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 샹탈은 왜 장마르크에게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말했나

그녀는 심각한 토론에서 벗어나려고 이 말을 끄집어냈다. 그녀는 가급적 가장 가볍게 말하려고 노력했으나 자신의 목소리가 쓸쓸하고 우울한 데에 그녀 자신도 놀랐다. (31쪽) 



질문 2. 장마르크는 왜 샹탈에게 비밀편지를 보냈나

아무런 계획도 없었고 어떤 미래도 겨냥하지 않았으며 그냥 그녀를 즐겁게 해 주고 남자들이 더 이상 그녀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진 상태에서 그녀를 당장 벗어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녀의 반응이 어떠할지 미리 상상해 보려고 들지도 않았다. 굳이 상상을 했다면, 만약 그녀가 그에게 편지를 보여 주며 "이봐! 남자들이 나를 아직은 잊지 않았어!"라고 말하면 시치미 떼며 낯선 이의 찬사에 자기 찬사까지 덧붙이리라는 상상 정도였다. (107쪽) 

질문 3. 샹탈은 왜 편지를 장마르크에게 보여주지 않았나

해답은 간단해 보였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면 그것은 훗날 그녀에게 접근하여 유혹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 편지를 비밀로 간직한다면 그것은 오늘의 조심성이 내일의 모험을 보호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편지를 간직한다면 그것은 그녀가 이 미래의 모험을 사랑으로 이해하려는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109쪽)

질문 4. 그런 편지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나

서랍은 무슨, 세계 만방에 자랑하겠다. 

팀에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왔다. 둘은 형제라 했는데, 형은 드러머, 동생은 일렉기타리스트라 했다. 팀에서는 내가 막내 아닌 막내급이라 20대 초반 화사한 형제들의 출현이 내심 반가웠다. 연습 중에, 템포를 바꿀 때 서로 어떻게 사인을 주고 받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도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는 오른쪽으로 45도 각도로 내가 보이고, 드럼이나 기타쪽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자는 나를 바라보는게 편하고, 나머지 세션들에게는 내가 정면이었다. 드럼 치는 형이 말했다. 

"저희는 누나 보고 맞출께요." 

어머나, 세상에. 나를, 나를 '누나'라고 했다. 그 때는 '얘야, 나는 '누나'가 아니라, '이모'급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는 혼자 있을 때,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보고 누나래. 

그 다음 달이던가. 연습을 마치고, 잠깐 기도하러 모이는데, 이번에는 일렉 튕기는 동생이 말했다. 

"저희는 결혼 안 하신 줄 알았어요." 

엥? 이건 또 뭐야? 나는 초등 고학년 딸롱이랑 초등 저학년 아롱이가 있는데, 나보고, 결혼 안 한 줄 알았다니. 아... 나는 이 깜찍한 형제에게 밥을 다섯 번쯤이나 사 주고 싶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위해, 일렉 동생은 지난달에 라식 수술을 했고, 드럼 형은 라식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말해야겠다. 

나보고 아름답다고 한 것도 아니고, 이쁘다고 한 것도 아닌데, '누나' 정도로 어려보인다는 말이, 결혼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 그렇게도 기분 좋아, 나는 이 얘기를 100번 정도 했다. 엄마는 이 얘기를 3번 정도 들으셨고, 아빠는 2번 정도 들으셨다.  

만약 이런 편지를 받게 된다면,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라고 쓰인 편지를 받게 된다면 어떨까. 물론, 샹탈처럼 편지 보낸 사람을 궁금해 할테고, 주위를 살펴 나를 살피는 사람이 누구인가 찾으려 할 테고, 빨간색 잠옷을 (아니다, 나는 분홍색) 구매할 테지만, 무엇보다도 난, 이 편지를 자랑할 것이다.  

난 이 편지를 남편에게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남편에게 얘기를 할텐데, 그 이유는 오직 남편에게 이 사실을, 내가 아직 '젊고', '남자들의 시선을 받을만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물론, 주위 사람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랑할테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바,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만나기 쉬운 그이에게 이 기쁜 사실을 자랑하련다. 

나, 편지 받았어. 
상상만으로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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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1-0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 안할것 같아요. ㅎㅎ
말 안하고 들통나지 않아야 그런 편지를 계속 받고, 그와 만나고 하는 일들이 가능해질 듯.
저는 아마도 속에 음탕한 여자가 한 열일곱명쯤 들어있나봐요.

