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문구, 정확하게는 내게 가장 흥미로운 문구다.

 

해러웨이는 위계와 지배의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여러 영장류 중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동반한 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주장한다. 서구 유럽의 경험 속에 동양이 차지하고 있는 특별한 장소에 기반하여 동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60)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서, 해러웨이는 그 시선이 누구의 것인가를 묻는다.

 


해러웨이가 보기에 그 시선은 백인, 서양 과학자의 시선이며, 원숭이와 유인원을 '거의 (남성)인간' 혹은 더 나아가 '기원적인’, '문화 이전의’, 혹은 '자연의’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조명한다. 다시 말하지만, 따라서 이 모든 것이 지식의 대상으로서 기입된다/만들어진다. 각 경우에 후자인 타자는, 자아이자 빛과 시각의 원천인 전자보다 열등하지는 않더라도 그것과 완전히 구별되며 부차적이라고 서술되지만, 두 쌍의 형상은 그와 연관된 이원론의 목록 전체와 마찬가지로 오직 상호의존적 위치로서만 의미를 만들거나 작동시킨다. 섹스/젠더, 자연/문화가 그런 이원론에 포함된다. 한쪽을 특정하거나 이해하는 일은 다른 쪽을 규정하는 매우 세부적인 사항과의 차이에 의존한다. 다른 것과 구별되며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위치 혹은 대상은 독특함과 우월성이라는 의미의 측면에서 부차적인것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보다 열등한 것, 즉 자원으로 낙인찍힌쪽 없이는, 보다 위대한 것, 문화의 비범한 특질인 쪽도 자신이 이야기하고 규정하는 것, 자신이 체현하고자 하는 것이 될 수 없다.(『도나 해러웨이』, 61-2)

 


이성적이고 도덕적이며 문명을 이룩하는 주체(서구, 백인, 남성, 이성애자, 비장애인)에게는 감성적이고 비도덕적이며 자연과 어울리는 대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인데, 상대가 어떠함을 규정함으로써 자신을 새롭게 창조했다는 점에서, 이는 동양과 서양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페미니즘 모토 중에 가장 극단적인 주장으로 알려진, 내가 보기에 가장 소박한(?) 것이 여자도 사람이다라는 주장이다. 페미니즘에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아니, 그럼 여자도 사람이지! 언제 우리가 여자는 사람 아니라고 했어? 라고 반문할 것이다. 여자도 사람이다. 남자도 사람이고 여자도 사람이다. 남자처럼 여자도 사람이고, 여자처럼 남자도 사람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주장이 여자에게 적용될 때는 기이하게 변용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아니, 그래도 여자가, 그렇게 밤늦게 돌아다녀도 돼? 아니 그래도, 얘는 엄마가 키워야지. 아니, 그래도 여자가, 몰골이 그게 뭐야? 남자에게는 가능하고 당연하고 평범한 일들이, 여자에게는 불가능하고, 어렵고, 비범한 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성 혐오 5천 년의 기나긴 역사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억압된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여자는 인간이되, 아직도 (온전한) 인간이 되지 못 했다.

 
















미국의 인종 감별 잔혹사라는 부제가 붙은 진구섭의누가 백인인가?』의 2장에서는 미국 사회에서 백인성, 백인됨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이민 시대 초기 백인은 오직 ‘앵글로’와 ‘색슨’만을 의미했다독일인에 대해 반감이 컸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독일계조차도 순수한 백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아일랜드 이민자를 원숭이야수술주정뱅이로 묘사했고동남부 유럽 이민자들은 견습 백인(probationary white),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백인 검둥이(white nigger), 그리스 이민자들은 기니아, 즉 검둥이로 불렸다. 유대인들은 검은 동양인, 하얀 검둥이(whiteniggers)로 불렸다고 한다(『누가 백인인가?』, 47). , 앵글로 족과 색슨족만이, 영국 이주민만이 가지고 있던 우리’, ‘인간’, ‘백인의 개념이 점차 다른 이민자에게까지 확대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중간 단계라 여겨져 노예 산업의 근간이 되었던 흑인 남자는 노예 해방운동의 중요한 축이었던 백인 여자보다 먼저 시민권을 획득함으로써, 먼저 사람이 된 경우이다.

 


 














사이보그는 인공두뇌 유기체cybernetic organism, 기계와 유기체의 잡종이며, 허구fiction의 피조물이자 사회 현실 social reality의 피조물이다. 사회 현실은 삶에서 겪는 사회관계이자 가장 중요한 정치적 구성물이고 세상을 바꾸는 허구다.(『해러웨이 선언문』, 18)

 


다시 제자리로. 심오한 역사적 폭과 깊이를 지녔어도, 젠더는 보편적인 정체성이 아닐 수 있다(『해러웨이 선언문』, 84)는 해러웨이의 주장, 그리고 <반려종 선언>의 여러 주장을 고려해 볼 때, 그녀는 인간과 인간, 유기체와 기계, 인간과 동물간의 차이와 그 차이에 근거한 위계, 질서, 폭력이 온당하지 않으며, 그러한 그릇된 서열화는 인간이 지구에서 최고의 존재라는 잘못된 믿음, 더 구체적으로는 서구의 백인 남성이 이 지구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는 비과학적언설에 의해 지지받았다고 주장한다.

