지낸 사람이야. 오랫동안 친구였고. 몇 년 동안 떨어져 지내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연락을 취했지. 그 사람도 결혼에 실패해서 돌아왔어. 2주쯤 전인가? 커피 한 잔 하는데 나를 바라보더라고. 정말로 나를 보고 있었어."

"나도 당신을 봐."

롬지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보는 건, 당신과 비슷한 일부일뿐이야. 에반드로, 내 최고의 매력이 아니라. 미안. 하지만 그 사람? 그 사람은 달라. 나를 볼 때면 늘 최고의 나를 찾아내거든."

그녀가 입술을 쪽쪽 빨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뭐겠어? 바로 사랑이야."

토레스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두 사람의 파국. 두 사람 관계가 어땠든 간에, 그마저 더이상은 불가능하다. (p.218-219)



















롬지는 토레스와 같은 형사이다. 토레스는 아내와 자식이 있지만, 간혹 롬지와 섹스를 한다. 그리고 알고 있다. 롬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 사실에는 감사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내나 자식이 아니라 롬지를 책임질 생각은 없다. 유부남이지만 롬지와 자고, 그런 사실에 속상해하는 롬지에게 '부부관계가 좋지는 않다'는 말을 하면서, 유부남과 자는 싱글에게 위로랍시고 건넨달까. 그런데 롬지는 왜, 하필이면, 그렇게도 좋아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데도, 그를 좋아할까. 씨발.



"어서 내 침대에서 꺼지시지그래?"

토레스는 한숨을 쉬며 시트에서 빠져나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바지를 입고 셔츠와 양말을 찾았다. 거울을 보니 롬지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애를 쓰긴 하지만 롬지는 결국 그를 좋아했다.

하느님, 이 사소한 기적들, 감사합니다. (p.101)



토레스를 좋아하는 롬지를 만나러 간날, 토레스는 롬지가 옷을 차려입은 걸 보게되고 그녀가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가 남자를 만나러 갈 거라는 사실에 그녀에게 술을 사겠다고 제안하는 것. 하아- 그러니까,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고, 그 사실에 감사하지만, 그녀에게는 최선을 다하지 않다가, 그녀가 이제 저기 멀리로 가버릴 것 같으니 이제 와 잡으려는 꼴이랄까. 그러나 그는 자신이 속한 가정, 자신이 이룬 가정을 가지고 있는 이상, 다른 한 손으로 롬지를 꼭 쥘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되는 법이므로, 그에게 파국은 예정되어 있었다. 롬지가 토레스를 떠나는 것은 다행인데, 그것이 토레스가 단순히 유부남이어서가 아니라, 토레스가 보는 게 롬지가 아닌 롬지에게서 보여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롬지가 말한 것처럼, '나를 봐'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은 일이니까. 그렇지만, 그래, 그런 생각도 든다. 그는 나를 보고 내가 그 사실을 안다, 그 사실이 기쁘다, 그러나 나도 그를 보는가?



내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중에 내가 사랑하게 될 사람은 몇이나 될까.

또 내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중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중에서 또 내가 사랑하면서 동시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적과도 같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사실 연애라는 것도 어느 한 쪽이 먼저 좋아해서 시작하게 되는 게 아닌가. 둘이 동시에 같은 강도로, 농도로, 밀도로 좋아할 수 있을까? 내가 이만큼 촘촘하게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나를 얼만큼 촘촘하게 좋아하니?



나는 롬지에게 토레스를 버리고 평생을 알아온, 롬지를 봐주고 있는 그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롬지를 위한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올 거라고는 자신할 수가 없다. 이건 롬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른건데 만약 그녀가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행복해지는 사람이라면, 삶의 궁극적 가치를 사랑받는 거라 생각했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그녀는 새로 시작된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아주 많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딘가 약간 공허한채로 자꾸 주변을 둘러보다 저 멀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끔은, 자기를 봐주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보고 있었던 토레스를 떠올릴 지도 모르고. 아무쪼록 나는 롬지가, 이제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자신을 봐주는 남자와 함께. 




외로운 소설이다. 사실 나보다 먼저 남동생이 읽고 건네주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나 역시도 다 읽고나서 남동생에게 '야, 더 드롭 읽었는데 뭔말인지 나도 잘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몰입이 좀 어렵고 산만하다. 묵직하고 우울한 기운이 감도는 외로운 소설인데, 이 산만함은 어디에서 오는건지. 암튼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두가 외롭더라. 



