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냥님 서재의 책, 올려주신 사진 속 책들 갈음해서 올린다. 다 못 읽을 수 있겠지만 정리는 해 둬야 한다.

 


 

<읽었어요>


페미니즘의 도전(3권 있음), 정희진처럼 읽기, 낯선 시선, 친밀한 적,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오리엔탈리즘(은 읽은 걸로 해요ㅎㅎ),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천재를 키운 여자들





 










































<읽고 있어요>


포스트모던의 조건


 















<집에 있어요>  


완전한 영혼

 
















<얼른 사야해요>  



시작의 앎,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과학혁명의 구조, 나는 왜 쓰는가, 기후를 위한 경제학,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섹스 앤 더 처치, 유럽을 지방화하기, 자살의 이해, 액체 근대, 수치, 가만한 당신  


 





























































<왜 팔았나>


왜 쓰는가



 














정결한 마음과 바른 자세로 깨끗하게 고이고이 읽고, 필립 로스 책 알라딘에 팔았다. 왜 팔았나. 다시 사야한다. 미쳤나. 왜 팔았나.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오 2023-11-08 1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액체 근대>는 <액체 현대>로 필로소픽에서 다시 나왔어요! 개정판! 읽진 않았으나 갖고 있는 책이라 눈에 들어옵니다.
오잉 단발님이 필립 로스 책을 파시다니?!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님도 책 정리 빡세게 하시는군요.....

단발머리 2023-11-08 19:13   좋아요 3 | URL
진짜요? 나도 품절 확인하기는 했는데 ㅋㅋㅋㅋㅋㅋ <액체 현대>가 진짜 <액체 근대>에요? ㅋㅋㅋㅋㅋㅋㅋ<액체 현대>로 바꿔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저... 로스 책 저거 하나 팔았어요. 로스 책 다 있는 건 아닌데.... 원서든 한글책이든 고이고이 보존하거든요. 근데 저 책은 한 번 읽고 나서 (인터뷰집이니까) 한 번 더 안 읽겠지, 해서 <페이백> 받으려고 기한 전에 팔았........ 미쳤는가, 내가.........

은오 2023-11-08 19:23   좋아요 2 | URL
네 같은 책이에요!! 제가 댓글달기전에 혹시나해서 한번더 확인해보고왔습니다! ㅋㅋㅋ

바우만의 이 저작은 2009년 ‘액체근대’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이래, 학계에서부터 일반 독자층에게까지 존재감을 발휘했으나 한동안 독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이제 원서의 2012년 개정판에 기초한 한편, ‘액체 현대’라는 새 제목에서도 보이듯 한층 세심해진 번역으로 다시 새롭게 독자들과 만난다.

하 슈퍼바이백의 유혹..... 그거 참기 힘들긴 합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8 19:23   좋아요 2 | URL
액체 현대, 나는 왜 쓰는가.. 메모메모.
이 페이퍼 찜이네요.
아 알라딘 너무 좋아 ㅠㅠ 천재 여성들이 가득해 ㅠㅠㅠ

단발머리 2023-11-08 19:26   좋아요 1 | URL
아니... 나 방금 <페이백>이라고 했어요? 슈퍼바이백 생각 안 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엥?

난 아까 <액체 근대> 품절인거 보고, <액체 현대> 봤는대도 짝퉁인줄 알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 사이의 연관성을 가늠하지 못했.......일단 천재 여성..... 저는 아니네요.



은오님, 천재 여성 확실시됨.... <액체 현대> 보유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

잠자냥 2023-11-08 20:00   좋아요 2 | URL
먹는 데 천재 다락방

잠자냥 2023-11-08 20:01   좋아요 2 | URL
헤 난 액체 근대 읽었지롱

다락방 2023-11-08 20:11   좋아요 4 | URL
심지어 액체 근대를 읽은 잠자냥 님.. 이곳 알라딘은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단발머리 2023-11-08 20:16   좋아요 3 | URL
아…. 홈런인가요? 액체 잠자냥…..

잠자냥 2023-11-08 20:31   좋아요 4 | URL
너드 소굴

독서괭 2023-11-08 20:39   좋아요 2 | URL
아니 액체 근대 이런 책도 있나 했는데 심지어 읽었다니…

잠자냥 2023-11-08 20:46   좋아요 3 | URL
바우만 그걸로 유명한데.. 거기서 아류작으로 나온 책들 많아요. 리퀴드 러브 막 이런 거

잠자냥 2023-11-09 14:18   좋아요 0 | URL
흠흠/ 락방아 나 얼마 전 너가 읽고 싶다고 담아둔 <뺏벌>도 읽었다?
97년인가 96년인가 그때였을 거야.... 총여 언니들로부터 의식화교육당하던 그 시절 ㅋㅋㅋㅋ
팟빵에서 쌤이 이 책 이야기하실 때 어깨에 힘 좀 줘봤다. ㅋㅋㅋㅋ

단발 님 저 연타석 홈런인가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1-09 14:50   좋아요 1 | URL
연타석 쓰리런 홈런이에요! 괴물 타자인가? ㅋㅋㅋㅋㅋ 이 무슨 일 ㅋㅋㅋㅋ 전 락방님 방에서 처음 보았는데 말이에욬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9 15:03   좋아요 2 | URL
대박 뺏벌도 읽었다니!!

음..

저는
저는

선생님 이번호 매거진에서 언급하신 <행복한 엠마 그리고 돼지>는 봤습니다. 오만년전에 씨네큐브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때 거기에 잠자냥 님 계셨습니까? ㅎㅎ

잠자냥 2023-11-09 15:19   좋아요 0 | URL
ㅇㅇ 그거 책이랑 영화 다 본 자....잠자냥
단발 님 저 만루홈런인가요? ㅋㅋㅋㅋ

독서괭 2023-11-09 15:22   좋아요 1 | URL
뭐야 잠자냥이 안 읽은 건 뭐야!!
아 그 무수한 베스트셀러 안 읽었겠죠.. ㅋㅋ

잠자냥 2023-11-09 16:27   좋아요 0 | URL
괭/ ㅇㅇ 음.... 근데 쌤이 베스트셀러 안 읽어도 된다고 했삼. ㅋㅋㅋㅋㅋ(오프 더 레코드)
베스트셀러란 ˝사회적 합의가 이미 이루어진 책˝이므로 새로운 사유를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그래도 굳이 읽고 싶다면,,,, 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읽으라고.

잠자냥 2023-11-08 2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책 판 거 진짜 놀라운데요?!

단발머리 2023-11-08 21:27   좋아요 0 | URL
에구 ㅠㅠㅠ 내가 슈퍼바이백에 눈이 멀었지… 13000 얼마에 팔았어요 ㅠㅠㅠ 한 번 더 안 읽을 줄 알고…. 바부 ㅠㅠ

잠자냥 2023-11-08 20: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만한 당신은 3권 추천합니다.케이트 밀렛 언니에 관한 글 등등 절절하게 와닿는 글이 가장 많았어요!

단발머리 2023-11-08 21:28   좋아요 0 | URL
1권부터 다 읽을거지만 3권 먼저 읽겠어요. 이것도 3권 다 읽은 거에요? 헐!!!!

잠자냥 2023-11-08 21:41   좋아요 3 | URL
아니 2권에 속하는 <함께 가만한 당신>은 안 읽었습니다. 그런데 1과 3중에는 3이 더 좋았고요. 페미니스트 등 더 관심 가는 사람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단발머리 2023-11-08 21:48   좋아요 1 | URL
적어요, 적어!
1과 3중에는 3이 더 좋음. 2권은 패쑤함.
은오님? 다 적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9 11:38   좋아요 2 | URL
저는 가만한 당신 1권 읽으면서도 좋았거든요? 역사적으로 약자의 편에 섰던 사람들은 모두 페미니스트였구나, 를 깨닫게 한 책이었어요. 훌륭한 사람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닐 수 없었구나, 라는 당연한 깨달음이요. 물론, 3권도 엄청 좋았고요. 이상하게도 저 역시 2권은 패쓰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네요? 하하하하하.

