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 작가정신 소설향 23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승우답다. 욕조가 '있는' 방이 아니고 욕조가 '놓인' 방이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욕조가 있는 방은, 이미 욕조가 그 방의 일부인 것이고, 욕조가 놓인 방은, 욕조를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수고스럽게 놓아둔 것이다. 침실에 욕조를 놓아둔 것이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취한다. 겨우 취하지 않으면 현기증이 난다. 어떤 땐 그가 내 앞에서 말을 하고, 나는 그 말에 양손이 나를 감싸고 그대로 나도 모르게 포박되는 것 같다. 익숙한 그의 서사 방식이다.

'욕조가 놓인 방'은 방에 물을 가득 담은 욕조가 모든 건조함을 삼켜버려 축축함과 음울함이 가득한 소설이다. 억울하게 읽는 독자를 '당신'이라고 칭하며 속수무책으로 이야기 속으로 끌어드린다.

억울하게 '당신'인 남자, 그 남자의 여자였던 아내, 그리고 다른 한 여자. 그 음울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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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을 열어보니, '지난 오늘'에서 5년 전에 읽고 썼던 '탈무드' 포스트를 보여주었다. 5년전 3월 27일. 5년이라는 시간이 어색했다. 

https://blog.aladin.co.kr/770426190?CommunityType=AllView&page=52&cnt=256

그리고 3월 27일이 낯익었다. 8년전 오늘 (2012년 3월 27일) 나는 나의 첫 회사를 열었다. 3월 27일은 두개의 의미있는 날이었다.

그때는 회사가 흔히 말하는 내리막길이었고, 그래서 방황도 했던 때였다. 그 방황 속에서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 답을 생각해보고 알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남들 보다 아주 조금 더 책에 관심이 있고, 몇 권 더 사서 읽던 내가 알라딘 굿즈와 함께 책을 마구 사서 읽기 시작했다.

막 책을 읽기 시작하던 무렵 인생의 책 중 하나인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만났다. '영원 회귀'와 '부조리'를 접하는 시작이었다.

그러다 '하버드의 생각 수업'을 읽고 - 지금 생각해보면 책 제목 만으로는 자기 계발서 같아 읽지 않았을 것 같지만 - 대단한 충격과 반성에 빠졌다. 책에서 언급하는 철학자와 사상가 그리고 책들이 몹시 궁금했고, 나는 그런 것들을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하버드 북 스토어 상위 100위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를 들락 거리며 책을 선별해서 골라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머리를 말리며 선채로 '공중 그네'를 한 번에 다 읽기도 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부조리'에 더 심취했다. 참존가는 그 자체로 한없는 자극이었다. 키치.

원서를 사서 그 조판을 모두 보고 싶었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그의 아내가 쓴 '사랑의 역사'를 만나게 해주었다.

'사랑의 역사' 그것은 나에게 정말 '소설'을 만나게 해주었고, 가슴 아픔을 전해주었다. 얼마 동안의 필사도 하게 했다.


책은 나에게 무엇을 선물해 주었을까? 내가 '삶'이 무엇인지 대해 가졌던 의문에 어떤 답을 주었을까? 나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처럼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유했다. 읽고 서평을 쓰고, 댓글을 통해 북플의 사람들과 의견을 치열하게 나누었다. 지금 보면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부끄러운 의견을 많이 썼지만. 그때는 몹시 진지했고, 심각했고, 지성에 취해있었다.


'양가'와 '관계', '의도', '부조리' 그런 단어들이 나에게 침전되었다. 무거운 금속처럼 내 몸에 가라앉아 배출되지 않은 채, 못한 채, 이제는 하나의 장기가 되어 갔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아 슬프고,

책을 읽은 사람들이 그 책에서 전하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지 않아 슬프고,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 것을 행동하지 않아 슬프다."

라고 어떤 분이 말한 것처럼,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또 그것을 행동으로 투영하려고 노력하며,

그래서, 읽고 난 후의 나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책을 선별해가며,

지금도 읽고 있다. 그리고 쓰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책으로 대체한 북플은 신선했다. 그 당시 나는 앱을 한참 개발하고 있어서 북플의 그 선명함과 정교함, 이타적임에 더 매료되었다. 지금도 한국에서 만든 앱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북플을 꼽을 것이다.

