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 작가정신 소설향 23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승우답다. 욕조가 '있는' 방이 아니고 욕조가 '놓인' 방이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욕조가 있는 방은, 이미 욕조가 그 방의 일부인 것이고, 욕조가 놓인 방은, 욕조를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수고스럽게 놓아둔 것이다. 침실에 욕조를 놓아둔 것이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취한다. 겨우 취하지 않으면 현기증이 난다. 어떤 땐 그가 내 앞에서 말을 하고, 나는 그 말에 양손이 나를 감싸고 그대로 나도 모르게 포박되는 것 같다. 익숙한 그의 서사 방식이다.

'욕조가 놓인 방'은 방에 물을 가득 담은 욕조가 모든 건조함을 삼켜버려 축축함과 음울함이 가득한 소설이다. 억울하게 읽는 독자를 '당신'이라고 칭하며 속수무책으로 이야기 속으로 끌어드린다.

억울하게 '당신'인 남자, 그 남자의 여자였던 아내, 그리고 다른 한 여자. 그 음울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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