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옹호하다 - 마르크스주의자의 무신론 비판
테리 이글턴 지음, 강주헌 옮김 / 모멘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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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이글턴의 <비극>을 결국 다 읽어내지 못하고,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처럼 포기한 후, <신을 옹호하다>를 읽었다.

 

 

<비극>에서는 자기 동일성에 대한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다.

 

오이디푸스는 하나 이상의 존재이지만 이는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모든 개인은 주체와 객체로 동시에 존재한다는 한 가지 사실 때문에라도 필연적으로 자기동일성이 없기 때문이다. (<비극>, 56)

 


<오이디푸스 왕>은 생각보다 짧고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는데, 뻔한 텔레비전 드라마도 아니고 이미 결론을 알고 있는데도, ‘이 도시에 저주를 몰고 온 바로 그 사람이 누구냐?’는 오이디푸스의 물음이 쌓여갈수록 긴장은 고조된다. 이글턴의 방점은 다른 곳에 있다. 근친상간이 아니라,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의 변동. 어머니이며 아내, 아들이며 형제, 딸이며 누이. 정체성, 자기동일성에 대한 탐구는 너무 흥미로운 주제니까 다음에 더 생각해 보기로 한다. 반납해서 책이 없다.

 

 



<신을 옹호하다>는 마르크스주의자이며 기독교 신앙을 가진 테리 이글턴의 예일대 특강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유물론의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 국가에서 종교의 위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마르크스주의와 기독교 신앙은 동시에 다루기 어려운 주제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여기, 테리 이글턴이 해낸다.

      


내게 공명되었던 이글턴의 기독교 신앙은 현재 한국 기독교가 도달하지 못한 혹은 일부러 회피하고 있는 부분과 정확히 일치한다. 예수를 어떻게 보는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일 뿐만 아니라, 죄인들의 친구요 병자들을 고치는 자, 나그네를 환대하는 사람으로서의 예수를, 그런 예수를 보고 있는가. 그의 그러함을 알아채고 있는가. 그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란 무엇인가. 그가 설파했던 구원이란 무엇인가.

 


진부하게도 구원이란 예배와 율법과 의식(儀式)의 문제가 아니며 어떤 도덕적 원칙을 준수하는 문제도, 짐승을 죽여 제물로 바치거나 남달리 고결하게 살아가는 문제도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 구원은 굶주린 사람의 배를 채워주고, 이민자들을 환영하며, 아픈 이들을 찾아가 돌보고, 부자들의 횡포로부터 가난한 사람과 고아와 미망인을 보호하는 문제다. 놀랍게 들리겠지만 우리는 종교라는 특별한 기구를 통해 구원받는 게 아니라 서로 뒤섞여 살아가는 일상적 관계의 질을 통하여 구원받는다. 일상의 삶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기독교이지 프랑스 지식인이 아니다. (33)

 


나는 이글턴의 서술에 99.9% 동의한다. 한국 교회가, 그리고 현재의 기독교가 자신의 본분과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데 나의 잘못이 1%, 아니 0.0000000000003%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한다. 나의 회개와 자책은 금요일 밤마다 이어진다. 현재의 기독교가, 특히 한국 교회가 예수의 친구의 친구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어쩌면 예수의 친구조차 거부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믿음과 과학에 대한 논증은 이미 알고 있는사실의 반복이다. 과학은 절대적일 수 없다.

 


과학이 특정한 사회사의 일부라는 사실을 추상적 사고에 빠진 합리주의자들이 너무나 쉽게 잊는 것처럼 말이다. 종교가 그랬듯이 과학도 많은 부분이 혁명적인 기원을 저버리고 초국적기업과 군산복합체의 말 잘 듣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과학이 인간의 해방에 기여한 역사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종교와 마찬가지로 과학도 스스로의 훌륭한 전통에 비추어 심판받아야 한다. (177)

 


문제는 과학은 그러한 심판대에 서지 않아도 된다는 오만이다. 과학에 대한 절대신앙. 과학이 가진 특권에 대한 조금의 타협도 허락하지 않는 믿음’. 최근에 인문학을 읽고 쓰고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던 분이 과학 관련 책을 쓰셨다. 과학으로의 완벽한 귀의 또는 항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삶에는, 우리네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우리의 삶이 그렇게 만들어졌듯 영원히 그리고 종국적으로 완벽하게 스러질 것이라 그는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세계, 내가 이해하는 우주와는 큰 차이점이 있는 것이 확실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이해한 것에 솔직했다는 점에서 나는 그를 높이 평가한다. 애정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테리 이글턴은 무신론 과학자들의 대표자로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크리스토퍼 히킨스와 <만들어진 신>의 리차드 도킨스를 호명한다. 이글턴은 이 두 사람을 통칭해 디치킨스라 부르며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신학자들은 적어도 직업적으로는, 헨리 제임스처럼 절묘하게 복잡한 작가가 과연 진화라는 조잡하고 실수 많은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조금의 관심도 없다. 내가 알기로 과학과 신학 간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이 세상을 선물로 보느냐 아니냐 하는 데에 있다. 이는 세상을 엄밀하게 조사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도자기 꽃병을 아무리 자세히 뜯어보아도 그게 결혼 선물임을 알아낼 수는 없지 않은가. 디치킨스와 나 같은 급진주의자 간의 차이 역시 인간 조건의 궁극적인 시니피앙이 고문 받고 살해당한 정치범의 몸뚱이라는 말을 받아들이는지, 그것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55)

 


이글턴은 과학과 신학을 비교 설명하면서 두 개의 학문이 같은 종류의 대상을 다루지 않는다고 설파한다. 치과 교정학과 문학 비평의 대상이 다르듯이 말이다. 이제 과학은 온 세계에 대한 프리패스권을 얻은 양, 주요한 사건의 최종결정권자가 되었다. 혹은 되어가고 있다. AI의 초고속 발전으로 인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삶이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한 어떠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 없이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 세상 모든 학문의 주인으로 군림해 버린 과학에 대한 비판은 가능한가. 그 비판의 중심에는 어떤 학문이 서야 하는가.

