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저자가 천재다. 사비 바칼 (Safi Bahcall). 13살에 프린스턴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하고, 1988년 하버드 최우등 졸업, 스텐퍼드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자로 두각을 보이다 갑자기 경영인으로 변신해서 2001년에 암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기업 신타제약을 공동 설립해서 13년 동안 CEO로 일하고 2007년 기업공개도 성공적으로 했다. 요약하기도 힘들다.

룬샷은 Loonshot으로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죽음에 가까운 실패와 거짓 실패가 난무하는 것을 뚫고 이루어내는 것을 말한다.


 A Loonshot, as defined by Bahcall, is an idea that’s not just big, it seems mad to even try.

These rarely arrive fully formed, instead they are disregarded until they are championed by someone with the institutional clout or charisma to get things done.

Loonshots: A business book with equations that’s also a good read (이 책 소개 기사)


성공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성공이 오래가기 위해, 문화보다는 구조를 말한다.

그리고 그 구조라는 것은, 물이 0도에서 고체와 액체 상태가 될 수 있는 것에 기인해서, 상분리를 하고 그 분리된 것을 동적 평형을 이루라고 한다. 즉, 군인 집단은 현재 상품으로 돈을 잘 벌고, 예술가 집단은 룬샷을 준비해서 다음 먹거리를 만들라고 한다. 두 집단은 서로 명확하게 분리되어야 하지만, (고체와 액체는 다른 것이니) 서로 균형 있게 협업할 수 있게 동적 평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공간적인 정의이다.

시간적으로는 룬샷으로 대박을 터트리고, 프랜차이즈 (후속작)를 잘해라고 한다.

그리고 룬샷은 파괴적 혁신이 가득한 제품형 룬샷과 마일리지나 예약 시스템과 같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제품형 룬샷을 때에 따라서는 누를 수 있는 전략형 룬샷으로 나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위대한 기업가들과 그들의 눈부신 제품을 소개한다.


- 레이더 등 온갖 첨단 기술을 실용화해서 미군을 세계 최대로 만든 버니바 부시,

- 지난 50년간 1,000만 명이 넘는 목숨을 구한 것에 크게 기여한 스타틴 계열 약의 창시자와 같은 엔도 이키라.

- 태평양을 건너 세계 여행을 할 수 있게 한 팬 아메리칸 월드 항공의 CEO 후안 테리 트립 (제트 엔진을 장착한 여객기를 우리가 탈 수 있게 해줬다)

- 이런 책에 항상 등장하는 폴라로이드사 에드윈 랜드 (위성 디지털 사진을 성공시킨 사람이기도 하다)

- 그리고 스티브 잡스


괄호에 특별히 쓴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많은 일을 그들이 해냈다는 것이다. 스타틴 계열 약과 항암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국 국방성에 의해서 군사용으로 다급하고 절박하게 개발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렇게 개발된 것들을 군대와 기업의 상분리와 동적 평형이 이루어져 우리가 쓰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이 책에서는 그들 모두가 결국은 실패하고 만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문화보다는 구조, 상분리와 동적 평형의 명확하며 조화로운 운영, 제품과 전략형 룬샷을 골고루 잘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결국 세상에서 사라지거나 이제는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 회사가 되었다고 한다. 

디커플링이나 Zero to One이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과 세대를 걸쳐 위대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Good to Great  책의 중간쯤 되는 책 같다. 수많은 그리고 모두가 뛰어나고 모두가 다른 모두는 아니라고 말하는 경영학서들의 큰 흐름은 다들 비슷한 것 같다. 이 책은 학자로서도 엄청난 천재이며 두각을 보였고, 경영인으로도 눈부시게 성공한 저자가 물리학의 시각으로 기업의 위대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신나게 해준다. 그 이야기들만으로도 교훈이 가득하다. 