단발머리 2013-11-05 14:24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은 하고요.
설마 말하고 만나겠느냐할 때, 그 지점에서 딱 만나려고요.
상상만으로도 호호홍

다락방 2013-11-05 14:26   좋아요 0 | URL
새벽 세시의 레오같은 남자가 똭- 나와줘야 되는데 말예요. 홍홍홍

단발머리 2013-11-05 16:53   좋아요 0 | URL
이 레오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레오 맞나요?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본 것 같은데, 책을 안 읽어 어떤 남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외모되고, 매너 좋은 남자주인공일테니,
나와주신다면 감사 땡큐입니다~~
 

 



 

 

 

 

 

 

 

 

 

 

 

1. 엄마들은 빠지세요 

매달 마지막 주엔 엄마들 발표 시간이 있다. 처음에 아이들이 '이게 어디 쉬운거냐, 엄마들도 한 번 해 보라'더니, 엄마들이 책을 준비해와 성심성의껏 발표를 했더니만, 자기들 간식 시간이 줄었다며 목소리 높여 '엄마들은 빠지세요. 저희끼리 할께요'를 외쳐댄다. 그래서, 나온 타협안이 한 달에 한 번씩 한 명의 엄마만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이다. 


 

2. 피천득의 [인연] 


 


 

 

 

 

 

 

 

 

 

 

 

 

저번달에 J언니는 피천득의 [인연]을 준비하셨다. 다양한 글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설명을 들은 후에는 [인연]을 함께 읽었다. 요즘 수필같은 신선함은 좀 덜 한듯 해도, 나름의 운치와 멋이 있었다. 

 

3. 김용택의 [콩, 너는 죽었다] 

이번 달에는 내 순서다. 김용택 시인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초등교사이자 시인이었던 그 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명도 알려주고, '섬진강' 시들도 보여주었다.  

이 시집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하나씩 적어와 낭독하기로 했는데, 아래의 시가 아롱이를 포함, 무려 2명에게 선택받은 오늘의 시다. 

 

 

  

 

  누나

  올

  추석에 꼭

  와


 

 

 

 


 

4. 밭 

  


 

 

 

 

 

 

 

 

 

 

 

 

 

 

이 시집에서 내가 고른 시 하나를 읽어주며 '엄마 시간'을 마치기로 했다. 내가 읽으면 자꾸 코믹버전이 되서, 전공자이신 H언니에게 낭독을 부탁했다. 

밭 

아가 
새며늘아가 
내 시집와서 보니 
식구가 열셋이더라 
바가지만한 뚝배기에 밥을 
퍼담아놨다가 
낮밥 먹을 때 
이 그릇 저 그릇 퍼주고 나면 
수수밥티 하나 안 남더라 
부엌바닥에 쭈그려앉아 
뚝배기에 맹물을 부어
김치 한번 집어먹고
맹물 한 모금 마시고 
김치 한번 집어먹고
물 한 모금 마시다 보면 
맹물로도 어느덧 배가 부르더라
긴긴 여름낮 
얼매나 식은땀이 흐르고
얼매나 해가 길었었는지
서산을 골백번도 더 바라보며
콩밭을 맸단다
시어머니 손윗동서
시동생에 시누이들
여름에는 삼베빨래 
언 강 깨고 무명빨래
손이 쩍쩍 째지면
모자란 젖을 짜서 
쩍쩍 갈라진 생살 틈에 흘려넣으면 
얼마나 쓰리고 아렸는지
제금 나와 살면서 
허기진 배 움켜쥐고
풋보리 잡아 절구질 
풋나락 잡아 절구질 
허리띠를 졸라매고 
무릎이 벗겨지더락 
밤을 새워 삼품앗이 
어치게어치게 
밭을 장만했느니라
저 밭을 장만했을 때는 
세상이 내 세상 같고 
훨훨 날 것 같고 
몇날 며칠 밤을 설쳤단다
아가 
새아가
강 건너 저 밭을 봐라
저게 저렇게 하찮게 생겼어도 
저게 나다 
저 밭이 내 평생이니라
저 밭에 
내 피와 땀과 눈물과 한숨과 
곡식 무성함의 기쁨과 설레임과 
내 손톱 발톱이 범벅되어 있느니라
곡식이라고 어디 그냥 자라겠느냐 
콩 하나 심으면 
콩은 서른 개도 더 넘게 달리지만 
이날 이때까지
요모양 요꼴이구나
하지만 새아가 
저 밭을 이제 누구에게 물려주고
손톱을 기르며 늙겠느냐
내 곁을 곧 떠나갈 
새며늘아가. 

낭독을 마친 후, 엄마들 세 명은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는데, 우리의 촉촉한 감상은 '간식을 빨리 먹자'는 아이들의 원성에 묻혀 버렸다. 얼음빨래에 손이 텄는데, 왜 젖을 바르냐, 로션을 발라야지, 하는 딸롱이의 말에, 나는 그냥 '카스타드'를 한 입 베어먹었다.   