 


내가 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존재로서의 개, 를 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이한 원자의 독특한 결합으로 알고리즘에 따라 운영되는 라는 존재 역시 유기체의 일종으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우리는 모두 사이보그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한 것 아닌가, 추측해 본다.


 

너무나 세속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인간 중심적이며, 영장류에 속하나 호모 사피엔스임을 강조하며 살았던 한 명의 인간. 사이보그이며, 하이브리드, 모자이크, 그리고 키메라인 1인은 심히 괴롭다고 한다. 이제 팟캐스트 들으러 간다. 도움 받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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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3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3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5-15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단발머리 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제가 좋아하는 작가 ‘샤론 볼턴‘의 <희생양의 섬> 에서의 한구절이 생각납니다.

˝글쎄, 이곳에선 적응을 잘 못한 것 같고, 그 점에 있어서는 그들의 말이 맞아요. 이곳 섬들은 작지만 강력한 패거리가 다스리고 있거든요. 체격이 큰 금발의 남자들 말이죠. 모두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스코틀랜드 대학을 다녔고, 노르웨이 부족의 침략이 있던 시절부터 가족끼리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 말이에요. 토라, 생각해봐요. 병원의 아는 의사들이나, 학교의 교장이나, 경찰이나 치안판사, 또 상공회의소, 지역 시의회까지, 그들이 전부 차지하고 있다고요.˝
그 점에 관해서는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꽤 많은 섬 주민들이 눈에 띄게 비슷한 외모를 지녔다는 사실을 나도 이미 여러차례 실감한 터였다. (p.249)

팟캐스트 듣고 도움은 좀 받으셨나요, 단발머리 님? 저는 아직 다 읽지 못한 걸 내일 월요일부터 계속 다시 읽을 생각입니다. 저는 주말에 심각한 독서를 못하겠어요. 흐음...

단발머리 2022-05-16 15:59   좋아요 1 | URL
우아, <희생양의 섬> 좋네요. 저도 읽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참, 신기해요. 그 묘하게 싸한 느낌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작은 섬의 강력한 패거리가 모든 면을 장악하고 있다면, 그 패거리가 속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특혜를 누릴테니까요. 서로 서로 친구고, 아는 사람, 아는 동생... 그런 거겠죠? 다락방님이 인용해주신 문단 읽다보니 샤론 볼턴 책 한 권 더 읽어보고 싶네요.

전 팟캐로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는데 ㅋㅋㅋ 우아, 사람들 목소리 왜케 좋아요. 그것땜에 일단 90점 드립니다. 저도 이번 주말에는 정말 푸욱 쉬었네요 ㅋㅋㅋ
 
















도나 해러웨이에 대한 글을 쓰게 된다면 이원론, 오리엔탈리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상황적 지식을 태그로 삼아야할 것 같다. 그리고 사이보그.


 














『도나 해러웨이』의 조지프 슈나이더는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를 이렇게 정리한다.

 


특히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를 통해 우리는 젠더가 없고, 그에 연결된 오이디푸스 가족 이야기의 끝없는 순환이 없는 세계를 희망할 수 있다. 그것은 기독교인이 아니고, 여성에게서 태어나지 않았으며, 에덴동산이 있다 해도 인식하지 않았을 것이고, 전지한 아버지가 조화롭게 마련한 이성애적 생식 결합을 통한 구원에 의존하지 않는다. 해러웨이는 페미니즘 과학소설이 이미 유망한 사이보그 서사를 몇 가지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한다(Ibid.: 106, n.27). (113)

 


젠더의 각주를 찾아보면, 1991년의 인터뷰에서 해러웨이가 사이보그를 다염성polychromatic의 소녀, 나쁜 여자아이”(299)라고 말했음을 알게 된다.   

 
















『해러웨이 선언문』의 역자 황희선은오늘의 SF #1』 <도나 해러웨이 사이보그, 그리고 SF적 상상력의 유토피아적 모멘텀>에서 이렇게 썼다.

 


해러웨이가 볼 때 사이보그는 우선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출현하는 하이브리드를 뜻한다. 서구 근대의 이분법적 사고관에서는 본성상 이질적인 존재들, 비단 유기체와 기계만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이 뒤섞여 네트워크를 이룬 상태를 일컫는다. 더 중요한 점은 하이브리드는 정의상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다. 순수한 것은 범주가 명확한 존재들이다. 예컨대 이성애주의적인 규범에 부합하는 여성과 남성, 영혼 있는 인간과 영혼 없는 기계라는 개념이 그렇다. 하지만 인공지능 윤리에 대해 토론이 벌어지고 개인이 '생명의 암호’인 염기서열로 특정되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는 오늘날 그 모든 이분법은 흐트러진다. 출생 시 사회적으로 지정된 것과 다른 성정체성을 지닌 사람들도 남녀이분법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단일 설계와 의지에 따라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조합된 신의 피조물과 달리, 각각의 부분이 서로 원리상 이질적인 사이보그는 모순이 가득한 존재이다. (294-5)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리며 출현한 하이브리드가 바로 사이보그이며, 우리 자신을 그런 사이보그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이전에 각각을 구분하는 기준점이었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작게 느껴질 것이다. 여성 범주에 대한 통찰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여성이라고 부를만한, ‘여성이라고 칭할 만한 존재 자체가 부재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좀 묘한 느낌이 든다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에는 여성공통의 경험에 대한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던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피해자됨’, ‘피해자성에 대한 이야기, 정체성에 기반한 페미니즘의 한계를 지적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절판된 책이고, 중고로 구입하려면 120,000. 도서관을 이용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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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12 1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조지프 슈나이더의 해러웨이도 읽고 계시는군요. 저는 해러웨이 선언문 다 읽고 읽어볼 참입니다. 저 도나 해러웨이 마스터 하고 싶은데 그 길은 너무 멀고도 험할것 같네요 ㅠㅠ 마스터가 다 뭐야 기초도 모르겠어요.