은오 2023-11-09 13:01   좋아요 2 | URL
단발님/ 네!!! 안그래돜ㅋㅋㅋ 어제 댓글 보고 보관함에서 1권 빼고 3권으로 교체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11-08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랑이 찢어지겠어요:;;;

은오 2023-11-09 13:0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이미 찢어진거같아요ㅠㅠ

잠자냥 2023-11-09 13:23   좋아요 1 | URL
수면바지 안 그래도 찢어졌더라.

햇살과함께 2023-11-09 13:3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책 말고 수면바지도 사주시려고?

잠자냥 2023-11-09 13:56   좋아요 0 | URL
ㅇㅇ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1-09 14:51   좋아요 1 | URL
ㅇㅇ 이것은?!?!
응응! 아니면 오야~~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9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필립 로스 저 책 왜이렇게 비싸요? 저 한 권 사도 무료쿠폰 사용해서 사려고 했는데 쿠폰이 필요 없는 책이네요? 껄껄.

단발머리 2023-11-09 18:53   좋아요 0 | URL
저 책이 그런 책입니다. 두껍고 훌륭하고 아름답고 소장해야 하며 비싼 책.... 제가 그런 책을 팔았다구요. (어흑)
 




 












지난 토요일에는 <! 윌리엄!>을 읽었다. 하루 종일 그 책만 읽었고, 덕분에 다른 책은 하나도 못 읽었다. 내 인생의 모토가 대충대충인 줄 나도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느슨하게 읽었는지 몰랐다. 아니면 원서로 읽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자기 고백). 아무튼 다시 읽는 <, 윌리엄>은 참 좋았다. 나는 루시를, 윌리엄을 좋아한다.

 

 

<! 윌리엄!>을 읽고 썼던 페이퍼를 읽어봤는데, 여기 쓰려고 했던 말이 그대로 있었다. 아하.... 자기 복제의 시간

I am 단발머리, a kind of replicant.

 


William is the only person I ever felt safe with. He is the only home I ever had. (<Oh, William!>, 38p)

 


나는 한 번도, 어떤 남자에게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없다. 안전하다고 느낀 적이 있고, 편안하다고 느낀 적도 있지만 이런 표현이라니. 글쎄,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랬던 사람, 내게 집 같았던 사람과도 헤어질 수 있다.

 

 

이번에 <, 윌리엄!>을 다시 읽으면서 왜 루시가 그렇게 말했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그건 <, 윌리엄!> 168쪽에 나오는데, 내가 이 책 <Lucy by the sea>에서 발견하는 윌리엄의 모습과 완전히 겹친다. 또한 윌리엄에 대한 이런 느낌과 생각, 감정이 어쩌면 허상일 수도 있다는 루시의 깨달음은 <, 윌리엄!> 294쪽에서 그려지는데, 나는 그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실제가 아니고 허상일 수 있다는 점. 진실에 가깝지만, 진실은 아니라는 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결혼 이후 만들어지는 여성의 경험은 이주 여성의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최근에 알라딘 이웃님들이 함께 읽으셨던 <Story of the World Vol. 1 : History for the Classical Child : Ancient Times>를 통해 로마 초기 약탈혼에 대해 알게 됐다. 재생산이 부족의 존립과 유지를 위해 중요한 가치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저출산에 대한 이 호들갑을 보라!), 여성은 재생산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소중한 재산이었다. 여성은 교환과 무역의 대상이었고, 바로 그런 이유로 약탈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약탈혼을 통해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전혀 다른 민족 속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했던 여성의 경험은 시댁(시월드)’라는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는 여성의 경험과 비슷하다. 같은 민족이고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리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각 가정 안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새로운 세계, 이방인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이방인의 세계에서 여성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남편뿐이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를 그곳으로 안내한 사람. 여성은 오직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만 안전하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하는 일들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내게 설명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며, 현재 발생한 그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건 그가 유능해서가 아니라, 그가 바로 그 세계에 속한사람이기 때문이다.

 

 


루시의 경험이 조금 더 강렬했던 이유는 그녀가 식탁 위에 소금과 후추도 둘 수 없었던가난한 가정의 출신이기 때문이다. 루시를 처음 레스토랑에 데리고 간 사람이 윌리엄이다. 루시를 처음 영화관에 데리고 간 사람도, 그녀에게 팝콘을 사 준 사람도 윌리엄이다. 루시는 이렇게 말한다.

 


This man had brought me into the world, is what I am saying. As much as I could brought into the world, William had done this for me. (<Lucy by the sea>, 286p)

 

 


복잡한 심경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결국 나는 노선을 정했다. (대통령 장모 집으로 통하는 노선 아님) 작은 여행 가방을 가지고 차를 몰아 내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오고 있는 그 사람을.

 

 


나는 안아준다.

나는 윌리엄을 안아준다.

나는 루시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11-08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윌리엄은 루시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세상으로 데리고 가 준 사람이네요. 그런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결국 함께 살다 서로 헤어졌다해도, 그 사람이 내게 준 것, 해준 것을 잊을 순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루시 바이 더 시 번역본 나오면 읽으려고 대기중인데 아, 단발머리 님 페이퍼 보니까 그냥 도전해볼까 싶네요. 그렇지만 그냥 도전해볼까 싶은 원서가 너무 많아서.... 결국 아무것도 못보고 있답니다?

그런 한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어떻게 루시를, 윌리엄을 만들었을까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요?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입니다.

단발머리 2023-11-08 12:03   좋아요 0 | URL
윌리엄이 가정을 버리고 불륜의 미로 속에 빠져있었을 때, 루시가 그걸 알았을 때, 죽을 거 같다... 그랬잖아요. 그렇게 내게 ‘온 세상‘이 되어준 사람이 변심했을 때의 절망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해 봤구요. 탈출한 거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것만이 살길이며..... 근데 그 사람이 또 나를 구해줍니다. 내 생명을 자기의 생명보다 더 소중히 여겨 ㅠㅠㅠㅠ

할말은 많으나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노선을 정했거든요. 애정 노선으로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도 그 생각했는대요. 모델이 있지 않을까요? 윌리엄, 루시에 대한 모델이요. 전 진짜 길 가다가 윌리엄 보면 알아볼거 같거든요. 표정도 막 그려지고요. 정말 대단한 작가님이십니다, 스트라우트!!!

바람돌이 2023-11-08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트라우트의 책은 다시 읽기 좋은책인듯....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생길 거 같아요. ^^
저도 루시가 윌리엄에게 느끼는 저 감정 뭔지 알거 같았어요. 좀 짠한데 왜냐하면 그런 감정의 애정이 완전히 끝까지 행복하게 가는 경우가 좀 드물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런 윌리엄 입장에서의 글도 보고싶다는 생각을 햇었어요.
참 단발머리님이 소개해주신 책 친밀한 적 반쯤 읽다가 지금 살짝 던져놨어요. 번역이.....ㅠ.ㅠ 그래도 좋은 책이라 조만간 다시 읽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3-11-12 16:2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바람돌이님! 스트라우트 책은 다시 읽어도 참 좋네요.
저는 그런 ‘짠한‘ 기분, 그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고 싶고, 또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나도 모르게....
그러니까 제가 스트라우트에게 말린 셈이죠. 저는 윌리엄을 안아주고야 말았습니다.

<친밀한 적> 번역이 좀 그렇기는 하죠 ㅠㅠㅠ 바람돌이님의 읽기 응원합니다. 리뷰도 남겨주시구요!!