특히, 위장한 가짜 실패로 머물러 있는 아이디어에서 위대한 룬샷을 성공하게 하는 이야기들은 신화처럼 들린다. 
:-) 원서 표지도 마음에 든다. 물론 번역본 표지가 난 더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톨스토이가 분명 이반 일리치는 죽었다고 했는데, 현실에서 이반 일리치의 '누가 나를 쓸모 없게 만드는가'를 읽으니, 굉장히 초현실적으로 되었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삶을 열심히 달려오다 되돌아봤을 때, 맞이하게 될 죽음이 겨우 그 허망함을 달랜다는 것은 이반 일리치의 '누가 나를 쓸모 없게 만드는가'와 아주 동떨어진 내용이 아닌 것에 놀랐다.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는 한병철 교수님의 '피로 사회'를 단박에 기억나게 했다. 두께도 비슷했다. 둘 다 두께가 아주 얇은데, 읽기 쉽지 않고, 앞 페이지로 몇 번씩 왔다 갔다 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용을 놓치기도 하고 - 앞 장을 아무리 왔다 갔다 해도 - 맥을 놓쳐서 눈으로 그나마 몇 페이지 광속으로 읽다 다시 정체를 맞이한다.

책 이야기로 좀 넘어와야겠다.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는 상품과 서비스가 대량생산되고 손쉽게 제공됨으로써 세상이 획일화되고 나아가 풍족한 재화 속에 대중은 오히려 자유를 잃어가는 것을 꼬집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현대적 가난'이라고 말했다.

현대적 가난은 획일화된 공산품에서 선택의 자유가 이전보다 줄어들게 되었고, 의료, 주택과 같은 서비스가 법의 제도권 안에서 규정됨으로써 개인이 자유롭게 행하던 것들이 제한받게 되었다고 한다. 의료 면허가 없으면 함부로 진찰을 하면 안되고 당국의 허가 없이 주택을 짓거나 개조해도 안 되고 심지어 출산도 병원에서 해야 함으로써 기존에 가졌던 자유를 박탈당했다는 논지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전문가에 의해서 조절되며 그 전문가는 - 기득권을 말하는 것 같다 -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인본주의를 저버리고 모든 것을 물화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많이 동의할 수는 없다.

첫 번째로, 상품과 서비스가 풍족해져서 더 많은 사람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던가? 최근 100년이 아닌 그 이전에 국민의 대다수는 농노, 노예,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무거운 세금을 내고 병역과 노역에 시달리고 말 그대로 생계유지가 지상 최대의 과제였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의료 서비스는 부재했다. 다수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획일화가 필연적으로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저자 또한 굉장한 상류사회의 엘리트이다. 즉, 기득권이 되지 못한 전문가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고 비판을 위한 비판 같아 보였다. 전문가 집단 내의 자정 활동이나 투명함조차도 전문가들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활동으로 간주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은 생산적이지 못한 비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로, 인간이 필요로하는 것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도 최빈국이 있고, 식량과 물이 부족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이지 그 사람들의 문제가 인류가 가지고 있는 최우선의 고민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식량, 주거, 교통의 문제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희석하는 것 같다.

나의 한국 현대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먹고사는 것이 힘들 때, 어떻게 민주주의를 생각했을까. 하지만, 먹고 사는 것이 삶에 문제가 되지 않을 때, 먹고 사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에 집착하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얇고 작은 하지만 읽기 쉽지 않은 이 책은, 비판적 사고를 하며 읽기에 무척 좋은 것 같다.

뭉툭해진 스테들러 홀더펜으로 여백에 빽빽하게 적게 만드는 책은 마구 휘갈기며 비판하다가도 결국엔 사랑하게 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터라이프 2021-02-13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에 회자된 것처럼 이반 일리치가 그렇게 선명하던가요? 매번 읽어볼까 고민만 하다 관두는 것이 일리치네요. 요즘 독서가 잘 안되서 큰일입니다. 매사에 집중이 잘 안되네요 일도 그렇고요.

초딩 2021-02-14 01:46   좋아요 3 | URL
소유냐 존재냐
처럼 좀 안타까웠습니다.
초반부에 아주 빨려들어가
광신도처럼 줄을 긋다
문장의 바다에 빠졌어요 ㅜㅜ
아 베터라이프님...
저도 연휴가 길게만은 느껴지지 않네요
동감.