 



두 번째 챕터 <배신당한 혁명>에서는 제국주의와 미국의 대테러전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서구 열강 vs 아랍 세계, 기독교 vs 이슬람의 이분법은 문명과 야만에 대한 편협한 사고를 더욱 확고하게 한다. 이글턴의 주장은 비교적 간단하다. 자유주의적 계몽주의자들은 급진적 이슬람의 만행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해악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가.

 


미국 언론에서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쌍둥이 빌딩이 공격받기 28년 전 바로 911일에 미국 정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 정부를 폭력으로 전복시키고 그 자리에 추악한 꼭두각시 독재자를 앉혔으며, 이후 그 독재자가 학살한 사람이 세계무역센터에서 죽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오랫동안 독재 정권을 지지했고, 그 독재자는 사담 후세인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음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다. 성조기를 몸에 두르고 이슬람주의자들의 잔혹 행위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134)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가장 강력한 축이 미국임은 확실하며, 미국의 팔레스타인 정책, 대테러 정책에 대한 그의 비판에 동의하지만, 그러한 비판의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가 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주제다. 제국주의의 선봉이었던 영국의 국민이며,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던 백인 남자에게서 듣는 제국주의 비판. 당연하다. 그의 특별함은, 그가 아일랜드계 노동계급 출신이라는 점으로부터 나왔을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각별하게 다가왔던 부분은 여기다. 창조주, 온 우주의 창조자인 하나님이 합리적인 설계에 따라 이 우주를 기획한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일 자체를 좋아하고 즐거워하기 때문에 이 세상을 만들어 냈다는 주장(19).

 


이를 좀더 신학적으로 표현한다면 for the hell of it (별다른 이유 없이, 순전히 재미로, 혹은 어찌 되나 보려고)' "이라고나 할까. 따라서 창조된 세상은 선물이고 잉여물이며,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행위의 산물이다. 불가피해서가 아니라 아무런 이유 없이 만든 것이다. 실제로 기독교 신학에서 세상은 전혀 필연적인 게 아니다. 어쩌면 하느님은 애초에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감상적 충동을 이겨내지 못한 걸 처절하게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창조한 이유는 사랑이었지 필요가 아니었다. 하느님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 천지창조는 최초의 '동기 없는 행위, 무상(無償)의 행위였다. (19)

 

 

 

이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에의 몰두와도 관련이 깊다. 나는 목적 없는 삶, 의미 없는 인생에 대해 회의적인데, 이글턴의 글을 읽으며 예전에 들었던 설교가 다시 생각났다. 우주의 시작과 인간의 창조를 다룬 창세기에서 인간의 창조 목적을 설명할 때 이렇게 세 가지를 꼽는다. 하나님은 왜 인간을 만드셨는가. 1. 예배받기 위해 2. 교제하기 위해 3. 사랑하기 위해. 인간이 신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시하는 것이 예배이고, 그것이 곧 인간과 하나님과의 소통, 교제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사랑의 행위이다. , 신이 인간을 만든 이유는 '사랑하기 위해서' 이다. 인간이 창조되기 이전에 하나님은 성부, 성자, 성령의 완벽한 조화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Holy Trinity, 성삼위일체. 완벽한 결합이 완성된 상태였으므로, 하나님에게는 또 다른 존재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술가이자 탐미주의자(19)인 하나님은 인간을 만들어냈다.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

 

 


201010월에 나온 책인데 아직도 판매중이라니 기쁘고 감사하다. 더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아니겠지만. 더 알고 싶어서, 더 많이 알게 되는 일이 즐겁고 뿌듯해서 얼른 구입해야겠다. 이런 똑똑한 친구는 가까이 두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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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돌아옵니다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11-02 11:21 
    댓글을 쓰다가 또 길어져서 페이퍼로 씁니다. 저는 이게 혹시 질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댓글 길게 쓰다 페이퍼 쓰면서 먼댓글로 연결하는 병 말입니다. 사회주의와 유물론, 무신론에 관한 부분을 같은 선상에서 연결해 설명하는 건 어려울 거 같고요. <신을 옹호하다>의 테리 이글턴의 주장을 중심으로 제가 이해한 범위 내에서 이야기해 볼게요. 건수하님의 물음에 대한 간편한 대답이라면, 그렇습니다. 사회주의는 무신론과
 
 
독서괭 2023-09-29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에는 이유가 없… 나? 음.
그나저나 금요일밤마다 자책과 회개를..?? 금요일밤엔 애썼다 토닥토닥부터 해주셔야 하지 않나요?ㅜㅜ 아무튼 제가 잘 모르지만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단발님의 공부를 응원합니다!!

2023-09-29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9-29 12:15   좋아요 0 | URL
어맛!!! 달려갑니다!
 
당신에게 보낼 럭키 박스
럭키박스인지 폭탄박스인지



알라딘 이웃님들의 럭키박스, 폭탄박스 페이퍼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어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나는 아주 게으른 사람이고. 못 쓰겠다 싶었는데 락방님이 써요!’ 해서 쓴다. 유행 다 지났는데, 그래도 써야지. ‘써요!’ 해서 쓴다. (재차 강조) 다락방님과 잠자냥님의 페이퍼를 읽고 오시면 훨씬 좋을 듯하다.



럭키박스와 폭탄박스의 책을 고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책들을,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책으로 고르면 어떨까. 럭키박스는 오히려 단순하다. 책을 전해줄 사람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책, 즉 나에 대한 호감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책을 찾으면 된다. 그런 경우 내 박스의 차별성은 폭탄박스에 있다. 폭탄박스의 책도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그냥 좋아하는게 아니라 완전 좋아하는 책들로 골라 보면 어떨까. 나의 참모습을 그/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책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이런 나를당신은 계속 좋아할 수 있나요?



비교적 무난한 럭키박스부터 시작한다.


















<고통에 관하여>는 최근에 읽은 소설이다. , 정보라. 이야, 정보라. 사람마다 좋아하는 소설의 양태와 형식이 있겠지만, 나는 이 소설 한 권으로 정보라를 완전 좋아하게 되었다. 고통과 구원에 대한 책은 언제나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고통과 구원이 필요하지 않은 인생이란 없으니.


두 번째는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내가 사랑하는, 존경하는, 애정하는 페미니스트가 여럿이지만 나는 에이드리언 리치가 제일 좋다. 그 서늘함이 좋고, 담담함이 좋다. 그녀의 문장에는 아무리 밑줄을 그어도 성에 차지 않는다. 필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그녀의 문장을, 나는 오래오래 사랑한다.