그 북플은 책에서 굿즈로 중고매장으로 북플의 사람들로 나를 인도했다. 그리고 이제는 침전된 금속의 단어들처럼, 내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요즘은 분주해서 하루를 기념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딱 12시까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 많다. 그래서 급하게 내려썼지만, 

북플에 알라딘에 그리고 북 피플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5년을 되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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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3-28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년동안의 책을 통한 성찰과 사유가 너무 감동적입니다^^
이타적인 북플도 좋구요**

초딩 2020-03-28 16:45   좋아요 1 | URL
아 페넬로페님 항상 감사합니다.
공감과 댓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
좋은 주말 되세요.

라로 2020-03-28 0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북플을 열심히 하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 앱도 삭제하고 했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이젠 좀 아쉽네요.ㅎㅎㅎㅎㅎㅎ
하지만 좀 더 있다가 다시 설치하려고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초딩 2020-03-28 16:48   좋아요 0 | URL
우아 라로님 서재 정말 멋있네요 ^^
서재 구경하고 친구신청도 했습니다.
ㅜㅜ 저는 중간에 2년 정도 띄엄띄엄 활동했던게 많이 아쉽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민지 2020-03-28 0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또 그것을 행동으로 투영하려 노력한다는 것이 감동입니다

초딩 2020-03-28 16:49   좋아요 0 | URL
아~ 민지님 ^^
좋은 말씀해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
행복한 주말 되세요.

2020-03-28 0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8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20-03-28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의 지적 열정을 늘 응윈합니다^^

초딩 2020-03-28 16:51   좋아요 1 | URL
^^ 북프리쿠키님 ^^ 응원 항상 감사합니다 ^^
좋은 주말 되세요~

moonnight 2020-03-28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영화채널에서 <사랑의 역사>를 보았는데 그 영화의 원작인가 보군요. 영화도 무척 좋던데 책도 읽어보고싶네요. 품절이라 이미 읽으신 초딩님 부러워요ㅜㅜ 게다가 조너선 사프란 작가의 아내로군요. 부부가 둘 다 ㅎㄷㄷ;;;; 5년 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0-03-28 22:59   좋아요 0 | URL
아~!!! 영화도 몹시 궁금하고 보고 싶네요.
두 부부 참 멋진거 같아요.
그리고 축하해주셔서 넘넘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진주 2020-03-29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미있는 5년간의 독서행적이군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책을 찾아내는 능력은 ‘읽기‘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5년 후에도 이런 페이퍼 남겨주실거죠?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을지 기대되네요~

초딩 2020-03-31 02:45   좋아요 0 | URL
^^ 응원 넘넘 감사합니다~
좋은 날들, 감사한 날들 꼭꼭 기념하겠습니다.
단 꿈 꾸세요~

2020-04-05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5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5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회학 공부의 기초 -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간단한 틀
앨런 존슨 지음, 이솔 옮김 / 유유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광범위한 '사회학'의 정의가 어려운 것에 대해, 사회학의 그 광범위함을 그대로 인정한 채,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관계하는지를 설명하며 '사회학'을 개괄적으로 정의해 준다. 책을 다 읽고도 한 문장으로 사회학을 명쾌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인간과 사회의 관계 분석을 기반으로 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학문' 정도가 내가 쥐어짤 수 있는 정의이다.