붕붕툐툐 2021-02-14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왕~ 이 페이퍼에 소개된 책 중 제가 읽은게 두 권이나 있어요! 자 명탐정 초딩님, 맞혀보시죠?ㅋㅋㅋㅋ
(참고로 이반 일리치 책은 읽고 싶은 책장에 담았습니다~ㅎㅎ)

초딩 2021-02-14 01:44   좋아요 3 | URL
질러봅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나의 한국현대사!

흠!

붕붕툐툐 2021-02-14 09:19   좋아요 4 | URL
우와~ 역시 명탐정은 질러도 반을 맞히시네요!!ㅎㅎ 이반 일리치 죽음 대신 피로사회 읽었어요~ 알아요, 제가 저런 철학서 읽을 거 같게 안 생긴거.. 근데 제가 나름 한병철님 책을 두 권이나 읽었답니다~ ㅎㅎ
맞혀보라고 할 때 사실 너무 버릇(?) 없나 좀 망설였는데, 너무 잘 받아주셔서 감동 받고 갑니다~😍😘😻

초딩 2021-02-14 09:28   좋아요 2 | URL
사실 맞혀보라고 하실 때
아싸 하면서 읽은책 다 뒤졌어요
일단 책장엔 200여권 이구나 하면서
근데 한참 스크롤하면서
있으면 안 내셨겠지 했죠
ㅜㅜ
유시민님 책이 몇권 있어 한국사 선택하고
제가 좋아하는 러시아 문호 책들이 있어 골랐는데
논리는 두권인데
피로사회가 딱 감이 왔는데
아음 ㅎㅎㅎ
우앙 잼 나요 ㅎㅎㅎㅎ!!!
담에 이런 이벤트 하면 잼있겠어요
담 중 내가 읽은 책을 골라보세요~

붕붕툐툐 2021-02-14 09:40   좋아요 4 | URL
와~ 진짜 명탐정이셨어!!!! 아이쿵, 제가 괜한 장난을 쳐서 초딩님의 귀한 시간을..ㅠㅠ
전 읽은 책장은 생각도 못했어요;;;;;
피로사회는 북플 활동 전에 읽은 거 같아요~ 활동할 때도 예전엔 모든 책을 담아놓지 않았더라구요. 게으름이 원인입니다. 너무 고생하신 초딩님께 발렌타인 초콜릿 두고 갑니다~ 감사해요, 정말!!🍫🎂🥞🍮🍫🍬🍭

cyrus 2021-02-14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느낀 한병철은 사회 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지만, 이를 설명하는 방식은 대중 친화적이지 않아요. 한병철은 서양 철학자들의 이론을 가져와서 사회 문제를 설명하고 분석하는 글쓰기를 선호하는 것 같은데 그의 문장을 읽으면 현학적으로 느껴져요. 사회 문제의 심각성을 독자들의 가슴에 와 닿게 할 정도로 글을 잘 쓴 저자들이 있는데 이런 철학 교수의 사회 현상 분석을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

초딩 2021-02-14 23:35   좋아요 1 | URL
저는 한교수님의 피로사회 좋았습니다. 소유냐 존재를 너무 어렵게 읽고 읽어서 그런지 좀 더 쉽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회사나 학교에서 밀어부치고 항상 경쟁해야하고 시간을 낭비하면 안되다로 가득한 지금에 ‘피로‘하니 ‘쉬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래도 된다‘가 위로였어요. 하지만 시간의 향기는 읽다 혼절했습니다
^^ 언제나 촌철살인 같은 그리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의견 감사합니다!

cyrus 2021-02-15 19:37   좋아요 1 | URL
저도 <피로사회>는 좋았어요. 당시의 사회적 이슈와 관련돼서 안 읽을 수 없는 책이었어요. <시간의 향기>는.. 제목만 좋은 책이었어요. ^^;;
 
[eBook] 안창호의 말
안창호 지음, 조일동 엮음 / 이다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연설문을 엮은 책이다. 선생님의 연설문은 지금도 모든 나이대에 걸쳐 읽고 또 읽고 가슴에 새겨도 좋을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경영서에서 말하는 경영 원칙 또는 인재상에도 걸맞은 것 같다.


