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달이였던가. 시댁에 가는길에 서점에 들러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공지영 작가의 책을 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몇 장 읽다보니 시댁에 도착했고 책은 어머님께로 전달되어졌다.

 

 

시댁 책장에 보면 여러권의 공지영 작가의 책이 있다. 그중에 읽어본 책이 없어 그동안 어머님과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는데 문득 시댁에 오는길에  읽던 내용이 떠올라 말씀드렸다. " 어머니 공지영 작가가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나봐요" 라며. 그 이야기가 반가웠던지 어머님은 환한 표정을 지으시며 그간 공지영 작가의 사정에 대해 알려주셨다. 세번의 결혼, 세번의 이혼. 세명의 아이들. 그런데 아버지가 모두 다른 아이들. 그런 이야기가 담겨진 <즐거운 나의집> 이란 책이 있노라고.

 

 

어머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인생사 사연없는 사람은 없다던 말이 떠올랐다. 여리여리하고 예쁜 얼굴의 베스트 셀러 작가인줄만 알았는데 깊은 아픔이 느껴지고 보니 공지영 작가는 눈에 밟히는 이름이 되었다. 이후로 기회가 되면 읽어볼 심산이였는데 때마침 <딸에게 주는 레시피>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구입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스물 여덟 꽃같은 나이를 보내고 있는 큰 딸 워령에게 엄마이자 친구와 때론 인생의 선배로써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 라는 타이틀이였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게도 생을 앞서산 선배 혹은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끄덕거려지고 마음에 와 닿는 부분들에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혼자 먹어야 하는 음식은 늘 간단하게 차려 먹던 습관들. 간단하다 말하기 조차도 부족한 탁자에 앉아 몇번의 젓가락질로 끝나버린 식사시간들을 떠올리며 내 삶의 기준이 내가 아니였음을 느꼈다. 스스로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라던 작가의 이야기가 맴돌면서 나는 내 자신을 무척 아껴주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정말 간단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음식 앞에서도 자신을 귀히 생각할 수 있다는것, 어른 이란 부모로부터 받고자 했던 많은 것들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라는것, '사랑'이란 상대가 어떤 행동과 말을 해도 마음에 동요가 없어야 한다는것. 그렇기에 내가 사랑이라 불렀던 많은 행동들이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던 시간들. 간단하게 차려낼 수 있는 음식 처럼 간단하고 소박한 인생이 더 멋지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나자 얼마전 연애 상담을 했던 동생이 떠올라 카톡을 보냈다. 꼭 읽어야 할 책이 있노라고. 그랬더니  글이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퉁을 놓는 동생. 그렇지. 책은 음식과도 같으니. 자신의 취향이 아니면 절대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였지 싶은 생각에 어떻게 하면 읽힐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카톡을 보냈다.

 

 

'네가 얼마전에 내게 연애상담을 했자나. 그때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표현력이 부족해서 다 해줄 수 없었어. 근대 이 책을 읽어보니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여기에 있더라고. 그러니까 꼭 읽어봐라. 너랑 결혼을 앞두고 있는 니 친구 소라에게  꼭 전해주고' 라고. 조금있다 들어온 답장엔 '그래'라며 썩 시원치 않은 대답을 듣긴 했지만 이 책은 꼭 읽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나보다 앞선 시간을 보낸 공지영 작가의 메세지 만큼이나, 동생보다 앞선 시간을 살아가는 내가 동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한 이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준 사람은 다름아닌 어머님 이란 생각이 들면서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음식이나 책이나 편식하지 말자고. 다른 사람이 내게 권할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라며 그동안 어머님이 내게 권하셨던 공지영 작가의 책을 하나 둘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제라도 알게되어 감사하다고. 한 작가를 만난것보다 인생의 선배이자 언니 같은 작가를 만나게 되어 참 기쁘다고. 그러니 어머님 고맙습니다!!