도나 해러웨이, 한나 아렌트. 제가 평생 파고들겠습니다. 흠흠.

단발머리 2022-05-12 12:15   좋아요 2 | URL
제가 웬만하면 번역 이야기 안 하고 싶은데 조지프 책은 책이 난해한 건지 번역 때문인지… 그 책도 어려워요. 전, 다락방님이 읽으셨던 이지언의 도나 해러웨이도 읽어볼까 싶어요. 근데 이쪽 저쪽 다 어려움 ㅠㅠㅠ

평생 파고들 주제가 넘 근사하네요. 해러웨이랑 아렌트라니!! 😍😍😍

거리의화가 2022-05-12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중고 12만원...ㄷㄷㄷ 저희 동네 도서관에는 없을 것 같아요. 도서관이 워낙 작은데여서-_-;
저도 읽기 시작했는데 개념 자체가 어렵긴 합니다만 번역도 어렵게 느껴져서ㅠㅠ 다행히 옆에 원어를 같이 넣어두었더라구요. 원어로 보면 좀 더 나은듯합니다. 어쨌든 진짜 집중해서 읽어야 겨우 넘어가는 수준인듯 해요ㅜ 조금씩이라도 밀리지 말고 읽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05-12 13:10   좋아요 1 | URL
12만원, 정말 후덜덜이죠 ㅠㅠㅠ 근처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는 그 책이 없더라구요. 저도 오래된 도서관에서 한 권 발견했어요. 목차 훑어보는데 괜찮아서 나도 사야겠다, 했는데 절판이라 안타깝더라구요. 연체 안 하고 읽는게 목표입니다.

개념도 어려운 이 책을, 이 책들을 알라딘 이웃님들과 같이 읽으니 그래도 나은 것 같아요. 전 <해러웨이 선언문>도 전에 도전했다가 두 번 다 실패했거든요. 어렵다는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ㅎㅎㅎㅎㅎ 서로를 의지하면서 읽어가니 그래도 요만큼 읽을 수 있네요^^

mini74 2022-05-1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정리글 보니 사이보그에 대한 이해가 조금 될 것도 같은 *^^* 중고가 120000원 우와 !!

단발머리 2022-05-12 19:11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이번달에 같이 읽으시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아직도 사이보그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도나가 ‘우리는 사이보그다‘ 그랬단 말이지요. 근데 그걸 모르고 있네요. 하하하하하. 중고가 12만원이 의미없어지려면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개정판이 나와야 할텐데요. 그죠?

mini74 2022-05-12 19:14   좋아요 0 | URL
사이보그 선언까지 읽었어요 ㅎㅎ 그 다음은 ㅠㅠ 다락방님이 올려주신 팟캐 듣고 있어요.

단발머리 2022-05-12 19:18   좋아요 1 | URL
저는 <반려종 선언> 반 정도 읽은 상태에서 조지프 책으로 넘어왔거든요. 도움 받으려고요 ㅋㅋㅋㅋ 전 아직 팟캐 아끼고 있어요. 혹 정답 나올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2-05-12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들을@_@;;; 뱅글뱅글@_@;;;; 존경합니다@_@;;;;

단발머리 2022-05-12 19:10   좋아요 1 | URL
뱅글뱅글@@ 어려운 책들을 읽겠다고, 읽어 보겠다고 일단 준비는 해두었습니다. 문나잇님, 감사합니다!!!!
 


















큰애 낳고 첫 번째 주일, 친정 식구들은 다 교회에 가고, 자다가 눈을 뜨니 옆에 아기가 누워있었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입체 초음파로 보았던 바로 그 콧대. 그 콧대의 주인공이 정말 그림처럼 누워 자고 있었다. 만난 지 삼일 만이었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 나는 사랑이 느껴졌다. 모성이 부족한 사람인 내게조차 그 두근거림은 너무 선명해서, 자는 아이를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남편에 대한 사랑과는 좀 다른 것 같고 혹은 더 큰 것 같은 사랑, 그런 마음이 존재한다는 걸 확신하게 된 순간이랄까. 마음을 주었어도 또 다른 마음,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또 다른 마음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내 손으로 처음 뽑은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님이지만, 그분은 워낙 산 같은 분이시라 그냥 존경하고 우러러볼 뿐이었고, 내 마음속 대통령이라면 언제나 노무현 대통령님이었다. 파란만장했던 경선 과정도 그랬고, 가슴을 울리는 연설도 그랬다. 선거 전날 멀리서 뵈었을 때의 기쁨, 그리고 당선의 환희가 전부일 줄 알았는데, 퇴임 후의 비극은 결국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노무현 대통령님을 내 마음속 대통령으로 만들어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런 마지막 대통령이 되실 줄 알았는데, 오늘 퇴임하시는 문재인 대통령님을 뵈니 온갖 감회가 몰려와 감정을 추스르기가 어려웠다. 웃으면서 조금 울었고, 울면서 또 웃었다.