사람이라면 날로 새로워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p9

그는 남 탓을 하는 데에 급급하기보다 자신의 실력을 키워 온전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길을 찾았다. p11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또 모든 조직이 그래야 할 것이다.


주인 된 자는 자기 집안 일이 어려운 경우에 빠질수록 그 집에 대한 염려가 더욱더 깊어져 그 여러운 경우에서 건져낼 방침을 세우고야 맙니다. p39


나라나 조직의 사정을 한탄하거나 측은해하거나 원망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구성원이 아닌 객도 할 수 있다. 그 주인이 된 자 또는 주인 의식을 가진 자는 그것을 타개할 방안을 모름지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일이 잘 안 될 때, 스스로 안되는 이유를 찾아서 포기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러므로 대한 사람은 합동해야 된다는 이론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p43

둘째는, 공통적 신용을 세울 것입니다 p49

우리가 우리 사회를 개조하자면 먼저 다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p60

독야청청 혼자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실패의 원인을 먼저 찾아 정당화하는 것처럼 다른 구성원을 비방하거나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화합할 수 없다고 선 긋기를 한 나 자신을 또 한 번 돌아보고 뉘우친다.


여러분이시여! 우리 사회 중에, 같은 자본력을 가진 사람 중에 그 금전을 대한 사회를 위해 한 푼도 쓰지 아니하거나 도리어 그 금전을 우리 민족에 해로울 만한 데 쓰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별말이 없고, 우리 민족을 위해 자신의 금전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비난과 핍박이 있습니다. 적게 쓰는 사람에게는 작은 핍박이 있고, 크게 쓰는 사람에게는 큰 핍박이 있는 것이 보입니다. p73

가장 인상적인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조직을 위해서 무엇이든 한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질타당하고 부족하다고 비난받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으니 선생님의 말씀으로 그런 생각을 고쳐야 할 것이다. 한 시간의 세미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준비 해야 했던가. 그리고 청중에게 유익한 시간을 주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사람들을 위해 나서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에게 지적할 사항이 있다면, 비판하기 위해 칭찬을 하고 비평하는 것이 아니고 "칭찬하고" 그래도 여유가 있다면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공손하게 발전을 위해 건의해야 할 것이다.


아까도 말했거니와 우리는 특별한 일하는 사람을 특별히 대우할 줄 알아야 합니다. p112

우리는 특별한 사람을 인정할 줄 알아야, 나 또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은 두고두고 새기고 싶다. 그래서 종이책도 주문하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안중근의 말
안중근 지음, 안중근의사숭모회 엮음 / 이다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다.' 애석하고 무지하게도 나에게 안중근은 저 사실과 왼손 네 번째 손가락 마디를 잘라 태극기에 붉은 피로 새긴 것 말고는 더 아는 것이 없다. 부끄러우면서도 왜 나는 저 사실 말고는 모를까라고 의문해보았다. 이토 히로부미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안중근 의사가 죽였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 알고 싶었고, 이 땅에서 부끄럽게 살지 않기 위해서 알아야 했다. 그래서 '안중근의 말'은 고마웠고 절실했다. 하지만, 나의 의문을 모두 채워주기에는 맞지 않았다.

"안중근의 말"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을 앞두고 옥중에서 쓴 자서전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을 비롯해 그가 남긴 글을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안중근 의사의 글만 있기 때문에 주위 상황이나 정세를 알 수 없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책을 더 읽어 봐야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놀라움과 함께.

의거 이후, 중국 사람들은 "혁명가가 되려거든 쑨원처럼 되고, 대장부가 되려거든 안중근처럼 돼라"라고 했고, 특히 쑨원은 다음과 같이 송축시를 지어 안중근 의사를 찬양했다.


