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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ㅣ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4
얼 C. 엘리스 지음, 김용진.박범순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4월
평점 :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etzen)은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절망스럽게 외쳤다. p10
'인류세'가 무엇일까? 굉장히 머릿속이 멍해지는 단어이다. 46억 년의 지구 역사를 지질학에서는 누대(eon), 대(era), 기(period), 세(epoch)로 구성한다. 그렇다. 인류세는 그 중 마지막 단위인 '세'의 한 구분이다. 인류'세'. 흔히, 공룡이 멸종한 시기를 중생대 백악기라고 말할 때의 구분 단위이다. 현재를 "현생누대 / 신생대 / 제4기 / 홀로세"라고 한다. 홀로세는 1만 1700년 전에 시작되었고 따뜻한 간방기라고 한다. 그런데, 왜 현재의 '홀로세'를 두고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할까? 지질시대는 '층' 또는 '층서'로 조사 및 추론되어 구분된다. '층'은 우리가 아는 지층에 한 층 한 층 쌓인 그 겹을 말하고, 이렇게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것을 '층서학적' 기록이라고 한다. 그런 층서학적 기록은 '방사성 동위 원소 측정법으로 연대를 계산하는데, 짧은 탄소 14의 반감기가 5730년이다. 우라늄 235와 같은 경우는 약 7억 년이다. 짧은 '세' 중 하나인 현재의 '홀로세' 이전인 '플라이스토세는 약 250만 년이다. 홀로세가 1만 1700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했으니, 현재의 '홀로세'는 이제막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이제 막 시작한 '홀로세'에 또다시 층서학적 의미인 '인류세'로 지질시대를 구분 지으려고 할까? 왜 그래야 할까? 지층에 쌓일 것도 없을 텐데 말이다. 그 이유는 '인류'가 지질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줄 만큼 우리의 이 지구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의 이해를 위해 '지구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구 시스템은 지질학자 에두아르트 쥐스(Eduard Suess)가 1875년 출간한 <지구의 얼굴>에서 암석권, 수권, 생물권이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블라디미르 베르나츠키(Vladimir Vernadsky)가 1926년에 <생물권>에서 지구에 대한 최초의 현대 과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The spheres of the Earth system, including the anthroposphere.
[Ref: Physical geography in the Anthropocene]
지구시스템의 인류권(anthroposphere), 생물권(biosphere), 대기권(atmosphere), 수권(hydrosphere), 암석권(lithosphere)의 각 권역이 에너지 및 물질교환을 하며 상호작용을 하는데, 전체 체계의 동력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이다. 이중 생물권은 대기권, 수권, 암석권 사이의 에너지 및 물질 교환을 조절하고 향상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생물권은 지구시스템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마치 온도 조절 장치처럼 지구의 기후를 작용하는 억제피드백(negative feedback)과 강화 피드백 (positive feedback)을 한다.
먼저 억제피드백을 보자. 태양 에너지가 많아져 지구가 뜨거워지면 유기체는 대기로부터 온실가스를 더 섭취하고 미세입자인 에어로졸을 방출해서 태양 에너지를 방출하는 구름 형성에 일조한다. 거꾸로 지구가 차가워지면 온도를 높이기 위한 온실가스를 더 방출하고 에어로졸 방출을 줄인다.
강화피드백은 Positive Feedback이라고는 하지만, 악순환 같다. 바닷물은 태양 에너지를 잘 흡수하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은 태양 에너지를 대부분 반사한다. 태양이 북극의 얼음을 녹이면 바닷물이 태양 에너지를 더 잘 흡수하고, 이것은 얼음을 더 녹게 해서 지구 온난화가 더 많이 진행된다.
그리고 이런 강화 피드백이 계속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혹은 체제 이동(regime shift)에 다다를 수 있다.
이 강화피드백의 악순환이 '인류세' 이야기의 골자이다.
2004년 국제지권생물권계획 보고서 <지구적 변화와 지구 시스템: 압박받는 행성>에서 스테판의 연구팀은 1950년 이후 인간 활동과 지구시스템의 모든 수치가 극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구, 물 사용, 비료 소비, 이산화탄소 농도, 이산화질소 농도, 오존 고갈 등 모든 지표가 1950년을 기점으로 J 곡선을 그린다.

또한, 찰스 데이비드 킬링(Charles David Keeling)의 킬링 곡선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증감하지만, 점진적으로 우상향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지구 대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을 보여 준다.

[Ref: Keeling Curve, Wikipedai]
이 모든 지표의 상승은 무엇을 의미할까? 온난화이다. 즉, 지구가 온난화됨으로써, 우리 인간에 의해서 지구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으로부터 전달되는 열에 따른 지구의 온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지구 시스템이 인간에 의해 무너지고 강화피드백이 거듭되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상승하는 온도는 다시 정상화될 수 없고, 지구는 계속 가열되어 단지 해수면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필요한 산소와 동식물 생태계가 모두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심대한 대재앙과 멸종을 일으킬 수 있는 우리 '인간'에게 전 지구적으로 경고하기 위해 우리의 작태를 '인류세'라고 명하는 것이다.
'인류세'는 더 이상 신조어나 유행어가 아니다. 인류세라는 단어는 201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면서 다음과 같이 정의되었다.
현재의 지질학적 시대.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간주되는 시대. p261
The term Anthropocene has been adopted to refer to the era of geological time during which human activity is considered to be the dominant influence on the environment, climate, and ecology of the earth.
New words notes June 2014
the Anthropocene noun
the current age, viewed as the period during which human activity has had the greatest influence on climate and the environment
Oxford Dictionary
하지만, 우리 인간의 시대를 지구 역사의 주요한 한 층인 '인류세'로 명명함으로써 경고하고 지구(자연)를 보호하려는 운동을 모두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 부정적인 견해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인간의 '오만'이다. 층서학적으로 '세'를 구분하기에는 연대가 턱없이 짧고 지층을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 부족하니, 인류세는 과학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오만과 인간중심적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을 자연보다 더 우위에 둠으로써 경외의 대상으로 보존하는 것보다는 소유하고 파괴와 오용을 더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모든 지구시스템의 교란이 대부분 선진국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단연 미국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인도인 한 명은 미국인 한 명의 10분의 1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100명이 미국인 1명보다 더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것은 한 국가 내에서도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에너지를 훨씬 더 많이 소비하고 각종 가스를 배출한다. 그리고 이렇게 부유한 사람들에 의해 전 지구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자본세(Capitalocene)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은 신자본주의를 겨냥할 것이다.
미래의 언젠가 GAFAM(Google, Apple, Facebo 다섯 CEO만이 세금을 낼 것이고, 그 의미는 그 다섯 명만이 돈을 벌고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결국 몇몇 글로벌 기업들과 그 기업들과 결탁한 국가들에 의해 지구 역사 46억 년 이래 가장 큰 굉장히 사악하고 치명적인 변화가 지구시스템에 지구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것을 묵인하거나 방치하지 말자는 것이다. 사실 그것을 인류세라고하든 자본세라든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말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저지른 잘못은 그가 오만하게도 첨단기술을 사용하여 새로운 존재를 창조했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피조물을 그냥 방치했다는 점에 있다. 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