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umpa Lahiri Wikipedia>


오디오북의 단점은 이 책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어느 정도 듣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일시적인 문제'를 다 듣고 나서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를 들을 때,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들려서 맥락을 놓쳤나라고 생각하며 30초를 몇 번 뒤로 가서 또 듣고 또 들었다. 인물들이 바뀌었고, 배경이 모두 바뀌었다. 단편인가? 옴니버스식 구성인가?

그렇게 혼란을 느끼며 듣다가 '질병 통역사'를 들으니, '아하, 단편집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인도인인가? 인도 출신의 이민자로 미국에 사는 걸까? 역시 오디오북은 받을 찾을 수 없다. 단편들은 미국에 있는 '인도'를 담고 있었다.

그래서 잠시 찾아봤다.

Her debut collection of short-stories Interpreter of Maladies (1999) won the Pulitzer Prize for Fiction and the PEN/Hemingway Award, (Jhumpa Lahiri)

축복받은 집은 Interpreter of Maladies 였고, 

Lahiri was born in London, the daughter of Indian immigrants from the Indian state of West Bengal

역시 인도 West Bengal에서 이민 온 가정의 딸로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3살 때 미국으로 갔다.


나에게 인도는 빈부의 격차가 세상에서 가장 큰 것 같고, 무자비하고, 무섭고, 비정한 나라이다. 두 번의 인도 출장으로 총 한 달 정도 인도 노이다와 벵갈루루에 있었다. 노이다는 한국의 분당이고, 벵갈루루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렸다. 하지만, 한국의 타워팰리스 같은 곳에 부자들이 손자 돌잔치를 위해 하루에 1억 원을 쓸 때 (2010년 경이었다), 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철조망 건너편에는 그 부자들의 타운에서 흘러나오는 하수구로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남부 출신들도 북부에서는 밤에 돌아다니지 않았다. 자국민도 혼자로 보이면 위험했다. 금요일 교통지옥인데도 여직원이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노이다 (한국의 분당)에서 델리 (한국의 서울)로 모두 이동해서 저녁을 먹었다. 여직원 집이 델리였다. '밀리어네어 슬럼독'을 봤다고 노이다에서 현채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부끄럽기도 하고 자신들이 그렇게 그려져서 세상에 표출되는 게 싫었던 것 같다. 인도는 그런 나라이다. 빈부 격차가 비정하게 크고, 무섭고, 무자비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나라.


그런데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쉬는 시간에 그들과 이야기하면 항상 전 세계에서 인도인들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자랑스럽게 말한다. 전 세계 기업에서 의사결정권자 중 인도인이 가장 많다. 유럽의 의사 중에서 인도인이 가장 많다.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영어 농담을 항상 메일로 공유했다.

그들을 똑똑하다. 좋은 대학을 나왔으면 기본 5개 국어는 한다. 힌두어, 고향어, 고향 근처 지역 언어, 영어, 그리고 외국어 하나. 인도의 언어들은 우리나라의 사투리 같지 않고 전혀 다른 언어이다. 19단도 잘한다. 그런데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비굴하고 비열하다.


그런데, 인도가 그래도 부럽다. 인구가 많고 각 나라로 이민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인도인들은 인도를 알리는데 항상 열심히 인 것 같다. 자신들의 부끄러움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것도 뽐내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인도인이라고 말한다.

인도 카슈미르 분쟁은 대학살 수준에 가깝다. 아니 대학살이다. 하지만 지복의 성자를 써냈다.


동파키스탄의 독립 전쟁은 '축복받은 집' 중에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로 나온다.

비단 문학만은 아닐 것이다. 인도 홀리 축제 때 사람들이 색색의 가루를 뿌리는 것에 매료되어 그것을 너무너무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홀리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도의 것들이 많다.

Holi 2021: When is Holi and why do Indians celebrate the festival of colours?


고대부터 대국이고 세계사에서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큰 자리매김을 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인도인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들을 알리려고 노력한다. 그들이 영국의 지배를 받아서 영어를 공용어처럼 써서 그런지 몰라도 인도 출신의 유명한 작가도 많다.