“공훈은 조선을 덮고 이름은 만국에 떨치나니, 백세의 삶은 아니나 죽어서 천추에 드리우리. 약한 나라 죄인이고 강한 나라 재상이라. 그래도 처지를 바꾸어 놓으니 이토 또한 죄인이다.” p9


안중근은 대장부였다. 사실, 초반에 다음 말을 읽고, 안중근 의사를 오해했다.

“그 말도 옳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옛날 초패왕 항우가 말하기를 ‘글은 이름이나 적을 줄 알면 그만’이라고 했는데, 초패왕의 명예가 오히려 천추에 남아 전해지고 있지. 나도 학문으로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자네들도 장부요 나도 장부이니 더는 나를 설득하지 마라.”

친구를 사귀기 좋아하고,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면 술을 마시며 기생집이라는 곳을 가고, 오지랖처럼 기생들에게 올바른 삶을 살라고 하고, 의롭지 않은 일들을 보면 싸움을 쉽게 벌이는 모습은 대장부이기는 하나 '위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서전의 일부만 보면 이런 부끄러운 오해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의 아버지 안태훈은 자치통감을 읽을 때, 선생님이 책을 펴고 한 글자를 가리키며 이 글자부터 열 장 뒤의 글자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것을 맞추었고, 이를 기이하게 여겨 그와 같이 몇 번을 물어도 모두 맞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천재성이 안중근 의사에게도 전해진 것 같다. 안중근 의사가 미국을 포함한 열강들의 정세를 거론하며 동양평화론을 쓴 부분을 보면 거의 세계정세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엿 볼 수 있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지금까지 나는 이토 히로부미의 사살이, 독립군 조직에서 치밀하게 계획되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수행을 안중근 의사가 맡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토 히로부미는 천황이 내세운 뜻도 거역하고 자국민까지 조선에서 고생시키는 만인의 적으로 규정하고 안중근 의사가 스스로 결정하고 계획하고 필요한 자금을 구해 의거를 거행했다.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역에 오는 소식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의거 당시 누가 이토 히로부미인지 몰라 두 일본인을 사살한 것은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다. 혈혈단신으로 엄청난 거사를 이룩해 낸 것이다.
수감되었을 때, 일본인들마저 안중근 의사를 후대하고 칭찬한 것 또한 아주 인상적이다.
감옥에 갇힌 뒤로 여러 사람과 차츰 가까이 지내는 중에 전옥과 간수계장 그리고 일반 관리들도 나를 후대해, 이것이 참인가 꿈인가 의심했다. p163
안중근 의사가 일본인에 의한 재판에서 유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내 조국을 위해 행한 내가 왜 죄인인지 한참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과연 큰 죄인이다. 어질고 약한 대한제국 국민이 된 죄로다.’ p180

그 큰 그릇에 고개를 숙였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붕툐툐 2021-02-12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중근에 대한 지식은 초딩님 처음 상태와 동일하다는 걸 이글을 읽고 알게 되었네요...ㅠㅠ
의문을 채워주는 책 만나시면 또 소개해 주세요!!🤗

초딩 2021-02-12 11:31   좋아요 1 | URL
넵~ 애국으로 나는 언제 뜨거웠나 자문하게도 되네요~
붕붕툐툐님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붕붕툐툐 2021-02-12 11:37   좋아요 1 | URL
흐음...애국.. 진짜 빚이 많은데,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초딩님도 복 마니마니 받으셔요!
고민하다보면 해결책도 보이더라구용!😉
 

글을 좀 써야겠다.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써 내려가고 싶다. 북플에 쓰니 대상 도서가 있어야 하고, 그래도 현재 읽고 있는 책 중에 가장 유사도가 있는 책이 뭘까 하다 큰 고민 없이 한국사 책을 골랐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은 '예상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 뭔가 써 내려가고 싶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그래 누구나 아는 것처럼 서프라이즈 큰 기쁨 또는 눈물이 맺히는 감동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일들이 남기는 것보다 더 깊고 굵게 상흔을 남기는 슬픈 일 당황 또는 황당한 일이 더 많이 화자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역사'에서 흥미롭게 또 주목해서 다루는 것도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잘 계획되고 물 흘러가듯이 흘러가는 것은 옛날에 어떤 나라가 있었고 치정을 하고 국민들도 잘 보살펴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보다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거사가 엉뚱하게 중국의 위조 지폐범을 잡다가 탄로가 나서 실패했다는 6.10 만세 운동과 같은 것이 읽은 이들의 가슴을 조이고 또 어쨌든 그러지 말아야지 그래서 더 조심해야 지와 같이 사실은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다짐을 하며 기억에 남게 하는 것 같다. 그 맥락으로 나도 그 소재를 이 글에 차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 중에서 '과거와 똑같이 하면서 이번만은 다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참 어리석다'가 있다. 


