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너무나 바래왔던 봄날은 모두의 염원으로 이뤄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 남았다. 연이어지는 대선 주자들의 토론을 관심있게 듣고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곰곰하게 생각해 봤다. 나는 어떤 나라에서 어떤 사람과 어떻게 지내고 싶은가. 그에 대한 대답을 유홍준 교수님의 책에서 찾았다. 바로 '안목'이 있는 사람의 곁에서 함께 꿈꾸고 생각하고 나아가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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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현상을 보고 분별하는 식견이다......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같은 안목이라도 분야마다 그 뉘앙스가 조금 다른 것 같다. 예술을 보는 안목은 높아야 하고, 역사를 보는 안목은 깊어야 하고, 현실정치,경제,사회를 보는 안목은 넓어야 하고, 미래를 보는 안목은 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 굴지의 안목들이 버티고 있어야 역사가 올바로 잡히고 정치가 원만히 돌아가고, 경제가 잘 굴러가고, 문화와 예술이 꽃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당대에 안목이 높은 이가 없다면 그것은 시대의 비극이다. 천하의 명작도 묻혀버린다. 많은 예술작품이 작가의 사후에야 높이 평가받는 것은 당대에 이를 알아보는 대 안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를 보는 눈이든 세상을 보는 눈이든 당대의 대안목을 기리는 뜻이 여기에 있다.(p18~19)
그런 '안목'있는 사람을 가리기 위해 책을 읽는다. 나부터 안목을 갖춰 상대를 알아보는 눈을 틔우기 위해서. 그런데 내가 찾는 사람은 공자처럼 대학자를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아픈사람을 아프게 들여다볼 수 있고, 미안한 사람에게 고개 숙여 미안함을 전할 수 있고 잘못된 과오를 쉽사리 덮으려 않고 타인에 생각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 거기에 덧붙여 좋은 책을 즐기고 함께 나누려는 사람. 그런 사람이 만든 세상에서 노력이 배반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그간 미뤘던 책을 서둘러 구입해 느린 걸음이라도 걸어야겠다.
<지금 다시, 헌법>은 한참 전에 읽어보려 했으나 상당한 두께에 압도되어 차일 피일 미루며 지냈는데 팟캐스트 '빨간 책방'에서 상당한 두께에 부담감이 크지만, 법에 관한 이야기인데 가독성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라게 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던 이동진씨의 말에 용기를 내어 읽어가야겠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완성하지 못했만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긴 <진보의 미래>가 개정판으로 나왔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워 구매 목록에 올렸다. 무엇보다 판형을 줄이고 가격도 낮춰 보급판으로 내놓은 출판사의 마음이 참 훈훈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