세 번째는 <Love Wager>. 이 책도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인데 여남 주인공이 모두 매력적이다. 당신과 이렇게 알콩달콩한 사랑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제게도 있어요. 당신이 잭을 맡아 준다면 말이에요. 가능한가요? , 가능하겠어요?




이제 폭탁박스 차례다. 시작은 한나 아렌트.
















첫 번째는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이 책은 자랑하기 위해 넣은 게 아니라, 진심 내가 사랑하는 아렌트의 책으로서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읽고 있어요의 기간이 좀 길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내 책상에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책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반유대주의의 근간과 전체주의와의 상관관계 뿐만 아니라 그 다음을 예측하는 아렌트의 진면목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같이 확인해 보자고요. 만약, 아렌트? 라고 묻는 당신이라면 노래를 하나 불러 드리겠어요.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떠나가겠소.



두 번째는 <여자는 인질이다>.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페미니즘 책을 요만큼 읽었다는 건 알고 있겠지. 이 책의 원제는 <Loving to Survive>. 남성 지배 사회와 여자의 인질 심리를 사회적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풀어냈다. 물론 제목이 강렬하다. 약간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렇다는 것을, 우리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혹 당신, 모르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세 번째는 Neapolitan Novels. 전 세계 Ferrante Fever의 그 페란테. 페란테의 그 4부작, 나폴리 이야기. 작가는 이탈리아어로 썼지만 내가 선택한 책은 영어원서 4. 한글로 읽고 영어로 읽을만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읽고 나서 니노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니노를 특정한 동물로 지칭했다. 나는 자주 그 동물에게 미안해졌는데 니노에게는 그 욕도 아까웠기 때문이다. 같이 읽어요, 같이 읽고 나랑 니노 욕 좀 해봅시다.



그리고 한 권을 더한다면, 지금 내게로 오고 있는 이 책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왜 저한테는 오늘 안 와요? 여보세요? 저 사이보그단발머리인데요. 왜 저한테는, 오늘 안 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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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9-21 2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글!

저는 폭탄박스가 훨씬 좋네요 ^^

정보라 작가 궁금해서… 저주토끼를 읽어볼까 해요 :)

단발머리 2023-09-21 20:22   좋아요 2 | URL
이런 나를....... 당신은 여전히 좋아하나요?

아, 안 되겠네요. 이런 유머를 건수하님에게 쓰다니.... 죄송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21 20:37   좋아요 2 | URL
건조해서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

단발머리 2023-09-21 23:00   좋아요 1 | URL
좋아해요.. 이런 글도 좋아해주는 건수하님.....

건조하게 좋아합니다, 제가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21 2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스가 상당히 무겁겠는걸요?ㅋㅋㅋ 럭키 폭탄 저는 뭐든 좋네요! 저는 폭탄박스에 길티 플레저 넣으실 줄 알았어요. 하지만 대상이 남자라면 필립 로스 책이 그런 책이 되진 못하겠네요. 그리고 야한 책..? ㅋㅋㅋㅋ
사이보그보단 영장류가 아직 위인가 봅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3-09-21 20:54   좋아요 1 | URL
필립 로스는 호감을 가질 때가 아니라 ㅋㅋㅋㅋㅋ 이미 저를 좋아하게 된, 아주 많이 좋아하게된 사람에게나 보여줄 수 있는데 말이죠. 어쩌죠, 알라딘 친구들은 다 안다 ㅋㅋㅋㅋㅋㅋ 저의 길티 플레져, 로스를 말이지요.

야한 책이라면...... 흠

미미 2023-09-21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발머리님 이 글 기다렸어요.
폭탁박스는 단발머리님 강조하신거죠? ㅋㅋㅋㅋㅋ
아 저도 읽다만 슬픈 책! <전체주의의 기원> 그러나 저에게도 역시 소중소중합니다. ^^

단발머리 2023-09-21 20:55   좋아요 1 | URL
폭탁박스를 ㅋㅋㅋㅋㅋ 폭탁박스가 더 좋네요. 제게 폭탁박스를 받고도 저를 좋아해준다면, 그 사람과의 진지한 교제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봄직 합니다.
<전체주의의 기원> 진짜 좋아요. 너무 소중한 책이에요, 그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9-21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아할건데요?!?!

페란테 책 클릭하면 단발님이랑 내 페이퍼 많이 떠요! 내가 나폴리 피자 먹은거 자랑도 해 놨구요. ㅎ

전 요즘 불가코프 읽느라 정신이 없는데 역시 폭탄은 러씨아 소설 아닐까 싶어요.

단발머리 2023-09-21 20:56   좋아요 1 | URL
그 사랑 감사드리고요.

페란테 읽을 때 만두님과의 니노 욕배틀 ㅋㅋㅋㅋㅋㅋㅋ너무 즐거웠습니다. 언제 시간 내서 다시 쭈욱 읽어볼까 싶어요.

불가코프 읽으신다고요? 바로 검색 들어갑니다. 폭탄은 역시 러시아제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21 2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을 좋아하냐고요? 사랑하는데요!!!!!!!!!!
아 새로운 폭탄박스 좋네요 ㅋㅋㅋㅋ 여자는 인질이다 저도 좋아해요. 제가 읽은 페미니즘 책 중에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것 같아요. 폭탄박스에 딱 ㅋㅋㅋㅋ

그리고.... <고통에 관하여> 책소개까지 읽고오니까 완전 궁금하네요?! 조만간 땡투 들오면 저일겁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3-09-28 17:08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나는 감사하고요. 여자는 인질이다, 진짜 좋아요!

고통에 관하여, 은오님에게도 좋았으면 좋겠어요.
추석입니다. 반갑지는 않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행복하고 여유로운 추석 명절 되시길요^^

거리의화가 2023-09-21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보라 작가 저는 <저주토끼> 한 작품 읽어봤는데 꽤나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통에 관하여> 궁금한데... 저는 나중에 도서관에 들어오면 읽어보겠습니다. 폭탄박스를 아예 폭탁박스(ㅋㅋㅋㅋㅋ)로 바꾸셨군요?ㅎㅎ 저도 폭탄박스가 참 마음에 듭니다. 두 권 다 언젠가 꼭 완독해보겠어요!