 

 

 

 

명심해라. 이제 너도 어른이라는 것을,
어른이라는 것은 바로 어린시절 그토록 부모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이 애정이든, 배려든 혹은 음식이든 p30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이제 두 가지 임무가 있다. 곧 가는 것과 되는 것(to go and to be)이다. 성숙을 위한 첫번째 임무는 도전, 공포, 위험 그리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인정을 받건 그렇지 않건 간에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인정은 다른 사람의 마음 안에 나의 투사가(projection)가 함께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p70

우울해지려고 하면 몸을 움직여라. 딱 한번만 움직이면 돼.
이럴때 제일 좋은 게 바로 요리나 집안 청소 혹은 음악을 들으며 걷기 등인거 같아. 네가 우울해하는 데는 수 만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딱 한가지야.우선 몸을 움직이고 맛있는 것을 먹고(네 몸에 좋은 것, 살도 안찌는 것) 따뜻하게 너를 감싸는 것, 그리고 좋은 말씀을 읽거나 듣고 밝은 생각을 하는 것.p241

손에 가득 든 은을 버려야 금을 얻을 수 있고, 금을 버려야 다이아몬드를 얻는다. 삶은 우리에게 온갖 좋은 것을 주려고 손을 내미는데 우리는 받을 수 있는 손이 없을지도 몰라p231

집착과 사랑을 어떻게 구별하냐고?.....
그것으로 부터 고통이 온다면 그건 집착인 거야
그가 이렇게 하면 네가 기쁘고 그가 저렇게 하면 네게 슬픔과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그게 집착이야.

사랑은 그가 어떻게 하든. 그가 너를 나쁘게 대해도
그가 다른 사람과 가버린다 해도. 심지어 그가 죽는다고 해도 변하지 않아. 그가 너를 아프게 할때. 얼른 그와의 심리적 거리를 조금 더 떨어뜨려 그가 다시 회복되기를 바라며 바라볼 수 있으면 사랑이고, 그렇지 않으면 집착이다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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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29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글 읽다가 이 책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ㅎㅎ

해피북 2015-07-30 14:13   좋아요 0 | URL
공지영 작가님 책을 처음 읽어봤는데 끌림이 있는 글 같더라구요 ㅋㅂㅋ저두 곁에두구 생각날때마다 펼쳐보려구요^~^

비로그인 2015-07-29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이 많은 작가이기도 하지만 저 역시 참 좋아하는 작가예요 이 책 역시 읽으려고 찜해놓은 책이죠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두 번째 버전일 것 같아요 :)

해피북 2015-07-30 14:15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군요! 저는 `네가 어떤 삶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란 책 을 찜해놓아야겠어요 쁘니님^~^

비로그인 2015-07-29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구우 해피북님이 지인에게 책으로 위로한 부분 개인적으로 진짜 좋아요 ! ㅎㅎ 책으로 위로해주는 그런 친구 있다는 건 진짜 행복한거거든요💕

해피북 2015-07-30 14: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쁘니님~^^ 그래서 저두 북플이 참 좋아요. 책 이야기 들려주시구 잘 몰랐던 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시니 읽고싶고 관심분야가 늘어가는 기분! 그래서 쁘니님이 들려주시는 디자인 관련책도 참 좋아요 ㅋㅂㅋ!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쁘니님^~^

appletreeje 2015-07-29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그렇듯이 늘~ 읽으신 책을 스스로의 삶으로 따듯하고 아름답게 녹여내시는
해피북님의 좋으신 글이, 오늘도 참 좋아서 저까지 마구 행복해집니다!!^^
저도 이책을 즐겁게 읽었지만, 해피북님처럼 깊고 진정성 있게는 못 읽어서 많이
부끄럽습니다..^^;;;

저도 아들만 있는지라, 이 다음에 해피북님 같은 어여쁜 며느님과 함께 책을
나누어 읽을 수 있는, 그런 행복한 미래의 시어머니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리며~~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2015-07-30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5-07-3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꼭 읽어야겠어요.^^
글이 정말 좋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시고요, 편안한 오후되세요~^^

해피북 2015-08-10 16:42   좋아요 0 | URL
후애님^0^~~
답글이 너무 너무 늦었어요!!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ㅎㅎ
저는 이 책을 동생하고 동생 친구에게 선물했답니다.
부디 그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과 힘이 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연일 폭염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건강 조심하시구
식사 거르지 마시구 즐거운 오후 시간 보내세요!!
 

