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낼 럭키 박스
럭키박스인지 폭탄박스인지
알라딘 이웃님들의 럭키박스, 폭탄박스 페이퍼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어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나는 아주 게으른 사람이고. 못 쓰겠다 싶었는데 락방님이 ‘써요!’ 해서 쓴다. 유행 다 지났는데, 그래도 써야지. ‘써요!’ 해서 쓴다. (재차 강조) 다락방님과 잠자냥님의 페이퍼를 읽고 오시면 훨씬 좋을 듯하다.
럭키박스와 폭탄박스의 책을 고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책들을,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책으로 고르면 어떨까. 럭키박스는 오히려 단순하다. 책을 전해줄 사람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책, 즉 나에 대한 호감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책을 찾으면 된다. 그런 경우 내 박스의 차별성은 폭탄박스에 있다. 폭탄박스의 책도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완전 좋아하는 책들로 골라 보면 어떨까. 나의 참모습을 그/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책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이런 나를… 당신은 계속 좋아할 수 있나요?
비교적 무난한 럭키박스부터 시작한다.
<고통에 관하여>는 최근에 읽은 소설이다. 와, 정보라. 이야, 정보라. 사람마다 좋아하는 소설의 양태와 형식이 있겠지만, 나는 이 소설 한 권으로 정보라를 완전 좋아하게 되었다. 고통과 구원에 대한 책은 언제나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고통과 구원이 필요하지 않은 인생이란 없으니.
두 번째는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내가 사랑하는, 존경하는, 애정하는 페미니스트가 여럿이지만 나는 에이드리언 리치가 제일 좋다. 그 서늘함이 좋고, 담담함이 좋다. 그녀의 문장에는 아무리 밑줄을 그어도 성에 차지 않는다. 필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그녀의 문장을, 나는 오래오래 사랑한다.
세 번째는 <Love Wager>. 이 책도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인데 여남 주인공이 모두 매력적이다. 당신과 이렇게 알콩달콩한 사랑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제게도 있어요. 당신이 잭을 맡아 준다면 말이에요. 가능한가요? 잭, 가능하겠어요?
이제 폭탁박스 차례다. 시작은 한나 아렌트.
첫 번째는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이 책은 자랑하기 위해 넣은 게 아니라, 진심 내가 사랑하는 아렌트의 책으로서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읽고 있어요’의 기간이 좀 길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내 책상에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책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반유대주의의 근간과 전체주의와의 상관관계 뿐만 아니라 그 다음을 예측하는 아렌트의 진면목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같이 확인해 보자고요. 만약, 아렌트? 라고 묻는 당신이라면 노래를 하나 불러 드리겠어요.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떠나가겠소.
두 번째는 <여자는 인질이다>.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페미니즘 책을 요만큼 읽었다는 건 알고 있겠지. 이 책의 원제는 <Loving to Survive>. 남성 지배 사회와 여자의 인질 심리를 사회적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풀어냈다. 물론 제목이 강렬하다. 약간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렇다는 것을, 우리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혹 당신, 모르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세 번째는 Neapolitan Novels. 전 세계 Ferrante Fever의 그 페란테. 페란테의 그 4부작, 나폴리 이야기. 작가는 이탈리아어로 썼지만 내가 선택한 책은 영어원서 4권. 한글로 읽고 영어로 읽을만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읽고 나서 니노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니노를 특정한 동물로 지칭했다. 나는 자주 그 동물에게 미안해졌는데 니노에게는 그 욕도 아까웠기 때문이다. 같이 읽어요, 같이 읽고 나랑 니노 욕 좀 해봅시다.
그리고 한 권을 더한다면, 지금 내게로 오고 있는 이 책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왜 저한테는 오늘 안 와요? 여보세요? 저 사이보그단발머리인데요. 왜 저한테는, 오늘 안 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