생각해보면, 남미와 유럽의 잔혹하고 아픈 역사를 제재로 하는 작품과 작가도 많다. 미국은 미국 나름대로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작품이 많고, 러시아는. 러시아는 그 자체가 대문호의 나라이고, 일본은 일본 특유의 작품들이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지금의 한국은 분명 경제 대국의 대열에 있고, 세계사에서도 비극을 많이 겪은 나라 중 하나일 것인데, 다른 문화권에 비하면 우리의 작가와 작품은 아주 아주 적은 것 같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정부에서 우둔하게 밀어붙이니 이승우 작가님은 소설가의 귓속말로 울분을 토하신 것 같다.


며칠 전 행복한 책읽기님의 서재에서 반갑고 고마운 포스팅을 봤다.

강추보다 필독! 해방 직후 해외 조선인들의 필사적인 귀환과 식민지 시대 예술혼을 불태운 두 예인의 명창이 실려 있다. 여기에 해방의 감격은 없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만 지속될 뿐. 어쩌면 더 처절하게. 아릿아릿 아프고 저릿저릿 찡하다. 배삼식을 더 읽고 싶어졌다. 훌륭한 스토리텔러다.

  행복한 책읽기님의 1945 포스트 에서.


큰 제목만을 언급하는 역사 다루기와 규격화 획일화한 역사 속 인물에 익숙한 나에게, 그래서 인도인들의 역사를 문학으로 끌어내는 것이 부러운 나에게 1945는 참 고맙고 갈증을 해소해주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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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5-10 1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 글 읽으니 <팩트풀니스> 에서 지적한 우리가 가진 편견 편향 오류들 떠오릅니다.^^;;
<1945>는 보석이라 저는 생각해요^^

초딩 2021-05-10 13:47   좋아요 1 | URL
편견 편향, 바이어스!
그러지 않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
소프트해지기 위해서요.
1945 짝짝짝
아 ㅜㅜ 갑자기 숫자로 된 오락실 게임도 생각하고 ㅎㅎㅎ
암튼 보석입니다!
 

톨스토이가 일흔이 넘어 완성한 대작 『부활』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그의 3대 작품으로 꼽힌다.

카추샤는 먼 유형지로 떠나고, 네흘류도프는 카추샤가 찾은 사랑을 인정하고 스스로 괴로운 사람을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누구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러나 부패한 껍질을 벗고 새로운 삶으로 부활하는 일, 더럽혀진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일은 참 힘들고 긴 여정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써나가는 네흘류도프는 우리를 향해 전해준다.
더럽게 부패한 껍질을 깨고 새로운 삶으로 부활하는 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해야 하는 삶의 의무이며 존재의 의미라고. 나의 껍질과 부딪쳐 깨지 못하면, 개인에게도 신에게도 희망은 없는 것이라고. 어떤 인생이든, 가장 큰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선善’이라고. 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어야 한다고.

오 헨리O.Henry,1862~1910는 모파상, 체호프와 더불어 세계 3대 단편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Dumas,1802~1870는 프랑스 귀족인 아버지와 아이티 출신의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여왕 마고』 등 소설과 희곡 250여 편을 남겼으며,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이후 300여 편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소설은 잔인하고 퇴폐적인 서구 문명의 이면을 담아냈는데, "인간의 본질은 죄를 싫어한다. 그러나 문명은 우리들에게 욕망을 갖게 하며, 우리의 선량한 본질을 깔아뭉개고 우리를 나쁜 쪽으로 인도한다"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문명은 인간에게 욕망을 주고, 죄악을 주고, 욕심을 주며, 악의 길로 이끌어가곤 하지. ‘범인을 찾으려거든 우선 그 범죄로 이득을 볼 사람을 찾으라’는 격언이 거기서 나온 말이야. 자네가 없으면 이득을 볼 사람은 누구지?"

또한 그에게는 아름답고 상냥한 약혼녀 메르세데스가 있어 한없이 행복했다

인간의 모든 지혜는 단 두 마디 말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기다리라, 그리고 희망을 가지라!"