유부만두 2023-11-08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의 최애 스트라우스 소설은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이에요. <모든것은 가능하다>로 그 세계의 연장선을 보았지만 전작에 대한 제 마음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그 다음 시리즈는 안 읽었어요. 그런데 윌리엄이 생각이 안나요?;;; 분명 루시 남편이니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데. 아 맞다 루시가 병원에 있는 동안 바람 났었나 그랬죠?
그런데 단발님은 애정노선 해주신다고요. 음… 궁금해지네요.

공쟝쟝 2023-11-08 22:33   좋아요 1 | URL
저도요! 저는 제목만 떠올려도 저작근이 뻐근해지는 몸의 반응이 있어요.

단발머리 2023-11-12 16:25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 전 말씀하신 그 두 권을 읽지 않았......................... 그래서 이전 세계로 돌아가는 일이 더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윌리엄은 바람을 핍니다. 저는 애정노선으로 정했구요. 유부만두님도 읽어주세요. 저만 혼란스러울 수 없다니까요!!

공쟝쟝님 / 뻐근하다 못 해 찌뿌둥!!
 





 













<Lucy by the Sea>를 읽고 있다. 사연이라면 이렇다. 나는 올해 초, 첫 영어책으로 <Oh William!>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다른 말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 윌리엄!>을 읽는 시간이 참 좋았다. 푹 빠질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것도 좋았고, 읽으면서 중간중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때도 즐거웠다.

 


현재는 오더블 구독을 하고 있는데, 오더블 구독을 하면 한 달에 크레딧을 한 개씩 받는다. 사 놓고 안 들었던 오디오북이 많아 해지 상태였는데, 한 달에 0.99달러 3개월 행사를 한다고 안내 이메일이 와서 다시 구독했다. 암튼 해지 전에 크레딧 정리하면서 <Oh William!>도 구입해 두었더란다. 한 번 더 읽어야지, 의 마음.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하는데, …… 역시나 좋다.  2장을 읽은 찰나, 그다음 이야기가 담긴 책이 집에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겉에서 보면 수납장이지만 문 열면 책장인, 사 놓고 안 읽은 원서가 그득한 원서 칸을 살피니 이 책이 있다. <Lucy by the sea>. 그래, 그러니까. 이 책이 집에 있네. 그렇게 책을 펼치고, 그리고 나는 이 책만 읽는다.

 


이 글은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쓰기 시작했는데, 원래 제목은 <윌리엄 욕하기 (feat. Lucy by the sea)>였다. 나는 윌리엄을 욕하고 싶었다. 그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쓰고 싶었고, 그의 행동이 얼마나 비열한지 쓰고 싶었고, 그의 악행이 얼마나 의도적이었는지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나는 윌리엄을

 


윌리엄을 좋아하게 됐다. 이해하게 된 건 아니지만, 그의 어떤 행동에 감동을 받았다. 싫으면서도 좋은, 미우면서도 좋은. 그렇게 내 고민은 시작되었다.  

 


인간은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존재라는 걸 안다. 정체성이라는 건 사람들이 붙여놓은 이름이라는 걸 안다. 임무나 역할이 아니라, 사람 존재 그 자체로서 그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걸 안다. ‘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윌리엄에 대한 나의 감정이 복잡해질 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윌리엄이 좋은 사람이면서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안다. 루시에게 과 같은 사람이었으면서, 루시 안의 튤립 줄기를 툭 꺾어버린 사람이란 걸 안다. 좋은 아버지이고 다정한 남편이었으면서 바람둥이였다는 걸 안다. 실패한 후에도 다시 일어설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정확한 판단을 빨리 내릴 줄 아는 사람이면서, 루시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안다. 그러니까, 나는 윌리엄의 양면적 혹은 다면적인 모습을 알고, 그걸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적어도 그는 소설 속 가상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하지만!!! 그에 대한 내 감정이 이렇게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윌리엄은 85% 정도로 좋은 남편이었지만 바람을 피웠으니 나쁜 남편이다. 오엑스. 그가 불륜을 저지르고 가족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었지만, 루시를 구해주었으니 결국은 좋은 사람이다. 오엑스. OX.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는 감정 이분법에 빠진 사람인가. 호감 아니면 비호감. 호 또는 불호. 사실 나는 애증이라는 말이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애와 증이 공존한다면, 그 상태의 핵심 정서는 애가 아니라 이라고 생각한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함께 한다면, 하얀색과 파란색이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하늘색으로 변하듯이 말이다. 하늘색은 하얀색이 아니라 파란색에 가까우니 말이다. 양가감정이란 말도 그렇다. 두 가지의 상호 대립되거나 상호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양가감정 중, 정서적 양가는 조현증의 일반적 특징이기도 하다. 나는 정리하고 싶다. 정하고 싶다.

 


 

나는, 담백하게 윌리엄을 미워하고 싶다. 그를 미워하고 싶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게 안 된다.

 


 

그런 사람도 존재한다는 걸 안다. 어떤 사람은 마음의 크기가 한없이 드넓어서 여러 사람을 사랑하고 아껴줄 시간과 체력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걸 말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여기 윌리엄의 마음이 있다. 윌리엄은 자신의 마음을 나누어 준다. 첫번째 부인 루시와 세 번째 부인 에스텔에게 준다. 세번째 결혼에서 얻은 10살짜리 딸 브리짓과 첫번째 결혼에서 얻은 장성한 딸들 크리시와 베카에게 나누어 준다. 마음을 이렇게 나누어 준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는(소설을 읽을 때 나는 루시가 되니까), ‘루시인 나는 윌리엄의 마음 전부를 원하는가. 그를 온전히 소유하기 원하는가. 그의 마음 전부가 내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불가능한데그건 불가능한데, 난 그걸 원하는 걸까. 괜찮아 보이는, 혹은 근사한 모습의 윌리엄이 온전히 내 사람이기를 원하는 걸까. 짜증날 때도 있고, 가끔 떨어져 있을 때 기쁘기도 하지만, 그가. 그 윌리엄이 내 것이길 원하는 걸까.

 

 


 

나는 노래를 좋아해서 자주 흥얼거리는 편인데, 정확히는 흥얼거리기 보다는 좀 크게 부르는….. 편이다. 설거지할 때도 운전할 때도 거리를 걸어 다닐 때도 노래를 부른다. 나는 항상 아멘이라서 찬양도 많이 부른다. 어떤 노래가 꽂혔을 때는 그 노래듣는다. 열 번, 백 번, 이백 번. 그 노래만 듣는다. 요즘에 꽂힌 노래는 스텔라장의 <L’Amour, Les Baguettes, Paris>이다.

 


나는 노래방에 가지는 않아 그쪽 세계는 잘 모르지만, 노래를 많이, 자주 부르는 사람들은 안다. 자신의 음색과 음역대와 잘 어울리는, 즉 노래를 불렀을 때 좋은(?) 효과를 내는 노래가 따로 있다는 걸 말이다. 화사, 심규선, 스텔라장 같은 몽환적 목소리는 따라 하기도 쉽지 않고, 따라 한다고 그대로 되지도 않는다. 어쩔. 나는 스텔라장의 노래를 부른다.


 



 








파리를 닮은 여인, 한여름 땡볕에 썬탠을 하고 한껏 섹시해진 프랑스어 잘하는 친구 만나면 한글 발음 좀 써달라고 해야겠다. 라무흐, 레 베게트, 파리. 이것밖에 모르겠다.


 

L’Amour, Les Baquettes, Paris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오 2023-11-04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이랑 윌리엄 얘기 하려면 저도 오 윌리엄을 얼른 읽어야겠어요! 루시바턴 읽고 윌리엄은 아직 남겨뒀는데......

공쟝쟝 2023-11-04 21:59   좋아요 2 | URL
그 전에 <무엇이든 가능하다!> ! 전 루시 바턴 세계관 계보도 그렸는데. 다음 기회에 올리도록 하겠어요.

