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이벤트에 자주 당첨되어 기분이 좋다.

 

먼저, 페미니즘 도서를 읽고 쓴 100자평/리뷰 작성자 중 추첨된 사람에게 책을 주는 이벤트에서

『하우스 와이프 2.0』를 받았고 (이 책은 지금 부지런히 다락방님에게 가고 있다),

 

 

 

 

 

 

두번째로는, 알라딘 인문교양 상반기 결산 & 하반기 기대 이벤트에서

하반기 기대작 『우리 역사는 깊다』를 받게 되었다.

 

 

 

 

이 상승모드를 이어가고자 마태우스님 이벤트에 응모했다.

 

마태우스님 이벤트 응모 페이지는 여기,  

 

 http://blog.aladin.co.kr/747250153/7779521

 

 

 

되고 싶다, 간절히...

 

와일드카드 한 사람 남았다는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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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9-1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사람 남았대요??
나도 첨엔 생각없었는데 오늘 아침 불현듯 의욕이 앞서 댓글 세어보고 심호흡 한 번 하고 댓글 달았거든요ㅋ
그러곤 내가 너무 웃겨서ㅋㅋ
며칠전 유레카님 책을 받아 읽고 기분이 좋아진데다 님이 두 권이나 이벤트 당첨됐다니 또 불현듯 와일드카드 한 사람 되고 싶네요ㅋ
암튼 누가 되나 지켜보자구요
매의 눈으로!!!

단발머리 2015-09-14 15:22   좋아요 0 | URL
4명은 당첨 확정이구요.
와일드 카드 한 명 남았다고, 그러니까 31번째 댓글 뒤에 댓글을 한 번 더 달 수 있다 하시더라구요.
저는 방금 달고 왔습니다.^^

마태우스님이, 댓글 100개 정도 달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조하다고 하시대요. ㅎㅎ
아, 되고 싶다, 진실로~~

책읽는나무 2015-09-14 15:49   좋아요 0 | URL
저도 금방 마태님 댓글 확인했더니 와일드카드 다시 도전하란 글에 용기얻고 댓글 달았어욤^^
들어가 확인전엔 댓글이 80여개가 있어 깜놀!!
역시 인기알라디너 마태님!!그러고 들어갔더니 마태님의 답글 포함 80여개ㅎㅎ
정말 옛날에는 어떤 이벤트라도 눈에 불을 켜고 동참하여 댓글 100개는 순식간였는데 말이죠!
덕분에 방문자수도 쭉쭉 올라가고^^

여튼 저도 저책 기생충 책 옆에 꽂아두고 싶네요!!

단발머리 2015-09-14 18:49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그 옛날에 알라딘을 몰랐잖아요. ㅎㅎㅎ
그래서 이런 이벤트가 너무 반갑고 신나고 재미있고 그러거든요.
근데 마태우스님 글이랑 책읽는나무님 글 보니까 예전에는 반응이 더 뜨겁고 그랬나봐요.
인기 방송 출연자 서민교수랑 알라디너 마태우스님이 같은 사람인줄 몰라서 그런거 아닐까요? ㅋㅎㅎ

아.... 되고 싶네요. 진짜...

2015-09-15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5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9-1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우리 역사는 깊다>를 받았어요. 그런데 하반기 기대작을 두 권짜리 중 한 권을 주다니 2권을 구입하게 만들려는 상술(?)에 걸려든 것 같아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5-09-15 08:1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는 책은 받았는데 아직 읽지를 못했어요. 뭐, 대부분 그렇지만요.
알라딘의 상술인가요? ㅎㅎ 치밀하군요.

보슬비 2015-09-1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한글책에는 한글로 싸인해주었을거란 생각이 든건 왜인지....ㅋㅋ
그랬음 더 멋졌을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5-09-22 11:2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한글이면 더 멋졌겠지요.
저자 친필 사인본이라.... ㅎㅎㅎ
 

 

 

 

 

 

 

 

1. 스티븐 킹 : 제 책은 모두 오락물입니다.

 

『셀』이 ‘오락물’이라면 다른 범주에 들어가는 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킹              당신도 아시다시피 제 책은 모두 오락물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그게 바로 문제의 핵심입니다. 소설이 오락거리가 아니라면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잖아요. (468쪽)

킹              셜리 해저드(스티븐 킹이 전미도서상 수상식에서 기존 문학계에서 무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의 목록을 밝힌 것에 대해 ‘그런 도서 목록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한 미국의 소설가)에게도 도서 목록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셜리에게 필요한 또 다른 것은 이렇게 말해줄 사람입니다. “일이나 해. 인생은 짧아. 가만히 앉아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쓰레기 같은 이야길 하는 대신에, 진짜 일을 해. 신께서 재능을 주셨지만, 살날은 많지 않으니까.”