 


대통령님, 지난 5년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통령님이 우리나라 대통령이어서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어깨의 무거운 짐 이제 모두 내려놓으시고, 그토록 원하시던 일상으로 돌아가셔서

하고 싶은 거 다하세요.

우리 이니님, 이제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하고 많은 날 중에 하필 오늘이 작은 아이 학교 재량휴업일이라 대통령님 퇴근길을 함께 하지 못했다. 꼭 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마중 나온 모습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내일부터 새 시대가 열린다. 선택에 대한 결과를 우리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 좀 슬프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던가.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몇몇 친구들에게 울적한 마음에 나 지금 울고 있다ㅠㅠ카톡을 보내고, 오늘 같이 갈 걸 그랬지? 대통령님의 퇴근길을 아쉬워하고, 조국 장관 따님의 일기장은 중학교 때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때 것이므로, 중학교 일기장을 압수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비열하고 악랄한 한동훈이 욕을 나누고 있다. 결론은 한 방향으로 향한다. 이제 5년 동안 시사 방송 모두 끊고, 뉴스 끊고, 네이버 끊고, 어디 조용한데 칩거해서 연구에 매진하자.




 



























일단 도나 해러웨이. 신간이 오고 있다. 내가 함 읽어보겠다는 정신으로 읽어보겠다. 친구가 추진 중인 <서양 철학 제대로 파보기 전국 협의회> 선정 도서도 쓱 훑어본다. 고급스럽고 우아하지만 포스가 어마무시하다. 원서는 새로 사지 말고 집에 수납장 속에 대기 중인 것 중에 몇 권 골라보고, 무엇보다 엄중한 시절에는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님 만나주셔야 한다. 1월에 구입한 세트 도서 3권 중에 다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 읽어야겠다. 읽어보겠다. 읽는 수밖에. 허어, 읽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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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09 22: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인 분이 현장을 담은 릴스
를 인☆에 올린 것을 보고는
기냥 울컥했습니다.

항상 소중한 것은 지나간 다
음에야 알게 되는 닝겡이의
깊은 회한이었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미디어는 끊고 책이
나 더 읽어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5-10 11:24   좋아요 3 | URL
네, 울컥하죠. 저도 그래서 어제 눈물바람.....
소중한 순간들이 이렇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미디어 끊고 책 더 읽으신다는 말씀에 100퍼센트 공감합니다.

꼬마요정 2022-05-09 2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상만 봤는데 울컥 했네요.
너무 고생 많으셔서 이젠 편하시면 좋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5-10 11:24   좋아요 3 | URL
네, 꼬마요정님!
너무 고생 많으셔서 이제는 편안한 일상을 사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syche 2022-05-10 0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국 뉴스 볼 때마다 너무 화가 나서 내 다시는 안 보리라 해놓고 또 보면서 화나고.... 앞으로 5년이 두려워요. ㅜㅜ

단발머리 2022-05-10 11:2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래서 뉴스 끊고 있어요. 전 한참은 안 보려고 해요. 프시케님도 정신 건강을 위해 당분간은.... 뉴스를 끊으심이 어떨까요.

수이 2022-05-10 0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친구들이랑 좋아하는 배우들이 실시간으로 동영상 올려줘서 보았는데 뭉클했지요. 고생하셨으니 이제 평화로운 시간 보내시면 좋겠어요. 더불어 이제 5년은 영불철의 나날들인 겁니다. 절망해서 바닥에 엎드리지 말고 두 주먹 불끈 👊

단발머리 2022-05-10 11:30   좋아요 1 | URL
새로운 5년을 새롭게 만들어갑시다, 비타님! 비타님의 커리큘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두 주먹 불끈!!!

거리의화가 2022-05-10 09: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대통령님 마음으로 항상 응원하고 지지를 했던 사람으로서 어느덧 마지막이라는게 믿겨지지 않더라구요. 5년중 거의 3년간을 코로나로 더욱 힘드셨을 것 같은데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저 중에 ‘세계철학사‘만 갖고 있네요^^; 읽어야 하는데 소장만.. 아렌트 책도 찜해놓았다가 품절되서 재입고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간 도전을 해봐야겠어요~ㅎㅎ

단발머리 2022-05-10 11:33   좋아요 3 | URL
많은 분들이 그러셨을거 같아요.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가지셨던 분들이 많으시니까 당선 때보다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퇴임하시는 것 같아요.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접습니다.
저도 소장만 하고 있는 책들이 많아서요. 이제 때가 되었으니 소장만 했던 책들, 좀 자세히 살펴보려고요.
한나 아렌트가 시작입니다^^

mini74 2022-05-10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마운 분. 꼭 지켜드려야 할 분 단발머리님 사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단발머리 2022-05-10 13:10   좋아요 2 | URL
고마운 분, 저희가 지켜드리지 않아도 되었으면, 그런 갈등 속으로 불려오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해요. 미니님 맘이 전해지네요....

얄라알라 2022-05-10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렇게 글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실수로라도 목소리 들을 까봐 뉴스 끊고 삽니다..
이렇게 단발머리님께서 글 올려주신 덕분에 북플 친구분들 따스한 감사 댓글 서로 읽고 지지하는 마음 나눌 수 있고, 좋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2-05-10 21:43   좋아요 2 | URL
뉴스 끊으신 분 많으시네요….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맘이지만 저처럼 속상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중에도 위로가 되네요. 감사해요, 얄라알라님!