단발머리 2023-11-07 17:45   좋아요 1 | URL
은오님 / 그래서 제가 제 옆자리 앉으시는 분께 <오, 윌리엄> 권했다는거 아닙니까. 어제도 점심 시간에 루시 이야기 나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님 / 전 두 권 남았으요. <내 이름은 루시 바턴(반 읽음)>이랑 <무엇이든 가능하다> 뒤쪽을 먼저 읽는 편 ㅋㅋㅋㅋ

공쟝쟝 2023-11-04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감정이 지표라고. (물론 어떤 생각이 굳어지면 그것이 감정의 작동 원리가 되기도 하죠) 감정이야 말로 몸에 새겨진 그 사람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내 감정의 결이 이토록 세세하구나를 헤아릴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하고, 그런 소설을 읽을 때는 단발님 말씀대로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걸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이 작가가 되는걸까요) 나 자신을 아는 데는 감정이 중요하지만, 그 이상을 알고자 하면 감정을 잠시 내려 놓을 필요도 있죠. 정말로 지식의 확장은 그럴 때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2. + 애와 증이 있을 때 증이 더 본질적이라는 말에 대해서. 내 감정을 정리하고 싶다는 ‘말‘(욕망)에 대해서. 제가 가진 지성을 총동원해서 내리게 된 어떤 결론을 하나 놓고 가자면....... 감정, 그것은 ‘변한다‘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변할지는 ... 모른다는 것. 다만 내 몸에 기입되는 관계-지식과 아주 멀리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내 감정을 느끼는 데 미련하고, 썩 좋은 감정 상태에만 살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좋은 감정을 느끼는 일을 많이하면서도, 미래의 나를 위해서 지금 나의 성급한 판단을 중지시키는 방법도 책을 읽으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몸들에서 나오는 감정들과 지식들을 더 이해하고 싶어졌어요.

3. 저는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시는 것 처럼 소통의 불가능성에 대해서 숙고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알고 계실지도? ㅎㅎㅎ 여기까지 적고 나니 갑자기 좋아하는 문장 긁어 오고 싶은 충동.

˝(152) 가령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와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두 문장은 문장의 주어만 다를 뿐 의미론적으로는 동일한 문장이다. 그러나 어떤 두 사람이 각기 이러한 생각을 품고 10년을 살았다면, 이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묻는 사람은 타인이 나를 이해할 수 없음에 초점을 맞추어 타인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한편, 내가 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묻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보다 경청하는 사람이 되었을 확률이 더 높다.˝

책의 출처는 허경 선생님의 <내맞너틀>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3-11-08 08:58   좋아요 0 | URL
1. 전 윌리엄에 대한 제 생각을 반드시 정리하고, 한 쪽으로 밀어내겠어요. 이쪽 아니면 저쪽이요. 저도 이 혼돈을 참을 수가 없으니까요.

2. 감정은 변하지요. 맞습니다. 성급한 판단을 중지시키는 방법도 있죠. 다만 저는.... 애가 5, 증이 7일 때는, 마이너스 2라는 계산이, 저는 안 된다는 거에요. 저는 그런 사람인가봐요. 찍히면 죽는다, 아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애가 5, 증이 7일 때, 제 계산법은 마이너스 38입니다. 다시는 안 만나죠. 안 만날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

3. 저도 이 책을 읽었다죠 ㅋㅋㅋㅋ 기억은 안 나는데.... 인용해주신 문장은 잘 기억해둘게요. 나도 써먹을것이다!!
 
테리 이글턴을 읽다
인간 삶 속의 성스러운 의미













댓글을 쓰다가 또 길어져서 페이퍼로 씁니다. 저는 이게 혹시 질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댓글 길게 쓰다 페이퍼 쓰면서 먼댓글로 연결하는 병 말입니다.

 

 

사회주의와 유물론, 무신론에 관한 부분을 같은 선상에서 연결해 설명하는 건 어려울 거 같고요. <신을 옹호하다>의 테리 이글턴의 주장을 중심으로 제가 이해한 범위 내에서 이야기해 볼게요.

 

 

건수하님의 물음에 대한 간편한 대답이라면, 그렇습니다. 사회주의는 무신론과 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표현이 마르크스의 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저도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헤겔 법철학 비판>입니다.

 


종교적 고통은, 현실의 고통의 표현이자, 현실의 고통에 대한 저항이다. 종교는 억압된 피조물의 탄식이며, 심장 없는 세상의 심장이고, 영혼 없는 현실의 영혼이다. 이것은 인민(人民)의 아편(阿片)이다


 

사회주의 사상의 창시자가 종교를 바라보는 관점을 이보다 더 명확히는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한편으로, 유물론 또한 사회주의 사상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빨간 무늬 친구들, 빨간 옷 친구들, 저의 허접한 설명에 웃고 있다는 거, 제가 압니다. 얼른 댓글 다시고요) 만물의 근원을 물질로 보고, 모든 정신 현상도 물질의 작용이나 그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유물론에 의하면, 인간의 영혼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걸 유발 하라리가 아주 쉽게 설명했죠. 과학과 의학의 발달, 특히 해부학의 발달로 인간은 인간의 을 더 세세하게, 더 샅샅이 접근했습니다. 인간 장기, 그 어디에서도 영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그들의 주장입니다. 하트 모양이라 생각되던 마음의 자리에는 심장이 있었고요. 그럼, 영혼은 어디? 머리 속? 거기에도 아무것도 없더라. 뇌란 1,200~1,400그램의 단백질 덩어리이고, 감각 기관을 통해 얻어진 정보의 처리, 전기 신호의 결과가 우리의 사고이며, 의식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영혼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죠. 진화 과정 중 어디에서도 영혼의 출현을 확인할 수 없다. 증거가 없다. 영혼은 없다.

 

 


서구-기독교-자본주의 세계는 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선택했고 지난날 침략과 수탈의 결과로 현재는 경제적으로 매우 풍요롭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개혁, 개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당연히 경제적인 이유에서였고요. 이제 이념의 선으로 세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 사회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가시는 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우리 모두 아는 바로 그 사람.)

 

 

<신을 옹호하다>에서 테리 이글턴은 이렇게 씁니다.

 


진부하게도 구원이란 예배와 율법과 의식(儀式)의 문제가 아니며 어떤 도덕적 원칙을 준수하는 문제도, 짐승을 죽여 제물로 바치거나 남달리 고결하게 살아가는 문제도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 구원은 굶주린 사람의 배를 채워주고, 이민자들을 환영하며, 아픈 이들을 찾아가 돌보고, 부자들의 횡포로부터 가난한 사람과 고아와 미망인을 보호하는 문제다. 놀랍게 들리겠지만 우리는 종교라는 특별한 기구를 통해 구원받는 게 아니라 서로 뒤섞여 살아가는 일상적 관계의 질을 통하여 구원받는다. 일상의 삶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기독교이지 프랑스 지식인이 아니다. (33)

 


사회적 약자(고아, 과부<성경 표현 그대로임>, 나그네<외국인>)에 대한 구약 시대의 정치적 장치와 제도는 성경에 여러 번 반복됩니다. 저는 그것이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하나님 나라에 분명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신약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사도행전 244-45)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신자들이 같이 모여 기도하며 생활하는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졌던 일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말이죠. 아니, 정확히는 어디선가 본 듯한, 들어본 듯한 모습입니다.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 는 사회주의 이상에 매우 가까운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쟝쟝님의 댓글, ‘참 사회주의자는 참 종교인과 같다.’에 동의하게 됩니다. 기존의 기독교해석의 틀로서는 말도 안 된다고 팔짝 뛸 일이기는 합니다만, 저는 약자에 대한 존중과 물적 재산의 통용과 관련해서는 기독교와 정확히는 초기 기독교와 사회주의가 공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주의와 합리주의에 대해서는 테리 이글턴이 하도 촘촘하게 때려 패기 때문에 그 맛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직접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 시대에 이미 과학은 이전에 종교의 차지했던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국과 지옥을 믿지 않은 사람이 없었던 중세 시대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모두 천국과 지옥을 믿지 않죠. 정치권력은 견제받습니다. 종교는 여러 차례 링 위에서 훅을 맞아 비틀거리며 휘청거렸고요. 과학, 명확한 의미로 하면 과학 추종자들은 과학이 그러한 판단과 견제 혹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대한 해답이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하는 그 넌센스를 도대체 어느 때까지 들어야 하는 걸까요.