                 한 가지만 더요. 진지한 대중소설에 문을 걸어 잠그면 진지한 소설가들에게도 문을 닫아버리는 겁니다. (470쪽) 

 

책은 대중의 선택지에서 쫓겨난 지 이미 오래다.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것들만이 선택받는다. 사람들은 읽지 않는다. 사람들은 본다. 시, 소설, 수필, 대중서, 한국어로 쓰여진 책 뿐만 아니라, 외국서적이 번역된 경우라도 천만 명 이상이 읽은 작품이 얼마나 될까. 비교적 최근에 천만명을 돌파한 영화 ‘암살’의 기록은 곧 이어 따라올 다른 영화들에 의해 금세 갱신되고 말 것이다. 인구 오천만의 나라에서 ‘천만 영화’ 탄생은 2-3년에 한 번쯤 있을 법한 일이지만, 책 한 권이 천만부가 팔린다? 언감생심. 30만부만 팔려도 출판계에선 대박이다.

출판계의 불황은 그 중에 제일 잘 팔린다는 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서 시장이 한국과 비교 불가한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은 말한다. “진지한 대중소설에 문을 걸어 잠그면 진지한 소설가들에게도 문을 닫아버리는 겁니다.“

그나마 이상문학상 수상집이 불티나게 팔리는, 순수문학이 대우받는, 순수문학만 인정받는, 표절을 해도 그냥저냥 넘어가는 이런 요상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한국소설의 미래는 어찌될지, 책 읽지 않고 자라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건지, 계속해서 한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건지....

엄청나게 뻔한 내용이지만 나름의 재미와 감동이 있는 네이버 웹소설 하나를 월요일, 수요일마다 찾아 읽는 이 사람은 매우 걱정스럽다.

 

 

2. 오에 겐자부로 : 프랑스어와 영어를 외국인으로서 읽지요.

 

독자로서 이러한 언어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십니까?

오에               프랑스어와 영어를 외국인으로서 읽지요. 이탈리어는 읽는데는 오래 걸리지만 텍스트의 목소리를 잡아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516쪽)

 

텍스트를 원어로 읽는다는 건 근사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읽을 수 있는 언어가 제한되어 있고(영어), 읽을 수 있는 언어를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며(영어),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 것인가 확인하기 위해서는 번역본과의 비교독서가 필요해(영어), 원서 읽기가 많이 꺼려진다. 집에 사 놓은 원서는 장식용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는 구입해놓고 읽지 않는 책이 너무 많아 누가 ‘장식용’이라 놀려도 할 말이 없기는 하다.

80대의 소설가가 영어책, 프랑스어책, 이탈리어책 그리고 일본어 번역본을 앞에 두고 독서를 한다.

나도 한 번 해볼까, 책 두 권을 나란히 펴 본다.

될지 안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일단 해 본다.

흉내라도 내 본다. 

 

 

3. 토니 모리슨 : 읽는 것이 실제로 제 직업이죠.

 

무식한 사람은 용감하다고, 하나를 알게 되면 이 세상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보인다. 『이기적 유전자』 두 장을 읽고 나서, 이틀 동안 말만 하면, ‘그러니까 유전학적으로는~~’,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이건 말이야~’라고 읊어댔더니, 남편은 ‘아... 책 한 권 읽고 나서...“라며 한탄했다. 남편은 틀렸다. 나는 책 한 권을 읽은 게 아니다. 오직 두 장을 읽었을 뿐이다.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툴, 현재의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방법 중의 하나인 ‘페미니즘’이라는 툴만으로 이 세상을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글, 이런 글을 읽게 되면.... 뭐랄까. ‘페미니즘’ 세포가 좀 돋는 것 같기는 하다.

 

모리슨         제 말씀은 남성들은 작가로서의 자격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겁니다. 저는 그럴 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글쓰기가 인생의 핵심이고 마음을 몽땅 차지하고 있고, 기쁨을 주고 자극을 주는데도 저는 제가 작가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직업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아, 저는 작가랍니다.”라고 대답하지 못했어요. 대신 “편집자랍니다.” 아니면 “교사예요.”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311쪽) 

 

‘작가’라는 말이 주는 무게.

눈에 보이는 확연한 차이라서 부인할 수 없는 인종적 격차를 넘어서고 나서, 아니 그 격차를 넘어서는 것과 동시에, 모리슨이 넘어야할 ‘여자’로서의 장벽, 여자가 작가가 된다는 것.

모리슨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성공한 여성 작가가 전혀 없었어요. 작가가 되는 건 남성의 영역처럼 보였지요. 그래서 주변부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작가라도 되기를 바랐습니다. 허가라도 얻어야 할 것처럼 느껴졌지요. (311쪽) 

 

남성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그 일, 자기 자신을 ‘작가’라고 밝히는 일이 어려웠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성공한 작가, 성공한 여성 작가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성별을 감안해, 인종을 감안해 ‘작가’의 숫자가 조정되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은 말이 안 되는 것이지만, 전체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대변해줄 목소리를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 역시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작가들의 인터뷰 모음집이라 깊은 사색과 특별한 통찰력에서 오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이 있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은 토니 모리슨의 다음 문장이다.

