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했던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팔공산으로 외출을 했다. 그간 꽃샘추위로 움츠렸던 기분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달뜬 기분이 되었는데 팔공산 식당가와 주차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등산을 하거나 길거리 음식을 먹거나 커피를 즐기며 야외 테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신랑이 좋아하는 음식은 주로 한식이었지만, 이날은 내가 먹고 싶어하는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어주기로 해서 팔공산 동화 캠프장쪽에 위치한 '수다'라는 곳에 갔다. 도착 시간이 두시쯤이라 그런지 우리 앞에 한 테이블이 막 일어서던 참이었고 그 외에는 우리 테이블 밖에 없었다.
<SUDA>
주메뉴는 파스타와 피자인데 까르보나와 피자를 주문했다. 워낙에 좋아하는 조합인지라 정말 맛있게 먹었지만, 이 두조합이 마지막까지 좋진 못했다. 나중에 조금 느끼해지더라는. 그래서 다음엔 해물 파스타처럼 매콤한 것과 피자를 시키는게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했고 가게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오는 찰라까지 친절하게 해주셨던 사모님의 인상이 너무 좋아서 스파게티가 먹고 싶은날 종종 들릴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대구 불로동에 있는 화훼 단지를 찾아갔다. 대구 공항과 맞닿는 부분이라서 그런지 차가 많이 막혔는데 겨우 자리를 찾아 주차하게 되었다. 관엽식물만 즐비한 베란다에 다육이라는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기 위해 <에버 그린 다육이>라는 화원을 찾았다.
화원에 들어서자 비슷비슷해 보이는 다육이들이 한가득이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특색이 있지만 많은 다육이를 구경하다보니 모양을 구별하는게 힘들어졌고 마치 틀린그림 찾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들여다보며 집에 데리고갈만한 아이들을 선별했다.
<마블선인장>
<파인애플을 닮은 다육이>
<청울>
<이름을 몰라 아쉽지만 동들동글 귀엽다>
집에 데리고온 녀석들.
이 화원이 좋았던 게 구경하는 동안 사장님의 무관심으로 마음껏 구경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고, 구입하려는 다육이 마다 이름도 써주시며 물줄 시기를 알려주셨다. 가격마저 착했는데 바나나처럼 생긴 청솔과 장미를 닮은 라울, 또 파인애플처럼 생겼으나 요 녀석은 둥글게 클 거라던 아이린은 이천 원씩 그리고 앙증맞은 마블 선인장은 천오백 원으로 구입할 수 있었는데 500원은 빼주시더라는 ~~ 그리고 다른 화원에서 평소에 키워보고 싶던 '장미허브'를 발견하고 이천 원에 데리고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앙증막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들이고보니 덜컥 겁이났다. 그간 집에 있는 식물들은 벵갈 고무나무, 해피트리, 칼라벤자민, 금전수와 스파트필름 또 율마와 같은 관엽식물이 주를 이루고 있고 올해로 4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라 요녀석들의 생태계는 거즘 파악하고 있는데 요 다육이들은 키워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야할지 약간 걱정스런 마음도 든다.
일단은 작은 메모판을 만들어 꽂아두었다. 다육이는 물을 한 달에 한 번꼴로 주기 때문에 약간에 방심으로 물을 말려버리는 경우가 있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키우고 있는 다육과의 '사막의 장미'도 몇 번 물을 말렸던 기억이 있어서 메모판을 만들어 물 준 날짜를 기록했더니 과습이나 물 말림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키우는 방법에 관해서는 역시 책을 참조해야 할거같다. 먼저 도서관에서 찾아본 후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해야 할 것 같아 책을 검색해 본다. 그리고 식물관련 새롭게 출간된 신간도 있어서 함께 정리해 둔다.
ps. 대구 불로동 화훼 단지를 가실 적에 대구 공항 방면으로 화초 구입을 원하신다면 지하 도로 내려가지 마시고 오른쪽으로 들어가시면 좋고, 조경수를 원하신다면 지하 도로 내려가서 유턴하여 왼쪽으로 들어오시는 게 좋다. 우리는 <에버 그린 다육>이라는 상호로 검색해서 갔던 터라 조경수가 즐비했던 왼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화초를 구경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컸다. 화훼 단지는 횡단보도을 찾기 힘들고 공항 쪽으로 들어가는 차들도 많아서 쉽사리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없기 때문에 목적에 맞는 장소를 꼭 기억하며 가시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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