그래서 '관계 분석'이 무엇이고, 그 문제 해결의 접근법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관계 분석은 '최소 저항의 길'로 대부분 설명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인 인간이 그 사회 속에서 가치관의 대립이 있을 때, 대립을 최소화 (최소 저항)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는 의미이다. '타협'이다. 인종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인종 차별 발언을 들었을 때, 그것이 잘 못된 것이고 반박하고 더 나아가 그 화자를 개화 시켜야 하겠지만, 그 선택은 그 사회의 가치관과 대립하는 것이고, 개인이 맞서기에는 너무 거대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가치관을 저버리고 적극적으로 동의하거나 동참한다면, 개인의 가치관이란 의미 없는 사유로 그칠 뿐이다. 그래서 그 개인은 최소 저항의 길로 소극적으로 들어주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 최소 저항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이것은 타협이고 비겁해 보이고, 진보적으로 사회를 개혁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길을 선택하고 그것이 사회 현상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의 잘 못으로 보이는 문제 - 여기서는 인종 차별을 발언하는 사람의 문제 - 를 꼭 그 개인에게만 원인을 두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개인이 그렇게 행동하게 된 '최소 저항의 길'을 낳은 사회도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개인을 엄벌하는 것은 최소 저항의 길을 선택한 다수의 대리 만족을 위한 마녀사냥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그렇다면 이런 관계를 분석해서 어떻게 사회 문제를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접근법을 살펴보자. 책의 마지막 즈음에 나타나는 '빈곤 문제'를 살펴보고 싶다. 저자는 사회 계층마다 분배  되는 비율을 그대로 둔 빈곤 문제 해결책은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동의한다. 상류 20퍼센트가 48퍼센트의 부를 가져가고 그다음 20퍼센트가 23퍼센트를, 그다음이 15퍼센트를, 그다음은 10퍼센트를, 마지막 최 하위 20퍼센트가 4퍼센트를 분배 받는 사회에서, 빈곤층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펴도, 최하위층의 일부가 그 상위 계층으로 이동은 할 수 있지만, 결구 그 상위 계층의 누군가는 최 하위 계층으로 떨어져야 한다. 그래서 부의 분배 비율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백인의 특권, 낮은 투표율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 책을 보는 대부분의 독자는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한 영향력 있는 의사 결정권자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개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뚜렷하게 나타나있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소 저항의 길'에 따라 행동하니, 사회 현상의 이면에는 사회 가치관에 따른 '최소 저항의 길'이 깔려있다를 인지하고, 그 렌즈로 내가 속한 최소의 조직부터 다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책 마지막에 있는 유유 출판사 도서도 좋았다. 몇 권의 책은 읽었고, 또 읽고 싶은 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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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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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쿠폰 만 원이 생겨서 보관함에서 즐거운 고민을 하다 산 책이다. 최근, 플라톤의 '국가론'에 조금 실망했지만, 사유하는 즐거움, 철학 책을 골랐다. 소크라테스부터 현대 철학자까지 두루 살피는 101 입문서로 좋다는 평이 있다. 친절하고 어떤 부분은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들도 알려주며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해 준다. 번역도 아주 매끄러워서, 읽다가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인지 저자를 확인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뚜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주 조금만. 불만은 아니고 바람이다 :-)

이 책을 읽고나면 막시무스님이 읽은 '왜 칸트인가'를 읽어봐야겠다~


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가? 한 가지 이유는 우리가 죽음을 체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에피쿠로스 p37 


'냉철한 것 being philosophical'은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뿐이다. p41


스토어학파의 기본 사상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p42


즉, 신이 그런 악을 허용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문제이다.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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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에버그린북스 1
리처드 바크 지음, 이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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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의 눈이 말하는 것을 믿지 말라.

갈매기 조나단은 그렇게 말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 또는 타인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은 양가감정을 가진다. 우리 눈이 경고하는 위험을 수용할 것인지, 그저 한계로 보일 뿐이니 넘어서야 할 것인지에 대한 두 대립 중 하나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빨간 신호등을 보고 길을 건너는 생각을 '극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물원 우리에 갇힌 사자를 보고 위협을 느끼는 것은 야생에서나 느낄 수 있는 한 물 간 생각이니 사자와 마주한 유리벽에 사자와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다는 식의 '극복'의 문제도 아니다.

그 양가감정을 우리 모두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저건 눈에 보이는 대로 - 어쩌면 이게 감정적이지 않고 객관적일 수 있다 - 받아들이면 되고, 이건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이니 극복할 수 있는 것임을 우리는 솔직히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일상 대부분의 일들은 '눈'의 타협으로 판가름되는 것이 많다. 그래서 타협한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가끔 그것을 애써 극복함으로써 신기해하며 대견해한다.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하면 정말 되는구나'. 그래서 어떤 '극복'의 의지가 - 곧 꺼저버리겠지만 - 불타오르기도 한다.

여기에 우리는 생각할 겨를이 없고, '효율', '경쟁'이라는 것으로 등 떠 밀린다.

그렇다. '눈이 말하는 것을 믿지 말라'는 것은 알지만, 믿지 않을 시간이 없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것도 알지만 높이 날 여유마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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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3-22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래전에 읽은 책이예요^^
그때 참 감명깊게 읽었어요**
저는 영화 주제곡인 닐 다이아몬드의
‘Be‘ 도 좋아해요^^

초딩 2020-03-22 17:54   좋아요 2 | URL
Neil Diamond의 Be (Introduction Of Jonathan) YouTube Music으로 듣고 있는데, 넘넘 좋아요~~~~
조나단이 직하강 후, 바닥을 치고 올라가 수평으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게 그려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