어느 날 톨스토이는 농부들에게 부탁을 받는다. 자신들은 어려운 글을 잘 읽지 못하니 이해하기 쉬운 책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가 농부들을 위해 집필한 쉬운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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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는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녀의 일기는 늘 "사랑하는 키티에게"로 시작한다.

하디는 당대의 그릇된 인습을 비판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는데,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스토리가 셰익스피어 비극과도 견줄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이제 린저의 장편소설 『생의 한가운데』는 1950년 출간되었다. 불꽃같은 삶을 사는 여주인공 니나 부슈만의 삶을 담은 이 소설은 독일에서 출간 당시 1백만 부가 팔려나갔으며, 전후에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유럽과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시켜 ‘니나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깊숙한 내면까지 담아내다

『댈러웨이 부인』은 파티 준비를 하러 나서는 데서부터 시작해 그 파티가 끝나는 것으로 마감되는 소설이다. 서술하는 시간은 단 하루지만 그 안에 댈러웨이 부인의 처녀 시절, 피터와의 사랑, 샐리 시튼과의 우정 등 반생에 걸친 시간들이 회상의 형태로 스며들어 있다.

솔제니친 작품 중 최고로 꼽히고 현재 러시아 고등학교 교재로 쓰이고 있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오전 5시,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기상 종이 울렸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이렇게, 슈호프는 그의 형기가 시작되어 끝나는 날까지 3천6백53일이나 있었다. 사흘을 더 수용소에서 보낸 것은 그사이에 윤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의 반대어는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Godot라는 사람을 기다린다. 그러나 고도가 누구인지는 그들도 알지 못한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오직, ‘기다려야만 한다’는 사실뿐이다.

"그걸 알았다면 작품 속에 썼겠죠."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고.

기다림은 그렇게,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의 숙명이다.

이 소설의 제목은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에티카』 4장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스피노자는 책에서 인간을 구속하고 있는 다양한 굴레들의 현상과 원인을 밝히고 그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바 있다.

생의 가장 아름다운 무늬는 태어나서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죽어가는, 평범한 인생의 무늬라는 사실을.

‘잠자’는 체코어로 ‘나는 고독하다’라는 뜻인데, 카프카의 심경을 그대로 담은 단어다.

이런저런 계산과 지식의 위선으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나’는 조르바를 이렇게 부러워한다.

패니의 아들인 로이드 오즈번과 함께 휴가를 보내며 그린 섬의 지도에서 영감을 얻어 『보물섬』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약물을 먹고 모습이 바뀌는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어난 후 그 꿈을 소재로 사흘 꼬박 소설을 써 내려갔다. 탈고된 원고를 읽은 아내는 우화적으로 고칠 것을 제안했고, 아내 말대로 다시 사흘 동안 고쳐 쓴 작품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이다.

‘멋진 신세계’라는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 5막 1장에 나오는 대사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 오오, 멋진 신세계여!"에서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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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5-09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제가 ‘안네의 일기‘ 읽고 일기장에 막 이름 붙이고 그랬더랬죠~ㅎㅎ
일기장 시작은 늘 ‘OOO아, 안녕?‘으로..
안녕하지 못했던 날들입니다..ㅋㅋㅋ
(근데 이 책 구성 궁금하네용~ㅎㅎ)

초딩 2021-05-09 12:07   좋아요 1 | URL
작가 소개,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 책 요약, 저자의 감상 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처음엔 저자의 가치관에 따른 서평 느끼미었는데 2권까지 읽으니 저자에게 겅감하게 되더라구요 ㅎㅎㅎ 전자책 종이책 다 샀어요 ㅎㅎ 결국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5-09 21:47   좋아요 1 | URL
오~ 글쿤요~ 감사합니다!! 초딩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니 더 궁금해졌습니다!^^
 

깊이 파고들기가 인상적인 리더쉽 원칙, 채용을 엄격하게 관리해서 하는바 레이저 프로세스, 협업이 필요 없는 싱글 스레드 리더쉽,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는 6-페이지, 기사부터 써서 고객으로부터 시작하는 워킹 백워드, 성과가 아닌 통제 가능한 인풋을 관리하는 성과 지표를 보고 있으면, 지금의 아마존이 정상의 자리에 있고 앞으로도 더 쇄신하리라는 것이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6-페이지이다.