“읽는 것이 실제로 제 직업이죠.” (307쪽)

오랫동안 랜덤하우스의 편집자로 일했고, 1988년 『빌러비드』로 퓰리처상 수상, 199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 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은 이야기만을 썼다는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작업은 ‘쓰기’가 아니고, ‘읽기’인가. ‘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고, 아무나 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지만, ‘읽기’라면, ‘읽기’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누구나 도전해도 되는 일 아닌가.

아, 직업이요? 읽는 것, 책을 읽는 게 제 직업이예요. 전업주부, 엄마, 아줌마, 동남아가 아니구요. 책을 읽는 게 제 직업이예요. 읽는 것이 실제로 제 직업이죠.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연습 좀 해야겠다.

책을 읽는 것이 직업이예요.

네, 맞아요. 읽는 것이 실제로 제 직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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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9-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멋진 글이네요. 멋진 페이펍니다.

단발머리 2015-09-10 19:32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다락방님 멋진 댓글에 우쭐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헤헤헤~~

양철나무꾼 2015-09-1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멋진 페이퍼라니~^^
저도 이책 읽었는데 님 페이퍼를 보니, 다시 읽고 싶어지는걸요, 불끈~!

단발머리 2015-09-10 19:31   좋아요 0 | URL
우와, 양철나무꾼님이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제 페이퍼가 멋지기 보다는 인용된 글들이 너무 좋지요.
전, 이 시리즈가 너무 좋아요. 작가들의 목소리가 막 들리는 듯 가깝게 느껴지구요.

양철나무꾼님은 벌써 읽으셨는데, 전, 이제서야... 조금 늦었지만 정말 좋네요.

책읽는나무 2015-09-1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것이 직업이라니~~~~~~
멋진 말이네요!!^^
저도 멋진 페이퍼에 공감백배요♡

단발머리 2015-09-10 19: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런 멋진 말이라니요.
예전에 읽었던 <혼자 책읽는 시간>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오더라구요.

독서가 주는 편안함과 책 한 권을 들고 내 보랏빛 의자에 앉는 즐거움을 고대하고 있었고, 그것을 일이라 규정했다. 일이라 부름으로써 그것을 신성하게 만들었다. (50쪽)

저도, 그렇게 할려고요. 부끄럽지만..... ㅎㅎㅎ

2015-09-10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0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5-09-1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스티븐 킹이 좋아해요.^^
제게 책은 오락이거든요. 진짜 멋진 작가라니깐요. ㅎㅎ

단발머리 2015-09-11 08:4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만 읽어봤어요.
어린시절 이야기랑 일하면서 글 쓸때의 일이 너무 감동적이라 스티븐 킹을 좋아하게 됐지요.

<11/22/63>이랑 <닥터슬립> 도전했다가 무서워서, 순수하게 무서워서 포기했어요.
정말, 저는 읽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보슬비님은 영어로도 읽으시는거지요? 완전 엄지 척~~ 멋지십니다.*^^*
 

 

1. 『성의 정치 성의 권리』

 

 

 

 

 

 

여성운동가이자 여성학자인 저자 5명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트랜스젠더, 퀴어, 성판매, 동성애, 에이즈, 팬픽 등을 이야기하며 한국 사회에서 기만되고 있는 성담론을 좀 더 현실적으로 역설하고자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책소개) 이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성적 차이는 대표될 수 있는가?                                                           권김현영

괴물을 발명하라: 프릭, 퀴어, 트랜스젠더, 화학적 거세 그리고 의료규범        루인

성매매 피해 여성은, 성노동자는 누구인가?                                            김주희

엮어서 다시 생각하기 : 동성애, 성매매, 에이즈                                       한채윤

동성서사를 욕망하는 여자들: 문자와 이야기 그리고 퀴어의 교차점에서        류진희

쉽게 읽히지 않았고, 그래서 급하게, 빠르게, 거의 발췌독 수준으로 읽어갔다. 제일 관심이 갔던 분야는 ‘성매매’에 대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엥겔스의 아이디어에서 가장 문제적인 부분은 성매매를 문명 시대의 가족이 진정한 일부일처를 이룰 수 없도록 만드는 걸림돌로 간주하면서 결과적으로 매춘 여성의 존재를 가족이라는 단위와 완전히 분리된 ‘위협적인 개인’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성판매 여성들의 존재는 흔히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울타리에서 벗어난 여자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 성매매 공간에서 많은 여성은 가족들 때문에 노동하고, 가족을 만들기 위해 노동하며, 가족한 함께 노동한다. (125쪽)

 

 

성매매에 있어 강제냐 자발이냐의 구분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프레임 안에서 성판매를 지속하며 살고 있는 여성들의 만족스러움, 자존감, 희망 등이 읽힐 수 없다. 이들의 일상에 너무 큰 편견의 무게를 부여한 결과다. 사람들은 일상 속 자신의 노동에 대한 만족스러운 평가, 보상을 통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험을 한다. 이에 대해 타인의 시선이나 자본주의적 보상체계에 너무 매몰되었다고 비판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성판매 여성들이 자신의 노동을 일상적으로 의미화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들은 만족스러운 보상에 대해서 “좋은 기회였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었다”라고 좋게 평가한다. (137쪽)

 

‘성매매’에 대해 생각할 때,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을 나도 똑같이 하게 된다.