단발머리 2023-09-28 17:10   좋아요 0 | URL
전 이번에 힘을 얻어서 <저주토끼> 읽어볼까 하고 벼르고 있습니다. 기대되는 작가, 진짜 작가, 라는 생각이 전 들어서요.
폭탁박스는 ㅋㅋㅋㅋㅋ 오타인데 미미님이 잘 살려주셔서 그대로 두려고요.
은근히 폭탁박스가 인기가 많네요.
거리의화가님, 행복하고 즐거운 추석 되시길 바래요. 맛난 거 많이 만들지 마시고 많이 드시기만을^^

잠자냥 2023-09-21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 폭탄 박스는 폭탄을 거르는 박스군요?!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28 17:11   좋아요 0 | URL
이걸 보고 날 싫어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할까요?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이런 나를 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하지 마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9-22 0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받을 의향 있습니다.
제 주소는요.
산 넘고 물 건너...
몇 번째 우려먹는지?!ㅋㅋㅋ
폭탄 박스의 아렌트 책 보고 빵 터졌습니다.ㅋㅋㅋ
그리고 원서 더군다나 시리즈로 4권이나!!
폭탄 박스의 책들은 공부해야 하는 폭탄!!ㅋㅋㅋ
역시 제가 기대한 그 이상입니다.
최고에요^^

단발머리 2023-09-28 17:13   좋아요 0 | URL
산 넘고 물 건너 서울의 반대편 부산이지요. 저기 아렌트 책은 저 살 때 책나무님도 구입하셔서 항상 우리의 자랑이오며!!! ㅋㅋㅋ
폭탄 박스는.... 이런 물음의 박스죠. 나는 이런 사람인데요, 저를 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하나요, 그래도? ㅋㅋㅋㅋㅋ

요리하시느라 바쁘시겠죠? 책나무님 덕분에 온 가족 행복하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시기를 바랍니다. 맛난 거 많이 드시구요!!

다락방 2023-09-22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보라 단편집 한 권 읽고 더 읽을 생각은 안들었었는데 이 페이퍼 보고 나니까, 오오, 이 책으로 그러면 한 번 더? 하게 되네요.
그리고 <Love Wager> .. 뭐죠? 미스터 롱 넘버 작가가 지은 책이네요? 롱넘버도 안읽었는데.. 그런데 이 책.. 음.. 사고 싶지만, 저는 아직 그 위장 결혼책도 못읽고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어책 그만 사야겠죠? 역시 안되겠어.

엘레나 페란테는 영어로 좀 쉬운가요? 그런데 왜 네 권이나 되는거죠? ㅋㅋㅋ 사실 번역본 읽은지 너무 오래라 잘 기억 안나기는 하지만. 아니야, 영어책은 사면 안돼, 사지마! 한국어 책도 안읽는데 영어책은 ㅠㅠ 그런데 엘레나 페란테 저렇게 모아두니까 너무나 뽀대나네요? (뽀대에 반하지마, 반하지마..)

저는 단발머리 님의 럭키박스도 폭탄박스도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특히 폭탄박스 속의 <여자는 인질이다> 가 너무나 흡족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28 17:19   좋아요 0 | URL
정보라는... 뭐랄까요. 제가 기대하는 작가의 모습이랄까요. 행동하는 작가, 거리의 작가. 투사... 막 이런 느낌이라서요. 소설도 소설이지만 그의 삶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물론 소설도 좋습니다!!!
<Love Wager>가 좋아서 그 작가 책 한 권 더 샀어요. 표지가 부끄러워 어디 들고 갈 수도 없는 그런 책입니다. 이제 로맨스 그만 살까 싶은데, 사는 책은 로맨스네요ㅠㅠ

엘레나 페란테는 이탈리아어로 썼고 저 위의 책들은 영어라서.... 번역본이니까 쉽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도 4권을 다 읽을 수 있었구요. 저 책을 쌓아두어서 그렇지 앞표지는 또 얼마나 예쁘다고요. 그렇다는 것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폭탄박스 인기 많아서 저 어리둥절 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 이웃님들은 진짜.... 저의 이런 모습을 다 알고 계시다는 뜻이겠죠?
움하하하하하하하!!!
맛난 거 많이 드세요. 많이 드시고 많이 걷고 요가도 많이 하시구요!! 메리 추석, 다락방님!
 


어제는 청소를 하지 않는 날이라 글을무엇이든, 어떤 이야기든, 꼭 글을 쓰리라 다짐(?)하고 집으로 돌아가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꺼내는데, 차린 게 없는데 먹을 게 많아서 깜짝 놀랐고. 저녁을 먹고 그릇을 설거지 전 단계로 준비시키고, 노트북을 열어 알라딘에 들어가 이웃님들 글을 읽으며 댓글 달며 잠시 놀다가 노래 한 곡 플레이! 하며 유튜브에 들어가 선우정아가 부른 <황금가면>을 보고 듣다가 <유미의 세포들> 클립을 하나 보게 되었는데(?). , 내가 알던 결말이 진짜 결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아 여기저기 확인해 보니, 그랬다. 두 사람은 이별 후 재회했으나, 다시 이별했고, 그리고 재회했으나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없었으니. 완결에 대한 나의 집착이 시작되어 버리고. ! 왜 두 사람은 끝내 헤어진 거야? 하면서 <유미의 세포들>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김고은을 좋아하지만 상대 배우 박진영도 좋았는데. 뭐든 용서해 주고 싶은 그 사슴 같은 눈망울의 남주를 왜 김고은은, !! 이러면서 한 시간 반. 이것이 인간인가.





















어제 읽은 책은 <친밀한 적>. 저자는 아시스 난디, ‘식민주의하의 자아 상실과 회복이 부제다. 30여 쪽을 읽었는데 밀도가 높고 강렬해서 단번에 <단발머리 픽 올해의 책> 후보로 오름 직하다. 인상 깊었던 문장은 여기.



