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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초지로 -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
고이즈미 사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콤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달 다녀온 친정집에 몽실이라는 수컷 강아지가 있었다. 아부지가 장날에 만 원 주고 골라온 강아지라고 했다. 약간 노란 끼가 도는 털에 데려 온지 두 달밖에 안되는 새끼 강아지였는데 처음 대문에 들어서는 나를 보고 몸이 u자로 꺾이도록 반가워했고, 선풍기 팬처럼 꼬리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게 신기해서 연신 머리를 쓰다듬고 진정시키느라 혼이 났던 기억이 난다. 아부지는 처음 보는 사람 보고 짖지도 않는다고 핀잔이셨지만, 내가 아부지랑 닮아서 그런 거죠라고 대답하고 반가워해주는 몽실이를 내심 좋아했다.
몽실이는 마당에 있는 모든 것들을 물어 뜯어버리는 탓에 묶여 있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들은 몽실이를 풀어놓고 공놀이를 즐기고 있었고 나도 그 틈에 끼어 공놀이를 했다. 목줄에서 해방된 녀석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던지는 공을 바람처럼 달려가서 물어오고 또 던지면 또 물어오고 몇 번의 놀이가 끝나면 물그릇으로 달려가 물을 먹는 모습이 무척 귀여서 여러 번 그 모습을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며칠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왠지 몽실이가 눈에 아른거리기도 했다. 늘 신랑과 애완동물의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어쩐지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다가 끝나곤 했는데, <안녕 초치로>를 읽고 그런 생각에 더한 무게를 얹어 주었다.
초지로와 라쿠라는 고양이 남매를 키웠던 저자는 그 행복했던 찰나의 순간들을 일러스트로 더해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함께 지냈던 십 년의 세월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순간순간의 아름다웠던 잊을 수 없는 추억담을 읽으며 함께 한다는 것은 이렇게 따뜻한 거구나 싶은 마음을 갖기도 했다. 그렇지만 초지로에게 암이 발견되고 끝끝내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보낼 때는 함께 눈물짓기도 했다.
한 생명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묵묵히 지켜내야 할 과정이라는 것울,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쌓이는 만큼 언젠가는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 그 과정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학창시절에 고양이를 키웠던 경험이 있던 신랑은 이 책을 보며 그 시절을 회상했는데 초지로처럼 배에 암덩어리가 발견되어 하늘나라로 떠난 사연도 같다면서 당시 동생이 많이 슬퍼했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망설이고 고민스럽다. 한 생명을 온전히 받아들고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는 그 힘이 생기는 날 나에게도 그런 날이 찾아온다면 그 따뜻한 생명체를 끌어안고 온전히 그 체온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으며, 이 고민을 언제나 ing 상태로 남겨두고 싶다.