1. 그 일 말고 다른 일을 할 수는 없었나요?

2. 그 일을 꼭 해야만 했나요?

결국은 같은 질문이다. 내가 하는 질문이란, 경제적 이유로, 먹고 살기 위해서 ‘성을 이용해야만 했느냐’는 것이다. 정확한 질문인지, 답을 얻을 수 있을 성질의 질문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것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화가 생각난다.

강신주님의(오랜만에 불러본다, 강신주님. 내 근자에 너무 ‘필립 로스’만 사랑했네.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강신주님~~) ‘다상담’ 고민 사연 중 하나였는데, ‘전문 업소’에서 만난 여성을 사랑하게 된 남성의 이야기였다.

돈으로 ‘여성’을 구매하고, 그녀의 시간을 구매하고, 그녀의 ‘성’을 구매하며 비교적 규칙적인 만남을 가져오던 이 남자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자신의 처지가 처지인지라, 둘의 사이는 말 그대로 ‘그대를 사랑하지만...’의 정도였는데... 아, 남자의 질문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요는, 그런데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거다.

돈을 매개로 ‘성’을 구매하고, 제공하는 사이로 만났고, 남자가 원하는 특별한 ‘관계’를 위해 두 사람이 ‘관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여자를 사랑한 거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롭고 쓸쓸한 남자에게, 어떤 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웃어주고, 그리고 ‘사랑의 최대치’일 수도 있는 특별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받아들여준다면, 남자는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겠다.

여자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돈 때문에, 남자가 자신에게 지불하는 돈이 필요해 그를 만났지만, 그 남자는 다른 사람처럼 그녀를 막 대하지 않는다. 강압적이지 않고, 그녀를 존중해준다. 아껴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준다. 그럴 때, 그녀 또한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된다.

이 부분은 조금 어렵다. ‘성판매 여성들이 자신의 노동을 일상적으로 의미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다.

 

2. 『행복한 페미니즘』

 

 

 

 

 

 

이런 책이 나오기를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11쪽)

 

고 자신있게 말하는 저자 벨 훅스는 이 책 첫 번째 장, 첫 번째 문단에서 페미니즘을 이렇게 정의한다.

간단히 말해,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이다. (19쪽)

 

이러한 정의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이런 정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정의에 따라 행동하는 여자들을 미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는 것이 왜 어려운 것이겠는가.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부터의 갖가지 차별과 차가운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다.

쏟아지던 질문이 그만 멈추고 마는 곳이 바로 여기다. 대신에 나는 페미니즘의 해악과 사악한 페미니스트들에 관하여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가령 “걔들이” 남자들을 어떻게 미워하는지, “걔들이” 본성 그리고 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 어깃장을 놓고자 하는지, “걔들이” 어떻게 하나같이 레즈비언인지, “걔들이” 어떻게 다들 직장을 잡아 가지고는 백인 남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세상 살기 힘들게 만들어 놓는지. (7쪽)

 

그런 의미에서 알라딘의 “나는 페미니스트다” 키링은 가히 ‘혁명적’ 시도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문구가 그렇고, 그 키링을 사은품으로 제작했다는 것이 그렇고, 그 키링이 인기폭발이었다는 것이 그렇다. 아쉬운 건 ’페미니즘‘ 도서를 처음에는 2만원이상, 이틀 후에는 3만원 이상 구매해야 ’나는 페미니스트다‘ 키링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 근래 알라디너들과의 만남에서 ’만남의 정표‘였던 그 키링이 나만 없어 우물쭈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은 세계 도처에서, 방방곡곡에서,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착취와 억압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억압’의 부정적 느낌을 제거한 채, ‘문화’의 이름으로 작동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부정과 저항은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성차별주의의 최대 수혜자인 남자들에 의해, 수혜자의 한쪽 축에 서 있는 일단의 여자들에 의해 거부되거나 부정된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의 젊은 세대 흑인 여자와 유색 인종 여자들은 백인 여성들의 인종주의에 도전했다. 우리의 선배 흑인 여성 동지들과는 달리 우리들 대부분은 압도적으로 백인 중심적인 환경에서이지만 어쨌든 함께 교육을 받았다. 우리는 백인 여성과의 관계에서 결코 종속적 지위에 있지 않았다. 우리는 결코 얌전하게 주어진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여성 운동권 내에서의 인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를 비판하는 데에는 우리가 적임자였다. .... 인종은 가장 명백한 차이였다. (131쪽)