우리는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의 서구에 대한 가장 맹렬한 비난이 싸르트르(Jean-Paul Sartre)의 우아한 문체로 쓰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구는 근대 식민주의를 창안했을 뿐만 아니라 식민주의에 대한 대부분의 해석도 만들어냈다. 그 해석을 해석하고 있는 이 책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문, 21)



탈식민을 추구할 때, 그러한 고민과 갈등의 주체는 벗어나고자 하는 대상에게서 얼마나 탈출할 수 있는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 혹은 그 억압에 대한 비판과 고발은 어떤 언어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이러한 고소가 지배자의 언어가 아닌 피지배자의 언어로 재현되었을 때, 그 효과는 어떠한가.



















어젯밤에 찾다가 결국 못 찾았다. 내가 쓴 글을 내가 못 찾는…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를 읽지 않은 내가, 썼다. 서발턴은 말할 수 없고, 서발턴의 말은 결국 누군가에 의해 발화될 수밖에 없다. 그 언어는 지배자의 언어여야 하고, 그래서 영어여야 한다. (제가 이 글 어디에 썼는지 아시는 분, 좀 알려주시길~~)




















그러던 와중 스피박의 인생에 일대 변화를 일으킨 사건이 일어난다. 자크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의 저작권을 직접 구입하여 영역한 것이다. 이 번역서는 책의 명성을 돋보이게 하는 훌륭한 번역 뿐 아니라, 책머리에 붙인 역자의 '비판적 서문'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49)



스피박이 젊고 유망한 전 세계적인 학자로 주목받게 된 데에, 이 사건은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지배자에 대한 비판과 고소, 그리고 고발이 지배자의 언어, 지배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루어질 때의 위력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다.



한편으로 지배자의 연장으로는 지배자의 집을 부술 수 없다던 오드리 로드의 말을 연결해 보고 싶은데, 오드리 로드 책을 한 권(<자미>) 밖에 안 읽어서... 오드리를 더 읽어 보는 것으로 하고. 다시 아시스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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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9-20 1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누가 선물했다고 합니다(쩌렁쩌렁!)

단발머리 2023-09-20 12:26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아아아아아아!!

잠자냥 2023-09-20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밀한 적>은 저도 샀는데. ㅎㅎㅎ 좀 더 늦게 샀으면 단발 님에게 땡투할 것을... 너무 빨리 샀네요!

단발머리 2023-09-20 12:27   좋아요 1 | URL
진작에 가지고 있었으면서 늦게 읽은 저의 잘못.......이라기에는 잠자냥님이 너무 빨리 사신 듯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천히 사세요. 천천히 많이많이!!

다락방 2023-09-20 18:06   좋아요 0 | URL
두 분 모두 제가 오늘 땡투 했어요. 독서괭 님도.. 저는 아낌없이 주는 다락방. 샤라라랑~

단발머리 2023-09-20 18:07   좋아요 0 | URL
💕💕💕샤라라랑다락방!!

다락방 2023-09-20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흠흠.
친밀한 적은 제가 땡투합니다. 흠흠. 잠자냥 님은 못하지만 나는 하는 것, 그것은 친밀한 적 땡투~ 샤라라랑~

단발머리 2023-09-20 12:49   좋아요 0 | URL
알라딘 적립금 1,000원 만료가 어제인줄 모르고(흑흑) 그냥 날려버린 1인은 락방님 땡투로 새 힘을 얻고 (영차!) 🤗

독서괭 2023-09-20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찾아드리고 싶다.. 혹시 ‘이탈리아어는 단테어‘라는 글은 아니지요..?
어려운 책들 읽으시는 단발님, 유미의 세포들로 감성 퐁퐁!!

단발머리 2023-09-20 18:00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그 페이퍼는 아니었사오며 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이탈리아어는 단테어‘라는 제 페이퍼 제목 기억해주시는 독서괭님~
하트 받으옵소서!! ❤️🧡💛💚🩵💙💜🩷💕💕💕
저, 어려운 책 읽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3-09-20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드라마가 있군요@_@;;; 책(어려운@_@;;;)도 많이 읽으시는데 드라마까지@_@;;;

단발머리 2023-09-20 17:39   좋아요 1 | URL
안 어려운 책을 더 많이 읽습니다. 비율로 따지면요 ㅋㅋㅋㅋ 드라마는....
저는 유튜브에서 짤로 봐요. 모든 드라마를.... 넷플 안 보는 집이 저희집 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9-20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미의 세포 … 한때 저도 정신 없이 봤었어요. 제 플필이 그걸 증명하죠. ^^;;
근데 뇌과학 책에서 배우기론 저런 다양한 감각/결정 세포들이 일을 다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뇌 신경에 신호만 전달하고 만대요. (낭만 파괴 죄송)

단발머리 2023-09-20 17:40   좋아요 0 | URL
저, 귀여운 유미의 세포들 이미지 찾다가 얼마나 반가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뇌 신경에 신호만 전달하는 그 귀요미들을 제가 사랑합니다. 특히 사랑세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20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문장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파농과 사르트르요) 쟝님 글에서 봤던 것인가 ^^

스피박을 인도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전 그게 궁금하더라는요…

단발머리 2023-09-20 20:33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 말입니다. 도대체 어디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피박을 인도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에서는 큰 키에 짧은 머리의 스피박이 뛰어다닐 때, 이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고, 이 여자가 과부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인도의 평범한/나이 든/상류계급 남자들이 길거리에서 뜀박질하는 스피박에게 욕하면서 침을 뱉고는 한답니다. 스피박도 같이 욕하고 침을..... 뱉는다고 합니다.

건수하 2023-09-20 17:48   좋아요 1 | URL
헉… 그렇군요… 왜 그렇게 확인을… 그런데 저 얘기도 충격적이지만

저는 <생각하는 여자는 ~ > 의 스피박 챕터를 읽었는데 저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

단발머리 2023-09-20 18:55   좋아요 1 | URL
건수하님~~~

50-51쪽입니다. 전 이 책을 여러번 읽어서 기억이 쪼금 납니다. 근데 키 180은 제가 다른 데서 들은 거 같아요. 책에는 나와있지 않네요. 몇 개 사항을 좀 수정했습니다.

충격받지 마세요~~ 책 읽고 리뷰 쓰고도 기억 1도 안 나는 책이 전 수두룩하답니다. 정확히는 수두룩빽빽!
 



