이 문장을 볼 때 '아하의 순간'처럼 메모도 하고 회의나 발표 때 인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누가 그것을 모를까?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반복되는 것을 또 하고야 만다. 그것을 습관이라고 불러줘도 좋고, 중독이라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의 우리와 거의 모든 일은 그것을 반복한다. 사람이 달라지면 곧 죽을 때가 되었다는 비아냥의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예상치 못한 일'의 충격파는 더 큰 것 같다. 또는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실은 예상치 못한 일도 항상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충격적인 것만 우리의 뉴런이 시냅스와 함께 더 잘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좀 더 정교하게 이 글을 내려쓰기 시작한 동인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일'에 관한 것이라고 고쳐 써보자.

나는 중학교 때 자전거로 통학을 하던 코스의 어느 커브 길 언덕을 엉덩이를 치켜들고 올라가며 '시간'에 대해 깨우친 것을 평생의 좋은 '수단'으로 삼고 있다. 비밀스러울 만큼 나만의 비법도 아니고 알고 보니 이미 내 주위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고, 또 몇몇 책에서도 유사한 것을 다루었다. '힘든 순간도 어느 순간 과거가 되어버린다는 자각'이다.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상대적이고 그것이 우리의 뇌와 마음에서는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상대성보다 더 위력적인 것은 '지나간다'이다. 사실, 지난주에도 "난 지금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고 있어 바로 '지금' 그것을 인지했어. 지금을 붙잡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이 과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다음 번에는 "그래 지금을 느낀 이것이 과거가 되겠지, 어디 정말 미래의 내가 이것을 기억하는지 두고 보자 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과거가 되었고, 그 대과거의 나를 과거의 나가 인지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는 그 모두가 다 과거이다. 그래서 나의 '수단'이라는 것은 아주 하기 싫거나 고통의 상황이 있으면, 이것이 모두 끝났을 때 나는 특정 행동을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그것이 다 지났을 때 그 행동을 하며 '그래 봐봐, 모두 다 이렇게 지나가잖아. 괜찮아'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하면서 나에게 더 확인을 준다. 

'모든 것은 지나갈 거야'.


내가 나의 이 '수단'을 말하는 것은 지금 내가 엄청난 충격을 받아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지금 그 '수단'을 한번 말해보고 싶었다. 어떤 연관성이 있든 없든. 아 그렇다.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일'은 그 시간은 지나갈 것이라는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아니 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나의 방법은 이미 내가 마주한 (face)일에 대한 대처법이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일'과는 미묘한 시간 차이가 있다.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일'도 다 지나갈 것이라는 대입을 해 볼 수 있지만, 그건 그래도 감정을 아주 빨리 추슬러도 몇 초의 시간이 걸린다. 빠르면 1초 내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바로 맞닥뜨린 순간은 그것이 1초 또는 1밀리 세컨드라고 해도 굉장히 충격적이다. 그리고 그 1은 뒤에 0이 많이 붙은 것처럼 확장되고 나에게 깊이 각인된다. 잠시 콜드플레이의 Fix You에 있는 각인 하다 Ignite의 단어가 간절히 떠오른다. 살아 있어 살이 붙어 있는 뼈에 각인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울 것이고 그 대상이 생명을 다해 죽어도 뼈에 남아 있을 만큼 깊을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방법은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일'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은 줄 수 있지만, 짧으면 1초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어떤 위안을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절망의 깊이를 더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까?