그 당시 인종주의와 인종적 차이의 현실을 대면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백인 여성들은, 우리가 인종을 끌어들임으로써 페미니즘을 배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우리는 백인 여성들이 백인 우월주의를 벗어 던지지 않는 한, 페미니즘 운동이 근본적으로 반인종주의 노선을 견지하지 않는 한, 백인 여성과 유색 인종 여성 사이에 진정한 자매애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133쪽)

 

차별에 대한 항거의 범위 및 주체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점, 즉 백인 여성, 유색 인종 여성, 어린이, 장애인,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이 처한 불합리와 차별에 맞선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발전 과정 자체는 민주주의 발전 및 확산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추천도서를 하나 발견했는데, 저자가 자신의 책을 추천했다. “결국 내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사람답다.

『페미니즘 : 주변에서 중심으로』

 

 

 

 

 

 

 

3.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한때 여러 커뮤니티에서 칼로 절반씩 잘라놓은 도넛 여러 개가 상자 안에 담긴 사진 딱 한 장만이 실린 게시물이 이곳저곳 떠돌았다. 본문에는 어떤 설명도 없고 그저 “여직원들에게 도넛 한 판 사줬더니”라는 제목이 전부였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핑계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않고, 사준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여직원들’을 힐난했다. 그러나 해당 도넛 사진을 구글 이미지 검색 서비스로 검색해보면, 사진의 출처는 엉뚱하게도 외국의 한 유머사이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직원들에게 도넛을 사준 사람도, 도넛을 먹은 사람도 없다. 이 사건은 여성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댓글을 모아 “사진 한 장으로도 여성 혐오가 가능”이라는 게시물이 만들어지면서 폭로되었다. (27-8쪽, <김치녀와 벌거벗은 임금님들>, 윤보라)  

 

문제의 본질은 ‘사건의 실체’가 아니라 ‘사건의 편집’이다. 여성 혐오의 주장 혹은 생각이 사진 한 장을 통해 생산되고, 아무런 확인 없이 재생산될 때, 여성 혐오의 대상은 ‘사준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특정한 여직원들’이 아니라, ‘여자들, 다이어트를 핑계로 음식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 모든 여성들’이 되는 것이다.

‘여성 혐오’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여성이 ‘약자’이며 동시에 '소수'이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해왔다. 요즘도 취업과 결혼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이 있지만, 외국인의 숫자가 더 많아진다면, 한국인과의 혼혈 2세들의 숫자가 지금보다 더 많아진다면, 그들의 사회적지위가 상승하게 된다면, ‘여성 혐오’는 ‘외국인/ 혼혈한국인 2세 혐오’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남과 북이 하나로 통일되면, 이러한 혐오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혐오’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로서는 ‘여성’이 약자이지만 곧 강자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이 시점에 ‘여성 혐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은 ‘소수’가 아니다.

여성은 소수가 아니라 세상의 절반이다. 여성은 외국인도 아니고 무임승차자도 아니다. 여성은 위협적이거나 위해를 가하는 외부인이 아니라 돌봄을 주로 하는 내부자다. 그럼에도 여성 혐오는 이 모든 혐오에 유비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 (58쪽, <주체화, 호러, 재마법화>, 임옥희)

 

이에 더해서 임옥희는 “여성은 힘이 없었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었던 것이 아니라 여성이 갖고 있었던 힘 때문에 혐오와 매혹의 대상이었다.”고 말한다. 혐오에 겁먹지 말고 한때 여성이 가졌던 힘을 되찾자고 말한다. 지금, 여기서, 다시 메두사의 ‘마법적’인 힘을 되찾자고 말이다. (88쪽)

‘메카니즘’이라면, ‘사물의 작용원리나 구조’를 말하는 것이고, 심리적으로는 ‘어떤 행위를 성취하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심리과정’을 말한다. (네이버 국어사전) 아이들하고 이야기할 때, “아, 이 놀라운 메카니즘이라니...”라며 가끔씩 이 단어를 사용하는데, 비슷한 상황에서 아롱이가 이 단어를 사용하려 했나 보다. 아롱이가 “아, 이 0000이라니”라고 말할려고 하는데, 마침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네 음절이면서, 이와 비슷한 단어를 떠올리다가 이렇게 말해버린다.

“아, 이 놀라운 페미니즘이라니!!!”

딸롱이와 나는 마주보며 웃음을 빵! 터뜨리고, 누나와 엄마를 웃겼다는 생각에 아롱이도 같이 웃는다. 아, 요즘에 내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사용했나보다.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무슨 일에도 완전 열심히 한 적이 없는데.

교과서와 참고서다.