라로 2022-05-10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뒷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떠나는 뒷모습이 평화롭고 아름다웠어요.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는데 이제 마음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시궁창으로 빠진 것 같은 국민들을 생각하면 그러기 힘드시겠지만..ㅠㅠ

단발머리 2022-05-10 21:44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아름다운 뒷모습이요. 이제 여사님과 반려견들과 이웃분들과 평화로운 농촌 생활 이어 가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5-15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짐정리 하면서 라이브로 뒤늦게 영상 보면서 ˝다시 출마할까요?˝의 한 마디에 울컥했다가, 또 한편으론 다음 날 사저에서의 모습 사진 몇 컷 보고, 갑자기 정겨워지는 거에요^^
대통령님댁에 놀러가고 싶더라는~ㅋㅋㅋ
고생하신만큼 동네 사람들이 잘 챙겨드렸음 좋겠는데, 어르신들이 보수텃밭이라 불안불안 합니다. 그래도 지지자들도 많으니까^^

단발머리 2022-05-16 16:03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우리 많이 울컥하네요 ㅠㅠㅠ 이제 맘껏 쉬시고 하고 싶은 일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여사님이랑 놀기, 강아지랑 놀기, 꽃 가꾸기 기타 등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네 사람들은 괜찮은거 같은데 보수 쪽의 외부사람들이 확성기 틀어놓고 그러나 봐요. 경찰에 신고해도 안 된다 하니.. 참, 안타까워요.

책나무님, 정리 대충 하시고 짬짬이 쉬세요. 갑자기 정리하면 몸살나더라구요. 사이사이 알라딘 놀러오시구요^^

ÊTRE 2022-05-15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즘 폭풍책읽고있네요.콜린후버 필독서? 지르고있던중 우연히 발견하고 위로받는중

단발머리 2022-05-16 08:03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Être님! 전 일단 콜린 후버 한 권 샀어요. 장르만 알고 예전에 사뒀는데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모르네요 ㅎㅎㅎ 일단 한 권 읽어보고 또 사려고요^^

ÊTRE 2022-05-15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별한날 아니면 너무자주들 우르르가서 사진찍고 번거롭게는 안해드렸으면 하네요.우리야한번이고 기념이지만 얼마나 피곤하실까요

단발머리 2022-05-16 08:03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저도 노대통령님 계실 때 못 가봐서 문대통령님께는 꼭 가보고 싶은데... 맞아요, 우리만 생각하면 안 되겠죠.
조용한 동네라서요...
 


















을 읽고 쓴다.

 



1. 사이보그

 

사이보그는 에테르이며 정수다(21). 포스트모던 집합체의 일종인 동시에 개인적 자아이다(49). 나는, 사이보그를 현대인으로 읽었다. 유기체와 기계의 결합. 가장 쉬운 예로서, 나처럼 안경 쓴 사람을 상상해 보았다. 이건 내가 생각해 낸 것이 아니고, 일전에 알쓸신잡에서 김상욱 교수가 말했던 것인데, 기계인 안경이 인간의 일부가 되어버린 상황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우리 몸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곧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게 될 작은 컴퓨터는 우리의 확장된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인간이되 기계를 차용했던 존재에서 기계가 유기체의 구조 속으로들어가, 인간이며 기계로 새롭게 탄생하게 될 사이보그

 



2. 가사 경제

 


노동은 남성이 하든 여성이 하든, 말 그대로 여성적이며 여성화된 것으로 다시 정의되고 있다. 여성화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취약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 해체되고 재조립되며 예비 노동력으로 착취될 수 있다는 것, 노동자보다는 서비스 제공자로 여겨진다는 것, 노동일 제한을 비웃기라도 하듯 급여가 지급되다 말았다 하는 노동 시간 배치에 종속되다는 것, 언제나 외설적이고 부적절한, 성으로 환원되는 실존의 경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54)


 

육아와 유아교육, 노인 케어 등의 돌봄 노동은 여성화된 노동으로 여겨져 가치가 폄하되고 저임금이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노동의 여성화는 노동자의 불안한 위치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로서의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는 것은 개인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3. 이원론

 


요약하자면 서구 전통에서는 특정 이원론들이 유지되어왔다. 이 이원론 모두는 여성, 유색인, 자연, 노동자, 동물 간단히 말해 자아를 비추는 거울 노릇을 하라고 동원된 타자로 이루어진 모든 이들을 지배하는 논리 및 실천 체계를 제공해왔다. 이 골치 아픈 이원론에서는 자아/타자, 정신/육체, 문화/자연, 남성/여성, 문명/원시, 실재/외양, 전체/부분, 행위자/자원, 제작자/생산물, 능동/수동, 옳음/그름, 진실/환상, 총체/부분, /인간과 같은 것이 중요하다. 지배되지 않는 주체the One이며, 타자의 섬김에 의해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자아다. 미래를 쥐고 있으며 지배의 경험을 통해 자아의 자율성이 거짓임을 알려주는 이가 타자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자율성을 확보하고 막강해지며 신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주체됨은 환상이며 그 때문에 타자와 함께 종말의 변증법에 들어가게 된다. 반면 타자됨은 다양해지는 것, 분명한 경계가 없는 것, 너덜너덜해지는 것, 실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나는 너무 적지만 둘은 너무 많다. (77)

 
