그렇게 오르기 힘들다던 마(魔)의 산에 올랐다. 상.중.하 권당 480페이지라는 장대한 스케일을 옆에 끼고 2주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오르고 나니 뭔가 뿌듯한 시간들을 만들어 놓은듯 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일을 모두 미뤄버렸다. 한번 손에서 놔버리면 다시 돌아갈 수 없을거 같은 마(魔)의 기운을 느끼며....( 독일의 역사와 철학, 그리스 신화들이 한데 어울어진 장대한 스케일이라 버겁긴 했지만 어떤 시선으로 읽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는 소설임은 틀림이 없다)

 

 

주인공 한스는 어릴적 병으로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다가 할아버지 마져 병으로 돌아가시자 외삼촌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부유했던 부모님과 할아버지의 재산 덕분에 큰 어려움없이 생활하며 주위의 권유로 조선소에 입사하기 위해 기다리던 중 선천적인 빈혈로 3주간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 사촌 요아힘에게 문병을 다녀오기로 결정한다.

 

 

고지대에 있는 국제 요양원 베르크 호프에 도착한 한스는 요아힘과 함께 생활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요양원 사람들의 첫인상은  한스에겐 큰 충격과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한다. 평소 매너라고 생각했던 모자나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고, 부끄러움과 쑥스러움이 사라진 숙녀들이 우스꽝스런 소리를 내어 한스를 놀려대는가 하면 문을 버릇없이 소리내어 닫고, 결혼한 부인들이 반지도 끼지 않고 정절의 개념도 퇴색되어 버린 공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만큼이나 생각과 행동에 제약이 없는 요양원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고 새로웠던 것이다.

 

그러므로써 한스는 늘 자신은 이곳에서 3주후면 떠날 사람이라 입버릇 처럼 말한다. 외출할 일이 있으면 모자와 지팡이를 늘 챙겨다니고 좋아하는 담배는 고향에서 꼭 조달하며 요양원 사람들과 경계를 긋듯 생활한다. 그러던 한스가 점차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데 그중 첫째 인물이 세템브리니라는 사상가다.

 

" 내 생각에는, 독설이야 말로 암흑과 추악함의 힘에 대항하는 이성의 찬란한 무기 입니다. 이보게! 독설은 비판 정신이며 비판은 진보와 계몽의 원천입니다." p123

 

" 비판하세요! 자연이 당신에게 눈과 오성을 준 것은 그 때문입니다"p128

 

진보주의자이자 비판가인 세템브리니는 요양원의 사람들을 하나같이 부유한 게으름뱅이라 치부한다. 하나같이 요양원이라는 안락한 생활에 빠져 권력과 정의, 폭정과 자유,미신과 지식, 지속의 원칙과 운동의 원칙 즉 진보적인 생각(p304)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의미에서 세템브리니는 한스를 만날 때 마다 하루 빨리 요양원을 떠날것을 재촉한다. 한스 역시 3주후면 조선소에 입사하기 위해 미련없이 떠날꺼라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다름아닌 짝사랑을 하게 된것. 그것도 세상에서 통용되지 못할 쇼샤 부인에 대한 사랑이자 첫사랑인 히페를 닮은 그녀에게 빠져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즉 그녀의 존재와 자신의 존재 사이에는 넘기 어려운 심연이 가로 놓여 있어서 자신도 인정하는 어떤 비판에 맞닥뜨릴 때 그것을 견딜 수 없으리라는 확신에는 흔들림이 없었던 것이다"p279

 

 

쇼샤 부인으로 말할것 같으면 그녀는 유부녀다. 거기에 투박스러운 손가락에 결혼 반지도 끼지 않고 두 어깨가 훤히 내보이는 망사 옷을 즐겨 입는 그녀를 한스가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생활했던 공간(평지)이였다면 통용되지 못했을 병들고 나이도 많고 식당에서 문을 쾅닫아 매너라곤 모르고 요양원 베렌스 고문관과 그림을 핑계로 어떤 관계가 있었을꺼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한스는 쇼샤 부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거기에 3주후면 떠나기로 했던 한스의 몸에 병이 있다는 진단까지 내려져 요양원에 남게된 상황이니 그야말로 한스는 온 힘을 다해 쇼샤 부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 어떤때는 한스 카스토르프가 그녀 앞을 걸어가게 되어 그녀의 시선을 뒤통수로 느끼게 되었다. 그럴때면 그는 팔 다리를 잡아 당기는 듯 한 통증과 등줄기에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가려움을 느꼈지만, 그녀 앞에서 뽐내고 싶은 소망에 그녀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어느것에 속박받지 않고 자기 혼자 힘차게 살아가는 것처럼 행동했다."P281