지난 토요일 감상을 이제야 쓴다.

 

 

토요일. 자식들은 이제 다 커서, 한 명은 놀러 가고 다른 한 명은 스터디카페에 간다. 급한 일도 바쁜 일도 중요한 일도 없는 2인은 설거지를 하고 수건을 개고 빨래를 널고. 다시 설거지를 하고 수건을 개다가, 운동화 맡긴 거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집을 나선다.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상호대차 신청한 테리 이글턴의 <비극>을 대출하기 위해.

 


이 책의 존재는 정희진 쌤의 팟빵 8월호(어떤 에피소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를 통해 알게 됐다. 오랜 시간 준비되어 좋은 번역으로 나온 책을 설명하시다가 알려주신 책이다. 번역가 정영목 님이 번역하신 책 목록은 어마 무시하지만, 내게는 언제나 필립 로스번역의 정영목 님이시오며. 테리 이글턴의 책을 펼치고 작가 소개를 읽는다.

 


테리 이글턴 Terry Eagleton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화 비평가이자 문학 평론가로, 1943년 영국 샐퍼드에서 태어났다. 영국 문화 연구의 창시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영향을 받았고,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 ……



영국 문화 연구의 창시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영향을 받았고에서 멈춘다. 그러니까 저도 영국 문화 연구의 창시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영향을 받았다면 받았다고 할 수 있거든요.

 


꿀꿀하고 막막한 4학년 2학기였다. 재빠른 친구들과 잘 준비된 친구들과 능력이 출중한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했다며 수업에 빠지는 4학년 2학기에, 착실하지도 않으면서 착실하게 학교를 지키는 한 학생이 있었다. 그 때 그 교재가 왜 제본된 책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교수님이 일러주신 학교 앞 인쇄 전문(?) 가게에서 교수님이 미리 준비해 두셨던 책을 가져와 수업에 들어갔다. 문화 연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수업이었다. 수업의 내용이 세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가끔 그 수업 시간이 생각나는 건, 그 수업의, 정확히는 수업 내용의 어떤 부분이 나를 위로해 주었던 기억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의미가 만들어지는 방식, 공동체에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의미가 공유되고 재생산되는 과정. 책을 읽는다는 건 이 사회에 어떤 의미인가, 에 대한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주장과 이론을 읽는 시간이, 그 고요하고 평범한 시간이 좋았다. IMF의 여파로 더욱더 추워진 겨울이 예정되어 있었고, 문과 중에서는 그래도 써먹기 좋아 취업이 잘 된다는 우리 과에 대한 평판과 상관없이, 읽고 쓰는 일에 대한 쓸모 없음’을 고민하던 문과생으로서는, 그 평범한 전공 수업이 단비 같았고, 생수 같았다. 그 수업 시간의 주제와 닿아있는 책들을 나는 기억해 낼 수 있는데, 이를테면 빨간 책. 알라딘 원서 읽기 부흥의 중심축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독서의 즐거움>의 이런 문단이고.

 















하지만 우리는 일로만 평가받기를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유, 즉 성찰, 계몽, 이해가 똑같이 가치 있다고 고집해야 합니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즉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서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뭔가 ‘생산적’인 다른 일 대신에 아침에 혼자서 책을 읽는 행위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구체적인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독서의 즐거움>, 한국의 독자들에게, 5-6)

















아니면, <문맹>의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이런 문장들.

 


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매일 읽기만 . 

쟤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줄을 몰라. 

저건 소일거리 중에서도 가장 나태한 소일거리야. 

저건 게으른 거지. 

그리고 특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쟤는 …… 하는 대신에 읽기만 . 

 

무엇을 하는 대신에?  실용적인 것은 아주 많잖아그렇지 않아? 

여전히 지금도매일 아침집이 비고모든 이웃들이 일하러 나가면 나는 다른 것을그러니까 청소를 하거나 어제 저녁 식사의 설거지를 하거나, 장을 보거나, 빨래를 하고 세탁물을 다리거나, 쨈이나 케이크를 만드는 대신 식탁에 앉아 몇 시간 신문을 읽는 것에 가책을 조금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쓰는 대신에. (<문맹>, 13)

 
















아니면, 나의 길티 플레저 필립 로스의 이런 말.

 


예술은 인생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고독도 인생이고, 명상도 인생이고, 허세도 인생이고, 불평도 인생이고, 사색도 인생이고, 언어도 인생이지요. 문장을 더 낫게 고치는 일을 하는 것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 못한 인생인가요? 『등대로』를 읽는 것은 소젖을 짜거나 수류탄을 던지는 것보다 못한 인생인가요? 문학적 소명에 따른 고립 - 단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 방에 혼자 앉아 있는다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고립 - 은 밖에 나가 야단법석 속에서 감각을 축적하거나 다국적 기업을 다니는 것만큼이나 인생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왜 쓰는가>, 231)

 


 

읽고 쓰는 즐거움만큼이나 분명한, 읽고 쓸 때의 가책. 무엇보다 이것이 너무나 즐겁고 좋은 일이라서 나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나 자신의 쾌락만을 이렇게 적극적으로추구해도 괜찮을까 의심이 생길 때, 나는 레이먼드 윌리엄스를 생각한다. 테리 이글턴의 스승 레이먼드 윌리엄스를 생각한다. 위로가 되었던 4학년 2학기의 그 전공수업을 생각한다.  

 

 














테리 이글턴의 <비극> 20여 쪽 읽어보니 내가 왜 그의 다른 책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을 완독하지 못했는지 알겠다. 어렵다. 독자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전제하고 작품에 대한 해석을 풀어가다 보니, 1을 모르는데 4, 5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느낌이다. 첫번째 챕터 <비극은 죽었는가>을 읽다가 서둘러(?) 두번째 챕터 <근친상간>으로 넘어갔다. 오이디푸스에 대한 분석에서, 자기동일성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모든 개인은 필연적으로 자기동일성이 없다는 것, 완전히 자기동일성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사람의 정체성의 한 속성이 된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우리는 어떤 것이 그 자체이면서 동시에 다른 어떤 것이라는 사실-예를 들어 한 여자가 동시에 어머니, 사촌, 아주머니, 딸이라는 사실-이 상징적 질서를 구성하는 특징이라는 것을 보았다. (59)

 



영어를 잘하는 나였다면, 원서를 찾아봐도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잊지 말자. 이 책의 번역자는 정영목 님이시다. 더 좋은 번역이란 불가능하다, 한국어로는.  