아마존의 초창기 임원 회의는 서로 다른 많은 주제로 정신이 없었다. 성마른 임원들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보고 당연히 뒤에 나올 법한 내용에 대해 무차별 질문을 과시욕처럼 해대면, 발표자는 혼비백산해서 '곧 뒤에 나옵니다'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어 슬라이드의 순서가 뒤죽박죽되고, 그즈음이면 이미 회의의 주요 안건과 주제와는 한참을 벗어나 달나라의 암석 이야기를 하고 있게 되었다. 제프는 고민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회의할 수 없었다. 많은 임원이 참석한다는 말은 그 임원들의 어마어마한 시간당 인건비가 모두 낭비되고 있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회사의 주요 안건이 제대로 적기에 논의되어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참담하고 억울하고 안타까운 회의는 많이 볼 수 있다. 발표자가 발표 스킬이 부족하면 10분의 1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다음 주 또는 다음 달 회의 때 다시 발표하면, 모두 망각의 샘을 마신 후라서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도대체 이번에는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다. '저번 회의 때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라는 금기 문장을 쓰는 순간 '회사 주요 결정 사항을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라는 말과 함께 회의 내내 가루가 되도록 갈리는 것을 나도 많이 봤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겪는 파워포인트의 '회귀'는 정말 억울할 것이다. 사수의 피드백을 받아 고치고, 프로젝트 리더의 피드백을 또 받아 고치고, 파트장, 팀장, 그룹장 등의 피드백을 한 번 받을 때마다 쟁기로 온 땅을 갈듯이 바꾸고 나면, 결국 손에 쥐는 것은 최초 자기가 작성한 원본에 가까워진다. 그나마 그렇게 되면 운이 좋을 것이다. 중간 관리자의 피드백을 받아 반영해서 임원 앞에서 발표했는데, 무차별 공격을 받고 피드백 받은 방향이 자신이 초기에 작성한 방향이면 정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어 그날은 모든 상사를 안주 삼아 질겅질겅 씹어야 할 것이다.

제프는 직원들이 자신들을 안주 삼아 씹지 않게 하기 위해, 파워포인트를 버렸다.

이동 중 비행기에서 회의에 대해 고민하다 예일대학교 교수이자 정보 시각화 분야의 전문가인 에드워드 터프터가쓴 '파워포인트의 인지적 스타일'을 읽고 토론하게 되었다.