 


 

불현듯 아직도 <과학혁명의 구조>를 아직도 읽지 않았구나, 하는데 생각이 머무네요. 일단 읽고 돌아오겠습니다. , 반드시 돌아옵니다. 황금가면 아니지만, 돌아옵니다. 반드시.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11-02 1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
개멋져.

단발머리 2023-11-02 11:57   좋아요 1 | URL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2 1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특히나 돌아온다는 말씀에서 멋짐 폭발입니다.

단발머리 2023-11-02 11:59   좋아요 1 | URL
저 이제 막 점심 먹고 커피 마시면서 초코케익 먹어요 ㅋㅋㅋㅋ 오후 일정 마치고 <Lucy by the sea> 쫌 읽은 다음에 돌아올게요. 특별히 페이퍼 제목 미리 알려드려요.

제목 : 윌리엄 욕하기 <feat. Lucy by the sea>

다락방 2023-11-02 12:07   좋아요 1 | URL
우엇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꼼짝않고 기다릴게요! >.<

잠자냥 2023-11-02 12:44   좋아요 2 | URL
꼼짝 하는 거 다 보이는데.....

추풍오장원 2023-11-02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식 개신교(한국 개신교도 포함)와는 상이하게 카톨릭 전통과 사회주의는 상당 부분 공명하는 부분이 있지요.

단발머리 2023-11-04 12:31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그런 측면이 있죠.

독서괭 2023-11-02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유주의와 합리주의에 대해서는 테리 이글턴이 하도 촘촘하게 때려 패기 때문에˝ ㅋㅋㅋㅋㅋ 갑자기 이 책이 궁금해지는군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3-11-04 12:31   좋아요 0 | URL
촘촘하게 꼼꼼히 자세히 때려 팹니다. 비평 전문가 아닙니까. 미학적으로 아름답게 때려 팹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1-02 13: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은 알고 있었는데 제가 왜 그런 댓글을 달았는지..
아마 쟝님이 ‘사회주의에선 정치적 사랑이라 할 만한 것이 윤리의 근간이다‘ 라고 하셔서, 종교적 사랑이 아닌 ‘정치적‘ 사랑이 궁금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과학은... 그렇습니다. 제가 과학을 업으로 삼고 있기에 그런지 더 자유주의 합리주의를 버리기가 힘들고,
그래서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회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테리 이글턴의 책을 읽어봐야 하는 걸까요? ㅠㅠ

분명 저번에 댓글을 달 때는 그레고리 펙 아니 스콧 펙의 종교적인 (그래서 안 읽어도 될 것 같은) 책이었는데...

공쟝쟝 2023-11-03 00:39   좋아요 3 | URL
그것이 일종의 도덕 원리로 통용되는 사회(실제로 구현되느냐는 다른 문제. 하나님의 나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가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불가피하게) 채택한 시장의 원칙보다 좋을지 아닐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런 가능성(사회주의)이 일단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 현시점에서.

고통을 피하기 위해 혹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이기적-선택을 하는 원자화된 개인들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의 원리를 가뿐히 편의적으로 이해한 후 비합리적이다! 배제하는 건 지적으로 게으르고 비겁하다.는 것이겠죠? 신앙인의 순교나 혁명가의 분신같은 것을 설명할 수는 없잖아요… (자기가 경험한 적, 혹은 그들만의 세계관에서 통용되지 않아)없다해도 있는 건 있는 건데.. 지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고해서 비합리적이라고 하는 건 다른 오만함인 거… /수하님 말씀대로 페미니즘 역시 여성들이 체계 건설자들의 지적오만함을 배워야하는 것과는 별개로… 남자 지식인, 정치인들이 원래는 없던거라 주장하고 싶은 (비이성적, 사적인ㅋㅋ) 목소리로 치부되는 거 잖아요?/

저는 정치도덕적 신념의 오만함 만큼이나 디치킨스의 오만함도 뼈 맞아야한다 생각하고 지식인은 적어도 정치인과 지식인은 뼈를 맞기 위한 임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의 자리에 과학이 앉았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합니다. 덧붙이면 돈도요! ㅋㅋㅋ 무엇을 믿느냐는 그와 가까운 사람들의 영향이 크며 (이 지점에서 저는 심각한 구조주의자입니당) 누구와 가까이 지내느냐에 여러분이라는 벗이 있어 행복하네요💖 (한잔 한 상태)

단발머리 2023-11-04 12:37   좋아요 1 | URL
건수하님 / 스캇 펙의 책은 분명 종교적인 스탠스가 명확합니다. 그 자신도 늦게 신자가 된 경우라서 더욱 그럴 수도 있겠구요.
근데 건수하님.... ‘과학을 업으로 삼고 있기에..... ‘ 이 부분 너무 멋져요. 문과 세상 알라딘에서 만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과학을 업으로 삼은 자 ㅋㅋㅋㅋㅋ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기에요!!

공쟝쟝님 / ˝지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고해서 비합리적이라고 하는 건 다른 오만함인 거... ˝ 이 부분이 과학의 한계라고 전 생각하구요. 객관, 관찰, 증명만이 완벽하다면,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해서는 뭐라 할지... 과학은 극단적으로 ‘그런 건 없다‘라고 하니까요. 인간의 감각 기관으로 인지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는게 정확한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래요, 촘촘히 때려 패는 것으론 부족하죠 ㅋㅋㅋㅋㅋ뼈 맞아야 합니다, 디치킨스 ㅋㅋㅋㅋㅋㅋ 아, 신간 나왔던대요. 리차드 도킨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1-04 15:13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업으로 하는 (…)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과학은 ‘모른다‘ 라고 한다고 생각해요.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과학적’ 근거는 없다 라고… 그런데 대중친화적인 과학서에서는 그 부분을 말하면 길어지니까 많이들 생략하는 것 같고, 그래서 과학에 대한 오해가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물론 그것도 과학자들의 책임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 반향이 컸다고 생각해요.

공쟝쟝 2023-11-04 22:22   좋아요 1 | URL
아 건조 수하님, 맞는 지적 이십니다. (수하님의 건조함이란 이과적 건조함?)

사실 해러웨이의 부분적 인식론은 그가 과학자였기에 가져온 통찰일 테고, 현대물리학이야 말로 급진적이라는 것, (아직까지 반증되지 않는 불확정성 원리까지ㅋㅋ) 포함해서 되려 과학(이과)이 ‘모른다‘라는 영역 혹은 ‘알 수 없음‘이라는 태도에 대해서 더 겸손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그걸 ‘과학적 태도‘라고 여긴다고 저 역시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 과학 조차도 인간의 일이라 인문학, 철학,의 영역 이라는 것 인데 (이건 공부 부족해서, 세계 그 잡채 읽고 난 뒤에 정리해서 말씀드릴게요ㅋㅋ 언제 읽을지는 모름ㅋ) 각자의 지식이 속해있는 인식론적 틀을 가지고 (푸코식으로 말하면 에피스테메고 그가 설명하는 부분이 이 페이퍼에서도 언급된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의 내용이랑 대단히 비슷하다고 알고 있어요.) 있다는 것을 부러든 몰랐든 누락시킨 디치킨스라는 과학(적 지식)의 외피를 두른 자유주의적 관점은 비판적으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거든요. 이렇게 쓰니까 또 설명이 더 엉망진창이네요 .