아, 이 놀라운 페미니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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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8-25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댓글을 날려 먹기는 또 처음이네요 ㅜ..ㅜ

1.성매매는 그 여성의 인종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주체성을 갖는데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인신매매가 성행하는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백인 여성들이 말하는 자신의 노동의 일상화라는 것은 불가능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지난주 한겨레 정희진씨 칼럼 읽으셨죠?
좀전 댓글에서는 길게 인용했었는데 날려 먹는 바람에 걍 짧게.
˝물론 저는 페미니스트를 지향합니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 여성주의적인 것인지는 늘 고민스럽습니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는 효과적인 전략이지만, 그 효력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모든 선언은 일시적 전략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저는 이분의 글때문에 또 뒤통수에 불이 난듯 번쩍합니다.

3.저는 요새 좀 편안한 책들 읽고 있어요.
일전에 시도 했던<여성의 남성성>,<남성성/들>읽다가 완전 뻗어 버렸거든요.
아직은 제가 읽을만한 능력이 안되는 책들을 부여잡고 낑낑거리느라
완전 전투력 급상실이라 회복기간중이거든요.

4.아!!!이 놀라운 페이퍼라니!!!! *^^*

단발머리 2015-08-29 18:42   좋아요 0 | URL
아이구.... 아무개님 댓글 날아갔군요. 한 번 날아가면 다시 쓰기 싫은데, 감사해요.

1. 저는 이 개념이 아주 어려웠는데요, 의외로 <페미니즘의 도전>에 잘 나와있더라구요.
그 책이 교과서가 맞더라구요. 책읽는 순서를 조금 잘못 잡은 듯해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 동의합니다. 인신매매로 잡혀와 `성노동`에 종사하는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여성들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 정도가 아니라,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요.

2. 지난주 한겨레 칼럼, 물론 읽었지요.
저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운동 내부와 페미니즘 학계 양 쪽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정희진씨 입장에서는, 강연을 가든, 어디를 가든` 페미니스트 정희진`으로만 정의되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저런 방식으로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하지는 않지만, 그럴 수 밖에 없을수도 있겠다...... 본인 소개를 `여성학 연구자`가 아니라 `평화학 연구자`로 설정한 것 자체가 그녀의 그런 절박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요.

3. 뻗지 마시고, 돌/아/오/소/서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무 어려운 책으로 고르셔서 더 힘드셨을수도 있지 않을까요.
위에 <행복한 페미니즘>은 쭉쭉 넘어가더라구요. 옛날 책이기도 하구요.
<여성혐오가 어쨌다구?>도 우리나라 사례가 많아서 전 나름 빠른 스피드로 읽었는데요.
저도 아무개님처럼 어려운 책도 읽고는 싶으나 @@

4. 아, 브이를 하고 싶으나, 내용이 빈약하여 ... ㅎㅎㅎㅎㅎ

cyrus 2015-08-2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페이스북에서 여성 차별에 관해서 몰상식한 글을 보게 되니까 정말 화가 났어요. 그 글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엉터리 글을 제대로 반박하고, 글쓴이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제 자신에 더 화가 났어요. 제대로 꾸준히 공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짜 페미니즘에 대해서 많이 공부해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15-08-26 08:40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sns를 하고 있지 않아서, 사실 온라인상에서의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요. 오히려 저 책 <여성혐오가 어쨌다구?>를 읽으며 실상(?)을 알게된 측면이 있어요.

미움을 양식으로 삼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선 답이 없지만, 당분간 페미니즘에 대해서 저도 공부해보고 싶어요. 조금이라도요... *^^*

책읽는나무 2015-08-26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아이들과 영화를 보고 큰아이 미용실 댕겨오라며 기다리는동안 서점에 잠시 둘째들이랑 들어갔었어요 그때 `여성혐오가 어쨌다구?`책이 눈에 들어와 잠깐 앞부분을 읽었더랬죠!
하아~~~정말!!!
얼굴이 붉어지더군요ㅜ
저는 아마도 논리력 없이 무턱대고 화를 내는 사람축에 들어가나봐요~책을 읽으면서 얼굴이 붉어지니 말입니다!
어쨌든 구입하려 했는데 애들 셋이서 자기네들 원하는 것으로 사달래는 것들이 많아 저책이 뒤로 미뤄져버렸군요ㅜ(그리고 오프라인 서점에선 마일리지 때문에 책 사는건 너무나도 큰고민에 휩싸입니다 그래도 집에 와서도 저책이 계속 눈앞에 아른아른~~^^)
님이 언급하신 책들을 이제 날도 선선해졌으니 한 권씩 읽어봐야겠어요 읽어보고 좋은 책들은 구입해놔야겠어요 훗날 딸들을 위해!!^^
아롱이와 딸롱이의 모습이 이쁘군요 공부하는 엄마를 유심히 지켜봤을 그모습이 참으로 이뻐보입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되어보아요^^

단발머리 2015-08-26 08:46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셨군요. 저도 그런데요. 서점에 가서는 책을 안 사게 됩니다. 첫째는 집에 가서 알라딘 통해 사자고 하면 설득이 되는데, 문제는 아들이죠. 무조건 지금 사달라고 해서 가끔은 오프라인에서도 책을 사긴 하지요. 저도 제 책은 많이 안 사게 되서, 도서관을 자주 이용해요. 도서관에서 책을 막 사주고, 가져가라고 문자를 막 보내고.... 합니다. ㅎㅎㅎ

저는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딸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구요. 제가 읽은대로, 느낀대로 이야기했다가는, 제 딸이 세상을 너무 암울하게 볼 것 같은 예감이 너무나 자주 듭니다. 분노와 절망이 정말 5 : 5 의 비율로 세차게 몰아칩니다.

