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책 - 파블로 네루다 시집
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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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책" 나는 이 책이 왜 이토록 끌렸던가. 그 제목을 보자마자.

나는 내가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혹시나 찾을 수 있을까하며 책을 들었기 때문에, 그 질문하는 행위로 지은 이 책의 제목에 매료된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책에서 이 책이 인용되었다.


어떤 언어에서 비는

괴로운 도시들 위로 떨어지나?


그것은 내가 오랜 시간 찾아 헤매다 그만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고, 찾고 있는 행위는 대상을 잃고 그 자체 또한 희미해져 습관이 되었다가 그 습관 마저도 빛바래고 없어져버린, 그게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 나에게 모든 것을 단번에 상기시켜주었다. 그 대상이 맞는지 그 행위가 확실한지 알길이 없지만, 어떤 무모한 확신에 가득차게 했다.


사유를 거부하는 은유의 나뭇잎 가득한 연못에서 시어들이 고개를 든다. 감은 두 눈은 맹렬하게 노려보는 눈 보다 강렬하다.


왜 나는 끝없는 바다의

무관심에로 돌아왔나?


그 어떤 확신에차고 열의에 들뜨면서도 논리적인 답변 보다 명징한 질문들.


파도는 왜 내가 그들에게 물은 질문과

똑같은 걸 나한테 물을까?


그리고 왜 그들은 그다지도 낭비적인

열정으로 바위를 때릴까?


질문의 책은 질문의 책 답게 답은 하나 없고 질문만 가득하다. 원래 질문은 답변과 짝이 아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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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9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9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윈의 내부담화 - 마윈 회장이 알리바바 직원들에게 고하는 개혁의 메시지
알리바바그룹 지음, 송은진 옮김 / 스타리치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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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담화답게 직원들을 쇠뇌 시키는 느낌이 다소 있다. 자신과 직원들은 평범하기 때문에 뛰어나지도 않고 본인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알리바바에서 지금의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열심히 겸손하게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을 이끌 때 리더가 직원들에게 하는 전형적인 그리고 필요한 말들이다. 멋진 신세계의 아기들에게 몇천 번 몇만 번씩 들려주는 쇠뇌처럼 말이다.

알리바바 B2B의 가입 중소기업이 4천만이라고 한다.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매출은 세계적이지만 매출 발생이 전 세계 인구 77의 18% 차지하는 14억 중국이라는 것은 지울 수 없지만, 어쨌든 대단하다.

내부 행사의 연설문이다 보니 반복 사용되는 예시들과 내용이 있어서,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1/3 정도로 줄이면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술도, 인프라도, 정치적 자유도 없는 중국. 그 중국의 거대한 인구와 중국의 변화 속에서 알리바바는 제대로 파도를 탄 것 같다.

'진입장벽'이 낮아서 누구나 할 수 있어서 경쟁이 치열하고 성공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나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마윈처럼.



사명감 좋다. GE는 세상을 밝게, 디즈니는 전 세계인을 즐겁게.

고질병: 저녁에 1,000갈래 길을 생각하고도 이튿날 아침에는 원래 가던 길을 가는 거죠. p117

여러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절대 CEO를 위해 일하지 마십시오. 기업의 사명과 가치관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p171

현명한 리더는 팀원을 이끌 뿐 비판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을 비판하죠. 어리석은 리더가 팀원을 탓합니다.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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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내부담화 - 마윈 회장이 알리바바 직원들에게 고하는 개혁의 메시지
알리바바그룹 지음, 송은진 옮김 / 스타리치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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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윈은 기업이 목표와 사명감 - 나는 이것을 비전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 그리고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이든 또 그 어떤 조직이든 활동하는 사람이 모여있는 곳은 그 활동으로 살아있다. 그리고 그 활동을 결정해야 할 일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어떤 결정은 무의식과 같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이해관계자가 모여 논쟁이든 타협이든 숙고든 어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내려진다. 그리고 그 결정은 이익집단에는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고, 손해를 또 더 나가아가 존폐의 위기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한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삶은 결정들로 이루어진다고.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인 조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그 기준은 일관성은 물론이고 합리성도 가질 것이다. 어제의 기준이 오늘 다르지 말아야 할 것이고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따라갈 수 있게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그 일관성은 위협받을 수 있고 그래서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 기준이 변경되어야 하면 그 조직은 정체성을 다시 갖추어야 하거나, 생물체처럼 후손을 남기고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준을 가치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가치관을 세우기 위해 뚜렷하고 공감할 수 있는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해야만 하겠다는 뜨거운 비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비전을 가진 디즈니.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겠다는 테슬라. 그리고 그들의 원대한 목표는 하나의 애니메이션이 잘되었다고 또 그렇지 않다고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고, 전기자동차 업계에서 독보적 1위를 한다고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회사가 비즈니스를 잘하기 위해 돕는 알리바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전엔 목표, 비전, 가치관이 당장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그리고 조금 사치스러운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들이 - 특히 가치관 - 명확하지 않아 혼선이 오고 불화가 싹트고 조직이라는 배가 좌우로 요동치는 것을 자주 보니,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길에 살기 위해 수레에 책을 가득 싣고 읽는다고 한 것처럼, 절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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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3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4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간의 향기 - 머무름의 기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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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향기'는 굉장히 어려웠다. 우선 던져짐이라는 피투성과 부여된 사실적 성질이라는 소여성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는 탈소여성이 글 전반에 자주 등장하는데, 뜻을 종잡을 수 없어서 내용 이해가 어려웠다. 책 후반부에 인터넷을 뒤져서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근대화 이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피투성과 사물의 기본 성질이 있는 소여성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이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근대화로 인해 모든 것은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예측 가능함, 그리고 사물의 본질에 벗어나는 탈소여화가 특징이라고 한다. 더욱이 세상은 신의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뀌었고, 만인이 노동하고 사색적 삶을 가지지 못함을 배우 애석하게 비판한다.