제가 느끼는(?) 불만은 그런 것 같습니다. 인문학자들이 인문학 포기한 부분. 그리고 엄연히 관점이 ‘있‘는 과학이 과학이라는 이유로 권위로 작용해 대중들에게 비판 안 받는 부분....... 글이 막힐 때는 인용문으로 빠져나가도록 해볼게요. 정희진 선생님 글 가져옵니다 ㅋㅋㅋ

˝셋째, 문과와 이과는 구분의 대상도 융합의 대상도 아니다. 둘 다 학술일 뿐이다. 자연과학자의 사고는 특정 사회의 역사적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인문학은 자연과학의 발달로 인해 가능했다. 해부학의 발전은 보편적 인권 개념을 가져왔고, (엥겔스의) 유물론은 당대 독일 자연과학의 급진적 발달에 크게 영향받았다. 생로병사의 원리는 문과와 이과를 아우른다. 죽음은 유물론의 옳음을 가장 잘 증명하는 사건이자, 생로병사 과정은 과학에 의존한다.

분야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관과 관점이다. 관점 없는 공부는 문과와 이과 모두에게 재앙이다. 아니, 관점 없는 지식은 없다. 공부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성에 기반한 가치관의 구성과 변화를 의미한다. 사람마다 젠더, 계급, 지역 등에 따른 ‘편견’이 있다. 없는 경우는 통념(지배 이데올로기)을 그대로 흡수한 경우다.˝

출처는 경향신문이고요 북극곰과 나의 공통점입니다 ㅋ

건수하 2023-11-04 22:28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친절한 댓글!

디지킨스 같은 과학자들이 대중에게 인기 있는 ‘주류‘ 과학자가 된 것은 그 대중 혹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주류의 가치관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쟝님 말씀대로 당시의 주류 인문학자도 마찬가지였거나 아님 포기했던 거겠지요. 과학에 대해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란 의식도 있었을 테고요.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서 요즘 인기가 있는 과학자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겠는데요..

공쟝쟝 2023-11-04 22:29   좋아요 1 | URL
일단 저 박문호 싫어요. ㅋㅋㅋ

건수하 2023-11-04 23:19   좋아요 0 | URL
전 그 분 잘 모르는데… 유시민과의 대화에서 너무 단정적으로 얘기해서 약간 거부감이 ^^;

전 정재승 별로 안 좋아해요.

단발머리 2023-11-04 23:22   좋아요 1 | URL
아… 다림질하고 왔더니 여러분 너무 고급지고 찰진 대화를 ㅋㅋㅋㅋ 제 방에서 계속 대화 나누소서! 나는 쉬겠네 ㅎㅎㅎ

단발머리 2023-11-07 18:02   좋아요 1 | URL
건수하님 / 제가 이제서야 제정신으로 찬찬히 댓글을 읽어보니...

혹 제가, 너무 단정적으로 썼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건수하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업으로 하는 건수하님과 기타 다른 분들의 생각이, 제가 읽었던 과학대중서의 생각과 다른 지점이 분명 존재하는데, 제가 넘겨 짚었네요. 혹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려요.

저는 지구와 우주의 탄생 설명하던 스탠스가 좋아서 (그건 모른다고, 자기도 모른다고, 다른 사람들도 정확히 모른다고 그렇게 썼습니다) 김상욱을 좋아합니다.

건수하 2023-11-07 20:34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기분 나빴던 건 절대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걸 과학하는 사람들이 굳이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해해주실 분들이니까 적어봤습니다 ^^

전 김상욱님 책 <떨림과 울림>을 사놓고 안 읽어서… 그 분을 잘 몰라요.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 전 최재천 교수님을 대체로 좋아해요.

공쟝쟝 2023-11-07 21:01   좋아요 2 | URL
저도 김상욱, 최재천 좋아해요! 김상욱 책 많다…나….
정재승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이 (인류세) 시점에서 발전해서 화성가자라고 말하는 과학자(자본가)들에게 그만 닥치라고 하고 싶기 때문에… 설령 기술이 발전해서 간다고 하더라도 대체 무슨 짓인가 싶어요. 제국주의 반성안하는가? 그런 식의 앎이 정말 필요한가? 그게 우리가 더 많이 알아야하는 이유인가?… 과학자들은 이 행성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없는 지적 호기심, 지적 성장은 핵무기와 방사능 뿐. 신 앞에서 인간이 오만하지 않아야할 이유와도 상통해요…

2023-11-02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4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짓의 사람들 - 인간 악의 치료에 대한 희망 보고서, 개정판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위험한 책이다, 로 시작하는 위험한 책, <거짓의 사람들>을 읽었다. 저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거짓의 사람들>은 정신 치료 과정에서 저자가 만나고 치료했던 여러 환자의 임상과 그 현장에서 맞닥뜨린 악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 책의 중요한 논거는 악하다는 것을 인간 성격의 한 측면으로 파악한 것이 아니라, ‘질병의 하나로 보았다는 점이다. 정신 의학자이며 의사로서 가지고 있는 학문적 배경과 임상 경험을 통해 거짓말을 잘 하는정도를 넘어서 악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찰과 대응이 비교적 소상하게 그려져 있다. 챕터 6에서는 <집단의 이름으로 악을 자행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며, 그 실례로 미국의 베트남전 파병과 민간인 학살을 비롯해 그 곳에서의 악행을 다루었고, 당연히 한나 아렌트의 논의와 다른 철학적 접근도 이야기하고 있다.



챕터 5에서는 축사라는 부분이 다뤄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듯싶다. 일단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다라고 믿는 사람들과 영혼이란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 ‘악한 영의 존재는 실재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런 건 오로지 사람들의 상상력의 산물이다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저자는 기독교인이면서 정신과 의사로서 오랫동안 이런 악한 영의 존재에 대해 불신해 왔는데, 부인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경험을 한 이후에 생각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대한장로회 통합 측의 엄격하고 경직된 분위기의 장로 교회에 자랐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여러 장소(기도원 등등)에서 여러 초자연적인 장면들의 일부가 되었던 터라, 그런 서술이 전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나는, 인간에게 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고, ‘육체라는 이 껍데기 너머에 (내부에, 이면에) 하나님의 거룩한 일부(하나님의 영)가 거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73쪽의 이 문장들을 이해할 뿐 아니라 믿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안에는, 인간의 삶 속에는 성스러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태초에 하나님이 우리를 그분의 형상대로 지으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과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우리는 신을 닮은 존재로서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인간의 삶에는 성스러운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73)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정신 상담을 위해 찾아온 십대 환자악한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전문가인 의사의 조언이나 설명을 듣지 않고 자기변명에 빠진 부모들. 자신들은 괜찮은 정도를 넘어 좋은부모라는 착각에 빠진 부모들을 세세히 관찰한 부분이다.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사실 그 문제에 제대로 파고 들어가 보면 문제의 진짜 원인은 자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 가정, 학교, 사회에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아픈 아이 뒤에는 아픈 부모가 있다는 것이다. 부모 생각에는 아이들을 고쳐야 한다고 판단할지 몰라도 대개 서둘러 고쳐야 할 사람들은 바로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는 부모 자신들이다. 진짜 환자는 부모들인 것이다. (105)

 


나는 경험에 의해 악은 후손에게 이어지는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4장에서 예로 들게 될 그 사람에겐 악한 부모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대물림 현상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오랜 '유전이냐 환경이냐'는 논쟁의 해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악이 후손에게 내려가는 것은 그것이 유전자를 통하여 전달되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이가 부모를 보면서 배우고 따라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부모에 대해 자신을 방어하려다 그렇게 되는 것인가? 악한 부모를 둔 많은 자녀들이 상처는 받으면서도 악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는 모른다. 그리고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과학적인 연구 작업이 지속되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모를 것이다. (145)

 

 

인간 성격 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당연히 부모다. 유전적인 요인의 핵심이 바로 부모이고, 유아기에 특히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 역시 부모가 결정한다. 정확히는 부모가 결정한다기보다는 부모 자체가 환경이다. 유전과 환경이 부모에게 달려있다. 악한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악한사고의 흐름과 생활방식을 학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악한 부모에 대해 자신을 방어하려다 오히려 더 악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악한 부모를 두었는데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부모 같은 사람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흔한 경우는 아닐 것이다. 저자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상황에 대해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인간 삶에 미치는 다양한 변인을 통제하거나 관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나 역시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알 수가 없다.