책 읽는 나무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바람이 서늘해서 기분 좋은 아침에...

감은빛 2015-08-27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글 참 좋네요!
여러 책을 조금씩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읽은 책은 [페미니즘의 도전] 한 권 뿐이고,
두 권은 집에 있으나, 아직 펼쳐보지 못했어요.
나머지도 다 보관함에 담고 하나씩 읽어야겠어요.

사실 페미니즘에 대한 첫 인상이 참 안 좋았어요.
대학시절 여성학 강사의 수업을 들었는데,
제가 학년대표였기 때문에 출석부와 마이크 등을 챙겨야 했거든요.
그 강사는 아무 이유없이 저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냈어요.
수업시간에는 남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죄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구요.
사회적으로 잘못된 언행을 비판하는 것은 괜찮지만,
아무 이유없이 가만히 있는 남성에게 남성이니까 죄인이라고 하면 기분 좋을리 없죠.
그 강사의 남성 차별적 언행은 저에게는 폭력이었어요.

다행히도 나중에 활동가로 살면서 만난 수 많은 여성 활동가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또 정희진 선생님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쩌면 저도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을 계속 갖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단발머리 2015-08-28 08: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요즘에 제가 페미니즘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가고 있어요.
새로운 세상이 막, 열립니다. ㅎㅎ

감은빛님의 페미니즘 여성학 강사님은 참, 아쉽네요. 남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죄라니요, 똑같은 논리라면 여성으로 태어난 것도 죄인데, 페미니즘이 혁파하고자 하는 정반대로 가시는 분이 여성학 강사님이라니...

정희진님의 책은 `깨우침`을 주는 책들이라 한 꼭지, 한 꼭지, 정말 주옥같습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을 긍정적으로 극복하신 감은빛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나는 뚱뚱한 사람들을 그리지 않습니다.”

라는 보테로의 말은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준다. 살찐 남자나 뚱뚱한 여자같이 특정한 무엇을 그리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리얼리티를 미술로 변환하는 수단의 하나로 변형과 변신을 이용하는 데 관심을 쏟을 뿐이라 한다. (예술의 전당, 전시회 설명) 보통 체격보다 더 통통한 모습의 인물들은 건강 상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사랑스러운 모습임에는 분명하다.

 

 

 

 

 

 

 

 

 

 

 

 

‘0815 풀밭 위의 콘서트 0816’은 저녁 7시 30분이 공연 시작이었는데, 4시까지 가야한다는 나를 남편이 간신히 진정시켜 공연장소에 도착해보니 5시 15분. 무대 위에서는 리허설이 한참이었고, 그 이름도 머나먼 정명훈씨가 무대 위를 왔다갔다 하며 리허설을 점검하고 있었다. 손열음은 리허설에 하얀색 미니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는데, 이전의 인터뷰에서 느꼈던 시원시원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나까지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정명훈씨라면, 세계적인 지휘자로서 우리의 자랑이지만, 사람이 너무 틈이 없어, 들어오자마자, 제 자리에 서자마자 “빠바바바아~~”가 시작돼, 깜짝 놀랐다. 그 곳의 청중들이 모두 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헉, 왜 이렇게 빨리 시작해?...’ 

 

 

 

손열음은, 아, 손열음은 오프 숄더의 역시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는데, 혼신의 연주에 1악장이 끝나자마자 물개박수를 쳐댔다. 공연까지 두 시간 이상을, Wifi도 안 터지는 불모지에서 벌레들과 씨름하느라 입이 댓발이나 나왔던 딸아이도 손열음의 연주에 말 그대로 ‘하아~’를 연발했다.

 

 

야외 풀밭에서, 매미 소리와 함께 베토벤의 ‘운명’과 손열음의 ‘차이코프스키’를 들을 수 있었던 어제 밤이, 올 여름 최고의 순간이다. 2등, 3등은 경합중이니 나중에 가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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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8-1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데요~~♡
이런공연을 볼 수 있단 것은~~
서울에서 살고프단 생각도 들게끔 합니다^^
보테르전도 멋지구리하구요!!