 

 

한때 교양없다 생각했던 부인을 사랑하게된 한스는 쇼샤 부인과 자주 마주칠만한 사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부분이 내가 읽은 마의 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였다. 누군가 나에게 편견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 부분을 들춰 말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편견이란 관계없음에서 생겨난다고.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내는 소음에 몰상식한 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나쁜 감정들이 '관계가 있음'으로 해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한스를 통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스가 그토록 싫어했던 모습들에 관심을 갖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면서 더이상 편견으로 자리잡지 않는 모습은 분노사회를 치닫고 있는 우리가 꼭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SNS의 발달로 지극히 개인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서의 관계맺음, 인연 맺기가 왜 중요한 일이 되는지 생각해볼 만한 시간이였다. 물론 이 장대한 소설의 중심이 편견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이 소설이 품고 있는 다양한 '맛'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 생각이 든다.

 

 

일전에 신영복 선생님의 책에서 읽은것인지 들은 이야긴지는 잊어버렸지만 한 일화가 떠올랐다.  윗집에 사는 아이가 너무 뛰어다녀서 선생님은 화가났었다고.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놀이터 앞에서 만난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하며 이것 저것 물어보게 되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이나 싫어하는 일, 꿈에 관한 이야기등 아이와 대화를 나눈 이후부턴 아이의 뛰는 발소리가 더이상 소음으로 들리지 않고 아이의 개구진 얼굴이 떠올라 흐믓했다는 일화를 들었는데  나는 한스가 쇼샤 부인으로부터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신영복 선생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듯 싶다.

 

 

한스의 변화로 부터 소설은 읽는 동안 유쾌해졌다. 더이상 모자나 지팡이에 연연해 하지 않고, 더이상 고향에서 담배를 조달하지 않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많은 편견들을 떨쳐 냈는지 느끼게 하는 부분 이였다. 또한 쇼샤부인의 사랑을 얻기 위한 한스의 눈물겨운 여정과 사촌 요하임의 뜨거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결국 잠시동안의 사랑의 결실을 맺은 한스. 하지만 하루밤의  꿈과 같은 한스의 사랑은 쇼샤 부인이 떠나면서 잠시

깊은 내면의 세계로 접어든다. 삶과 죽음에 관한 끊임없는 생각들,  독일의 사상이나 역사성 철학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세템브리니가 나프타라는 새로운 사상가와 대립하면서 그려지는 다소 무겁고도 장대한 이야기를 쏟아내 묵직한 맛을 내며 수동적인 삶에서 능동적인 삶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져 그 맛을 더한다.

 

 

마지막권에 이르러 사촌인 요아힘의 죽음과 나프타의 광기 어린 죽음으로 점차 어두운 먹구름을 드리우는 다보스 요양원은 더없는 혼란과 섬뜩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쇼샤 부인의 재등장과 함께온 페퍼코른이라는 인물에 대한 경외심으로 잠시 밝은 빛을  띄는가 싶던 소설은 페퍼코른 마져 자살이라는 어두운 구름을 형성 시키며 깊은 심연 속으로 가라 앉는다.

 

 

『마의 산』은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중인 부인을 문병하기 위해 3주간 방문했던 요양원을 배경으로 실제 체험담을 그린 소설이다. 토마스 만 역시 문병 기간중에 폐병의 진단을 받고 입원을 권유 받았다고 하는데 한스 카스트로프의 모습이 토마스 만의 모습과 겹쳐 색다른 맛을 선사하기도 했다. 소설의 집필기간 (1913년~ 1924년) 중에 일어난 1차 세계대전의 영향 때문인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엔 한스가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전하는 모습으로 한스가 처음 다보스 요양원에 왔을때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않았던 모습과 대비되며 이 소설이 성장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음을 상기 시킨다.