 

 


모든 책이 육아서로 읽히던 계절을 지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내 자신의 부모됨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 아이들이 제법 자랐으니, 이제 무언가를 주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놓아주는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76쪽 저자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자면 자녀의 독립과 분가를 위해서는 부모가 자신들의 외로움을 견딜 수 있어야만 한다는데 동의한다. 나 역시 그러고 싶고, 또 현재로서는, 부모인 내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기대지 않으면서 나 자신의 외로움을 잘 견뎌낼 수 있을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남편과 부모님과는 다른, 그러니까 내게 전혀 다른 질감과 무게의 감정을 불러오는 아이들에 대한 내 사랑이, 아이들에게는 물론이고 내게도 각별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완벽하게 구별된 존재이되 하나의 공간 속에 같이 살았던 공존의 시간 말고도 아이와 나만이 공유했던 경험과 느낌이 존재하니 말이다.

 

 


지난주, 출근하는 중에 라디오를 들었다. 10. 29 참사 희생자 어머니의 인터뷰를 듣고 있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따라 렌즈를 끼고 있어서 눈앞이 금방 뿌옇게 변하는 것을 핸들을 꽉 움켜지고 눈물을 참고 또 참았다. 먼저 죽은 자식의 생일상을 준비하는 마음에 대해서, 나는 모른다. 여행 계획을 맡아했던 아이가 이제 이 세상에 없어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마음을, 나는 모른다. 알 수 없는데. 알 수 없는 내 마음은 같이 울고 있었다. 오히려 그 어머니는 덤덤하신데도 말이다.

 

 

10. 29 참사에 대한 글을 머릿속으로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내 생각과 내 느낌, 내 글의 뿌연 배경으로서가 아니라, 그 사건의 원인과 현재, 그리고 잃어버린 159명의 사람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서울 한복판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벌어진 이 참혹한 사고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그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너무 무겁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절절한 외침이 꼭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임자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 크게 도울 수 없다면, 적어도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계속 말하고 싶고, 그리고 또 말하고 싶다.


 


 





 


댓글(18) 먼댓글(1)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돌아옵니다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11-02 11:21 
    댓글을 쓰다가 또 길어져서 페이퍼로 씁니다. 저는 이게 혹시 질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댓글 길게 쓰다 페이퍼 쓰면서 먼댓글로 연결하는 병 말입니다. 사회주의와 유물론, 무신론에 관한 부분을 같은 선상에서 연결해 설명하는 건 어려울 거 같고요. <신을 옹호하다>의 테리 이글턴의 주장을 중심으로 제가 이해한 범위 내에서 이야기해 볼게요. 건수하님의 물음에 대한 간편한 대답이라면, 그렇습니다. 사회주의는 무신론과
 
 
다락방 2023-11-01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스캇펙의 다른 책-아직도 가야할 길-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 책 너무 읽고 싶네요.

저는 보고 있기 힘들어서 금쪽이 상담소인가? 그 프로 안보는데요, 거기에서도 보면 오은영 박사님이 아이들 관찰하시면서 부모의 과거를 묻거나 하는 일일 종종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픈 아이에게는 아픈 부모가 있다는 말씀, 고개 끄덕여집니다. 그런 한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를 읽다 보면, 총기로 아이들을 무차별 학살한 가해자는 누가 보기에도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거든요. 그리고 부모를 사랑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신까지 죽이는 일을 할 수 있기도 하다는 걸 보면 역시, 부모가 환경 그 자체일 수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또 아닐테고요. 저는 ‘악‘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 제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아, 저 일전에 읽었던 책 중에 부모가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 형은 연쇄살인범이 되고 동생은 경찰이 되는 그런 책이 있었어요. 한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고 그리고 그 성인이 ‘어떤 ‘성인이 되느냐는 알 수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의 말처럼 ‘모르겠다‘ 라고 밖에 답할 수 없을 듯요.

저도 이 책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23-11-01 17:53   좋아요 0 | URL
저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기억나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신까지 죽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걸까. 저는 그 엄마의 말을 믿거든요. 그 아이는 죽이러 간 게 아니라, 죽으러 간 거라는 말.... 그게 자기 아이가 그 끔찍한 범죄의 주동자가 아니라 소극적인 가담자라는 변명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그 책을 읽고 나서, 전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형은 연쇄살인범이 되고 동생은 경찰이 된다는 거, 똑같은 상황을 겪은 후에 완벽하게 반대의 그런 행동이 나온다는 거... 저도 항상 궁금하기는 합니다. 결국 알 수 없다,라고 말하게 되네요.

<아직도 가야할 길>을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읽지는 않았구요^^


공쟝쟝 2023-11-01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저는 기억할 것입니다.
단발님 아이를 낳지 않아도 경험하지 않아도 그런 상실을 절대적으로 모른다고 하여도 헤아려 볼 수는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안하는 걸, 기능적 실용적으로만 보려하는 것, 그걸 말이라고 떳떳해 하는 건 악이죠.

저는 친구님 덕분에 ‘사랑’을(내가 폐기하고자 했던 것) 종교적인 맥락까지 포함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 역시 제가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겠으나. 믿는다는 건 이해의 영역이 아니고 사랑의 영역이라는.

“(49)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말을 인정하기가 어려워 진다. 현실에서는 사랑이 역사의 중심이 아닌 게 명백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가 사랑마저 실질적으로 사유화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독교 신앙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이유의 하나가 여기 있다.
디치킨스가 빚지고 있는 자유주의적 인본주의(liberal humanism)의 유산에서 사랑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사랑은 디치킨스의 정치적 어휘에 포함되지 않으며, 그들이 혹시라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당혹스럽게만 느껴질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인간 실존의 중심에 놓여 있다고 여기고 개인의 삶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자유주의 전통의 시각으로는 세상사에서 주변적 위치를 차지할 뿐이다. 예컨대 정치적 사랑이라는 개념은 디치킨스에게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한데 사회주의에선 정치적 사랑이라 할 만한 것이 윤리의 근간이다. 문제는 사랑이 그저 성애와 로맨스, 개인과 가정의 일로 거의 완전히 축소되어 버린 사회에서 정치적 사랑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디치킨스가 지금과 같은 글들을 써내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랑의 문제에 대해 자유주의와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전통이 오늘날 흔적도 없이 가라앉을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 신을 옹호하다

(찡긋-)

단발머리 2023-11-01 17:57   좋아요 2 | URL
일단 이 댓글에서는.... 디치킨스가 누구인지 밝혀줘야 합니다.

* 무신론 과학자들의 대표자로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크리스토퍼 히킨스와 <만들어진 신>의 리차드 도킨스를 합쳐 부르는 말이 디치킨스입니다.

급, 양자역학이 떠오르네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다.

(찡긋-)

건수하 2023-11-01 20:09   좋아요 3 | URL
디치킨스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네요. 그러면… 사회주의 맥락에서는 무신론이 가능하겠군요?

(이 책이 의도하는 바는 아닐 것 같지만…?)