 


5.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이 시집이 김용택 시인의 최근간 시집같다. 제목이 김용택 시인답지 않아서 은근 기대가 된다. 사실, 이 두 시집도 읽고 싶다. 


 



 

 

 

 

 

 

 

 

 

 

 

 

 

폼으로 사 두고 다 읽지 못한 시집들이 많은데, 아, 항상 그렇지만, 시는 어렵다. 지난 주던가, '빨간 책방'에서 이동진씨가 '남들이 좋다는 시도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셔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이동진씨도,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그렇다는구나. 히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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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lla Enchanted] 

 

 

 

 

 

 

지난 달, 우리집 인기 상영 1위에 빛나는 영화다. 뽀뽀신이 몇 장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것 같아 아이들도 보게 했다. 거의 10년 전 영화라 기술이 조금 어설프게 보이기는 하지만, 여주인공도 예쁘고, 거인도 나오고, 괴물도 나오니 아이들은 좋아한다. 영화 본 김에 책도 읽어보라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줬다. "뉴베리 수상에 빛나는~" 하면서 말이다. 



2. 예쁜 표지 vs 그냥 그런 표지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는데, 그 때는 이 책이 한글로 번역된 줄을 모르고 있었다. 재미있게 읽어서 책을 사려고 하니, 알라딘에서는 내가 원하는 책을 세트로만 판매하고 있어 다른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했다. 검색해서 나오는 책들은 이렇고. 

 

 

 



 

 

 

 

 

 

 

 

 

 

 

 

 

내 책은 이거다. 

 

 

 

내가 가진 책의 표지가 3.5배 정도 예쁘다(고 감히 말한다). 

3. 마법에 걸린 엘라 

엘라는 요정 루신다를 통해 '타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한다'는 축복 아닌 축복을 받게 된다. 누구의 말이든 복종해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 떠난 모험은 실패로 끝나고, 엘라는 자신의 약점을 이용하는 새엄마와 언니들 때문에 하녀같은 삶을 살게 된다. 여기까지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고 왕자님이 슬리퍼 한 짝 덜렁 들고 나타난 것도 똑같다. 

엘라를 찾아낸 왕자님은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인생역전, 지옥탈출, 행복시작의 바로 그 지점이다. 이 때, 엘라는 자신이 왕자님과 결혼했을 때, 일어날 일들을 가늠해보고는 그와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다.  

왕자가 다시 내 귀에 대고 소곤소곤 명령을 내렸다. 
"엘라, 나랑 결혼해요. 어서 그러겠다고 말해요." 
이런 청혼을 받으면 누구라도 좋다거나 싫다고 대답할 수 있다. 이건 왕자가 백성에게 내리는 명령이 아니었으므로. 샤 왕자는 자기가 명령을 내리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못 하겠지. 

하지만, 나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그리고 기꺼이 그 명령에 복종하고 싶다. 하지만 왕자에게 해를 입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왕자와 결혼하고 싶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내 조국의 멸망을 불러올 것이다. 그들이 위험에 빠지면 아무도 그들을 구해줄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졸지에 몰락의 길을 걷고, 모두 저주받는 운명이 되는 거다. (371쪽) 

Char was too precious to hurt, too precious to lose, too precious to betray, too precious to marry, too precious to kill, too precious to obey. (225쪽) 

나는 케이크를 먹었고, 강장제를 마셨고, 목걸이를 해티에게 줘 버렸고, 새엄마의 노예처럼 힘겨운 일을 했고, 올리브가 나를 달달 볶는데도 묵묵히 당하고만 있었다. 비롯 나는 그들의 말에 꼭두각시처럼 복종했지만, 샤 왕자에게 해코지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절대로. 절대로. 

복종해. 그와 결혼해. 결혼한다고 말해. 결혼한다고 말해. 결혼한다고 말해. (372쪽) 

샤 왕자는 엘라에게 자신과 결혼하자고 말한다. 자신과 결혼하라고 '명령'한다. 왕자의 청혼은 엘라가 원하던 바다. 왕자의 명령에 엘라는 그저 '복종'하고 싶다. '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엘라는 왕자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파멸시킬 것이다. 왕자를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엘라는 왕자에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엘라는 여러 번 자신의 저주를 끊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그녀는 생일 케이크를 먹으라는 멘디에 말에 복종해야했고, 엄마의 유품인 목걸이를 해티에게 줬고, 새엄마와 올리브의 모든 명령에 복종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와 강한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왕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랑하는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는 "No"라고 말한다. 자신을 원하는, 자신이 원하는 단 한 사람, 바로 그 사람에게 "No"라고 말한다. 
 