그걸 이야기하려면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의 질문은 "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아주 작은 것 (양자)'로 이루어져 있을까? 분자도 모자라 원자 그리고 그보다 더 작은 것들로". 그의 답을 내가 이해한 것으로 해석하면, 세상이 존재하기 위해서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이분법적으로 현상이 일어나면 세상은 금방 파멸되기 때문이다. 특정 확률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거나 일어날 확률이 낮아야 멸종과 같은 것을 막을 수 있거나 특정 상태로 편향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일은 확률로 일어난다. 코로나 확진자와 한 공간에 같이 있던 사람이 모두 감염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슈뢰딩거는 양자를 설명하고 그것에 이어 DNA까지 유추한다.

그래서 예기치 않은 일은 '당연할 수 있는 결과'이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일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가질 수 있으니 모두 일어날 수 있고, 그나마 확률에 따라 덜 일어나거나 더 일어날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는 더 일어나는 일에 익숙한 것이고, 덜 일어나는 일에 몹시 당황하고 고통받는 것이다.

잠시 내가 밥 먹고 사는 세상으로 오겠다. 2010년 초반에 기계학습에 대혁명이 일어났다. 단층 학습에서 다층 학습 그리고 그 한계를 깨버린 '역전파'이다. 입력으로부터 다층 학습을 통과해 나온 값을 보고 각 층의 계산을 바꾸는 것보다 거꾸로 답을 내는 마지막부터 거꾸로 올라가며 계산을 바꾸는 획기적인 (발상은 간단해 보이는) 방법이 역전파이다. 기억이 희미해서 역전파가 그 대 혁명인지는 100% 장담은 못하겠다. 아무튼 그래서 몇십 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기계학습이 약한 인공지능의 미래를 몇십 년 안에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여기서 약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Weak 약한은 아니다. 강한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니 마음 먹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예기치 못한 일'에서 갑자기 내가 밥 먹고 사는 동네 근처로 옮겨온 이유는 0과 1의 기계 - 우리는 이 일차원적인 기계를 튜링 기계라고 한다 - 마저도 다층 학습을 하면서 인간을 따라와서 이제 넘어서고 있다. 인간의 사고 과정은 그 층이 수십 층으로 알고 있는데, 이세돌을 이겼을 때 200여 차원인가였는데, 이미 그것보다 두 배 넘는 차원의 학습을 하는 컴퓨터들이 지금도 무시무시하게 학습하고 있다. 층이 많으면 뭐가 좋을까? 음, 판단의 과정을 더 잘게 쪼갤 수 있다. 인간의 시각을 다루는 뇌세포가 가장 많다고 하는데, 시각을 예로 들어보자. 층이 많다는 것은 인지 과정을 잘게 쪼갤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를 보고 있을 때, 낮은 차원은 경계만 처리해서 땅으로부터 연결된 나무와 하늘 두 개만 구분해서 땅과 나무의 형태만 보고 나무라고 결정하는 것이다. 근데 이것이 아주 잘게 쪼개지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1㎝ 크기로 쪼개서 한 층이 각각의 픽셀을 처리하고, 그것을 다음 층이 4개씩 합쳐서 처리하고 계속해서 추론해나가면 몇십 층 몇백 층이 지나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을 추론하는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보다 몇 배 몇십 배 많다면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내 눈앞의 소나무를 보고 "아 소나무구나"라 라고 생각하지만, 기계는 "아 소나무가 있고, 수령이 얼마나 되었고, 병충해를 얼마만큼 입었고, 주위에 서식하는 개체 종류가 이렇게 있겠군" 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보면 아이큐가 높은 천재가 일반인과 동일한 것을 감각하지만 엄청난 정보를 얻어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너무 길어졌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으로 다시 한번 돌아오겠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 예기치 못한 일과 연관시키고 싶은 것은 - 그 '층' 이다. 그 층을 잘 보면 랜덤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기계 학습의 식이라도 해도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고 알 수 없는 상수가 조금 더 있고 그 상수의 비밀은 '어렸겠다' 정도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편향을 막기 위한 임의의 선택이라는 부분도 있다. 컴퓨터가 사과를 구분하는데, 붉은색과 둥근 것으로만 치우쳐서 추론하면 앵두와 사과를 구분하는 데 집중하기도 할 것이고, 부사는 결코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그 고상해 보이는 기계 학습의 내부에는 임의의 선택이 있다. 그 임의가 무엇인가? 그것은 우연이다.

