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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브라더, 오 시스터!
니시다 마사후미 감독, 카타기리 하이리 외 출연 / 다일리컴퍼니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덥수룩한 머리에 여리여리한 체형.
늘 툴툴거리기 좋아하지만 늘 함께
다니는. 때론 동생같고, 남편같고
친구같고, 애인같은 동생이 그것도
훈남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타기리 하이리가 주연한 영화
<오 브라더 오 시스터!>를 보며
그녀의 현생이 너무나 부러웠다.
저런 남동생을 얻을 수 있다니 하는
사심 가득한 시선으로 관람(물론 집에서)
한 영화 < 오 브라더 오 시스터!>는
포스터 그대로 심쿵 코믹 로맨스다.
껑충 큰 키(170cm가 넘는다지)에 단발머리.
때론 성별을 혼란하게 만드는 그녀의 외모.
영화 속에서는 대사처럼 박아넣은 진심을
간파한 관객이라면 웃지않고 베길수 없다.
"오노데라 요리코 40세
죽어도 헤어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여자"
그도 그럴 것이 출연하는 영화에서
(물론 그녀의 영화를 모두 본건 아니다)
한결같은 머리를 고수하고 있으니.
이런 대사가 귀에 콕 박힐 수밖에.
<카모메 식당>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이 머리는 커트라고 해야할까 ㅡㅡ;;;)
이 영화는 어린시절 부모님을 일찍 여윈
오노데라 남매가 그리는 남매간의 우애와
외모 컴플렉스에 빠진 누나 요리코 그리고
첫 사랑에 실패해 사랑이 두려운 동생 스스무가
펼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33세의 남동생 오노데라 스스무는 조향사다. 새로운 향을 개발하는 일이 주요 업무다.
그래서 어느 곳에서든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걸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갓 지어진 밥 냄새를 맡는 일이다.
누나 오노데라 요리코 40세의 모태 솔로다.
어릴적 사고로 신경이 죽어버린 앞 이빨에 신경이 쓰여 늘 입을 가리고 웃는다.
사가네 안경점에서 일하고 있으며 영업을 오는 아사노 아키라를 짝사랑 하고 있지만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여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잘못 배송 온 편지 한 통.
누나는 직접 전해주자며 스스무와 함께 우편 배송에 나서고
그 일이 인연이 되어 요카노 카오루라는 그림 작가를 만나게 된다.
스스무가 조향사라는 사실을 알게된 카오루는 자신의 그림에 등장하는 페로라는 강아지의 부족한 부분에 도움을 요청하고, 그런 도움이 싫지 않던 스스무가 잦은 만남을 갖으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진전이 된다. 과연 스스무는 그녀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또 한 편에서는 누나 요리코가 짝사랑하는 원데이의 영업사원 아사노 아키라가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자상하고 친절한 아키라가 무엇이든 괜찮다 좋다며 자신감을 주는 이야기에 요리코는 자신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음을 느끼는데...
과연 이 남자의 진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요리코는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이 남매에게는 서로가 드러내지 않는 우애 법칙이 있다.
실연당한 남동생이 늘 걱정인 누나는 <실연을 이기는 스무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고 실행할 정도로 남동생을 아낀다. 또 어린시절 친구들이 많은 놀림에도 동생이 골라준 큰 도시락만 가지고 다녔다. 신경이 죽어버린 앞 이빨은 남동생의 장난 때문이었지만 끝내 동생이 미안해할까봐 앞 이빨을 치료하지 않았다.
남동생 역시 누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보살펴주고 앞 이빨의 신경이 죽어 늘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으며 그런 외모 때문에 연애 한번 못해 본 일에 늘상 미안하기만 하다. 스스무가 사랑했던 연인 요시미가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며 떠났을때도 차마 잡을 수 없었던 아픔이 있기에 이 남매의 속사정을 듣고 있으면 참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 남매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다.
함께 자전거 타고 장보러 가기, 빨래 걷기, 이발소에 가서 머리 깍기, 마당에서 군고구마 구워먹기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땐 즐거운 일을 생각해! 라며 서로 고교시절의 추억담을 떠올리고 베시시 웃으며 격려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몰래 먹고 싶은걸 장바구니에 넣는 스스무 >
<친구네 이발소에서 머리깍기>
< 마치 게임을 하듯 즐겁게 빨래 걷기>
<마당에서 고구마 구워 먹으며 음미하기>
이렇게 사랑스러운 남매 스스무와 요리코는 사랑에 성공 할 수 있을까?
사랑에 서툴러 망설이고 고민하는 모습이 우리네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이 영화의 뒷 부분은 앞으로 보실 분들을 위해서 남겨둔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소소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다.
남매가 자주 마주하는 장면은 식탁 위에서다. 소박해보이는 반찬들에 일본 특색이 묻어난다. 일본서를 읽다보면 야채 절임이나 생선 구이 그리고 장국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딱 책에서 읽었던 밥상이 눈앞에 펼쳐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허영만 선생님의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에 보면, 일본인의 젓가락 위치에 관한 글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젓가락을 세로로 놓는데 반해 일본은 가로로 놓는다는 대목이 있었고 일본은 장래 풍습 중 유골을 젓가락으로 집기 때문에 절대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어 상대에게 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중에서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건 젓가락의 방향이었다. 또 일본에서는 밥을 수저로 먹지 않기 때문에 밥그릇을 들고 먹는다고 하는데 그 모습 역시 볼 수 있어서 한국과는 다른 문화를 실감 할 수 있었다.
또 가다랑어를 직접 갈아쓰는 모습이 신기하다. 물론 심야식당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볼때마다 신기하다. 보통 시중에서 구매하는 한국과 달리 직접 갈아 바로 음식에 넣는 맛은 어떨지. 그 맛이 자못 궁금해진다.
그리고 일본 골목길의 풍경들.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거나 설레임 가득 안겨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찬바람 쌩쌩부는 겨울날 따뜻한 이불에 폭 감겨, 전해지는 온기 만큼 마음을 데워주는 영화 한 편이라 자주 보게 된다. 오노데라의 이야기는 일본 연극으로도 공연되고 있다고 한다. 먹고 싶은 음식 때문에 훌쩍 여행도 떠난다는데 나는 이 사랑스러운 남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훌쩍 일본이라는 나라로 떠나고 싶어졌다. 또 그녀의 책 <나의 핀란드 여행>을 읽은 독자라면 심히 그녀의 성격이 잘 드러난 영화라는 사실을 단박에 느낄 수 있을터. 그녀의 유쾌한 성격을 직접 느끼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