 

 

마지막 권에 잠시 등장하는 '영'의 존재는 너무 섬뜩한 나머지 이 부분만 따로 떼어 소설을 써도 재밌었을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나같은 '심신 미약자'들은 가급적 하권의 325페이지 '수상쩍은 이야기' 장은 가장 밝은 시간에 읽기를 권한다는....

 

 

우리는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순전히 시간 그 자체를? 정말이지, 아니다. 그것은 바보 같은 시도일 뿐이다.(시간이 지나갔다. 시간이 경과했다. 시간이 흘러 갔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는 이야기를, 건전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야기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똑같은 음이나 화음을 한 시간동안 미친듯이 계속 울려 대고서 그것을 음악이라고 말하거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이야기는 시간을 채우고, 시간을 (품위있게 메우며>, 시간을 잘게나누고, 무엇인가 내용을 지니게 하며, 무엇인가 시작하게 한다는 점에서 음악과 흡사하기 때문이다.P89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음이 찾아오면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와 죽음 사이에는 어떠한 현실적인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기껏해야 우주와 자연과 어느정도 관계할 뿐이다. 그 때문에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아주 태연하게, 무관심하게, 무책임하게, 이기적인 순진함으로 바라보는 것이다.P71

죽음의 모험은 삶속에 포함되며, 그런 모험이 없는 삶이라면 이미 삶이 아닐거야P478


이성은 죽음 앞에서 어리석은 존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성이란 덕에 지나지 않지만, 죽음은 자유와 방종, 모험, 무형식 쾌락이기 때문이다.P479

나라가 다르면 풍습도 다르다는 말이 있다. 여행객이 여행지의 민족이 지닌 풍습이나 가치 기준을 비웃는다면, 그것은 자신의 교양없음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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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22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엄청난 독서를 하셨군요. <마의 산>을 두 권짜리가 아닌 세 권짜리를 읽으셨다니! 열린책들 책 활자가 작은 편이라서 오랫동안 읽으면 눈이 금방 피로가 오던데 해피북님은 어떠셨는지 궁금하군요. ^^

해피북 2015-06-22 21: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X100 을 쓰고 싶을 정도로 활자가 작더라구요 ㅎㅎ 어쩜 cyrus님은 그리 잘아시는지! 역시 책성애자다우세요. 이 책들이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한 페이지 가득찬 글씨 덕분에 숨막히는 느낌도 들긴했어요. 꽉꽉 채워진 지면인지라 읽어도 읽어도 속도가 나지 않는 정말 마(魔)로 가득한 책이였다는 ㅎㅎㅎ 그래도 한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읽었더니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시간이였답니다~~^^

2015-06-23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3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배우 이보영씨의 책이 출간 된다는 문자를 받았을땐 뷰티 관련 책이겠지싶어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알라딘 뉴스레터에서 `당신도 나처럼 위로 받기를` 이란 문구와 함께 이보영씨가 지난날 함께한 책에 관한 이야기란 말에 두근거림과 설래이는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와 구매했습니다. 한번쯤 책으로 받은 위로가 있다면, 또 한번쯤 그 기분을 함께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위로받을 마음으로 들어가는 안내서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그 마음으로 들어갈 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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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6-13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보영씨의 책을 나중에 봐야겠어요.^^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두 달에 한 번. 알라딘에서 구매했던 땡스북을 이달부터 정기구독 하게 되었다. 발행되는 날짜를 체크해야 했던 번거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점때문이랄까. 무튼 그렇게 받게된 땡스북 9호의 주제는 '길'에 관한 이야기다.

 

 

삼척 소달 초등학교의 권일하 선생님은 묻는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가고 있냐고. 티비에서 나오는 맛집, 친구들이 읽었다는 책, 꼭 가봐야 한다는 여행지에 휩쓸려 자신에게 맞는 길을 외면하고 있거나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있지는 않냐고.

 

그러고 보면 내 의지보다는 다른 이의 생각에 이끌려 선택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중에서 특히나 온라인으로 선택한 의류나 생활 필수품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다른이들의 후기에 이끌려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실망스러움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는 심산이 깔린 것이다.

