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안중근의 말
안중근 지음, 안중근의사숭모회 엮음 / 이다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다.' 애석하고 무지하게도 나에게 안중근은 저 사실과 왼손 네 번째 손가락 마디를 잘라 태극기에 붉은 피로 새긴 것 말고는 더 아는 것이 없다. 부끄러우면서도 왜 나는 저 사실 말고는 모를까라고 의문해보았다. 이토 히로부미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안중근 의사가 죽였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 알고 싶었고, 이 땅에서 부끄럽게 살지 않기 위해서 알아야 했다. 그래서 '안중근의 말'은 고마웠고 절실했다. 하지만, 나의 의문을 모두 채워주기에는 맞지 않았다.

"안중근의 말"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을 앞두고 옥중에서 쓴 자서전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을 비롯해 그가 남긴 글을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안중근 의사의 글만 있기 때문에 주위 상황이나 정세를 알 수 없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책을 더 읽어 봐야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놀라움과 함께.

의거 이후, 중국 사람들은 "혁명가가 되려거든 쑨원처럼 되고, 대장부가 되려거든 안중근처럼 돼라"라고 했고, 특히 쑨원은 다음과 같이 송축시를 지어 안중근 의사를 찬양했다.


“공훈은 조선을 덮고 이름은 만국에 떨치나니, 백세의 삶은 아니나 죽어서 천추에 드리우리. 약한 나라 죄인이고 강한 나라 재상이라. 그래도 처지를 바꾸어 놓으니 이토 또한 죄인이다.” p9


안중근은 대장부였다. 사실, 초반에 다음 말을 읽고, 안중근 의사를 오해했다.

“그 말도 옳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옛날 초패왕 항우가 말하기를 ‘글은 이름이나 적을 줄 알면 그만’이라고 했는데, 초패왕의 명예가 오히려 천추에 남아 전해지고 있지. 나도 학문으로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자네들도 장부요 나도 장부이니 더는 나를 설득하지 마라.”

친구를 사귀기 좋아하고,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면 술을 마시며 기생집이라는 곳을 가고, 오지랖처럼 기생들에게 올바른 삶을 살라고 하고, 의롭지 않은 일들을 보면 싸움을 쉽게 벌이는 모습은 대장부이기는 하나 '위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서전의 일부만 보면 이런 부끄러운 오해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의 아버지 안태훈은 자치통감을 읽을 때, 선생님이 책을 펴고 한 글자를 가리키며 이 글자부터 열 장 뒤의 글자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것을 맞추었고, 이를 기이하게 여겨 그와 같이 몇 번을 물어도 모두 맞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천재성이 안중근 의사에게도 전해진 것 같다. 안중근 의사가 미국을 포함한 열강들의 정세를 거론하며 동양평화론을 쓴 부분을 보면 거의 세계정세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엿 볼 수 있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지금까지 나는 이토 히로부미의 사살이, 독립군 조직에서 치밀하게 계획되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수행을 안중근 의사가 맡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토 히로부미는 천황이 내세운 뜻도 거역하고 자국민까지 조선에서 고생시키는 만인의 적으로 규정하고 안중근 의사가 스스로 결정하고 계획하고 필요한 자금을 구해 의거를 거행했다.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역에 오는 소식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의거 당시 누가 이토 히로부미인지 몰라 두 일본인을 사살한 것은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다. 혈혈단신으로 엄청난 거사를 이룩해 낸 것이다.
수감되었을 때, 일본인들마저 안중근 의사를 후대하고 칭찬한 것 또한 아주 인상적이다.
감옥에 갇힌 뒤로 여러 사람과 차츰 가까이 지내는 중에 전옥과 간수계장 그리고 일반 관리들도 나를 후대해, 이것이 참인가 꿈인가 의심했다. p163
안중근 의사가 일본인에 의한 재판에서 유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내 조국을 위해 행한 내가 왜 죄인인지 한참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과연 큰 죄인이다. 어질고 약한 대한제국 국민이 된 죄로다.’ p180

그 큰 그릇에 고개를 숙였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붕툐툐 2021-02-12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중근에 대한 지식은 초딩님 처음 상태와 동일하다는 걸 이글을 읽고 알게 되었네요...ㅠㅠ
의문을 채워주는 책 만나시면 또 소개해 주세요!!🤗

초딩 2021-02-12 11:31   좋아요 1 | URL
넵~ 애국으로 나는 언제 뜨거웠나 자문하게도 되네요~
붕붕툐툐님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붕붕툐툐 2021-02-12 11:37   좋아요 1 | URL
흐음...애국.. 진짜 빚이 많은데,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초딩님도 복 마니마니 받으셔요!
고민하다보면 해결책도 보이더라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