쓰고 싶은 글들이 밀려 있는데, 계속 소소하게 바쁘다.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 건조기가 하는데. 무슨 일인가. 다음 글은 럭키박스 vs 폭탄박스에 대한 이야기고, 그 다음은 <감시와 처벌> 완독기이며, 그 다음은 정보라와 우주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리고 또 그 다음은…… …… 예고했으니 쓰겠지. 그러겠지? (사실, 예고하고 안 쓰는 경우도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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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15 0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들 다 커서 각자 나가도 바쁘군요 ㅠㅠ 가책없이 읽고 쓰기!! 꼬옥 지켜나가셔야 합니다. 그나저나 sow 작가님이 저런책도 쓰셨군요. 호오. 문맹은 저도 읽었는데 기억이 희미 ㅎㅎ

책읽는나무 2023-09-15 11:23   좋아요 1 | URL
저도 문맹 읽었었는데 저런 대목이? 하고 놀람!😳

단발머리 2023-09-20 17:44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 특히 그 주는 그랬네요. 그래도 도서관에 책 찾으러 갈 시간이 있었으니 나름대로 만족합니다. 전 그 작가 책은 <문맹>만 읽었어요. 다른 책은 아 무서라.....

책나무님 / 같이 놀라시죠~~~~ 헉!!

다락방 2023-09-15 0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테리 이글턴은 김혜리 팟빵의 정윤수 평론가 님더 극찬하시더라고요. 저도 테리 이글턴 두 권인가 가지고 있는데 한 권 시도했다 금세 덮었었어요.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 럭키박스 글 기다립니다!! 정보라도!! >.<

단발머리 2023-09-20 17:45   좋아요 0 | URL
저 지금 테리 이글턴의 다른 책을 폈는데 세상에나...... 이렇게 재미질 수 없습니다. 예수님 나옵니다.

2. 럭키박스 글 유행 다 지났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행은 속도전이고 나는 게으르다.
어쩔까, 쓸까 말까.....

다락방 2023-09-20 18:04   좋아요 1 | URL
써요!!

단발머리 2023-09-20 18:06   좋아요 0 | URL
써요!!! (밥 좀 먹고 ㅋㅋㅋ 청소하고요. 과자 먹으면서 쓸게요!)

서곡 2023-09-15 0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굿모닝입니다 테리 이글턴 비극 저도 찜해놓은 책이라 반가워서 댓글 남깁니다(문학을 읽는다는 건 저는 그냥 꾸역꾸역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레이몬드 윌리엄스 좋아합니다 친구가 헌책방에서 산 윌리엄즈의 현대비극론 빌려 읽고 감동받았었습니다(새로 번역되면 좋겠네요)

단발머리 2023-09-20 17:46   좋아요 1 | URL
서곡님 안녕하세요^^ 댓글 답이 늦어서 죄송요.
레이먼드 윌리엄스 좋아하신다니 너무 반갑고요. 저는 서곡님이 추천해주신 <현대비극론>을 얼른 찾아봐야겠습니다.
새번역이 있으면 좋을텐데요!

2023-09-15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0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9-15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태한 소일거리인 줄 알지만 즐겁고, 그런데 나태한 것 치고는 또 힘든 일이네요 저한테는. 테리 이글턴은 단발머리님이 어렵다하시니 굳이 읽으려고 하지 않겠어요. <독서의 즐거움>은 번역 제목이 좀 애매한데.. 독서를 하고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서문이 제일 좋았고 그 뒤로는 잘 실천하지 못했다는 ^^;

단발머리님의 예고된 글들을 기다립니다. <감시와 처벌> 완독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3-09-20 17:48   좋아요 1 | URL
예고된 글들이 적절한 시기를 놓친 거 같아 쓰는 게 좋을지 어쩔지 고민중입니다. 저는 넘나 게으른 1인으로....
다른 책들 페이퍼도 밀려 있는데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감시와 처벌> 축하 감사해요. 저는 축하를 꼭 받아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적어도 이 책은요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20 17:49   좋아요 1 | URL
저도 요즘 넘나 게을러져 백래시도 안쓰고… 샤프도 안 쓰고…

그냥 넘어가지요. 이럴 때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단발머리 2023-09-20 17:59   좋아요 1 | URL
😘😍🥰

공쟝쟝 2023-09-15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리 이글턴라면 제게 유물론 책이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읽다 말았음ㅋ) 그는 빨갱이인데 신앙인이라고 알고 있어요~ 단발님은 그를 좋아하실 겁니다. (유물론 니체와 프로이트의 몸에 대해 다루는 책인데 같이 읽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감시와 처벌 완독 축하드립니다❤️
-유물론자,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을 좋아하는 페미니스트(;;)이자 참 신앙인의 친구 쟝쟝 올림-


https://m.hani.co.kr/arti/culture/book/433925.html#ace04ou

단발머리 2023-09-20 17:49   좋아요 0 | URL
그 책을 읽고 있어요. 이런 좋은 책을 왜케 늦게 알려 주나요. 이제 내 아이디는 테리짱입니다.

감시와 처벌, 완독이 가능한 사람.... 이 우주에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축하 좀 많이 해주세요!! 많이많이!

책읽는나무 2023-09-15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럭키박스!!!!!!!
기대가 됩니다.
폭탄박스는?
그래도 재미를 기대합니다.
오늘도 좋네요. 단발 님의 이 글두요.
좀 뭐랄까...위로가 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한 번씩 단발 님의 글에선 위로를 받고 갑니다.
이제 고백하지만요.^^;;;

단발머리 2023-09-20 17:51   좋아요 1 | URL
기대하시면 좋지만 ㅠㅠㅠ 너무나 유행 지나간 것입니다. 책도 다 골라놨는데.... ㅠㅠㅠ
그래서 쓸까 말까 계속 고민 중입니다.