4. 제인 에어 


 

 

 

 

 

 

 

 

 

 

 

 

 

 

 

 

제인과 로체스터는 조금 다른 경우이기는 하다. 아내가 있는 로체스터는 그 사실을 숨기고 제인에게 청혼해 결혼하기 직전까지 이른다. 하지만,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 해도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제인은 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 지금과 같이, 내 괴로운 인생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보다 높고 보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주림과 목마름을 이야기하고, 충실하고 깊은 애정으로 나의 사랑에 응해 줄 사람을 충실하고 깊게 사랑하겠다는 나의 결심, 아니 이 말로는 부족해, 나의 거역할 수 없는 진로를 보여주었어야만 했소. 그러고 나서 당신에게 나의 충성의 맹세를 받아주고 또 당신의 충성을 내게 맹세해 주기를 부탁했어야 했소. 제인, 지금 나한테 그걸 해주오."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왜 말이 없소, 제인?" 
나는 괴로운 시련을 겪고 있었다. (156쪽) 

로체스터가,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그가 제인에게 말했다. 나의 충성의 맹세를 받아달라고. 당신의 충성을 내게 맹세해 달라고. 주인과 가정교사라는 간극을 뒤로 하고, 동등한 영혼으로, 동등한 인격체로 그녀를 대하겠다고 말한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영혼의 동반자로 그녀를 호출한다. 

하지만, 제인은 말한다. 그건 안 된다고.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자, 승낙하라! 그의 비참한 꼴을 생각하라. 그가 직면한 위험을 생각하라. 그가 혼자 남게 되었을 때의 상태를 생각하고 그의 앞뒤 가리지 않는 성질을 명심하라. 절망에 뒤따르는 무모함을 생각하고, 그를 달래고 구원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너는 그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의 것이 되겠노라고 말하라. 세상에 너를 걱정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 너의 행동으로 해를 입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
그러나 대답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걱정한다. 쓸쓸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존경한다.... (160쪽)

쓸쓸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지만, 아니,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 자신을 존중하겠다는 제인은, 자기가 원하던 사람을, 자신을 원하는 사람을 뒤로 하고 손필드를 떠난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그에게 'No'라고 말하는 것이다. 
                                
5. 주군의 태양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사랑은 현실의 그것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다. 더 자극적이면서도 이야기의 전개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부족한 것 없는 재벌집 아들이 어떻게 고시텔 옥탑방에 사는 가난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가. 

첫째, 여자가 예뻐야 한다. 이건 시간, 장소, 시대를 초월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둘째,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어야 한다. 씩씩하고, 발랄하고, 명랑해야 한다. 셋째, 이제야 서로를 찾은 두 사람이 이 세상 하나뿐인 사랑임을 깨달아야 한다. [주군의 태양]에서는 그 근거를 '귀신'으로 설정했다.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사람, 내게 특별한 그 사람은 같이 있을 때 귀신을 쫓아주는 사람, '대리석으로 만든 방공호'이다.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사람,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다. 

이제 그 사람이 내가 좋다고 한다. 가지 말라고 한다. 태양도 주군 옆에 있고 싶었을 거다. 안전하게, 편안하게 살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태양은 떠나기로 결심한다. 

 

 

 

자기 손을 잡고 안 보고, 안 들으면 된다는 주군에게 태양은 말한다. 
"어떻게 당신한테만 매달려서 살아요? 나도 내 세상이 있는데..." 

주군에게 "No"라고 하고 태양은 떠난다. 
소지섭에게 "No"라고 하고 공효진은 떠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날 원하는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이 세상 단 한 명의 그 사람, 바로 그 사람에게 "No"라고 말한다. 나의 가장 절실한 "No"는 가장 사랑하는 사랑에게 말해져야 한다. 나의 가장 절실한 "No"는 내가 가장 원하는 그 사람에게 말해져야 한다. 

 

그에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No"라고 말해야 한다. 
"No"라고 해야 한다. 
"No"라고...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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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2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페이퍼 엄청 근사하네요, 엄청. 짱멋져요! >.<

단발머리 2013-10-25 11:49   좋아요 0 | URL
에궁.... 부끄부끄. $.$

하늘이 너무 파래요. 높고, 파래요.
아.... 가을이라.....

다락방 2013-10-25 11:51   좋아요 0 | URL
No 라고 말할 수 있는건 어렵고 중요하죠. 특히 사랑하는 사람한테라면 더욱 그러하고요.

하늘이 너무 파랗고 높아서 저는 배가 고파요. ( ")

단발머리 2013-10-25 12:31   좋아요 0 | URL
하늘이 정말 파랗고 높아요. 그리고...
저도 배가 고파요.
아들 후렌치파이를 1개만 먹으려다 지금까지 3개나 먹었어요.
아롱이 돌아오기 전에 얼른 봉지를 치워야겠어요. T.T

단발머리 2013-10-2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한 번 읽어보니, 사진이랑 글이 좀 안 맞는 구석이 있다.