 

 

그 결과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것을 입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생각을 한다. 그렇게 내 삶인듯 타인의 삶을 모방하며 살아가면서도 온전한 내 삶인듯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해보니 다소 충격적이다. 이제라도 타인의 삶이 아닌 내 삶을 위한 길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줄탁동시(줄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줄은 달걀이 부화하려 할 때 알 속에서 나는 소리이고, 탁은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바로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p17 그러니 지금 알을 깨고 나가려는 내게 필요한 것은 멘토가 되어 줄 책이 아닐까. 그런 책들을 키워드로 찾아가는 얼개 코너에서 찾아 보았다.

 

 

 

 

 

 

 

 

 

 

 

 

 

 

 

 

 

 

 

 

 

 

 

 

 

 

 

<관찰의 인문학>

 

 ' 왜 사람들은 같은 길을 걸어도 서로 다른것을 볼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심리학자 호로비츠가 11명의 관찰 전문가와 함께 길을 걸으며 길 위에서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진정 '본다'는 의미를 일깨울 수 있다고 하니 꼭 읽어야 겠다.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 나는 걷는다 1,2,3>

 

 

이 두 책은 서로 다른듯 닮은 책이다. 먼저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쿠프트 파이페가 인공항문을 달고서 유럽을 횡단하는 여정을 그린 여행집인데 아쉽게도 이 책은 지금 절판된 상태. 서해문집에서 나온 책이던데 도서관에서 찾아봐야할 성 싶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 <나는 걷는다>는 30년의 기자 생활을 퇴직하고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 우울증으로 한때 자살을 시도했다는 올리비에. 이후 걷는 즐거움을 깨닫고 아나톨리아 횡단에 나서며 수 많은 어려움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책이다. (<나는 걷는다>는 땡스북에 실린 책은 아니지만 내가 전에 읽었던 좋은 책이라 소개한다.)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집으로 가는 길>

 

이 두 책은 너무 상반된 책이라 마음이 아프다. <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는 엄마와 열살, 열한살 두 자녀가 함께 한 달 동안 베네룩스 3국을 여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반면 <집으로 가는 길>은 12살 소년 이스마엘의 행복한 삶이 전쟁이라는 참혹함 속에서 학살을 자행하는 소년병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다. 극과 극의 거짓말 같은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우리 시대의 '길'이 과연 옳은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고 싶다.

 

<여행자의 서재>

 

책과 커피 한 잔 만큼 잘 어울리는 일은 여행과 독서가 아닐까.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길에서 누구보다 자신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책과 함께 하는 시간. 그 시간을 길 위에서 오롯이 느낀 저자 이권우의 책이 참 궁금하다. 빌 브라이슨의 책 <나를 부르는 숲>을 읽을때는 배경인 미국 애팔래치아 트래킹을 따라 산길의 철학자가 되고 김호동 교수님의 <황하에서 천산까지>를 광활한 실크로드를 걸으며 읽었다니 그 맛이 어떠했을지!

 

그외에 읽고 싶은 책으로 <평양의 영어 선생님>과 <좋은균 나쁜균>이 있다.

 

 

 

 

 

 

 

 

 

 

 

 

< 평양의 영어 선생님>

 

북한의 고위층 자녀들의 영어 지도를 위해 북한에서 체류했던 경험담을 쓴 책이다. 일상생활이 감시당하고 자유로운 의복은 입을 수 없으며 사제지간에 마음 툭 터놓고 나눌 수 없었던 안타깝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에겐 낯설기만 한 북한이라는 나라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좋은균 나쁜균>

 

장이 건강해야 몸이 튼튼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유산균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런데 유산균 중에서 장까지 살아가는 균은 많지 않을뿐더러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균들은 외국 사람들의 체형에 맞는 균이라고 한다. 그래서 얼마전 불가리스 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형에 맞는 균을 개발하여 각광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같은 균이라고 해도 다 같지 않음을 알고나서 균에 대한 궁금증이 있던 참이다. 이 책은 나쁜 균이라고 해서 모두 억제할 것이 아니라 좋은 균고 공생하며 함께 지낼때 건강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 읽고 싶은 책이다.