외로워 외로워 낙엽처럼 외로워~ 서러워 서러워~ 바람처럼 서러워~

라는 노래가 있던가?





나는 이메일계정을 처음 만든후부터 계속 그 메일계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요즘엔 아주 스팸이 폭발한다. 스팸이든 휴지통이든 나는 수시로 메일함을 정리하는데, 어제 스팸함에 갔다가 문득 아 지겹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나리씨, 강주희씨, 이제 그만 좀 보내요.




그런데 궁금한 게, 이런 스팸메일 보고 회신이 오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들은 공급할 수 있는건가? 이런 스팸메일이 진짜 그들에게는 효과가 있는걸까? 하루에 한명씩 파트너를 소개해준다는 메일을 보고, 오 그럼 소개해줘, 하고 찾아가는 사람이...정말 있는 걸까? 그런가?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현재 이렇다.



괌 바다에서의 우리 엄마를 찍은 사진인데, 내가 찍어 놓고 이건 완전 예술작품이라며 신나가지고 배경화면을 며칠전에 바꿨는데, 하하하하,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의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연히 지하철 안에서 책 옆에 핸드폰을 놓았는데, 오, 그림이 비슷한거다!! 내가 찍은 괌바다의 울엄마 사진도 언젠가 책 표지로 써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밤 먹고 있지롱.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자연의 햇밤 그대로.



밥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는 바텐더 일을 좋아했으며, 당연하게도 예전의 거친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브는 달랐다. 마브는 지금도 황금마차가 황금 도로를 타고 달려와 이 시궁창에서 자신을 꺼내 주기를 기다렸다. 평소엔 그저 행복한 척할 뿐이다. 어쟀거나 밥이 보기에 마브를 괴롭히는 문제는 그 자신도 다르지 않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더러운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그런 일들은 어느 정도 야망을 이루지 못하면 끔직한 비극이 된다. 성공한 사람은 과거를 감출 수 있지만, 낙오자는 바로 그 과거 속에 익사하지 않기 위해 여생을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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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3-1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흠...도대체 어떤 사이트들을 다니고 있는건가요?
저는 저런 스팸메일이 한통도 없는데요 다락방 님!!!

2.날씨가 꾸물꾸물...
<마의 산>은 크읍........ㅠ..ㅠ
부디 완독하시고 리뷰남겨주시길.




다락방 2015-03-17 14:48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저는 그야말로 시야가 좁아서는, 알라딘 외에는 가는 데도 없습니다. 인터넷쇼핑도 한 군데에서만 해요. 아마도 이메일 계정을 십오년이상 써오기 때문이 아닐까..싶은데요. 하아-

마의 산은, 아무개님은 어느 출판사로 가지고 계세요? 열린책들로 당연히 사려고 했더니 세 권이나 되더라고요. 상중하...그래서 패쓰.

아무개 2015-03-17 15:00   좋아요 0 | URL
저는 을유세계문한전집으로 상하권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책장 안넘어가는 소설은 정말 아이고.....


다락방 2015-03-17 15:19   좋아요 0 | URL
얼마나 안넘어가기에 다들 그러시는지 궁금하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메일계정이 세 개인데 그 중에 첫번째로 만든거는 다락방님과 비슷한 제목의 메일이 오네요~ 아주 비슷해요^^
제 핸폰 배경화면을 1분내로 올리면요, 다락방님이 10초안에 `엥?!?`하게 된다는데 500원 겁니다 ㅋㅎ

다락방 2015-03-17 16: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대체 뭘지. 북플에 올리실겁니까? ㅋㅋㅋㅋㅋ 제가 지켜보도록 하지요.

2015-03-17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8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03-19 00:44   좋아요 0 | URL
정말 감사해요~~~~~~~~~~~~~~~~~~~~~~`

다락방님, 진짜 예리하세요, 어떻게 내 설명만 듣고 이런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시나요.
북풀 의사선생님으로 임명합니다.

완전 감사요^^

LAYLA 2015-03-1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팸메일은 응답률이 낮더라도 어차피 발송비가 공짜니까 아주 가성비가 높은 방식의 마케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스팸신고를 해주면 좀 낫더라구요!!!

다락방 2015-03-18 14:06   좋아요 0 | URL
아, 발송비가 공짜군요. 거기에 따른 비용이 들질 않네요. 인건비만 들겠어요. 흐음.
저도 스팸신고를 바로바로 해주는 편입니다만, 이 계정을 너무 오래 써서 그런지 진짜 스팸 메일 많이 들어오네요. 어느 순간부터 스팸이 미칠듯이 들어와요.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