소지섭, 공효진 사진에서, 그림의 장면에서, 소지섭은 이렇게 말한다.

"태공실, 가지 마..."

좀처럼 "No"하기 어려운 멘트다.

2013-10-29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30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실패의 기억 

 

 

 

 

 

 

 

 

 

 

 

 

 

 

 

무지의 소치, 무식의 발로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전 국민의 애독서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1-남도답사 일번지]을 펴들었을 때, 나는 5장을 넘어가지 못 했다. 내가 얼마나 우리 고유의 문화를 모르고 있었느냐를 확인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아무래도 재미가 없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도대체,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흘러 바야흐로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7-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이 발간되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섰다. 국내의 유명 관광지나 명승지는 안 가봐서 모른거고, 제주도는 여기 저기서 들은 풍월이 있으니, 그걸 밑천 삼아 도전해 보자 했다. 결과는 역시 참패였다. 이 시리즈는 안 되겠다, 실패!를 외치려던 찰나였다. 

2. 주황색 표지 

내가 유치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속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책 안 읽는 사람들은 다 그렇더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책표지는 중요하다. 책 디자인은 중요하다. 책과의 첫 대면이 만족스러울수록, 인상적일수록 실제 독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엔 그렇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일본편 1 - 규슈, 빛은 한반도로부터]는 예쁜 주황색 (안 예쁜 주황색, 탁한 주황색도 있다) 바탕은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 문양이고, 도자기는 이도 다와, 이마리야키, 가키에몬, 에가라쓰, 사쓰마야키 등 본문에 나오는 도자기 작품들이다. 제목 글씨는 조선 후기에 목판본으로 간행된 [언간독]에서 집자한 것이라 한다.   

이 책을 보는 순간, 다시 한 번 도전의 열망이 솟아 올랐다. 그래, 다시 시작해보자. 국내편 7권을 다른 사람이 집필한 것도 아니고, 동일 저자의 동일 저작일텐데, 세상에, 이 책은 너무나 재미있어 술술 넘어간다. 예쁜 주황색 때문인가. 아무튼 놀라운 일이다. 

3. 쌍둥이 형제 이야기 

아랍인과 유대인의 경우처럼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피를 나누었으면서도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한 적의를 키워왔다. (...) 한국인과 일본인은 수긍하기 힘들겠지만, 그들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 

(6쪽,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재러드 다이아몬드,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1998, 654쪽) 

몇 년 전 [총, 균, 쇠] 읽었을 때도, 뒷부분의 추가 논문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관심과 애정이 오롯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일본은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겠지만, 외부에서는, 서구에서는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 성장기를 함께 보낸 2) 쌍둥이 형제. 1) 후천적 경험의 많은 경우를 서로 공유하고 있고 2) 유전적, 생물학적 일치를 보여주는 친인척. 한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이 그러하다. 이제는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상대국을 긍정적으로 인정해야 할 때. 일방적 시각에서 쌍방적 시각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유홍준님의 주장은 '일본 답사기'를 시작하는 학자의 지점으로 아주 적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문장들은 옳다. 옳고, 웃기다.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말하자면 아직 분단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너도 나도 얘기하듯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남한만으로도 더 이상 일본에 꿀릴 것이 없다. 바둑도 피겨스케이팅도 골프도 우리가 더 잘 한다. (5쪽)  

하핫. ^^

임진왜란이 후대에 주는 교훈이 한둘이겠습니까마는 지금 이 자리에서 떠오르는 것 두 가지만 얘기하겠습니다.... 첫째는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임진왜란의 전승국은 조선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의 침략을 물리쳤죠. ... (중략) ... 조선은 전승국이었기 때문에 전후 국가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하여 더욱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결과 100년 뒤 숙종, 영조, 정조 연간의 문예부흥을 맞게 됩니다. 이에 반해 일본은 패전국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정변이 일어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로 정권이 교체되죠. 이때 동아시아의 정세가 요동을 쳐 명나라는 청나라에 망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조선이 건재한 것은 전승국이었기 때문입니다. (79-80쪽)

임진왜란 직후 조선의 상황은 끔찍했을 것이다. 국토 전체가 전쟁터였으니, 여기저기 시체가 즐비했을테고, 젊은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에 동원되었을테니, 전후 작업도 암담했을 것이다. 무능한 조정은 임금을 가운데에 두고 여기저기 도망다니기 바빴을테니 위신이 안 섰을테고, 명군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관군보다 의병이 주력 부대였으니, 버려진 논밭은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졌을 것이다. 이 모든 전란의 책임은 조선에 있다. 이것은 조선의 당쟁 싸움 때문이다,라고 배웠다. 그래서, 전쟁의 원인과 전쟁의 진행, 전쟁의 결과를 조선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유홍준은 말한다. 