 

 

' 나는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에는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나다닌

  길을 택했는데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는 길』中-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는 길을 떠날 채비를 한다. 짧게 혹은 길게 펼쳐지는 그 길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많은 것들이 바뀐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의 길에 유일한 교훈은 알수 없다 인것 같다p37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불확실성에 매몰될 때 문제가 생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많은 현대인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유는 예전부터 있었던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길을 걷는 데 꼭 챙겨야 할 것들을 빠뜨렸기 때문은 아닌지 묻게 된다. 옳고 그름, 선한 길과 악한 길, 타인에 대한 이해, 아픔의 공감, 가족간의 사랑등 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는 더 이상 돌아볼 겨를도 없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것들 말이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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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5-06-0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기 구독할까 싶습니다. 한 두번 사고 종종 까먹고 지나 버릴 때가 많습니다.

해피북 2015-06-03 19:59   좋아요 0 | URL
네 저두 정기 구독 전에는 언제 나오나 날짜 체크하고 문자 확인하고 했는데 이달부터는 맘 편히 지내고 있다고 우체통에 들어오는 것을 꺼내기만 하면 되니까 편안하더라구요 ㅋㅋ 그리고 혹시 배송에 관련되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페이스북 땡스기브에 문의하면 금방 답변도 주셔서 편안하게 받아보고 있답니다^^

하양물감 2015-06-05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잡지였습니다^^

다음에 땡스기브 서포터즈에도 한번 도전해보심이^^

해피북 2015-06-11 15:38   좋아요 1 | URL
앗! 이번에 2기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혹시 하양물감님두 서포터즈 신가요?ㅎㅎ

하양물감 2015-06-1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을 읽다보면 책 속에서 들려주는 책 이야기가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읽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경험 하는듯, 때론 설레이고 때론 달콤한 꿀처럼 느껴져 빨리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곤한다. 책을 통해 새로운 책을 알아가고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 세계가 늘어나는 일이야 말로 독서를 하는 사람으로써 가장 행복한때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기쁨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한 권씩 찾아 읽는 즐거움을 누려야겠다.

 

 

 

 

 

★ 책 속의 책 이야기.

 

 

 

 

 

 ' 자신의 얼굴을 갖고 산다는 것,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던 몇 년 전, 나를 큰 소용돌이에 몰아 넣었던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 책 표지가 시녀들 이였다p45

 

 

 프라도 미술관을 찾았던 김상미 저자가  '시녀들'의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바라보며 박민규 저자의 소설을 떠올렸다. 박민규.. 어디선가 들어본 저자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얼마전 문학동네 계간지 81호'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단편소설 '대면'을 읽으며 나는 그의 심오함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도 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묻기위해 신을 찾아야 했던 남자에 관한 이야기 였지만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단편집을 읽은 후 박민규 저자의 독자층이 꽤 두껍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의아했었다. 이런 심오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는데 그가 이 책의 저자였다는 사실은 지금에야 알게 되었고 이제야 독자층이 이해가 된다. 이 소설은 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 속 현대판 신파라는 수식어도 들리는데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박민규 저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 여행을 준비하던 여름, 유난히 자주 본 친구 H는 여행 내내 내 곁을 지켜준 책 <월든>과 <사랑의 역사>그리고 Eight seasons' CD를 안겨 주었다 P24

 

모로코에서 친구와의 순간을 떠올리며 친구가 준 CD를 들었던 장면에서 소개되는 <월든>은 법정 스님이 타계 하실때까지 머리맡에 두셨던 책으로도 유명하다. 스님의 유지에 따르면 이 책을 스님에게 신문배달 해주던 꼬마에게 전달하라는 이야기를 읽은적이 있는데 잘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이 책은 다양한 사람에게서 회자되곤한다. 데이비드 소로가 18453월부터 18479월까지 월든 호수가에서 원두막을 지어 홀로 지내며 자연과의 깊은 교감속에서 생겨난 깨달음을 기록한 책이라는 사실이 참 흥미로운데, 여행 길목에 까지 가지고 다닐 정도의 책이라니 더욱 호감이 가는 책이다.

 

 

그런데 두번째 책로 언급했던  <사랑의 역사>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다. 책 제목만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저자의 책인지 알 수 없는게 아쉬울 따름이다.바라건데 독자를 위해 잠깐 언급하는 책이라도 소소한 정보를 함께 담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는다.