이해할 수 없다. 신 중심의 세상에서 노예를 통해 삶을 즐기는 극소수의 사색적 삶을 찬양하는 것 같다. 그리고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그린다. 그래서 그는 한나 아렌트를 이전의 철학을 잘 못 이해하고 노동의 삶을 중요시한다고 비판한다.

난감하다. 권선징악을 거꾸로 말하는 책을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책은 작고 얇지만 익숙하지 않은 마치 이 책에서만 만들어져 통용되는 용어들이 집중도를 굉장히 떨어뜨리고 글을 훑게만 한다.

누구의 말처럼, 서정적인 제목의 '시간의 향기'라는 책이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창문 앞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읽으면 좋겠다고 펼쳤다가 낭패를 보기 좋은 책 같다.

한병철 교수님의 책은 '피로 사회'만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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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4-27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피로 사회‘가 더 좋았어요~ ‘시간의 향기‘는 읽다가 꾸벅꾸벅 졸았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초딩 2020-04-27 12:2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정말 장신줄 안 놓으려고어멍 힘들게 봤어요 ㅜㅜ
좋은 한 주 되세요,
삼일만 참으면 ㅎㅎㅎ

레삭매냐 2020-04-27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피로 사회>가 인기라고
해서 사서 읽다가 어느 시점에 놓아 버
렸나 봅니다.

다시 찾아서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

<시간의 향기>는 가비얍게 패스~하는
것으로 :>

초딩 2020-05-09 21:36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 안녕하세요 ^^ (답글이 늦었네요)
교수님의 책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암튼 피로 사회 좋았습니다. ㅎㅎ
주말 잘 보내세요~
 
미크로메가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0
볼테르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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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 문학을 좀 한다는 사람의 입에는 자연스럽게 걸려 있을 듯한 이름. 감상보다는 현실과 행동에 더 관심이 많았던 볼테르이기 때문에, 문학을 좀 한다는 사람에게는 루소가 더 적합할 수 있겠지만, '루소'라는 이름보다는 볼테르가 더 문학적이다. 최소한 나에게.


행동하는 지식인 볼테르, 그는 "행동하기 위해 쓴다"라고 했다. 절대적 권력과 종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 대가로 바스티유 감옥에 두 번이나 투옥되고, 정부를 피해 언제든지 프랑스와 스위스를 갈 수 있게, 두 국경에 접해 있는 페르네에 거주하기도 했다, 뛰어난 사업가이기도 한 그는 오랜 연인의 영지인 페르네를 사서, 그 지역을 부흥시켰고, 그 지역이 지금의 페르네 볼테르 (Ferney-Voltaire)이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던 낭트칙령이 루이 14세 때 폐지되고, 종교가 유일신의 독점형태가 되고, 권력을 더 가지게 됨으로써 빚어진 폐해들을 이 책에서는 유감없이 서사하고 있다. 명백한 증거 없이 종교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교수형이나 화형을 당하는 억울한 실제의 일들이 이 책에서도 다루어졌다. 볼테르를 실제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을 도와서 사후라도 누명을 벗고 가족들이 보상을 받게 해주었고, 그런 부조리를 소설 속에서 한 번 더 다루어 만인에게 알렸다.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처럼, 볼테르 또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소설 속에서는 볼테르의 사상이 반어법이나 인물들의 대화에서 반영되어 나타난다.

"선이 있건 악이 있건 무슨 상관이냐?" p 203

"노동을 하면 우리는 세 가지 악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 그 세 가지 악이란 바로 권태, 방탕, 궁핍이라오."

특히, 소설의 주요 인물인 캉디드와 팡글로스의 모든 것이 최선을 위해 존재하고 발생하니 괜찮다는 낙관주의는 가장 반어적으로 비꼬아 비판받는다. 낙관주의의 절대 지지자 팡글로스, 그 낙관주의에 대해 의구심을 가끔 가지지만 스승 팡글로스와 그의 사상을 신봉하는 캉디드. 하지만 그들이 겪은 일들을 보면, 그것들이 최선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수용하고 우리의 가슴 깊숙이 아픔으로 침전시키는 '한'으로 간주하는 수동적 관점에서 볼 수만은 없다. 기독교에서는 금기인 이슬람의 문화 양식을 무지해서 내가 저질렀기 때문에 비가 와서 화형을 못 해 교수형에 처하고,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죽지 않고 깨어났는데, 내 몸이 열십자로 해부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사회에서는 나도, 내 가족도 살 수 없고, 그 사회가 존속되게 방관하고 체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힘없고 죄 없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희생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볼테르는 극단적 반체제의 행동주의를 지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의 한도에서 사회의 폐단을 제대로 인지하여 계몽되고, 최선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구호를 외치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상속될 재산 대부분을 다른 형제에게 양도하고, 직접 사업수완으로 큰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실행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멋지고, 행동하는 지성인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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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4-24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캉디드를 팟캐스트에서 소개 받고 읽어야지, 했어요. 일부를 읽어 주더라고요.
좋은 독서를 하셨네요. 책 가격도 착해서 좋네요.

초딩 2020-04-25 16:13   좋아요 0 | URL
저도 팟캐스트인지 유투브에서인지 소개해주는 것도 들었어요. 철학책에서도 서개해줬고요. 많이 화자되는 책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가격도 좋고요 ㅎㅎㅎ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