"조선은 전승국입니다. 일본의 침략을 물리쳤죠."

맞다. 조선이 전승국이다. 일본도 중국도 패전의 상황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큰 흔들림 없이 나름대로 전후 복구 사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패배주의에 찌든 비관적 판단은 그만. 민족주의를 앞서운 어설픈 해석도 사양. 사실을 사실대로만 말한다. 
조선은 전승국이다.

오징어를 먹으면서 나는 근래에 와서 읽은 정약전(1758~1816)의 [현산어보]가 떠올랐다. 그의 흑산도 유배 시절 저술한 [현산어보]는 [자산어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는 한자를 잘못 읽은 것이다. (96쪽) 

유흥준님이 얼마나 타고난 이야기꾼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식이다. 오징어를 먹으면서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현산어보]를 떠올리고, [현산어보]를 이야기하자니 정약전과 그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징어-현산어보-정약전을 넘나드는 이 찰진 이야기를 그 누가 지루하다 하리요. 

가라쓰야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 분청사기 기법에 기초를 두고 있으면서 이를 일본식으로 변화, 발전시킨 것이다. (120쪽) 

그들은 우리의 분청사기를 미시마, 하케메, 고히키, 가타데 등으로 더욱 변화, 발전시켰다. 이렇게 섬세하게 분류해서 부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 미감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는 얘기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도자기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조선 분청사기가 뛰어나다는 주장만 했지 생활 속에서 그것을 즐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선 도자의 가치를 일본인들은 일찍이 알아챘고 그것을 생활 속에서 마냥 즐기고 있다. 우리는 고유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을 활용할 줄 몰랐고, 일본은 그 고유기술을 통째로 가져가 자신들의 위대한 도자기 문화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반성할 대상은 우리 자신에 있다. (123쪽) 

도자기에게까지 갈 것도 없고, 그릇에도 접시에도 관심이 없는 나는 시집올 때 엄마가 사 주신 '한국도자기'를 아직까지 사용한다. 백화점에서 5만원이상 구매시 주었던 사은픔 면기세트도 잘 사용하고 있다. 이쪽으로는 도통 관심이 없다. 물론, 우리 나라에도 그릇에 관심이 많은사람들이 있을테다. 다른 집에 놀러갔을 때, 근사한 찻잔이나 그릇을 볼 때가 종종 있다. (물론, 나는 그 유명한 찻잔과 그릇의 이름도 모른다. 그 엄마들께 죄송^^) 

일본 사람들은 우리의 분청사기를 더욱 변화, 발전시키고, 유럽의 주문에 따라 다채롭게 제작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책에서도 확인되다시피, 임진왜란, 정유재란때에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은 대부분 공주, 남원, 김해, 울산 등 삼남 지방의 도공들이었다. 조선시대의 관요가 있던 경기도 광주등의 뛰어난 도공들은 조선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그들이 만들던 가마터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이루어진게 없다고 한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도자기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다. 조선 도자의 가치를 알아채고, 그것을 생활속에서 만끽하는 일본인들의 미적 감각이 조금, 부럽다.  

당시 번주는 이런 장관의 무지개 솔밭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400년 뒤 후손들은 이런 행복을 누릴 것을 알았기에 어린 묘목을 100만 그루나 심은 것이었다. 똑똑한 지도자 한 분 만난다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복인가를 이 솔밭이 말해준다. (107쪽) 

위의 문장은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슬픈 문장이다. 똑똑한 지도자 한 분 만난다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복인가. 아, 그런 적도 있었는데. '잃어버린 10년'에는 어디에 내놔도, 심지어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뚫고 태양계를 지나 은하계에까지 가버릴 듯한 신출내기 검사들 앞에서도 논점을 잃지 않으시고, 그러면서도 신사적 품위를 유지하셨던 '똑똑한 지도자' 한 분 계셨었는데, 아, 근래 몇 년은... 참, 복도 지지리도 없다.  

4. 골든벨 문제 

신랑이 필요하다 해서 엄청 쉽고, 간단한 것들로만 골든벨 문제 10항을 급조했으나, 마감을 맞추지 못 해 폐기처분되었다. 속상한 마음에 여기에 올려본다. 