 

 

 

 

 

 말똥냄새 가득한 쿠바에서 떠올린 인물은 다름아닌 '체게바라' 나라 곳곳에 그의 얼굴이 그림처럼 그려졌던 풍경을 배경으로 체게바라가 선사한 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이 평전을 떠올랐다. 스무살쯤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여행을 떠났던 것이 계기가 되어 혁명을 위해 싸웠다는것 정도를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로도 제작 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번 동대문 시장의 헌책이 쌓인 길을 걷다 우연히 <체게바라 평전>을 보게 되었고 정말 저렴한 값에 구입하게 되어 기뻤는데 목록을 정리해서 빨리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만 들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파울로 코엘료의 책 <알레프>는 김상미 저자가 험프리를 잃어버리고 난 이후 험프리 인형(동생) 과 함께 만덕언니가 소포로 보내준 책이라고 기억했는데 찾아보니 그 대목을 찾을 수 없다. 무튼 책속에서 짧게 언급된 것은 분명한 책이다.

 

내가 파울로 코엘료를 알게된 건 스무살을 훌쩍 넘은 무렵이였는데 그때 첫 책이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였다.  파울로 코엘료의 실제 이야기인듯, 아닌듯한 오묘한 경계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사회적으로 옳고 그른것에 대한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관한 심오한 이야기들에 큰 느낌을 받아 이후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좋아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보통 파울로 코엘료 하면 <연금술사>를 많이 떠올리지만, 나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와 <오 자히르>를 꼽곤 했다. 무튼 요 <알레프> 는 스승의 권유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순례자의 길을 떠난 코엘료는 길위에서 만난 여인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알게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알레프는 히브리어로 '모든 수'를 나타내는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자신의 소설 <알레프>에서 '우주를 담은 작은 구슬'로 표현함에 따라 신적인 존재로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음... 역시 심오하다. 파울로 코엘료를 읽기 전엔 늘 준비운동이 필요한데 어느 순간에도 책을 덮지 않을 각오가 있을적에 시작하는게 좋다는.. ㅋㅡㅋ,,

 

 

 

 

 

 

 

 

 

 

 

 

 

 

 

 

 

 

 

 

 

 

 

 

 

 

 

 

 

 

 

 

 

 

 

 

 

 

 

 

 

멕시코 여행길에 프리다 칼로 생가 '까사 아술'에 찾은 저자는 짧막하게 그녀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짧막하게 언급된 내용이 궁금해 찾아보니 여러권의 책이 검색된다. 도대체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너무 기뻐서(?) 비명이 나올 지경이다. (ㅡㅡ;;;;)

 

프리다 칼로는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았고 18세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어 평생 여러 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공산주의 신념이 강했던 그녀는 민중벽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에게 매력을 느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평생을 바람끼 때문에 속앓이를 하던 중 자신의 여동생과의 외도는 참을 수 없어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아오 이런! 나쁜,,) 이혼후 프리다 칼로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디에고 리베라는 다시 청혼했고 둘은 또다시 재혼을 했다고 한다. 그러는중 발가락 절단 수술과 폐렴으로 고생을 하던 그녀는 죽기직전 일기장에 '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이라는 글로 내게 큰 여운을 남겼다.

 

가끔 티비에서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남편에게 받았던 상처를 그림에 투영하여 상처 투성이인 몸을 그려놓은게 참 인상적이였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 알게 되니 그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런게 책을 읽는 재미이자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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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5-04-23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도 책이 읽혀 지네요..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5-04-23 18:34   좋아요 0 | URL
도움 되셨다니 행복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보슬비 2015-04-23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리다 칼로에 대한 영화도 있어서 봤는데, 그것도 참 인상적이었답니다.
언제 기회가 되시면 추천~~~ ^^

해피북 2015-04-24 20:00   좋아요 0 | URL
오~~~영화로도 있군요! 꼭 찾아서 봐야겠어요 정보 감사합니다 ㅋ 그리고 연극은 라이어도 잊지않을케용^~^

2015-04-24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5-04-28 17:36   좋아요 1 | URL
옷! 눈썰미 좋으신 서니데이님 알아봐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두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