이원론의 한계를 넘어서 여성 범주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피해자됨(victimhood)에 대한 비판도 눈에 띈다. 심오한 역사적 폭과 깊이를 지녔어도, 결국에는 보편적인 정체성이 아닐 수 있다는 젠더’(84)에 대한 이해가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피해자 정체성의 정치와 페미니즘>에서 정희진이 말했던 정체성을 피해자로 본질화할 때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고찰 역시 필요하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217) 가부장제가 원하는 피해자다움의 성 역할을 거부하고(224), ‘정체성의 신화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모색해야만 하는 페미니즘의 앞날(?)에 주목하게 된다. 변신하고 변이해야만 하는 페미니즘의 미래


 



4. 어린이날

 


북플에는 페이스북과 비슷하게 작년의 기록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데, 오늘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지난 어린이날의 기록이 보였다. 나는 지난 어린이날에 파주 지혜의 숲에 갔고, 아이들이 늦잠 잘 때 도서관에 연체한 책을 반납하러 갔고,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읽었더랜다. 오늘은 어린이들 없이 어버이날 행사 1건을 마쳤고, 집에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공짜 커피 쿠폰 쓴다는 핑계로 외출했다. 책 읽을 시간이 없을 게 뻔한데도 굳이 책을 챙겨가는 자세.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에 대한 진지한 마음. 어제 조나단 글에 대한 댓글에서, moonnight님이 조나단을 선물로 주셔서 더욱 뜻깊은 어린이날이 되었다. 5 5일에 올리고 싶어 급하게 썼다. 이렇게 또 한 번의 어린이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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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5-06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두번째 부분 보니 읽을 만 하겠다는 건방진 생각이..!! 그 부분 빼고 다 어려운 건 아니..겠죠? ㅎㅎ 어린이날이라고 엄청난 교통체증이 있었다는데 비교적 평온히 보내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푹 쉬세요^^

단발머리 2022-05-06 00:30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어린이날이라서 많이 고단하셨을텐데 아직도 안 주무시고 계시네요. 그 부분이 유독 평이합니다 ㅋㅋㅋㅋ 전 앞쪽이 특히 어려웠구요. 뒤쪽도 어렵 ㅠㅠㅠㅠ
얼른 쉬세요, 독서괭님! 남은 부분은 내일 읽기로 해요^^

바람돌이 2022-05-06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글을 읽으니 주장하는바가 뭔지 감은 잡히는데 이정도로 감을 잡기도 무지하게 어렵다는거겠지요? ㅠㅠ

단발머리 2022-05-09 12:19   좋아요 0 | URL
그나마 제일 쉬운 부분, 그래도 알만한 부분을 인용했구요. 더 어려운 부분도 많ㅠㅠㅠㅠ
<반려종 선언> 마치면 앞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싶습니다.

2022-05-06 0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09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5-06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이거 철학자들 그 팟캐스트 들으니까 앞부분이 더 어렵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 도나 해러웨이 두 권 샀어요. 에라이 모르겠다 다 사버림요 ㅋㅋㅋ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대한 진지한 마음 ♡

단발머리 2022-05-09 12:16   좋아요 0 | URL
전 제 힘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힘으로 파보겠다고 아직 팟캐스트 안 들었구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오늘 밤에는 도나 신간 도착한다 해서요. 제가 벼르고 있습니다. 도나에게 전해 주세요. 제가 벼르고 있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5-06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이렇게 많이 읽었어요?! 조금 읽은 줄 알았더니만!!!

단발머리 2022-05-09 12:15   좋아요 0 | URL
전 지금 <반려종 선언>을 읽고 있지요. 헤헤.
 





 














로버트 펙이 주장했던 중년 성인기의 4가지 주요 과제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두 번째 과제가 이거였다. “인간관계에서 있어서는 성적인 관계에서 사회적인 관계로 전환된다.” 중년 성인기는 35세에서 54세까지니, 나는 중년 성년기에 속한다고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 2를 보았다. 원작은 쥴리아 퀸의 『The viscount who loved me 』인데 원작과 드라마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암튼 즐거운 정주행의 시간을 마친 후에,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 조나단 베일리(앤소니 브리저튼 역)에게 흠뻑 빠지고 말았다. 기사도 찾아보고 인터뷰 영상도 여러 편 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에 헤어날 길이 없던 그즈음, 친구들과 만나 맛난 치킨을 뜯으며, 조나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부족한 영어 실력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조나단 때문에라도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였다. 친구 1이 물었다. “그래서요, 단발님! 만약에 진짜 영국에 가서 조나단을 만났는데, 조나단이 단발님 좋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가정을 위해서 20년 살았으면 이제 자기 삶 살아야죠. 괜찮지 않아요? 애들도 많이 컸고요.” ‘, 조나단을 만날 수 있다고요? 조나단이조나단이, 저를 좋아한다고요? 에이, 설마 그럴 리가요.’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데,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제가 애들을 거진 () 키워놓기는 했죠.” 한바탕 자지러지게 웃고 나서, 나는 흩어진 정신을 간신히 수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 성적 지향(조나단은 2018년에 커밍아웃했다)이라는 것도 있고, 시몬 애슐리(상대역)가 그렇게 이쁜데도 스캔들 안 나고 그렇게 끝나잖아요. 조나단이 아시아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고요.” 친구 1과 친구 2가 양쪽에서 같은 말을 다른 표현으로 쏟아낸다. “그건 모르죠. 그건 모르는 거에요.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거, 그건 딱 정해진 게 아니잖아요. 진짜 모르는 일이죠.” 여러분!!! ? 뭐라구요?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책을 많이 읽고,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똑똑하며,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스마트한 두 사람의 확신에 찬 이 단언의 말씀. 사람 일은 모르는 것입니다. 그 순간, 내 인생 최대의 고민은 조나단이 나를 좋아하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로 바뀌게 된다. 조나단이 내게 선사한 심미적 즐거움과 쾌락을, 내가 조나단에게 줄 수 있을 거라는 아무런 확신이 없는 채로, 나는 가정의 존립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것이었다. 애들은 많이 컸다. 둘 다 나보다 크니까 다 키웠다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남편인데. 까탈스럽고(엄마 표현), 까시렁스러운(시어머니 표현) 두 애들에 더해, 총 네 명의 가족 구성원 중에 남편은 나 빼고 내 말을 제일 잘 듣는 사람이다. 20년을 살았다. 그래, 20년을 살았지. 나 같은 사람을 만나 남편은 20년을 한결같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보냈을 것이다. , 나 같은 사람을 만나 동서양을 아우르는 각종 실험적인 요리의 희생양이 되었지. , 이건 너무나 실존적인 고민이다. 너무 어렵다.