그래서 더 놀랍다. 0과 1의 단순함이 그저 많이 모여 복잡했던 컴퓨터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우리처럼 확률도 기반한 연산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자주 하는 '착각', '착시', '오해' 같은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일'은 이제 고소하게도 컴퓨터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중에 누군가 장난으로 표지판을 잘 못 돌려놓거나 잘못된 사인을 써두는 것도 판독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과학자들이 고민한다. 어쨌든 컴퓨터도 인간의 거의 모든 것을 습득하고 있고 그것을 우리는 발전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진화라는 말도 쓰겠지만. 아무튼 그것을 발전이라고 한다는 것은 그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엄청난 비약일 수도 있고, 궤변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다시 슈뢰딩거로 돌아가면 '우연'이 이 세상사의 기본 원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나는 받아들이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 자문자답을 위해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아직은 분이 풀리지 않는다. 어느 날 공황이 찾아왔어요 처럼 나쁜 생각을 하는 뇌 쪽에서 좋은 생각을 하는 뇌 쪽으로 아무리 유모차를 밀어 봐도 이 '예기치 못한 일'에는 큰 소용이 없다.

이럴 땐 우뇌가 좀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을 지각하고 있는 좌뇌 때문인 것 같다.

우뇌가 힘을 좀 써주려면, 맨정신은 안되니 술의 힘을 좀 빌리기보다도 해야 한다. 아직 다 마시지 않은 1865 와인이 있으니 그걸 털어 넣어야겠다.


이럴 땐 조르바 같은 친구를 만나서 부러워하며 하하하 웃으며 조금 더 취하다 오늘을 아쉬워하며 쓰러져 잠들어 버리는 것이 제일 일 텐데 말이다.

그래도 너무너무 길게 썼으니, 과격한 용두사미는 말아야겠다.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보내야하지 어쩌겠는가.

아인슈타인이 반복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지만, 천재인 그는 모르겠지만, 많은 우리들은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백 년이고 천년이고.

글로 이렇게 마구 쏟아내 버렸더니 당도 땅기고 술도 더 땅긴다. 1865가 기다리는 집으로 빨리 가야겠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5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2-11 23: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페이퍼는 코로나 팬더믹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읽고 사유해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명포스팅^.^

초딩 2021-02-11 23:00   좋아요 1 | URL
ㅜㅜ scott님의 ‘명포스팅‘ 이라는 말에 ㅜㅜ 넘넘 기분이 좋고 영광입니다 ^^ 부족한 글에 멋진 칭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 2021-02-10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전거를 엉덩이 들고 타며 ‘시간‘의 원리를 깨치신 것인가요?^^ 비슷한 경험한 분들도 있다고 적으셨는데, 저는 그게 뭔지 전혀 상상을 못하니 더욱 신비로운 경험으로 보이네요^^

초딩 2021-02-11 23:01   좋아요 1 | URL
현재가 과거가 되는게 인지되는게 신기했어요.
만약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식탁에 앉아 손 바닥으로 식탄을 두번 쳐야지.
그런데 ㅜㅜ 그 순간이 되어 식탄을 두번 치면, 현재는 과거의 미래였고, 과거의 현재가 과거가 된 것이 느껴져요. ㅎㅎㅎㅎ :-)

막시무스 2021-02-10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책에 재미를 붙이고 시픈데, 읽다가 실패하고 좌절한 책이 눈에 보이네요! 김대식교수님 책으로 다시 접근해보고 싶어집니다!ㅎ 즐건 설명절되시구요!

초딩 2021-02-11 23:05   좋아요 1 | URL
^^ 막시무스님~~~ 행복한 연휴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제나 파이팅입니다.

2021-02-11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2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2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