나중에 '조선 분청사기 기법에 기초를 두고 일본식으로 변화, 발전된 토기의 형태는?'하고 누가 묻는다면, '가라쓰야키'하고 대답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본의 도조라 일컬어지는 조선의 도공은?'하고 묻는다면, '이삼평' 정도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 일본편 1 규슈]

1. 저자는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을 부정하는 일방적 시각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쌍방적 시각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러드는 "아랍인과 유대인의 경우처럼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피를 나누었으면서도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한 적의를 키워왔다. (...) 한국인과 일본인은 수긍하기 힘들겠지만, 그들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000 형제와도 같다. (6쪽)"라고 말했는데요, 위의 글에서 빈 칸에 들어갈 말은 무엇입니까?
정답 : 쌍둥이 

2. 일본 훗카이도와 사할린에 일부 남아 있는 아이누족은 털이 많고, 키가 작으며 얼굴이 네모지며 눈에 쌍꺼풀이 있는 폴리네시아인 계통으로 짐작됩니다. 수렵, 채취 생활을 영위했던 이들이 만들었던 토기로, 그릇 바깥 면을 마치 새끼줄로 덧붙인 것같이 장식해서 그 이름을 얻은 토기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정답 : 조몬토기 

3.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을 위해 축조했던 거대한 성으로 총 면적이 50만평에 이르는 임진왜란 침략 기지는 무엇입니까? 
정답 : 히젠 나고야성 

4. 저자는 말하기를 임진왜란이 주는 중요한 교훈 중 첫번째로 이것을 들었습니다. 조선이 전쟁 후에 전후 국가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것도, 100년 후에는 숙종, 영조, 정조 연간의 문예부흥을 맞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것 때문이라고 보았는데요. 

일본은 패전국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정변이 일어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로 정권이 교체되죠. 이때 동아시아의 정세가 요동을 쳐 명나라는 청나라에 망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조선이 건재한 것은 (조선이) 000이었기 때문입니다. (79-80쪽) 라고 평가했는데요, 빈 칸에 들어갈 말은 무엇입니까? 
정답 : 전승국 

5. 현재 200명 정도가 살고 있는 일본의 작은 섬으로 약 2만 그루의 동백나무가 자생하는 동백섬으로 유명합니다. 백제 무령왕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일본의 섬은 무엇입니까? 
정답 : 가카라시마 

6. 일본에서 오징어를 먹으며 저자는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흑산도 근해의 수산물의 이름, 분포, 형태, 습속을 조사한 정약전의 저서를 떠올렸습니다. [자산어보]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도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있는 정약전의 저서는 무엇입니까? 
정답 : 현산어보 

7. 가가미 신사는 일본에서 전쟁의 화신처럼 여기는 진구 왕후를 모신 신사입니다. 이 신사에는 유명한 고려 불화가 보관되어 있는데요, 김우문 또는 김우가 그리 작품으로 고려 불화 중에서 유일하게 높이 4미터가 넘는 대작입니다. 이 불화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정답 : 수월관음도 

8. 일본의 3대 대표 토기중의 하나로, 일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 도공들에 의해 세워진 가마터에서 만들어진 토기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 분청사기 기법에 기초를 두고 있으면서 이를 일본식으로 변화, 발전시킨 토기의 형태입니다. 이 토기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정답 : 가라쓰야키 

9. 임진왜란 당시 다케오의 번주인 고토 이에노부에게 끌려온 김해의 도공 김태도의 아내로, 아리타의 히에코바에서 천신산 가마를 열고 백자를 생산해낸 사람입니다. 문근영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MBC사극 [불의 여신 정이]가 이 사람의 이야기를 허구로 꾸민것인데요, 이 사람은 누구입니까? 
정답 : 백파선 

10. 정유재란 때 번주인 나베시마 나오시게에게 끌려와, 도자기 가마의 책임자로 임명받고 가나가에 산페이라는 일본 이름을 얻었으며, '덴구다니 가마'를 열어 일본 최초의 백자를 생산해낸 사람입니다. 일본 자기의 시조의 추앙받는 이 사람은 누구입니까? 
정답 : 이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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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0-26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문화기 일본편으로 매니아 대열에 합류하신다고.... 내맘대로 접수합니다!ㅋㅋ
그런데 나는 책만 사두고 아직 못 읽었어요,
예전엔 나를 위해 사고 읽었는데, 이제는 도서관을 위한 책으로 바뀌었다는...ㅠ

단발머리 2013-10-26 16:34   좋아요 0 | URL
아항~~ 순오기님 많이 바쁘시군요.
전에 순오기님 유홍준 작가님과 제주도 다녀오셨드랬죠? 그 때 완전완전 부러웠어요.

나도 순오기님처럼 부지런히 살면 언젠가 그런 영광이 있을까나, 하지만서도
자신이 없어, 그냥 문화기 매니아 대열에 줄 선 것으로 만족합니다.
바로 일본편 2권 구매들어갑니다. ㅋㅎㅎ
 

 


 

 

 

 

 

 

 

 

 

 

 

 

 

 

 

1. 이건 불법이다. 

원래는 불법인데, 그 때는 그렇게들 했다. 

3학년 2학기 제일 만만해 보이는 국문과 수업을 신청했다. 교재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찾아가라 했다. <현대 소설 강독>. 