 



조나단을 생각한다. 조나단은, 내가 조나단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나에게 주었다. 웃음과 기쁨과 즐거움을. 하지만 나는 조나단에게 웃음과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없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하기에, 나로서는 조나단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은데, 주지 못하고 받기만 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딸아이가 내 MBTI의 특징을 읊어주었는데, 나는 몰입을 잘하고 금방 싫증을 내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친구 2는 조나단 사랑은 오래갈 거라 전망했다. 친구의 말은 항상 옳다.



 

내일은 어린이날. 아직도 어린이날 선물을 고대하는 나는, 오늘 아침 진공청소기로 거실 바닥을 박박 밀면서 올해는 무슨 선물이 좋을까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올해는, 조나단. 올해의 선물은 조나단이 좋겠다. 나는 정했다. 조나단으로.

 

 

조나단.

조나단을 제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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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04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 꼰대 앤소니를 여기서 보는군요 ㅎㅎㅎ 나름 귀여운 조나단 ~~

단발머리 2022-05-04 17:13   좋아요 1 | URL
시즌 1의 꼰대 안소니가 시즌 2에선 사랑 찾느라 바쁘거든요. 꼰대끼는 여전하지만요. 조나단 럽💕

수이 2022-05-04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옆지기도 그러하고 조나단 아니 안소니도 그러하고 좀 까탈스러운 스타일을 단발님은 사랑하는 거 아닐까요. 사랑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될지 장담할 수 없죠. 하지만 어쩐지 조나단도 그러하고 단발님과 20년을 함께 하신 그분도 그러하고 문득 우리는 어느 지점에서 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건지 저 역시 실존적인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만나기도 전부터 나는 저 사람을 만나면 사랑에 빠질 거 같은데 라는 말은 이미 저 사람에게 매혹당했다는 것이고 실제로 만나면 뭐 거의 동전을 뒤집을 것도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맙니다. 문제는 서로의 사랑, 불꽃 같은 연애 여기에서 생기지 않아요. 문제는 그러니까 조나단은 단발님과 사랑에 빠지고 조나단을 극렬하게 원하는 단발님 역시 조나단과 멋진 연애를 할 터인데 문제는 단발님과 20년을 함께 한 그분이 과연 단발님을 놔줄까 입니다. 쏘쿨하게 놔주신다면 더할나위 없지만 과연 놔줄까? 정말 힘들 텐데.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건 두렵지 않으나 분명히 멋진 연애를 할 것이나 언제나처럼 사랑과 사랑 사이 그 징검다리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싶습니다. 전 조나단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조나단 저 턱수염은 쪼금 귀엽군요.

단발머리 2022-05-04 19:40   좋아요 1 | URL
일단 비타님은 제가 1) 조나단과 만나고 2) 저와 조나단이 사랑에 빠지고 3) 조나단이 저를 극렬하게 원할거라 예상하시는군요.
저의 그 다음 고민은 그 다음에 하면 되겠어요. 1)번부터 겁나 저에게 먼 일인데 말이지요. 영국으로 가는 항공권을 준비한다 해도 어디에 가야 조니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소속사에 연락해봐야 하나요? 한국에서 날아온 팬에게 무엇이든 알려주지 않을 성 싶은데요 ㅎㅎㅎ
진지한 성찰과 조언 감사드립니다. 사랑과 사랑 사이의 징검다리 문제에 대한 고민도 감사하구요. 큰 도움이 되었어요^^

다락방 2022-05-04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진짜 너무 잘나왔네요! ㅋㅋㅋㅋㅋ 너무 잘나왔다 진짜.

사람일 모르는 겁니다, 단발님.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어떤 격정에 휘말릴지 몰라요. 아니 제가 뭐 조나단한테 가시라고 등 떠미는 건 아니고요, 뭐, 예, 어떤 가능성이든 열려있는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흠흠 어쩐지 부끄럽네요? 🤭

단발머리 2022-05-04 19:43   좋아요 1 | URL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고, 제 친구 1이 다락방님과 똑같이, 정말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 친구의 말을 저는 철썩같이 믿고 있고요.
어떤 가능성이든 열어 놓으려 합니다. 제가 문 활짝 열어 놓은 거, 영국까지 소문나야 할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은 생긴대로 나온다는 말이 있더라구요. 사진 너무 잘 나왔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억의집 2022-05-04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의리로 살아야죠 단발님 말 잘 듣는 남자는 남편이라면… 여전히 최고의 남자죠!!!