“분석이 인과관계적이고, 변수가 많으며, 상호 비교적이고, 근거를 파고들면서, 상세할수록 글머리기호로 된 목록은 더욱더 해롭다" p166

그 논문을 읽고 바로 전사에 공지해서 '파워포인트 사용금지' 령을 내렸다. 함축된 목록은 인과 관계를 오해할 수 있고, 화려한 파워포인트로 맥락이 흐려지고, 발표자에 따라 내용 전달 정도가 천차만별인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에세이를 쓰기로 했다.
모든 회의 안건에 대해서 A4 6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쓰게 했고, 그것을 회의 시작 때 모두에게 나누어 주어 장당 3분을 할애해서 20분 동안 읽고 피드백을 쓰게 했다. 발표는 없다. 이미 읽었으니깐. 그리고 돌아가며 피드백을 가지고 발표자와 그리고 서로 서로가 토론한다. 끝.
초기에 많은 반대에 부딪혔고, 내용을 더 쓰고 싶어 폰트를 작게 하는 해프닝까지 있었지만, 결국 아마존에 안착 시켜 지금도 이처럼 회의를 한다.
회의가 시작하고, 모두 조용히 아주 조용히 집중해서 발표자가 쓴 글을 읽는 이 광경은 굉장히 기이하고 매력적일 것이다.
아주 놀라운 것은, 파워포인트로 회의할 때는 발표자와 청중의 대립 관계가 형성되었는데, 6-페이지 때는 서로 피드백을 주며 함께 논의하는 협력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놀랍다. 생각해보면, 일방적으로 듣다 보면 자기도 뽐내고 싶고, 뭔가 트집을 잡고 싶은 마음이 비판적 듣기라는 허울로 생기고 질문을 위한 질문을 하기 일쑤인데, 6-페이지를 읽고 나면 정성스럽게 피드백을 주면서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피드백이라는 말 그대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서로가 이끌고 나가는 것 같다.
또한, 파워포인트를 미리 회의에 읽고 오라고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업무 시간을 쪼개서 읽어야 함과 각자의 상황에 따라 시간을 낼 수도 내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분을 모두 읽는다. 1시간 회의 중에 30%가 넘는 시간을 쓰지만, 회의가 산으로 가지 않게 하고 모두가 내용을 인지하게 하는 이 방법은 아주 회의 진행에 있어 효율적이고, 주요 안건을 효과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것 같다.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욕을 좀 먹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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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5-09 00: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전에 스콧님이 리뷰하셨을 때도 인상 깊었었는데, 이렇게 읽으니 또 다르게 좋네요. 초딩님 말씀하신 조용히 에세이 읽는 시간 너무 매혹적일 거 같아요. 그 후 토론도 매우 진지할 거 같고요~ 저도 꼭 적용해 보고 싶네요!!

초딩 2021-05-09 22:09   좋아요 1 | URL
^^ 네 저도 그런 시간을 진지하게 가져보고 싶어요 ㅎㅎ ^^
좋은 저녁 되세요!

scott 2021-05-09 0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왠지 좝스 스타일이실것 같아요 아이패드퐁기기로 무장하시고 오더블북 들으시면서 영어 필사 하시는 ^ㅅ^

초딩 2021-05-09 22:10   좋아요 2 | URL
우앗! ㅎㅎㅎㅎ 일단 저에게는 최고의 칭찬입니다 ㅜㅜ 감사합니다! :-)

지유 2021-05-09 01: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파워포인트에 의지하는 스타일이라 뜨끔하네요. ㅎㅎ

초딩 2021-05-09 22:11   좋아요 2 | URL
앗 ㅎㅎㅎ 근데 모든회사 모든 곳이 다 파워포인트이니 ^^
아무튼 아마존은 참 독특하고 또 그래서 매력적이기도하네요.
지유님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5-09 0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인상적이에요~! 파워포인트로 프리젠테이션 하다 보면 내용이 요약적이고 비쥬얼이 부각되다보니 마지막에는 남는게 별로 없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초딩님의 시도를 응원합니다 ^^

초딩 2021-05-09 22:12   좋아요 2 | URL
^^ 앗 감사합니다.
일단 몇분에게 말해봤더니 조금 뜨아하던데 그래도 파워포인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많이들 공감하시더라구요.
ㅜㅜ 문제는 에세이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긴한데 ㅎㅎ ^^
응원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5-09 0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고서 쓰느라 밤새고, 파워 포인트 만드는라 밤새고, 발표준비하느라 밤새고...ㅠ

초딩 2021-05-09 22:13   좋아요 3 | URL
정말 임원 리뷰 받고 고치고 또 고치고 윤회하는게 정말 ㅜㅜ 힘들었었어요
그렇게 밤새고 또 술 마시며 밤새고 ㅎㅎㅎ ^^
좋은 밤되세요~
 

그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집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2일.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에 앞서 20여 년간의 구상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소설들을 단 며칠 사이에 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몇 년간 여러 생각을 곱씹으며 지낸다. 나는 피곤에 지쳐 완전히 뻗을 때까지 며칠간 밤낮없이 글을 쓸 수 있다."

요즘도 전 가끔 딱지와 구슬을 나눠 주곤 합니다. 왜냐면 사랑이 없는 인생은 별로 위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책은 마무리된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데미안은 ‘악령에 붙잡힌 것’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네 장미가 네게 그렇게도 소중한 것은, 그 장미를 위하여 네가 잃어버린 시간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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