단발머리 2015-08-17 11:03   좋아요 0 | URL
아... 그러네요. 멀리 계신 분들은 오시기 어렵죠. 근데 서울은 공기가 많이 안 좋으니까요, 특히 2~3월에는요.
쎔쎔이 or 쎔쎄미.... *^^*

 

 

 

 

 

 

매력적인 정도를 훨씬 뛰어넘어 유혹적인 가격이 구매의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 막상 책을 받고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여러 작가들의 단편 뿐 아니라, 정성 들여 편집하고 사진을 고른 흔적이 역력하다. 제일 먼저 읽고 싶었던 표지 이야기, 천명관의 인터뷰를 읽는다.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에 대한 이야기에서 멈칫 멈춘다.

 

 

 

 

 

 

정     소설가로서 사회적 의식이나 공적인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는 편인가?

천     지식인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예술가의 자의식도 없다. 그러니 그런 거창한 책임감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젊을 땐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도 많았지만 텔레비전 뉴스를 안 본 지 칠 년이 넘었다. 지금은 내 삶을 꾸려가기에도 벅차다. 나이를 먹어가고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죽음이 아득히 멀리 있지 않다는 감각도 생겨났다. 나는 철저히 개인으로 살 뿐이고 가능한 한 그러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세상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최소한의 윤리적 삶이라고 생각한다.

정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나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

천     굳이 대답하자면 이런 마음은 있다. 부자들을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지만 그것이 나에겐 작가로서 최소한의 윤리 같은 것이다. (95쪽)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만 했던 작가들이 있었다. 엄존하는 세상 앞에서 펜 하나로 불의한 현실에 마주 섰던 작가들 말이다. 지금도 그런 작가들이 있다. 시어 고르는 일에 전념해야 할 시인들이 경찰버스 위에 오르고, 이야기를 엮어야 하는 소설가들이 팽목항으로 향한다. 경찰버스에 오르고,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야 하는 상황, 그런 시대를 산다.

하지만, 나는 지식인이 아니다.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 없다. 내게는 거창한 게 없다. 나는 철저히 개인으로 살 뿐이다,라고 말하는 예술가의 자의식 또한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철저히 개인으로 살아가는 예술가, 개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그런 삶을 그려내는 예술가 역시 우리에겐 필요하다.

 

 

 

 

‘신경숙 표절 사태’ 이후에 문단권력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문단만, 비판의 중심인 문단만 모른 척 할 뿐이다. 천명관이 제시하는 해법은 매우 파격적인 것이라서 실제로 실현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등단제도, 청탁제도, 문학상을 모두 다 때려치우자고 하는데, 이미 거대 권력인 문단이 자발적 선택을 통해 이런 과정을 겪을 수 있을지. 한 달에, 아니 일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국민이 대다수인 나라에 사는 한 국민은 심히 걱정스럽다. 문단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독서 문화의 변화 없이는 이 상황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처음 ‘신경숙 표절 문제’를 제기한 이응준도 그렇고, 천명관도 그렇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자신을 둘러싼 공기와 같이 자신의 일에, 밥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강한 논조로 변화를 촉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대단한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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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5-08-1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명관작가의 인터뷰가 정말 인상적이었죠? 문예계간지의 한 획을 그은 것 같아요!! 시전문잡지도 내주면 좋으련만^^;;

단발머리 2015-08-14 16:33   좋아요 0 | URL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 자체가 너무 예뻐서요. 이런 책이라면 15,300원 정도의 가격이 매겨져야 하는데... 하면서 아쉬워했어요. 저도 착한 가격 덕분에 구입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많았어요.
그런데 시 전문잡지도 내주면 좋겠지만서도, 가능할까요? 시는 마니아층이 더 적어서요. @@

그렇게혜윰 2015-08-14 16:35   좋아요 0 | URL
문예지는 사도 오래 소장하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큰 출판사에서 문예지는 사회환원사업으로 요렇게 기획해주면 좋겠어요...많이 읽히게끔요...

단발머리 2015-08-14 16:53   좋아요 1 | URL
네... 그러게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약간 비슷한 의도인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부담 없게..
그런데, 미안한거는 사실이죠. 터무니없는 가격이기는 해요.

책읽는나무 2015-08-14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거 싼가격에 악스트란 제목으로 발간될 예정이란 소식을 비밀요원?에게 미리 접했었거든요 근데 정작 그악스트가 이악스튼줄 모르고^^

저도 바로 구입하고서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 먼저 읽고 천명관 인터뷰를 읽었어요!!
멋졌어요~~천명관!!^^
그의 소설을 찾아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실은 제대로 읽지 않았어요ㅜ
이런 문예지는 더욱더 발전했음 좋겠네요^^

단발머리 2015-08-16 19:21   좋아요 0 | URL
아하... 책 읽는 나무님 비밀 요원도 있으시고 너무 좋으시겠어요. 제목도 괜찮아요. 악스트...

저는 앞쪽 서평 몇 개랑 천명관님 인터뷰 읽었지요.
멋져요, 진짜... 외모도 멋지구요. 사심 작렬~~~
저는 [나의 삼촌 브루스 리]랑 최근 단편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중에서 두세편 읽었는데요. 제일 유명하다는 [고래]가 아직이라서, 담에 읽게 된다면 [고래]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