제 글이 위로가 되었다니.... 책나무님의 댓글이야말로 저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며 위로입니다.
감사해요, 책나무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비교적 최근에서야 이제 버틀러를 읽을 준비가 되지 않았나 하는 황당한(?)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렇다고 <젠더 트러블>을 다시 읽을 수는 없을 것 같고, 친구가 선물해준 예쁜 책이라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그런 건설적인 생각을 잠깐 해 본다.


영어에서 여성-생애주기 어디쯤에 놓여 있든 상관없다-을 묘사하는 거의 모든 단어는 어느 정도 음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슐츠가 썼듯이, "언어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현상은 소녀나 여성을 묘사하는 단어가 처음에는 중립적이거나 심지어는 긍정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다가도, 점진적으로 부정적인 함의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 함의는 처음에는 약간 헐뜯는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악의적으로, 결국에는 성적인 모욕으로 변한다". - P39

컴퓨터 언어학자이자 《JSTOR 데일리JSTOR Daily》의 언어칼럼니스트인 치루Chi Luu는 누군가를 모욕적인 단어로 부르는 행위는 그가 화자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욕의 최종 목적은 모욕당하는 사람의 행동이 화자가 특정 집단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P53

이런 용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페미니즘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많은 언어학자들은 아마 나를 용서할거다. 왜냐하면 여성을 향한 모욕들은 소리 나는 방식 면에서 디자인이 잘 빠졌기 때문이다. 음성학적으로 ‘슬럿’, ‘비치’, ‘컨트‘, ‘다이크‘는 영어권 화자들이 일반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고 심지어는 가장 처음 사용한 청각적 레시피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 P54

(이 단어는)... 20세기 초 여성해방운동을 폄하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서프러제트‘는 감히 투표를 원하는 남편없는 노처녀라는 의미였다. 여성해방운동은 분명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지만(처음에는 부유한 백인 여성에게만 이득이 되었다), 언어학적으로 멋진 부분은 이 여성들이 ‘서프러제트‘라는 단어를 빼앗고, 포스터에 적고, 길거리에서 소리치고, 이 이름을 딴 정치잡지를 만들어 내어 오늘날 영어권 화자 대부분은 이 단어가 처음에 모욕이었다는 걸 완전히 잊었다는 점이다. - P59

왜 어떤 사람들은 이본 브릴과 같은 성공한 전문가이자 여성인 사람을 젠더링하는 것, 즉 그냥 ‘과학자‘라 부르는 대신에 ‘여과학자‘라고 부르는 것이 공격적이라고 느끼고,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을까? - P71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참조되는 네 개의 사전(콜린스 사전, 메리엄-웹스터 사전, 딕셔너리닷컴,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모두 ‘여성’이라는단어를 ‘성인 여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는 여성이 되는 것과 성인 여성이 되는 것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여성이란 무엇인가? 이 사전들은 모두 여성을 ‘난자와 자손을 낳는 성‘(또는 약간의 변형)으로 정의한다. 사전에 따르면 여성이 되려면 난자와 자손을 낳는 성인이어야 한다는 연결을 만들 수 있다. 정의는 신체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사전은 모두 ‘남자‘를 ‘성인 남성‘으로 정의하지만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남성이라는 항목은 단순히 ‘개별 인간‘이라고 쓰여 있다. 이는 만연한 기본 남성성 개념의 눈부신 반영이다.) - P77

버틀러는 젠더 수행성이라 불리는 이론을 통해서, 젠더가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무엇을 하는가‘를 말한다고 주장했다. 버틀러가 보는 대로라면, 사람은 우리가 ‘있도록’ 하는 일을 하기 전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누구인가와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가는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사회적인 실천을 배우고 이에 동참하는 바로 그 순간에 당신과당신의 젠더 정체성이 부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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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9-14 1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찌찌뽕. 저도 버틀러를 이제 좀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얼마전에 다정한 지인이 선물해준 버틀러 입문서를 좀 꺼내볼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단발머리 2023-09-14 11:37   좋아요 0 | URL
저는 위의 버틀러 읽은 후에 <비폭력의 힘>을 읽어볼까 합니다.
...... 이상 집에 버틀러 책 3권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다락방 2023-09-14 12:01   좋아요 1 | URL
저는 버틀러 안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다섯권을 가지고 있네요. 왜죠?

단발머리 2023-09-14 12:06   좋아요 1 | URL
다섯권이면….. 🤔
어디 가서 버틀러 좋아한다고 말해야할 듯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9-14 12:38   좋아요 1 | URL
버틀러,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에게 스며든걸까요? 하아-

단발머리 2023-09-14 12:49   좋아요 0 | URL
일단 스며든 걸로 봐야겠죠? 어제밤부터 제게 스며든 사람은 강동원 😘 꺅!!

건수하 2023-09-14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과학자... 저도 오늘 아침 들으며 뭔가 어색하다 생각했는데
영어로는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고
한국에서는 보통 ‘여성‘ 과학자 라고 쓰는 것 같습니다 :)


보컬 프라이가 뭔지 몰라서 유튜브에서 찾아봤는데요. 한국 유튜브는 주로 발성-노래와 관계하여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고. 저도 목을 굴리는 듯한 저런 소리 아이랑 내면서 놀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저게 뭐가 문젠지, 왜 싫어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되었네요. 저도 목소리가 좀 낮은 편이긴 한데.. ^^

단발머리 2023-09-20 17:53   좋아요 3 | URL
female을 붙이지 않을까 하고 저 혼자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도 그게 이해가 좀 안 가기는 해서요. 저도 영상도 좀 보고 관련된 인터넷 글 읽어봐도 모르겠더라구요. 여성을 욕하는게 그걸 끌어다 쓰는게 제일 주효한 목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낮은 목소리의 건수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하지 않습니까. 건조하시니까 낮죠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20 21:17   좋아요 0 | URL
아 그럴 것 같습니다 scientist는 -man 같은게 아니니 따로 단어를 만들진 않았을 것 같아요 ^^

전에는 안 낮았던 것 같은데 점점 낮아지더라고요 ^^

책읽는나무 2023-09-14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틀러는 아주 아주 위대한 책인가 보군요^^

단발머리 2023-09-20 17:54   좋아요 1 | URL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우리 인생에....... 버틀러 한 번은 읽어봐야죠.

주디스 버틀러!
옥타비아 버틀러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