 

 

 

원래는 불법인데, 그 때는 그렇게들 했다. 교수님께서 아름다운 작품으로만, 주옥같은 명작으로만 고르셔서, 각 단편의 수록본을 복사해서, 그 복사본을 제본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현대 소설 강독>. 

 

 

 


다른 뜻이 있어, 국문과 수업에 들어간 건 아니었고, 과소개나 과순서 열거상 국문과가 우리과 바로 옆에 있는지라, 나름 적응에는 큰 어려움 없으려니 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결과는 무참했다. 

우리과 친구 한 명,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친구 한 명이 어떤 글을 써 가든 교수님께 극칭찬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과는 '한국말도 모른다'며 초전박살, 멸공수준의 폭격을 받았다. 나중에는 수업중에도 머리가 띵해지곤 했다. 내가 여기를 왜 들어왔을까, 왜 들어왔을까 하면서도 끝까지 수업을 들었던건(F학점이 무서워서가 아니고^^), 그 교수님의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심오한 내용도, 그렇게 특별한 내용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교수님의 수업은 뭔가 좀 달랐다. 아주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하시지만, 그 안에 필요한 말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잘못된 것을 가차없이 지적하셨지만, 잘된 글에 대해서는 어느 부분이 좋았는지 명확히 하셨다. 폭격은 무서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2. 김승옥의 [무진기행]

불법제조된 그 책에 실린 단편 중 김승옥님의 [무진기행]이 참 좋았다. 이전에도 읽어본 듯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문장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 닿았다. 

모든 것이 세월에 의하여 내 마음속에서 잊혀질 수 있다고 전보는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처가 남는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랫동안 우리는 다투었다. 그래서 전보와 나는 타협안을 만들었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 만이다. 꼭 한 번만. 그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한정된 책임속에서만 살기로 약속한다. 전보여, 새끼손가락을 내밀어라. 나는 거기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어서 약속했다. 우리는 약속했다. 

한 번만 배반을 눈감아 달라는, 무책임을 긍정해 달라는,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해 달라는 주인공의 애원이 22살, 그 때는 그렇게도 멋있었다. 

난 일반적으로 말하는 '평범한' 학생의 범주, 조금 더 좋게 봐준다면 '모범생'의 범주에 드는 사람이었다. 선 밖을 넘어가는게 쉽지 않았다. 사실, 선 밖으로 넘어간 적이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더, 22살, 무책임을 긍정하자는 그의 말이 내게 솔깃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선을 넘을 수 없는 나는, 한 번만, 꼭 한 번만 선을 넘어가겠다는 그에게 기회를 준 건지도 모르겠다. 한 번만, 단 한 번 만이에요, 하면서 말이다.  

나는 소리내 책을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눈으로 읽다가 이내 소리내 읽었다. 소리내 읽다가 다시 눈으로 읽었다. 22살, [무진기행]을 읽었다. 



3. 이동진의 <빨간 책방> 

이 책을 다시 찾아보자 생각한 건, <빨간 책방> 오프닝 멘트 때문이었다. 나는 오프닝 멘트는 모두 작가가 써 주는 줄로 알았는데 (더 예전에는 오프닝 멘트는 진행하는 사람이 쓰는 줄 알았다.) 

 

핑키님 페이퍼에서, 46회 오프닝은 진행자인 이동진씨의 책, [밤은 책이다]의 일부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심한 사춘기를 앓던 10대의 어느 시기, [무진기행]을 필사했다는 이동진씨의 이야기가 이 책을 기억나게 했다. 나에게 특별한 이 책은, 이동진씨에게도 특별한 책이다. 흐뭇하다. 

 

 



 

 

 

 

 

 

 

 

 

 

 

계속 이 불법제조된 책으로 읽을 수 없어, [무진기행]을 찾아보았더니, <김승옥 소설 전집>이 눈에 띈다. 

 

 

 

 

 

 

 

 

 

 

 

 

요즘엔 전집이 대세인가. 여기 알라딘서재 분들은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모두 모두 사셨나 알라딘서재는 요즘 '소세키'로 대배 중이다. 나도 사고 싶다. 

 

 

 

 

 

 

 

 

 

 

 

 

 

 

 

 

 

 

 

 

 

 

 

 

 

 

 

최근 읽기 시작한 '밀란 쿤데라'도 전집으로 모셔 두면 너무 너무 폼날텐데, 불법이 용인되지 않는 이 시대에, 다만 현금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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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1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금 좀..

단발머리 2013-10-17 17:22   좋아요 0 | URL
카드 결제도 가능하기는 하지요^^
사실, 다락방님께는 좀 드리고 싶네요.
조카가 둘이니, 아무래도 현금이 많이 필요하실 거예요.
어쩌죠~~ 저도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