단발머리 2022-05-04 23:06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말씀 백번 온당합니다. 제 말 잘 듣는 남자는 아무 것도 모른채 야구 보고 있네요.
최고의 남자 맞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5-05 0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막상 가지면 남편이 둘이 되는거잖아요. 왜 하나를 버려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냥 둘 다 가지면 되지말이죠. ㅎㅎ 그런데 남편이 둘인건 좀 많이 많이 귀찮을듯하긴 하군요. 저 조나단이 내 말을 잘 들을때까지 키우려면.... 단발님 우리 힘딸려서 안돼요. 너무 힘들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2-05-05 08:27   좋아요 1 | URL
저, 아침에 일어나서 댓글 읽다가 얼마나 웃었는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너무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남편이 둘이 되는 상황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역시 말씀하신대로 둘은 좀 많이 많이 귀찮을 것 같습니다.
조나단은 현재 33세로서 한참 말 안 듣는 나이인데 제 말 잘 듣게끔 하려면 또 시간이 많이 필요할듯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조나단과는 아쉬운대로 더 이상의 관계 발전은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사실 요즘에 힘도 많이 딸리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댓글이 저의 어린이날 선물입니다. 앞으로도 귀한 지혜의 말씀 많이 많이 나눠주세요!!! 좋은 휴일 되세요!

책읽는나무 2022-05-05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나단 잔소리하는 오빠 맞나요? 시즌1의 1편 반밖에 안본 사람이라...^^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빠가 서글서글하게 생겼던 기억은 남아 있네요^^
조나단이 앤 헤서웨이 같은 형을 좋아한다면 단발머리님을 뵙고...아!! 정말 사람일은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란 생각 저도 동의합니다^^
아침에 잠깐 드라마 한 편을 봤는데 거기서 사랑이 시작되는 첫 단계가 이미 남녀 눈빛이 마주치는 그 첫 순간이던데 어쩌면 그게 진리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얼핏 했었거든요.
본인들은 알 수 없지만 두 번, 세 번 만나다 보면 정 들고, 그래서 결국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왔었어!! 인정하게 되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단발머리님 글을 읽으니까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네요ㅋㅋㅋ
비행기를 타고 날아 갔는데!!!!!!....
상상의 나래를 막 펼치는 중였는데, 아니 조나단이 33 세였어요??
넘 애기잖아요????
언제 키운대요?? ㅜㅜ
에휴~~단발머리님! 어쩔 수 없지만 이 남자, 저 남자~ 다 똑같다!! 이 말을 명심할 수밖에 없어요. 넘 찬물을 끼얹었네요ㅋㅋㅋ
화면에서 계속 멋진 남자 조나단!! 해야 더 멋진 조나단!!^^
조나단 43 세만 되었어도...비행기 티켓 끊어드렸을텐데 말이죠^^
지금 남편분을 조나단으로 만들어 보심이??^^

단발머리 2022-05-09 12:15   좋아요 1 | URL
조나단은 잔소리하는 오빠 맞구요. 시즌 1보다 시즌 2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한눈에 반하는 사랑이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만, 여러분들이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진지하고 생활밀착형 조언을 많이해 주셔서 제가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요, 만난 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어 놓고만 있으려고요.
조난단이 나이가 좀 어리기는 하지요. 하지만 애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멋진 애기라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2-05-05 1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이 브리저튼 2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는데^^ 이 양반이 요즘 핫하다는 조나단씨로군요. (커밍아웃한 건 몰랐네요@_@;)
어린이날 선물로 조나단을 단발머리님께^^

단발머리 2022-05-09 12:12   좋아요 0 | URL
보내주신 어린이날 선물 아주 잘 도착했습니다. 문나잇님이 제 꺼라고 하셔서 조나단은 제꺼가 되었네요. 매우 감사드립니다^^

에이바 2022-06-01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너무 유쾌하네요 단발머리님!! 오랜만에 단발님 서재에 왔는데 연속 3편을 웃으면서 봤어요. 심지어 저 의문의 2패(이름도 몰랐던 배우 조나단의 커밍아웃 단발머리님의 남자 확정).... 저 개인적으로 브리저튼 시리즈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앤서니 얘기를 좋아해서 드라마도 재밌게 봤거든요 ㅎㅎ 전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좋았어요! 뭔가 오랜만에 뵙지마는 제인에어로 하나 되었던 단발머리님과의 취향 확인에 행복한 새벽이네용 ㅋㅋ

단발머리 2022-06-01 09:45   좋아요 0 | URL
아침에 에이바님 댓글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에이바님 잘 지내시죠? ㅎㅎㅎㅎ
브리저튼 시리즈도 앤서니도 좋아하신다니 저는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조나단 베일리의 발견과 조나단 베일리의 커밍아웃 소식은 저를 기쁨과 슬픔으로 몰아넣었지만 전 아직도 환상 속의 그대를 포기하지 못하고 마음 깊이 ㅋㅋㅋㅋ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도 시즌 1보다 시즌 2가 더 좋았거든요. 제인에어를 사랑하는 에이바님, 이제 우리 조나단 사랑도 함께해요. 저랑 함께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