공쟝쟝 2023-11-01 22:12   좋아요 2 | URL
수하님 참 사회주의자는 참 종교인과 같다... 정도로 갈음하는 걸로! ㅋㅋㅋㅋ
저는 너무도 심오해서 점점 독서의 맥락을 잃어버렸고... 신앙이란 역시나 제 이해를 넘어서는 영역이지만...
바로 그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사랑*을.. 배치하고 일단... 신은 사랑이고요......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역시).. 그러니까 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인간이 신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사랑은 그런 원리를 포함하는 것... 사회주의가 무신론이라고 떠들어봐야 신(사랑)은 있음...ㅋㅋㅋㅋ 아직 덜 읽었지만... 신을 옹호하는 부분이아니라... 19세기 자유주의 합리주의 자장안에 있는 잘나가는 영미지식인들(디치킨스)까는 걸로 읽기엔 매우 재밌습니다.
˝(30)스스로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은 부르주아적 환상의 전형이다˝ 신을 폐기한 자들이 만든 신(무신)은 정통 기독교만 못하다(이 부분은 확언)는 게 1/3 읽은 제 생각입니다. (참고로 제 종교는 거의 유교임을 밝히...ㅁ)

건수하 2023-11-02 10:02   좋아요 1 | URL
사회주의도 좋지만
자유주의 합리주의를 버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몸에 새겨져있달까 ㅠㅠ

단발머리 2023-11-02 11:22   좋아요 1 | URL
댓글로 쓰다 길어져서 글 썼어요. 급하게 쓰느라 허접하지만 두 분은 읽으셔야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댓글의 창시자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11-01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떠오릅니다. 강압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아버지(로버트 드니로)
아래에서 두 형제의 성격이 극명하게 엇갈리거든요. 국내 한 프로파일러가 범죄심리학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하는 프로가 있었는데(제목이 생각안남ㅜ) 같은 폭력에도 다르게 반응하는 심리를
잘 설명해주어서 인상적이었어요. 10.29 참사는 무책임과 혐오 때문에 현재진행형인것 같습니다.
저도 뭔가 쓰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피해자 유족들은 물론 세월호에 이어 전국민적 트라우마가 더해졌네요.

단발머리 2023-11-01 18:04   좋아요 1 | URL
아롱이 다롱이라는 말이 실감나네요. 똑같은 상황에서 각자 사람들이 다르게 반응한다는 게 말이에요.

저는 10.29 참사의 가족들은 세월호 가족들보다 훨씬 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세월호 때는 국가 경제 자체가 휘청했잖아요. 사람들이 놀러도 안 가고, 외식도 안 하고요. 전 국민이 같이 아파해준 시간이 있었다고, 전 그렇게 생각해요. 아직 진상조사 제대로 안 되었지만요. 근데 10.29 참사는 사진 위패도 없이 추모하고, 그냥 덮어버린 측면이 많아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고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11-01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처음 보는데 말입니다.
요즘 저도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읽으면서 눈이 확 뜨이네요.^^
저도 지난주 지인과 대화 속에서 금쪽이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다들 아이를 관찰하기보다 부모를 관찰하고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어떤 분이 요즘 젊은 세대는 금쪽이를 보구선 부모를 전국적으로 망신을 주는 프로그램같아 보인다고 얘길 하더라는군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싶었는데 이렇게 세태가 바뀌어가는 것인가? 또 그런 생각도 드는 거에요.
부모가 바라봐도 부모의 잘못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부모의 아픔이 먼저 보이는 것일까? 혼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결론은 참부모가 되어야 자식이 올바로 성장하는 것이다.라고 생각되어지는데 말입니다.
사람 마음이 다 제각각이어 어떤 기준점이 흔들린다는 게 무섭기도 했네요.

세월호 참사나 10.29참사등 내가 해당되지 않으니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 자식 세대들이 보고 배울까봐 두렵네요.ㅜㅜ

단발머리 2023-11-01 18:08   좋아요 1 | URL
이 책에 ‘문제적인‘ 부모의 임상 경험을 읽다보면, 특히 그 대화를 읽다보면, 아... 사람들이 자신의 악행, 잘못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감각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좋은 사람인척 하지만, 실제로는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선 사람들인데... 사회에서는 정상처럼 보이구요. 그 피해는 오롯이 그 집 아이들 몫이더라구요.

저는 <페이드포>의 인용문이 눈에 들어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잡자마자 후르륵 읽었네요.
근데도 잘 모르겠어요. 좋은 부모란 어떤 부모일까요? @@

꼬마요정 2023-11-01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씀하신 그 어머니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 없겠지만, 소중한 사람을, 소중한 존재를 잃는 슬픔은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요... 가슴이 아픕니다. 책임지는 일이 무엇보다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일이 호구가 된 것처럼 느끼나봐요. 아마 부와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다 빠져나가고, 어느 잘못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해서 결국 해결되는 것 없이 사회에 화와 억울함이 쌓여가나 봅니다. 같은 부모 밑에서도 자녀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이런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네요. 추모하는 사람들과 조롱하는 사람들로 나뉘는 걸 보면요. 그래도 생명에 대해서는 좀 진지하고 너그러워지면 좋겠는데... 오늘 마세라티 운전자가 차를 치고 도망치다가 가드레일을 부수고 추락해서 사망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댓글이 너무 무섭더라구요. 셀프 정의 실현이라고... 음주 운전 여부도 아직 모르는데, 피해자가 심하게 다치거나 죽은 것도 아닌데 너무 무서웠어요.
자꾸 과하게 잘못에 대해 비난을 하니 또 다들 책임을 회피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런 현상은 부모들이 중심을 잡고 바로잡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3-11-01 18:26   좋아요 1 | URL
책임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 같아요. 세월호로 처벌받은 사람이 딱 한 명이라고 하더라구요. 이번 10.29 참사에서도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퇴도 안 하고 처벌도 안 받는 거 보면서..... 참, 뭐라 더 할 말이 없어지더라구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꼬마요정님 글 보고 그 사고 찾아봤는데 그러게요. 사람들 말이 다 독하네요. 그 사람이 잘못했다면 딱 그만큼의 처벌만 받으면 될 것을 말입니다. 삶과 죽음이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닌데... 혐오가 대세가 되어버린 이 세대... 어쩌면 좋을까요 ㅠㅠㅠ

2023-11-02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2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11-02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휴... 이 글 읽고 무거운 마음에 댓글을 못 달고 있었습니다. 아직 모든 책을 육아서로 읽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저는 이 책도 육아서로 보여 솔깃하군요. 최근 김애란 작가의 ‘입동‘이라는 단편(<바깥은 여름>에 실림)을 다시 읽었는데 너무 슬퍼서 제대로 이입하기가 무섭더라고요. 세월호, 이태원.. 사고의 이름이 어떻든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부모의 역할, 악한 부모 밑에 선한 아이, 선한 부모 밑에 악한 아이.. 참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저는 이런 주제 나오면 항상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는데, <너를 기억해>예요. 서인국이 자기가 괴물이 아닐까 걱정하며 자라는데, 어느날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이 ˝살인마 아버지를 둔 자신의 안에도 살인마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며 상담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아, <굿 걸 배드 걸>이라는 소설도 떠오르네요. 악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녀의 성장기, 극복기 같은 책인데..
이제 먼댓글 읽으러 갑니다 ㅋ

단발머리 2023-11-07 18:07   좋아요 0 | URL
아.... 김애란 작가가 그런 글을 썼군요. 너무 오랜만입니다, 김애란...

<너를 기억해>가 그런 내용이군요. 전 처음 들었구요. 이게 엄청 무겁고 답을 찾기 어려운 주제인데 드라마나 소설을 읽으면 좀 다를까 싶습니다. 전 어디서인지 기억 안 나는데, 정신과 의사이던가 정신분석학자가 ‘사이코패스‘ 연구하는데... 자기 뇌가 딱 사이코패스 뇌여서... 깜놀하면서 그런데 자기는 왜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안 되었나, 그걸 추적하는 책이 있더라구요.

육아가 쉽지 않지요ㅠㅠㅠ 24시간 부족하구요. 애쓰십니다, 독서괭님!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